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의 시인,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시작하는 첫머리만 알았지 가사도 다 모르던 그 시를 지은 사람이

살던 곳이다. 충북 옥천의 정지용 생가. 사실 여행을 가도 엔간함 피하게 되는 곳이 누구누구 생가, 이런 곳인데

이 곳 역시 그냥, 새로 지은 듯한 깔끔한-사람 온기없는-집 하나 덜렁 있고 옆에 박물관이 있었다.

깔끔하고 이쁘니까 좋긴 하지만, 여기서 정지용이 살았단 걸 그려낼 수 없는 건 내 비루한 상상력 때문일까.

조금은 더 리얼한 모습을 남겨주면 좋지 않았을지 생각해 봤다.

그의 '생가' 옆에 있던 지용문학관, 시인이 조탁해낸 언어들과 시세계를 비쥬얼로 보여주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무엇보다 그곳에서 일하던 문화해설사(맞나..)분의 질문이 계속 와닿았던 인연이었다. '향수'라는 (노래)제목은

다들 알지만, 정작 그 제목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향수란, 어떤 뉘앙스와 정조를 품고 있는 단어일까요.

"멋진 신세계"는 향수의 시인이자 최초의 모더니스트, 고도의 감각적 시어를 구사했던 정지용의 고장 옥천의

'시문학아트벨트'를 지칭한다고 했다. 정지용의 생가와 지용문학관에서, 옥천의 '향수30리길'을 따라 이어지는

그 공간에서 시인의 정취를 보고 듣고 느낄 수 있게 해보자는 공감각적 프로젝트라고.

생가 주변에서 만났던 풍경들은 놀라웠다. 이런 간판들이 있다니. 이런 아이디어를 실제로 실현하다니.

물결은 유리판처럼 부서지며 끓어오른다.

모초롬만에 날려온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울렁거리여
가여운 글자마다 먼 황해가 님설거리나니....

나의 가슴은 조그만 갈릴레아 바다.
때없이 설레는 파도.

헐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항상 머언 이,
나는 사랑을 모르노라.

곡식알이 거꾸로 떨어져도 싹은 반듯이 우로! (이곳은 탈곡기가 쉼없이 돌아가는 실제, 그런 곳이었다..!)

얼골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감을 밖에.

감탄할 밖에. 간판들에 눈을 못 떼고 정신없이 싯구절들을 탐하다가, 문득 삐딱한 맘이 고개를 들었다.

이 비용은 누가 다 감당했을까. 강제적으로 시행된 건 아닐까.

가까운 가게에 들어가 물을 사며 슬쩍 물었더니, 군청에서 비용을 전부 부담했다고 한다. 원하는 사람만 간판을

바꾸도록 한 거였고, 내키지 않는 사람은 안 바꿨다고. 하나 더 물었다. 간판 제목과 싯구절은 누가 정했는지.

뭐, 본인이 딱히 원하는 게 있으면 그걸 요청했다 하지만, 대개 '간판 만드는 전문쟁이'들이 알아서 만들어

왔다고 했다. 대체로, 다행한 대답이고 따뜻한 사업이지 싶다.

다른 가게들을 구경하면서 훨씬 맘이 후련해졌다. 멋지다, 고 맘껏 감탄할 수 있어서였을 거다.

↓ 맘놓고 감상하기.



향수의 2절은 이렇게 시작한다.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난 여지껏 지랄..뭐라고? 이렇게 듣곤 했었다는, 쓰잘데기없는 사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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