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출장 다녀온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내일부터 또 출장이다. 인천 송도에서 벌어지는 모 행사가 있어서, 수십명의

자원봉사자들한테 오리엔테이션하고, 모레랑 글피는 사람들에 부대끼며 헥헥대고 있을 거 같다. 사실 뭔가

행사-판을 짜고 준비하고 운영한다는 건 꽤나 매력적인 일이다. 대학교 때 새내기준비위원회라느니, 4.19기념

마라톤이라느니, 모의유엔이라느니, 그런 것들에 꼭 감투 하나씩 쓰고 헥헥댔었으니 그 맛을 알아버린지는

꽤나 오래다. 뭔가 무대를 만들어주고 판을 벌여주는 역할, 굳이 판 위에서 놀지 않아도, 그 옆에서 판이 잘

돌아가게 도와주는 것도 충분히 재미있다.


여튼, 그래서 이박 삼일 (또) 다녀오겠습니다.ㅜ



#2.

사실 한 두어달 전부터 준비하던 자격증 시험이 있었다.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그래도 공부하는 거야 뭐

그냥 하면 되는 거니까, 문제는 절대적인 시간의 확보가 관건이었다. 물론 초반에 좀 알량한 셤, 알량하게

대응하리라, 는 건방진 맘으로 시동을 늦게 걸었던 탓도 있지만, 뒤늦게 확정된 7박8일의 출장이 완전 개씨루를

박아버렸다. 막판까지 책보다 지쳐 쓰러져 잠들도록 버닝해봤지만 절대량이 넘 많아서 결국 무위.


왠지 올해 하반기가 '무위'로 돌아간 느낌이다. 아쉽게도 문제 두어개 차이지만, 어쨌든 시험은 합격 아니면

불합격인 거다. 사실 셤 자체는 별로 대단한 건 아니었지만-다만 단번에 합격했음 이것저것 금전적 이익이

꽤나 있었을 텐데-그보다 2006년의 그 불쾌하도록 하얗던 감정이 떠올라버렸다. 본체에서 유리된 채 멀거니

내가 밥먹는 걸 지켜보고, 말하는 걸 지켜보고, 걷는 걸 지켜봤던 그 메슥거리던..누우런 갱지같던 감정.


그냥, 그런 기억이랑 겹쳐져 버려서 기분이 너무 안 좋았다.



#3.

가을을 타고 있다고 생각했다.

출장 다녀오니 가을이 끝나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아침저녁으로 쌀랑해서 자전거를 타고 달려도 땀은 안나고 몸은 따뜻해진다.

코엑스 앞을 지날 때마다 국화향이 진득한 황금빛 토종꿀처럼 녹진녹진 흘러들어왔다.


아직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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