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여 묵었던 친구녀석의 아파트 건물에 있던 빈티스 느낌 가득한 엘레베이터. 이중문으로 되어 있어

바깥문을 먼저 열고 안의 문을 열어야 엘레베이터에 탈 수 있고, 두개 문을 모두 닫아야 작동되는 형태.

마지막으로 돌아본 녀석의 집. 아침에 나와선 뒤도 안 돌아보고 멀어졌다가, 밤이 깊어 어둑해져서야 더듬대며

돌아왔으니, 이렇게 밝은 시간에 제대로 마주보는 것도 처음이다. 그치?

튈를리 정원 근처의 풍물시장이 있단 이야기를 들었는지라, 살짝 돌아보고 구경이나 할 셈으로.

터헛. 장화신은 고양이 3종세트가 저런 슈렉고양이스런 눈빛을 하고 내게 걸어오는 듯한 환상은 뭐지. 아..

저 애절하면서도 도도하고, 장난스러우면서도 진지한 눈빛. 냐옹.

마침 고양이 인형 샵도 옆에 있어주시고, 냉큼 들어가서 할딱할딱대며 온갖 고양이들을 원없이 구경하다가

눈에 딱 들어온 저 녀석. 저 아이, 딱 보면 갖고 싶어지지 않나효.

고양이 말고도 이런 아리따운 자태의 소녀들과 요정들도 잔뜩 귀엽긴 했지만, 고냥이보단 못해, 라고 멋대로

생각하고는 더이상 눈길도 주지 않았다. 고양이에 대한 절개..랄까.

암튼, 내가 샀던 건 요녀석들, 발을 늘어뜨리고 새근대며 잠들어 있는 모습이라니. 꺄아.

공항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 점심, 샹젤리제를 걷다가 역시나 발이 땡겼던 곳은 뽕드뺑. 뽈을 가줄까 하다가

그럴듯한 야외 테이블에 빈 자리가 없어서 여기로 와서 간단히 빵과 에스프레소로 요기.

왠지 파리지앵들은 휴가 마지막날 공항으로 가기 직전의 여행자보다도 여유로워 보였다. 휴가를 위해 일한다는

그들, 나도 그렇긴 하지만 그들은 조건부터가 다르다. 일년에 4주 휴가는 보통, 6주에서 8주 휴가도 전혀 드물지

않다는 삶의 질을 누리는 그들. 축복받은 사람들이다. (안다, 그건 축복이 아니라 싸워서 쟁취한 '상식'이다.)

거리 공연이 늘 벌어지던 지하철 역사 내 그 장소, 어김없이 어느 아티스트의 공연이 벌어지고 있었고 행인들은

적잖이 발걸음 멈추고 구경중이었다. 파리의 마지막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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