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가 밀집했던 동네에서 문득 마주쳤던 고풍스런 성당, 꽤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건물이었는데, 하늘로

솟은 첨탑에 가까울수록 대리석의 빛깔이 뽀얗게 살아있는 반면 아랫도리쪽은 꼬질꼬질 때가 낀 것 같았다.

성당 내부의 분위기는 늘 그렇듯 기침소리조차 조심스럽다. 부조에 집중된 조명이나, 공간축과 시간축을 순간

헝클어뜨리려는 의도가 다분하게 배치된 조형들이 빚어내는 효과들이란 건, 한걸음 떨어져서 보면 왠지 재밌다.

바스티유 감옥이 있었다는, 1794년 프랑스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던 바스티유 감옥에서의 대량 탈주가 있었다는

바로 그 곳이다. 바스티유 광장. 뭔가 당시의 분위기를 어림해볼 흔적이 당연히, 프랑스니까,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의외로 아무런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내가 과문한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옆에 있던 건 바스티유 오페라관. 한때 정명훈이 지휘자로 활동하던 곳이라던가, 정치인들과의 친분이 돈독하다는

그는 작년이었던가, 여기까지 그를 만나러 와서 순식간에 정리해고당한 서울시향단원들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던

학생들에 막말을 했다고 한다. 니들 좌빨이지, 뭐 그런 식이었다던가. 그 기사를 썼던 분은 나름 정명훈을

위대한 음악가로서 그에 걸맞는 감성과 도덕을 가졌으리라는 기대치가 있었나보던데, 사실 그런 거 없다.


지상의 더러운 것들에서 벗어나 고고하게 천상에서 독야청청하는 예술 같은 건 존재할 수 없을 텐데.

작게는 정부의 온갖 되도않는 공익광고에서 이뿌고 멋진 목소리와 이미지를 팔고 있는 사람들, 크게는 음악과

예술의 천분을 팔아 자리를 차지하고 완장질하는 온갖 또라이들. 정도의 차이지만, 다들 '부역'중이다.

오페라홀에서는 공연도 없었고, 그저 거리를 배회하다 보니 바닥이 냉큼 눈에 띄는 거다. 자전거 통행길이

참 꼼꼼하게도 그려져있다. 파리는 서울과 달리 구릉이 심하지도 않고, 사이즈도 한결 작으니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기에 참 좋을 거 같다. 그래서 아마 파리의 연인들에서 김정은이 그렇게도 자전거를 즐겼는지도.

반대편에 서 있던 쇼핑센터. 여긴 아무래도 주거지역이 가까운 탓인지 '오리지널' 프랑스인들 말고 아프리카에서

온 듯한 흑인들과 유색인종들도 많이 보였다. 퇴근시간이었던가, 직장인들도 많이 보이고 뭔가 입구에서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보였고.

미국식 패스트푸드에 대해 경멸에 가까운 무관심을 보이는 프랑스인들이라고 하던데, 정말 KFC니 맥도널드니

세계의 엔간한 도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패스트푸드점을 보기가 쉽지 않았던 도시였다. 그런데 여기서

딱 발견한 KFC. 그리고 그 옆에는 다소 생경한 색감의 맥도널드까지.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버스 안의 쾌적한 공간에 앉아 바라본 파리의 시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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