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열었던 블로그 첫돌맞이 이벤트(★블로그 돌맞이★ '조촐소박'한 이벤트를 나도 한번~!)를 종료합니다!

따뜻하게 축하해 주신 모든 분들께 너무너무 감사드리구요, 앞으로도 잘 지내보아요^-^*


어떤 분께 드릴까 마구 머리를 굴리며 고민하다가, 다소 간단한 기준을 생각해냈답니다.

First come, first get. 선.착.순...이라는.ㅡㅡ;;ㅎㅎㅎ

그리하야 '1빠'와 '2빠'로 글을 남겨주신 두 분,

하수님(http://oravy.tistory.com/)과 나른한 고냥이님(http://petiteneco.tistory.com/)께 보내드리도록 할께요.

감사합니다~!!^^




#1. 그래요, 축하 한번 받아보고 싶었습니다^-^*

저도 자칫 잊고 지나칠 뻔 했는데 문득 '개설일자'가 눈에 들어왔지 뭡니까. 2008년 6월 5일. 바로 1년 전의 오늘.

사실 개설일은 제게 큰 의미를 갖지는 않을지도 모릅니다. 실제 글을 썼던 것은 2008년 6월 26일.

예전부터 미니홈피가 아닌 블로그를 제대로 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우선 어떤 블로그를 만들고 싶은지
 
그다지 명료한 그림이 없는 상태였다죠. 일기쓰듯 나 자신을 위한 공간을 지향할지 아니면 무언가 적극적인 소통을

위한 공간을 지향할지, '나'는 얼마나 공개할 건지, 그리고 세세하게는 카테고리를 어떻게 잡을지.

첫 공지를 충동적으로 올린 건 개설하고 난 지 삼주 정도나 지나서였지만, 여전히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다만 뭔가 사고가 멈춰간다는 느낌, 일상에 묻혀 '어제가 오늘같고 오늘이 내일같을' 둔감함과 나태함의 더께가

어깨 위로 내려앉는 느낌을 피하고 싶다는 절박함이 있었던 것 같네요.



#2. 이제 블로그는 저 자신만큼이나 정신사납고 복작복작해져버렸습니다.

카테고리는 잔뜩 늘어졌고, 나를 위해 쓰는지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쓰는지도 잘 구분하기 쉽지 않으며,

게다가 이 블로그의 주된 테마가 뭐다, 라고 꼭 집어 말하기 어려울 만큼 잡다구레해진 것 같아요. 아무리 제가

바라는 저의 모습이란 게, 가능한 많은 커팅면을 품은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같은 거라지만, 이건 너무 지저분하다

싶을 때도 있습니다.


뭐, 그런 게 오히려 저 자신을 가능한 풍요롭게 보여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겠지만, 일단 조금은 풀이

죽어 있는 상태입니다. 어떻게 정돈을 해야 조금은 더 깔끔해질지, 좀더 접근하기 편해질지.

이런 와중에도 저랑 잘 놀아주시는 이웃분들에게 땡큐베리감사할 따름이에요..여러분 덕분에 따뜻해요T^T



#3. 조언을 구합니닷~* (굽신굽신~ㅎㅎ)

말씀드린 대로 '일단 살짝 풀이 죽어 있는 상태'니까, 우선 힘내라 이자식아, 같은 '돌맞이 축하메시지'로 기름칠 좀

해주신 후에 이 블로그를 좀더 어케 해야 보기 좋고 멋진 곳으로 만들 수 있을지 쓰디쓴 고언들 부탁드립니다^^


가장 와닿는 조언을 해 주신 분께는 마침 제가 알제리 출장에서 사들고 온 대추야자 선물박스를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축하해 주시고 조언을 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선물을 드리는 게 당연한 일이겠지만, 사정상

그런 빅 규모의 행사는 나중을 기약하고 이번엔 두 분께만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댓글이 두 개는 달리겠지 설마..

그렇다고 이 공간에 들러주신 모든 분들에 대한 제 마음마저 박한 건 아니니 넘 섭섭해 하진 마시길..ㅜ


정리하자면, 지금 현재부터 적당한 시기-아마도 6월 8일 12시?-까지 돌맞이 축하 및 조언을 해주시는 분 중

두 분을 선정하여 소정의 대추야자 선물박스
를 보내드리도록 할께요. 미리 감사해요~!


* 대추야자란? (네이뇬이 말하길..)



#4. 마지막으로, 이 공간을 열어주신 '승주나무'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를 이 공간에 초대해 주신 분, 어쩌다 보니 정작 한 번도 고맙다는 말씀도 제대로 못 드린 거 같은데, 이제라도

감사하단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승주나무님, 고맙습니다~!

앞으로 종종 찾아뵙고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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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랄하게 날름대는 모닥불을 등진 듯 열기가 확확 치솟는 목 뒷덜미.

바싹 말라 비틀어진 행주를 두세개쯤 먹어치운 듯 꽈악 메어버린 가슴.


어떻게 해도, 어떻게 하지 않아도..내 존재 자체가 거슬리는 밤.

날 못 견뎌하고 스스로를 거슬려하는 건 다만 나일 뿐. 神의 눈길은 먼 곳만을 향한다.


질주하는 불빛, 번뜩이는 아스팔트. 어디와도 접속되지 않는 노랑 중앙선.

삶은 재앙이다.



초하님, 아디오스님을 비롯한 많은 이웃분들이 책 나눔을 함께 열심히 하고 있다며 저를 여러 곳에 칭찬해 주신 덕분에,

토요일 하루 종일 집에서 노닥대다가 밥먹고 설거지하고 포스팅 좀 하다가 이렇게 다시 한번 책을 나누고자 번쩍, 하고

칼을 빼들었슴다. 이번엔 총 다섯 가지, 제가 리뷰를 써놓은 것이 세 권, 아니 써놓은 것이 두 권 되겠네요^^


#1.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스콧 피츠제럴드, 문학동네)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시대에 영합한 골동품의 묘한 향내.

그는 불후의 거장이 되겠다거나 인간의 변함없는 뭔가를 글 속에 간직하고 싶다는 욕심보다는, 당대의 욕구와 취향을
가장 잘 반영하고 선도하고 또 따르려는 욕심을 가졌던 게 아닐까. 그래서 그의 글들을 읽다 보면 당시 유행을 선도하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고, 어떤 생각을 했으며, 어떤 식의 농담을 했는지, 어떤 유희를 즐겼는지 살아있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당대를 넘어 불변하는 뭔가를 끝내 쥐어내고 시대를 버티어내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시대에 오체투지하듯
몸을 던져 흐름에 완전 영합함으로써 시대를 넘어서는 작품도 있기 마련인가 보다. 살짝 풍기는 노인네의 구렁내같은
골동품의 냄새도 이정도면 오묘한 향수 축에 끼워줄 수 있다.


#2. 대한민국 표류기. (허지웅, 수다)


[대한민국표류기] 술한잔에 친구먹음 딱 좋겠다.

아직 말랑말랑하다고, 적어도 말캉말캉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그의 (영화평론을 포함한) 에세이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왠지 내 속의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듯 했다. 그런 말랑말랑함이 필연적으로 동반할
(꼰대 세계의 눈으로 본, 가치평가가 담긴) '불완전함'과 '불안정함', 그런 '질풍노도'의 표류기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계속 말랑대며 살고 싶은 내가 그랬듯.


#3. 배려 (한상복, 위즈덤하우스)

배려 - 6점
한상복 지음/위즈덤하우스

[배려] 마음을 움직이는 부드러운 배려.
 
굳이 어떻게 성공할지, 당신의 비전은 무엇인지 캐어묻는 책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삶의 기본기를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는 이 책의 말대로, 받기 전에 먼저 주는 배려는 나와 상대방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공존의 원칙이며 사회의 기반이 된다.


#4. 파피용. (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책 썸네일

개인적으로 베르나르는 '개미'가 가장 좋았고 그다음부터는 좀 내리막이 아닌가 싶은데요. '나무'도 그랬고,
이책 '파피용'도 그랬고, '타나토노트'도 그랬고. 어쩌면 그의 작품명 짓는 센스가 부족한 건지도 모릅니다.
타나토노트나 파피용, 대체 이름만 갖고는 무슨 소재로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파피용은
더이상 미래가 없는 지구를 탈출해 새로운 희망을 찾아나서는 사람들을 태운 비행선의 이름입니다. 그 이야기는
결국 인간이 가진 본원적인 폭력성, 사회적 특성..들이 거대한 비행범선 내에서 되살아나, 급기야 인류 최초의
아담과 이브가 또다른 지구에 정착하는 데에까지 이르죠. 베르나르 베르베르에 대한 무작정한 호감이나 기대가
없다면 더욱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5. 괴물 1, 2. (이외수, 해냄)



2002년, 5년만에 나왔던 이외수의 장편소설입니다. 81개로 이루어진 각 장의 등장인물들이 치밀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나 글투가 이외수스럽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연쇄살인범의 뒤를 쫓는
일종의 스릴러물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잠이 쉽사리 오지 않는 어느날밤, 침대에 기대앉아 보기 딱 좋은 책입니다.


청방법!!


비밀댓글로 남기시는 게 편하시겠죠? 개인정보를 로봇들이 퍼나르는 시대라니까요.ㅎㅎ
1)"성함, 주소, 전화번호" 등 기본적인 정보와, 2) 왜 이 책을 받고 싶으신지, 이 책에 대해 무엇을 기대하시는지 말씀을
남겨주시면 제가 빠른 등기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책 앞에 뭐라뭐라 살짝 낙서처럼
끄적여 보내드려도...괜찮죠?
뭐, 그런 식으로 온라인의 존재감을 오프라인으로 연장해 보려는 가냘픈 손짓으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당^^;
기본적으로 삼일정도 신청하신 분 중에서 제 맘대로  선정하도록 할께요, First come, first get의 룰은 참고만 하지요.

제일 중요한 점!!

1. 받으시게 될 분은 다 읽으신 후에 리뷰를 포스팅하고 제게 트랙백걸어 주시면 되겠습니다.
2. 책을 또다시 다른 분께 날개달아
주실지 말지는 받으시는 분 마음입니다. 본인이 소장하시려면 소장하셔도
무방하다는 이야기지요. 다만 가능하다면 본인이 소장한 다른 책 중 한권을
이런 방식으로 나누시면 더욱
기분이 좋아지시지 않을까 싶네요^-^* 아, 어디까지나 이는 제 희망사항일 뿐 강제는 아닙니다.
나눔이니까요^^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블로그와 나눔]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1.

고냥이님의 블로그에서 "당신과 나와의 거리는 얼마입니까?"라는 질문을 접했다. 그러게, 요새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

나와의 거리는 과연 얼마일까. 상대로부터 지켜질 때 심리적인 안정을 느낀다는 최소한의 거리, 사회적 거리라던가,

그 거리를 뚫고 들어오는 사람이 없다. 다들 너무나도 예의가 발라서인지, 아님 알게 모르게 내가 극상의 반탄강기

기술을 시전하고 있던지 간에, 표면만 살짝살짝 건드려보거나 톡톡 두들겨보는, 그 짧고 얕은 진동으로 상대의 안부를

묻는 그런 상태가 오랜 시간 지속되고 있다.

뚜, 뚜우, 뚜우, 뚜, 잘 살고 있습니까. 뚜뚜, 뚜우, 뚜뚜뚜, 예(방긋). 요딴거.


내일 알제리로 출장을 떠나, 금요일에나 돌아올 예정이다. 알제리가 어디 붙어있냐 하면, 북아프리카, 프랑스의 아랫쪽,

지중해와 접한 아프리카국가. 왼쪽엔 모로코, 오른쪽엔 리비아, 리비아 오른쪽엔 이집트...


내가 알제리에 있건, 한국에 있건, 한밤중 이렇게 인터넷을 부유하건, 그 거리는 중요치 않다. 마치 '상실의 시대'에서

와타나베가 스스로 걸었던 걸음을 세거나 계단수를 세거나 하는 것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듯, 문제는 거리 자체가

아니라 너와 나 사이의 거리에 관심이 없다는 그 사실이다.  내가 어디 붙어있냐 하면, 서울 역삼동 우리집 책상앞

의자 위, 모니터 위 점멸하는 커서 상단 주먹하나 위쯤, 알제리로 향한 비행기가 마침 뉴칼레도니아 상공을 지나..

뭐 그런 거, 질문하지 않는데 굳이 답할 수 없는 거다. 관심없다는데 말할 필요 없는 거다.


그래서, 알제리던 어디던, 내가 사람들과 느끼는 거리감이란 항상 그만큼. 어쩌면 일종의 초기값. 디폴트값.

알제리와 한국. 출장도 가기 전인데, 오늘하루 벌써 열두번쯤은 그 디폴트 거리값을 느끼고 말았다.


#2.

내일부터 알제리에 출장, 4박5일..이라지만 좁디좁은 비행기 이코노미석에서 관짝체험하는 시간을 제하면 고작 2박 3일

체류 예정이다. 노무현이 뿌려놓은 한국-알제리 경제협력 태스크 포스 합동회의. 아마 꼼짝없이 호텔 안에만 잡혀서

지낼 거 같지만, 그래도 뭔가 또 바득바득 사진도 찍고 감상도 불러일으켜볼 생각이다.


가기 전에 이집트 여행기를 완료하고 싶었고, 책 나눔도 한번 더 하고 싶었는데 막판까지 너무 정신없이 굴러갔다.

DHL로 미리 부쳤던 두 박스 중 하나가 중간에 실종되는가 하면, 인원 확정이 막판까지 되지 않아 숙소와 차량 문제가

엉망이었고-여전히 엉망이고-, 도무지 신뢰할 수 없는 관료들의 일처리까지. 쉐라톤 알제 호텔의 수영장이 멋지다길래

혹시 몰라 수영복은 챙겨가는데, 역시 그럴 일은 없을 거다.


#3.

문제를 못 풀겠으면 잔뜩 다시 헝클어버리고 시작한다. 변수를 추가하고, 상황을 마음가는대로 꼬아버리고. (종종

그런 거친 소울이 발현되는 방식은 지극히 자기파괴적이고 시니컬하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점점 산으로.

시간 제약은 있고, 문제는 난해하고, 차라리 '친구야 미안해'라고 쓴 보드를 머리위로 번쩍 들어올리는 게 깔끔한 걸까.
 
아니면 화이트보드를 물고 차고 던지면서 스튜디오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강짜를 부려야 할까.

어디 한번 어디까지 치닫나,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 보자는 심보는, 묘한 쾌감과 중독적인 마력을 동반한다.


차라리 출장을 떠나서 다행이다. 요새 정약용이 이야기했던 '폐족'이라는 단어가 회자되는 모양이더만, 지금 내겐

스스로를 '폐(閉)'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잠시 문제를 잊고 머리를 식혀야 한다니, 강제적인 쿨링시스템의

가동이랄 만한 출장이 내일이다. 내일 아침 9시비행기. 밤새 부유하다가, 비행기 안에서 오랜만에 숙면을 취할 생각이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분이 선물로 사다준 수동식 에스프레소 기계. 내가 에스프레소 좋아라 하는 건 또 어찌 아시고.

무지하게 작고 귀여운 게, 에스프레소 잔 하나가 저 스팀구멍 달린 물통 위에 올라앉은 느낌이다. 물을 끓여 고온의

수증기로 만들어, 커피가루를 투과시키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에스프레소를 만들어내는 기계라나.

대략의 원리는 그런 거다. 밑의 물통에다가 물을 적당량 붓고, 저 깔대기처럼 생긴 걸 올려서 커피가루를 올리고,

에스프레소 잔만한 저 주전자를 빙빙 시계방향으로 돌려 꽉 조여준다. 뭔가 허술해보이지만, 작으니까 어쩔 수 없다.

그렇게 가열해 주면, 밑에서 끓어오른 물들이 커피가루를 거쳐 위에까지 튀어올라와, 꽃의 수술처럼 생긴 저

불쑥 솟은 곳 끄트머리에서 뽈뽈뽈 에스프레소 커피원액이 쏟아진다는 거다. 뽈뽈뽈~*

구분동작 #1. 원두커피 갈린 가루를 꾹꾹 눌러 티스푼으로 떠올린다. 색감이 별로 안 살았지만, 저런 거무튀튀하고

기름져보이는 부엽토색, 흙색이 아니라 나름 안성기가 좋아라 한다는 아라비카 원두를 떠올리게 만드는 고운 갈빛이다.

구분동작 #2. 커피가루를 깔대기 위로 옮겨 붓는 와중에 꼭 저렇게 질질질 흘리곤 한다. 그치만 티스푼조차

밥숟가락만하게 보이게 만드는 니녀석의 왜소한 체구가 잘못된 거라구, 따위 변명은 어머니에게로.

구분동작 #3. 가스렌지의 가장 작은 화구에, 그것도 보조받침대를 동원해야 겨우 불 위에 엉덩이를 걸칠 수 있는 녀석에

비하자니, 뒤에 있는 뚜껑없는 주전자가 늠름하다. 플라스틱 손잡이가 지글지글 탈까 싶어 불은 최소한으로.

구분동작 #4. 파란 불빛이 파란 주전자를 순식간에 후끈 달구더니, 미친 듯이 용솟음치는 에스프레소 커피 원액.

부글부글대는 심상찮은 소리를 무시하고 뚜껑을 살짝 열었을 뿐인데, 온통 사방에 커피방울이 튀고 말았다.

마치 원유가 터져나오는 유정을 발견한 느낌이랄까. 당황스럽고, 그러면서도 유쾌하고. 왠지 마구마구 커피가

올라와서 부엌을 채우고 집을 채우고 세상을 가득 채워버릴 거 같은 걸출한 기개와 박력.

구분동작 #5. 불을 끄니 잔잔한 에스프레소의 호수가 거기 있었다. 밑엣돌을 빼어 위엣돌을 괸다던가, 따위 속담과

전혀 상관없이 밑의 물이 거의 자중손실없이 위로 올라오는데 성공. 커피향이 왈칵 달겨든다 했더니 어느새 둔해졌다.

시꺼멓고 유유한, 쓰고 달고 맵싸하고 시큼한 에스프레소.


그렇지만 제길..뒷처리가 쉽지 않은 에스프레소 만들기. 주먹을 부르는 에스프레소. 아까 뚜껑을 무리해서 열었더니

이 녀석 정말 '뚜껑이 열렸는지' 온통 질질질, 퉤퉤퉤 사방에 뿜고 뱉고 장난 아니다. 행주님이 바빠지셨다.

그러고 나서야 구분동작 #6. 따른다. 에스프레소 잔이 시급한 Must-Have 아이템으로 떠올랐음을 보여주는 인증샷.

이미 집안 가득 아낌없이 퍼져버린 커피향에 대해선 욕심부리지 않을 테지만, 마지막 한방울에 대한 탐욕스런 집착은
 
부끄럽지 않은 것. 다만 불편할 뿐.


생각보다 마지막 한방울까지 짜내는 데에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구분동작 #7. 뒷마무리가 깔끔해야 다음에 또 부엌을 쓸 수 있다. 빈틈없이 뽀득뽀득 설거지.



아침마다 한잔씩 만들어 먹으려고 했는데, 그건 도무지 쉽지 않고..왠지 마시는 시간대가 늘 한밤중이다.

커피를 마신다고 잠을 못자거나 그러진 않는데, 암만해도 일종의 알콜 대용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듯.



#1.

월급날이어서 불끈, 기운이 솟는다는 건 거짓부렁이다.

조삼모사에 넘어간 원숭이도 아니고, 다만 하루를 조금이라도 업시키기 위해 스스로 주입하는 마취약에 가깝지 않을까.

아침 출근길에 누군가의 미소를 보고, 어젯밤 꿈자리의 달콤한 여운으로, 혹은 신기하게 딱딱 맞춰오는 전철 덕분으로..

그런 소소하지만 효과적인 마취약 중 하나.


#2.

20일은 월급날, 오늘도 쌰발랄라 알제리 쉐라톤 호텔은 칠십명 그룹 부킹을 위해 온갖 것을 다 요구했다.

처음엔 여권 사본과 카드 사본, 그다음엔 잘 보이게 스캔된 여권 사본과 카드 사본 앞뒷면, 그다음엔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은 예약된 방을 캔슬시켜버리겠다는 협박, 다시 칼라 스캔본으로 정리해서 보내주고 나니 급기야 자필 서약서까지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글로벌 스탠더드 따위 없는 거다.


그들과의 시차, 8시간은 어쩔 수 없는 야근을 부른다.


#3.

자려는데 빗소리가 톡톡, 하더니 우다다다 진동하기 시작했다. 원래 이런 밤엔 술 한잔이 제격이지만,

마침 머나먼 콩고에서 오후 6시의 '야근'을 즐기던 친구-형-녀석과 채팅을 신나게 지껄이고는 속을 풀었다.

집에서 회사까지 도성초등학교를 지나고 이마트를 지나고 포스코사거리를 지나는 삼십분의 산책로는,

비오는 날에는 아마 사십분쯤으로 길어질 테니 일찍 자야 하는데. 뭐...차라리 십분 지각하고 말기로 한다.


#4.

여느때보다 이르게 찾아온 더위로, 이번주부터 노타이에 반팔 셔츠 차림이 가능하길래 내일부터 그렇게

입고 다닐 생각이었는데. 내일도 하루종일 비가 온다고 Y가 말해줬다.

비가 내리면 반팔은 썰렁하려나, 슈트차림은 습기먹고 끈적하게 몸에 감기진 않을까, 습기가 잔뜩 포화된

공기 탓에 긴팔은 답답하려나. 이거...쉽지 않은 고민이다.



부산에 결혼식이 있어 내려갔다.

언제던가 한번은 비행기를 타고 오십여분만에 부산 김해공항에 내렸던 적이 있는데, 그렇게 도착하고 나니 여기가

부산이라는 실감이 전혀 나지 않았더랬다. 서울 기준으로 맞춰진 내 시공감각이 아슬아슬하게 비틀어져 한동안 적응에
 
실패한 채 귓속에서 붕붕 소리가 난다는 느낌. 강남에서 전철로 두세정거장 갔을 뿐인데 갑자기 광화문이 떡하니

나왔을 때의 어리벙벙함 정도 되지 않을까.


뭔가 원하는 대상, 추구하는 대상에 걸맞는 충분한 만큼의 공을 들여 도달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버스로

네시간반을 달리던, 케이티엑스로 세시간을 달리던, (내가 생각하기에) 어느정도 상응하는 수고를 하고서야 비로소

그곳에 가닿을 자격이 생긴다고까지 생각했다면 오버일까. 그렇게 충분히 수고로움을 무릅쓰는 과정에서 자신의

시공감각도 서서히 조율될 테고, 또 '마음의 준비'란 것도 어느정도 될 테니.


게다가, '결혼식을 올리는 친구를 위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내려갔다'는 말이 친구에 대한 헌신, 충실함 따위의

이미지를 암묵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건, 으레 왕복 여섯일곱 시간동안 답답하고 불편한 버스/기차 좌석에 몸을 싣는

수고로움과 곤욕스러움을 감내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부산은 네다섯시간을 가니까 부산인 거다. 네다섯시간 짜리인
 
부산을 무례하게도 비행기로 휙, 한시간도 안 되어 도달한다는 건 부산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싶다.


매년 받는 정기건강검진을 위해 받아든 서류봉투에선 그리 길지는 않았던 문진표와 함께 작은 종이봉투가 나왔다.

변기에 설치하는 채취용 '편의도구'와 초록색 비닐백에 든 작은 플라스틱 키트, 뭐랄까. 어른을 위한 채변봉투.

어렸을 적에는 황토색의 거칠거칠한 종이봉투에 비닐봉지 하나가 고작이었던 것 같은데, 이만큼 세련된 '응가'봉투라니.


그래봐야 똑같다. 안에 똥을 품고 있다. 이녀석은, 내가 사진을 찍은 이녀석은 품고 있을까 없을까.

다소 심술궂고 악취미적인 질문이거나 상상력의 자극인지 모르지만, 어찌보면 이 플라스틱 통이나 사람이나 똑같다.

안에 똥을 품고 있다.(그렇다고 사진 속의 이녀석이 품고 있다는 건 아니다. 뭐..결과적으로는 품었겠지..만.)

우리가 그렇다고 사람을 마주하며 이녀석은 지금 뱃속에 응가를 품고 있을까 없을까를 고민하진 않는 것처럼,

이녀석도 마찬가지로 관대한 시각으로 봐줄 수 없을까.


두 가지의 방향으로 몰고 갈 수 있을 듯 하다. 어차피 안에 들어있는 게 응가인데 똥색봉투에 대충 담던, 아님 이렇게

새끈하게 빠진 플라스틱 통에 담겨 초록색 봉투에 담겨 다시 종이봉투에 담던 내용물은 변치 않는다는..일종의

反Plastic Surgery스러운 방향. 또 하나는 아무리 안에 들어있는 게 응가라 해도 1980년대, 90년대 초의 그때와는

달리 이렇게 충분히 덜 혐오스럽고 위생적인 방법으로 관리하는 게 가능하다는, 다소 전향적이고 비위좋은 방향.


결국 진부한 '내용'와 '형식'의 문제로 치환될지도 모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똥'에 대한 입장이다.


"똥누는 순간은 하나님의 창조를 수락하지 못하겠다는데 대한 일상의 증명이다. 둘 중의 하나다. 똥을 수락하던지

아니면 우리들 자신이 수락할 수 없는 존재로 창조된 것이다. 똥의 존재가 부인되는 미학적 이상은 키취라고 한다.."

@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中.


응가-똥에 대해 '수락'하며, 마음의 독재를 불러일으키는 '키취의 제국'을 거부한다. 이건 사람이다. 혹은

그 쓰임으로 인해 사람과 비슷한 면이 매우 많아진, 플라스틱 용기다.





불과 한 시간전..그니까 어제 꼬박 밤을 새다시피 불면증과 환상에 시달리다가 오늘 오전엔 경기고에 가서 자격증

시험'지'를 보고 와선 내처 퍼질러자다가 개콘보고 웃다가 고양이 인형 하나를 부숴먹고(책장에서 뛰어내린 고양이,
 
왜 그랬니.
).


또다시 불면증의 조짐이 온다. 마침 고양이 녀석 때문에 카메라를 꺼내든 김에, 언젠가부터 한번 해보고 싶었던,

내 방 풍경 스케치.

책상 위. 절대 촬영을 의식하고 정리한 건 아니라는..왼쪽에 다소곳이 핸폰에 눌려있는 것들은 내일 출근할 때 가방에

쓸어담아 갈 것들. 2층 창밖으로 커다랗고 다소 둔탁한 연둣빛 잎사귀를 가진 꽃나무가 보이는데 밤이라 깜깜할 뿐.

고개를 오른쪽으로 살짝 돌리면, 책장. 작년에 세조각내어 읽었던 넬슨 만델라의 'long walk to freedom'도 보이고,

그 위엔 어느샌가 골동품이 되어 팔 수 있기만을 기다리는 테입과 씨디류가 빼곡히 꽂혀있다. 가운데 책장에는

중학교때부터 읽었던 한국문학, 세계문학전집이 있어서, 언제고 내킬 때면 헤세의 '지와 사랑'이나 손창섭의

'잉여인간'같은 작품을 훌쩍 읽곤 한다.(난 '지와 사랑'의 골드문트를 동경한다.) 티스토리에서 받은 달력과, 대학때

전공교재들. 아, 그리고 내 등의 왼쪽날개 오른쪽날개를 사이좋게 받쳐주는 의자와 다리부러진 고양이녀석도 보인다.

다시 고개를 좀더 오른쪽으로. 방문옆엔 옷장이 있고, 그 옆엔 코너장이 있다. 이사오면서 책장을 하나 버렸기에

이런 식으로밖에 책이 안 들어간다. 그래도 몇번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고 이런 멋진 수납방식을 생각해 냈다고

어찌나 스스로 뿌듯하고 대견해했는지. 이사를 할 때마다 늘 책들을 어떻게 카테고리화해야할 지 고심고심하지만,

늘 결과물은 신통찮다. 철학/정치학/국제정치학/심리학/문학/역사..정도로 나누고 싶었는데, 역시나 실패.

다시 고개를 오른쪽으로..아니, 책상에 앉아있는 상태라 치면 걍 왼쪽으로 살짝 90도랄까. 심플하게 걸린 둥근 시계와,

'선인장 크래커'라는 책을 쓴 봄로야의 그림 두점이 걸려있다. 프리다 칼로를 좋아한다는 그녀의 글과 그림은 상처투성이.

눈을 약간 아래로 떨구니 내 가방이 있다. 작년에 백화점에서 저 가방을 보자마자 흥분해선 지르고 말았다.

다소 캐주얼하기도 하지만, 그리고 요샌 손잡이가 따로 없이 메고 다녀야 한다는 게 좀 거슬리긴 하지만,

다른 가방이 있어도 오로지 요것만 들고 다닌지 어언 1년. 빳빳한 기운이라곤 전혀 없어서 추우욱..이런

느낌으로 널부러져 있는 것도 맘에 든다. 예전의 타레팬더같아.

책상위 4살짜리 쪼꼬렛 핸드폰에 눌린 것들은 내일 시사인 독자위원회를 대비해 들고갈 그간의 잡지들, 그리고

'책날개달기'([책날개달기] 그 두번째-"메이저리그 경영학", "엄마를 부탁해"(얘는 어버이날 맞이로다가) & "화폐전쟁")

에 선정된 Adios님께 부칠
'엄마를 부탁해'. 그리고 스타벅스에서 받은 다이어리.


저 너머 세워진 DVD 두장은 '미인도'와 '앤티크-서양골동품과자점', 그리고 알랭 드 보통의 '불안'. 아직 DVD는 하나도

못 봤고 보고 싶은 영화들은 잔뜩 쌓이고 있으며 불안 역시 절반정도밖에 못 읽었는데 보고 싶은 책들은 또 생겨난다.


그리고, 모니터 안에서 점멸하는 커서. 두근, 두근.



우리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우리의 '생각'은 통제할 수 있으나, 모든 것을 말하는 '감정'은 통제할 수 없다. J.L.Godard

오랫동안 내 방에서 나와 함께 기거했던 고양이 두 마리가 있었다.

그 중 한마리, 기분좋게 늘어져있던 책장에서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펄쩍 뛰어내리더니 파삭, 하고 다리가 부러졌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당연한 결과일 텐데.
 

제깐에는 다리가 튼튼하다 생각했을까, 차갑고 단단한 유리가 깔린 바닥이 만만해보였을까.

얼룩무늬 고양이, 양쪽 눈색깔이 다른 오드아이는 고사하고 작은 눈을 쳐감고 있어서 눈색깔이 뭔지도 보이지 않지만,

게다가 터키쉬고양이같이 매력적인 눈매도, 앙고라같은 길고 탐스런 털도 갖고 있지 못한 녀석이었지만, 나름
 
귀여웠는데. 게게다가 두 녀석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더할나위없이 딱, '한 쌍'이었단 말이다.

그녀석이 원래 있었던, 있어야 할 자리에 다시 조심스레 놓아보았지만 뚝 끊어져 버린 다리가 험상궂다.

예전의 미묘하면서도 뭔가 귀엽던 표정도 살짝 경직되어 보이는 건...인간의 감정이입일 뿐인가.

반창고를 발랐다. "어차피 살아간다는 건 상처를 입는다는 말과 같은 거"라고 생각하는 내가, 니 애비다.

어렸을 때는 어서 어른이 되어 상처를 덜 입기를, 금방 치유되기를 바랐고, 어른이라고 통하는 나이가 되어선 이순신의

마음을 깨우쳤다. 내가 상처입은 걸 남에게 알리지 말라.

괜찮다고. 넌 아직 어리니까 이게 '첫 상처'겠지만, 의식을 차리고 고작 스무해 정도 살아낸 나는 이미 넝마같은 마음과

잔뜩 헤집어진 상처들을 무수히 품고 있다고. 너도 이제 '괜찮다'라는 PAINKILLER을 식후의 누룽지맛사탕처럼 다소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그렇지만 어김없이-한두번쯤 입에서 굴려주곤 뱉는 규칙적인 의례에 익숙해질 거야.


그렇게 반창고를 둘둘 감아주었다.

넌 괜찮을 거야. 순결하고 완전하고 오점없는 인생을 바라던 사람들은 이미 다들 삶을 등졌으니.

차라리 일찍부터 큰 상처 하나를 안고 가는 게, 앞으로 있을 자잘한 상처들 따위에 코웃음쳐줄 힘을 주겠지.


고양이가 웃었다. 앨리스의 원더랜드에 나오던 체셔고양이처럼 웃음소리만 남기고 머리부터 사라지는 일은

생겨나지 않았지만, 반창고 발린 고양이, 깨졌던 다리를 다시 용케도 붙들고 있는 고양이를 보니 내게 믿음이 생겼다.

상처입었어도 다시 살아가. 책장에서 뛰어내려 다리가 부러져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고양이 두 마리가 다시 어울렸다.


지난 [나눔] 책에 날개를 달아봅니다. 이벤트에 열화와 같은(응?) 성원을 해주신 여러 이웃 블로거님들 덕분에

용기를 얻고, 두번째 나눔을 시도해보려 합니다^^


첫번째로 시도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눈의 여왕"은 어제 빠른 등기로 부쳐드렸구요, 이번주 중으로 댁에

무사도착하지 않을까 싶네요. 거두절미, 어두육미, 어쨌거나 두번째 날개달 책들 소개드립니다.ㅎㅎ


#1. "메이저리그 경영학"

[메이저리그경영학] 야구를 경영에 빗대보려는 아이디어는 반짝였지만.

#2. "엄마를 부탁해" : 어버이날 맞이 특별 방출!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창비)] 책의 여운이 남아있는 동안이라도.


#3. "화폐전쟁"

[화폐전쟁(쑹훙빙, 랜덤하우스)] 한국에선 무슨 의미가 있는 책일까.

#기타. 이녀석 꽤나 재미있답니다. 연애란 게, 사랑이란 게 '통과의례'라니..?

[이니시에이션 러브] '역시 그렇게 되는구나...'라지만.




신청방법!!

비밀댓글로 남기시는 게 편하시겠죠? 개인정보를 로봇들이 퍼나르는 시대라니까요.ㅎㅎ

"성함, 주소, 전화번호" 남겨주시면 제가 빠른 등기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책 앞에 뭐라뭐라 살짝 낙서처럼

끄적여 보내드려도...괜찮죠?^^; 뭐, 그런 식으로 온라인의 존재감을 오프라인으로 연장해 보려는 가냘픈 손짓으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당.ㅎ

기본적으로 하루정도 신청하신 분 중에서 제 맘대로  선정하도록 할께요, First come, first get의 룰은 참고만 하지요.


제일 중요한 점!!

받으시게 될 분은 다 읽으신 후에 리뷰를 포스팅해 주시구, 또 그 책을 다른분께 날려주세요.

그렇게 온 세상 어린이들 다 만나고~ 앞으로앞으로 나가면 그 끝엔 뭔가 희망찬 미래가...(엉?)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블로그와 나눔]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포장이사를 했음에도, 주문했던 장들이 오지 않아 수납공간이 잔뜩 부족한 나머지..말그대로 '짐짝처럼' 마루바닥에

짐들이 잔뜩 부려져 있는 상태로. 5월 4일, 5일, 그리고 오늘 6일.

이 곰탱이 녀석은 사람만큼 큰 녀석인데, 비닐봉지에 꾹꾹 눌러담으니 영 볼품없다. 쫑긋한 귀도 바싹 내려붙었고,

팔다리는 잔뜩 퇴화한 채 형체만 간신히 남아있는 상태. 눈빛조차 흐릿한.

비닐에 둘둘 감긴 커다란 곰인형이 안쓰러워 매트리스에 기대 놓았다. 저녀석, 뭘 얼마나 몰래 훔쳐먹었길래

도톰하니 뱃살 오른 것 좀 봐, 비닐째졌다.

그러고 보니 이녀석, 꽤나 오랫동안 여기저기로 치였댔다. 무려 5년전쯤, 군대에서 휴가를 나와 내 방에 오면 이렇게

방 천장에 올라붙어서는 날 응큼하게 내려다보았다.


여전히 정리중. 언제쯤 집이 좀 집다운 꼬라지가 될런지 원. 정리하느라 삼일째 힘들어 죽겠다...면서, 잠시 짬내어

포스팅이라니.ㅋ


#1. 말들이 자꾸만 빗겨나간다.

내가 정말 하고 싶던 말, 내 마음속에 품고 있던 말, 그런 말들이 입밖으로 튀어나오는 바로 그순간 변질되고 있다.

무슨 말을 해도 이건 아닌데, 하는 그런 느낌. 내가 말하려던 건 이게 아닌데, 내가 전달하고 싶던 건 이런 게 아닌데.

마치 그런 식이다. 노래방에서 내가 부르는 노래는 거개가 사랑 타령인데, 난 그 노래를 부르지만 사랑이나 이별같은

문제로 감정이입한 건 아닌 거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노래 가사를 듣고 생각한다, 무슨 일있나.


아...아니다. 또다시 빗겨나간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런 게 아니었다. 혹은 맞기도 하다. 아슬아슬하게, 그렇지만

번번이, 늘 그랬듯 빗겨맞는다. 아주 잠깐 표적에 명중했을지 몰라도, 주륵, 흘러내린다.


#2. 구체적인 팩트들..그까이꺼 어차피 빗겨나갈 테지만.

5월 10일에는 자격증 시험이 있다.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는데 오로지 1배속에 스크립트도 따로 없다. 중간중간 문제를

풀지 않으면 강의 이수로 인식되지 않아 영 성가시고 번거롭다. 10월에도 또 다른 시험을 보겠다고 이런저런 교재들은

사다 놨는데, 우선 5월초의 자격증 시험때문에 전부 스톱 중이다. 당장 열흘 남은 시험때문에 밀린 책들과 빌려놓고

못 보고 있는 디비디들, 그렇다고 공부도 안하면서 스트레스만 받고 있다. 그때문인지, 아니면-가치평가는 하지 맙시다,

지금은 팩트를 주워섬기는 중이라구-어쨌든, 요새는 시사IN도 별로 꼼꼼히 안 보고 있다. 조만간 2차 독자위원회가

있을 텐데, 시사이슈들에 무관심해지고 있다.(물론 독자위원회가 시사이슈를 갖고 난상토론을 벌이는 것도 아니다.)


회사일로 말하자면, 5월 6일에는 아랍대사들 모셔놓고 오찬행사가 있고, 25-29일쯤엔 알제리 경협 T/F 합동회의 출장이

있을지 모른다. 6월 9-10일에는 최근의 핫 트렌드라는 'Green Technology, IT, 한-뉴FTA'문제를 다루는 한-뉴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해야 하고, 7-13일은 카타르, 아랍에미레이트, 오만까지 거치는 민관합동 무역사절단 파견 예정.

뭐...WEF 동아시아섹션 포럼도 6월중에 있다지만 그에 대한 내 역할은 소소하니 모르겠고, 5월 말에 카타르 왕세자가

온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것도 미정이니 일단은 모르겠다. 나 혼자 하는 일도 아니고, 유능한 팀원분들이 잘 하시겠지만,

가히 행사의 쓰나미가 불어닥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팩트. 더블헤드 행사들.

그러고 보면 돼지독감 때문에 기업들 대응현황 조사하느라 뺑이친 것도 팩트다.


매일 1시간반씩 걸리며-아침에 지하철 칸과 칸사이 자바라에 앉아 X을 누시던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치기도 했던-

악몽같은 출퇴근길은 오늘로 끝. 퇴근길에 또다시 장렬히 기절하는 바람에 갈아타야할 곳에서 세정거장이나 지나치고

말았지만, 이제 회사에서 전철 두정거장 거리도 안 되는 곳으로 이사할 예정이니까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준다. 요새,

매일 늦게 들어오고 피곤했잖아. 어제는 노래방에서 'insomnia'도 불렀다구.(고해는 부르지 않았다. 여자들이 남자가

고해 부르는 걸 무지 싫어하는 걸 알고 있다. 대신, 넥스트의 Here, I stand for you를 불렀다.) 이전에 한번은, 술에

개쩔어서는 삼성에서 왼쪽으로 신촌, 신촌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방배, 방배에서 다시 왼쪽으로 눈부릅뜨고 정신차려서

영등포구청에서 무사히 2호선을 탈출하는데 성공, 5호선으로 갈아타고 안심하며 종점까지 달렸던 적이 있다. 

두시간이 훌쩍 넘었던 멀고도 험했던 퇴근길.


건조한 팩트로만 말하자면, 걸을 때 늘 가로로 굵게 잡혔던 양복바지의 주름들이 눈에 띄게 엷어졌다. 작년 그럭저럭

방어에 성공했던 체형이 다소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반증이다. 운동을 하려 했지만 워낙 오락가락하는 날씨 탓에 치우고,

그저 이사한 후에 회사 걸어서 출퇴근하리라는 야무진 계획에 모든 걸 걸고 있다. 아, 그러고 보니 날씨. 더웠다가

추웠다가. 추웠다가 더웠다가. 어릴적 전래동화에서였던가, 화로 위에 올라진 생선이 화끈화끈 더웠다가, 하얀 소금을

눈처럼 솔솔 뿌려주며 부쳐주는 부챗바람에 추웠다가 했다던가. 요새 딱 그 생선꼴이다. 날씨의 기복에 기분도 춤을 춘다.

어제-그니까 목요일-점심은 날씨가 너무 좋았다.


#3. 어차피 빗겨나갈 꺼 마구 난사하는 '진단'들.
 
일하기 싫은 병에 걸렸다. 어쩌면 더 나쁘게도, 시간이 남으면 맘이 흔들리는 합병증까지 발발한 거다. 아니면 얇게

바삭한 파이의 그 무수한 층층이들처럼, 그렇게 섬세하고도 미묘한 감정이 다친 게다. 말했듯, 어차피 정곡을 찌르는

말이란 불가능하니 아무 말이나 내뱉고 있는 거다. 그러고 보면 외로움에 지쳐 사람을 찾기도 전에 사랑을 말했던가.

그러고 보면 유난히도 외로움에 쥐약이었던 거 같기도 하다. (동시에 혼자서도 음식점 잘 가고 혼자서도 잘 노는 내가

떠오른다. 또 빗겨나간다.)


그렇게 남는 시간도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빈틈이 생기면 여지없이 잔뜩 봄바람꽃바람에 흔들렸던 게 4월이다. 방금까지의

현재를 과거라 이름붙혀 정육점 아주머니 삼겹살 끊어내듯 옆구리를 싹둑 버혀내고는, 쓰레기통에 구겨넣고 뚜껑을 닫아

청테이프로 둘둘 감았다. 비닐로 딴딴하게 랩핑까지 하고, 발로 뻥 걷어차서 멀찌감치 구석으로 밀어버렸다. 내가 찾기

전까지는 거기에 가만있어. 움직이지마. 그게 4월이다.


INSOMNIA. 잠들기가 어렵다. 요새 운동을 안 해서 덜 피곤해서 그렇기도 하고, 지하철에서 책을 보는 게 아니라

공부한답시고 프린트물 몇장 보다가 에라, 하는 마음으로 숙면을 취해버리기 때문이기도 하며, 집에서 술마시는 행위를

이제 그만두기로 했기 때문이고, 또한 그저 습관이 되어버리기도 했으며, 살짝 배가 고파지면서 눈이 더욱 말똥거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듣고 있는 노래를 차마 중간에 싹둑 끊어버릴 수 없어 한없이 OFF의 시간이 지연되고 있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수면'이란 데 들어가는 시간을 아깝다고 생각하는 뿌리깊은 편견 때문인지도 모른다.


근데 그나마 덜 빗나간 진단은 그거 아닐까 싶다. 잠이나 쳐자라는.

자야겠다. '적벽대전2'에서 공명이 화살 1만촉을 조조로부터 빌려오던 씬에서 나왔던 무수한 화살비. 그것들이 전부

목표에 명중하는데 실패했는데, 가볍게 화살 하나가 공명의 옷깃을 스치우는 정도의 센스. 자야겠다.


방금 무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아닌 무언가'가 블로그에 접근을 하기도 하는군요!! 전 전혀 몰랐다는..ㅡㅡㆀ

티스토리가 어제 '서비스 업데이트'를 하면서 로봇을 포함한 사람이 아닌 무언가에 대한 방문자 통계를 제외시켰답니다.

로봇들이 블로그에 와서 뭐하는 거죠?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간다는..그런 것도 아닐 거고, 뭔가 인공지능 컴퓨터가

세상의 지식들을 전부 검색해서 스스로의 지능을 업데이트시키는 SF영화의 한장면만 떠오를 뿐입니다. 훗날의 지구정복,

인간정복을 꿈꾸면서 말이죠. 아..빈약한 상상력.

사람이 아닌 무언가, 로봇이 블로그에 방문하는 시대였군요. 앞으론 로봇들도 댓글을 달고 방명록에 글을 남기는

때가 곧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컨대 포스팅에 남자 사진이 있으면, "어이쿠, 이 훈남은 뉘신지." 라거나, 여자

사진이 있으면, "눈호강하고 갑니다~*" 뭐 요런 식으로 말이죠.

어쨌거나, 어제부터 급전직하한 방문자 통계 그래프가 살짝 신경쓰였습니다만, 그런 거품을 뺀 통계라니 도리어

신뢰가 가네요. 방문자 수는 많은데 별로 댓글이 없는 거 같다, 라는 소심함이나 대체 이들은 뭘 보고 가시는 걸까,

라는 궁금증이 한 없이 증폭되려고 하고 있던 와중이었거든요.

어느새 블로그를 열고, 조금씩 글을 채워나가기 시작한 게 열 달을 채워가고 있다는 게 신기하네요. 여전히 블로그에서

만나는 분들이 신기하고, 여전히 블로그의 글들이 다음 첫화면에라도 뜨면 하루종일 기분이 좋고 그렇습니다.

이제야 제가 사는 시대가 어느새 로봇들도 블로그에 와서 구경하고 가는 그런 첨단의 시대라는 사실을 배우기도

했구요. 오늘 신기한 거 하나 알았습니다.ㅎㅎ


[당선소감] MB정권 심판을 위한 진보양당, 북구주민, 국민 공동의 승리입니다
 

<조승수 후보 당선 소감문>

MB정권 심판을 위한 진보양당, 북구주민, 국민공동의 승리입니다
대안야당으로 우뚝 서는 진보신당 만들겠습니다

존경하는 북구주민 여러분.

너무나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지지로 저 조승수가 오늘 울산북구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습니다. 저의 당선은,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려는 북구 노동자와 서민의 요구가 분출된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진보정치로, 노동자, 서민, 북구주민 여러분의 권리를 지키라는 준엄한 명령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명령하신대로 성실한 의정활동을 하겠습니다.

또한, 오늘 저의 승리는 진보진영 단일화를 함께 이뤘던 민주노동당과 김창현 후보 공동의 승리, 더 나아가 노동자, 서민의 진보정치를 바라는 북구 주민 여러분 모두의 승리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노동당과 김창현 후보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북구주민 여러분. 전국의 노동자, 서민 여러분.

오늘은 저 조승수가 승리한 날이기도 하지만, 진보신당이 승리한 날이기도 합니다. 저의 당선으로 진보신당은, 창당한지 1년 만에 국회에 진출하였습니다. 비록 울산 북구가 노동자 기반 도시이기는 하지만, 영남지역에서 진보신당이 거대 집권여당을 누르고 승리했다는 것은, 앞으로 이 나라에서 진보정치가 활짝 꽃필 것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더욱 적극적이고, 진보적인 의정활동, 노동자 서민을 대변하는 의정활동을 통해서 진보신당이 대안야당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존경하는 북구주민 여러분.

저는 국회에 들어가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부자감세, 재벌 감싸기, 특권층 편들기를 바로 잡겠습니다. 현 정부와 한나라당의 부자감세, 재벌 감싸기는 결국 서민들의 복지를 후퇴시키고, 지방재정을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러한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켜 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기반을 허물어뜨리고 있습니다. 제가 여러분을 대신해 국회에 가서, 경제무능 정권 이명박 정권을 호되게 꾸짖겠습니다. 그리고, 고용안정, 비정규 권리보장, 서민경제 활성화, 복지정책 실현, 지방경제 회생을 적극 추진하겠습니다.

북구주민 여러분,

여러분께서 오늘 저에게 승리를 안겨주셨지만, 그 승리는 회초리를 들고 안겨주신 승리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진보신당이 잘못된 길을 가면 언제든지 여러분께서 회초리를 드실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겸허하게 오직 북구주민 여러분과 전국의 노동자, 농민, 영세상인, 서민들을 대변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여 의정활동에 임하겠습니다.

거듭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4월 29일
울산북구 국회의원 재선거 당선자 진보신당 조 승 수 드림




*                                                                    *                                                                    *


2004년, 민주노동당이 원내 진출에 성공했을 때에는 물색 모르고 좋아했었다. 말년 병장의 기운을 빌어 친하게 지내던

부사관들에게 민주노동당을 찍도록 종용하기도 했고, 부모님과 주위 친구들에게까지 나름 할 수 있는 데까지는 민노당을

알렸었다. 대학에 있을 때 선배 하나는 자신이 죽기 전에 우리나라에 진보정당이 자리잡을 수 있을지, 심지어 원내진출이

가능할지에 대해 회의적이었기에, 그 날 민노당이 무려 10석..이던가, 지역구 2석에 비례대표 8석. 그렇게 원내에 진출한

밤, 나는 내가 관리하던 B.X 로 몰래 진출해 친구들과 복분자주과 양주를 맘껏 마셨더랬다. 뭐랄까 우리도 드디어 좌파

정당이 주류 정치 스펙트럼 내에 포함되기 시작했다는 감흥과 함께, 많은 것들이 바로잡히리라 기대했었다.


그리고 이제 온갖 우여곡절 끝에 진보신당이 원외정당으로 떠돈지 일년만에 다시 원내 진출. 마땅히 기뻐하고 설레어야

할 일이겠지만, 예전만큼 그렇게 기쁘지가 않다. 한 석. 물론 진보신당과 진보진영에 그 한 석은 매우 중요하고 결정적인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는 건 안다. 그렇지만 어차피 여의도를 버린 MB에게 0:5의 한나라당 완패가 큰 의미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는 판이다. 조승수 후보의 당선 소감 중에, '이명박 정권을 호되게 꾸짖겠다'는 표현이 나오지만...

그들은 꾸짖는다고 말을 듣지도, 귀를 기울이지도 않고 있다. 국회의원 한 명의 힘으로 될 문제가 아니다.

'노동자 민중, 혹은 보통사람들의 정치세력화'라는 명제가 원내 진출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건 이미 2004년 이래로

충분히 공감대가 형성된 터. 조승수 후보의 당선이 당연히 축하해야 하고 기뻐해야 할 일임에도 더 가슴이 시리고 기분이

더러운 건, 정작 더 중요한 건 아직 다가오지도 않고 있다는 예감 때문이다.

책 나누기에 동참하기 앞서.

저는 책을 잘 사지 않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몇시간이고 교보문고에서 책읽는 걸 좋아했고, 대학 들어와서는 도서관

장서를 애용했지요. 굳이 돈을 주고 산 책들은 나름 꼭 사보고 싶은 이유가 뚜렷한 책이었고, 두고두고 볼 만하다고

생각했더랬습니다. 그래서겠지만, 일종의 책에 대한 집착이 심해요. 중1때 우리집에 놀러왔던 박충재[각주:1]가 빌려갔던

'펠리컨 브리프'와 '잃어버린 세계 1,2', 그리고 뭔가 또 한권의 책을 끝내 못 받은 걸 여전히 기억하고 있을 정도죠.


요새 조금 변화가 생겼습니다. 요새 알라딘문고나 위드블로그에 리뷰어로 선정되는 등 책들이 적어도 한달에 세네권은

배달되어 오니까요. 그 이외에도 그간 모인 책들이 책꽂이를 넘쳐 흐르는 상황에 처한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겠군요.

여전히 책 한권 한권이 사랑스럽기만 하지만, 우선은 그런 갓 '입양된' 아이들부터 눈물을 머금고 내보내려 합니다.


책 나눔이란 '글'의 나눔입니다.

책을 나눈다는 건 단순히 온라인 바자회를 연다거나, 혹은 제게 필요없는 골칫덩이들을 떠민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제가 뭔가 자의로던 타의로던 그 책에 대한 소감을 기록함으로써 스스로의 언어로 소화한 책만을 나누어 드릴

생각이에요. 우선은 리뷰어로 선정되어 이미 리뷰가 남은 책들을 나누도록 하겠지만, 제가 이미 오래 전부터 사둔

책들-그렇지만 짧막한 이미지와 경구 이외엔 별로 내 것으로 남아있지 않은 책들-은 리뷰를 가능한 남기고 나누도록

하려구요.


딱 그만큼만을 바래봅니다. 누군가 필요한 분의 손에 제 책이 가 닿는다면, 그분도 스스로의 언어로 책을 소화해서,

다시금 저에게 말을 걸어주셨으면 해요. 트랙백을 걸어 소감을 제게 남겨주시고 다른 분에게 또 그 책을 내보내는 거죠.

그 책에는 거쳐간 사람들의 간략한 메시지가 앞면쯤에 적혀 있을 테고, 다음분은 저와 두번째 분에게 말을 걸어주시고..

그런 그림을 그리며 시작합니다.


날개다는 책들.

[이니시에이션 러브] '역시 그렇게 되는구나...'라지만.

하나의 사랑을 마치고, 아직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엔 너무 허약하고 외롭기만 한 그런 때..읽기 좋답니다.

어떤 의미로던.
 

[눈의 여왕(안데르센, 인디고)] 나의 진심만큼이나 소중한 너의 진심.
안데르센이란 이름엔 익숙하지만 사실 그의 동화 중 '성냥팔이 소녀'말고 아는 게 없다면? 우린, 우린,

그런 틈새를 메꿉시다. 스텝원.


[레오나르도 다 빈치] 너무 일찍 깨어난 사람

청소년용 인문/사회 도서에요. 자신이 청소년이 지녀야할 만큼의 교양이 있다고 생각하시면 과감히 스킵,

그렇지 않다면..(※ 청소년소녀 우대)


일단은, 꾸준히 나누어볼 생각입니다.

대략 한달에 두 차례씩, 한 차례에 세권정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반응이 있던 없던, 블로고스피어에 이 글이

떠돌고 있는 한 연이 닿은 귀인으로부터 요청이 오지 않을까요? 느긋이 생각하고 꾸준히 나누어볼 생각이니

계속 관심 가져주세요. 참고로 다음번 나눔에는 '메이저리그 경영학', '화폐전쟁', '부의 미래' 아니면 '여기

사람이 있다' 같은 책도 생각 중입니다.

뭔가 주제를 좁혀 보거나,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독서모임을 만든다거나, 혹은 다른 재미난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죠.ㅡㅡㆀ


신청은 댓글로 남겨 주시면 좋겠어요. 성함, 주소, 전화번호 남겨주시면 제가 등기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선착순..으로 해야 할까요? 그건...참고만 하도록 하구요, 기본적으로 하룻동안 신청하신 분 중에서 선정하도록

할께요^-^* 받으시게 될 분은 다 읽으신 후에 자신의 언어로 소감을 남겨 주시구, 또 그 책을 다시 날려

보내주셔야 합니다.
어디까지나 이렇게 날개달고 책을 날려보내는 저의 목적은, 좋은 책이던 나쁜 책이던,

느낌과 생각을 나누고 싶어서니까요.

말하자면, 책을 핑계삼아 사람들과 말할 거리를 찾고자 함인지도 모릅니다.


  1. 쟌진~* '무한도전'의 그 쟌진이지 누구겠습니까.ㅋ 왠지 '신화'의 전진이라기보다 '무도'의 쟌진이라고 하는게 자연스럽다는..ㅎㅎ 제 자랑스런 X랄친구에요, believe or not~* [본문으로]
만우절 선물로 받은 초대장 세 장을 배포합니다.

블로그를 꼭 필요로 하는 분께 돌아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비밀댓글로 이메일주소와 운영하고 싶은 블로그에 대해 조금 말씀해주세요,

선착순이 아닌 점 양해 바랍니다.


초대장을 보내드리고 바로 개설하시지 않으신 분들은 초대장을 회수할 수도 있으니 바로 개설해주세요!



● 일시 : 2009년 4월 21일(화) 15:00부터

장소 : 異彩가 꿈꾸는 경험적세계의 유토피아적 가능성
                 (http://ytzsche.tistory.com)

주최 : yztsche(이채, 異彩)

제공 : 초대장 3장


In Honor of

the hopeful bloggers of the Tistory


Ytzsche

(
http://ytzsche.tistory.com)

requests the pleasure of your joining

at
www.Tistory.com

since Tuesday April 21, 2009



R.S.V.P
ytzsche.tistory.com


* 당황스러울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얼른 마감부터 하고, 가장 구체적이고 정성껏 적어주신 분들 위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초대장이 적어서 죄송할 따름이네요.

감사합니다^-^* 다음에 기회되면 또 배포할께요~*

벚꽃잎이 바람에 실려 후둑후둑 떨어질 때, 그렇게 이는 꽃바람을 보면 왠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

그런 게 봄을 타는 거라면, 난 봄을 심하게 타고 있는 중이었어.


우산조차 벚꽃잎처럼 나빌레라던 비바람이 장악해버린 창밖 풍경을 보면서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달까.

연분홍빛 꽃잎들을 곱게 모두고 있던 꽃받침에 그악스럽게 달려있던 마지막 꽃잎들마저 니녀석이 쓸어가겠구나,

그렇게 후둑후둑 후두둑 여릿하고 아슬아슬한 것들은 모두 날려버리고는,

텁텁하지만 탄탄한 갈빛가죽의 골격만 남기겠구나 싶더라구.


꽃바람을 보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게 봄을 타는 거라며?

2009년 봄은 끝났어. 내년에 다시 올지언정, 2009년 봄은 끝.



남성이 여성보다 회사생활에 쉽게 적응하는 이유 중의 하나를 '군대' 덕분이라 하지만, 굳이 말투까지 군대 말투를

따라야 하나 싶을 때가 있다. '~니다' 혹은 '~니까', 흔히들 다나까로 끝난다고 하는 군대식의 말투를 쓰는 게

조직생리에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꽤나 많은 것 같아서 하는 얘기다. 인턴, 혹은 신입직원들까지도

회사에서는 당연히 그런 말투만이 허용되며 그런 말투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어색한 말투를 입에 붙이려

노력하는 거 같지만, 그것도 분위기 봐서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회사에 들어오고 처음 만나는 자리, 맘속이야 어떻든 겉으로 보이기에 좀 겸손해 보이고(라고 쓰고 '쫄아보이고'

라고 읽는다) 적당히 긴장한 듯 보이고(라고 쓰고 역시 '군기잡힌 듯'이라고 읽기로 하자) 그런 이미지를 만들려면

역시 그에 딱 어울릴 만한 딱딱하고 경직된 말투가 제격이긴 하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아 영 어색한 느낌을 지울

길 없다 해도 차라리 다행이다. 그만큼 '조직을 무서워하고 있구나', '잘해보려고 긴장하고 있구나'라는 식의

뉘앙스마저 풍길 수 있으니. 몸에 붙지 않는 붕붕 뜨는 정장 차림 역시 그런 걸 보이기 위함 아닌가.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처음 이미지, 첫인상의 덫을 피하기 위함일 뿐이다. 적당히 넥타이조임을 풀고 옷차림도

조금씩 편해지듯이, 그렇게 말투도 편하게 가야 뭐 좀 인간같은 느낌이 들고 친해지기도 쉽지 않을까. 물론

회사마다 약간씩 다를 수야 있겠지만, 글쎄, 내가 알기론 그런 식의 딱부러지고 비인간스러운 말투를 고집하는

곳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 분위기에 따라, ~했죠. 했어요. 아닌가요? 아니에요? 라고 생각하는데요...등등 다양한
 
어미를 써도 되니까, 너무 생경하고 딱딱하기 짝이 없는 말투를 의식적으로 고집하진 말일이다.


나 : 세상만물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어.

B : 그런 게 있었어?

B : Are you an American?ㅋㅋㅋ

나 : 최소한 난 괜찮은 사람인줄 알았는데 아닌개벼.

B : 그거 심각하다, 자기 기준에 본인이 자격미달이면 우예 살아가려고.

나 : 응. 그니까, 마지노선이 무너졌어.

B : 1. 기준을 바꾼다, 2. 남의 기준을 갖다쓴다. 3. 그냥 loser로 산다.

나 : 1. 기준따위 없고 그냥 '삘'이야. 나에 대한 '삘'이 안 오네 요새.

B : 4. 노자- 내기준도 어차피 불완전한 것 그냥 그러려니 산다

나 : 2. 남의 기준으로 하면..뭐, 금전, 출세, 학력?

B : ㅇㅇ

나 : 3. 루저..로 살아가느니 광석이형처럼 죽어불지

나 : ㅋㅋ

B : 그럼 4.

나 : 2번..그런 걸로 하면 3번이 되고 3번이 되면 또 죽어불지

나 : 4번..넌 어때?

B : 나는 내가

B : 못나고 찌질한 면이 있어도

B : 좋아

B : 라고 생각하고 살아.

B : 대체로.

B : fall in love with myself

나 : 흠..나도 그렇게 살았는데

B : 그 자기애가

나 : 요새 흔들리네

B : 배터리 아웃?

나 : 응

나 : 웅

나 : 앙

나 : 엉

B : 1. 나를 나 대신 사랑해줄 사람을 찾아

B : 2. 휴가를 다녀와

B : 왜 요즘 블로그도 시들해?ㅋㅋ

나 : 1. 나도 날 사랑하지 않는데 누굴 찾냐. 그런 식의 의존은 위험해..서로에게.

나 : 2번 땡기네..

나 : ㅎㅎ

나 : 블로그 따위 개나줘버려

B : ㅋㅋ

나 : 음..사람의 온기가 필요해

나 : ㅠㅠ

B : 1은..싫고,

B : 온기는 필요하고

B : 1의 이유로 사람을 만나긴 싫고

B : 그래도 사람은 만나야겠고

나 : 외롭다고 사람 만나기도 싫고

B : 사랑해 줄 사람을 만나지 말고

B : 그냥 사랑할 사람을 만나면 돼


나 : 오..정답

B : genius

나 : 델꼬 와

B : 그걸 스스로 할 수 있음

B : 자신감도 회복할 거야

B : ㅋㅋㅋㅋ


나 : 뭔가 맞긴 한데...

나 : 원점이구만

B : 소용돌이

나 : 구리구리 뱅뱅

최근 행정인턴이 정책적으로 급증하면서 '인턴제도' 자체가 실업률을 낮추려는 꼼수로만 치부되는 면이 없지

않지만, 그 이전에도 인턴 제도는 꾸준히 있어왔고 나름의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막연히

상상하던 황금칠된 이미지를 좀더 현실로 끌어내리고, 실제로 어떻게 일이 굴러가며, 직장이란 곳에서 사람들이

어떤 패턴의 일상을 살게 되는지 좀더 명료한 상을 갖게 되는 점에서 그렇다.


사실 직장인들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저마다 자신의 직장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고 막연히 다른 직장을

부러워하지만 그 곳이 정확히 어떻게 돌아가며 어떤 분위기인지는 잘 모른다. 그저 알음알음 들은 풍월이나,

기사에 난 단편적인 사실들-대개 '숫자'들이기 마련이지만-에 기대어 제각기의 직장이라는 우물 속에서 바깥을

바라볼 뿐. 그래서 입사 전 이러저러한 인턴 경험을 갖는 것은 해당 직장에 대한 현실 감각을 미리 익힐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듯 하다. 그게 결국은 어느 직장이나 비스꾸름하다는 식의 살풋한 냉소를 부르건, 혹은

조금은 더 자신의 생각과 지향에 맞는 직장을 찾는 조심스런 탐색을 부르건 간에.


부수적으로는 실제 업무를 하는데 있어 자신이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예컨대 전혀 엑셀이나 파워포인트를

못 다룬다거나 하는 등-알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취직을 위한 필기/면접 시험 중에 컴퓨터 활용능력 평가는

없으니 그런 거야 취직후에 자연스럽게 익히면 되는 거고. 그런 것보다는, 직장인으로 산다는 건 평일에

조조영화를 못 보게 된다는 것, 그리고 방학이 없다는 것..같은 치명적인 사실을 의식하는 게 더욱 중요한

인턴 생활의 성과 아닐까 싶다.




연애나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듯, 처음 관계를 어떻게 맺어가는지가 이후의 관계를 상당부분 규정짓는 것 같다.

근무를 시작한지 한달이 넘어도 사람들과 데면데면한 인턴은 근무기간이 끝나도록 겉도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지지만 의외로 초반에 쉽게 친해지면 이후에도 상대적으로 속편한 인턴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관계를

쌓아간다는 게 정속 운행이라기보다는 뭔가 초반에 가파르게 얼마나 치고 들어가느냐가 중요한 탓 아닌가

싶기도 하고, 초반에 사람들의 관심을 어느정도 끌 수 있을 동안에 얼마나 호감을 쌓을 수 있느냐가 관건인 듯.


인턴이 어떻게 해야 잘 보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많이들 하는 것 같던데, 경험상으로는 '인사잘하기'가

최선이지 싶다. 사무실에 올라가는 엘레베이터 안에서나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혹은 통로를 왔다갔다하며

마주치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며 인사만 제대로 해도 의외로 쉽게 좋은 평판을 얻을 수 있다. 사실 인턴이

그 밖의 요소로 눈에 띄고 주목받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기도 하고, 정말 두번 뒤돌아보게 되는 정도의 외모

정도가 아니라면 말이다.


사실 인턴이든 신입직원이든 밉게 보고 갈굴 만한 꼬투리가 달리 뭐가 있겠는가. 쟤는 인사도 안 하더라, 쟤는

화장실에서 휑 소리나게 돌아나가버리더라, 눈 마주쳐도 웃지도 않더라..그 정도 꼬투리를 잡을 수 밖에 없는데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라도 '인사하기'란 중요한 생존 스킬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휑한 분위기의 엘레베이터나 통로에서 낯선 얼굴의 직원이 보인다면 주위 사람들은 모두 관심을 갖고 저 친구가
 
누구인지 궁금해 하기 마련인데, 그렇게 알게 모르게 쏠리는 관심에 부응하여 때마다 밝게 인사해준다면 상대도

어느순간 자신의 이름을 묻거나 불러주며 아는 척을 해 주더란 게 개인적인 경험.

뭐 화장실에서는 목례만 가볍게 하라거나, 한번 인사한 사람한테는 가볍게 눈인사만 해도 된다거나 하는 세세한

어드바이스들이 있다고는 해도 어디까지나 그 조직에서 하고 있는 대로 따르면 되는 일이지 싶고, 인사를 먼저

잘 하고 다니는 게 쉽지만 확실한 자신의 존재를 각인하는 정공법이라 생각된다.




고냥이님의 블로그에서 발견한 '취향분석법'에 따르면, 나는야 '일탈적 개인주의자'.

세번을 해봤으나 결과가 거푸 똑같이 나왔던 건...테스트 자체의 허술함 탓일까 아님 정말 내가 강편향의 성향을
 
갖고 있어서일까.

해보고 싶으신 분들은 http://www.idsolution.co.kr/



난 신도 믿고, 과학도 믿고, 그리고 일요일 저녁 약속이 있을 거란 것도 믿어. 하지만, 내가 이렇게 저렇게 살아야 한다는 법칙 따윈 믿지 못하겠군.” - 길 그리썸, CSI 라스베가스

 

이곳은 격식과 통념에서 벗어난, 지극히 개인적이고 일탈적인 비주류를 위한 곳입니다. 고답적인 창작자, 그리고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의 예술과 문화의 성역이기도 합니다.

 

사회적 규율과 질서를 숭상하는 엄숙주의자, 국민 정서와 사회 정화를 믿는 검열주의자,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은 당장 사라져 주시기 바랍니다.

 

이 영역에 속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화 예술 애호가. 문화 예술에 대한 평론가 수준의 심미안과 감별력을 소유했을 가능성도 있음.

  • (문화 예술 애호가가 아닐 경우) 경험과 교육에 의한 것이 아닌, 선천적인 감각을 가졌음. 진짜와 가짜, 진실과 거짓을 알아보는 타고난 감각
     
  • 다듬어지지 않은 자신감과 솔직함, 진실을 존중함
     
  • 극단적 개인주의, 전위적 창의력을 장려함.


*                                                   *                                                   *

음...참고만 해야겠다.ㅋㅋㅋㅋ 별로 와닿지는 않는 듯. 무엇보다,

"사회적 규율과 질서를 숭상하는 엄숙주의자, 국민 정서와 사회 정화를 믿는 검열주의자,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에 대한 저 도발적인 말투는....맘에 들지 않는다는.




잔뜩 지친 채 버스 좌석에 몸을 얹어놓고서 잠시 심령이 창밖을 부유하던 그때...문득 전화기가 온몸으로 울음을

울었다. 지금 무슨 생각하고 있어?

다짜고짜 달려드는 그 목소리는 껌처럼 늘어진 채 저어기 어딘가쯤 철푸덕 널부러져있던 내 의식을 황급히 유체로

복귀시켰고. 난 여전히 술에 취한 듯...혹은 복화술을 시험하듯...내 입술이 어디서부터 말려올라가고 혀가 어디에

위치하며 어떻게 잇몸을 쳐올리는지 하나하나 점검하며 대답하기 시작했다.


나...돌아올 길 찾을라고 아침에 옷에다가 밥풀을 잔뜩 묻힌채 집을 나섰어...하나하나 살금살금 뜯어가며, 길가다

왠지 맘에 드는 사람들 이마빡에 666 바코드 새기듯 하나씩 납작하게, 동그랗게 붙혀놨었지..풍경이 갑자기

겹쳐지면서, 내가 지금 마녀가 들끓는 숲속에 버려졌다는 그 화급함...떨림...그런 느낌이 내 폐에 가스처럼

스며왔어. 무언가 내 손을 잡고 있었는데, 무언가 내게 따스한 느낌을 주고 있었는데, 무언가 내게 이것이

현실임을 항변하고 있었는데...그 뭔지 모를 상실감이 차오르면서 왠지 이제 더이상 세상은 당장 방금 전까지의

살아있는 세계랑은 달라졌다는 느낌.


공드리의 '수면의 과학'에 나왔던 풍경처럼 두터운 벽지에 발린 세계가 2차원처럼 내 앞에서 철푸덕 누워버릴 거

같은 느낌. 아...헨델은 그레텔의 손을 절대 못 놓았겠구나, 다른 한 손으로 잡은 빵은 아마도-분명히-이빨로

물어뜯어 길바닥에 흩뿌려 놓았겠구나...손을 놓치면, 손을 놓으면, 숲의 나무가 전부다 누워버리거나 혹은 계란빛

모래로 가득차 사막으로 가라앉는 걸 보고 말았겠지...깨어진 공간틈으로. 마녀가 등 뒤에서 목덜미를 깨물듯한

조바심으로, 나무가 금세라도 뿌리를 뒤틀며 윈드밀을 선보일 듯한 위화감으로 가득 차버린 듯해서,


눈알을 디룩이며 겁먹은 채 바라보는 세상에는 온통 내가 정성껏 붙여놓은 밥풀떼기들을, 헨젤이 이빨로 왕왕

물어뜯었을 빵 부스러기들을 소멸시켜버리는 녀석들이 푸드덕거리고 있었다. 그게 세발달린 까마귀가 되었건,

혹은 발톱사이에도 털이난 붉은 낙타가 되었건, 결국 햇볕에 바래 까매지고 말 파랑새가 되었건.

그래서 차는 달리는데 내 몸은 의자에 얹혀 있었고, 의식은 아마도 그림자를 떼어내고야 갈수있다는 그 곳에서

야위고 있었다는 걸...현실과 현실과 현실과 현실.


잠시동안 말이 없던 전화기가 마침내 입을 떼었다, 지금 거기 어디야? 와타나베, 거기 어디야? 어디야? 어디야?

미도리는 녹색이란 뜻이지. 안녕 녹색, 안녕 헐크..안녕 식물성플랑크톤, 안녕 엽록소. 전화기가 녹아내리더니

내 혈관을 타고 심장을 삼키려 달겨들기 시작해서...난 오른손으로 왼쪽 팔뚝을 잔뜩 움켜쥐고 그놈을 막아야만

했지. 격하게 몇번 의자 손잡이에 그녀석을 부딪히고 나서야 다시 그건 내 머리속의 소주병에 들어가 스스로

병뚜껑을 닫고 잠을 청했어. 램프의 요정 바바..이제 소원은 하나밖에 남지 않았지?


안녕 하루키, 결국 난 노르웨이의 숲으로 돌아왔어. 이토록 성가신 인사말이라니. 내일 아침은 호랑이 버터에

미역을 말아먹어보자구.


#1.

누군가 문득 내게 이어폰을 뭐 끼고 다니냐고 물었다. 요새 줄창 귀를 틀어막고 다니는 모습을 보인 탓이리라. 내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뭔가 이런저런 브랜드를 운운하며 아는 척을 한다. 실은 나도 갱장한 음질을 과시하는

뱅앤올룹슨(BANG&OLUFSEN)의 이어폰을 때때로 끼곤 하는데 브랜드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왠지 한마디도

못하고 집에 돌아와선 브랜드네임부터 확인하고 몇번씩 입안에서 굴려본다. 뱅앤올룹슨뱅앤올룹슨. 이 이어폰에는

가죽 케이스도 있다구.


#2.

누군가 얼마전 내게 추천해줄 만한 음악을 물었다. 아직 장기하를 모르길래 그의 노래, 특히 '아무것도 없잖어',

'별일없이 산다', '나를 받아주오'를 추천해주었다. 그리고 언니네이발관의 '아름다운 것들'을 비롯한 앨범 전곡과

브로콜리너마저의 '보편적인노래'와 '앵콜요청금지'.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스끼다시내인생'은 가사가 너무

시니컬하니 조심하고..까지 줄줄줄 이야기해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출퇴근할 때는 부러 클래식을 듣고 있다.

마음이 너무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면서. 재즈를 요새 피하는 이유기도 하다.


#3.

색소폰을 배우기 시작한 지 어언 반년이 넘었다. 목요일 점심시간마다 밥을 마다하고 연습실로 달려가는 내

뒷통수를 바라보며 나는 말한다. 참..애쓴다.(고작 그런 식으로 뭔가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한다며

자기연민에 빠진 것은 아니다.) 금속이 번쩍대는 악기지만, 엄연히 목관악기에 속하는 색소폰. 입술의 미묘한

움직임과 모양에 따라, 그리고 숨의 결과 세기에 따라, 혀의 위치와 움직임과 강도에 따라 소리가 다르다는 사실은

여전히 경이롭다. 이토록 민감한 악기라니. 그치만 '사람'이라 불리는 백인백색의 생명체들에 비할 바는 아니다.

색소폰은 익숙해지는 중이라 (건방지게도) 말할 수 있어도, '사람'은 모르겠다.


#4.

저녁에 먹었던 갈비찜을 국물까지 싹 먹었으니, 짜게 먹었다. 영화를 보고는 타는 목을 부여잡고 냉큼 집으로

돌아와 맥주부터 한 캔했다. 그러고 나니 와인이 땡겨서 와인을 마셨다. 그리고 나니, 지금은 또 위스키를 한 잔.

어제 만난 친구한테는, 요새는 혼자 밤에 술 안 먹는다고, 주위에 그런 이야길 하면 알콜중독초기 아니냐 하더라고

말했었다. 아하하하. 뭐랄까...따사로운 게 아니라 뜨끈하고 찐득한 '봄볕'에 맞았더니, 뫼르소처럼 왠지 어디에다

총이라도 쏘고 싶은 느낌이다. 무언가 안에서부터 바짝바짝 말라붙어가고 있다.


#5.

머리를 짧게 깍은 게 저번주 일요일. 빈말이던 아니던, 몇번이나 고등학생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건 문제다,

라고 생각했다. 왜 티비에 나오는 결혼적령기쯤 도달한, 혹은 사회생활에 접어든 사람들은 전부 어른스러운 표정에

어른스러운 외모에 어른스러운 말투를 하지 않던가 말이다. 때로 외관상 '성숙'해보이는-정장을 입지 않은 모습을

상상키 힘들고, 유치하거나 허술한 모습 따위 잘도 숨겼을-남성과 여성에게 이질감이랄까 거리감을 느끼고, 또

그렇다고 대학생같은 스타일과 아마추어같은 분위기에도 딱히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난 어쩌면 피터팬

신드롬을 심각하게 앓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떤 부분이 심각하게 지체되어 있는 것 같다. 알콜분해효소도

그 중 하나.




불과 한달 전에 예비군 훈련을 받았던 것 같은데, 또다시 '소집통지서'가 왔다.

이번 건 여태 받아왔던 하루짜리, 혹은 며칠짜리 통지서와는 달리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소집점검훈련'만 한다는

네시간짜리, 반일짜리 훈련이었다.


여러 모로 정신없는 회사에선 살짝 미안하기도 했고, 예비군 훈련을 다녀온지 얼마 되지 않아 또 간다고 얘기하는

게 좀 뻘쭘하기도 했지만, 오전만 근무하고 옷 갈아입고 훈련장까지 갈 수도 없는 일이고 걍 과감히 하루를 제꼈다.

뭐...이런 경우 보통 회사에 '공가' 신청을 하면 된다고 하는데, 여태 난 모르고 있었다는..


결국 네 시간짜리 훈련 가서 세시간동안 출석 체크하고 멍하니 있다가 돌아왔다. 한 거라곤 출석 체크에 증빙용

쪽지 하나 작성하고 도장찍은 거. 이게 뭐하는 짓이냐..


12시 30분, 훈련소 도착
 
왜냐믄 통지서 상에는 13:00 10분전까지 입소시간을 지키라고 해놓았었고, 저번 예비군 훈련 때도 지각했던

예비군들은 따로 남아서 한두시간 보충 교육을 받았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길이 안 막혀서 일찍 도착한 탓도

있었다. 사실 나 역시 늘 시간에 아슬아슬 맞춰서 도착하곤 했다.


12시 30-50분, 오침(자체 실시)

역시나 항상 그렇듯 시작시간 삼십분 이후까지 슬슬 모이는 예비군들, 한산한 예비군훈련소에서 적당한 그늘을

찾아 벌렁 누워 엠피쓰리를 꼽고 잠이 들었다. 군복을 입으면 왠지 몸이 무겁고 한없이 피곤해진다. 게다가 전혀

행동에 거침이 없어서 흙바닥이든 시멘트바닥이든 사지를 뻗고 누울 수 있다.


12시 50분-13시 30분, 하릴없이 대기

하나둘 모이는 예비군들을 기다리며 햇빛을 피해 사열대에 모여 앉았다. 더이상 누워서 편히 쉬기는 불가능하고,

또 그렇다고 빡빡하게 누군가 챙겨주지도 않는...버려진 상태. 이건 그간 예비군 훈련을 잘못 '길들여온' 훈련소의

탓이 크다. 무엇을 하던 어쨌든 시간만 채우면 되니까, 어차피 늦게 시작하니까, 라는 식의 마인드.


13시 30분-13시 50분, 지루한 반복설명

애초 시간을 삼십분이나 넘겨 훈련을 설명하기 시작한 중사 아저씨는, 중언부언, 횡설수설, 어젯밤에 술을 과하게

하고 여태 깨지 않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계속해서 협조를 요청했는데, 기실 누구도 그의 말을 막지도, 협조

안하겠다고 뻗대지도 않았다. "그니까 강남/서초 지역에서 온 분들 명단을 확인하고 유사시 동원부대가 어딘지

불러줄 테니 필증을 직접 작성해라"라는 간단한 내용인데, 그것도 능력이라 간단한 이야기를 20분동안 A, A', A''...

로 무한 반복, 오토리버스.


13시 50분-14시 30분, 강남지역 예비군 명단 확인

오늘 강남/서초 지역 훈련인원은 약 150여명, 강남지역 예비군 명단은 약 350명. 중사가 델꼬 온 따까리는 병사

하나, 하사 하나. 가용인원은 셋인데 써먹을 줄을 모른다. 가나다 순으로 350명의 명단을 하나하나 부를 테니

대답을 하랜다. 이 시간에 강남과 서초를 쪼개서 두팀으로 나눠 동시에 인원을 확인하거나 가나다순의 허리쯤을

뚝 잘라서 역시 두팀으로 나눠 동시에 확인하면 시간이 얼마나 절약된 텐데..했지만, 그러려니 한다. 군대니까.

그가 데리고 온 병사 하나는 책상에 앉아 손가락 장난을 하고 있고, 다른 하사 하나는 멍하니 서있다.


14시 30분-14시 55분, 반강제적 쉬는 시간

이미 사람들은 지쳤다. 예비군 5, 6년차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이 '소집점검훈련'에 작년에 왔다던 6년차 예비군에

따르면 작년에는 인원점검을 훨씬 일찍 해치웠고, 세시간도 안 걸려 돌아갈 수 있었다 했다. 강남지역 명단을

확인하는데 계속해서 잡소리를 집어넣고 잔소리를 해대느라 이미 두시간 가까이 흘렀으니 예비군들의 말소리에

잔뜩 짜증이 실렸다. 이미 중사나부랭이가 화장실 다녀오라 하기 전에도 대오는 흐트러졌고, 예비군들은 저마다

담배를 피고, 전화통화를 하고, DMB를 보고 있었다.

애초 10분이라 했던 '화장실 다녀오는 시간'이 지켜지는 건 무리였다. 화장실은 연병장 너머 저 멀리에 있었고,

이미 앞에 선 중사에 대한 비호감, 내지 '무시'는 들끓고 있었다. 그걸 굳이 마지막 한 명이 올 때까지 기다려서야

시작하는 건 또 뭐냐. 그러려니 하자, 군대니까.


14시 55분-15시 25분, 서초지역 예비군 명단 확인

마지막 한 명이 전부 원래 자리에 돌아간 걸 확인하고 나서야 명단을 쥐고 다시 호명을 시작하는가 했던 중사,

다시 일장연설이다. 어쩌구저쩌구, 협조 부탁 운운, 지금도 시간은 가고 있어요 운운. 그런 얘기는 사람들 기다릴

때 하던가, 그때는 입닫고 가만히 있더니 다 오고 나서 그런다. 그렇게 잔소리로 시간 까먹고, 또다시 가나다순으로

약 300명의 서초지역 명단 확인. 또다시 놀고 있는 나머지 두 명. 그리고 이미 150여명의 예비군 중 절반 이상은

자신이 어딘지 알고 있는 상황에서 멍때리기. "떠들지 말고 차라리 자요"랬다. 지가 학교에서 배웠을 일제군국주의

교육의 잔재, 그게 다시 군대에서 되풀이되는 말투 아닐까 싶다. "떠드느니 차라리 방해말고 자라."


15시 25분-15시 35분, 누락 예비군 명단 확인

가뜩이나 윙윙 울리는 마이크에 입을 콕 처박고, 종종 지가 어디까지 했는지 까먹고 허둥대던 중사님인지라

아직도 이름이 불리지 않았거나 자신의 유사시 동원부대가 어딘지 헷갈리는 예비군들이 꽤나 있었나보다.

강남의 ㄱ으로 시작하는 사람부터 나오라고 했다가(여전히 나머지 두 명은 놀리고 있다가), 지도 안 되겠다

싶었는지 한명을 더 활용하기 시작해 강남의 ㄱ, 서초의 ㄱ을 동시에 돌리기 시작했다. 아...여긴 군대다.

내가 밖에서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얼마나 말이 잘 통하고 합리적이었는지, 되새기는 시간을 갖는다.


15시 35분-15시 55분, 소집점검필증에 도장찍기

각자의 유사시 동원부대까지 기입된 필증을 전부 다 걷어가더니, 하사가 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중사는 그렇게

도장이 찍힌 필증을 한장씩 받아서 꼭 쥐고 있고, 병사는 바람에 나부끼는 프로젝터용 스크린이 흔들리지 않도록

화면 뒤에서 두 손으로 잡고 있다. 그들이 도장을 찍는 사이 150여명의 예비군들을 위해 잘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영상물을 틀어놓은 탓이다. 하얀 스크린 뒤로 병사가 멍청히 두 팔 들고 서있다가, 어느순간 똥싸는 포즈로

주저앉는게 다 보인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도장이 찍히면 바로바로 주고 보내던가, 혹은 조금씩 모아서

나눠주던가, 그걸 병사한테 시키고 중사는 전체 상황을 통제하는 게 맞을 텐데, 아니다. 최면을 건다, 여긴 군대,

여긴 군대..


15시 55분-16시 05분, 배포

150여명이래봐야 종이 쪼가리 한장씩 금방 나눠줄 수 있다. 어차피 번호순으로 앉아있었으니 옆으로 돌리면

순식간에 각자 주인을 찾는다. 그런데 이 중사님, 거의 본인이 직접 돌아다니며 나눠주는 식이다. 그리고도 받고

가만히 있으랜다. 아직 움직이지 말라고, 무슨 깊은 의미가 있나 했다. 그렇게 십분동안 답답해서 속에 천불이

이는 걸 느끼며 참고 앉았다.


16시 10분, 해방

마지막 한 장이 주인을 찾고 나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휘휘 돌아보고는, "됐습니다."랜다. 가랜다. 허무했지만

정신을 차리고 걸음을 빨리 해 뛰쳐나가는 무질서한 예비군 대오의 머릿춤에 선다. 주차해둔 차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빠지려면 역시 또 시간이 지체될 테니, 한시라도 이 곳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분명히 그런 식의 지시였다. 자신이 손보아 놓은 자료를 그대로만 타이핑해달라는 거였다. 급하다 했다.

드문드문 오자도 보이고 문맥이 어색하다 싶은 것도 있었지만, 자신이 다시 정리할 거라 했었으니 그대로 갔다.

자료를 넘기고 한 오분이 지나서, 그는 내게 심각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깔고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당신을 쓰는 게 고작 단순 작업하라는 건 줄 알아? 머리쓰고 일 안 할 거야?


어쩌라구. 그때는 참 이상한 사람이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런 식으로 자신의 실수 내지 무지에 대해

타인(이라 쓰고 약자라 읽는다)을 힐난하는 사람이 의외로 적지 않은 듯 하다. 힐난하지는 않더라도 그들의

불명료하고 애매한 지시로 인해 빚어진 혼선의 결과를 두고 상대에게 '실망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뭐라고 뒤늦게 해명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럼 또 그러겠지. "말대꾸까지 하네 요놈?"

억울한 일 안 당하고 부당한 평가 안 받으려면 미연에 방지하는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우선 이해하지 못한 일,

그림이 제대로 안 그려지는 일을 받으면, 조금 혼자 고민해보다가 바로 모르는 부분을 말하고 조언을 구하는 게

정공법이다. 또 센스없게 첨부터 모르겠다고 뻗대는 건 피하고,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게 괜찮은 듯 하다.

"제가 이해하기로는 A->B->C->D 이렇게 넘어가면 되는 거 같은데 맞는 건가요? 특히 B->C 부분이요?"

애초 불분명한 지시라면 차라리 지시를 스스로 좀 명료하게 되묻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내 경우였다면 이런

식으로. "제가 고칠 수 있는 부분은 고쳐볼까요?"


아무리 피하려고 애써도 어떤 분들의 억울하고 편파적인 평가는 피할 수 없는 똥물인지 모른다. 그런 소소한

것들에 넘 스트레스 받지는 말기를. 어차피 직장 들어와서도 받을 거 미리부터 받지는 말길.




모처에서 인턴을 할 때 친구가 '싸대기'와 온갖 쌍욕을 들었던 이야기다.


그 부서에는 나와 또다른 친구 하나가 투입되었는데, 미처 우리를 위한 자리가 마련되지 않아 마침 비어있는 선배

자리에 급한대로 앉으라고 했었다. 뭔가 지급된 노트북을 사용한 작업을 시켰는데 책상 위는 온통 서류와 책들이

가득 어질러져 있길래 조금씩 밀어내거나 차곡하게 쌓아두고 딱 노트북이 자리잡을 정도의 공간을 마련했다.

우리가 공간이 없어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을 본 지나가던 분이 조금씩 치워서 하라고, 괜찮다고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주인이 없는 자리를 빌려 앉으면서 함부로 위치를 옮기는 건 기분이 나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최대한

손을 안 대려고 했다.


이쁨 받겠다고 일찍 출근해서는 부서원들 책상 위를 정돈하는 인턴 이야기도 얼마 전에 들었지만, 아무리 청소라

해도 자신의 책상이나 공간에 남의 손이 타는 걸 싫어하는 게 일반적이지 않나 싶다.


어쨌든,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했다. 그렇게 정신없고 긴장한 채 하루를 보내고 났더니 다음날 그 선배님이

출근해서 두 명 다 호출한 거다. 이 자리 누가 앉았었어, 누가 남의 자리 앉으래, 앉아도 물건을 건드리면 되겠냐,

너는 부모님이 그렇게 가르치냐, 뭐 이런 되먹지도 않은 엑스엑스 삐삐 운운. 급기야 친구는 뺨을 맞았다.


물론 그 분의 성격 자체가 스스로 흥분을 자가발전하며 열폭하는 스타일이기도 했고, 뭐 아마 그날 따라 기분이

안 좋았을 수도 있다. 어디에나 그런 성격을 가진 분들은 있을 수 있고, 자칫 재수없고 잘못까지 하면 이렇게

맞을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 케이스기도 하다. 그렇지만 사실 실수한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 여의치 않아 남의

자리에 잠시라도 앉게 되면 그 자리 주인의 물건들에는 손을 대지 않고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게 원칙 아닐까.


남의 책상에 함부로 손만 안대면 맞을 가능성은 반으로 줄어든다.

"저기요, 무슨무슨 일은 어떻게 하나요?" "저기요, 여쭤볼 게 있습니다." "저기요" 운운.


인턴의 저기요, 비단 인턴 뿐 아니라 신입직원들도 종종 범하게 되는 실수가 아닌가 싶다. 뭔가 다급했거나 당황한

상황에서 나올 수야 있다고 하더라도 가끔 굉장히 차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상대를 부르는 인턴을 보곤 했다.

'Hey'같이 단순히 주의를 환기하기 위한 말이 아니라 일종의 호칭으로 "저기요"를 상습적으로 쓰는 건 좀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어쨌든 인턴으로 있는 동안 함께 일하는 동료, 혹은 선후배로 가깝게 지내야 할 관계인데

마치 시장통에서 익명의 사람을 부르는 듯한 이런 호칭은 피해야 할 것 같다.


인턴이 윗사람들을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회사마다, 또 부서마다 분위기가 다르고 나름의 룰이 있을

거다. 개인적으로는 들어온지 얼마 안된 분들하고는 '선배님' 정도 부르면서 친하게 지내는 게 좋은 거 같다.

그렇지만 역시 가장 바람직하다거나 일반적인 룰은 그공간의 사람들이 서로를 어떻게 부르고 있는지를 알고,

과거의 인턴들이 어떻게 불렀으며, 또 그 분들이 어떻게 불리고 싶어하는지를 그나마 제일 만만하고 가까운 분께

넌지시 여쭤보는 거라고 생각한다. 모르는 것을 물어보고, 좀더 잘해보겠다고 물어보는 건데 쫄지 않아도 된다.

우리 회사같은 경우는 인턴과 주로 함께 일하는 바로 위 직원에 대해서는 '누구 선배'라고 부르고, 다른 분들에

대해서는 직급을 불러드리는 게 룰인 듯 하다. 그 밖의 계약직 등 비정규직 분들에 대해서는 '누구 씨'라고

부르는 게 일반적이다.


첨언하자면, 일부 '몰지각한' 신입직원도 바로 윗 선배를 이런 식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어서 '개념없다'란 뒷담화를

듣기도 한다. 인턴이나 신입직원이나,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겹치는 실수들이나 태도가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인턴 생활을 하면서 어느 정도의 눈치를 쌓고 경험치를 높인다면 나중의 신입직원 생활에도 도움이

적지 않을 거 같다. 역시, 어느 정도는, 하기 나름인 거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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