2008년의 연극열전2, 그 중 호응이 가장 좋았다는 '웃음의 대학'이 코엑스에서-대학로에서도-앵콜공연중이다.

극본은 메이드 인 저팬, 2차 세계대전을 치르는 중인 일본에서 희극을 공연장에 올리려는 작가와 검열관, 둘이

부딪기고 엉기고 웃고 웃다가 화내고 비장해지는 그런 스토리. 검열관 역엔 정웅인, 작가 역엔 김도현였던 날.
 

사실 연극을 볼 때는 영화보다도 좀더 엄정한 마음가짐이 되곤 한다. 조금만 스토리가 늘어져도, 억지스럽거나

무리수를 쓴다 싶을 경우는 좀더 많이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기대치가 높아지는

거다. 얼마전에 대학로에서 봤던 '도둑놈 다이어리'같은 경우는 전반적으로 꽤나 재미있었지만 좀 뻔하고 저렴한

교훈이 사족처럼 붙었다 싶은 부분이 있었다. 거기서 봤던 몸 좋은 배우 유건, '검사프린세스'란 드라마에 

나오길래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차라리 첨부터 끝까지 그냥 웃겼으면 더 좋았을 텐데.


웃음의 대학 역시 마냥 웃기지만은 않는다. 거의 한시간 사십분이 넘는 러닝타임을 내내 웃음으로 채운단

건 사실 말도 안 되니까, 남는 문제는 그 '웃기지 않는 부분'이 얼마나 설득력있게, 흡인력있게 어필할 수

있는지일 거다. 웃음을 지워내려는 검열관, 그리고 나름의 방식으로 싸우는 희극작가, 까마귀가 문득 집에

들어왔다며 화내듯 툴툴대는 검열관이 어느순간 집나간 까마귀를 그리워하듯, 그렇게 희극작가와 그의 대본은

검열관을 바꿔놓았다.


"나라를 위해 죽겠단 이야기는 하지도 마."


'천황폐하만세'라는 문구를 세번씩 넣으라던 검열관, 전쟁통에 사랑 얘기따위 치우고 국가를 위해 목숨바치는

이야기를 쓰라던 검열관, 심지어는 웃을 수 있는 포인트를 모두 삭제한 희극을 써내라던 검열관의 입에서

저런 대사가 나오는 순간. 극이 절정으로 치닫는 순간.


전혀 부자연스럽지도 오글거리지도 상투적이지도 않았던 탄탄한 스토리, 그리고 생각보다 자그마했던 그

공간을 꽉 채웠던 배우 두명의 호흡과 존재감. 멋진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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