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로 여름휴가를 떠난다는 내 손을 꼭 붙잡고 '라 뒤레'의 마카롱을 꼭 사올 것을 당부한 친구가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마카롱 집이라면서, 그곳의 정확한 위치가 표시된 wingbus의 파리 여행정보 맵까지 쥐어

주었다. 그 맵에 나온 설명에 따르자면, 친구 말대로 "라뒤레는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마카롱 집으로 잘 알려진

곳"이란다. 비록 난 여태 그렇게 잘 알려졌다는 곳을 들어본 적도 없었고, 마카롱이란 것도 스타벅스나 현대백화점

지하 매장에서 한두번쯤 별 특별한 감흥없이 먹었던 게 전부였지만 말이다. 설명은 이어졌다. "1862년에 세워진

가게인데, 우아한 파스텔톤 외관을 비롯하여 고풍스런 분위기가 매장 곳곳에서 느껴집니다. 내추럴, 시트롤(레몬),

피스타치오, 바닐라, 커피, 초콜렛 등 10여종의 다양한 마카롱을 즐길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지도상, 샹젤리제 거리 중간쯤에 표시된 이 라뒤레를 어떻게 찾아야 할까, 더구나 나는 별로 지도를 손에 들고

관광객 티 내며 다니는 걸 꺼리고 좀 걷다가 멈춰서 뒤적뒤적, 다시 또 얼추 방향과 거리를 잡고는 걷다가 안나옴

뒤적뒤적..대는 패턴으로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걱정이 좀 되었다. 아무리 여행에서 헤매는 건 필연적일 뿐 아니라

사실은 기대하고 있던 거였다고는 해도, 명품 매장과 쇼핑센터로 가득한 샹젤리제 거리는 그다지 내가 자주 걷게

될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에, 한번에 찾고 싶었다.

그래서 개선문을 등진채 신호등을 종횡하며 샹젤리제 거리의 좌우측 보도를 섭렵하기 시작했다. 이쁜 까페들이

있었고 그곳에서 차를 마시는 분위기있는 아가씨들이 시선을 흐트러뜨렸으며, 아마도 근처 MONOPRIX같은

대형 마트에서 샀을 샐러드를 길가 벤치에서 맛있게 먹는 아가씨들도 정신을 분산시켰을 즈음.


라 뒤레가 내 등뒤에 있었다. 방금 지나친 라뒤레의 노천까페를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며 메뉴판을 살피던 내

시선이 곧장 저 사진 속의 아가씨가 뿜는 왠지 모를 당당함과 신선함으로 옮겨가는 바람에 라뒤레의 간판을

지나쳐 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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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연두빛과 단정한 금색의 조화가 매력적이어서, 냉큼 들어가기 전에 잠시 밖에서 서성대며

장식들을 구경했다. 안에는 타르트라거나 크로와상같은 기본적인 빵류에서부터 색색의 디저트용 조각 케잌, 그리고

선명하게 빛깔을 내는 근 스무 가지의 마카롱이 크고 작은 사이즈로 쫙 진열되어 있었다.


작은 거 8개에 약 14유로였던가, 1유로에 1600원 가까이 하는 세상이니 8개에 약 3만원에 육박하는 고가다.

상자크기는 다양하게 있어서 많이 살수록 개당 단가가 약간씩 내려가는 것 같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상당히

비싼 편이기 때문에 별로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랬으니 약간은 심술을 부리듯이, 혹은 소비자로서

당연한 권리를 꿋꿋이 행사하겠다는 의지라도 표현하듯, 세 개의 박스, 총 24개의 마카롱을 하나하나 점원에게

무슨 맛으로 달라고 읊어줬겠지. 박스도 네 가지의 색상이 있었던 거 같은데, 모두 다른 색으로 달라고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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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쌉쌀한 커피랑 같이 먹으면 딱이다.

겉은 바그작, 하고 부서져 내리지만 안에는 살짝 쫀득이는 달콤한 크림같은 게 차 있다. 커피맛이든 초콜렛맛이든

혹은 레몬맛이든 그 맛 자체도 신선하게 풍미가 살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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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테 역 앞에 액세서리나 화분, 온갖 잡동사니들을 파는 자그마한 시장골목통 같은 데서 사온 고양이 두마리를

올려놓고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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