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이화동, 에피톤 프로젝트

 

 

 

 우리 두 손 마주잡고 걷던 서울 하늘동네

 

 

 

좁은 이화동 골목길 여긴 아직 그대로야

 

 

 

 

 

 

 

그늘 곁에 그림들은 다시 웃어 보여줬고

 

 

 

 

하늘 가까이 오르니 그대 모습이 떠올라

 

 

 아름답게 눈이 부시던 그해 오월 햇살

 

 

 

푸르게 빛나던 나뭇잎까지 혹시 잊어버렸었니.

 

 

 

 

 우리 함께 했던 날들 어떻게 잊겠니?

 

 

 

아름답게 눈이 부시던 그 해 오월 햇살

 

 그대의 눈빛과 머릿결까지 손에 잡힐 듯 선명해

 

 

 아직 난 너를 잊을 수가 없어

 

 

 

 

 그래, 난 너를 지울 수가 없어...

 

 

 

 

 

너무 빨리 잊어버렸다 했더니

 

그럼 그렇지 이상하다 했더니

 

벌써 몇달째

 

구석자리만을 지키고 있던 음반을

 

괜히 한번 들어보고 싶더라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심했지

 

이게 그때 그 노래라도 그렇지

 

달랑 한 곡 들었을 뿐인데도

 

그 많고 많았던 밤들이

 

한꺼번에 생각나다니

 

 

예쁜 물감으로

 

서너번 덧칠했을 뿐인데

 

어느새 다 덮어 버렸구나

 

하며 웃었는데

 

알고 보니

 

나는 오래된 예배당 천장을

 

죄다 메꿔야 하는

 

페인트장이였구나

 

 

그렇다고 내가 눈물 한 방울

 

글썽이는 것도 아니지만은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심했지

 

이게 그 때 그 노래라도 그렇지

 

달랑 한 곡 들었을 뿐인데도

 

그 많고 많았던 밤들이 한꺼번에 생각나다니

 

 

song by '장기하와 얼굴들'

 

 

"밤하늘 무수한 별들 가운데 하나를 봅니다.

 

지구의 많은 사람들 가운데 내가 지금 그 별을 봅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도 이처럼 수천만 분의 일의

 

우연과 같은 필연으로 인연을 맺습니다."

 

 

 

몇 주에 걸친 야근을 마치고 회장 보고까지 마친 날, 회식에 더해 모처럼 아저씨들과의 노래방 자리까지.

 

그렇고 그런 트롯과 팝송과 최신 가요가 난무하던 가운데 귀에, 가슴에 확 꽂혀버린 노래 하나.

 

왕의 남자 OST이기도 했으니 모르던 노래는 아니었지만, 문득 가사가 곱씹히고 감정이 트였다.

 

 

 

 

'인연', 이선희.

 

 

약속해요 이순간이 다 지나고
다시 보게 되는 그날
모든걸 버리고 그대 곁에 서서
남은 길을 가리란 걸

인연이라고 하죠 거부할 수가 없죠
내생에 이처럼 아름다운 날 또 다시
올 수 있을까요

고달픈 삶의 길에 당신은 선물인 걸
이 사랑이 녹슬지 않도록 늘 닦아 비출게요

취한듯 만남은 짧았지만 빗장 열어
자리했죠 맺지 못한대도
후회하진 않죠 영원한건 없으니까

운명이라고 하죠 거부할수가 없죠
내생에 이처럼 아름다운 날 또 다시
올 수 있을까요

하고픈 말 많지만 당신은 아실테죠
먼길 돌아 만나게 되는 날 다신 놓지 말아요

이생에 못한 사랑 이생에 못한 인연
먼길 돌아 다시 만나는 날 나를 놓지 말아요

 

 

초보비행 (by 에피톤프로젝트,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

 

 

서툰 실력이 늘 힘들지만

오늘만큼은 내 모든 용기를 같이 가자

우린 모든 것이 다르지만

할 수 있는 만큼 어디로든지

이렇게나 많은 짐은 필요없어

준비되면 이제 내게 말해

함께 가자 그 어디든 내 손 잡아 그대여

내 손 잡아 날 붙잡아

휘청이는 별에 넘어지지 않게

수많은 시간의 기적들을 끌어안고

할 수 있는 마음 모두 다해

같이 가자 그 어디든 내 손 잡아 그대여

내 손 잡아 날 붙잡아

휘청이는 별에 넘어지지 않게

 

 

우리의 음악

 

 

유난히 길었던 계절이 가고

아쉬운 봄의 끝에서

우리가 처음 만난 걸 기억해

말투와 글씨를 알아나가며

그대가 좋아한다던

음악을 듣고 다닌 걸 기억해

그대여 사랑을 미워하진마

우리가 함께 했던 계절을

때로는 눈부시던 시절을

모든게 조금씩 빛을 바래도

우리가 함께 듣던 노래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어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나면

그대가 듣던 음악을

다시 또 듣고 있겠지

오늘처럼

 

 

 

새벽녘

 

밤새 내린 빗줄기는

소리없이 마름을 적시고

구름걷힌 하늘 위로

어딘가 향해 떠나는 비행기

막연함도 불안도

혹시 모를 눈물도

때로는 당연한 시간인 걸

수많은 기억들이 떠올라

함께 했던 시간을 꺼내놓고

오랜만에 웃고 있는 날 보며

잘 지냈었냐고 물어보네

수많은 기억들이 떠올라

함께 했던 시간의 눈물들은

어느샌가 너의 모습이 되어

잘 지냈었냐고 물어보네

 

 

중학교 때, 죽어라 부숴라 하던 노래를 찔끔찔끔 듣던 시기에 친구가 내게 선물했던 앨범이 하나 있었다.(여전히 갖고 있다.)

 

한국의 헤비메탈 그룹이라는 '블랙홀'의 4집, Made in Korea.

 

(그림은 네이버에서 업어옴)

 

 

백제 말기에 창건되어 백제의 멸망과 함께 폐사되었다던 고란사의 이야기를 다룬 '고란초의 독백' 같은 서정적인 곡들은

 

바로 귀에 꽂혔고, 알고 보니 실제 5.18 광주항쟁 때 죽어간 어느 고등학생의 일기를 가사로 그대로 갖고 왔다는

 

'마지막 일기' 같은 곡들은 그런 내막을 알기 전부터 가슴을 뜨겁게 달궜었다.

 

 

공식적으로 기억되는 비극이야 '박제화된 유물'임을 자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테니, 올해 2012년의 5.18이

 

아무런 공식적인 언급이나 조명없이, 권력자가 하사하는 말의 성찬없이 지나는 것은 오히려 그만큼 생생하게

 

되살아나야 한다는, 원래의 모습에 가까워진다는 의미가 아닐까.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런가 하면 "815 419 516 1212 518 629 그리고,"라며 성수대교니 삼풍이니로 이어졌었던 '공생관계'의 가삿말이란.

 

숨가쁘게 이어지던 이땅 민주화의 역사, 지금 이 가사는 어디로 이어져야 할까. 되돌이표 앞에 멈춰서 어디까지

 

돌아가야 할지 멈칫거리게 되는 느낌.

 

 

 

 

마지막 일기.

 

 

사실 두려워요 내게 다가올 시간이 아직도 내겐 너무도 벅차요 .
먼저 떠난 친구들의 눈물이 생각이 나요 아직도 내가슴엔 흘러요.
이 어둠이 가기 전에 나의 짧은 시계소리 멈추고.
워~나도 잊혀 지겠지.
달빛 아래 펼쳐 있는 나의 일기장에 그린 어머니
워~ 영원히 사랑~해~요.

* 못다한 나의 숨결은 5월의 하늘위에 붉게 펴있는 눈부신 큰빛이 되어 그리운 모든 사랑을 바라볼꺼야

이 어둠이 가기 전에 나의 짧은 시계소리 멈추고.
워~ 나도 잊혀 지겠지.
달빛 아래 펼쳐 있는 나의 일기장에 그린 어머니
워~ 영원히 사랑~해~요.

* 못다한 나의 숨결은 5월의 하늘위에 붉게 펴있는 눈부신 큰빛이 되어 그리운 모든 사랑을 바라볼꺼야

 

 

 

 

* 구글에서 '518 광주 사진'이란 검색어로 찾으면 수두룩하게 나타나는 핏빛 사진들.

 

 

 

공생관계

 

 

오렌지,야타,러브호텔,압구정,로데오거리,X세대,카피,일본,노바다야끼,가라오케,
Rock Cafe,눈먼 아이들 신세대, 놓치지 않는 장사속 그리고 T.V,RADIO


수없이 쏟아지는 일회용 스타 땀흘리지 않고 쉽게 즐길수있는 듯 똑같은 모습들 생각도 귀찮은 웃음뿐

인명경시 패륜범죄 도덕이 실종된 사회상 그러나 누굴 탓해 따지고 보면 공생관계

 

나만이 잘 살아보세 우리만이 잘 살아보세

 

삼국 김유신 김춘추 소정방 당나라 그리고 김부식 조선말기 매국오적과 일제 36년 친일파
8.15,6.25,5.16,12.12,5.18,6.29 그리고 성수대교 대구,서울의 삼풍에 비극

 

아무리 큰일에도 길지않은 기억력 아무도 책임 없는 온갖 크고 작은 사고들
항상 불안한 나날들 보이지 않는 눈물들 그러나 누굴 탓해 따지고 보며는 공생관계

 

나만이 잘 살아보세 우리만이 잘 살아보세

 

쉽게 벌어 쉽게 쓰는지 놀아야만 잘난 것인지
물은 물이요 산은 산 태양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어둠이 지나면 새벽오고 겨울에 들리는 봄소식

수많은 시간이 흘러도변하지 않는 진리를 믿어온 많은 침묵

 

언제나 가려진 듯 하지만 결국엔 무너지는 조선 총독부, 식민사관 낱낱이 드러나는 암울한 시대의 조각들
수많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진리로 믿어온 많은 침묵


그들의 또다른 공생관계

 

 

 

고란초의 독백.

 

 

맑게 개인 날이어도 눈뜨고 싶지 않아
아름다운 소리라도 듣고 싶지가 않아

눈 비 바람 몰아쳐도 나는 애써 견뎠어

모두 태워 지웠어도 나를 지울순 없어
홀로 간직한 기억 꽃이 떨어지던
홀로 지켜온 사랑 백제의 마음

고란사의 종소리도 묻혀 버리었지만
가느다란 나의 몸은 바위틈에 남았어
온몸으로 눈물짓는 나의 이름 고란초

 

 

 

 

 

 

 

두 명의 남자, 두 명의 여자가 있다. 그리고 첫눈에 반한 네 개의 사랑이 있다.

 

 

#1. 첫번째 남자. 사랑이란 '상대'라는 책을 남김없이 읽고 이해하 것이라 믿는다.

 

우선 쥬드 로가 연기한 댄. 그는 자신이 매력있다는 걸 아는 남자다. 처음 만나는 여자에게 자신의 매력을 자연스럽게

 

발산하고 상대를 끌어내는 방법을 아는 사람. 그에게 포섭된 건 두 명의 여자였다. 먼저 그가 손에 넣고 싶다 생각한 건

 

앨리스,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를 발판삼아 만나게 된 안나. 두 명의 여자 사이를 진동하며 그는 자신의 소유욕을 한껏

 

채우려 든다. 맞다. 그의 사랑은 소유욕의 형태를 띈다. 상대에 대한 자신의 관대하고 진실한 사랑을 과시하려 들면서

 

상대가 자신에게 완전히 무장해제한 채 앞에 설 것을 요구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녀의 마음 밑바닥까지 검열하고

 

타인의 흔적을 지우거나 공유하려 한다. 감내할 수 있을까. 그녀, 그리고 그가.

 

 

때로 그렇다. 끝내 견뎌내지 못할 '진실', '진심'을 알고 싶다며 지나간 사랑 이야기를 채근하거나 옛 애인에 대해서

 

꼬치꼬치 물어보는 불퉁맞은 심술이 있다. 그게 심술을 넘어 내 안의 불안감과 결벽증으로 발전한다 싶을 때도 있다.

 

우리의 사랑이 아름답기 위해서, 완전하기 위해서는 마치 백퍼센트의 순금을 정련하듯 당신과 나의 마음 속에서 티끌과

 

부스러기들을 모두 쓸어내야 한다는 강박이다. 당신을 이해하고 싶다는 욕망이 맹렬히 불붙었을 때, 당신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쌍끌이 어선으로 샅샅이 긁듯이 읽어내리면 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의 발현이기도 하다. 상대를

 

사랑한다는 게 상대를 남김없이 알아야 한단 건 아닌데, 사랑을 시험에 들게 하는 무모한 짓을 벌이고 말았다.

 

 

 

#2. 두번째 남자. 사랑이란 적당한 스킬과 경험치로 쌓아올려진 섹스와 비슷한 것이라 믿는다.

 

클라이브 오웬의 래리. 그는 여자의 마음을 잘 아는 남자다. 어떻게 해야 여자가 웃을지, 어떻게 해야 여자를

 

안심시킬 수 있을지, 그리하여 어떻게 해야 여자가 편안하게 기댈 수 있는 남자를 연기할 수 있는지 아는 남자다.

 

그렇게 댄으로부터 안나를 끝내 되찾아오는 걸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그는 여자의 마음을 잘 아는 척,

 

사람의 마음을 잘 아는 척 하지만 정작 앨리스가 그녀의 본명을 말할 때조차 그 진심을 읽어내지 못한다. 사실 안나를

 

되찾아 온 것도, 안나의 마음을 읽어서라기보다는 같은 남자인 댄의 조바심을 읽고 상처를 예비했기에 가능했던 거니까.

 

 

아는 척 하는 남자. 선수인 척 하는 남자들, 그리고 여자들이 꽤나 있다. 연애를 많이 해봤다느니, 이럴 땐 이렇고

 

저럴 땐 저러면 된다는 식의 일반론들. 전부 시덥잖다. 래리가 그런 재기발랄한 몇 마디 말들로, 시의적절한 이벤트와

 

감동을 안길 수 있는 멘트로 상대의 마음을 얻었던 건 잠시뿐, 그조차 상대의 마음 깊은 곳은 미동도 않았을지 모른다.

 

그런 허랑한 지식이니 얕은 경험 따위를 양손에 쥐고 요리할 수 있는 상대란 없는 거다. 래리에게 부족했던 건 뭘까,

 

그는 여자의 마음을 진정으로 알려고 한 게 아니라 아는 척 연기했던 거 아닐까. 그가 집착하는 '섹스'를 위한 지름길이라

 

여기며 스스로 감탄할지 몰라도 그의 옆에 남은 여자, 안나는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3. 첫번째 여자. 사랑이란 자칫 방심하면 자신이 다치는 불, 어느때고 꺼버릴 준비가 필요하다 믿는다.

 

나탈리 포트만, 그녀가 연기한 앨리스 혹은 제인. 그녀는 누굴까. 그녀는 댄을 진짜 사랑했을까, 래리도 사랑했던 걸까.

 

뭐 하나 쉽지 않다. 그녀의 이름. 왜 본명을 숨겼을까. 그저 순간의 장난이었을지도, 잊고 싶던 과거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더이상 사랑하지 않아, 잘 있어"라는 말로 상대가 더는 말도 못 붙이게 하고 떠나버린단 말. 어떻게 그렇게 모질 수 있을까.

 

그건 흔한 말로, 이전 사랑의 상처 때문인지도 모른다. 혹은 그냥 그녀만의 사랑법일 뿐인지도 모른다. 댄에게 그녀가 이별을

 

선언할 때는 이 말을 덧붙였었다. '난 평생 널 사랑하려 했는데.' 진심일 수도 있었을 거고, 혹은 미안함의 발로였을 수도.

 

진심이라기엔 끝내 숨겼던 그녀의 본명이 걸리고 '진실'을 강요하는 댄의 익숙한 유치함을 참아주지 않은 게 걸린다.

 

 

문득 비약일지 모르지만, 그녀는 처음부터 사랑에 빠지길 겁내고 있는 건 아닐까. 언제라도 한발 뒤로 뺄 구석은 남겨두고,

 

본명 뒤로, 사랑하지 않는단 야멸찬 선언 뒤로 숨을 준비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남자와 희롱하거나 댄과 이야기할 때의

 

그녀는 사랑을 비웃고 쿨한 척 굴지만, 그건 일종의 징후다. 그녀는 분명 사랑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다. 영리한 척 어리숙한

 

남자 둘보다 훨씬 더. 첫눈에 반한 사랑이 숙명이라며 안나와의 '바람'을 정당화하려는 댄에게 그녀가 한 말, '사랑은 순간의

 

선택'이란 말의 노회함이라니. 그렇지만 정작 그녀야말로 사랑을 많이 아는 만큼 겁내게 되어버렸고, 끝내 뜨뜻하게 즐길 수

 

있는 정도의 사랑만 취하고 떠나는 사람이 된 건 아닐까. 여전히 마음은 시리고 문득 눈물로 무너져내릴지언정.

 

 

 

#4. 두번째 여자. 사랑이란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가면 그뿐, 운명이라 믿는다.

 

줄리아 로버츠가 연기한 안나. 그녀가 댄과 래리 사이에서 진동하는 것을 보고 살짝 답답증이 일었던 것은, 대체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 건지 분명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댄에게 거부할 수 없는 끌림을 느꼈으며, 또한 래리에게서

 

또다른 매력과 호감을 느꼈다. 어떤 걸 사랑이고 어떤 건 사랑이 아니라 말할 수 있을까. 약간은 도발적이고 위태로운

 

관계, 그리고 편안하고 안정적인 관계로부터 비롯했을 뿐 두 가지 모두 사랑이라 하면. 그녀는 자기 앞에 놓인 두 개의

 

사랑 중에서 무엇을 택하고 싶었던 걸까. 어쩌면, 그저 둘다 갖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하는 데 혐의를 두는 게 낫겠다.

 

 

어쩌면 그녀는 앨리스(혹은 제인)와 정반대의 애정관을 가진 인물, 그녀에게 사랑은 순간의 선택이 아니라 자연스레

 

다가온 운명이며, 감히 먼저 거부하거나 부정할 수 없는 운명이어야 한다. 그래야 그렇게 두 조각난 자신의 세계를

 

가까스로나마 보호할 수 있을 거다. 댄의 세계와 래리의 세계, 두 세계가 합쳐져야 그녀에게 완전하니까. 그 두 세계

 

어디에도 완전히 투신할 수 없는 그녀, 선택을 강요받는 지경에 이르러 댄이건 래리건 누군가의 옆에 머물게 되었지만

 

이미 그녀는 조각난 세계 앞에서 자신의 사랑을 잃어버린 건 아닐까.

 

 

 

*                                                             *                                                           *

 

그래서, 두 명의 남자, 두 명의 여자가 만들어낸 네 가지의 사랑이야기는 모두 비극이다. 그게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른

 

첫눈에 반한 사랑이었다 믿어지던, 혹은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누군가를 향해 열었던 마음이었던, 결국은 스스로가

 

생각하는 방식의 사랑을 쌓아올리다가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사랑이 어디에 이르러 하트 모양의 공을 터치다운해야

 

비로소 성공하고 완성된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 모든 건 사랑에 빠지기로 '순간의 선택'을 하고 나서 '당신'이라는 거대한 블랙박스 앞에서 자신이 가진

 

최대한의 지식과 지혜와 경험치를 살려서 그 드문드문한 신호들을 해독해 보려 애쓰면서부터 예정된 비극인지도 모른다.

 

당신의 침묵이, 당신의 웃음이, 당신의 손짓이 가진 알 수 없는 뉘앙스와 의미에 겁먹지 않고 내게 친숙하고 익숙한

 

것으로 바꿔보려는 시도는 대체로 오해와 균열을 낳고 만다.

 

 

사랑을 한다는 건 서로 완강히 뻐팅긴 채 멀어지려는 직선 두개를 잡아매두는 것과 같을지도 모르겠다. 그야말로

 

한땀한땀, 두꺼운 무명실을 대바늘에 꿰어 직선 두개 허리춤에 둘둘 묶어서 촘촘하게 바싹 붙여두는 식이랄까나.

 

그건 시지프스의 신화에 비견될만큼 지난하고 고단한 일이겠지만, 그래도 어쩌나. 사람이 변하지 않는 게 사실이고

 

사람이 사랑없이 살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면, 허리춤이 아니라 속고쟁이라도 잡고 늘어져야지.

 

 

왠지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이소라의 노래 가사 한 대목이 떠오른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바람이 분다, 2004)

 

네 명의 사랑 이야기가 비극적이란 점에서 이렇게도 한결같을 수 있구나, 싶어서일까. 또 이야기의 처음과 끝이

 

이렇게도 다를 수 있구나, 싶어서일까. 또, 결국 Hello, Stranger로 시작한 영화가 Bye, Stranger로 끝나는 거 같아서일까.

 

 

영화는 짧았지만 생각이 한없이 늘어진다. 한번 보고, 다시 또 보고, 그러고 나서도 할 말이 정제되지 않아 이렇게

 

길어지다니. 영화의 여운도 여운이지만 노래 탓도 크다. 요새 잠들기 전 꼭 한번은 듣고 잠드는 노래.

 

 

 

 

 

And so it is
Just like you said it would be
Life goes easy on me
Most of the time
And so it is
The shorter story
No love, no glory
No hero in her sky

당신이 말한 대로 되어 버렸죠.

대부분의 시간, 나는 인생을 편하게 받아 들이게 되었죠.

그건 아주 짧은 이야기죠.

사랑도 없고, 영광도 없고,

그녀의 하늘에는 영웅도 없는,

짧은 이야기..


I can't take my eyes off of you
I can't take my eyes off you
I can't take my eyes off of you
I can't take my eyes off you
I can't take my eyes off you
I can't take my eyes..

당신에게 눈을 뗄 수가 없어요.

당신에게 눈을 뗄 수가 없어요.


And so it is
Just like you said it should be
We'll both forget the breeze
Most of the time
And so it is
The colder water
The blower's daughter
The pupil in denial

그래요.

당신이 말했던 것 처럼,

대부분의 시간에는

우리 둘 다 그 소문들은 잊어야 할 거예요.

그래요.

차가운 물.

허풍쟁이의 딸.

부정하는 눈동자..


I can't take my eyes off of you
I can't take my eyes off you
I can't take my eyes off of you
I can't take my eyes off you
I can't take my eyes off you
I can't take my eyes..

당신에게 눈을 뗄 수가 없어요.

당신에게 눈을 뗄 수가 없어요.

 

Did I say that I loathe you?
Did I say that I want to
Leave it all behind?

당신이 싫다고, 내가 얘기 했었나요?

내가 말했었나요?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떠나 버리고 싶다고..


I can't take my mind off of you
I can't take my mind off you
I can't take my mind off of you
I can't take my mind off you
I can't take my mind off you
I can't take my mind..
My mind...my mind..
'Til I find somebody new

내 마음을 당신에게서 뗄 수가 없어요.

내 마음을..내 마음을..

새로운 누군가를 찾을 때 까지는요.

 

 

 

 


돼써 돼써 이제 그런 가르침은 돼써
매일 아침 일곱시 오십분까지 우릴 조그만 교실로 몰아넣고.



이제 됐다고 소리칠 곳도 모호해진, 누가 몰아넣는지도 모르게

스스로 넥타이를 졸라매고 천장낮은 조그만 사무실로 발걸음하고 있는 나는야 서른두살.

나이를 엔간치 먹었어도 몸뚱이만 늘어나고 주름만 생겨났지 나아지기는 커녕 그자리 그대로구나.


서태지 1집이 나온 게 1992년 3월 23일이었다니 어느새 이십년 전이다.

그새 국내 가요시장은 K-POP으로 바뀌었고 '교실이데아'를 목놓아 부르던 아이들은 넥타이를 맨 어른이 되었다.

아, 그러고 보니 서태지는 이미 어른들을 위한 노래도 만들었댔다. 시대유감.


거 짜식들 되게 시끄럽게구네 그렇게 거만하기만 한 주제에
거짓된 너의 가식때문에 너의 얼굴 가죽은 꿈틀거리고

나이든 유식한 어른들은 예쁜 인형을 들고 거리를 헤메 다니네
모두가 은근히 바라고 있는 그런날이 오늘 바로 올것만 같아



'나이든 유식한 어른들'을 까는 가사에 속이 후련한 건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조금 찔려오는 건

아무래도 이십년 가까이 흐른 시간 탓인지 모른다. 어쨌던 서태지와 아이들 20주년..! 스페셜한 뭔가 없으려나.





교실 이데아

됐어(됐어)이젠 됐어(됐어)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그걸로 족해(족해)이젠 족해(족해)
내 사투로 내가 늘어놓을래

매일아침 일곱시 삼십분까지
우릴 조그만 교실로 몰아넣고
전국 구백만의 아이들의 머리속에
모두 똑같은 것만 집어넣고 있어
막힌 꽉 막힌 사방이 막힌
널 그리곤 덥썩 모두를 먹어 삼킨
이 시커먼 교실에서만
내 젊음을 보내기는 너무 아까워

좀더 비싼 너로 만들어 주겠어
네 옆에 앉아있는 그애보다 더
하나씩 머리를 밟고 올라서도록 해
좀 더 잘난 네가 될수가 있어

왜 바꾸진 않고 마음을 조이며 젊은날을 헤멜까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

됐어(됐어)이젠 됐어(됐어)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그걸로 족해(족해)이젠 족해(족해)
내 사투로 내가 늘어놓을래

국민학교에서 중학교로 들어가며
고등학교를 지나
우릴 포장센타로 넘겨
겉보기 좋은 널 만들기위해
우릴 대학이란 포장지로 멋지게 싸버리지
이젠 생각해봐 대학!
본 얼굴은 가린 체 근엄한 척
할 시대가 지나버린건
좀더 솔직해봐 넌 알수 있어

좀더 비싼 너로 만들어 주겠어
네 옆에 앉아있는 그애보다 더
하나씩 머리를 밟고 올라서도록 해
좀 더 잘난 네가 될수가 있어

왜 바꾸진 않고 마음을 조이며 젊은날을 헤멜까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
왜 바꾸진 않고 마음을 조이며 젊은날을 헤멜까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

됐어(됐어)이젠 됐어(됐어)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시대유감(時代遺憾)

왜 기다려왔잖아 모든 삶을 포기하는 소리를
이 세상이 모두 미쳐버릴 일이 벌어질것 같네

거 짜식들 되게 시끄럽게구네 그렇게 거만하기만 한 주제에
거짓된 너의 가식때문에 너의 얼굴 가죽은 꿈틀거리고

나이든 유식한 어른들은 예쁜 인형을 들고 거리를 헤메 다니네
모두가 은근히 바라고 있는 그런날이 오늘 바로 올것만 같아

검게 물든 입술 (정직한 사람들의 시대는 갔어)
숱한 가식속에서 (오늘은 아우성을 들을수 있어)

왜 기다려왔잖아 모든 삶을 포기하는 소리를
이 세상이 모두 미쳐버릴 일이 벌어질것 같네

부러져버린 너의 그런 날개로 (너는 얼마나 날아갈수있다) 생각하나
모두를 뒤집어 새로운 세상이 오기를 바라네

너의 심장은 태워버리고 너의 그 날카로운 발톱들은 감추고
돌이킬수 없는 과거와 모두다 잘못되어 가고 있는데

검게 물든 입술 (정직한 사람들의 시대는 갔어)
숱한 가식속에서 (오늘은 아우성을 들을수 있어)

왜 (기다려왔잖아 모든 삶을 포기하는 소리를
이 세상이 모두 미쳐버릴 일이) 벌어질것 같네

바로 오늘이 두개의 달이 떠오르는 밤이야
네 가슴에 맺힌 한을 풀수 있기를...

오늘이야
This is a crazy world.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이죠.

These can be lonely times.
외로운 날들도 많겠죠.

It's hard to know who's on your side.
누가 내편인지 알기 어렵죠.

Most of the time.
거의 매번 그렇죠.


Who can you really trust.
누굴 믿고 의지할 수 있나요.

Who do you really know.
누굴 정말로 잘 안다고 자신하나요.

Is there anybody out there who can make you feel less alone.
조금이나마 당신을 덜 외롭게 해줄 사람이 어딘가에 있나요?

Sometimes you just can't make it on your own.
때로는 혼자서 헤쳐나갈 수 없는 일들이 있잖아요.


If you need a place where you can run,
만약 달려갈 곳이 필요하다면,

If you need a shoulder to cry on,
만약 기대어 울 수 있는 어깨가 필요하다면,

I'll always be your friend.
제가 언제나 당신의 친구가 되어드릴께요.


When you need some shelter from the rain,
쏟아지는 비를 피할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면,

When you need a healer for your pain,
당신의 아픔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면,

I will be there time and time again.
제가 매번 당신 곁에 있을게요.

When you need someone to love you,
만약 누군가가 당신을 사랑해 주길 바란다면,

Here I am, hmmm.
여기, 제가 있자나요.


If you have broken dreams, just lay them all on me.
만약 산산조각난 꿈들이 있다면, 그것들을 다 제게 내려놓으세요.

I'll be the one who understands.
제가 당신을 이해해 줄 그 한 사람이 될게요.

So, take my hand.
자, 제 손을 잡아요.


If you reach emptyness,
만약 마음이 텅빈 것 같다면,

You know i'll do my best
당신은 알죠. 제가 최선을 다해

To fill you up with all the love That I can show someone.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는 사랑으로 당신의 텅빈 마음을 가득채워 줄 것을.

I promise you you'll never walk alone.
당신이 절대로 혼자 걷지 않을 걸 약속할게요.


Well, if you need a place where you can run,
만약 달려갈 곳이 필요하다면,

If you need a shoulder to cry on,
만약 기대어 울 수 있는 어깨가 필요하다면,

I'll always be your friend.
제가 언제나 당신의 친구가 되어드릴께요.


When you need some shelter from the rain,
쏟아지는 비를 피할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면,

When you need a healer for your pain,
당신의 아픔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면,

I will be there time and time again.
제가 매번 당신 곁에 있을게요.

When you need someone to love you,
만약 누군가가 당신을 사랑해 주길 바란다면,

Here I am, oooo
여기, 제가 있잖아요.


Everybody needs somebody who keep a heart and soul in two.
누구나 마음과 영혼 둘 다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죠.

Well, if you need a place where you can run,
만약 만약 달려갈 곳이 필요하다면,

If you need a shoulder to cry on,
만약 기대어 울 수 있는 어깨가 필요하다면,

I'll always be your friend.
제가 언제나 당신의 친구가 되어드릴께요.


When you need some shelter from the rain,
쏟아지는 비를 피할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면,

When you need a healer for your pain,
당신의 아픔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면,

I will be there time and time again.
제가 매번 당신 곁에 있을게요.

When you need someone to love you,
만약 누군가가 당신을 사랑해 주길 바란다면,

Here I am.
여기, 제가 있잖아요.

Here I am.
여기, 제가 있잖아요...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노래하는 음유시인' 루시드폴의 작품들. 작년 '고등어'와 '평범한 사람'으로 홀딱 빠지고 나선 걷잡을 수 없이

맘 속에 자리잡은 그의 나즈막하지만 깊은 곳까지 와닿는 음색, 서정적이지만 떨림 가득한 가사. 그의 노래랄까,

읊조림이랄까, 속삭임을 듣고 있으면 달콤쌉쌀한 99% 다크초콜렛를 녹여먹는 느낌같기도 하고.


수줍게 관객에 인사하던 루시드폴, 두시간반동안 깨알같은 농담으로 행여나 졸릴까 관객까지 배려하던 그.

그렇지만 가끔은 걸터앉은 의자에서 바닥에 닿지 않은 두발을 까닥거리며 음률에 빠져들기도 하던, 천상 아티스트.

롤러코스터를 타고 내리꽂히던 2011년의 끝자락에서 포근한 백허그로 감싸안아주는 듯 하던 마법의 밤.

 

"오, 사랑" (오, 사랑, 2005)

고요하게 어둠이 찾아오는
이 가을 끝에 봄의 첫날을 꿈꾸네
만리 넘어 멀리 있는 그대가
볼 수 없어도 나는 꽃밭을 일구네

가을은 저물고 겨울은 찾아들지만
나는 봄볕을 잊지 않으니
눈발은 몰아치고 세상을 삼킬듯
이 미약한 햇빛조차 날 버려도
저 멀리 봄이 사는 곳 오, 사랑

눈을 감고 그대를 생각하면
날개가 없어도 나는 하늘을 날으네
눈을 감고 그대를 생각하면
돛대가 없어도 나는 바다를 가르네

꽃잎은 말라가고 힘찬 나무들 조차
하얗게 앙상하게 변해도
들어줘 이렇게 끈질기게 선명하게
그대 부르는 이 목소리따라
어디선가 숨쉬고 있을 나를 찾아
내가 틔운 싹을 보렴 오, 사랑

내가 틔운 싹을 보렴 오, 사랑 -


"봄눈" (레 미제라블, 2009)

자 내 얘기를 들어보렴
따뜻한 차 한잔 두고서
오늘은 참 맑은 하루지
몇 년 전의 그 날도 그랬듯이

유난히 덥던 그 여름날
유난히 춥던 그 해 가을, 겨울
계절을 견디고
이렇게 마주앉은 그대여

벚꽃은 봄눈 되어 하얗게 덮인 거리
겨우내 움을 틔우듯 돋아난 사랑

처음으로 말을 놓았던
어색했던 그날의 우리 모습
돌아보면 쑥스럽지만

손끝에 닿을 듯이 닿지 않던 그대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인데
하루에도 몇 번을 내게 물어봐도 나는 믿고 있어
떨어지지 않는, 시들지 않는, 그대라는 꽃잎

처음으로 말을 놓았던
어색했던 그날의 우리 모습
돌아보면 쑥스럽지만

손끝에 닿을 듯이 닿지 않던 그대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인데
하루에도 몇 번을 내게 물어봐도 나는 믿고 있어
떨어지지 않는, 시들지 않는, 그대라는 꽃잎

그대라는 꽃잎



"알고 있어요" (레 미제라블, 2009)

행복하게 웃어보자
오늘 너무 슬퍼보여
내말에 그저 조용히 웃던
그대의 뒷모습
하지만 웃고 있어도,
항상 울고있는 사람
한없이 고단한 그대 모습
멀리 사라지고

하루라는 짧은 시간
얼마나 많은 사람들
세상에 험한 말들로 그댈
아프게 했는지
여전히 어려운
눈빛으로 나에게 얘기하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왜 그러냐고

난 말하고 있었지
뒤돌아선 그대가
그런 눈물 흘리지 않아도 알고 있다고
다 알고 있다고

나도 그대의 하루에
무거운 짐이었다면
그래서 말 할 수 없었다고,
미안해 하진 마
하루라는 짧은 시간
얼마나 많은 사람들
세상에 험한 말들로 그댈
아프게 했는지
여전히 어려운
눈빛으로 나에게 얘기하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왜 그러냐고

난 말하고 있었지
뒤돌아선 그대가
그런 눈물 흘리지 않아도 알고 있다고
다 알고 있다고

넌, 여전히 어려운
눈빛으로 나에게 얘기하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왜 그러냐고
난 말하고 있었지
뒤돌아선 그대가
그런 눈물 흘리지 않아도 알고 있다고
다 알고 있다고
알고 있다고


"그대 손으로" (버스, 정류장 OST (L'Abri), 2001)

바람 부는 곳으로
지친 머리를 돌리네
나는 쉴 곳이 없어
고달픈 내 두 다리 어루만져주오
그대 손으로 그대 손으로

세찬 빗줄기처럼
거센 저 물결처럼
날 휩쓸어 간대도
좁은 돛단배 속에
작은 몸을 실으리
지금 가야만 한다면
그대 품으로 그대 품으로

태양은 그 환한 빛으로
어리석은 날 가르치네
당신은 따뜻한 온기로
얼어붙은 날 데워주네
언제나 아무 말 없이
그대 손으로 그대 손으로


"그리고 눈이 내린다" (아름다운 날들, 2011)

참 좋아라 했던
이 길 위엔 아무도 없는데
밤은 정말 이렇게
나도 모르게
조용하게 흘러가고 있어

날 보듬어 주던
그 눈빛은 사라졌지만
푸르고 푸르던 기억
아직도 향기로 남아
눈짓으로 인사하는구나

외롭다는 건
기다리는 것

잊혀지는 게
아무렇지 않도록

조금씩 아주 조금씩
하루 또 하루가 지나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찾을까

그래, 나는 약해졌는지 몰라
하지만 이 밤이 지나면
하늘은 밝아올 테고
거리는 분주할 테고
내 마음도 조금씩 환해질 거야

그래, 나는 약해졌는지 몰라
하지만 견디다 보면
여름은 다시 올 테고
겨울엔 눈이 올 테고
나는 다시 빛날 수 있겠지


"그대는 나즈막히" (레 미제라블, 2009)

그대는 나즈막히
당신은 언제라도 날
떠날 수 있어요
얘기하네

난 아무 말 못하고
두터운 목도리를 말 없이 벗어준 채
돌아서지만

세상에 어떤 인연은
변하지 않을지도 몰라
그래서 사람들 모두 껴안고서
조심스럽게 걸어가겠지

스쳐가는 말이라도
그렇게 얘기말아요
나에게 그대는 언제나
말할 수 없이 고마운 사람
사랑하는 나에게는
모질게 얘기말아요
언젠가 마음 변할 수도 있다고
말할 필요 없어요

세상에 어떤 인연은
변하지 않을지도 몰라
그래서 사람들 모두 껴안고서
조심스럽게 걸어가겠지

스쳐가는 말이라도
그렇게 얘기말아요
나에게 그대는 언제나
말할 수 없이 고마운 사람
사랑하는 나에게는
모질게 얘기말아요
언젠가 마음 변할 수도 있다고
말할 필요 없어요
필요 없어요
필요 없어요

언젠가 마음 변할 수도 있다고
말할 필요 없어요


"평범한 사람" (레 미제라블, 2009)

오르고 또 올라가면
모두들 얘기하는 것처럼
정말 행복한 세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나는 갈 곳이 없었네
그래서 오르고 또 올랐네
어둠을 죽이던 불빛
자꾸만 나를 오르게 했네

알다시피 나는 참 평범한 사람
조금만 더 살고 싶어 올라갔던 길
이제 나의 이름은 사라지지만
난 어차피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었으니
울고 있는 내 친구여
아직까지도 슬퍼하진 말아주게
어차피 우리는 사라진다
나는 너무나 평범한
평범하게 죽어간 사람
평범한 사람

알다시피 나는 참 평범한 사람
조금만 더 살고 싶어 올라갔던 길
이제 나의 이름은 사라지지만
난 어차피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었으니
울고 있는 내 친구여
아직까지도 슬퍼하진 말아주게
어차피 우리는 사라진다
나는 너무나 평범한
평범하게 죽어간 사람

너무나 평범하게 죽어간 사람
평범한 사람
평범한 사람
평범한 사람



"꿈꾸는 나무" (아름다운 날들, 2011)

내가 자라서
뭐가 되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
난 말하지 못한 채
잎새만 펄럭이겠지

얘기해도 될까
매일 내가 꾸는 꿈
비웃지 않고서 나의 얘기 들어준다면
한번 느릿느릿 얘기해볼까

따뜻한 집,
편안한 의자,
널찍한 배,
만원 버스 손잡이,
푸른 숲,
새의 둥지,
기타와 바이올린,
엄마가 물려준
어느 아이의 인형

하지만 이 세상에서
되고 싶지 않은 게
내게 하나 있다면
누군가를 겨누며
미친 듯이
날아가는
화살

내가 꾸는 꿈

얘기해도 될까
매일 내가 꾸는 꿈
비웃지 않고서 나의 얘기 들어준다면
한번 느릿느릿 얘기해볼까


작은 책상,
동그란 거울,
뜨거운 불빛,
시원한 그늘,
식탁 위 한 쌍의 젓가락과 술잔,
눈물 닦아줄 휴지,
사랑 전해줄 편지

하지만 이 세상에서
되고 싶지 않은 게
내게 하나 있다면
누군가를 겨누며
미친 듯이
날아가는
화살




막다른 통로 끝 비상구 사인 속에 황망히 선 채 굳어버린 녀석은,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인지 강렬하게

하얗고 파란 불빛을 쏘아내고 있었다. 공연장 1층에서 뻗어올라온 조명들만큼이나 선명하고 강렬한 색감의

빨갛고 파란 의자들이 얕은 내를 건네우는 징검다리처럼 점점이 놓였더랬다.


왠지 정엽의 '니자리'란 노래가 생각나던. 텅빈 의자들, 누군가가 앉았던, 혹은 앉을 그 자리에는

사람의 온기따위 간데없고 누군가의 실루엣과 상념만이 스물스물 물안개처럼 피어오르더이다.



니자리 (에코브릿지 Feat. 정엽 of 브라운아이드소울)


이제와 멍하니 생각해보면
참 바보같았어
내 눈에 눈물이 고여진것도
떠나서 한참이 지난뒤

나도 몰래 니가 준 옷을입으면
왜 그리 참 잘어울려
오래된 친구와 술을 마실때면 늘 내게
말투가 너 같데

몰랐었어 니가 얼마나 나 같은지
익숙해져 그게 얼마나 소중한지

하루종일 니가 없었더니
하루를 다 채울수없나봐
니가 없는 내 하루에 가득찬 니자리

이제와서 문득 나 생각해보면 참 따뜻했었어
내가 준 선물이 제일 좋다며
그렇게 꼭 쥐고다녔지

술취한 밤이면 걱정된다며
언제나 넌 내게 왔지
아직도 내 곁에 니가 내 여자라면
내내 취하고 말텐데

몰랐었어 니가 얼마나 소중한지
익숙해져 그게 얼마나 고마운지

하루종일 니가 없었더니
하루를 다 채울수없나봐
니가 없는 내 하루에 가득찬

내겐 없는 니자리 하루를 다 채울수없나봐
니가 없는 내 하루에 가득찬 니자리





윤상과 신해철이 댄스가 없는 댄스음악을 만들어보겠다, 고 의기투합하여 만든 앨범이었던가. 나중에 SES가

리메이크했던 '달리기'란 노래가 있었고, '질주'와 '기도'란 노래도 꽤나 인상적인 앨범이었지만 무엇보다

강렬했던 노래는 역시 이 노래였다.


윤상과 김광민, 이병우가 함께 했던 'Play with us' 콘서트의 잔향이 여전히 짙게 남아있는 무더운 여름날

생각난 김에, '사랑은 천개의 날을 가진 날카로운 단검이 되어 너의 마음을 베고 찌르고 또 찌르고, 자 이제

날 저주하겠니'란 가사가 완벽하게 아름다웠던. 96년 노댄스의 그 노래. Moon Madness.




너의 눈빛 너의 몸짓
너는 내게 항상 친절해
너를 만지고 너를 느끼고
너를 구겨버리고 싶어

걷잡을 수 없는 소유욕
채워지지 않는 지배욕
암세포처럼 지긋 지긋하게
내 몸을 좀 먹어드는 외로움

나의 인격의 뒷면을
이해할 수 없는 어둠을
거길 봐줘 만져줘
치료할 수 없는 상처를

내 결점을 추악함을
나를 제발 혼자 두지마
아주 깊은 나락 속으로
떨어져가고 있는 것 같아

나의 마음은 구르는 공 위에 있는 거 같아
때론 살아있는 것 자체가 괴롭지
날 봐, 이렇게 천천히 부서지고 있는데
아주 천천히

끝없이 쉴곳을 찾아
헤매도는 내 영혼
난 그저 마음의 평화를
원했을 뿐인데

사랑은 천개의 날을 가진
날카로운 단검이 되어
너의 마음을 베고
찌르고 또 찌르고

자 이제 날 저주 하겠니
술기운에 뱉은 단어들
장난처럼 스치는 약속들

나이가 들수록
예전 같지 않은 행동들
돌고 도는 기억속에
선명히 낙인 찍힌
윤리 도덕 규범 교육

그것들이 날 오려내고
색칠해서 맘대로
이상한걸 만들어 냈어

내 가죽을 벗겨줘
내 뱃살을 갈라줘
내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나도 궁금해

나의 마음은 구르는 공 위에 있는 거 같아
때론 살아있는 것 자체가 괴롭지
날 봐, 이렇게 천천히 부서지고 있는데
아주 천천히

끝없이 쉴곳을 찾아
헤매도는 내 영혼
난 그저 마음의 평화를
원했을 뿐인데

커튼 사이로 햇살이 비칠 때
기억나지 않는 지난밤
내 마음을 언제나
감싸고 있는 이 어둠은
아직 날 놔주지 않고




1984 (반양장) - 10점
조지 오웰 지음, 김기혁 옮김/문학동네


솔직히 그런 책들이 있다. 제목을 워낙 많이 들었거나 그 핵심 아이디어라며 쉽사리 인용되는 한두가지 개념에

워낙 익숙해진 탓에 미처 읽기도 전에 이미 읽었다고 착각하고 마는 책. 예컨대 '빅브라더'같은 단어가 그런

착각을 일으킨다. 하루키의 1Q84를 두고 '아이큐84(IQ84)'라며 이상하게 읽어대는 어떤 문학평론가를 조소하다가,

그러고 보니 나 역시도 하루키가 1Q84라며 비튼 제목의 원전 격이랄 조지 오웰의 '1984'를 여태 읽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정말정말 굉장히 멋진 책이다. 하루키를 무지 좋아라 하지만, 그의 1Q84는 조지 오웰의 1984과 매우 '다르다.'

그리고 아마 2984년쯤에도 살아남아 찬사를 받을 작품은 조지 오웰의 1984일 거라는 데 걸겠다. 물론 두 작품은

제목 빼고는 별로 주제도, 내용도 겹치지 않으니 굳이 두 작품을 비교할 필요도 없겠지만. (그래도 굳이 1Q84를

제목으로 내건 하루키가 1984의 문학적 성취를 의식하고 호승심을 느끼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거다)


뭐랄까, 두 번째 이 책을 다시 읽었을 때 불현듯 마오쩌둥의 '영구혁명론'이 떠올랐다. 사회주의가 성취되기

위해서는 한번의 혁명, 한번의 전복으로 충분하지 않으며 애써 이뤄낸 성취가 무위로 돌아가거나 후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모든 분야에 걸쳐 근본적인 변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게 그 '영구혁명론'의 대강인데,

이 책에서 그려지는 1984년의 세상은 그런 영구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세상인 거다. 다만 그 혁명은 위로부터의

혁명, 그러니까 기득권층, 더 적나라하게는 지배계급의 '영구혁명'이라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겠다.


1984년의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권력, '빅브라더'는 역사의 흐름을 이해했다, 혹은 이해했다고 믿는다. 권력을 쥔

상층계급에 대항해서 자유와 평등, 정의 따위의 수식을 내건 중간계급이 하층계급을 끌어들여 그들을 전복시킨다.

그리고 중간계급은 상층계급으로 자리이동하고 다시 새로운 중간계급이 생성되어 다시 이 과정을 반복한다는

식의, 커다란 순환을 무한반복한다는 것이다. 이제 권력은 그 역사의 흐름을 이해했으니 그 지식을 활용하여

자신의 권력을 영구히 보유하려 한다. 중간계급이 성장하기 위해서 집적되어야 하는 부를 족족 소진시키고,

중간계급을 각성시키기 위한 지식을 황폐화시키겠다는 황당하지만 살벌한 전략. 그게 지배계급의, 지배계급을

위한, 지배계급에 의한 '영구혁명'의 목표다.


듣기엔 우습지만 그 결과는 참담하다. 온 인류를 먹여살리고 노동에서 해방시킬 수 있을 만큼 경이로운 수준에

오른 생산력은 주변국과의 쉼없는 전쟁을 위한 총과 대포를 위해 소모된다. 현재의 세상을 비교하고 평가하기

위한 나침반이자 전거로서 기능해야 할 과거의 역사, 과거의 지식은 매시간 새롭게 씌여진다. 늘 전시체제 하에서

동원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제 전쟁이 없던 시기를 기억하지 못하며, 배급되는 신발과 면도날의 질과 양이

불과 일년 전에 비해서도 양호해졌는지를 따지지 못한다. 그들은 전쟁의 광기에 불현듯 휩싸이면 빅브라더를

위해 만세를 부르며, 집안 화장실마저 감시하는 사상경찰 하에서 억지웃음을 지을 뿐이다.


권력이 자원을 무익하고 비생산적인 쪽으로 소모해버리고 적극적으로 이데올로기를 동원해 자신들을 정당화하는

건 2010년 지구에서는 이미 익숙해져 버린 풍경이다. 한국만 해도, 온 국민을 먹여살리고 북녁의 주민들까지

먹여살릴 수 있을만큼의 풍요한 자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굳이 희소하게 만들어 버린다. 전쟁무기를

구매하고 국외와의 불공정한 경쟁에 노출시키며 4대강 같은 무익한 사업에 쏟아부으며 '소모'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그러면서 자신들을 옹호하기 위한 논리와 이데올로기를 만들기에도 게으르지 않다. 권력과 언론간 '반복과 차용'의

근친교배를 통해 사실로 굳어져버리고 마는 정치적 프로파간다들. 천안함 사태가 그렇고, G20가 그렇고,

사대강 사업이 그렇고, FTA옹호론이 그렇다. 그 와중에 국내이슈를 덮어버리는 애국 마케팅도 절묘하다.


조지 오웰의 상상력은, 그렇지만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괜히 그를 '디스토피아'의 무시무시한 재현자로

이야기하는 게 아닌 거다. 이들, '빅브라더'를 전면에 내세운 채 역사의 수레바퀴를 멈춰버리려는 이들은 사회를

통제하고 구조를 고착화시키려 안간힘을 쓸 뿐만 아니라 아예 인간의 사고 자체를 개조하려 든다. 기계에서

자동으로 배열된 몇가지 단어로 짜맞춰진 시와 노래만을 유포하고, '섹스를 더럽게 변질시켜' 억압된 성욕을

전투적인 증오심과 지도자 숭배로 전환시키는 거다. 근본적으로는 인간의 사고능력을 둔화시키고 제거하기

위해서 언어 그 자체를 새롭게 정리한다. 어휘를 계속 줄이고 줄여서 생각의 폭을 좁히고, 결국에는 생각할

필요도 없는 기계인간을 만드는 것이 빅브라더가 생각하는 혁명의 완수.


빅브라더의 생각대로 될까. 미묘한 차이를 드러내는 다양한 동사와 형용사들, 깊은 사고와 반성을 가능케 하는

관념어들이 없어지면, 정말 인간이 변화할까. 그리고 신발깔창처럼 제작되는 노래와 시들이 재래의 예술을

대체하면 인간의 문화는 황폐해지고 말까. 성욕을 억압하면 인간들이 까칠해져버려서 전투적으로 변하고

전시상태의 비인간성을 흔쾌히 받아들이게 되는 걸까. 전통적 가정을 하나의 상호 감시단위로 변화시킬 정도의

강력한 감시와 통제라면 그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수락할 수 밖에 없게 될까.


모르겠지만, 조지 오웰은 그렇다, 그렇다, 그렇다고 말한다. 이미 그의 주인공 윈스턴조차 찢겨진 시체의 팔목을

무심히 발로 차내어 버릴만큼 황폐해졌고, 자신을 미행하는 사람을 곡괭이로 살해하고 말겠다 다짐할 만큼 살벌하다.

결국 지독한 고문과 자기 부정을 거쳐 윈스턴이 빅브라더를 사랑한다 고백하는 최후의 순간에 이르면, 오웰의

예측은 옳은 것이었다고 동의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고 마는 거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런 상황에까지 몰리면

인간은 멸종하고 말겠구나, 역사는 멈추고 말겠구나, 기껍지는 않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거다.


그게 단순히 조지 오웰의 '사고 실험'이었으면 좋겠다. 아직 어떤 권력도 빅브라더만큼 철저하게 국민들을

통제한 바 없으며, 언어를 조직적으로 퇴화시키는 건 고사하고 문화와 사생활과 사고방식을 규율하고 억압한

적은 없다고 믿고 싶다. 그렇지만 불길하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한 인간 신체에 대한 구속력-생체권력-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해졌고, 국가와 자본주의의 동학 내에서 대중문화는 스스로 천박해진지 오래다. 전신을

스캐닝하고 개인정보와 생체정보를 집적하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란 너무 쉬워졌다. 민주주의의 이름을

팔아 하향평준화를 강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자기 성찰과 반성적 사고를 단련하기 위한 시간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이슈들에 선점당한다고 느낀다면, 너무 시니컬한 건가.


다행히 아직은 그렇게까지 위태롭지 않다고 해도, 조지 오웰의 이 암울하고 염세적인 이야기는 여전히 값지다.

자연스런 흥망성쇠의 역사 흐름을 멈춘 채 현재의 지위와 특권을 영원히 장악하겠다는 그들 권력자들의 욕심은,

조지 오웰이 그 결과로 그려낸 세상은 낯설지언정, 그 욕심 자체는 지독히도 진부하고 익숙한 거다. 그들은

언제고 둘 더하기 둘은 다섯이라며, 그들을 위해 유리한 시각으로 세상을 보기를 강권한다. 너무도 익숙한

이야기 아닌가. 4대강은 운하가 아니고, FTA는 모두에게 유리하며, 아랍인은 테러리스트이고, 미국은 영원한

우방이자 세계경찰이고, 그리고 둘 더하기 둘은 다섯이란 이야기.


둘 더하기 둘은 다섯이다. 2+2=5, 라디오헤드의 이노래가 1984의 이 대목에서 비롯한 건 아닐까.

이제 끔찍해질 거야, 도망칠 곳은 없어. 비명을 지르고 고함을 쳐도 이제 너무 늦었어.


Are you such a dreamer
To put the world to rights?
I stay home forever
Where two and two always makes up five

I lay down the tracks
Sandbag and hide
January has april′s showers
And two and two always makes up five

Its the devil′s way now
There is no way out

You can SCREAM IT, you can shout
It is too late now

Because...
You′re not there!

payin′ attention
payin′ attention
payin′ attention
payin′ attention
You have not been paying attention

paying attention
paying attention
WHEN I SAY SOON oohh

I try to sing along
But I get it all wrong
′Cause I’m not
′Cause I’m not

I swat ′em like flies but like flies the buggers keep coming back NOT
But I’m not

All hail to the thief
All hail to the thief

But I′m not
But I′m not
But I′m not
But I′m not

Don′t question my authority or put me in the box
′Cause I′m not
′Cause I′m not

Oh go and tell the king that the sky is falling in

When it′s not
But it′s not
But it′s not
Maybe not
Maybe not

월화수목금, 그리고 토일. 이 사이클만 무한히 남아버린 듯한 일상.

막상 얻고 싶은 것들은 보행로 밖에 있는 거 아닌가 싶으면서도 저렇게 커다랗고 위압적으로

씌여진 글씨 앞에서 고분고분 차선을 지키고 순서를 지키고 예의를 지키고 있다.


그렇게 안전한 보행로만 따라걷는다고 또 길을 잃지 않는 것도 아니면서.

당장 보행로가 저렇게 활처럼 휘어지는 곳에서, 또 다시 갈등하고 마는 거다.

같이 휘영청 휘감아돌아야 할지, 아님 보행로 밖으로 '탈주'해서 누군가 무언가의 앞에 설지.


길 (G.O.D.)

내가 가는 이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 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준형]사람들은 길이 다 정해져 있는지 아니면
자기가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또 걸어가고 있네

[호영]나는 왜 이 길에 서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계상]무엇이 내게 정말 기쁨을 주는지
돈인지 명옌지 아니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인지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만
아직도 답을 내릴 수 없네

[데니]자신있게 나의 길이라고 말하고 싶고
그렇게 믿고 돌아보지 않고 후회도 하지 않고
걷고 싶지만 걷고 싶지만 걷고 싶지만
아직도 나는 자신이 없네

[호영]나는 왜 이 길에 서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태우]나는 무엇을 꿈꾸는가 그건 누굴 위한 꿈일까
그 꿈을 이루면 난 웃을 수 있을까
hoo~ 지금 내가 어디로 어디로 가는 걸까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살아야만 하는가

나는 왜 이길에 서있나(왜 이길을)
이게 정말 나의 길일까(이게 정말 나의 길일까)
이 길의 끝에서 내꿈은 이뤄질까(내 꿈은 이뤄질까)

나는 무엇을 꿈꾸는가(난 무엇을)
그건 누굴 위한 꿈일까(꿈인가 hoo~)
그 꿈을 이루면 난 웃을 수 있을까






영화가 끝났다. 혜화는 절룩거리며 뒤에서 걷고 있는 전 남자친구 한수를 한참이나 백미러로

응시하다가, 기어를 쥔 손이 하얘지도록 힘을 주었던 참이었다. 그녀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입술을 질끈 깨문 채 기어를 'R'에 맞추고 차를 뒤로 움직였다. 클로즈업된 그녀의 얼굴,

그야말로 수만가지 감정이 실린 수만가지 표정이 드러나있었다.


그건 그녀가 살풍경한 철거촌에서 낑낑거리는 강아지를 챙겨올 때의 표정이기도 했고, 배신한

남자친구를 오년만에 조우했을 때의 표정이기도 했으며, 자신의 아이라 믿던 아이를 바라볼 때의

표정, 자신 때문에 잔뜩 쪼그라든 엄마를 볼 때의 표정, 그리고 내심 따르던 동물병원 원장의

결혼소식을 들었을 때의 표정이기도 했다.


그치만 그녀의 눈빛에 '단호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불안하고, 겁나고, 화나고, 막막하고, 스스로도

자신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그런 떨림이 가득했었다. 단순히 남자친구를 다시 받아줄지에

대한 문제가 아니었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살아갈 건지, 그녀의 주위사람들과 세상은 계속

그녀를 몰아세우며 답을 요구했고, 더이상 멈춰선 채 답하길 주저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드디어 움직였다.


뭐였을까. 그 장면을 위해 영화는 달려온 거였을 거다. 이 영화의 모든 이야기는 혜화의 그

표정에 다다르고, 그걸 공감할 수 있도록 달려왔다. 자신을 배신했다가 불쑥 나타난 남자친구

앞에서, 죽었다 생각했던 아기가 살아있다는 소식 앞에서, 그밖에 자잘한 삶의 장애물과 고난에

주춤거리며 멈춰섰던 혜화가 다시 움직이는 순간. 영화의 제목처럼 '혜화, 동(動)'하기 위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혜화의 저 착잡한 눈빛과 입술모양, 눈물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걸까.

그녀는 말했었다. '인정하지 않는다고 돌아갈 수는 없는 거잖아.' 유약하기만 한 남자 앞에서

이토록 당당했던 그녀라면 어쩌면 기어는 'D', 앞으로 움직였여야 했던 거 아닐까. 아니면

그녀는 또다시, 자신이 짊어질 짐의 크기를 하나 더 키운 걸까.


그리고 크레딧이 올라가며 달콤하고도 씁쓸하게 울리는 노래, 브로콜리 너마저의 '앵콜요청금지'.

'안 돼요, 끝나버린 노래를 다시 부를 순 없어요...' 이 노래가 굉장히 양면적인 의미로 읽힐 수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우리가 이전의 관계를 다시 시작할 수는 없단 것, 그렇지만 그게

앵콜같은 반복이 아니라 리셋, 새로운 이야기라면 혹시 모르겠다는 것. 갸냘픈 희망고문.


그렇지만 이 영화에선 그 이상의 의미가 담긴 건 아닐까. 단순한 사랑 노래가 아니라, '앵콜'이던

뭐던, 주문하고 요청하는 세상에 대한 노래로 읽을 수는 없을까. 그녀가 황량한 삶 속에도 버려진

강아지들을 계속 품어내듯, 누군가 타인의 (앵콜) 요청과 무게에 짓눌리지 말고 스스로의 노래를

스스로의 의지로 계속 부를 수 있도록. 그에게 돌아가서 손을 내밀 테지만 그건 더이상 '앵콜'이

아닌 스스로의 의지, 잡아주고 나서 계속 스스로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이제 다시 움직이는 그녀에 대한, 그녀의 삶에 대한 응원가인지도 모르겠다. 앵콜요청금지.



앵콜요청금지. (브로콜리 너마저)


안 되요 끝나버린 노래를 다시 부를 순 없어요

모두가 그렇게 바라고 있다 해도

더이상 날 비참하게 하지 말아요

잡는 척이라면은 여기까지만

제발 내 마음 설레이게

자꾸만 바라보게 하지 말아요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그냥 스쳐지나갈 미련인걸 알아요

아무리 사랑한다 말했어도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 때 그밤이 부른다고 다시 오나요

아무래도 다시 돌아갈 순 없어

아무런 표정도 없이

이런 말하는 그런 내가 잔인한가요


제발 내 마음 설레이게

자꾸만 바라보게 하지 말아요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그냥 스쳐지나갈 미련인 걸 알아요

아무리 사랑한다 말했어도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 때 그 밤이 부른다고 다시 오나요

아무래도 다시 돌아갈 순 없어

아무런 표정도 없이

이런 말하는 그런 내가 잔인한가요

아무래도 네가 아님 안 되겠어

이런 말하는 자신이 비참한가요

그럼 나는 어땠을까요

아무래도 다시 돌아갈 순 없어

아무런 표정도 없이

이런 말하는 그런 내가 잔인한가요


안되요 끝나버린 노래를

다시 부를 순 없어요

모두가 그렇게 바라고 있다 해도

더 이상 날 비참하게 하지 말아요

잡는 척이라면은

여기까지가 좋을 것 같아요




지도에도 그려져 있지 않은 짜오프라야 강 서안, 방콕의 서쪽 끄트머리에서 만난

갈래갈래 운하길에서 선인장과 조우했다. 조우. 불쑥 에피톤프로젝트의 이 노래가

생각났고 단숨에 가사가 머릿속을 지나갔다. 뭐랄까 가사가 그리는 풍경, 감정이

한순간에 휙 머금었다가 휙 빠지는 느낌이, 마치 스펀지를 미지근한 물에 푹 담궜다가

힘주어 꽉 짜내는 그런 기분이었다.


잔뜩 구겨진 스펀지로부터 손을 타고 끈적한 물이 뚝뚝 흘러떨어지듯, 그렇게 땀이

얼굴에서 뚝뚝 떨어졌더랬다. 어쩔 수 없었다. 알지만, 땀이 흘러주어 다행이었다.

어쩔 수 없었지만 맘이 아픈 것도 어쩔 수 없는 거니까.


선인장, 에피톤프로젝트.


햇볕이 잘 드는 그 어느 곳이든

잘 놓아두고서 한 달에 한번만

잊지 말아줘, 물은 모자란 듯 하게만 주고


차가운 모습에 무심해 보이고

가시가 돋아서 어둡게 보여도

걱정하지 마, 이내 예쁜 꽃을 피울 테니까


언젠가 마음이 다치는 날 있다거나

이유 없는 눈물이 흐를 때면 나를 기억해

그대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줄께


내 머리 위로 눈물을 떨궈

속상했던 마음들까지도

웃는 모습이 비출 때까지

소리 없이 머금고 있을께


그 때가 우리 함께 했었던 날 그 때가

다시는 올 수 없는 날이 되면

간직했었던 그대의 눈물 안고 봄에서 있을께


언젠가 마음이 다치는 날 있다거나

이유 없는 눈물이 흐를 때면 나를 기억해







어쩜 이렇게 하늘은 더 파란 건지 오늘따라 왜 XX은 또 완벽한지

그냥 모르는 척 하나 못들은 척 지워버린 척 딴 얘길 시작할까 아무 말 못하게 입맞출까

눈물이 차올라서 고갤 들어 흐르지 못하게 또 살짝 웃어

내게 왜 이러는지 무슨 말을 하는지 오늘 했던 모든 말 저 하늘 위로

한번도 못했던 말 울면서 할 줄은 나 몰랐던 말 나는요 오빠가 좋은걸 어떡해


새로 바뀐 내 XX가 별로였는지 입고 나왔던 옷이 실수였던 건지

아직 모르는 척 기억 안 나는 척 아무 일없던 것처럼 굴어볼까 그냥 나가자고 얘기할까

눈물이 차올라서 고갤 들어 흐르지 못하게 또 살짝 웃어

내게 왜 이러는지 무슨 말을 하는지 오늘 했던 모든 말 저 하늘 위로

한번도 못했던 말 울면서 할 줄은 나 몰랐던 말 나는요 오빠가 좋은걸 어떡해


이런 나를 보고 그런 슬픈 말은 하지 말아요

철없는 건지 조금 둔한 건지 믿을 수가 없는걸요

눈물은 나오는데 활짝 웃어 네 앞을 막고서 막 크게 웃어

내가 왜 이러는지 부끄럼도 없는지 자존심은 곱게 접어 하늘위로

한 번도 못했던 말 어쩌면 다신 못할 바로 그 말 나는요 오빠가 좋은걸



아이쿠 XX

I'm in my dream It's too beautiful beautiful day

Make it a good day Just don't make me cry

이렇게 좋은 날



*                                                      *                                                      *

나도 좋아 아이융~♡



ㅇ 일시 : 2010. 12. 19. 04:00~

ㅇ 장소 : 다른異 색깔彩을 지켜낼 자유(ytzsche.tistory.com)

ㅇ 주최 : 이채

ㅇ 방법 : 아이융~♡의 '좋은날' 가사 중 XX로 표기된 세 곳을 찾아 바르게 고쳐주세요.

ㅇ 제공 : 초대장 5장

※ 비밀답글로 대답해주시기 부탁드리며, 초대장 받으실 이메일주소를 꼭 적어주세요^^






 


@ 서울대공원, '가을방학'의 '가을방학'이란 노래가 떠올랐던 낙엽길에서.



넌 어렸을 때부터 가을이 좋았었다고 말했지
여름도 겨울도 넌 싫었고
봄날이란 녀석도 도무지 네 맘 같진 않았었다며
하지만 가을만 방학이 없어
그게 너무 이상했었다며
어린 맘에 분했었다며 웃었지

넌 어렸을 때부터 네 인생은
절대 네가 좋아하는 걸 준 적이 없다고 했지
정말 좋아하게 됐을 때는
그것보다 더 아끼는 걸 버려야 했다고 했지
떠나야 했다고 했지

넌 어렸을 때만큼 가을이 좋진 않다고 말했지
싫은 걸 참아내는 것만큼
좋아할 수 있는 마음을 맞바꾼 건 아닐까 싶다며
하지만 이맘때 하늘을 보며 그냥 멍하니 보고 있으면
왠지 좋은 날들이 올 것만 같아

처음 봤을 때부터 내 마음은
절대 너를 울리는 일 따윈 없게 하고 싶었어
정말 좋아하게 되었기에
절대 너를 버리는 일 따윈 없게 하고 싶었어

너무나도 늦어 모든 것들이

넌 익숙하다 했지 네 인생은
절대 네가 좋아하는 걸 준 적이 없다고 했지
정말 좋아하게 됐을 때는
그것보다 더 아끼는 걸 버려야 했다고 했지
떠나야 헀다고 했지
하트 모양의 술병, 모양새부터 범상치 않은 꼬냑. 그대의 심장을 꽉 채운 알콜을 조금 덜어 내게 옮겼다.

40%에 이르는 알콜도수에도 불구하고 강렬하고 사치스러운 향기, 그리고 뜨겁고도 매끈한 목넘김같은

점이 꼬냑의 특징이라곤 하지만, 이건 그 중에서도 우월하다.


후각을 마취시킬 듯 훨씬 짙고 단단한 듯 하면서도 혀끝에서 사르르 풀려나가는,

그렇게 한상 가득 차려내는 맛과 향. 나즈막하면서도 뭔가 밑에서부터 무너뜨려내는 느낌이다.


손바닥으로 꼬냑잔 바닥을 온전히 덮어주면, 덥혀진 알콜이 솔솔 올라오며 애초의 찌를 듯한 예기가

어느정도 녹아내리는 느낌인 것도 좋고, 병 속의 짙은 호박색 액체가 잔으로 옮겨지며 조금 엷어진

황금빛으로 변하고 조금씩 투명하게 노란빛 노을빛깔로 연해지다 사라지는 모습도 황홀하고.


빛깔의 변화는 일몰의 역순, 그렇담 일출의 상쾌함이나 뿌듯함이 일어야 할 텐데 그렇진 않고,

여유작작 술마시며 낙조를 구경하는 기분. 꼬냑을 좋아하는 이유.

한 잔이 두 잔을 부르고, 두 잔이 세 잔을 부르고. 세 잔이 네 잔까지 불렀던 거 같다.


그대는 나즈막히
당신은 언제라도 날 떠날 수 있어요
얘기하네

난 아무 말 못하고
두터운 목도리를 말 없이 벗어준 채
돌아서지만

세상에 어떤 인연은 변하지 않을지도 몰라
그래서 사람들 모두 껴안고서 조심스럽게 걸어가겠지

스쳐가는 말이라도 그렇게 얘기 말아요
나에게 그대는 언제나 말할 수 없이 고마운 사람
사랑하는 나에게는 모질게 얘기 말아요
언젠가 마음 변할 수도 있다고 말할 필요 없어요

세상에 어떤 인연은 변하지 않을지도 몰라
그래서 사람들 모두 껴안고서 조심스럽게 걸어가겠지

스쳐가는 말이라도 그렇게 얘기말아요
나에게 그대는 언제나 말할 수 없이 고마운 사람
사랑하는 나에게는 모질게 얘기 말아요

언젠가 마음 변할 수도 있다고
말할 필요 없어요
필요 없어요
언젠가 마음 변할 수도 있다고
말할 필요 없어요

"루시드 폴, 그대는 나즈막히"
우리들은 경학생 장면먹고 전거타고

남가동 북가석버스 타고 가

길을 갈 땐 측으로 화실은 변기로

힘내 나가 이겨야 하

빛내 빛을 내 경학생 만만세~*
 

우리들은 경학생 동먹고 마차타고

이동에 면동에 등고속 타고 가

길을 갈 땐 측으로 당구칠 땐 라마시로

힘내 나가 이겨야 하

빛내 빛을 내 경학생 만만세~*


*                                              *                                              *

왠지 오늘 아침부터 머릿속에서 잔뜩 맴도는 노래.

대학 들어가서 술자리나 집회판에서 듣고 정말 절묘하게 재미있는 노래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명박이 어느 순간 불쑥, 사회적 합의 따위 없이 '측통행'을 밀어붙이는 때 쯤엔 더이상 마냥 웃어 넘길

가사만은 아니구나 했다.


이 노래 아는 사람이 블로거 중에도 있으려나, 아는 사람 손~*ㅋㅋㅋㅋ






민중가요란 게 '감상'의 대상이 아니듯, '임을 위한 행진곡'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다. 공식석상에서 의례화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도 왠지 그 노래의 생명과 본래 의미를 벗어나는 일이라 여겨졌지만, 그래도

꼭 집회나 시위 현장에서만 불려야 하는 격하고 적나라한 다른 민중가요와는 다른 품위와 비감함이 있었다.


꼭 '적들의 모가지를 추수하는 낫'을 운운하거나 '복수의 빛나는 총탄', '들어라 양키야 뻐큐 갓뎀' 같은 단어를

동원하지 않고도 심장을 격동시킬 수 있구나, (물론 그런 노래도 심장을 쿡쿡 쑤시지만) 노래 하나로 80년 

광주의 참상에서부터 그 이후의 지난한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할 수 있구나, 싶었던 노래다.


그래서, 애국가 따위 부를라치면 손발이 오글오글해서 립씽크만 할지언정 '임을 위한 행진곡'은 언제나 살짝

울컥한 마음으로 숙연하게 부르게 되는 거다. (물론 그러면서도 역시 스스로 낯설고 어색해하지만.)


80년 광주를, 민주주의를 향한 타는 목마름이 부글거렸던 광주를, 미국에 대한 순진한 환상을 깨뜨렸던 광주를,

거대담론이 아닌 일상적인 삶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창조했던 잠시나마의 해방공간을 기억한다.

동시에 사람들의 일상을 야만스럽게 헤집었던 이땅의 지배자들을, 공수부대의 피묻은 총검과 전두환을 수괴로

하는 쿠데타세력의 잔인무도함과 비인간성을 기억한다.


많이 바뀌었고, 마치 4/19 달리기가 하나의 박제화된 기념행사로 변해가듯 5/18 역시 그렇게 한발 빗겨서

바라볼 만한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아니다. 아무러해도, 추모행사에서 방아타령은 아니다.

(오마이뉴스, 5.18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대신 <방아타령>)


나라도 불러주마. 임을 위한 행진곡.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꾸욱 눌러쥔 주먹을 흔드는 팔뚝질 대신 엄지손가락 말아쥔 뻐큐손가락이나 실컷 날려주마. 만수무강해라ㅆㅂ



p.s. 덕분에 다시 가사를 되씹어 가만히 불러보는 노래들. 왜 '들어라 양키야'는 네이X에선 검색이 안 될까.

"잠들지 않는 남도"

외로운 대지의 깃발 흩날리는 이녘의 땅
어둠살 뚫고 피어난 피에 젖은 유채꽃이여
검붉은 저녁 햇살에 꽃잎 시들었어도
살 흐르는 세월에 그 향기 더욱 진하리
아~~ 아~~~ 아~~~ 아~~~
아 반역의 세월이여 아 통곡의 세월이여
아 잠들지 않는남도 한라산이여


"열사가 전사에게"

꽃무더기 뿌려 놓은 동지의 길을
피 비린 전사의 못 다한 길을
내 다시 살아 온데도 그 길 가리라 

그 길가다 피눈물 고여 바다 된대도
싸우는 전사의 오늘 있는 한
피눈물 갈라 흐르는 내 길을 가리라

동지여 그대가 보낸 오늘 하루가
어제 내가 그토록 살고 싶었던 내일
동지여 그대가 보낸 오늘 하루가
내가 그토록 투쟁하고 싶었던 내일
복수의 빛나는 총탄으로
이제 고인 눈물을 닦아다오
마침내 올려질 승리의 깃발
힘차게 펄럭여 다오


"무노동 무임금을 자본가에게"

어깨죽지에 빛나는 상처 지켜낸 파업투쟁
막걸리잔 치켜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가진자들의 더러운 이빨 금빛으로 번쩍이며
온 세상을 휘휘 감아 피눈물을 달라하네

아 동지여 (동지여) 적들은 (적들은)
무노동 무임금의 억지를 부려
아 동지여 (동지여) 적들은 (적들은)
파업의 나팔소리 멈추라 한다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말라
자본가여 먹지도 말라
무노동 무임금 노동자 탄압
총 파업으로 맞서리라


"바쳐야 한다"

사랑을 할려거든 목숨바쳐라 사랑은 그럴때 아름다워라 
술 마시고 싶은 때는 한번쯤은 목숨을 내걸고 마셔보거라 
전선에서 맺어진 동지가 있다면 바쳐야 한다 죽는 날까지 
아낌없이 바쳐라  
번쩍이는 칼창 움켜쥐고  나서라 전사여 
그날을 위해 이 한목숨 걸고 나서라

구차한 목숨으로 사랑을 못해 사랑은 그렇게 쉽지 않아라 
두려움 에 떨면은 술도 못마셔 그렇게 먹은 술에 내가 죽는다   
붉은 맹세 붉은 피로 맺어진 동지여 죽어도 온다 그날은 온다
민족의 해방 이여
번쩍이는 칼날 움켜쥐고 지켜라 전사여  
우리의 깃발 이한목숨 걸고 지켜라


"인터내셔널가"

깨어라 노동자의 군대 굴레를 벗어던져라
정의는 분화구의 불길처럼 힘차게 타온다
대지에 저주받은 땅에 새 세계를 펼칠 때
어떠한 낡은 쇠사슬도 우리를 막지 못해
들어라 최후 결전, 투쟁의 외침을
민중이여 해방의 깃발 아래 서자
역사의 참된 주인 승리를 위하여
참 자유 평등 그 길로 힘차게 나가자
인터내셔널 깃발 아래 전진 또 전진


"들어라 양키야"

랄라라 랄라라 라라라라라라라라
랄라라 랄라라 랄랄라
랄라라 랄라라 라라라라라라라라
랄랄랄랄랄랄라

찢기운 반도 심장에서 피어오르는 진달래 칼날을 세워
여기 이렇게 굳센 가슴팍으로 그대들 앞에 섰다

순결로 씻은 조국반도 머리맡으로 침략의 불을 지른자
보라 치욕의 피로 맺은 복수로 그대들 앞에 섰다

보라 여기 이 반도를 폭압의 사슬 끊은곳
한 외침으로 명하니 이제는 이 땅을 가라

들어라 양키야 들어라 (뻐큐)
이 땅 분노의 함성을
들어라 양키야 들어라 (갓뎀)
해방통일 몸짓을

진달래 붉게 물든 반도를 피로 붉게 물들인 자여
터질듯한 심장을 품고서 그대들 앞에 섰다
수많은 꽃들 짓이기고서 끊없는 학살 일삼는 자
한많은 영혼 가슴에 품고서 그대들 앞에 섰다

보라 결연한 의지로 불타는 강철의 신념을
민족의 외침으로 명하니 이제는 이 땅을 가라
들어라 양키야 들어라 피끓는 투쟁 열기를
들어라 양키야 들어라 민족자주의 함성을
해방통일 몸짓을 

 

홍대 상상극장에서 있었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스탠딩공연.

그를 처음 알았던 건 '서울대를 나온 오입쟁이', '매일 낮 점심시간 둘이 만나 쿵덕쿵 그짓거리' 따위

가사가 난무하는 "스끼다시 내인생"을 통해서였다. 마치 예전에 "짬뽕"이란 노래로 황신혜밴드를 알아갔던

것처럼 그렇게 좋아라~* 모드가 발동한 건 불과 몇 달 전.
 

그의 발랄하면서 믿음직한 목소리, 속시원하고 유쾌한 가사, 그런 것들에 꽂혀있던 차에 공연에 가서는

더욱 멋진 노래들을 만나게 되었다. '달빛요정'을 자처하는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게 된 것은 덤.


그의 노래는 일관된 어둠과 패배감을 표현하고 있다. 그걸 굳이 요새 식으로 말하자면 '루저'마인드랄까.

뭘 어째야 될지,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없어 응어리지고 있는 분노, 좌절감, 박탈감, 그렇지만 즐겁게 살겠다는

흔들림없는 의지까지. 사람들의 패배감과 좌절을 모두 내려놓고 가도록 한다는 게 무려 '달빛요정'님의 펑크

음악론이니 딱히 새삼스런 루저 타령도 아니지만, 그의 노래가 갈수록 보다 직접적으로 세상에 외치는 듯 하단
 
사실은 의미심장해 보인다. 특히 최근의 '전투형 달빛요정' 앨범은 거의 대중적 민중가요랄까, 하여간 그렇다.


딱히 그의 공연이 미친 듯이 방방뛰고 말달리는 식의 공연은 아닌지라 체력을 조금은 보전할 수 있었지만, 그가

부르는 노래들의 가사와 멜로디에 온전히 몰입했던 세시간은 온몸을 녹진녹진 타격하고 말았다.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가사의 새 맛들도 음미하고. 여전히 귓가를 울리는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노래들 몇 개 들으면서

다시 받아적어보고 짧막하게 끄적대기.



'절룩거리네'

시간이 흘러도 아물지 않는 상처 보석보다 빛나던 아름다웠던 그대

이제 난 그때보다 더 무능하고 비열한 사람이 되었다네 절룩거리네

하나도 안 힘들어 그저 가슴아플 뿐인걸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

깨달은 지 오래야 이게 내 팔자라는 걸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


허구헌날 사랑타령 나이값도 못하는 게 골방속에 처박혀 뚱땅땅 빠바빠빠

나도 내가 누구보다 더 무능하고 비열한 놈이란 걸 잘 알아 절룩거리네

하나도 안 힘들어 그저 가슴아플 뿐인걸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

지루한 옛사랑도 구역질나는 세상도 나의 노래도 나의 영혼도 나의 모든 게 다 절룩거리네


발모가지 분지르고 월드컵 코리아 손모가지 잘라내고 박찬호 이십승

세상도 나를 원치 않아 세상이 왜 날 원하겠어 미친 게 아니라면

절룩거리네 절룩거리네 절룩거리네 절룩거리네


: 요새 회사에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무한반복으로 듣고 있는 노래. 절룩절룩.


'나는 개 너는 쥐'

내가 멍멍대면 너는 찍찍대고 나는 개 너는 쥐

왜 날 빨갱이로 만들어 왜 날 혁명가로 만들어

니가 아녀도 나는 개

왜 날 광장으로 내몰아 왜 널 상대하게 만들어

니가 아녀도 나는 개 너는 쥐

나의 혁명은 시작됐어 너의 삽질은 끝날 거야

그날이 와도 나는 개 나는 개


: 그날이 와도 나는 개, 개차반 인생을 굳이 건드리는 너는 쥐.


'치킨런'

오래 전 널 바래다주던 길 어쩌다 난 이 길을 달리게 된걸까

이러다 널 만나게될까봐 난 두려워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배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더군

난 부끄러워 키작고 배나온 닭 배달 아저씨

영원히 난 잊혀질 꺼야 아무도 날 몰라봤으면 해

난 버티지 못했어 모두 다 미안해 내게도 너에게도..


내 인생의 영토는 여기까지 주공 일단지 그대의 치킨런

세상은 내게 감사하라네 그래 알았어 그냥 찌그러져 있을께


어제 나는 기타를 팔았어 처음 샀던 기타를 아빠가 부실 때도

슬펐지만 울지는 않았어 어제처럼

내일부턴 저금을 해야지 그래도 난 한때는 세상을 노래하던 가수였는걸

언제가는 다시 기타를 사야지 욕망은 파멸을 불러와

여기에 좋은 증거가 있어 날 박제해도 좋아 교훈이 될꺼야 이래선 안된다는..


내 인생의 영토는 여기까지 주공 일단지 그대의 치킨런

세상은 내게 감사하라네 그래 알았어 그냥 찌그러져 있을께

: 그의 노래 중 특히나 달콤하고 씁쓸한 것 하나. 지독히 현실적이지만 아름답다.


'피가 모자라'

친구들이 걱정하네 그러다 잡혀간다고

무서운 세상이라고 몸조심해야한다고

뒤끝이 장난이 아냐 째째하고 오만하지

천박한 너의 웃음은 우리들 탐욕의 대가


알아서 꺼져주면 안 되겠니 정녕 이렇게 피를 봐야겠니

모자라 피가 모자라 하지만 그 피가 내 것은 아니길

난 비겁해 너와 똑같아 숨어서 이렇게 노래만 부르네

난 비겁해


더워서 나가기 싫어 오래 서 있기도 싫어

하지만 책임져야지 추악한 욕망의 대가


그만큼 해 먹었으면 안되겠니 정녕 이렇게 피를 봐야겠니

모자라 피가 모자라 하지만 그 피가 내 것은 아니길

난 비겁해 너와 똑같아 숨어서 이렇게 노래만 부르네

난 비겁했어 어제까진 하지만 이젠 하지만 이젠

물러서지 않겠어 물러서지 않겠어 두 번 다시는 두 번 다시는


모자라 피는 모자라 하지만 그 피가 우리의 것이 아니길


: 나는 비겁해, 에서 비겁했어, 로 바뀌는 곡의 운동감이라니. 그는 감정적이지도 맹목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책임져야지 추악한 욕망의 대가..란 가사는 쉽게 쓰여지지 않을 거다.



'스끼다시 내 인생'

졸업하고 처음 나간 동창회

똑똑하던 반장 놈은 서울대를 나온 오입쟁이가 되었고

예쁘던 내 짝꿍은 돈에 팔려 대머리 아저씨랑 결혼을 했다고 하더군

하지만 나는 뭐 잘났나

스끼다시 내 인생 스포츠 신문 같은 나의 노래

마을 버스처럼 달려라 스끼다시 내 인생


이사가서 처음 나간 반상회

영희 엄마 순희 엄마 잘났다고 떠들어 대는게 지겨워

반상회비 던져주고 나오는데 좀 조용히 살라네 그것도 노래라고 하나요

하지만 나는 뭐 잘났나

스끼다시 내 인생 스포츠 신문 같은 나의 노래

마을 버스처럼 달려라 스끼다시 내 인생


취직하고 처음 갔던 야유회

맘에 두던 미쓰리를 배불뚝이 부장 추근덕거려 죽갔네

매일 낮 점심시간 둘이 만나 쿵덕쿵 그짓거리 소문이 사실이 아니기를

하지만 나는 뭐 잘났나

스끼다시 내 인생 스포츠 신문 같은 나의 노래

마을 버스처럼 달려라 스끼다시 내 인생


쓰매끼리 찾아라 임성훈 등장했다 아침이다

이다도시 시끄러워 스끼다시 내 인생


언제쯤 사시미가 될 수 있을까

스끼다시 내 인생


: 유쾌한 소품같은 노래. 그의 노래 속에 등장하는 '질주'의 이미지는 늘 마을버스가 차지한다.







근래 본 뮤비 중 최고.ㅋㅋㅋㅋㅋㅋ

"드럽게 달라붙어서 미안해"

정말 예쁘게 아름답게 헤어져놓고
드럽게 달라 붙어서 미안해 so so cool

합의 하에 헤어져 놓고 전화해서 미안해
합의 하에 헤어져 놓고 문자해서 미안해
답장도 없는 문자 받지도 않는 전화
그래 이제 난 더이상 안할께
하지만 난 쿨 하지 못해
너는 쿨해 넌 참 좋겠다 그래 참 좋겠다
나만 울어 너는 웃어 나는 울고 너는 웃어
정말 비겁하지 나 이렇게 비겁하지
몇일 전엔 0번으로 문자 보냈어
그럼 알 줄 알았어 나도 0번으로 문자 올 줄 알았어
근데 없어 486으로도 보냈어 1004로도 보냈어

No cool I'm sorry
쿨하지 못해 미안해
No cool I'm sorry
하지만 넌 넌 so so cool

No cool I'm sorry
쿨하지 못해 미안해
No cool I'm sorry
하지만 넌 넌 so so cool

얼마 전에 너의 미니홈피 들어가봤어
사진이 보이지 않아 왜일까
생각해 봐썽 맞아 너와 나는 일촌이 아니었어
왜 나랑 일촌 끊었어?
괜히 끊었어 괜히 끊었어 걱정하지마 다시 일촌하면ㄷ ㅙ
뭐라고 할까 뭐라고 할까? 예전 끄때처럼 내 사랑 유세윤으로

너의 일촌 댓글 파도차고
널 볼 수 있지만 초라한 나
어젠 너의 얘길 들었어
내가 사준 핸드폰 바뀠다며~

No cool I'm sorry
쿨하지 못해 미안해
No cool I'm sorry
하지만 넌 넌 so so cool

No cool I'm sorry
쿨하지 못해 미안해
No cool I'm sorry
하지만 넌 넌 so so cool

No cool you so cool 난 no cool
soso cool
No cool you so cool 난 no cool
soso cool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 숲 같네

바람만 불 메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쉴 곳을 찾아 지쳐날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바람만 불면 슬픈 노래를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조성모, '가시나무' 가사)


*                                                            *                                                            *

쉴 곳 없고, 편할 곳 없고, 이길 수 없는 어둠만 많고, 슬픔이 무성하다는 온갖 찌질한 핑계들은

결국은 죄다, 내게 기대줘, 날 안아줘, 날 사랑해줘, 내게 숨겨진 빛과 기쁨을 발견해 줘..라는

치기어린, 그래서 이기적인 투정으로만 들리는 거다.


알고 보면, 빛만 가진 사람도 없지만 어둠만 가진 사람도 없고, 자기 안에 온갖 다중인격이 숨어있지

않은 사람도 없는 데다가, 이길 수 없는 어둠이니 슬픔보다 하루하루 녹처럼 슬어가는 '노쇠'의 징후가

천하무적인 거다.


하루라도 보지 못하면 무슨 큰일이라도 생길 듯 꼬박꼬박 무작정 만나던 기억도, 종로통에서의 약속에

늦을까봐 좁은 골목에서 차를 긁어먹으며 질주하던 기억도, 밤새 아팠던 그녀 옆에서 손 꼭 잡아주며

간병해주던 기억도. 그 기억 속 그림에 등장하는 남자는 더 이상 내가 아닌 듯 싶다..


부쩍 늙었다.




'향수'의 시인,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시작하는 첫머리만 알았지 가사도 다 모르던 그 시를 지은 사람이

살던 곳이다. 충북 옥천의 정지용 생가. 사실 여행을 가도 엔간함 피하게 되는 곳이 누구누구 생가, 이런 곳인데

이 곳 역시 그냥, 새로 지은 듯한 깔끔한-사람 온기없는-집 하나 덜렁 있고 옆에 박물관이 있었다.

깔끔하고 이쁘니까 좋긴 하지만, 여기서 정지용이 살았단 걸 그려낼 수 없는 건 내 비루한 상상력 때문일까.

조금은 더 리얼한 모습을 남겨주면 좋지 않았을지 생각해 봤다.

그의 '생가' 옆에 있던 지용문학관, 시인이 조탁해낸 언어들과 시세계를 비쥬얼로 보여주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무엇보다 그곳에서 일하던 문화해설사(맞나..)분의 질문이 계속 와닿았던 인연이었다. '향수'라는 (노래)제목은

다들 알지만, 정작 그 제목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향수란, 어떤 뉘앙스와 정조를 품고 있는 단어일까요.

"멋진 신세계"는 향수의 시인이자 최초의 모더니스트, 고도의 감각적 시어를 구사했던 정지용의 고장 옥천의

'시문학아트벨트'를 지칭한다고 했다. 정지용의 생가와 지용문학관에서, 옥천의 '향수30리길'을 따라 이어지는

그 공간에서 시인의 정취를 보고 듣고 느낄 수 있게 해보자는 공감각적 프로젝트라고.

생가 주변에서 만났던 풍경들은 놀라웠다. 이런 간판들이 있다니. 이런 아이디어를 실제로 실현하다니.

물결은 유리판처럼 부서지며 끓어오른다.

모초롬만에 날려온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울렁거리여
가여운 글자마다 먼 황해가 님설거리나니....

나의 가슴은 조그만 갈릴레아 바다.
때없이 설레는 파도.

헐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항상 머언 이,
나는 사랑을 모르노라.

곡식알이 거꾸로 떨어져도 싹은 반듯이 우로! (이곳은 탈곡기가 쉼없이 돌아가는 실제, 그런 곳이었다..!)

얼골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감을 밖에.

감탄할 밖에. 간판들에 눈을 못 떼고 정신없이 싯구절들을 탐하다가, 문득 삐딱한 맘이 고개를 들었다.

이 비용은 누가 다 감당했을까. 강제적으로 시행된 건 아닐까.

가까운 가게에 들어가 물을 사며 슬쩍 물었더니, 군청에서 비용을 전부 부담했다고 한다. 원하는 사람만 간판을

바꾸도록 한 거였고, 내키지 않는 사람은 안 바꿨다고. 하나 더 물었다. 간판 제목과 싯구절은 누가 정했는지.

뭐, 본인이 딱히 원하는 게 있으면 그걸 요청했다 하지만, 대개 '간판 만드는 전문쟁이'들이 알아서 만들어

왔다고 했다. 대체로, 다행한 대답이고 따뜻한 사업이지 싶다.

다른 가게들을 구경하면서 훨씬 맘이 후련해졌다. 멋지다, 고 맘껏 감탄할 수 있어서였을 거다.

↓ 맘놓고 감상하기.



향수의 2절은 이렇게 시작한다.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난 여지껏 지랄..뭐라고? 이렇게 듣곤 했었다는, 쓰잘데기없는 사족.





Baby I was fading,
Baby I was waiting.
For someone out there to save my soul
To love me in the good times,
To hold me in the bad times
Someone to make me smile a new.
Who really paints those grey skies blue

I was looking for a good life,
Just looking for a good life.
Oh a good life

Baby I was crying.
Cos all around was dying.
Until the day that you came along.
You opened up those blue skies
And now we only get highs.
I never found a love so strong
And it just keeps on rollng,
Keeps me going on.

Oh baby it`s a good life.
I got you by my side tonight
Baby it`s a good life.
And everything is right tonight.

I thought I was strong.
A fool playing the wise man
But that is easy now for me to say.
Cos I`m smiling away

Oh baby, baby it`s a good life, good life
Baby it`s a good, good life alright.

I found someone to make my whole life new.
That somebody i found is you

It`s a good life.
New life. Baby it`s a good life
Oh. baby it`s a good life.
I got you by my side tonight

Baby it`s a good life.
And everything`s alright, Tonight
Well, I love you. baby, I really love you. baby
That`s why everything is right.
life is good, life is fine.
Oh, baby it`s a good life


*                                                         *                                                         *

I'm still looking for a good life.


@ Jeju Island.

내가 정말 오랫동안 좋아라 하는 가수 중의 한 명, 이상은이다. 그녀하면 '담다디'나 '언젠가는'만을 떠올리는

사람이 여전히 많겠지만, 내게 그녀는 6집 '공무도하가' 앨범부터 각인되어 있다. '새', '어기여디여라', '성녀',
 
'비밀의 화원', '공무도하가'..온갖 명곡들을 만들어낸 대단한 싱어송라이터이자, 마력적인 보이스를 가진 

가수기도 하다. 내 십년 전부터의 필명, ytzsche에도 한 부분 기여한 그녀다.

수요일에는 매봉역 옆에 있는 EBS 공감 스튜디오에서 이상은과 '공무도하가' 앨범 이래 그녀와 함께 하는

다케다 하지무의 공연을 보러 갔었다. 얼마전 장기하의 공연을 보려고 응모했을 때는 보기좋게 떨어졌는데,

이번에는 용케 당첨된 친구와 함께 그녀를 보러 가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실제 그녀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

(사실 초등학교 때 친구가 그녀의 조카여서, 친구집에 놀러갔을 때 한번 얼핏 본 기억은 있지만, 그때는

담다디로 막 나섰던 때였던가...별 관심이 없던 시절이었다. 사인이라도 받아둘걸...ㅜ)

퇴근 후 부랴부랴 도착하느라 저녁도 간단히 샌드위치로 때우고 들어간 공연장 내에서는 카메라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다. 공연 마치고 슬쩍 한 장. 후다닥 찍느라 엉망이다.

두번째 사진, EBS 공감 스페이스라는 로고가 공연 내내 맞은편 벽에서 둥실둥실 떠있는 게 눈에 자꾸 걸렸어서

찍고 나니까 누군가 와서 그런다. 공연장 내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앗 죄송...이러고 더이상 사진찍기는

포기. 해서 공연장 내 사진은 달랑 이렇게 두 장이다.

공연은 총 열 곡. "너무 오래", "Soul Hospital" 같은 곡들은 첨에 대체 뭐지, 내가 모르는 노래도 있었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미발표곡이었다는. 이번 공연은 그녀와 함께 십여년간 음악활동을 해온 다케다 하지무가 그녀의 노래들을

피아노로만 재해석한 앨범 'MONO'를 낸 것에 대한 홍보를 겸한 듯 했다. 덕분에 기대했던 앞머리 '어기여디여라'는

그의 피아노 곡으로만 들을 수 있었다.


총 공연시간은 한..80분? 열 곡 부르면서 곡 하나 마칠 때마다 이야기하고, 마지막에 앵콜 곡하나, '음악성은 좀

떨어지지만 누구나 쉽게 따라부를 수 있고 하나된 걸 느낄 수 있는' "언젠가는"을 부르고는 퇴장..박수를 열심히

치면 다시 나와 앵콜곡 하나를 더하지 않을까 했는데, EBS 측에서 야박하게도 조명을 탁, 켜버렸다.


너무나도 아쉬웠던 80분. 조그마한 소극장 사이즈 공연장을 꽉 채웠던 그녀의 야트막한 허밍소리, 그리고 허스키한

까끌까끌한 그녀의 목소리가 고저를 넘나들며 자유로이 꺽이던 그 마력적인 순간들. 사실 그녀가 얼마전 상당한

연하남과 연애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 이후 나온 앨범들에 많이 실망한 채였다. 이승환처럼, 그녀 역시

사랑을 하니까 '예술혼'이 망가져버리는구나 싶었달까. 그녀는 '이상은이 이상해'라는 수군거림을 들었다던

'공무도하가' 앨범 시절의 그녀가 자신 생각에도 많이 이상하고, 또 '새'란 노래도 정말 이상하다고 이야기했지만,

난 그 앨범, 그중에서도 '새'가 너무너무 좋단 말이다.

공연이 끝나고 들어왔던 통로로 다시 나왔다. 벽을 따라 온통 붙어있는 이전 공연자들, 이전 공연 스케줄, 포스터들.

이상은의 마법같은 목소리, 그 떨림에 흠뻑 젖었던 시간이 지나고 나니 다시 현실이랄까, 그 통로 마지막 모서리켠에

붙었던 '언론악법 저지'의 포스터들. 문득 떠올라 버린, 그래서 이상은의 환타지스럽고 몽환적인 가사와 운율을

유감스럽게도 망쳐버린 민중가요 한 대목. "죽을 수는 있어도 물러설 수는 없다, 무엇을 뺏길 건가, 단지 되찾을 뿐."

민중가요를 좋아하지만, (물론 민중가요를 감상의 대상처럼 표현하는 '좋아한다'란 단어에 어폐가 있을 수 있지만)

이상은의 여운을 좀더 오래 간직하고 싶었단 말이다.

EBS 건물 1층 한켠에 설치된 교육방송 부스. 공감스페이스가 정말 괜찮은 프로그램이고 다른 다큐멘터리도 꽤나

호평받고는 있지만, 역시 EBS는 교육방송의 이미지가 강하다. 나도 고등학교 때 EBS 문제집은 거의 다 풀었던 듯.

밤이 깊어 나서는 길, 요새 계속 PENTAX 데세랄을 쓰다가 다시 이전의 하이엔드급 카메라를 쓰려니 뭔가

많이 다르다는 느낌이다. 음..뭐랄까, 중후하게 스윽 미끄러지며 코너링에도 흔들림없는 중형차를 타다가 갑자기

티코같이 뒤뚱거리며 장난감스러운 소형차를 탄 느낌? 이를 어쩌나, 간사한 사람마음.

그래서, 혹시나 DSLR을 사는데 돈을 보탤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공연장서 들고온 물병. 이게 뭐냐면,

바로바로 이상은이 공연 중간중간에 들고 마셨던 물병이다. 믿지 못하겠다고? 공연 직후 자리를 채 뜨지

않았던 관객들이 전부 보았다. 왠 까만옷의 직장인이 무대위로 펄쩍펄쩍 손을 뻗어 그녀가 마시던 물병을

잡아채는 민망한 모습을.

잘 보면 물병에 동글동글 그려진 그녀의 지문도 보이지 않나. 아..나 무슨 변태같아..ㅡㅡ;;;

중요한 건 사실, 방송에 노출되는 물병인지라 저렇게 라벨을 칼로 깔끔히 제거했다는 것. 난 사실 그게

신기해서 들고 왔을 뿐, 오타쿠스럽지는 않다구요...믿거나 말거나. 원하는 분 제게 비밀댓글로 적당한

가격을 불러주셈.ㅋㅋㅋㅋ

공연 80분, 게다가 다케다 하지무가 초반 네곡을 혼자 했으니..너무나도 아쉬웠던 건 당연한 터. 집에 와서

그녀의 씨디를 다시 찾아보았다. 국내에서 조금 판매되다가 이내 절판되고 더이상 나오지 않는 것으로 알고있는

6집 공무도하가 앨범(95년)가 왼쪽 상단, 나는 옥션이었던가, 경매 사이트에서 구매했었다. 나머지는 시계방향으로

8집 LEE-TZSCHE(97년), 9집 Asian Prescription(99년), 10집 Endless Lay(01년)...이상하네, 7집과 11집이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현재 13집 발매중이라는데..너무 밝고 건전한 그녀는 그닥.

 
'어기여디여라'는 일본 무슨 영화의 OST로 쓰였다고 한다. 국내에서보다 일본에서 더 팬이 많다는 이야기도

얼핏 들었는데, 국내에서 좀 더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날 공연은 아마..담주? 다담주쯤 EBS 공감

스페이스에서 방영되지 않을까. 워낙 쪼끄만한 공연장이었으니 내 얼굴도 몇 번 비치지 않을까 싶다.



* 이상은의 "새" 가사.

네가 바라보는 세상이란 성냥갑처럼 조그맣고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허전함 맘으로 돈을 세도
네겐 아무 의미 없겠지 날아오를 하늘이 있으니
너는 알고 있지 구름의 숲 우린 보지 않는 노을의 냄새
바다 건너 피는 꽃의 이름 옛 방랑자의 노래까지
네겐 모두 의미 있겠지 날아오를 하늘이 있으니
내려오지마
이 좁고 우스운 땅 위에 내려오지마
네 작은 날개를 쉬게 할 곳은 없어
어느 날 네가 날개를 다쳐 거리 가운데 동그랗게 서서
사람들이라도 믿고 싶어 조용한 눈으로 바라보며
내겐 아무 힘이 없어요 날아오를 하늘이 멀어요
내려오지마
이 좁고 우스운 땅위에 내려오지마
네 작은 날개를 쉬게 할 곳은 없어
가장 아름다운 하늘 속 멋진 바람을 타는
너는 눈부시게 높았고 그것만이 너다워
가야한다면 어딘가 묻히고 싶다면
우리가 없는 평화로운 섬으로 가지
마음을 놓고 나무 아래서 쉬는 거야
우리가 없는 평화로운 곳으로 가서
가야한다면





내눈을바라봐 넌행복해지고

내눈을바라봐 넌건강해지고

허경영을불러봐 넌웃을수있고

허경영을불러봐 넌시험합격해

내노래를불러봐 넌살도빠지고

내노래를불러봐 넌키도커지고

허경영을불러봐  넌더예뻐지고

허경영을불러봐  넌잘생겨지고

아침점심저녁 허경영을세번만부르면 자연스레웃음이나올것이야

망설이지말고 right now

call me touch me with me every day every body

난너를원해 난너의전화를원해 바로지금두려워하지말고 허경영을불러봐

신나는일이생길꺼야 즐거운일이생길꺼야 행복한일이생길꺼야 놀라운일이생길꺼야


이명박에 대한 비난, 비판은 때로 환각 효과를 일으키고 또 그것을 지속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모든 사회악의 근원이, 만악의 근원이 이명박 개인인 것처럼 '상상'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용산과 같은 철거문제도,

미디어법안과 금산분리문제도, 광우병 쇠고기를 수입하겠다는 것도, 경제가 만성적인 위기 상태에 처해있는 것도,
 
쌍용차와 같은 비정규직 문제도, 삼성의 불법재산 상속이나 주식승계 문제도, 사교육 광풍도, 부동산 투기도, 

북한과의 대결 구도나 심지어 일본에 대한 외교사적 문제까지도, 그 모든 게 이명박 일개인이 대통령으로

선출되었기 때문에 비롯한 일인 것처럼 주장된다.


똑같다. 5년전과 똑같다. 그 때도 이게 다 놈현 때문이야, 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이명박 탓이라 돌리기는 쉽다. 사실 노무현 탓이었다 돌리기도 쉬웠다. '권력'의 가시적인 상징으로, 시스템의

살아있는 징표로서, 때리기도 쉬웠고 욕하기도 쉬웠다. 눈앞에 보이니까. 깊은 생각없이 그저 모든 문제를 그의

앞으로 밀쳐두고 욕하기는 쉬웠으니까.


그렇지만 구분되어야 한다. 이명박에 대한 비판은 계속되어야 하는 게 맞지만, 이 모든 게 이명박 때문은 아니다.

사실 고 노무현 전대통령이 자기 입으로 자인했듯, 권력을 시장으로 넘어간 지 오래, 근본적인 문제는 그나마

제도적인 감시가 가능하고 통제가 가능한 영역이 아니라, 어느새 통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변했거나 우리 내부에

이식(혹은 자생)되어 있는 부분에 있는지도 모른다.


뭔가 근본적인, 그리고 치명적인 질문을 던져 볼 때라고 생각한다.


뭔가 우리가 바라던 건 '철인정치인'이거나, 하늘에서 뚝 떨어진 우리들의 '어질고 현명한 목자'였던 건 아닌가.

우리는 우리를 알아서 잘 다스려주고 어여삐 보살펴줄 성인군자, 혹은 시혜자, 혹은 전지전능한 왕의 재림을

기다리는 건 아닌지. 그런 부풀려진 기대가 노무현과 이명박, 그리고 죽은 노무현을 다시 불러내는 우리 안의

토양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러면서 좌절하고, 여기는 썩었어, 희망이 없어, 라는 또다른 극단적인 자기혐오와

패배의식으로 달려가고 말이다.


이건 일종의 병리적 현상 아닐까. 사실 이명박의 한마디로 언론의 논조와 법원의 판결과 검찰의 기소, 그런

이 사회의 보수적이고 퇴행적이며 반동적인 부분들이 조종, 통제된다고 생각하기에는, 적나라한 공권력의

행사로 목숨을 부지중인 이 정권이 너무나도 허약한 게 사실인데도, 이명박만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건

뭔가 이상하다. 또 반대로, 이명박 자리에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있었으면 만사형통이었으리라 생각하는 것도

이상하다. 그렇지 않은가.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만약 우리가 이런 식으로 일 개인에 모든 문제점을 귀착시키는 패턴을 반복하다보면
 
나오는 게 있다. 이미 나와 버렸다. 허경영이 "건강과 행복과 웃음"을 약속했다. 허경영이 "시험합격과 다이어트 성공,

키높이깔창과 성형수술 성공"을 약속하고 나선 거다. 그는 이제, 대중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는 신이 되겠노라

선언하고 나섰다.


기대를 한몸에 받던 노무현, 한순간에 모든 국민의 비웃음감이 되어버린 노무현, 어쨌든 당선한 경제대통령 이명박,
 
모든 사람이 증오하게 된 이명박, 또 다시 기적처럼 부활한-마치 토굴 속에서 사흘만에 부활한 그리스도처럼-

고 노무현. 이미 한국의 대통령은 신적인 존재로 취급된지 오래다. 그게 전능한 구세주던, 혹은 악신이던간에.

허경영은, 그리고 허경영의 "Call Me"란 노래는 사실 우리가 만들어낸 건지도 모른다. 선한 목자의 재림을

기다리는 양떼같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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