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강화와인이라 부르는 이것, 보통 10도를 오르내리는 와인보다는 훨씬 높은 도수의 fortified wine이다. 무려 20도.

포르투갈에서 처음 만들어진 강화와인은, 배를 통해 와인을 수출/수입할 때 중간에 상하는 걸 막기 위해서 일부러

발효 중인 와인에 브랜디를 섞어버리면서 처음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진짜인지는 모르겠다.)


보통 와인보다도 향은 좀더 끈적하면서도 강렬하게 달콤하고, 맛 역시 레드와인을 응축시킨 건가 싶을 만큼

진하고 사치스럽도록 화려하다. 대개의 레드와인이 가진 달콤함이나 매콤함, 쌉쌀함이나 새콤함이란 게

세필로 언뜻언뜻 그어진 가느다란 선에 비긴다면, 강화와인의 맛이란 그 선들이 모조리 bold처리된 느낌이랄까.

특히나 단 맛이 많이 강화되어서 대체로 이 술은 식후주로 많이 쓰인다고 한다, 일종의 디저트 삼아. 화려함이 지나쳐
 
그 미묘함과 섬세함이 다소 죽어버린다 느낄 때에는 차갑게 해서 마시는 것도 한 방법이다.


20도의 도수란 것도 매력적이다. 한잔 가득 따라 놓으면 잠들기 전 몇 시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정도랄까.

그렇지만 보통 강화와인을 찾는 날의 마음가짐이란, 상콤하고 발랄한 '양가집 규수'같은 와인을 마다하되 그렇다고

본격적으로 헤롱대는 눈빛의 '날잡아잡수' 위스키나 꼬냑도 피하고 싶은 날이어서 한 잔으로 끝나기가 쉽지 않다.

고혹적인 자태로 가끔, 잊지 않을 만큼의 방심한 눈빛을 쏘아주시는 달콤한 님과 만나고 싶을 때 마시게 되는 술이라서,

한 잔이 또 한 잔을 부르고 두 잔이 세 잔이 되고 나면 하룻밤이 훌떡 지나버리기 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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