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도외시한 잠시지간의 탈출로 끝나기 쉬울지 모른다. 제주도를 삶터로 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이 있고,
학생들은 통학하며, 먹고사니즘의 굴레를 놓지않고 사는 현장이 생생히 있어서 걸음걸음 더 재미지다.
느낌이다. 이파리들이 좀더 길게 자라나면 위아래를 분간하기도 좀더 쉬워질 듯.
두 개면 해결될 텐데. 갈림길 나타났을 때 당황하지 말라고, 진즉에 길 안내표시 해놨다고 하나, 그리고 갈림길에
서서 멀찍이 양쪽 길을 바라봤을 때 어느 한 쪽을 가리키는 화살표 하나.
경쾌하게 날 듯 하지만, 다리를 억지로 잡아찢게 만드는 징검다리나 계단은 짜증만 난다.
야자수와는 또 느낌이 다르다. 좀더 조그맣고 부드러운 인상을 남긴다.
얄포름한 잎사귀를 갖고 있다는 사실에 근거한 추측. 잎사귀 하나 잘라내서 칼처럼 휘두르면 재밌겠다 싶었다는.
왜 언젠가 홍길동이던가, 티비 속 퓨전사극에서 휘두르던 연검이랑 닮았다.
또 저런 멘트는 언제 준비해서 적어넣은 걸까 궁금증이 끝이 없다. 집에서부터 "엄마아빠 힘내세요"라 적어왔을려나.
코팅을 제주도에서 올레길 걷는 와중에 하지는 않았을 텐데. 학교 앞 문방구에서 했을 수도 있겠구나..등등.
딱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올레지기님의 이름을 딴 '수봉로'인지는 걷고 나서도 모르겠다. 그냥, 제주도의 어느 길.
등엔 어느 틈엔가 솔찮이 땀이 배어나고 다리도 조금은 묵직해지는 느낌이었지만, 흔히 원형으로 돌게 되는 산책과
달리 그저 가고 또 가는 걸음이란 사실 자체가 유쾌했던 것 같다. 去去去中知, 行行行裏覺이라던가.
이왕이면 조금 더 대중적인 단어를 써도 될 거 같은데 말이다.(잘 안 쓰이는 단어라면 한자를 병기해주던가 차라리.)
땅덩이를 실감할 수 있다는 건 꽤나 매력적이긴 한데...일단 제주도는 섬이라기엔 너무 크다. 실감이 안 날 정도로.
모두 군대에 점령되어 있기 때문이다. 밤에 마음대로 내려가 밟아보지도 못하는 가시돋힌 철조망의 땅. 여기도
그다지 자유롭진 못해서, 파란색으로 색칠된 초소가 드문드문 현무암 사이에 박혀 있다.
이렇게 관리 안되는 비닐하우스는, 일부러 천장을 뜯어내고 벽면의 비닐도 헐어버린 걸까. 열맞춘 소철 병정들에
점령당해버린 듯한 비닐하우스.
'[여행] 짧고 강렬한 기억 > Korea+DPR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5. 올레길 7코스의 바닷가 우체국. (10) | 2009.09.17 |
---|---|
제주#4. 남/녀 노천탕에 사람은 없고 조개껍데기만. (16) | 2009.09.16 |
제주#2. 꽃길, 찻길, 논두렁길, 바닷가길을 넘어 건너. (12) | 2009.09.16 |
제주#1. 제주올레 7코스, 외돌개를 끼고 걷기 시작하다. (16) | 2009.09.15 |
뭔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창밖에 선 나무, 이게 뭘까. (26) | 2009.08.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