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 푸우가 변태랍니다. 아랫도리가 휑한 이녀석 주전자도 변태인가 봅니다. 상후하박, 하체부실, 그런

단어들을 머릿 속에서 퍼올리게 만드는 주전자로군요.


주전자군은 누가 볼세라 소변기에 바싹 붙어 볼일을 봐야 할 겁니다. 그의 위풍당당한 '부리'는 마치 헛한데다

헛힘쓴 결과로 울퉁불퉁해진 초콜렛 복근을 연상케 하네요.

찻잔은 순진한 척 발갛게 물들고 말았습니다. 겉껍데기처럼 속껍데기까지 꽃무늬가 화려한 찻잔에겐, 거의

자연상태나 다름없이 헐벗은 차주전자의 자태가 부끄러웠던 거겠죠.


혹은 흥분했던 건지도 모릅니다. 주전자와 찻잔은 어쨌거나 한 쌍인 데다가, 게다가 음양의 조화를 따지건대 

성별은 명확하여 주전자군, 찻잔양이 맞지 않으려나요. 뭐, 찻잔이 무슨 생각을 했던 찻잔 속 태풍이지만요.

방심하고 있던 차주전자는 어느새 저만치 떨어져 버린 찻잔을 뒤쫓습니다. 아랫도리에 찬바람이 쎄하니

들어와 바싹 말려올리는 지금은, 같잖은 봄 3월말.


그러고 보면 그들의 무늬는 어디선가 부자연스럽게 끊겨 있었습니다. 뚝 분질러 나눠가졌다던 정인의 증표처럼

왠지 그들의 꽃무늬는 서로에게 힌트가 되어줄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주전자의 selling point랄까요.

이윽히, 자웅동체가 되어버렸습니다. 달팽이처럼 뽈뽈뽈, 찻잔과 주전자는 찻잔받침 위를 조용히 기어가지만

성마르게 다그치는 눈길 아래선 그저 멈춰선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그렇게 만개한 꽃 한송이가 풍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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