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천을 뒤로 하고 얼마 남지 않은 7코스를 계속 걷기 시작했다. 올레길 공식홈페이지(www.jejuolle.org)에서

뽑은 지도에 따르자면 남은 포스트는, 강정포구, 알강정을 지나 월평포구까지 총 세개밖에 안 남았다.

8코스를 전날 걸었던 엄마와 여동생이 흥분하며 했던 말들에 따르자면, 8코스에는 이런 쉼터나 매점이 거의 없다한다.

코스도 7코스보다 길고 더 힘들었다고는 하는데, 7코스만큼이나 8코스도 좋았다고.

바다가 보이지 않는 길로 들어섰다. 그러고 보니 꽤 오랜만이다. 그리고 나서 바로 나타나는 소철 '농장'.

비닐하우스 안에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어린 종묘들. 뭔지 궁금해서 한참 봤지만, 짧막한 내 식물학적 지식으론

도무지 모르겠다. 넓적한 건 잎이요, 쭉 뻗은 건 줄기랄까.

비닐하우스 단지 내에서 길을 잃을세라, 바닥에 큼지막하게 그려놓은 올레길 화살표. 자세히 보면 페인트칠 직후에

차바퀴가 밟고 지나간 듯 뽈, 뽈, 뽈 페인트 자국이 남아 있다.

온통 시뻘겋게 녹슬어버린 물탱크, 도로까지 무성하게 뻗어나온 하룻강아지녀석 풀떼기들. 왠지 방금까지 걷던

인적없어도 넉넉하고 여유롭던 바닷길과는 영 딴판으로 황량하고, 뭔가 괴괴한 느낌이다.

그런 길인데, 비닐하우스 안은 또 딴판이다. 온통 꽃밭 가득.

이것은 꽃. 아까 미처 영글기 전의 종묘가 "넓적한 건 잎이요, 쭉 뻗은 건 줄기"랬다면, 꽃에 대해서도 비슷하다.

벌어진 건 꽃잎이요 뭉쳐있는 건 암수술이랄까. 아...너무 무식하다.

그렇게, 황량하고 살짝 불안하기까지한 느낌이 감도는 길 옆에 무덕무덕 무더기로 피어난 꽃들을 위로삼아

강정포구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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