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들르곤 하는 술집, 연말이 다가오니 가게 밖으로 온통 치렁치렁 꼬마전구들을 늘어뜨렸다.

가게 전체를 작고 따스해보이는 주홍불빛으로 감싼 느낌, 안으로 들어오니 그 불빛들의 기운이

온통 한 곳으로 집중되어 있다. 얼음상자 안에 즐비하게 꽂혀있는 세계맥주들이 반짝반짝.

사실 손님들이 잘 찾지 않거나 쉽게 구하기 어려운 것들은 메뉴판에만 존재하는 것도 많다.

이날따라 뭔가 안 마셔보던 게 땡겨서 이것저것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보려 했지만 번번이

뺀찌먹고, 그냥 벨기에산 '스텔라 아르토아'랑 미국산 '허니브라운'.

벨기에 맥주는 레페브라운이니 뭐니 무얼 마시던 늘 만족하게 된다. 라거류가 되었건 에일류가

되었건, 기본적으로 전부 맛있는 듯. 스텔라 아르토아 역시, 라거답게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느껴지면서도 쌉쌀하다기보다는 구수함에 가까운 그 향취가 좋다. 허니브라운은, 이름에서

느껴지듯 꿀이 들어갔는지 달콤한 맛이 강조되었긴 하지만 그렇다고 텁텁하진 않은 정도.

원래 맥주는 병으로 마시는 게 아니라 잔에 따라 마셔야 그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고 한다.

좋은 맥주는 그래서 맥주잔이 함께 제공되는 법인데, 스텔라 아르토아잔은 손잡이가 특이했다.

둥그렇게 배부른 유리잔 목부분이 슬쩍 깎여나가서는 저런 장식이 들어가서 오톨도톨, 잔을

쥐기에도 미끄럼없이 편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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