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하나 딱 떨어지거나 명료하지 않은 채 뿌연 눈세계 속의 풍경처럼 불분명하고 모호한

그녀들의 사랑 이야기가 다시 와닿는 날이다. 같은 사람에 대해 서로 다른 기억을 갖고

있을 뿐이라고, 그래서 그 기억들을 잘 합쳐보면 그 사람에 대한 보다 '완전한' 기억과

이미지를 추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그녀는 성공했을까. 그리고, 뒤늦게 받아든

누군가의 '러브레터'로 톡톡 두들겨진 오래전 첫사랑의 기억은 또다른 그녀에게 어떤

의미로, 혹은 상처로 남을까.


오겡끼데스까. 와따시와 오겡끼데스.


결국 지나간 두 개의 사랑에 안부를 묻는 영화, 너무나도 선명하고 강렬하게 지나버려

2년이 지나도록 지우지 못한 사랑과 그게 사랑이었는지도 모른채 지나버린 사랑에 대해

'잘 지내고 있는지'를 묻고 '난 지금 잘 지내고 있어요'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은 마음.

그건 상대가 감기에 걸리진 않았는지, 봄꽃은 보았는지, 눈이 내리는 날 뭘하며 지내는지

묻는 그런 소소한 말건넴 밑바닥에 깔린 채 쉼없이 속삭이는 본심일 거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말이다. 지나간 일들은 모두 아름답게 분칠되고 지난 사랑 역시 늘

아름답게만 기억되기 마련이지 않을까. 사실 우리는 지나버린 사랑, 다시 붙잡을 수 없는 사랑,

아름답지만 더이상은 가망없는 사랑-혹은 더이상 가능성이 남지 않아 더욱 아름답기만 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에 대해 '오겡끼데스까'를 물어야 할 게 아니라, 지금 옆에 있는 사랑,

전쟁중인 사랑에 '오겡끼데스까'를 물어야 할지도 모른다.


지나간 사랑에 안부를 묻기란, 진행 중인 사랑에 안부를 묻기보다 쉬운지 모른다.

중부지방에 폭설특보가 내린 날, 모처럼 이와이 슌지의 '러브레터'를 다시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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