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서 요새 미국에서 무지 핫하다는, 블루바틀 커피. Blue bottle coffee. 간판이 어찌나 작고 조그맣게 있는지

 

자칫하면 모르고 지나칠 뻔 했지만, 역시나 핫한 만큼 길게 늘어서 있는 줄 덕분에 놓치지 않았다.

 

두어번 갔는데, 에스프레소도 맛있었고 카페 라떼도 굉장히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우유거품이 좋았다.

 

그 밖에 이런 샌드위치라거나 와플류도 나쁘지 않았고. 다만, 역시나 커피전문점은 브랜드의 힘인 걸까 하는 생각.

 

파란색 병 하나의 컨셉으로 인테리어고 브랜드고 모두 밀어버렸는데 그게 이렇게 먹히다니. 곧 한국에서 볼 수 있을 듯.

 

여기서부터는 아이폰 카메라 말고 들고 다니던 카메라로 찍은 샷. 넘버링 스탠드와 돌려받은 주문표를 꼽아두는 곳.

 

 커피 끓이는 기계가 조금 신기하긴 했다. 원리는 마치 모카포트와 같이 물을 끓여 위의 병으로 길어올리는 방식.

 

 쉬지도 못하고 열심히 커피를 만드시던 두 분. 마침 누군가에게 커피를 건네려는 순간의 모습.

 

 

 내가 브런치를 먹고 가게를 구경하는 사이 옆에서 뉴스를 읽던 아저씨, 그리고 푸른색 셔츠를 입고 주문을 기다리던

 

아저씨의 모습이 너무 그럴듯해 보여서-게다가 여긴 블루 바틀 커피라구-살짝 도촬.

 

태국요리의 두드러진 봉우리 하나랄까, 호오가 극명하게 갈리는 '똠양꿍'.

 

현지의 타협하지 않는 맛에는 생강과 온갖 이국적인 향신료 냄새가 거침없이 뿜어나오는.

 

꼬싸멧의 밀가루 모래사장에 길게 누워 마시던 코코넛 쉐이크.

 

 

그리고 태국의 이러저러한 해물볶음밥. 도대체 이들의 이름은 외우려고 해도 외우기가 넘 어렵다는.

 

웨스턴 스타일의 아침을 먹었을 때도, 유난히 진하고 샛노랗던 노른자위가 박힌 태국의 계란이.

 

역시 이름은 알 수 없는, 그렇지만 코코넛 밀크가 듬뿍 들어있던 매우몹시 맛나던 태국식 커리.

 

그리고 하얀 살이 가득 차있는 게와 커리가 범벅되어 있는 요리. 이번 여행 최고의 음식이었다는.

 

태국에 와서 한번은 꼭 먹어보아야 할 망고밥. 망고와 코코넛밀크와 동남아쌀밥의 심플한 조합이지만 맛있다.

 

또다른 웨스턴 스타일의 식사. 네모난 곽에 담긴 형태의 볶음밥이라거나 두툼한 베이컨이 특징이었다.

 

그리고 꽤 진하게 내려주던 맛있는 커피. 이른바 커피벨트가 지나는 베트남이나 라오스에 인접한 나라여서 그런지 맘에 들었다.

 

 

 

 

 

겨울비가 제법 대차게 내리던 지난 1월. 포항을 지나 경주의 대릉원 앞 까페 골목에 잠시 멎었다. 겨울비도 잠시 멎은 그 때.

 

 

천년고도라는 진부한 호칭에도 불구하고 경주에는 뭔가 있다. 까페 인테리어에 이런 담백한 창살이 자연스러운 분위기.

 

 

커다란 새장 같은 전등갓에 불빛이 하얗게 스며들었다. 어느새 다시 캄캄해진 하늘.

 

야외 테라스에 내어놓은 테이블과 의자들은 흠뻑 빗물을 머금다 못해 뚝뚝 뱉어내는 중.

 

 

까페에서 단팥죽을 파는 것 역시 경주니까 그럴 만 하겠다 싶은데, 의외로 굉장히 맛있어서 깜놀. 에스프레소 꼼파냐도 달콜달콤.

 

이런 느낌의 룸, 마루보다 한층 올라간 높이가 조금 어색하지만 그래도 안에 들어가 있으면 막 아늑해지고 그러는 분위기.

 

 

그리고 이 까페 앞에 웅크린 천년 전 왕들의 무덤들, 조금 너머 하늘을 받치고 있던 야트막하지만 단단한 첨성대,

 

그런 것들과 함께인 듯 따로 그럴 듯하게 서있던 나무들 같은 풍경이 참 아름답던 경주 대릉원 너머 이차선도로 맞은편.

 

 

 

 

 

 

강릉에 가면 꼭 들르게 되는 커피 포레스트 바이 테라로사, 경포 해수욕장에서 순긋 해수욕장으로 가는 해송숲 옆에

 

슬쩍 숨어있는데, 그렇게 좁지 않은 건물 앞 주차장이 온통 차로 가득하다.

 

벽난롯불이 이글이글 열기를 내뿜는 1층의 공기가 2층짜리 높은 천장의 카페 건물을 지긋이 덥히고 있었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다소 어둑한 와중에도 중간층에 걸려 있는 인형이 눈길을 잡는다.

 

 

까페 라떼랑 아포가토, 커피를 붓기 전에도 이미 초코시럽이 촉촉하게 쿠키랑 아이스크림에 젖어들었다.

 

 

바닷바람에 치이긴 했겠지만 아직 해송림의 푸른 빛이 살아있던 11월, 햇살이 문득 봄인양 하던 잠시지간.

 

시원하게 유리창으로 구분된 야외 테라스, 겨울 바람과 얄포름한 겨울 햇살이 자유로이 드나는 공간처럼 보인다.

 

 

 

까페에서 책도 보고 뒹굴대다 보니 어느새 짧은 겨울해가 까무룩하니 바닷속으로 잠겨버리고 까페 역시 어둠에 잠기다.

 

 

까페 입구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찻잔과 찻잔받침들이 반짝반짝 금빛을 번쩍이며 늘어서 있기도 했고.

 

 

도심의 이러저러한 까페들과는 달리 넉넉한 스탭들의 공간과 위아래로 즐비하게 늘어선 커피 원두나 찻잔들이 여유롭다.

 

(아마 이건 서울과 지방의 땅값 차이가 크게 작용했겠지만)

 

밤이 깊어지면서 더욱 활활 불타오르고 있는 벽난로의 화염이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사실 열기는 그다지.

 

떠나기 전 까페 건물 앞에서 노랑불빛이 일렁이는 유리창들을 한 장 담았다. 해송림 너머에서도 슬몃슬몃

 

드러나보이던, 보석을 담아둔 유리상자같이 화려하고 아기자기한 모습의 까페.

 

 

 

 

 

 

 11월의 바다, 이런 추운 날씨에도 꽃마차는 경포 해수욕장 근처에 서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비닐 포장막 안과 밖으로 울긋불긋한 조화들이 샛노란 마차 색깔과는 잘 어울려 보인다.

 

확실히 바다 근처에서 거칠 것 없이 내달리는 바람 덕분에, 소라도 팔고 번데기도 파는 아저씨 뒤를 지키고 선

 

커다란 파라솔이 마치 격류에 휘말린 말미잘처럼 촉수들을 나부끼고 있는 중. 

 

모래사장까지 들어오지는 못한 마차 대신, 경포 해수욕장의 모래사장에는 말들만 들어와있다.

 

느긋하게 누워 손님을 기다리는 말, 그리고 무릎을 구부리는 것조차 귀찮은 듯 나른한 표정이 인상적인 말. 

 

 

 바닷바람 냄새를 잔뜩 품고서, 강릉의 커피골목으로 들어왔다. 골목 입구서부터 벽면에 그려진 그래피티가 예사롭지 않다.

 

 

 사층짜리 건물 한 채가 오롯이 까페였는데, 아쉽게도 옥상은 개방되어 있지 않았고 2층에만 올라가도 이렇게

 

한가롭고 포근한 분위기의 공간이 펼쳐졌다는.

 

 

 

그렇게 따뜻한 커피 한잔을 두 손으로 모아쥐고 홀짝거리다가 문득 창밖을 보니 코앞이 다시, 바다다.

 

 

 

 

이쁘다 싶은 까페 안에서도 막상 손에 들린 카메라를 여기저기 향하며 사진에 담기란 쉽지 않은 거 같다.

 

그런 흔치 않은 기회는, 까페 안에 손님이 달랑 나 혼자라거나 각자의 뭔가에 열중한 사람들이 조금 있을 때 정도랄까.

 

 

 올림픽 공원 근처 우유빙수가 제법 맛있는 어느 까페에 갔을 때, 마침 시그마 18-250렌즈 신형을 시험하던 차에

 

잔뜩 찍어본 까페 안 풍경.

 

 

 

간결하고 매끈하면서도 뒤로 무난하게 잘 젖혀질 거 같은 의자들이 쿠션을 하나씩 품고 있기도 하고.

 

 

 벽면에 장식된 그림이나 자잘한 소품들에 눈길이 간다.

 

 의자 위에는 잡지가 자연스레 누워있기도 하고.

 

 

 고양이 인형이 발딱 서 있는데 저건 태엽시계인 거 같은데 움직이질 않으니 뭔지 정확히는 모르겠고.

 

 

 까페 공간보다 훨씬 크게 마련된 공간에는 와인을 팔고 있었는데, 거기에도 나름 독특한 소품들이 보였다.

 

 

 이런 와인 창고를 하나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어느 주류 매장에 가던 꼭 한 번 해보는 생각.

 

 

일어서기 전, 방금까지 내 옆에 비스듬히 고개를 숙인 채 따뜻한 빛을 떨궈주던 스탠드를 한번 슥 봐주고 바이바이.

 

 

 

 

 

 

커피콩자루 하나에 35달러가 말이 되니 씨X?

 

무슨 커피콩이 마법콩이라도 되는겨??

 

 

 

ㅋㅋㅋㅋㅋㅋ

 

 

이태원역보다는 녹사평, 9호선 사평역이 아닌 6호선 녹사평역에서 훨씬 가까운 까페. 조금은 사람들의 눈길에서 빗겨난 곳.

 

뭐랄까, 이태원역에서부터 막막한 걸음으로 어디가 좋을까, 사람도 조금은 적고 아늑한 까페라면 좋을 텐데, 하는 마음으로

 

커다란 레스토랑들을 지나고 자잘한 악세서리점들과 노점을 지나다보면 어느 순간 까꿍, 눈앞에 나타나는 까페다.

 

 

저번에 갔을 때와는 테이블 배치가 좀 달라졌지만, 손바닥만한 공간, 고작해야 조그마한 테이블 세네개가 고작인 곳이니

 

아무리 달라져봐야 분위기는 그대로다. 구석춤에 파묻혀 책이라도 한 권 읽고 가기 딱 좋은 까페. 

 

 

 

 

 

 

 

 

 

 

 

  

 

 

 

 

 

 

 

청계천을 걷고 종로통을 지나, 길냥이가 살고 있는 까페로 돌아가다.

 

이로써 짧막한 반나절의 출사는 끝.

 

 

by NX20.

 

 

 

'맛있는 인생', 현실까지 넘쳐들어온 강릉의 로맨스.

 

영화를 따라왔다곤 하지만, 이미 '보헤미안'은 워낙 유명해진 까페가 되고 말았다. 강릉의 까페거리가 있다곤 하지만

 

보헤미안은 이미 강릉을 넘어서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드는 까페가 되고 말았으니.

 

영화에서 보헤미안은, 호텔 커피숍에서 에스프레소를 찾는 그의 모습에 약간의 허술함과 허세스러움을 덧칠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기껏 명인 박이추 선생이 내려준 에스프레소에 물을 타서 마셨던가. (아닌가, 그건 테라로사에서

 

한 행동이었던가, 기억이 그새 가물가물해져버렸다.)

 

 

여하간 보헤미안에 입성. 조그마한 건물 3층에 있는 까페는 이미 사람들이 바글거렸고, 박이추 선생을 비롯한

 

세네명의 직원들은 모두 잔뜩 기합이 들어가서 주문받고, 커피내리고, 서빙하는 중이었다.

 

하릴없이 한쪽에 앉아 자리가 나길 기다리는 중. 한쪽 기둥에 박이추 선생이 일본에서 취득한 교육이수증과

 

뭐라뭐라 막 일본어로 적힌 증서같은 것들이 걸려있었다. 그리고 위에는 누군가 그려준 캐리커쳐. 여유롭게

 

커피를 쥐고선 부드러운 눈매에 느긋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게 맘에 든다.

 

그리고 이 스위치 박스도. 여러번 테이프를 붙였다 떼었다 했는지 까맣게 때가 남았다. 뭔가 커피색으로 칠하거나

 

눈에 잘 안 띄게 치장하는 것도 괜찮았겠다 싶으면서도, 또 저렇게 테이프가 까맣게 때묻은 채 너덜거리는 , 살짝은

 

허술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다.

 

커피 원두를 사가기를 원하는 사람은 한 옆에서 비닐 진공 포장을 해서, 이런 종이박스에 담아주기도 한다.

 

원두만 사가서 집에 가서 수동 기계로 갈 때 풍기는 그 냄새도 참 좋은데, 조금 사갈까 싶은 마음이 불끈.

 

생각보다 금방 자리가 났고, 받아든 메뉴판에는 예멘이나 페루의 커피도 있었다. 커피마다 간단한 설명이 있었는데

 

괜히 어렵거나 고상하게 꼬아서 표현하지 않고 '산뜻한 신맛'이라느니 '부드러운 맛'이라느니 '스모크향'이라느니

 

한두가지 특징만 잡아서 평이하게 써두었다.

 

 

잠시 문틈으로 구경한 배전실. 커피 원두를 볶는 배전실에서 박이추 선생님이 뭔가 분주히 움직이고 계셨다.

 

주문했던 건, 고로케 세트랑 브런치 세트였던가. 일본에서 배우신 분이라 역시 고로케 맛이 남달랐다.

 

 

감자 고로케는 따로 나왔는데, 고기 고로케는 이렇게 빵 사이에 아예 양배추처럼 포개져서 나왔다. 완전 대박 맛있던.

 

그리고 카푸치노. 커피가 다르니 당연하겠지만 카푸치노 맛도 확 다르다. 잔도 이쁘고.

 

'커피의 여왕'이라는 예멘 모카마타리. 원래 이전에 맛봤던 커피 중에 흙맛이 나는 예멘 커피가 굉장히 기억에 남아서

 

그건가 하고 주문했지만, 아쉽게도 그건 아니었지만 역시 만족. 아무래도 모든 커피를 하나씩 다 마셔보고 싶어지던.

 

 

나오기 전에 계산대를 아무생각없이 훑어보다가, 빼곡하게 늘어선 찻잔 접시들이 눈에 들어왔다. 종류별로, 아마도

 

만들어진 나라도 다 다르지 싶은데 저렇게 모아둔 건 아무래도 바로바로 서빙할 수 있도록 한 편의를 따진 거겠지만

 

보는 입장에선 그 자체로 이쁘다 싶다.

 

 

3층에서 2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중간에 있는 창문 밖으로 보이는 산속 풍경. 정말 보헤미안 오가는 길이란

 

대중교통으론 오지도 못하겠다 싶도록 험하고 외딴 동네였던 거다.

 

 

주말에 줄기차게 쏟아지는 사람들 때문에 엄청 힘들겠다 싶었는데, 그래도 주4일 근무인 셈이다.

 

월화수를 쉬는 주4일라면 그래도 나머지 목금토일, 열심히 일할만도 하지 싶은데. 전국에 전파가 시급하다.

 

 

보헤미안 앞에서 어딘가로 이어지는 꽃길. 사람이 좀만 덜 찾아오기만 하면 참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곳일 텐데.

 

그러고 보니 왜 건물 3층에 까페를 차렸을지도 슬쩍 짐작이 간다. 박이추 선생의 속내를 알 것 같달까.

 

번잡함이 싫어 서울 대학가에서 강릉, 하고도 외딴 곳을 찾아 들었을 텐데, 그리고도 굳이 3층에 까페를 만든 걸텐데

 

맛 좋은 커피와 장인의 솜씨에 기갈이 든 사람들은 거기까지도 꾸역꾸역 잘도 올라간다.

 

 

나 역시 그곳을 찾아 그 번잡함과 소란스러움에 일조한 셈이 되어버리고 말았지만, 그렇게라도 한켠 박이추 선생과

 

보헤미안의 분위기를 차지해 보고 싶은 거다. 모두들 그런 생각으로 어깨를 부비며 이곳에 찾아드는 거겠지만.

 

 

'맛있는 인생'에서 그가 보헤미안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한적함과 여유로움의 편린일망정. 인생을 즐기고 싶어서.

 

 

 

대학로, 처음 문 연 날 가보고는 두번째로 찾아간 까페. 방송대 옆에 있는 고색창연한 낡은 건물 '예술가의 집' 안에

있는 슬로우가든이다.

천장이 높아 소리가 웅얼웅얼 울리거나 답답하지 않고, 은은한 조명이 샹들리에 크리스탈에 마구 반사되어 한결

부드럽고 화려해졌고, 그리고 테이블 간격이 널찍널찍해서 다른 사람에 방해받지 않고.

브런치세트가 오후 세시까지. 와플세트랑 토스트세트가 있던가. 하나씩 시켰는데 샐러드 드레싱도 맛있고 양도 솔찮던.

프렌치토스트는 포실포실하니 촉촉했고, 벨기안와플은 보들보들하니 부드러웠고. 탱글탱글한 소세지를 뱀처럼

빈틈없이 휘감고 있던 도톰하고 쫀득거리던 베이컨까지.

연극을 보고 나서 돌아가는 길, '예술가의 집'로부터 새어나오는 노랑색 불빛.

알고 보니 여기뿐 아니라 다른 곳에도 '슬로우가든' 지점이 존재하는 체인이라고 하는데, 최근에는 삼청동에도

체인점을 냈나보다. 체인점이 번지는 속도도 슬로우슬로우.





한 장의 사진을 기억하며 찾았던 강릉 경포해수욕장. 해풍을 막는 야트막한 솔숲 너머로 깔끔한 흔들의자가,

그리고 그 너머로 탈색되어버린 듯한 누런 빛의 모래사장과 퍼러딩딩한 바다가 있었다.

바다에 도달하면 더 나아갈 곳이 없다 멈추게 되지만, 사실 조금만 몸을 틀면 될 일이다. 바다와 함께, 파도소리와

함께 발맞춰 걸어갈 수 있는 길이 무한하게 뻗어가는 거다.

모래사장엔 경사에 기대어 꽁꽁 얼어있는 잔설들이 아직 남아있었다. 여름철 뜨겁게 달궈졌던 누런 모래사장이

색이 바랜듯 창백해져버린지라 시퍼렇게 차가운 얼음눈들은 자연스레 보호색을 맞춰입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바다를 따라 앞서 걸어간 걸음걸이들. 발자욱들이 줄맞춰 정연히 늘어선 게 왠지 땅을 헤집어둔 공동묘지같다.

무언가 저 구덩이에 넣고 봉긋하게 흙을 쌓아올리면 파도가 와서 다 쓸어버릴 것 같은. 그런 세기말적 풍경.

바다를 따라 걷는 기분이 그랬다. 파티나 잔치가 끝난 뒤의 적막함이랄까, 50연발 폭죽이 숨쉴틈 없이 터지고 나서

텅 비어버린 채 모래사장에 나뒹구는 느낌. 겨울바다의 풍경들이 하얗게 재만 남아버린 가슴에 날아와 박혔댔다.

BGM은 서영은의 '겨울바다', 경포해수욕장에서 무작정 북쪽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뭐 뾰족한 일정이 있는 것도

가야 할 곳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으니, 그냥 저 위쪽 어딘가에 테라로사라는 까페가 있다는 이야기만 듣고

슬슬 걸어보기로 했던 참이었다. 바다를 따라 걷다가 불쑥 기습하는 파도에 발걸음이 뒤척거리기도 하고,

문득 뒤를 돌아보면 어느새 발걸음이 파도에 씻겨내리기도 하는 길.

그러다 문득 발에 채인 유리병 하나. 와인병에 코르크 마개로 단단히 막힌 게, 안에는 돌돌 말린 종이까지 제대로

갖춰져 있는 게 한눈에도 파도에 실려온 메시지를 담고 있어 보였다. 뭐지, 일본에서 왔나. 아님 미국..?

그 자리에서 코르크마개를 따고 안의 종이두루마리를 꺼내 보았다. 약간 습기가 차 있긴 했지만 까끌한 종이의

질감이 그대로 남아있고, 테이프로 허리춤이 둘둘 감겨 있어 슬쩍 들춰본 속지엔 한글이 써져 있는 듯. 일단은

들고 가다가 나중에 따뜻한 데 앉아서 읽어보기로 했다.

꽁꽁 언 민물길이 바다로 향하는 길, 얼음에 반사된 빛무리들이 시멘트 교각 바닥을 긁으며 기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삼면이 바다라는 한국의 해안가에 빼놓을 수 없는, 군부대와 군대 시설물들. 여긴 심지어 탱크가 한대

바닷바람에 녹슬어가고 있었다.

뭍에서 흘러내리는 민물이 모래사장 사이로 야트막한 개울을 만들었다. 찰박거리며 위태로이 바다로 향하는

물길을 시시각각 얼리며 덮쳐오는 얼음판, 그 위로 성글게 번지는 빛그림자.


더이상 물의 흐름이 읽히지 않는 빙판, 여러번 깨지고 얼고 깨지고 얼고의 과정을 반복한 듯 조각난 얼음판들이

조각보처럼 이리저리 얽혔다.

그리고 어느 모래사장에 꽂힌 채 당당히 바다를 굽어보던 팽팽한 낚시대 하나. 가늘고 약해 보이는 낚시대가

바싹 성난 듯이 머리를 곧추세우고 있는 게 제법 긴장감을 머금고 있다.

몇 걸음 걷다가 문득 뒷주머니가 허전해졌다. 아까 그 와인병 안에서 꺼냈던 메시지를 뒷춤에 꼽아넣고 있었는데

여러번 앉았다 일어났다 하며 카메라를 만지다 보니 어느 틈에 도망가 버린 것. 왠지, 그 종이쪼가리를 꼭 찾아야

한다는 조바심이 들었다. 발걸음을 되짚어 거꾸로 걷길 십여분. 이렇게 얌전히 구덩이에 놓여있는 걸 용케 다시 만났다.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모습은 언제 봐도 가슴이 시원해진다. 바다가 떠밀어 보내준 메시지도 다시 찾았고,

방파제를 때려부술 듯한 소리를 내며 들썩이는 파도를 보며 계속 걸었다. 


날카로운 칼날처럼 깨어졌을 유리조각조차 이렇게 부드럽고 둥그런 모습으로 바꿔버리는 파도의, 바다의 위력.

특히나 겨울바다가 주는 신산하고 허한 느낌이란 건, 어쩌면 이렇게 모든 것들을 쓸어버리고 잘게 부숴버리다가

종국에는 남는 것 하나 없이 지워버리는 그 압도적이고 거대한 힘에 대한 경외감이나 허무함일지도 모르겠다.

겨울이라 그런지, 바다 색깔이 한결 더 검푸르다. 잉크처럼 검푸른 바닷물이 수면으로 밀어올려져서는 점점

에메랄드빛으로 연해지다간 하얀 파도로 보글보글. 모래사장까지 끌려나온 파도는 뒤미쳐 온 파도에 익사해버린다.

이쯤이 좋겠다 싶어서, 메시지를 펼쳐 보았다. 누군가의 글씨가 하얀 종이 가득 적힌 채 인연을 칭하며 친구를

청하고 있었고, 언제나 행운이 가득하기를 바란다는 인사까지 적혀있었던 메시지. 이메일 주소도 적혀있었지만

알아볼 수가 없어 연락할 도리는 없고, 배를 접어 바다에 띄워보내는 게 최선이지 싶었다.

그렇게 뭍에서 흘러내리는 민물이 만들어낸 자그마한 개울에 띄워서 바다로 흘려보내며. 중간중간 모래톱에

걸쳐 멈추기도 하고, 빙글빙글 제자리에 맴을 돌기도 했지만 어쨌든 바다까지 나가는데 성공.

순긋해변이던가, 간소하게 만들어진 부두가 방파제의 품 속에 안겨 있었다. 시뻘겋게 녹슨 철제구조물 위로

앙상하게 덮인 나무판때기, 그리고 딱딱한 부두시설과 딱딱하고 약한 배 사이의 완충을 위한 고무타이어.


파도가 철썩철썩 방파제에 속절없이 부딪혀 깨지고 있었다. 자그마한 부두의 외곽을 단단히 감싼 방파제,

언뜻 보면 아무렇게나 팔다리를 쩍쩍 벌린 채 내팽개친 탕녀나 탕아 같기도 하다.

모래사장을 따라 계속 걷고 있는 참이었다. 경포대에서 사근진, 순긋, 순포해변까지 이름이 계속 바뀌고는

있었지만, 모래사장은 죽 이어진 한 길이었다. 물론 이렇게 중간중간 민물이 넘실거리며 모래사장을 가르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물이 마른 겨울철이라 잔뜩 녹슨 다리는 아무 쓰임도 없이 그저 거기 있을 뿐.


바다를 계속 끼고 걷자니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아까는 바다가 모든 걸 지워버리고 무화시켜 버리는 힘을

갖고 있어서 허무하다 했지만, 아니, 그건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아무리 잘게 깨고 부수고 으깨어도 뭔가는


남는다. 그렇게 남은 것들이 조금씩 쌓여 모래사장을 이룬 걸 테니까. 말하자면 저건 수백년, 수만년 전의

감정과 희로애락이 그대로 담겨 있는 거대한 아카이브인지도 모른다.

사념(思念), 사념(沙念), 모래들의 사념들. 파도가 아무리 으깨고 바스라뜨릴 기세로 억겁년을 덤벼든다 해도

사념들은 고스란히 남는다.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게 변한다는 말이 진리처럼 통용되지만, 아닐지도 모른다.

조금씩 해가 기울어갔다. 쉬엄쉬엄 사진도 찍고 돌아보기도 하며 걸은 길인지라, 게다가 바닥이 단단하지 않아

걷기 쉽지 않은 모래사장으로만 따라 걸어온 길인지라 꽤나 시간을 들여 걷고 있었다.

저 너머 고래등처럼 수면 위로 불쑥 튀어나온 바위 위에는 갈매기들이 가득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녀석들이

싸질렀을 게 뻔한 배설물들이 성난 파도로도 쉽게 지워지지 않을 하얀 줄무늬가 얼룩덜룩.

순포해변을 지나 계속 올라가려는데 아무래도 분위기가 이상하다. 해안가를 따라 철망을 얹은 철책이 끝없이

이어져있고 중간중간 저렇게 침투 대비용 표찰까지 붙여놨다. 어렸을 때는 돌멩이를 철책에 꼽아놨었던 거 같은데.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모래사장, 녹슨 깡통만 굴러다니며 버려진 해변이나 마찬가지다.

한쪽엔 바다를, 한쪽엔 부대를 끼고서 아예 쭉 주파해버릴 생각으로 열심히 걷고 있는데 갑자기 앞에서 난리가

났다. 호루라기를 불고 손을 흔들고. 더이상 접근하지 말라길래 은근 부아가 나서 걍 지나간다는데 왜 난리냐고

한마디 했다가, 그냥 왔던 걸음 되짚어 돌아가기로. 불쌍한 군바리들, 까라면 까는 그들이 무슨 잘못인가.


어렸을 때 크리스마스 트리 위에 얹었던 탈지면 솜뭉치를 닮은 얼어붙은 눈 한조각. 밟으면 아작아작 소리가 나는게

좋아서 한참 밟고 돌아다니다가 조그마한 이 녀석은 차마 밟지 못하고 사진 한장.

이 녀석은 얼마나 묵은 걸까. 모래를 잔뜩 묵은 이 녀석은. 페인트가 벗겨지고 단단한 알루미늄 캔이 호일처럼

얊고 약해질만큼의 시간이 흘렀고, 이제 조금씩 몸이 헐어가며 모래알로 변해갈 거다.

돌아나와선 부대 뒷켠의 차도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앙상한 싸리비를 거꾸로 꽂아놓은 듯한 겨울 나무, 그 위로

싸리비에 이리저리 쓸리고 번져버린 듯한 겨울 하늘. 슬몃 노을이 번지기 시작했다.


애초 목적지도 없이 그저 걷던 참이었지만, 문득 생각해보니 이 근방에 테라로사라는 까페가 있다고 했었다.

겨울바다라봐야, 도착하면 금세 추워져서 이내 돌아올 걸 알고 있었으니까. 저런 까페에 앉아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거짓말처럼 눈 앞에 번쩍 나타났다.

그렇게 근 세시간, 경포대에서부터 북쪽으로 해안선을 따라 모래사장을 밟아 걷던 길이 끝나고, 테라로사에 앉아

다시 또 네다섯시간 커피도 마시고 책도 읽고 글도 끼적이고.


잔뜩 걸었지만, 쉼없이 뭔가를 생각했던 것 같지만. 막상 엉덩이를 붙이고 앉으니 다 사라져버린 것 같아서

따뜻한 까페 안에서 이상한 죄책감과 자기혐오에 빠지기도 했던. 그렇지만 그건 또 다른 이야기.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마주쳤던 자동차 십부제 운행안내판, 오늘은 휴일 내일은(도!) 휴일.
 
추석 당일 월요일날 찍었던 사진이니까, 실은 이야기는 이렇게 이어져야 한다. 엊그제는 휴일, 어제도 휴일,

오늘도 휴일, 내일도 휴일. 이렇게 장장 나흘에 걸친 달콤한 휴일이 있었더랬는데, 금요일날 밤에 눈감고는

문득 다시 뜨니까 수요일 아침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그래서 사무실에 앉아서, 몸을 이렇게 비비 꼬고 있는 중. 책상은 낯설고 키보드는 차가워졌으며, 의자에

인체공학적으로 새겨졌던 나의 둔부 형태 따위 잊혀진지 오래인 거다.

저것도 아니라면 차라리 더치커피를 똑, 똑, 뽑아내는 유리실린더가 배배 꼬인 것만큼인지도 모른다.

죽겠네 진짜. 아무리 오늘, 내일, 모레만 버티면 다시 주말이 돌아온다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북돋아보려

애써도 좀처럼 몸과 마음이 책상머리에 앉을 생각을 안 하고 있다. 오늘은 근무, 내일도 근무, 모레도 근무.


으악. 아무래도 쳇바퀴를 굴리고 있는 거 같다. 슬쩍 돌아나가며 새로운 풍경이 나오는 거 같다가도

알고 보면 다시 제자리인 무한루프. 월화수목금토일월화수목금토일월화수목금토일월화수목금토일

월화수목금토일월화수목금토일월화수목금토일월화수목금토일월화수목금토일월화수목금토일월화수목

금토일월화수목금토일...쪼큼 우울한 연휴 끝+1일차.








아주아주 달콤하고 쌉쌀한 초콜렛 음료를 만들어내는 곳, 카운터의 모습이 반질반질한 천장에

그대로 말갛게 비쳤다. 이런저런 스토리와 추억이 얽혀있는 까페.

다른 곳의 까페. 딱 보면 어디인지 알 수 있을 인테리어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던 건 천장을

온통 덮고 있는 거울이었다. 친구들이 서로의 눈빛을 주고 받으며, 또 더러는 서로의 폰에

집중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 나만 천장을 보고 사진 한장. 근데 저 지갑은 왜 연거지.

또 다른 시간의 강남역. 해가 까무룩하니 저물어가며 사방으로 빛을 퍼뜨리는 시간대에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 그리고 LED조명이 색색으로 바뀌는 가운데 거침없이 지하도

아래로 빨려들어가고 토해내어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얼음만 남기고 홀딱 마셨던 라떼, 얼음이 녹은 자리엔 물이 들이찼다.

물과 기름이 미끌거리며 서로 버텨내듯 가만히 녹아내린 얼음은 잔뜩 흐려진 라떼의 잔해와 버텨낸다.

창밖에서 볕이 손가락을 뻗쳐왔다. 이미 봄볕에 사로잡힌 꼬마아가씨는 분홍빛 가방을 들고

어디론가 룰루랄라 스텝을 밟으며 봄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조용히 스며들어온 봄볕은

꽃무늬가 커다란 테이블을 지나 보랏빛 쿠션이 보드라운 의자위에 느긋이 몸을 눕혔다.

풍성하게 바람넣은 머리처럼 불룩한 화분을 둥지삼아, 붉은 새 한마리가 가만히 앉았다.

주체못하고 쏟아져들어오는 봄볕, 강물에 빠져버린 자동차의 깨진 창문으로도 저렇게 쏟아져

내리지는 않을 거다.

예전에 왔을 때도 눈여겨봤던, 그렇지만 별다른 감상없이 봤던 곰 두 마리. 사선으로 그어진 채

첫째 곰의 몸뚱이를 두개로 쪼개놓은 햇살 아래서 보니 표정이 떠오른다. 저 녀석들의 조심스런

손의 위치는, 살짝 외로 꼬은 고개의 각도는, 조금 우울하게 늘어진 표정은. 뭘까.

그리고 벽면에 장식되어 있는 몇 장의 도자기 접시. 몇 장의 도자기도 붙어있고, 몇 장의 흔적도

여전히 붙어있다. 벗겨진 페인트로 그 존재를 주장하려는 것들은 깨져서 떼어낸 걸까 아니면

억지로 떼어내어 다른 곳으로 옮긴 걸까.

이층과 일층을 잇는 계단, 아래로 내려다보며 찍은 사진은 종종 수평감각을 희롱한다.

이렇게 보니 계단이 아니라 격자처럼 좁아져 나가는 통로같기도 하고 거울은 천장에 붙은 듯.

여기에 올 때마다, 뭔가 삼청동에서 숨겨진 잠수함 같은 곳에 올라타는 느낌이다. 의미상

잠수함이라면 수면 밑으로 내려가는 게 맞겠지만, 여긴 위로 부상해있음에도 조용하고,

사람들 눈에도 딱히 안 띄는 거 같고. 그리고 저 제법 든든해 뵈는, 잠수함 창문같은

이중 유리창들을 활짝 여는 건 뭔가 역설적인 즐거움을 준다.

제법 선명하고 튀는 색감의 테이블, 의자들, 쿠션들이 구석구석 차지하고 있지만 나름 분위기는

어찌어찌 정돈되는 게 신기하다. 창문이라고 뚫려있는 곳에 보이는 곳은 이웃한 건물의 붉은 벽돌

뿐이라지만, 그것도 나름 호의적으로 봐줄 수 있다.

벽에 있던 이집트 냄새나는 조각상 하나. 쭉 찢어진 눈이라거나 칼처럼 날카로운 콧날들이 좀

영특하다 못해 교활한 분위기를 주기도 하지만 화려하고 정교한 꾸밈을 보면 대충 만들어진

물건은 아닌 거 같다. 하긴, 이집트가 아니라 다른 어느 나라일지도 모르겠다. 음..어디려나.

이층에서 삼층으로 오르내리는 계단, 많은 사람들의 발이 나무를 조금씩 깎아낸 거다. 색깔이

빠지고, 나무의 이빨이 빠지고, 그렇게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궤적이 남았다. 무질서하게 늘어선

와인병들이라지만 일정한 수량이 넘어서는 순간 나름의 미감이 생겨난다. 규칙없이 내걸어둔

티스푼 장식장들이라지만 역시, 나름의 균형이 잡히고 미감이 떠오른다.

옥상에서 바라본 풍경. 고만고만하게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물들 사이에서 탑처럼 우뚝 솟아난

나무하며, 해가 지면 바통체인지해서 불을 밝힐 야트막한 가로등 하나. 밑을 내려다보면 여느

때처럼 줄을 늘어선 채 삼청동을 순례중인 사람들. 여기서 저쪽은 잘만 보이는데, 왠지 저쪽에서

여긴 안 보이는 거라고 자꾸 의심하게 되는 거다.

자리에 앉아 가져간 책을 조금 보다가 문득 고개를 드니 위로 들린 창문에도 불빛이 하나 떠있다.

앨리스가 빠져들어간 거울나라, 원더랜드의 시작은 이런 조그만 균열감, 일상의 것이 아닌 듯한

약간의 낯선 기미부터 시작했을 거다. 이곳의 불빛과 저곳의 불빛. 저 창문을 거울삼아 비치고 있는

풍경 속에는, 좀더 각도를 틀어서 여기저기 이쪽 세상을 비쳐본다면 뭐가 더 보일런지.

가져갔던 책을 다 읽고 라떼를 다 마시고 다이어리를 다 정리하고 이곳의 추억들을 조금 되씹고도

못내 아쉬워서, 이리저리 고개를 휘휘 돌렸다. 이미 나보다 늦게 들어온 몇몇의 사람들이 나보다

먼저 나가버린, 그래서 다시금 혼자가 된 공간이었다. 그때 발견한 외계인들의 우주선. 까페를

침공하는 중이었다. 스크류 모양으로 생긴 메탈빛 강한 것들이 짙은 그림자를 바닥에 새기며

소리없이 다가오고 있었다.

외계인들이 이층 혹은 삼층에 불시착할 것을 일찌기 예측이라도 했다는 양, 까페 주인님께서는

친절하게도 이런 안내문을 계단 내려오는 길목에 붙여놨댔다. 머리 조심. 제법 가파른 그 계단은

보통의 지구인들도 자칫 머리를 부딪힐 가능성이 농후한 곳인 거다. 마지막으로 아쉽게 주위를

둘러보고 까페를 떠나는 나를 배웅한 건 역시, '머리 조심'. 또 올께요.




전주의 전동성당 앞 골목에서 문득 고개를 들어 발견한 간판 하나.

국수카페, 카페 이름이 그냥 국수인 걸까 아니면 국수도 팔고 커피도 파는 카페라는 걸까,

조금 당황스런 마음으로 몇 초간 하염없이 바라보던 간판이었다.


뭘까. 손님들이 한쪽에서 후루룩쩝쩝 하며 국수를 먹고 다른 한쪽에서는 커피잔을,

이왕이면 앙증맞은 에스프레소잔을 손가락에 꼽은 채 그럴듯한 표정짓기 놀이중이란

그림은 좀 상상이 되지 않는데..뭘까나.




총 3층짜리 자그마한 까페. 아담한 높이의 아담한 너비, 뭐랄까 조그마한 방 하나를 켜켜이 쌓아올렸다는 느낌.

2층의 천장 한복판에는 샹젤리제처럼 저울이 매달렸다. 우주선이나 잠수함처럼 단단하고 믿음직하게 생긴

창밖에서 새어 들어오는 빛발, 그렇지만 정말 깜깜한 우주나 심해 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것만 같은 묵직하지만

따뜻한 어둠이 걸쭉하게 고여있는 곳.

FRAGILE의 딱지가 아무것도 안 놓인 반대편 저울보다 무겁다는 위트. 섬세하고 예민해서 깨질 것만 같은

그대의 예기치못한 묵직함.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 창문, 기차에서 떼어온 듯한 통유리창에 누군가 풍선든 소녀를 그려놓았다.

의자와 책상의 부조화가 나름의 분위기를 자아내도록 만드는 건 '빈티지'를 표방한 삼청동이나 효자동 까페들의

기본기 중의 기본기지만, 어둑어둑함이 촉촉하게 서린 공간에서 녀석들은 여전히 매혹적이다. 난파된 잠수함의
창문을 깨뜨리며 격하게 난입하는 파도처럼 덤벼드는 빛발 덕분인지도 모른다.

묘한 색감과 분위기, 게다가 갈 때마다 사람도 별로 없는 축복받은 곳. 사람들이 기차놀이하듯 일렬로 선 채

순례하는 삼청동이란 걸 감안하면 더더욱.

화장실 창문으로 내려다보다. 화장실 창문도, 그 위의 환풍기 보호커버도 예사롭지 않다. 볼수록 세심하게

손길이 여기저기 닿아있음이 느껴지는 것도 좋다. 어라, 이런 곳까지, 의 느낌이랄까.

2층에서 3층 올라가는 길, 3층이 아니라 옥상 위 옥탑방 가는 길이라 해야 하려나. 유리로 덮인 천장에서

하얗게 쏟아져내리는 빛이 눈발처럼 내려서는 유리병, 장식장, 등불에 조용히 쌓였다.

삼청동, 갈수록 사람들만 많아지고 길가는 전부 공사중인 데다가 많이 범속해져 신비감을 잃어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갈 만한 까페 하나가 있어 다행. (사실은 삼청동 내 마이 페이버릿.ㅋ)





타이완의 한 쇼핑몰, 여기서도 역시 별다방은 흔했다. 빅맥지수가 통용될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일률적인 레시피를

갖고 있는 맥도널드와는 달리 세계 각지에서 맛본 별다방의 커피는 꽤나 맛의 차이가 있었던지라, 어디를 가든

가능한 한번씩은 맛을 보려고 하는 거다. 게다가 타이완에는, 'Taiwan Tea' 메뉴가 있었다.

눈에 딱 들어오던 차 이름 하나. 무려 동방미인, 東方美人. 영어로 달린 이름이 더 웃긴다. 오리엔탈 뷰티라니.

우롱티가 워낙 미용 효과가 좋다고 하니 저런 이름을 붙였나 싶었다. 별다방에서 동방미인차 한번 맛봐야지,

싶어서 바로 주문.

잔 모양이 특이했다. 정말 커다란 머그잔에, 슬쩍 걸친 채 차잎을 우려내는 용기, 옆에는 조그마한 접시도

함께 놓여 나온 걸 보아하니 적당히 우려내었다 싶으면 저 위로 빼두라는 거 같다.

세련되어 보이는 하얀 잔에 붉은 빛이 감도는 우롱차가 담겨 있어서 뭔가 그럴 듯 해보였다. 근데 사실 맛은

많이 실망했었다는. 타이완에서 이런저런 차들을 계속 마시고, 이전에도 한국에서 여러 차들을 마시면서

조금은 맛을 식별할 수 있게 된 건지 좀체 별다방의 우롱차는 맛이 없었다.

그렇지만 타이완 별다방에서는 이런 녹차류도 팔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것만 해도, 그리고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별다방식 다기 세트가 있다는 걸 본 것만 해도 꽤나 재미있었던 경험.






갓 구운 따뜻한 쿠키와 브라우니 빛깔의 가구가 약간은 낡고 헤진 느낌으로 느슨하게 배열된 곳.

잔잔하게 나오는 노래에 야 좋다, 하다가 어느 순간 책읽기나 다이어리쓰기에 몰입하면 금세 귓전에서

지워진 채 조용히 자신에 몰입할 수 있을 정도의 분위기.


저런 식으로 길쭉이 내려다보는 전등에서 따스하게 쏟아져내리는 백열등 불빛도 좋고. 눈앞에는

읽고 싶은 책 한권과 다이어리, 펜 하나, 그에 더해 커피 한잔 정도면 딱 좋겠다.

그치만 현실은 시궁창.  내 마음속 까페엔 불이 꺼졌다. 내일 행사 한 건. 내일모레부터 삼일간 같은 종류의

다른 행사 한건. 그리고 나면 토요일에는 최종시험. 까페에서의 유유자적한 시간을 그리는 건 가뜩이나

월요병에 시달리는 스스로를 위무하려는 아스라한 백일몽. 


@ Spring comes, Rain falls.


상해에서 지나친 커피숍, 몇걸음 떼다 뭔가 이상해서 눈여겨보니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낯설면서도 익숙하다.

이 아이랑 참 비슷한 분위기의 배색, 그리고 도안이지 싶은데. 사실 안에 들어있는 가슴큰 인어공주의 이미지를

노골적으로 비틀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 해야 할까. 나름 비슷하지만 딱히 어디라고 찝어낼 순 없는 경계에

달랑달랑, 그 정도 수위의 카피인 듯 하다.

메뉴판이 동그라미 링으로 조금은 두툼하게 나왔지만, 뭐 팔고 있는 커피 종류가 많은가 보다 했다.

근데 아니다. 심지어 국수류도 팔고 있었다. 중국식 소면, 메뉴만 보고는 여기가 까페란 사실을 망각하겠다.

다시 말하자면 여기는 상해 어느 길거리의 별다방 닮은 듯 안 닮은 듯 딱히 찝어말하기 힘든 로고를 가진 까페,

보통 까페라 하면 커피를 팔고 차를 팔고 여름에는 팥빙수 정도를 팔곤 하지만 김이 무럭무럭한 면을 팔지는

않는단 말이다. 중국어로 '까페이'라 읽히는 건 우리말로 커피숍, 까페라고 분명 배웠는데.

조금 불안했지만 ice-coffee를 시켰다. 서빙되어 나온 건, 그야말로 아이스커피와 냉커피의 차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한 잔의 다방 커피. 커피 둘 설탕 둘 프림 셋의 커피에 뜨거운 물 조금 부어 녹인 후에 얼음 동동 띄운.

그치만 빨대가 비비 꼬인 건 맘에 든다.

바닥에 깔아준 받침을 유심히 보니 꽤나 재미있는 말들 투성이다. Latter, Colombian, Hawail Coffee, Sunmiyaki,

그렇지만 대박은 뭐니뭐니 해도 'Espresson'. 에스프레소가 아니라 에스프레'손'!

어라, 더 심한 걸 보고 말았다. 무려 양갈비다. 까페 유리창에 붙어있는 메뉴는 다름아닌 기름기 줄줄 흐르고

노린내 응큼하게 나는 양갈비. 다시 한번 리마인드하자면 여기는 까페. 대개는 커피나 차를 마시는 곳. 와우.

80, 90년대 한국의 다방에는 동전을 넣어 오늘의 운세가 돌돌 말린 종이를 뽑는 재떨이도 있었고, 한쪽엔

오락기도 있었고 그랬던 거 같다. 한 숟갈씩 퍼먹던 프림의 숨막히도록 텁텁하고 달달한 맛과 함께 떠오르는

추억이다. 중국의 커피숍엔 그런 건 없었지만, 제법 이런 식으로 생긴 호출벨도 있지만, 저 아저씨는 왜 저리

입을 쫙 벌리고 힘든 표정을 짓고 있을까.






@ 서울.
신혼여행을 다녀온 분이 선물로 사다준 수동식 에스프레소 기계. 내가 에스프레소 좋아라 하는 건 또 어찌 아시고.

무지하게 작고 귀여운 게, 에스프레소 잔 하나가 저 스팀구멍 달린 물통 위에 올라앉은 느낌이다. 물을 끓여 고온의

수증기로 만들어, 커피가루를 투과시키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에스프레소를 만들어내는 기계라나.

대략의 원리는 그런 거다. 밑의 물통에다가 물을 적당량 붓고, 저 깔대기처럼 생긴 걸 올려서 커피가루를 올리고,

에스프레소 잔만한 저 주전자를 빙빙 시계방향으로 돌려 꽉 조여준다. 뭔가 허술해보이지만, 작으니까 어쩔 수 없다.

그렇게 가열해 주면, 밑에서 끓어오른 물들이 커피가루를 거쳐 위에까지 튀어올라와, 꽃의 수술처럼 생긴 저

불쑥 솟은 곳 끄트머리에서 뽈뽈뽈 에스프레소 커피원액이 쏟아진다는 거다. 뽈뽈뽈~*

구분동작 #1. 원두커피 갈린 가루를 꾹꾹 눌러 티스푼으로 떠올린다. 색감이 별로 안 살았지만, 저런 거무튀튀하고

기름져보이는 부엽토색, 흙색이 아니라 나름 안성기가 좋아라 한다는 아라비카 원두를 떠올리게 만드는 고운 갈빛이다.

구분동작 #2. 커피가루를 깔대기 위로 옮겨 붓는 와중에 꼭 저렇게 질질질 흘리곤 한다. 그치만 티스푼조차

밥숟가락만하게 보이게 만드는 니녀석의 왜소한 체구가 잘못된 거라구, 따위 변명은 어머니에게로.

구분동작 #3. 가스렌지의 가장 작은 화구에, 그것도 보조받침대를 동원해야 겨우 불 위에 엉덩이를 걸칠 수 있는 녀석에

비하자니, 뒤에 있는 뚜껑없는 주전자가 늠름하다. 플라스틱 손잡이가 지글지글 탈까 싶어 불은 최소한으로.

구분동작 #4. 파란 불빛이 파란 주전자를 순식간에 후끈 달구더니, 미친 듯이 용솟음치는 에스프레소 커피 원액.

부글부글대는 심상찮은 소리를 무시하고 뚜껑을 살짝 열었을 뿐인데, 온통 사방에 커피방울이 튀고 말았다.

마치 원유가 터져나오는 유정을 발견한 느낌이랄까. 당황스럽고, 그러면서도 유쾌하고. 왠지 마구마구 커피가

올라와서 부엌을 채우고 집을 채우고 세상을 가득 채워버릴 거 같은 걸출한 기개와 박력.

구분동작 #5. 불을 끄니 잔잔한 에스프레소의 호수가 거기 있었다. 밑엣돌을 빼어 위엣돌을 괸다던가, 따위 속담과

전혀 상관없이 밑의 물이 거의 자중손실없이 위로 올라오는데 성공. 커피향이 왈칵 달겨든다 했더니 어느새 둔해졌다.

시꺼멓고 유유한, 쓰고 달고 맵싸하고 시큼한 에스프레소.


그렇지만 제길..뒷처리가 쉽지 않은 에스프레소 만들기. 주먹을 부르는 에스프레소. 아까 뚜껑을 무리해서 열었더니

이 녀석 정말 '뚜껑이 열렸는지' 온통 질질질, 퉤퉤퉤 사방에 뿜고 뱉고 장난 아니다. 행주님이 바빠지셨다.

그러고 나서야 구분동작 #6. 따른다. 에스프레소 잔이 시급한 Must-Have 아이템으로 떠올랐음을 보여주는 인증샷.

이미 집안 가득 아낌없이 퍼져버린 커피향에 대해선 욕심부리지 않을 테지만, 마지막 한방울에 대한 탐욕스런 집착은
 
부끄럽지 않은 것. 다만 불편할 뿐.


생각보다 마지막 한방울까지 짜내는 데에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구분동작 #7. 뒷마무리가 깔끔해야 다음에 또 부엌을 쓸 수 있다. 빈틈없이 뽀득뽀득 설거지.



아침마다 한잔씩 만들어 먹으려고 했는데, 그건 도무지 쉽지 않고..왠지 마시는 시간대가 늘 한밤중이다.

커피를 마신다고 잠을 못자거나 그러진 않는데, 암만해도 일종의 알콜 대용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듯.



파리로 여름휴가를 떠난다는 내 손을 꼭 붙잡고 '라 뒤레'의 마카롱을 꼭 사올 것을 당부한 친구가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마카롱 집이라면서, 그곳의 정확한 위치가 표시된 wingbus의 파리 여행정보 맵까지 쥐어

주었다. 그 맵에 나온 설명에 따르자면, 친구 말대로 "라뒤레는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마카롱 집으로 잘 알려진

곳"이란다. 비록 난 여태 그렇게 잘 알려졌다는 곳을 들어본 적도 없었고, 마카롱이란 것도 스타벅스나 현대백화점

지하 매장에서 한두번쯤 별 특별한 감흥없이 먹었던 게 전부였지만 말이다. 설명은 이어졌다. "1862년에 세워진

가게인데, 우아한 파스텔톤 외관을 비롯하여 고풍스런 분위기가 매장 곳곳에서 느껴집니다. 내추럴, 시트롤(레몬),

피스타치오, 바닐라, 커피, 초콜렛 등 10여종의 다양한 마카롱을 즐길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지도상, 샹젤리제 거리 중간쯤에 표시된 이 라뒤레를 어떻게 찾아야 할까, 더구나 나는 별로 지도를 손에 들고

관광객 티 내며 다니는 걸 꺼리고 좀 걷다가 멈춰서 뒤적뒤적, 다시 또 얼추 방향과 거리를 잡고는 걷다가 안나옴

뒤적뒤적..대는 패턴으로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걱정이 좀 되었다. 아무리 여행에서 헤매는 건 필연적일 뿐 아니라

사실은 기대하고 있던 거였다고는 해도, 명품 매장과 쇼핑센터로 가득한 샹젤리제 거리는 그다지 내가 자주 걷게

될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에, 한번에 찾고 싶었다.

그래서 개선문을 등진채 신호등을 종횡하며 샹젤리제 거리의 좌우측 보도를 섭렵하기 시작했다. 이쁜 까페들이

있었고 그곳에서 차를 마시는 분위기있는 아가씨들이 시선을 흐트러뜨렸으며, 아마도 근처 MONOPRIX같은

대형 마트에서 샀을 샐러드를 길가 벤치에서 맛있게 먹는 아가씨들도 정신을 분산시켰을 즈음.


라 뒤레가 내 등뒤에 있었다. 방금 지나친 라뒤레의 노천까페를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며 메뉴판을 살피던 내

시선이 곧장 저 사진 속의 아가씨가 뿜는 왠지 모를 당당함과 신선함으로 옮겨가는 바람에 라뒤레의 간판을

지나쳐 버린 것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말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연두빛과 단정한 금색의 조화가 매력적이어서, 냉큼 들어가기 전에 잠시 밖에서 서성대며

장식들을 구경했다. 안에는 타르트라거나 크로와상같은 기본적인 빵류에서부터 색색의 디저트용 조각 케잌, 그리고

선명하게 빛깔을 내는 근 스무 가지의 마카롱이 크고 작은 사이즈로 쫙 진열되어 있었다.


작은 거 8개에 약 14유로였던가, 1유로에 1600원 가까이 하는 세상이니 8개에 약 3만원에 육박하는 고가다.

상자크기는 다양하게 있어서 많이 살수록 개당 단가가 약간씩 내려가는 것 같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상당히

비싼 편이기 때문에 별로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랬으니 약간은 심술을 부리듯이, 혹은 소비자로서

당연한 권리를 꿋꿋이 행사하겠다는 의지라도 표현하듯, 세 개의 박스, 총 24개의 마카롱을 하나하나 점원에게

무슨 맛으로 달라고 읊어줬겠지. 박스도 네 가지의 색상이 있었던 거 같은데, 모두 다른 색으로 달라고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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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쌉쌀한 커피랑 같이 먹으면 딱이다.

겉은 바그작, 하고 부서져 내리지만 안에는 살짝 쫀득이는 달콤한 크림같은 게 차 있다. 커피맛이든 초콜렛맛이든

혹은 레몬맛이든 그 맛 자체도 신선하게 풍미가 살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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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테 역 앞에 액세서리나 화분, 온갖 잡동사니들을 파는 자그마한 시장골목통 같은 데서 사온 고양이 두마리를

올려놓고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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