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디어 하나를 밀고 나가보려는 영화, 약간의 뒤집어보기로부터 이야기는 번져나간다.

그렇다. 춘향전의 주인공이었던 춘향과 몽룡에 쏟아지던 스포트라이트가 조금 심기에 불편했다면,

춘향전의 순순하고 아름다운 해피엔딩이 조금 순진하다 싶었다면, 춘향과 몽룡의 사랑이야기에

약간의 땀 냄새를 섞어주고 싶었다면 딱 생각해 볼만한 스토리 아닐까.


아쉽달까, 약간 뒤로 갈수록 다소 긴장감이 떨어지고 익히 알고 있는 '춘향전'으로 돌아오는 듯한

느낌이 짙어지는 건 사실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을 거다. 이야기 자체가 방자의 시각으로 시작해서

처음엔 굉장히 새롭고 참신한 내용이 짙게 드러나긴 하지만, 뒤로 갈수록 오리지널 버전의 이야기로

복귀해서 춘향-몽룡의 갈등선에 얹힐 수 밖에 없는 거니깐. 방자의 이야기만으로 계속 뻗어나가는 게

쉽지 않은 건 이런 식으로 비틀고 뒤를 비추는 이야기가 가진 한계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재미있다. 방자의 사랑과 질투, 춘향의 신분상승욕과 사랑, 그리고 몽룡의 또다른 사랑과

질투가 뒤섞이면서 훨씬 질펀하고 복잡하며 순수하지 않게 전개되는 사랑 이야기도 그렇거니와,

전라도 한량 '장판봉'의 전설같은 작업기술들도, 그리고 무엇보다 조여정의 몸이-혹은 가슴이-

굉장히 눈과 귀를 모으던 요소들이었다. 개봉 당시 야하네 가슴이 얼마나 크네 등등 이야기가

나왔던 게 조금은 이해할 만하다 싶기도 하고. (나야 '색계'가 야하고 안 야하고의 기준이지만)


조금 뒤집어 이야기하자면, '여자의 마음을 먼저 얻어야 사랑에 성공할 수 있다'느니 '여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식의 장판봉 레퍼토리는 결국 여자의 몸과 마음을 얻기 위한 술책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게 이 영화의 한계랄까, 춘향전의 빈틈을 잘 버혀내어 숨겨진 이야기를

해보려던 영화의 의도 역시 어쩌면 또다른 남자인 '방자'의 시각에 치우치면서 강조된 것은 춘향의

벗은 몸과 섹스. 그렇게 결국 춘향은 아리땁고 당당한 여자 정도로만 묘사되고 만 건 아닌지 싶기도 하다.

조여정의 연기나 춘향의 캐릭터를 이야기하기엔 너무 평면적으로만, 혹은 방자와 몽룡 간에 경쟁하는

목표대상으로만 드러난 거 같아서 하는 이야기다.


영화를 보고 나서 사흘이 지났더니 조여정의 벗은 몸 정도만 기억에 남은 상태, 그렇게 쓰는 리뷰.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