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한 켠에서 뒤뚱맞게 어기적대던 오리. 어디선가는 개 대신 오리더러 집을 지키라 시킨다던데, 이 녀석도

목청은 타고 났다. 꽥꽥 꾸엑 그엑 구웩~ 좀만 있음 피토하며 득음하시겠다.

실컷들 사랑하라 가슴이 있을 때, 죽은 뒤에도 네 사랑 간직할 가슴 있겠니.

두 가지다. 가슴이 무슨 밥사발도 아니고 거기에 사랑을 무덤밥모냥 퍼담는 것도 아닐진대, 그리고 '사랑하라'는
 
여리고 고운 메시지를 이렇게 반말투로 해서야 되겠니.

그 옆에 천지호. 윙버스였던가, 에서 보았던 천지연의 대표 이미지였던 거 같은데 이 돛의 그림은.

천지연 폭포를 보러 가는 길은 두 갈래, 보통 오른쪽으로 걸어들어가 폭포를 보고는 왼쪽길로 돌아나온다. 몇 번쯤

제주도 올 때마다 들렀던 거 같은데, 좀체 기억이 안나신다는 동생님의 기억상실증 치유를 위해 다시 간 길이었다.

구멍 송송난 현무암 재질의 돌하르방, 최근 모아이석상의 모자를 어떻게 씌웠는지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던가,

서태지의 공연이 보고 싶어, 왠지 방구석에 기대어 앉아 두 무릎을 잔뜩 끌어당긴 채 움츠러든 모습 같지 않나..

라는 식으로 마구 자유연상을 뻗게 해준 돌하르방들.

드디어 천지연 폭포, 온통 대기를 젖게 만드는 폭포의 포스도, 엠씨스퀘어나 아이도저처럼 규칙적인 음향을 내며

떨어지는 폭포수의 호쾌한 소리도, 동생님의 기억상실증을 치유하진 못했다. 다만 이제 다시 기억을 꾹꾹 눌러

담았을 테니 됐다.

여름에 수량이 좀더 많았었을 때 왔던가, 내 기억에 비해보면 조금 수량이 줄은 거 같기도 하다.

천지연 폭포 앞에서 이리저리 사진을 찍고 돌아서는 길, 다른 때에도 그랬듯 폭포에 최대한 가깝게 접근해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무리무리 자리잡고 있었고, 친구끼리 여행온 듯한 유쾌한 녀석들 몇몇은 폭포수로 가글하는

사진 연출에 여념이 없다. 왜 그런 거, 피라밋을 손끝으로 잡아올리고 에펠탑을 두손으로 미는 사진처럼.

삼복이 온다고 했다. 거북이와 원앙과 또 하나가...뭐였더라. 장수, 금슬, 또 하나는 백방 출세의 아이콘이었을 텐데,

여튼 다리 아래 저들이 붙잡고 있는 바구니 속에 동전을 넣는데 성공하면 출세도 하고 사랑도 지키며 오래 살 수

있다는 이야기. 원래 안 그런데 단번에 성공했다. 이 날을 기점으로 인생이 바뀌었어, 라고 훗날 말하게 될까.ㅋ

천지연 폭포에서 돌아나오는 길에 저 절벽 어딘가를 잘 보면 사람 얼굴이 나타난다던가. 기본적으로 너무 어둡게

찍은 탓도 있지만, 맨눈으로 봐도 난 잘 모르겠더라. 차라리 그 커다란 바위 병풍 위에 우거진 나무들의 짙푸른

녹음이 와닿았다.

천지연 물줄기가 돌틈을 타고 내려와 바다로 흐르는 길.

천지연 물줄기가 돌틈을 타고 내려와 바다로 흐르는 길을 찍는 사람이 찍힌 사진.

감귤초콜렛은 이미 익숙해졌을 만큼 성공한, 안정된 상품인 거고, 새롭게 등장한 응용상품들이 눈에 띄었다.

제주감귤주, 감귤와인, 백년초초콜렛, 감귤크런치초콜렛...감귤와인이 정말 궁금했다. 복분자와인이니 뭐니

많지만 늘 궁금했던 건, '와인'이란 단어가 애초에 '포도로 만들어진 것'이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건 아닌가?

감귤와인이 아니라 감귤(과실)주 정도가 맞을 거 같은데. 그런 건 차치하고 일단 맛이 너무너무 궁금했지만

운전을 해야 했어서 안타깝게도 패스.

딱 이거다. 돌하루방 중에 가끔 찐따같은 포즈와 표정을 가진 것들이 있다고 느꼈었는데, 딱 이거다.

이녀석의 속마음. "흥, 아무리 옆에서 아줌마들이 날 떼어놓고 자기들끼리 좋다고 웃으며 떠들고 있어도 괜찮아.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내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보이는 건 한라산의 용암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기억하기

때문일 뿐이고, 두무릎을 바싹 땡겨 안은 채 안쓰러워 보이는 포즈를 굳이 잡고 있는 건 그저 무릎이 시려웠을

뿐이야. 기억할지 모르지만 난 제주 할방/하루방이라구. 건방지게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젊은 것들이 말야."


미안해 할방...풋.

* 천지연 티켓. 티켓에 나온 사진이나 지금이나 별반 유량의 차이는 눈에 안 띈다. 원래 이런 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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