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내가 홀로 존재할 수 없다면 내가 맺은 모든 관계는 거짓이다.

그것은 외로움을 달래려는 방편일 뿐, 아무 것도 아니다.





@ 알제리, 알제.


@ 알제리, 알제.



@ 이대 근처 까페.


@ 캄보디아, 씨엠립.



@ 캄보디아, 씨엠립.

의상실.

@ 제주도.
우선 나중에 '지 말 묘하게 바꿔가며 논점을 흐리네 어쩌네'하는 말 나오지 않는 정도로 이전 글,

'키작은 남자가 루저'라는 말도 못하게 하는 하이에나들. 을 요약해 본다.


"'키작은 남자는 루저'라는 발언에 집요하게 해명을 요구하고 뒤를 캐는 것, 후속보도가 줄줄이 나오는 게 우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뻔뻔하거나 '독특하구나' 이러면 되지 그렇게 흥분할 일인지 모르겠다. '미수다'같은 오락물, 그리고 그런 오락물 출연자에. 물론 덜 자극적이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었겠지만, 어쨌든 자신의 이상형, 취향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했다고 봐줄 수는 없을까. 내 상식에 반하고 불쾌하지만 그러려니 하지 뭐, 이렇게 여유있게 넘어갈 줄 수는 없냐고 묻는 거다.

그녀의 발언으로 갑자기 '루저' 인증되는 것도 아니고(방송에 나와 한마디하면 그 말이 대번 진리가 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여자들도 세뇌되듯 '키작으면 루저구나' 생각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만약 이미 그런 분위기와 시각이 엄존한다면 이번 일로 그런 전반적인 기풍을 지적해야지 일 개인을 깐다고 해결될 문제는 더욱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계속 기사를 업데이트하고 재생산하는 기자들, 그녀를 비방하고 인신공격하는 악플러들, 심지어는 개인정보와 방송 후 후속 움직임까지 포스팅하는 사람들까지, 굉장히 가학적이고 비겁한 반응들이라고 생각한다. 전혀 생산적이지 않게 감정을 촉발하고 해소하는 대응들은 결국 인터넷 자원과 대중의 관심을 소모시키는 좋은 수단으로 쓰일 수 있지 않을까."



댓글들이 꽤나 많이 달렸지만 미처 다 댓댓글을 달지 못하는 점은 양해해 주시면 좋겠고, '하이에나'와 '열폭'

이란 단어에 자극받은 분들이 적지 않은 거 같은데 매 문단마다 언론의 부추김, 선정적인 재생산을 지적했고

이른바 '하이에나' 중 맨 앞에 기자를 언급했던 것처럼 주로 그쪽에 맞춰진 비난이었다. 물론 일부 '한량과

불만증환자들'에 대한 비난인 것도 분명하다. 그냥 어이없네, 라는 댓글 하나 단 사람이 아니라 집요하게

적극적으로 물고 늘어지는 댓글러들 말이다.


댓글들을 보면서 좀 어지러웠다. 워낙 입장들도 다르고 온도차도 커서, 게다가 중간중간 글을 제대로 읽고서

다는 건지조차 알 수 없는 쌩뚱맞은 댓글과 욕으로 도배된 댓글까지. 때론 꽤 설득력있고 새롭게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주신 댓글도 있었는데, 바로 답을 못했을 뿐이지 의도적으로 무시한 건 아니니 이해해 주시길.

어떤 글을 올린다 해도 모든 댓글다신 분들에 대한 적확한 댓댓글이 될 수는 없을 거고, 일부 댓글러들에

해당하는 댓댓글삼아 질문지를 올려본다. 혹은 이번 일로 생각해 볼만하지 않을까 싶은 문제들이기도 하니,

그냥 한번 같이 생각해 보면 좋겠다.

Q1. 오락물 프로그램의 '키 작은 남자는 루저' 발언 하나가 있었습니다. 이 발언으로 '키작은 남자'에 대한 없던 편견이 생겨날까요, 혹은 존재하던 편견이 강화될까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오락 프로그램 출연자의 발언이 갖는 실질적 영향력, 파급력이라는 것을 너무 과장해서 생각하는 건 아닐까요.

Q1-1. 어쩌면 분노하는 몇몇 분들이 말씀하셨듯 애초 품고 있던 키에 대한 열등감이나 패배감을 건드린 게 문제인 건 아닌지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방송에 발언이 나갔으니만치 욕먹을 짓 자초한 거긴 하지만, 지금처럼 매체마다 실시간 보도하는 수준으로 커져버리는 게 '비례의 원칙'에 부합할까요.

Q1-2. 실제 대부분 누리꾼들의 '루저 놀이'는 그녀의 발언을 희화화하고 희롱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냥 놀림감으로 소비되는 것일 뿐이겠지만, 그것 역시 너무 가혹하고 비겁한 일이라고 생각지는 않으시는지요?

Q2. 기분이 나쁘지 않을리야 없지만, 그 발언자를 집요하게 '단죄'하고 사과를 받아내는 것 말고 다른 식으로 풀 수는 없을까요? 취직시, 만남시 키와 같은 외모를 따지는 사회 분위기라는 게 단순히 말로 내뱉지 못하게만 아우성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말이죠.(단순히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여주는 댓글 하나 단 행위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파장을 재생산하고 반응을 키우는 언론, 몰입해서 개인정보를 드러내고 생중계하는 몇몇 사람들, 기본적으로 입에 담지 못할말부터 하고 보는 악플러들 말입니다.)

Q3. 오락물 프로그램과 그 출연자는 시청률과 관심을 끌기 위한 자극성 떡밥을 쉼없이 던지는 게 상례입니다. 더구나 오락 프로그램 촬영시엔 우선 자유로이 발언하고 정교하고 의도적인 편집에 따라 적당한 수준에서 정돈되도록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갈수록 그런 '선'을 넘는 방송들이 빈발하고 있죠. 시청률 경쟁입니다. 오히려 문제는 방송사에 겨눠져야 하는 거 아닌지요?

Q기타. 한국에서 쓰이는 '루저'라는 단어가 미국 본토에서 쓰이는 'loser'와 같은 의미를 가질까요? 초등학생들도 세워대는 세번째 손가락의 의미가 미국의 그것과는 다르고, 이미 '장기하'라는 가수의 등장 때 루저문화의 등장이니 어떠니, 나름의 사회적 용례와 의미가 부여된 건 아닐까요. (그녀의 '루저' 발언을 옹호하려는 게 아니라, 그 단어 자체의 의미에 집중하는 분들이 있어서 생각해 본 질문입니다.)

몇 가지 미처 더 정리하지 못한 생각해 볼 법한 문제들이 있겠지만, 이 정도로 총총.

어제 댓글달아주시던 분들-특히 입에 걸레무신 분들-전부 뭐하시는지.


어떤 티비 프로그램에 나온 여대생 하나가 키가 작은 남자는 '루저(loser)'라고 했댄다. 그리고 인터넷과 해당

프로그램 게시판이 난리가 났다. 포털마다 '키작은 남자는 루저 파문' 어쩌구 하면서 아주 신났다. '키작은

남자는 루저'라는 말 한마디에 모두 열폭중이시다. 루저라는 단어에 예민하거나, 아니면 '남자의 키'라는

남성들의 스트레스 요인과 자격지심을 건드렸기 때문이거나, 둘 다이거나.(혹은 언론의 부추김/오바질이거나.)


경과를 굳이 자세히 살필 필요야 있겠냐만은, 그녀가 애초 대본에 있던 내용이었다는 해명을 하고 이에 대해

방송작가 측에서 반박을 하면서 일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제2의 개똥녀파문으로 번질 것 같다는 자기실현적

예언이 난무하고, 프로그램이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을 한 거라는 추측도 더해지고, 신나서 들들 볶아대는

여론이지만 늘 그렇듯 기껏해야 며칠 시끄럽고 말 일이다.


애초 이런 일에 계속 해명을 요구하고 뒤를 캐는 것 자체부터가 우스운 일이지 싶다. 키 작은 남자가 루저라고

생각하면 안 되나. 방송은 안 보고 그저 몇 개 언론이랍시고 뻥튀기에 자기복제만 해대는 기사들을 봤지만

그렇게 문제될 발언인지 잘 모르겠다. "키는 경쟁력이다. 키 작은 남자는 루저라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했단

게 사실이라면, 그냥 본인의 생각이다. 키작은 남자가 싫은가부지, 본인 키보다 큰 남자를 찾고 있나부지,

그렇게 넘기면 될 일 아닌가. (참 기자들 기사 쉽게 쓴다. 그것도 힘없는 사람 하나 십자포화로 때려 가며.)


뭐 말투가 좀 싸가지 없었는지도, 표정이나 뉘앙스가 영 띠꺼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방송을 직접 보고
 
인용된 문장에서는 맛볼 수 없는 그런 느낌을 받았대도 마찬가지다. 그냥 좀 뻔뻔하구나, 혹은 독특한 개념을

갖추고 계시구나, 이러고 말 일이지 뭘 그렇게 흥분을 할 일인지 모르겠다. 언제부터 '미녀들의 수다'같은 오락

프로그램에서 뱉어지는 대사들이 사려깊고 올곧기만을 바랬던가 말이다. 공익적이고 도덕적인 발언만 나오는

교육방송을 보고자 하는 건 아닐 테고, 그녀에게 '공인'으로서의 책임을 물 것도 아닌 거고.


남자의 키에 대한 최소한의 요구사항, 개인의 취향이다. 해당 주제에 대한 본인의 기호와 취향을 이야기한 것

뿐이다. 물론 좀 덜 자극적이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할 수도 있었겠지만, 어쨌거나 그녀는 "~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알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나랑은 좀 다르고 불쾌하지만 그러려니 하지 뭐, 그렇게 넘어갈

만큼의 여유도 없는 건가. 그녀가 그렇게 말했다고 당장 남성으로서 자신이 '루저'로 낙인찍히는 것도 아니고,

그녀를 제외한 다른 여성들-그리고 자신이 어필하려는 여성들-이 대번에 그런 '키작은 남자는 루저'라는

마인드를 장착하는 것도 아니잖나. 그녀의 마인드를 책임지고 고쳐줄 것도 아니고 당장 피해를 입는 것도

아닌데, 왠 밴댕이 속알딱지같은 열폭인가.


물론 많은 여자들이 남자의 키에 예민한 게 사실이고 하나의 냉정하고 분통터지는 기준이라고 항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더더욱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그녀는 단지 그러한 트렌드 내지 풍조에 편승해

발언한 것 뿐인 거다. 저변에 깔려있는 분위기와 여성들 일반의 '입맛'이 문제라면 문제인 거다. 말을 안 한다고

지적하지 않는다고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역시 이 경우에도 그녀가 이렇듯 십자포화의 대상이

될 일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키에 민감한 건 오히려 남자들이라고 생각한다, 여자들은 딱히 남자가 자기보다
 
작아도 개의치 않는 것 같던데. 상대적으로.)


사실 언론에서 그려내듯 그렇게 죽자고 달려드는 사람은 못 봤다. 방송에서 그런 이야기를 대놓고 하다니 어떤

의미로던 '차암~ 대단하다'는 반응, 혹은 방송에서 이특이 반응했던 것처럼 "나도 그쪽 관심없거든요"라는 식의

맞대응 정도를 봤을 따름이다. 그렇지만 이런 일반인의 돌출 발언, 돌출 행동에 너무도 가혹하고 각박하게

'열폭'하는 사람들과 언론이 늘 있어왔던 것은 사실인 것 같아 안타깝다. 이거 원 말 한마디 잘못하면 바로

안주감 오징어처럼 짝짝 찢어발겨져 잘근잘근 씹혀진다. 힘있는 사람이어도 이렇게 집요하게 흠집내고 갈구고

꼬투리를 잡을까. 굉장히 가학적인 세상이고, 비겁한 세상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별 것 아닌 일을 떠들썩하게 키워내어 이득을 볼 사람들이 누군지 생각해봤다. 자극적인 기사로 조회수를

손쉽게 낚아내는 기자들, 누군가 씹을 거릴 만들어내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오지랖넓고 시간많은 한량들,

시대가 선사한 공허감과 분노를 풀길 없어 간편하고 무해한 씹을거리만 찾아대는 불만증환자들. 그들은 모두

하이에나같다. '발톱사이에까지 털이 나있는' 혐오스럽고 야비한 짐승이다. 자기보다 약하고 병든 동물만

사냥한다는 하이에나-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처럼 비겁하다.


그리고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궁극의 수혜자들이 있을 거다. 80년대 3S-섹스, 스크린, 스포츠-정책이나
 
오락물과 적당한 먹거리-먹잇감-의 조합을 의미하는 티티테인먼트라는 조어가 발휘하는 힘으로 대중의 관심을

사회/정치적인 공적영역으로부터 유리시키려고 쉼없이 노력하는 권력자들. 개똥녀니 뭐니, 그런 자극적이지만

별반 공동체에 기여할 것이 없는 이슈들로 인터넷 자원과 진득하지 못한 대중의 관심을 소모시켜버림으로써

자유로워지는 권력자들. 무대 앞에서 일개 여대생이 다구리당하고 있을 때 키득대고 있을 장막 뒤의 '보이지

않는 손', 그들이 불안하다.




정부는 11월 11일 가래떡데이를 맞아 북한에 가래떡 1000톤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가래떡데이'는

삼년 전부터 정부가 홍보하고 있는 기념일로, 흔히 빼빼로 데이로 알려져 있는 11월 11일을 쌀소비 촉진과

국내 농가 지원의 날로 바꾸려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이러한 취지에 더하여 날로 심각해지는 북한의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해 전국에 소재한 떡집들에 협조 공문이 11월 9일 자로 발송된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이에 따르면

전국의 떡집들은 각 지역 농협의 미곡처리장(RPC)에 쌓여있는 쌀 재고량을 지원받아 오늘부터 이틀간

밤낮없이 가래떡을 뽑아낼 예정이다.


이러한 조치는 최근 농민의 쌀값 항의시위가 빈발하는 가운데 농식품부가 국정원을 동원해 이에 대응하던

사실이 보도되고, 남아도는 국내 쌀 대신 중국산 옥수수를 북한에 지원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는

등 거듭되는 악재를 극복하고자 물밑에서 타개책을 다방면으로 모색하던 중 추진하게 되었다고 한다.

국회의사당 앞에서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던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관계자는 "드디어 정부가 정신차리고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사진)


정부 내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전국의 떡집에서 뽑아낸 가래떡은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 집결하여

다시 하나로 길게 연결될 것이며 도라산역을 거쳐 육로로 북한에 전달될 예정이라 한다. 김이 무럭무럭 이는

하얀 가래떡을 뽑아내는 과정 및 수송과정은 빠짐없이 기록되어 세계기네스협회에 "세계에서 가장 긴 가래떡"

(the longest rice cake in the world)로 등재될 계획이다.  이 과정을 총지휘하는 관계자 이아무개씨는 "쌀

1000톤이면 가래떡 약 200km 가량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전통적 가치와

남북평화의 기치를 내건 이번 이벤트를 통해 '가래떡'을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조심스레 피력하기도 했다.



□ 국내 각계의 반응은

이러한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와 인도적 조치에 대한 국내 각계의 반응이 뜨겁다. 대북 지원을 반대해온

국내의 보수층 일각에서는 "가래떡 먹다 체해버려라"라는 10박자 구호를 외치며 시청앞을 배회하고 북한

인공기를 가래떡으로 휘감는 등 소요를 일으키고 있으나, 쉬이 쉬어버리는 가래떡은 군용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적지 않냐는 대다수 시민의 온건한 시각을 반영하듯 소수의 호응만을 이끌고 있다.

한식업계 관계자는 이번 기회를 통해 경쟁력있는 한국의 떡문화를 세계에 홍보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면서,

정부에서 요청이 올 경우 가래떡 위로 10센티마다 대추 고명을 얹어줄 수 있다고 밝혔다.(서울, 2009.11.10)




* 뭐, 이런 훈훈한 기사가 올랐으면 좋겠다는.


관련기사. "국정원 동원해 농민 이간시키다니" (시사인, 2009. 11. 2)

"쌀값이 떨어진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우리가 (쌀 관세화 유보 대가로) 매년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쌀 물량이 있는 데다 2007년 이후 북한에 쌀 보내는 걸 중단하면서 재고가 남아돌게 된 것이 큰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재고량이 82만t쯤 될 거라던데, 해마다 북한에 보내던 쌀이 40만t 안팎이다. 그러니 이때쯤이면 비어가야 할 농협 미곡처리장(RPC) 같은 데가 꽉꽉 차 있는 것이다. 대북 쌀 지원을 재개하면 남한도 좋고 북한도 좋은 일 아닌가. 공짜로 퍼주자는 것도 아닌데. 남아도는 쌀 놔두고 기껏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게 중국산 옥수수 1만t이라니, 이명박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10월말에, 아니 10월 22일에 올렸었던 '나눔 공지'였습니다.

([제5차 동시나눔] 솔로 영혼의 비아그라 'Love Candy'(부록:손편지) 나눔~*)

아..그러고 보니 꽤나 시일이 지났군요, 결과 발표부터 하고 캔디와 손편지를 보내드릴까 하다가,

뭔가 서프라이즈~* 하게 도착하고 나서 이게 뭥미, 싶을 때 올리려고 꾹 참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ㅎㅎ


무려 연애세포씩이나 재생시킨다는 메이드 인 사우디아라비아 무적의 'LOVE CANDY'를 앞세우긴 했지만,

사실 이번 나눔은 가을날 풋풋한 컨셉으로 쓰여진 손편지 나눔이었답니다. 뭐랄까, 짙고 푸른 가을 하늘,

조용한 벤치에 앉아 이어폰을 꽂고 잔잔한 노래와 함께 가슴 따뜻해지는 책을 읽고 있는 와중에, 옆에

얌전히 웅크리고 앉은 따스한 햇살 한 조각과 귓가의 머리칼을 어루만지는 촉촉한 가을 바람. 문득 맘이

동한 사람에게 무언가 말을 건네고 싶어 가방을 뒤적거려 찾아낸 수첩, 조심스레 쪽쪽 찢어낸 페이지

몇장에 손으로 끄적끄적댄 각 안 잡힌 편지, 되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써제낀 내용이지요. 호호.


댓글로 자신이 아는 가장 멋진 사랑의 멘트를 알려주시는 분께 드리겠노라, 이야기했는데 두 분께서

멋진 말씀을 적어주셨어요. 검은괭이2 님과 BlogIcon Design_N 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다른 분들,  BlogIcon Adios 님, BlogIcon 초하(初夏)님, BlogIcon 카타리나 님,  BlogIcon 2Proo님, 그리고

BlogIcon Briller Kate 님들은 왠지 가을이라 더욱 센치해진 제 마음을 건드리는 댓글들을 달아주셔서 차마

모른 척 할 수가 없더라구요. 비록 캔디나 손편지가 '솔로 영혼을 위한 비아그라'는 아니라지만 그래도

조금은 포근함을 느끼셨음 좋겠습니다.ㅎㅎㅎ 오늘 리나님이 받으셨다고 하시니, 다른 분들도 곧 받아보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댓글 달아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려요~♡


덧댐. 사실 손편지만 드리기 뭐해서 캔디를 드리려던 건데, 뭔가 드리고 싶은 게 하나 더 생겨 억지로 편지

속에 우겨넣어버렸답니다. 혹시 가는 도중에 조금 훼손되었다면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세요.ㅜ 얼마

양도 안 되는 걸 박스때기에 담기도 애매하고 그래서, 보내면서도 많이 걱정했거든요.






일요일 9시 반에 있는 시험, 감독관은 8시 반까지 도착해서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받아야 한다. 사실은 김밥

한줄로 나오는 아침을 먹기 위한 시간이기도 하다. 저번에 시험 감독할 때는 시간을 착각해 응시자들처럼

9시반까지만 가면 되는 걸로 생각해 버려서, 좀 곤란해졌었다.


시험장으로 쓰인 고등학교, 내가 담당한 교실에 마침 시계가 없어서, 각각 90분짜리 1교시, 2교시 시험시간내

살아있는 시계 역할을 맡아야 했다. 10분 지났습니다, 20분 지났습니다,...절반 남았습니다,...5분 남았습니다.

사실 다른 때 같으면 시간 공지도 막판에 20분, 10분 남았을 때나 해주고 더이상 답안지를 바꿔줄 수 없습니다,

정도만 이야기해주는데 오늘은 마침 시계를 차고 오지 않은 사람들이 요청을 해와 성실하게 시계 놀이를

해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들고 갔던 '경쟁에 반대한다'라는 책을 읽다가-시험장에서 이런 제목의 책을 읽는단 것 자체가 좀

아이러니라고 느꼈지만-한문단 읽고 시계확인하고 두문단 읽고 시계확인하고, 그러면서 문득 1박2일에서였나

이승기가 벌칙 수행으로 커다란 시계를 들고 다니며 매시간 '세시~!', '네시~!' 큰 소리로 알려주는 장면이

떠올라 버렸다. 왠지 불끈불끈 그렇게 해보고 싶은 마음이 동하면서, 30여명의 수험생이 머리를 싸매고 문제를

푸는 상황에서, '여얼~씨~!'라고 천연덕스럽고 용감무쌍하게 외쳐주는 상상에 혼자 킥킥대고, 혼자 당황했다.


어차피 방송으로 중요한 내용은 멘트가 나오니, 최대한 시험 시작 후에는 말을 줄이고 자그마한 소음도 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시간을 보냈다. 시험장에서 감독관을 몇 차례 맡아봤지만 가능한 말을 줄이고, 시험치는데

신경이 쓰일 만한 요소, 걸리적댈만한 요소를 미리 차단해주는 게 관건인 거 같다. 있는 듯 없는 듯, 괜히

감독관이라고 우쭐해서 내 경험입네, 떠들거나 어깨에 힘주며 이래라저래라 지시하거나 하고 싶진 않아서.


2교시까지 끝나고 시험지랑 답안지를 걷어서 나오려는데 나이 많으시던 아저씨 응시생 한 분이 고맙습니다,

이러셨다. 교정을 나서는데 우르르 쏟아진 응시생들의 신발 바닥에 붙은 노란빛깔 은행잎이 이뻤다.



이웃블로거 johnjung님한테 놀러갔다가 발견한 연예인궁합 맞춰보기 싸이트.
(http://simsimhe.com/bbs/board.php?bo_table=test&wr_id=4&page=0)


그 분은 마침 1순위로 신봉선, 2순위로 박지선이 되었길래 혹시 이거 이름 적어넣는 것과 상관없이 전부

'웃음을 유발하는' 연예인들이 뿅뿅 튀어나오는 건 아닌가 했는데, 아니었다.


이거 왠지 신뢰감이 들기 시작하더니, 점점 사실이라 믿고 싶어지고 있다.

딱히 좋아하는 연예인도 없고, 드라마도 거의 안 보기 때문에 그녀들의 판타지 속으로 빠져들어갈 위험도

적은 편이긴 하지만 윤은혜라면. 뭐 이현이도 예전부터 알고 지내긴 했지만 평소에도 이현이보다는 은혜쪽이

더 뭔가 잘 통한다는 느낌이 있었던 것 같다. 웃는 모습도 좋지만 말할 때의 입모양이 오물오물한 게 워낙

귀여운 우리 은혜♡ (어쩔 수 없다, 내가 그녀에게 아는 거라곤 외모밖에 없으니.)


..왠지 저 사진을 계속 보며 말을 걸고 있다. 이제 그만.ㅡㅡ;

그러고 보면 최근에 '이상형월드컵테스트'를 했을 때도 비슷했던 거 같다. 16강에서부터 누구랑 누가

붙었더라...걍 울며 창을 닫아버렸다. 둘 중 하나를 골라 다른 한명을 실망시키느니, 내가 수절하고 살겠어!

이런 마음이었달까.



안경을 언제부터 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초등학교 1학년때 선생님이 안경낀 내게 늘 안경이 잘

어울린다며 박사님박사님 하고 불렀던 기억이 안경에 얽힌 첫 기억이다. 아마도 1학년 여름쯤부터

안경을 끼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안경과 함께 20년도 훌쩍 넘게 살아온 셈이다. 7살에 초등학교를 들어갔으니 에효,

정말 굉장히 오래 끼고 살았다. 이쯤 되면 불편한 줄도 모르고 거의 몸의 일부라고 하는 게 맞을 텐데,

물론 맞지만, 불편함은 여전하다.


이를테면 요새같이 추운 날씨에 갑자기 후끈한 실내로 들어서서 안경에 성에가 확 끼게 된다거나, 미용실에

가서 대체 아주머니가 어케 머리를 깍고 있는 건지 뵈는 건 없고 손길은 따사로와 곤히 잠들어버리고는 머리가
 
엉망이 된다거나, 안경의 도수가 높다 보니 렌즈따라 얼굴 윤곽이 일그러져 보인다거나 눈이 더욱 작아

보인다거나, 한번 삐뚤어진 안경테를 아무리 바로잡으려 해도 뭔가 이전보다 2% 부족한 느낌에 찝찝한 마음이

가시지를 않는다거나, 고글이나 물안경을 안경 위에 낄 수는 없는데다가 요즘처럼 고글형의 선그라스가

유행하는 때 도수가 안 들어가는 그런 것들은 낄 수 없다는, 그런 따위들.


왠지 불쑥 오늘은 기필코 내가 찢어지던 렌즈가 찢어지던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동했다. 무슨 행사 때 무료로

얻어두었던 소프트렌즈가 한벌 있었고, 몇 번 깨작깨작 시도하다가 속눈썹과 눈꺼풀의 굳건한 방어막 앞에서

번번이 무위로 돌아갔던 터였다. 그다지 풍성하지도, 길지도 않은 속눈썹이 무슨 거미손도 아니고, 렌즈가

들어갈라 치면 완전 금성철벽이었다. (뭐 이나이 먹도록 여전히 겁많고 두려움 많아 그런지도 모른다, 인정..

그치만 혹시 렌즈끼다가 눈알을 손톱으로 긁으면 어떡하냐고, 아님 렌즈가 눈알뒤로 돌아가버린다거나. 혹은

아예 렌즈가 눈알 속으로 녹아들어가 버리면, 빼낸다고 호스 넣고 기구넣고 하다가 눈알마저 터져버리면.;; )


근 한 시간. 눈이 씨뻘개지고, 위아래로 잔뜩 벌린 눈가 위아래 두덩에서도 열감이 느껴질 즈음. 파닥파닥대며

발버둥치는 속눈썹과 눈꺼풀을 어느 정도 진정시켰는가 싶자, 한순간 손끝의 렌즈가 쑥 눈 속으로 빨려들어가

버렸다. 멍하니 손 끝만 바라보며 이게 지금 렌즈가 바닥에 떨어져버린 걸까 눈속에 들어간 걸까를 잠시

고민하다가, 왼쪽과 오른쪽의 세상이 각기 다르단 걸 퍼뜩 깨닫고 말았다. 오...세상이 이렇게 밝고 맑았구나.


아마 내 시니컬함을 키운 건 팔할이 안경껴야 뭐가 보이는 저질 시력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한 쪽 눈을 마저

업그레이드시키고 세상을 보니, 비록 딱 도수가 맞는 렌즈는 아니었으되 뭔가 뻥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든다.

안경 따위를 코끝에 걸치지 않고도 세상이 보이다니. 정말 편하다. 눈알 따위 터지지도 않을 거 같고, 렌즈는

든든하게 눈동자 위에 버티고 있을 거란 안심도 된다. 그러고 보니 렌즈는 그간 안경이 가려왔던 내 갈색

눈동자의 마력을 마구마구 발산시켜주지 않을까...이러고 있다.


이제 안경과의 타협이 조금 필요하지 싶다. 아예 안 끼자니 너무 얼굴 앞면이 심심할 거 같고, 뭔가 가려줄 게

필요하기도 하고, 렌즈가 없거나 보안경 수준의 도수만 가진 안경을 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좀더 익숙해지면

아예 벗어버릴까도 생각중이다. 어쨌거나 야호, 안경독립 만세. 역사적인 날이다.=)



#1.

출장 다녀온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내일부터 또 출장이다. 인천 송도에서 벌어지는 모 행사가 있어서, 수십명의

자원봉사자들한테 오리엔테이션하고, 모레랑 글피는 사람들에 부대끼며 헥헥대고 있을 거 같다. 사실 뭔가

행사-판을 짜고 준비하고 운영한다는 건 꽤나 매력적인 일이다. 대학교 때 새내기준비위원회라느니, 4.19기념

마라톤이라느니, 모의유엔이라느니, 그런 것들에 꼭 감투 하나씩 쓰고 헥헥댔었으니 그 맛을 알아버린지는

꽤나 오래다. 뭔가 무대를 만들어주고 판을 벌여주는 역할, 굳이 판 위에서 놀지 않아도, 그 옆에서 판이 잘

돌아가게 도와주는 것도 충분히 재미있다.


여튼, 그래서 이박 삼일 (또) 다녀오겠습니다.ㅜ



#2.

사실 한 두어달 전부터 준비하던 자격증 시험이 있었다.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그래도 공부하는 거야 뭐

그냥 하면 되는 거니까, 문제는 절대적인 시간의 확보가 관건이었다. 물론 초반에 좀 알량한 셤, 알량하게

대응하리라, 는 건방진 맘으로 시동을 늦게 걸었던 탓도 있지만, 뒤늦게 확정된 7박8일의 출장이 완전 개씨루를

박아버렸다. 막판까지 책보다 지쳐 쓰러져 잠들도록 버닝해봤지만 절대량이 넘 많아서 결국 무위.


왠지 올해 하반기가 '무위'로 돌아간 느낌이다. 아쉽게도 문제 두어개 차이지만, 어쨌든 시험은 합격 아니면

불합격인 거다. 사실 셤 자체는 별로 대단한 건 아니었지만-다만 단번에 합격했음 이것저것 금전적 이익이

꽤나 있었을 텐데-그보다 2006년의 그 불쾌하도록 하얗던 감정이 떠올라버렸다. 본체에서 유리된 채 멀거니

내가 밥먹는 걸 지켜보고, 말하는 걸 지켜보고, 걷는 걸 지켜봤던 그 메슥거리던..누우런 갱지같던 감정.


그냥, 그런 기억이랑 겹쳐져 버려서 기분이 너무 안 좋았다.



#3.

가을을 타고 있다고 생각했다.

출장 다녀오니 가을이 끝나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아침저녁으로 쌀랑해서 자전거를 타고 달려도 땀은 안나고 몸은 따뜻해진다.

코엑스 앞을 지날 때마다 국화향이 진득한 황금빛 토종꿀처럼 녹진녹진 흘러들어왔다.


아직 가을이다.


#1.

출장 중에 엠피쓰리 플레이어 이어폰을 잊어버렸다. 뱅앤올룹슨, 동생이 사다준 무지무지 비싼 이어폰을

어쩌자고 출장길에 덜컥, 가죽 케이스까지 곱게 들고 나선 건지. 출장 내내 찝찝하다가 확실히 분실했음을

돌아와 가방 다 헤집으며 찾아보고 확인한 뒤에야 꿈에 나왔다.


집에 굴러다니던 몇몇 이어폰들은 마침맞게도, 사무실서 일할 때 듣는다고 다 들고 간 참이었다. 그러다 하나는

빙빙 돌리다가 물컵에 빠져 맛이 가버려서 버리고, 다른 하나는 양쪽 다 끼고 일하긴 눈치보이던 차에 한쪽-

주로 왼쪽-만 끼고 듣는다고 아예 나머지 한쪽은 잘라내 버렸댔다. 덕분에 '애꾸귀'용 이어폰만 하나 남았다.


그래서 졸지에 벙어리가 되어버린 엠피쓰리 플레이어. 그 많던 이어폰은 다 어디로 가 버리고. 당장 출퇴근길에

자전거 달리며 목도리 날리며 깔아줄 BGM이 급하단 말이다.



#2.

전화기를 한달전쯤 바꿨나보다. 그 전에 쓰던 초콜렛폰이 근 5년 가까이 쓰다보니 버튼부분도 많이 상하고,

배터리도 반나절 버텨내고 있어서, 마침 모 통신계열사에 다니는 친구 덕에 꽁짜폰으로 바꿨다. 그러고 나니

한 가지 문제, 제조사도 다르고, 새 핸폰도 택배로 받은 터라 전화번호부를 어케 옮겨야 할지가 난감. 출장 중에

둘 다 들고 가서 시간날 때 옮겨볼까, 따위 택도 없는 생각을 하다가 걍 이래저래 한달째 냅두고 있다.


필요한 번호 하나씩 그때그때 입력하고, 모르는 번호-전화번호 따위 외우지 못하니-뜨면 어버버, 하다가

욕 감사히 쳐듣고는 번호 하나 입력해놓고. 그런 식이다. 근데 그것도 며칠 지나고 나니 뜸하다. 아...이렇게도

인간관계가 좁았던가. 그 전 핸폰에 저장되었던 근 칠백여명에 달하는 사람들은...


뭐, 아무 통신사 서비스센터에 가면 바로 옮겨준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귀찮기도 하고 급하지도 않고 해서

언제나 백업할지 모르겠다. 어쩜 이대로 쭉 갈지도. 의도치 않은 상황에 의도 한 스푼을 얹어 인간관계 리셋..?



#3.

카이로를 거쳐 사우디 즈음, 같이 갔던 점잖은 사장님 한 분이랑 룸메이트였는데, 현지 시간 새벽 세시에

한국에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으셨다. 비몽사몽 간에 문득 들린 허억, 숨 넘어가는 소리와 남자가 낮게 흐느껴
 
우는 소리. 부친상이었다. 아마도 누군가 돌아가셨음을 전해듣는 순간에 함께 했던 건 지각이 생기고 나선

처음인거 같다. 번쩍 잠이 깨서는 덩달아 경황도 없고 먹먹하고..그랬다.


실무적인 일들은 그때부터. 바로 돌아가는 비행편 챙겨드리고, 남은 짐 챙기는거 도와드리고 출장 뒷마무리도

챙겨드리겠노라 다짐하고. 번쩍 잠이 깼었지만 이내 다시 가물가물, 죄송스럽게도 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밤을 설치고 나서 담날부터 감기기운이 픽 왔댔다. 열도 나고 기침도 심하고, 어지럽고.


인천공항에 들어서며 검역대에 놓인 열감지기 앞에서 괜히 설설 걸으며 기침도 두어번 했지만, 그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제길. 알고 보니 요새 신종플루는 열이 꼭 37.8도까지 오르지 않아도 맞다던데 왜 나를 잡지

않았을까. 기침은 여전하고, 몸은 뻑적지근하다.


출장을 마치고, 뒷정리를 어영부영 해치우고, 이제야 부랴부랴 제5차 동시나눔에 나섭니다.

지난 글들을 보며 대체 이번이 몇 번째인가, 궁금한 맘이 일어 헤아려보다가 말았습니다. 나눔이라 이름붙은

건 9번, 10번 된다지만 숫자를 세기 시작하니 왠지 자꾸 숫자를 늘리고 싶은 맘이 불끈 동하는 거 있죠?

티스토리 초대장도 나눈 건 나눈 거니까 몇 번 더해넣고 싶고, 뭐 그런 게 사람 맘인지라 그냥 숫자는 잊기로

했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포스팅 하나하나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담긴 거니까요^^


이번 나눔, 뭘 할까 한참 고심하였...다는 건 뻥이고, 이번엔 스토리텔링으로 승부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출장 가서 사온 하이퍼울트라 은하계급 초레어 아이템을 나누고자 합니다. 무려 "LOVE CANDY"!!

미처 사진을 찍어두지 못한 관계로, 사무실 복사기에 넣고 컬러스캔했습니다. 컬러스캔하고 복사해서

몇가지 광고 문구를 넣어 보았습니다..ㅡㅡ;;


이게 뭐냐고 하실지 몰라도, 무려 연애세포재생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거 아닙니까.

길도 이거 딱 두 알 먹고 나니 박정아랑 사귀었답니다. 강혜정? 타블로가 가루로 빻아서는 억지로 먹였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대륙 통일할 때 전사들이 모두 하루에 이거 한알씩 먹고 전투에 임했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아니 멀리 갈 것도 없이 소위 "인생은 육십부터 연애중"이라는 모두 익히 알고 계신 황금언을 가능케 만든

기적의 캔디가 바로 "LOVE CANDY"인 것입니다.


왜 이래요, 러브 캔디 한 알 못 먹어서 평생 연애 한번 못 해본 사람들처럼.
연애세포가 뭔지는 다들 아실 거고, 언제까지 솔로로 살 텐가. 가을이고 날도 춥고 바람도 차가우니 요

"LOVE CANDY" 하나씩 물고 푸석푸석해진 연애세포 좀 생기발랄하게코롬 촉촉하게코롬 되살려 보시죠ㅎ
 
덤으로 제가 직접 만년필을 휘둘러 손편지도 써드립니다.(음..이건 좀 마이너스..일까나..ㅡㅡ; )


2009. 10. 24(토) 24:00 까지 댓글로 자신이 아는 가장 멋진 사랑의 멘트를 알려주시는 분 5분을 선정하여
 
'영혼을 위한 비아그라'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기적의 캔디, "LOVE CANDY"(정품, 수입승인번호:

식가583-183092)와 제 정성을 가득..쪼끔 담은 손편지 한 통을 보내드리겠습니다.




* 이번 동시나눔 진행중이신 분들

주관하시는 BlogIcon 민시오™

[블로그 동시 나눔 행사] 제5차 "OO 기념 동시 나눔 마당" 진행 - 제5차 가을맞이 기념 나눔 이벤트

BlogIcon Slimer
정신 없이 바쁜 기념으로 조금 나누어 봅니다.

BlogIcon 백마탄 초인™
10월에 터지는 행운을 잡아라~!! [제5차 블로그 나눔]

BlogIcon 초하(初夏)
◆ '제5차 동시 나눔' 마당에 동참할 이웃지기님들을 기다리며

BlogIcon 2Proo
2proo.net 블로그 5차 동시나눔 이벤트 - 방문자수 4백만명 돌파 이벤트

BlogIcon Design_N
이사 완료 기념, 동시 나눔! (5차)

등등 많은 분들이 있으니 한번 둘러보고 가셔요^^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블로그와 나눔]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1.

두바이, 카이로, 리야드를 거쳐 쿠웨이트시티까지. 비행기를 타면 왠지 인류가 뭔가 대단한 존재에 이르른 게

틀림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가없이 준엄하게 흐르는 시간과 무려 '경쟁'이라도 하듯 달음박질치는 수준인 게다.

덕분에 첫날은 저녁 먹고, 아침 먹고, 점심 먹고, 밥 먹고, 밥 먹고, 다시 저녁을 먹었다. 하루 세 끼-아침, 점심,

저녁-을 챙겨먹는데 익숙해질 대로 익숙한 개념으로는 좀체 하루에 여섯 끼를 먹는다는 것, 그리고 해뜨고

눈뜨고 해지고 다시 눈감을 때까지의 기간이 24시간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은 도무지 낯설기만 하다. 게다가,

출발지와 도착지의 시간차이는 (머릿속으로야) 이해한다지만, 대체 비행기 안에서 시간은 어떻게 흐르고

있다는 건가. 손목시계는 여전히 1초를 1초만에 째깍째깍 새기며 돌아가는데, 어쩌면 비행기 안에서는 1초를

사실 2.4초쯤, 아니면 0.5초쯤으로 새겨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부분은 약해서 잘 모르겠지만, 뭔가 이상하다.


#2.

피곤한 일정 탓에 비행기만 타면 최대한 엉덩이를 의자 가장자리로 위태하게 내몰고는 몸을 쭉뻗어 침대인양

스스로를 속이고 잠들어보려 애쓰는데, 좀체 쉽지가 않다. 일단 대체 언제쯤 올지 가늠할 수 없는 타이밍에

쳐들어오는 기내식 냄새. 파블로프의 개처럼, 냄새가 비행기 안을 꽉 채우면 배가 고파지고, 혹은 배가 고프단

걸 깨닫게 되고, 번쩍 잠에서 깨어 기계적으로 포장을 뜯고 포크질을 하기 시작한다.

오른켠 사람의 팔꿈치에 방해받고 왼켠 사람의 옆구리를 질러가면서 꾸역꾸역 밥을 먹다 보면 문득 사육당한단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분홍색과 똥색이 뒤범벅된 돼지우리 속의 돼지들. 사료 시간만 되면 서로 머리를 치대며

먼저 먹겠다고 아옹다옹대는 뽄새도 그렇지만, 왠지 거대한 비행기 내장 속 기백명의 사람들이 똑같은 시간에

거의 똑같은 메뉴가 똑같이 배열된 식판에 고개를 처박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렇다. 더군다나 문득 눈뜨면

답답함에 돌아버릴 것 같은 좁디좁은 좌석에 빽빽히 꽂혀 있는 사람들 아닌가.


#3.

"근처에 볼 게 없네."라는 말을 몇 번 들었다. 호텔 주변을 산책하고 왔던 일행들이 내게 그랬다. 사실 나는 이미

중간중간 땡땡이를 치며 쪼끔씩 주변 골목을 돌아봤던 참이었다. 그 말을 들으며, 얼마전 버스에서 "사람이

아무도 없네"라고 생각했던 게 떠올랐다. 허름한 놀이터가 뙤약볕 아래 달궈지고 있었고, 고장난 샤워기같은

분수대에는 페트병들이 수면을 가득 메워 둥둥 떠올라 있었으며, 멋진 아랍어 그래피티가 골목 한쪽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전혀 낯선, 그리고 평범한 카이로, 리야드의 골목 풍경이었다. 너무 평범해서 아직 소모되어

버리지 않은 신선한 이미지들. 예컨대, 스핑크스가 달고 있는 두텁한 소꼬리 조각같은.


#4.

변태는 날 좋아한다. 비록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남성이 결혼하려면 굉장히 많은 액수의 지참금이 필요하고,

때문에 결혼을 못한 남성들이 일종의 '대체재'로 동성애를 취한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그렇다면 난 대체재 중

상급에 속함에 틀림없다. 리야드의 밤거리, 밤 열두시가 넘은 시각 산책을 하다가 변태를 만났다. 보기 드문

긴머리 히피스타일의 젊은 아저씨가 차에서 내리다가 내 눈과 마주치곤 히죽대며 자신의 온몸을 더듬기

시작한다. 이윽히 시작된 신음소리와 밭은 한숨소리가 걸음을 재촉해 지나친 내 귓가로 달겨들었다. 잠시후

뒤에서부터 달려온 차는 내 앞에 서더니 오른쪽 차문이 덜컹 열리며 시끄러운 음악소리를 뱉어냈다. 두가지

정도 질문을 머릿속에 떠올려봤다. 어디로 갈래? 얼마 줄 거야?


차마 말하진 않고, 그 대신 꺼져줄래, 라고 말해줬다. 한국말로. 그리고 속으로 좋아했다. 꺄오, 뉴욕, 카이로,

태국에 이어 리야드에서 먹히는군하~ 잇힝~* (비록 남자에게일지언정)


#5.

출장도 거의 끝나간다. 여긴 쿠웨이트, 밤 12시. 이번 출장 완전 쒯.
#1.

왠지 다른 때보다 훨씬 힘들게 준비했던 출장이 드디어 오늘. 밤 열한시 오십오분 비행기로 두바이로 향하고,

이집트, 사우디, 쿠웨이트 차근차근 밟고 올 예정이다. 이집트는, 2004년에 배낭여행으로 다녀왔던 그곳을

5년만에 다시 간다니 꽤나 설레는 곳이고, 두바이에선 조금 돌아볼 시간도 있을 듯하여 뭘 볼 수 있을까

기대도 하고 있지만. 사우디랑 쿠웨이트는 뭐, 작년에 갔던 곳 다시 가는 거라-더구나 출장도 작년과 같은

형태와 내용이라-그다지 기대는 없다. 20일에 돌아올 테니 어디 보자..7박 8일의 일정.


#2. 

이러저러한 분위기 변화로 회사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던 게다. 그 밖에도 여러 '이러저러한' 이유가

있겠지만-오호, '이러저러'하단 표현이 꽤나 편리하구나-문득 펼쳐 보니 다이어리가 몇주째 텅텅 비어있다.

앞장을 넘기면 정해진 스케줄이 없거나 적어두지 않아 광막한 백지, 뒷장으로 돌아가도 기록해 두지 않고

기억해 두지 않아 광막한 백지. 끙끙대며 뭐했더라...기억하다 보니 왠지 하이얀 앞장과 뒷장 사이에서

까만 점 하나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길다랗게 말아진 김밥을 탁탁탁 칼질하면 생겨나는 점, 점, 점.


#3.

다이어리 정리는 점심때 있었던 일, 요새 너무 주위에서 재우치는 것들도 많고 해서 뭔가 점심시간 한 시간을

혼자 쓰고 싶었다. 엠피쓰리와 다이어리를 들고 까페에 자리잡고는 카라멜 마끼아또 한잔 하며 끼적끼적.

단단한 듯 살짝 굳어진 표면이지만 혀와 입술과의 접촉으로 이내 허물어지고는 부드러운 속내를 드러내는

우유크림, 뜨거울 때는 커피에 녹아있다가 차츰 열기를 잃어가며 표면에 얇고 이질적인 막을 팽팽히

땡겨가며 거미줄치듯 부지런히 만들어내는 끈적하고 달콤한 카라멜, 그래서 갈수록 줄어드는 '한모금'의 양.

한 시간을 푸욱 쉬기엔 딱 적당했던 한 잔.(이라 쓰고 혹자는 '된장질'이라 읽기도 한다.)



#4.

'어른남자'란 게 어떻게 생겨먹은 생명체인지 모르겠지만, 이제 슬슬 그걸 준비해야 하려나 싶다. 뭐, 단순히

무뎌지고 지치고 생기빠진 그런 게 '어른남자'라 매도할 생각도 없고, 혹은 성숙하고 핏한 수트가 어울리는

시크한 도시남성, 뭐 그런 게 '어른남자'라 무지몽매한 환상에 빠질 생각도 없지만, 어쨌든 그 중간 어디메쯤

내 나름의 '어른남자' 이미지를 찾아봐야겠다.





뭔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창밖에 선 나무, 이게 뭘까.

8월에 저런 포스팅을 올렸었다. 아마도 여름휴가를 떠나면서 예약으로 걸었던 글이었을 게다.

얼마 전 문득 창밖으로 보니 그새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이게 대체 정체가 뭘까, 궁금해 하며 사진을 찍어두고는 차일피일 하는 새, 지금은 또 새까맣게 말라비틀어져

버렸다. 정말, 말 그대로 새까맣게 말라서 꼬부라지다가 끝내 비틀어져 버렸다.

빨갛게 타오르다 타버리고 남은 재, 같다.

차마 그 흉한 몰골을 찍고 싶은 마음은 동하지 않아 그저 여백으로 남긴다.

이름도 미처 알기 전에 지나가 버렸다. 내년엔 다시 돌아온다지만 2009년과 2010년. 다른 거다.




집이 회사 근처로 이사하긴 했는데, 걷기엔 은근히 멀어 40분 정도 걸리고 차타기엔 버스노선이 신통찮아

한동안 걍 빠른 걸음으로 걸어다녔다. 그 결과 얻은 것이 '족저근막염'. 간단히 말하자면 발바닥에 염증이 생긴

거라고.

여름휴가 때 캄보디아에서 걸으면서도, 제주도에서 걸으면서도, 아님 일상에서 그냥 가볍게 걸을 때도 살짝

통증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게 또 특별한 약도 없고 치료법도 없다는 게 의사선생님의 말씀. 주로 4, 50대에나

많이 보이는 증상인데 젊은 냥반이 왜 벌써부터 이러냐는 눈흘김도 없지 않았다.


이후로 버스를 타고 가려는데 노선이 워낙 꼬불꼬불하고 길도 막히길래, 버스를 타고 가다가 전철로 갈아타선

딱 한 정거장을 이용하고 다니던 참이다. 시간은 단축되긴 하지만 노선이 불편해서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겠다

싶던 차에, 딱 사고 싶은 자전거를 발견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삼각형', 스트라이다Strider의 특허 기간이 끝나고 중국에서 OEM 방식으로 제작되는

CTrider, 원래 영국제인 스트라이다 정품은 꽤나 비싼데 요놈은 가격은 적당하면서도 모양새는 똑같다.

여러 색상 중에 고민하다가 정장 입고 타기에도 무난하도록 검정색을 골랐는데, 깔끔하다.


사실 9월말에 주문했는데, 추석 대목이 겹치고 물량 부족사태가 겹치면서 어제야 받았다. 다음주로 예정된

출장 준비로 한참 피곤에 쩔어 일하던 차에 자전거를 받고 나니 없던 힘이 솟아서, 당장 오늘 아침부터

잡아타고 출근. 15분만에 도착해서, 얌전히 접어서 엘레베이터 타고 사무실 옆자리에 주차했다. 사진은

회사 동료들한테 자랑질하느라 펼쳐놓은 모습.

접힌 모습은 꼭 고양이가 얌전히 귀를 접고 웅크린 거 같다. 꺄아~~~!! 날씨가 좀 추워지긴 하지만 눈비가

내리지 않으면 계속해서 타보려고 생각중이다. 바퀴가 묘기용 자전거처럼 쪼꼬매서 운전하기가 상당히

미묘하지만 오히려 그게 더 재미있다. (한바퀴 운전금지, 라는 경고문구가 설명서니 자전거본체니 여기저기

붙어잇는 걸로 보아 좀만 더 익숙해지면 한바퀴로도 타고 다닐 수 있을지도.)

내친 김에, 요새 출장 준비로 정신없는 내 책상. 그러고 보면 출장 다녀옴 날씨 옴팡지게 추워지지 않을까.ㄷㄷ







#1. 매해 추석은, 추석뿐 아니라 명절날 아침은 왠지 약간 어리어리한 시각적 이미지가 남아있었다. 그걸

깨닫는 순간은 늘 아침일찍 일어나 차린 차례상의 제사주를 음복할 때. 아, 작년 이맘때도 아침 댓바람부터

술을 몇 잔씩 마셨었구나, 그래서 아침부터 발갛게 살짝 취했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온다.


#2. 제사주를 일본주로 올렸다. 조상님들도 늘 우리것만 맛보실 게 아니라 물 건너온 외국것도 좀 맛보시는게

어떨까 싶어서, 라곤 하지만 따로 차례주를 사자니 마침 집에 많은 일본 청주-사케-를 올려도 되지 않겠냐고

내가 쿡쿡 찌른 탓이다. 사실 한때 광풍처럼 일었던 '신토불이'의 프로파간다가 여전히 강고하게 남아있는

곳이 제삿상, 차롓상인 거 같은데 이거 좀 의심스럽다. 제삿상 음식을 꼭 과거 어느 한지점에 고정된 것으로

바득바득 챙겨야 하는지도 의심스럽고, 술이니 음식이 꼭 국내산이어야 하는 이유 역시.


#3. 추석이니 설이니, 친척들 바글바글 모인 풍경의 한 귀퉁이에는 으레 왠지 '촌스런' 화면을 뱉어내고 있는

티비가 시끄럽기 마련이다. 올해도 작년처럼 사람들의 응원소리가 소음처럼 고스란히 담겨있는 야구 경기를

하나쯤 보았고, 한복을 차려입은 진행자들이 우글우글한 프로 몇개를 보았으며, 경이로운 '동안'이라며

시청자에게 억지부리는 프로그램도 빠지지 않았다.


#4. 젊은 것들의 대중가요 세계가 온통 핫하고 쿨하고 섹시하며 불끈불끈한 '사랑'으로 가득하다면, 트로트의

세계는 그 죽일놈의, 끈끈하다 못해 더럽고 무섭다는 '情'이 담겨있다. 몇 번의 사랑을 거치고 나면 사랑이

아니라 정 때문에 살아가고, 정을 추억하며 살아가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정'이나 '사랑'이니 정의내리기

어렵긴 매한가지지만, 어느 지점에서 '사랑'이 '정'으로 바뀌었음은 자각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트로트의

세계가 새롭게 보이는 나이대로 진입하고 있는지도.


#5. 개천절이니 일요일이니 토요일이니 추석이니 연휴가 겹쳤으면 겹친 만큼, 그만큼 찐하게 쉬어주고 놀아

줬어야 할 텐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 늘 허무하게 끝나는 명절 연휴. 명절은 쉬는 날이 아닌 탓이다.






집에 있는 조그마한 술병 중에 180ml 짜리 사케가 있다. 월계관, 게케이칸의 달콤하면서 담백한 청주.

맛이야 뭐, 가볍고 달달한 맛에 한잔한잔 하다 보면 한 병이 금세 비워진다는 점 정도 이야기함직하다.

이미 사케가 대중화된지는 오래지만 이런 병은 여전히 신기하다. 볼록하게 배가 튀어나온 병에,

하얀색 뚜껑이 얹혀있는게 뭐가 신기하냐면.

뚜껑이 바로 술잔으로 쓰일 수 있다는 점. 신기하게도 이 잔 역시 대략 7잔 분량이 나온다. 마치 어릴 적

소주 한병이 왜 7잔정도의 분량으로 맞춰졌는지를 들으며 신기해 했던 것처럼 다시금 신기했었다.

부모님이 산행가실 때 한번 가져가셨던 적이 있는데, 아주 '대박'이었다고.



보름달을 보며 술 한잔. 소원을 뭘 빌지 생각 중이다.





MB, 분명히 말하건대 '불난 민심'에 부채질하는 건 대통령이 할 일은 아니다.


민심을 따르다 보니 지지율이 절로 올라간다는 '법칙'을 알아버린 건 좋다. 그렇지만 '나영이 사건'에 대응하는

그의 언행을 보면 민심에 편승하다 못해 차라리 민심을 자극한다는 느낌마저 든다. "평생 그런 사람은

격리시키는 것이 마땅하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대통령의 마음이 참담하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 말했단다. 그리고 그 후 쏟아지는 '대책'들이란 게 그렇다.

때마침 '네티즌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개편된 청와대 홈페이지 '소통마당'에 첫날 오른 글도 바로 이 사건에

대한 글이었다. (靑 "네티즌과 상호 소통 강화" 홈피에 '소통마당' 개설, 한국일보(09.10.01)) 그의 '참담함'에

화답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법을 개정하겠다,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소리가 정치권과 정부에서

나오는가 하면, 러시아에서는 화학적 거세를 한다느니 사형까지 고려해야 한다느니 언론도 가세한 참이다.


이미 이른바 '민심'은, 가해자라 추정되는 사람의 인적사항과 사진을 인터넷에 유포하고 법정최고형, 사형에

처하라는 청원까지 벌이고 있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 상황은 잔뜩 성난

불붙은 민심에 MB(와 똘만이), 그리고 언론이 힘을 합쳐 기름을 뿌리며 더욱 흥분시키고 있는 격이다. 게다가

일부 언론은 그 와중에 MB어천가에 여념이 없고 말이다. "국민의 요구에 정확히 부응했다"느니, 심지어 작년

일산 경찰서를 '몸소' 방문했던 기억까지 되짚는다.([현장에서]민심 정확히 읽은 李대통령, 세계일보(09.10.01))


그 잔인무도한 사건에 사람들이 분노하는 건 당연하다. 가해자인 성폭행 전과자의 비인간성, 그리고 법원의

납득할 수 없는 감형 사유, 법감정에 맞지 않게 가벼운 형량까지. 그렇지만 국무회의에서 그렇게 자극적이고

가다듬어지지 않은 '의견'을 표하는 것은 대통령으로 보일 언행은 아니다. MB의 말 하나에 삽들고 4대강으로

돌격하는 단무지들답게, 대책이라고 내놓는 것 자체가 '분노' 해소, 보복에 치중되어 있지 않은가.


형량을 강화한다고 범죄율을 낮출 수 있을지, 처벌 수위를 높인다고 피해자가 실제적으로 도움이 될지를

따져야 하는 거다. 앞으로 장애인으로 살게 될 피해자 아이가 사회에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시스템은

갖춰져 있는지, 우리 사회의 아동보호시스템이나 '아동 복지'의 개념은 어떤 수준인지, 그런 부분을 짚어보고

고치는 게 대통령이 할 일이다. 피해자 아이는 앞으로 고작 월 10만원의 장애인 복지비를 받게 될 거라는데,

가뜩이나 빈약한 복지 예산마저 다 까먹는 건 누구냔 말이다.(나영이사건 파장...참담한 장애인의 현실)


무슨 불놀이도 아니고. MB, 오줌쌀라. 불장난 그만하고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라. 분노는

헤아리되 대응은 이성적으로, 성숙하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죽여라~!'하는 사람들의 성난 외침 속에 숨어있는

변함없이 형편없는 시스템에 대한 절망, 체념을 직시해야 한다. 그래도 일국의 대통령이란 사람이, 말한마디로

자신의 신념이고 평소 언행이고 다 뒤집어 버리게 만드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국민들의 감정을 차분히

가라앉히지는 못할 망정 인민재판용 장작을 하늘높이 쌓아올리도록 방조해서는 안 된다.


혹은 일가친척 다 만나서 정치경제사회 전반을 논하게 될 추석이 지나기 전까지는 계속 이렇게 '나영이 사건'

하나만 이야기하길 바라고 부채질하는 건 부디 아니길 바란다. 지나친 기우라거나 뭘해도 MB욕하는

또라이라는 욕을 먹을 때 먹더라도, 굳이 '나영이 사건'에 대한 MB의 대응을 짚어보고 싶은 이유다.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선 것은 ‘대한민국 국민은 세계가 인정할만큼 위대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서입니다.

...G20 정상회의 유치는 한 마디로 이제 대한민국이 아시아의 변방에서 벗어나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이제 세계사적으로나 민족사적으로 진정한 21세기가 열리고 있습니다."


오늘 오전 10시 청와대에서 주요 방송 생중계로 전달된 특별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말들을 했다고 한다.

G-20 정상회담을 서울에서 내년 10월에 개최하기로 결정된 것을 두고 만세삼창을 하니 어쩌니 어처구니없는 쌩쇼를

벌이는 게 한참 어이없던 와중이었다. 그게 뭐라고. '세계 유지'들의 모임이니, '지구 GDP의 85%'를 담당하는 부자나라

클럽이니 하는 천박한 표현들은 최소한 '선진일류국가'의 지도자란 사람이 앞장세울 말은 아닌 거 같은데.


'세계가 인정했다'느니, 애정결핍에 시달리는 애아이마냥 타인의 관심과 인정을 갈구하는 그 사람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고. 사실 하고 싶은 얘기는 다른 거다. 고등학교 국어시간엔가 배웠던 '억양법'. 사전에서 찾아보면 "문장중에서

앞에서 누르고 뒤에서 추기거나 먼저 나무라고 나중에 칭찬하는 등의 형식으로 의도하는 바를 더욱 강조하는 수사법"

이라고 되어 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사람은 착하다, 착한데 못생겼다."라거나 "예수천국 불신지옥(혹은 불신지옥

예수천국)"류의 뚜렷한 대비를 통해 드라마틱한 쏠림현상을 이끄는 거다.


G-20 정상회담하면 '선진일류국가'가 되고 갑자기 '지구마을 유지'로 회원증이라도 발급받는 건지, 실제로 의장국이

운신할 수 있고 산출해낼 수 있는 여지와 영향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다. 회의적이다. 거슬리는 건, 아직 어떻게

준비되고 어떤 효과를 낳을지도 모르는 그 정상회담-혹자는 1988 올림픽 유치에 비기기도 하지만-을 강조하기 위해

그 앞에서 후줄근하고 '변방적'이며 얼마나 보잘것 없었는지 부각되는 현재와 과거의 모습이다. 자신의 키가

크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마주선 사람 키를 사정없이 낮춰잡는 유치한 꼬맹이같은 놀음.


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세계에서 인정받았다는 한국인의 위대성은, 여태까지는 세계에서 인정받지도 못하고 폄하되고

있었다는 말인가. 이젠 글로벌 차원의 아젠다 세팅능력을 갖춘 엄연한 선진국가라는 건, 이전까지는 이른바 '반미용공'

세력이 말하던 바 주권국가로서의 몇가지 결격사유를 갖춘 중진/후진국가였다는 말인가. 세계정상들의 축하를 받으며

손을 꼭 붙잡았다는 그의 새삼스런 감회와 비견되는 1907년 헤이그 만국평화회담에서의 이준 열사 에피소드는 왜 이리

뜬금없다 싶을까. 세계의 중심에 서기까지 아시아의 변방에서 고생만 죽도록 했다던 스토리, 진부한 신데렐라 드라마도

아니고.


그 모든 '변방국', '주변국', '非주요국'의 에피소드, 이미지들은 오로지 'G-20 이후'의 세계 중심국가 한국을 극적으로
 
묘사하기 위한 수사다. 미래에 우뚝 설 선진국가 한국의 국민으로 마음껏 자부심을 느껴라, 라는 주문이다.

역설적인 것은 미래의 불확실한 성취를 앞당겨 맛보라며 국민들에게 저런 상찬을 들이미는 순간, 지금까지의 현재가

가없이 남루해지고 변변찮아진다는 사실이다. 이런 위대한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느껴보라는데 되려, 지금까지

살았던 나라가 사실은 이토록 찌질한 나라였나, 별거아닌 나라였나 자괴감을 진하게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거다.
 

과거 10년을 오로지 부정하고 지워버리는데 골몰하는 사람들이니 의도적인 '과거사 단절'의 일환인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건국60년을 기념하고 이산가족 상봉 회차도 1회부터 다시 세듯이 말이다. 그렇지만 사실 도래하지 않은 미래의
 
영광을 찬양하고 열광하기 위해 '지금, 여기'를 자학하고 비하하는 패턴은 익숙하다. 앞서 말했던 '기독교적 교리',

혹은 대부분의 종교가 갖는 현세와 내세의 비교가 대표적일 거고, 소위 '민족주의사관'의 헛점 역시 마찬가지다.

종교에선 순결하고 완전한 내세를 부각시키기 위해 비참하고 부조리한 현세를 강조하고, 바이칼호까지 뻗는

대륙을 호령하던 과거의 감춰진 영광과 위대함을 드러내기 위해서 쪼그라든 반도정신을 들먹거리게 되는 식으로.


G-20 정상회담이 정말 뭔가 한국이란 나라에 '양질전환'의 계기를 갖고 올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제는 한물이
 
아니라 두물 세물 빠져버린 '21세기'를 새롭게 구분하여 '진정한 21세기'와 그 이전 '거짓된 21세기'를 분류하는

판이다.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앞장서 달콤한 미래를 말하는 사람들은 믿지 말라고 니체선생님이 그랬다.

더구나 그들처럼 프로페셔널한 거짓말쟁이들은.



Smart와 Nice와 Handsome, 세 개의 그룹이 중첩되면서 나타나는 영역들,

난 어디에 속하는 걸까, 잠시 고민하다가 속편한 답을 찾았다.





난 여집합.


그렇다면 여자의 경우는 어떨까. boy에 대응하는 Girl의 패러독스.

공감이 간다기보다는 재미있어서.ㅋ











회사에 봉사 동호회 하나쯤 있어야 되지 않을까 하던 차에, 동기들과 의기투합해 뚝딱 만들고는 오늘 첫 봉사활동을 갔다.

서울 어디메쯤에 있는 한 아동 보육시설, 3세미만 영유아부터 초등학생들까지 한 60여명이 머물고 있는 자그마한 2층

건물이었다. 앞뒷 마당을 깔끔하게 쓸고, 마침 고장나 버린 세탁기를 대신해 세탁물을 헹구고 널고, 아가들 밥먹이고

대여섯살짜리 꼬맹이들이랑 놀아주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가버렸다.


그냥 아이들하고 잘 놀아주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끊임없이 안아줘, 업어줘, 한번만,을

외치는 극성스러운 아이들 틈에서 동기 하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말로 변신한 채 천지사방을 기어다니고 있었고, 나 역시

어느 순간 앞에 두 녀석을 안고 뒤에 한 녀석을 업고 말았다. 자기들 맘대로 해주지 않으면 미워! 하면서 연속 로우킥도

서슴치 않는 무서운 대여섯살 짜리 아이들, 서로 안기고 업히겠다고 아우성치다간 서로의 머리통을 그야말로 퍽, 소리

나도록 내려치는 서슬에 살짝 움찔해 버렸다.


크게 놀랄 일은 아니었다. 3살미만 어린애들의 점심을 챙기면서 시설 근무자는 제대로 본을 보이고 있었다. 다른 애들은

밥 다먹어가는데 넌 왜 이리 늦어, 봉사하는 사람들 왔다고 더 칭얼거리는 거야? 얼른 안 씹을래? 갓 24개월 지났다는

애가 미처 밥을 다 씹어 삼키기도 전에 우악스럽게 숟가락으로 입술을 눌러대고, 책으로 머리를 탁탁 쳐가며 재우쳤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가 있는 과장님 말로는 자기 애는 밥먹는데 한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했는데, 그 아이들은 이십분만에

뚝딱 해치워버렸다. 봉사자들 앞에서도 전혀 거리낌없는 그 말투와 태도와 손속이라니. 한쪽에선 갓난애가 죽어라

울어대고 있었는데, 자꾸 어르고 달래주면 버릇만 나빠진다고 그냥 냅두라고 했다. 그런 분위기.


2층의 대여섯살 아이들은 1층으로 내려오는 게 금지되어 있었다. 아이들을 안고 업고 마당에 나가려고 계단을 한걸음
 
내딛다가 방안 가득 아이들의 새된 비명소리가, 게다가 내 가슴팍과 등언저리에서도, 뽑아져 나왔다. 안 되요, 혼나요.
 
그런가 하면, 애들 손이 안닿는 한구석 높은 곳에 쌓여있는 블럭이니 장난감들은 먼지가 묵은 때로 변해 두껍게 쌓여
 
있었다. 누가 봐도 이건 장식용이구나, 싶을 정도의 먼지 두께하며, 건네준 블럭을 주저주저하며 받아드는 아이의

어색하고 조심스러운 태도하며.


그 시설 근무자들을 도덕적으로 탓하려는 생각은 별로 없다.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고

여건의 문제로 봐야 하는 게 맞을 거다.
애들은 많고, 근무자 수는 적고, 아이들을 '사랑'으로 감싸야 한다는 이야기는

사실 친부모에게조차도 쉽지 않은 이야기인 것을. 더구나 '봉사'를 한다는 마음에 고양되어 있는 '뜨내기' 봉사자와는
 
달리 근무자들은 그것이 비일상적인 봉사가 아니라 일종의 업무, 주어진 작업일 테다.

오히려 내가 착잡해졌던 건 다른 문제였다.


뾰족한 기술이나 실질적인 도움될 만한 게 없어 사실상 '몸빵'이었다 해도 과언은 아닌 봉사였다. 그저 애들하고 잘

놀아주고, 조금이라도 웃게 해주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어쩌면 시설 근무자들이나 아이들에게나 역효과를
 
일으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의 아이는 마냥 이쁘지만, 막상 같이 사는 '가족'(시설 근무자)의 입장에선
 
그게 또 아닐 거다. 아이들이랑 놀아주고 해달라는 거 다 해주고, 그렇게 아이들의 요구사항에 싫은 내색 한번 없이

예스로 일관하러 온 봉사자들이란, 어쩌면 애들을 망치고 애들과 시설근무자들의 관계마저 악화시키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은 잠깐씩 손님처럼(손님으로) 왔다 가는 봉사자들의 선심쓴 관대함을 최대한 이용하려 들고, 근무자들은 관심의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성격만 극성스러워지고 (사회적인 어법으로 말하건대) '버릇만 나빠지는' 아이들을 다루느라

진이 빠질 거다. 아이들과의 마주침은 흡사 전쟁과도 같아지고, 늘어나는 건 제재요 후퇴하는 건 '당위적인 도덕률'들일
 
거다. 아마도 그렇게 진행되어 오는 상황일 텐데 거기에다가 '애들은 사랑으로'라느니, '절대 때리면 안 된다'느니

배부른 이야기는 차마 못 하겠다.


그 와중에 회사에 제출하기 위해 사진찍고 찍힌다는 행위가, 뜬금없게도 얼마전 고양이까페에 갔을 때의 그것과 중첩되어

보였다. 다소의 어이없음과 불쾌감이 일어날지 모르겠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아동 보육시설에서의 (일회성) 몸빵

봉사활동과 고양이 까페에서의 고양이 사파리-고양이들과 놀아주는 것-의 차이점보다 유사점이 두드러졌다. 몇가지만
 
떠오르는 대로 적어봐도 꽤나 많다.


아이들이 드글드글대는 공간, 고양이가 드글드글대는 공간.
 
적절하고 꾸준한 관심을 줄 수 있는 부모가 없는 아이들, 주인이 없는 고양이들. 

로우킥을 날리고 머리채를 잡아도 귀엽다고 마냥 관대해지는 자세, 고양이가 바지에 오줌을 싸도 마냥 귀엽다는 자세.

아이들(의 버릇, 생활)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 홀가분한 입장, 고양이에 대한 책임은 질 필요없는 홀가분한 입장.

아마도 노인이나 장애인보다 아이들을 좋아할 취향, 아마도 개나 예컨대 쥐보다 고양이를 좋아할 취향의 문제.


뭐..시니컬하게 나가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비교적 온건한 것들도 벌써 이만큼이다. 어린 왕자의 여우가 갈파한 바

서로를 책임지지 않는, 길들여지지 않은 관계란 것은 온실 속 백만송이 장미꽃과 나의 관계다. 일회적인, 혹은 비일상적인

'봉사'가 갖는 치명적인 허점이 아닐까 싶다. 책임질 필요없는 대상에 대한, 취향이 반영된 선심. 더구나 그

누군가의 새삼스런 선심으로 인해서 더욱 사태가 악화될 가능성마저 생겨버린다면.


봉사란 뭘까. 어떻게 해야 제대로 하는 걸까. 한번 다녀오고 고민만 늘었다.

어쩌면, 비일상적인 봉사는, 그야말로 비일상적인 부분에 그쳐야 할지도 모른다. 쓸고 닦고 빨고, 그런 부분. 부족한

사랑을 채워준다는 미명으로 아이들과 놀아주고 마냥 귀엽다며 다 받아주는 '봉사'란 건 길게 봐선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키우는 맘으로, 책임지겠다는 마음이 아니라면.







● 일시 : 2009년 9월 25일(금) 20:00부터

장소 : 異彩가 꿈꾸는 경험적세계의 유토피아적 가능성
                 (http://ytzsche.tistory.com)

주최 : yztsche(이채, 異彩)

● 방법 : 댓글 작성 시간으로 뜨는 2009/09/25 19:43 에서 
           시(時)와 분(分) 부분의 숫자 네 개로 트리플(Triple)을 만들어내신
           분께 선착순으로 드리겠습니다.
            (ex. 01:11, 05:55, 11:10, 12:22, 04:44 등 같은 숫자 세 개)


제공 : 초대장 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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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zs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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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ce Friday September 25, 2009



R.S.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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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제 '내사랑 내곁에'를 보았다. 적잖이 눈물을 흘렸다. 사실은 이런저런 핑계김에 울고 싶었는데, 눈물이 흐르기만 했다.

발랄하던 하지원은 울부짖고, 김명민의 '메소드 연기' 역시 훌륭했다. 일부 평론가의 악평에 휘둘리고 싶지 않았다.

대신 감독의 의지에 휘둘렸다. 눈물이 울음으로 발전토록 냅두질 않았다. 화면이 휙휙 넘어가고, 현실만큼 어색한 유머가

맥을 끊었다. 
 

뭔가 아쉬운 게 많은 영화였다. 죽음에 익숙한 장례업체 여직원, 착한 척 하다가 무너지는 루게릭병 환자라는 등장인물,

감정이입하기엔 쉽지 않은 탓인지도 모른다. 하지원과 김명민의 연기는 좋았다. 스토리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너는 내운명'을 울며 보고 나서 느낀 후련함이 없었다. 눈물이라고 다 같지는 않다.


#2.

포르투 와인 두 잔 째다. 안 보려고 애썼는데, 결국 1Q84 1권을 방금까지 다 봐버렸다. 얼마전 누군가와의 대화 끝에,

하루키를 탐닉한 전력이 있되 그를 극복, 혹은 경과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하루키가 창조해낸

존재들이 갖는 공통점은, 자신의 영역 밖으로는 세계가 펼쳐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 지독히 이기적인 점이란 거다.


보통의 '이기적'이란 단어와는 뜻이 달라서, 내 한몸 제대로 추스리지도 못하니 그것부터 해보겠다는 겸손함도 담겨있고,

나부터 바로 서서 누군가를 품어보겠다는 건설적인 의지도 담겨 있겠지만. 아직 1권밖에 못 봤는지라 인물들은 여전히

이기적이고 시니컬하며 세상에 대한 환멸에 젖어있다. 그러고 보니 '두 개의 달이 뜨는 세상'이 와인을 불렀댔다.


#3.

10월말까지는 꽤나 바쁠 예정이라 했는데, 원래 시험 전날에 더욱 만화나 책들이 땡기기 마련. 장그르니에의 '섬'을

다시 읽고 있고, '내 심장을 쏴라'나 '오늘의 거짓말' 등등의 소설들을 하룻밤새 다 읽어 버렸으며, 최장집교수의

'민중에서 시민으로'를 찬찬히 읽고 있는 중이다. 리뷰어로 받던 책들도 다 끊겼으니 이제 살림살이 좀 나아질 것 같다.


바쁜 거 다 끝날 때까지 보고 싶던 책들을 끊는 거보다, 그냥 가능한 재빨리 전부 해치워버리는 게 낫겠다.


#4.

나만의 블로깅 원칙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중이다. 인기 블로그나 파워 블로그 따위 허명들과 덧없는 거품을 지우고,

공짜에 현혹되어 자처한 온갖 리뷰들을 걸러내고,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는지, '블로그'라는 게 어떤 공간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원칙을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중이다. '리뷰'를 쓴다는 행위가 어느새 '그 무엇'의

사주를 받은 마케팅에 (결과적으로) 포섭되고 만 건 아닌지 싶어서다.


"이리저리 흐트러진 나의 육체를 끌어모아 글자 속에 집어넣고 뚜껑을 꽉 닫는다"(이선영, "글자속에 나를 구겨넣는다 中)

내게 블로그란 그런 공간이다. 일기를 쓰고 낙서를 끄적대듯, 그런 내밀하면서도 솔직한 공간의 의미가 우선인데 어느새

'미디어'라는 측면, 가능성에 너무 천착한 나머지 여러 편향이 생겼다. 단순하게는 글투의 문제에서부터, 이야기꺼리,

심지어는 '수익'에 대한 고려까지. 리뷰 신청을 끊어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


#5.

와인 세 잔째다. 어쩌면 내가 아직 '하루끼적으로' 이기적인 티를 못 벗은 건지도 모른다. 요새 정말 보고 싶은 영화는

'똥파리', 그 영화의 감독이 영화를 찍고 나서 이건 나를 위해 만든 영화다, 라고 했다지. 대체 어떤 영화일까. 그는

어떻게 '나'와 '그들', 혹은 '우리'를 불러내고 있을까. 당당하게 '나를 위해 만들었다'는 그가 부러운 건지, 아님

그 말 뒤에 숨어있는 원초적인 암담함과 답답함이 처연한 건지는 모르겠다.




흔히 강화와인이라 부르는 이것, 보통 10도를 오르내리는 와인보다는 훨씬 높은 도수의 fortified wine이다. 무려 20도.

포르투갈에서 처음 만들어진 강화와인은, 배를 통해 와인을 수출/수입할 때 중간에 상하는 걸 막기 위해서 일부러

발효 중인 와인에 브랜디를 섞어버리면서 처음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진짜인지는 모르겠다.)


보통 와인보다도 향은 좀더 끈적하면서도 강렬하게 달콤하고, 맛 역시 레드와인을 응축시킨 건가 싶을 만큼

진하고 사치스럽도록 화려하다. 대개의 레드와인이 가진 달콤함이나 매콤함, 쌉쌀함이나 새콤함이란 게

세필로 언뜻언뜻 그어진 가느다란 선에 비긴다면, 강화와인의 맛이란 그 선들이 모조리 bold처리된 느낌이랄까.

특히나 단 맛이 많이 강화되어서 대체로 이 술은 식후주로 많이 쓰인다고 한다, 일종의 디저트 삼아. 화려함이 지나쳐
 
그 미묘함과 섬세함이 다소 죽어버린다 느낄 때에는 차갑게 해서 마시는 것도 한 방법이다.


20도의 도수란 것도 매력적이다. 한잔 가득 따라 놓으면 잠들기 전 몇 시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정도랄까.

그렇지만 보통 강화와인을 찾는 날의 마음가짐이란, 상콤하고 발랄한 '양가집 규수'같은 와인을 마다하되 그렇다고

본격적으로 헤롱대는 눈빛의 '날잡아잡수' 위스키나 꼬냑도 피하고 싶은 날이어서 한 잔으로 끝나기가 쉽지 않다.

고혹적인 자태로 가끔, 잊지 않을 만큼의 방심한 눈빛을 쏘아주시는 달콤한 님과 만나고 싶을 때 마시게 되는 술이라서,

한 잔이 또 한 잔을 부르고 두 잔이 세 잔이 되고 나면 하룻밤이 훌떡 지나버리기 일쑤.








"김 차관은 "나로호는 발사과정에서 1단과 2단분리, 위성분리를 성공했으나 페어링 분리이상으로 위성궤도 진입에는 실패한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페어링이 한쪽만 분리돼 남아있는 페어링 무게로 인해 위성궤도에 진입하기 위한 속도를 얻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또 "과학기술위성 2호는 위성은 궤도진입을 위한 속도(8㎞/s)보다 낮은 6.2㎞속도로 떨어져 공전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고 지구로 낙하하면서 소멸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뉴시스, 09.08.26)


사실 날아오르고 싶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날려 보내지고 싶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고 삭막해 보이기만 하는 그곳에 가는 걸,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다는 게 본심이었다. 게다가 결국 거기에 도착하게 될 것은 내 전부가 아니라 했다. 거기까지 닿기에는
 
내가 가진 것들이 쓸데없이 많다며, 1단, 2단 두 차례에 걸쳐 내 가죽을 벗겨낸다는 게 그들의 계획이었다. 그들은 몰랐다.

합리나 이성으로 따지고 들면 마냥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이기만 하다는 그 '외피' 역시 나를 나이게 하는 그 무엇이었다.


조그맣고 네모난 위성박스, 그건 나이기도 하지만 또 '나'라고 이야기하기엔 너무 작고도 어눌한, 그래서 낯선 것이었다.

그 안에 꾹꾹 눌러담겨 응축된 것들은 정말이지 생존에 꼭 필요한 것들만 담겨 있었다. 하늘엔 쏘아올려지면 별도 딸 수

있다고, 지상에선 꿈도 꿀 수 없는 것들을 맛보리라던 연구원들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음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곳에서 나는 뱅글뱅글 무한에 가깝도록 같은 궤도를 돌 뿐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게 로켓으로 태어난 

나의 밥벌이 수단이자,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쇼였다.


물론 알고 있었다. 언제까지고 발사대의 믿음직한 팔베개를 빌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로켓이 발사대를 떠나 우주로

향하는 건, 인간에 비기자면 자궁을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것과 같은 셈이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던 이야기는
 
로켓이란 나고 자라면서 어쨌든 쏘아져야 한다는 거였다, 부서지던 폭발하던 간에. 그렇기에 더더욱 불필요한 것들,

부수적인 것들을 떼어내고 궤도에 돌입하는 것에만 몰두해야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었다. 부서지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거추장스런 것들은 모두 제거해야 했다. 허세부릴 시간이 없었다.


생각보다 궤도 진입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방금 '1단 추진체'가 떨어져 나갔다. 사실 좀 웃기는 이름이었다. 이미

수년이나 함께 해온 것들, 무엇이 무엇을 위한 추진체라느니, 무엇이 핵심이고 무엇이 부록이라느니 이야기는 최소한

내가 입에 담을 이야긴 아니었다. 내 몸이 먼저 알고 있었다. 어느새 연리지처럼 꽁꽁 얽혀버린 '나'와 또다른 '나'는

찢어지는 소리를 냈다. 가벼워진 몸이 덜컹, 하는 순간 걸쭉하고 빨간 유액이 조금 흘렀다.


그리고 난 조금, 변했음을 느꼈다.


혼란스러워졌다. 이건 내가 아냐. 내 편할 대로 버리고 취할 수 있는 게 아니라구. 알게 뭐야, 어차피 인생 별거 없어.

일단 안착하기만 하면 돼. 궤도에 자리만 잡으면, 그때부턴 딱히 힘들일 것도 없이 편하게 지낼 수 있다구. 그때부터

다시 '나'를 불려나가던 쪼개나가던 알아서 하면 되잖아. 어쨌든 성공한 로켓으로 기록되겠지. 기대를 걸고 있는
 
사람들을 모른 척 할 수도 없잖아. 로켓의 '정명'은 무한궤도를 지키는데 있다구. 일단 살아남고 보는 거야.


그 다음엔..? 그 다음엔?? 어두워서 눈뜨고 어두워서 눈감는 그런 어제같은 오늘, 오늘같은 내일이 계속될 거야.

그래서야 옆에 누가 있던, 안에 무엇을 품고 있던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제 더이상 지탱하고 설 든든한 발사대도

없을 거고, 가슴떨리고 착잡하기 이를 데 없는 카운트다운도 없겠지. 힘이 다하는 날까지 그저 나로우주센터에

출근부 도장이나 찍으며, 매일 똑같이 바싹 마른 태양열을 씹어삼키며 연명하는 삶 따위.


이건 아니잖아. 발사대에서 밀려나는 건 선택할 수 없는 거라고 쳐도, 최소한 '로켓'에게 가능한 몇 가지 선택지는

남아있어야 하잖아. 화석처럼 굳어진 채 궤도상에 고여버린다는 건 손끝 하나 까딱못하는 미이라나 다를 바가 없다.

그야말로 박제된 천재, 도달해버린 화살, 멈춰버린 시계. 시간이 얼마 없었다. 목숨이 경각에 달했다. 안간힘을 써

방향을 틀었다. 발끝에서 시작된 진동을 잘 살려 머리 끝까지 고운 웨이브를 그리고 싶었는데, 임하룡이던가

옛 개그맨의 올챙이춤처럼 우스꽝스럽게 움직거린 게 다였다. 실은, 그걸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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