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즐거움 그뒤엔 돌려보는 나눔까지 ‘북 크로싱 운동’
작성일 2009-08-04 15:11:29

(신광영 앵커) 집안 대청소를 할 때마다 책장에 가득 쌓여있는 책들을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고민되시죠? 사놓고 안 읽은 책, 그리고 한번 읽었지만 다시 볼 일이 없을 책들이 공간만 많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김현수 앵커) 가끔은 과감하게 책장을 비우는 게 좋지만, 막상 멀쩡한 책을 버리자니 아깝습니다. 책을 아끼는 사람들은 헌책의 새 주인을 찾아준다고 합니다. 신성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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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윤성의 씨는 한달에 책을 10권씩 읽는 독서광입니다. 서재 가득 책을 모으는 게 취미지만 올해 들어서는 책장을 비우는 즐거움에 빠졌습니다.
윤 씨가 선택한 방법은 여럿이 책을 돌려보는 `북 크로싱 운동`입니다. 윤 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헌책 목록을 올리면, 블로거들이 이 가운데 읽고 싶은 책 제목과 집 주소를 댓글로 남깁니다. 윤 씨는 직접 배송비를 부담해 이들에게 책을 보내줍니다.
(인터뷰) 윤성의/ 서울 역삼동
"한 50여명 되시는 분들이 같이 이렇게 참여를 하고 있고, 그럼 온라인 시장에서 온라인에서지만 벼룩시장처럼 북적북적 대는 느낌도 가질 수가 있어서 더욱 재밌게 하고 있습니다." (이하 생략)

*                                                                             *                                                                             *

저번주 금요일에 온라인 책나눔문화와 관련, 내 방을 취재하겠다고 기자 한분과 카메라기자 한분이 찾아왔었다.

아무래도 방송이니까 '그림'이 좀 필요하다면서, 이미 내 방 일부가 찍힌 사진을 내 블로그에서 보았노라 했었다.

책나눔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웃블로거분들과 동시나눔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짧막한 인터뷰도 있었는데, 뭐 나름 애초 '나눔'을 시작하게 된 취지나 의미같은 것이

결과적으로도 적절하게 전달된 것 같다.


다만 굳이 '북 크로싱'이란 단어를 고집했어야 했는지, 그리고 '책 10권씩 읽는 독서광'이라는 유치한 캐릭터는

좀 식상하고 진부하지 않은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터뷰엔 소정의 보상을 줄 수는 없었는지는 아쉬운 부분이다.


첨엔 동아eTV라고 해서 거절해 버릴까 했었다. 미디어법안이 이렇게 난리인데 컨텐츠로 이용당할 수는 없어, 란

생각이었지만, 책나눔 혹은 동시나눔 이벤트를 좀더 알릴 수 있지 않을까, 나눔문화란 거 퍼뜨릴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해서 고심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차라리 돈을 받고 그돈으로 미디어법안 관련싸움하시는 분들한테

박카스라도 하나씩 돌리는 게 낫겠다 싶었다. 근데 돈을 안 준다. 왠지 낚였다는 느낌...이랄까.


여튼, 8월에도 동시나눔 재미나게 해보아요, 재밌다고 하다보니 이런 일도 생기는군요~*


혹시 전 내용을 보고 싶으시다면 아래 클릭.

책 읽는 즐거움 그뒤엔 돌려보는 나눔까지 ‘북 크로싱 운동’





제 나눔정리하기 전에, 이번 2차 동시나눔도 많은 분들과 함께 재미나게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청유형 포스팅] 테마가 있는 '온라인 동시나눔마당'에 함께 해요~*
테마가 있는 온라인 동시나눔~ 벌써 올리신 분들도 계시네요^^
[동시나눔] 18일 01:00분 현재 나눔마당이 벌어진 곳들 모아드립니다~*

이웃분들 모두 완전 멋져요~!! 제가 링크를 없앤 대신 모두모두 RSS로 묶어두었답니다. 혹시 제가 놓친 분이

있을지도 모르니 미리 사과부터 드리구요, 앞으로도 계속 이웃분들 곁으로 비비적대고 파고 들겠슴다^^


자 이제 다시, [동시나눔] 해리포터 최종편 개봉기념 영어책 날개달기. 당첨자를 발표합니다!!^^

참여해서 성원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해용~*

책을 나눔받기 위한 조건은 두가지였어요.

1) "영어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인지"에 대한 30자 내외의 견해와, 
2) 원하시는 책을 한권 말씀해 주시면서 '성함, 주소, 전화번호' 등 배송에 필요한 정보. 를 부탁드렸었죠.ㅎㅎ

[논제] 영어 공부를 위한 사회적 비용과 스트레스가 날이 갈수록 높아만 가고 있는 상황이다. 영어만 잘해도 취직이 걱정없다는 한국적 정황을 고려하여, 영어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인지 견해를 밝히시오.(30자 내외)

참여해주신 분들의 다양한 답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BlogIcon 비프리박님은 "영어가 필요없는 사람에게는 청소년기에 국가로부터 부과되는 노역"이라 생각하셨네요.

"박노자가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너무 강한 각인이 되어 있습니다. 2mb는 이제 언제든 영어몰입 교육을

시작하려고 하고 있죠. 노역의 강도를 높이는 짓과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와 같은 부연설명도 아낌없으셨구요.


영어로 답하시면 '약간의 어드밴티지가 있을 수 있다고 했더니 chul2님은 "English is the minimum shield of

our life
". 라고 무려 영어로 답해주셨구요. 푸른대양님은 "우리가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게 해주는 것이면서도

어리석게 만드는 것
"이라는 알쏭달쏭하고 심오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BlogIcon 초하(初夏)님은 "English is Bla

Bla Bla~~
"라고 답해주셨네요. 최소한의 삶의 방패라는 말이나, 어리석음의 원인이자 자학의 원인이란 말,

그리고 그저 영어는 어쩌구저쩌구..라는 그 도구성에 초점을 맞춘-이거 제가 제대로 해석한 거 맞죠, 초하님?ㅎ-

촌철살인의 말들이 이어졌네요.


이외에 "이젠 영어는 필수불가결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듯 합니다..."(Adish Ninsol님), "영어는 나의 어깨를

짓누르는 하나의 짐이 아닐까요?"(BlogIcon 러블리미니민님), 그리고 "영어란 바디 랭귀지다OTL"(BlogIcon 에우리알레님)

의 의견들은 왠지 씁쓸하고 피로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헉! 참여하려니 어렵다 ;ㅁ;"(BlogIcon ★바바라님)

라거나 "먹을꺼 먹을꺼로 하시라니까 ㅜㅡ 힝...섭섭해라.....ㅋㅋㅋ"( BlogIcon 카타리나^^님)같은 반응이 자연스럽네요.


댓글 달아주신 모든 분들 정말매우몹시무척이나 감사합니다~^^


여튼,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BlogIcon 에우리알레님,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은 푸른대양님, "체게바라의

모터사이클다이어리"는  BlogIcon 비프리박님에게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앞의 두 분, 에우리알레님과 푸른대양님은

잘 지내보자는 의미도 크네요. 워낙 대답들은 다들 잘해주셨으니 제 주관이 많이 작용한 듯해요^^


신청하신 분들 모두 책 한 권씩 쥐어드리고 싶은데..아디쉬님하고 초하님은 혹시 다른 책 원하시는 거 없으신지요?ㅜ
 
초하님이 말씀하신 책은 좀 많이 더러워서 차마 드릴 수가 없구요, 아디쉬님은 하필 길고 긴 답글을 달아주신

비프리박님과 경합하시는 바람에...흑.T^T






어줍잖은 소설론 - 소설은 분재같은 거 아닐까.

소설을 보면 애초 영감처럼 떠올랐을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아무리 참신하고 흡인력 강하다고 해도, 그 줄기에서부터

뻗어나가는 가지들이 영 실하지 못하거나 볼품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늘 아쉬웠다. 마치 하나의 잘 다듬어진

분재처럼-그 어거지로 비틀고 구속하는 작업에 대한 반발감은 논외로 하고-개성있지만 기품있게 자리한 줄기와

그와 적절히 균형을 이루며 고른 각도로 뻗어나간 가지들의 비례와 배치에서 기인하는 미감이랄까.  그런 소설이

정말 만나기 힘든 잘 쓴 소설이 아닐까, 뭐 내가 요즘 소설을 많이 보는 편은 아니지만 말이다.


최대한 자연을 흉내낸 '자연스런' 분재처럼, 최대한 사회를 흉내낸 '사회스러운' 소설. 사회스럽단 말이 무엇을
 
나타내는지는 쉽게 말하기 힘들지만 그건 확실하다. 자연을 인간의 손으로 빚는다는 거 자체가 다소 어불성설에

가까운 최고난이도의 작업이듯, 사회를 고작 몇 페이지의 글로 구현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일 거란 사실. 아, 물론

여기서 말하는 '사회'란 신문 사회면에 실릴만하다는, 그 좁은 의미로서의 '사회'가 아니라 인간 세상을 말한다.


세상을 타워 속에 집어넣다.

674층 높이에 인구 50만이 살고 있는 빈스토크(beanstalk), 그 유례없는 초고층 건물 자체가 대외적으로 주권을 승인받은

하나의 국가라는 설정에서 이야기들은 뻗어나간다. 이야..이런 참신한 발상은 대체 어떻게 잡아낸 걸까. 건물이 나라의

영토가 되고, 그 건물의 입주자가 국민, 방문객에 대한 절차가 출입국 통관절차로 바뀌게 된단 얘기다. 건물 경비원들은

이제 외적에 대해 '영토' 빈스토크를 방어하는 '합법적 국가폭력' 군대가 되는 거고, 아마 건물주는 빈스토크의 국왕이

되는 셈인가, 음..일종의 도시국가라고 볼 수도 있겠으니 시장이란 게 맞겠군.


아마 이런 식으로 배명훈의 머릿속에서 '국가'를 '타워'로 대치하는 작업이 시작되지 않았을까. 작가의 상상력이

어떻게 발현되었을지, 어떻게 가지를 뻗고 세세한 디테일을 장악하기 시작했을지 상상하는 건 언제나 즐겁다.


게다가, 초고층 빌딩을 그 영토로 가진 국가라는 건 무척이나 특이하다. 어느 나라 영토가 시루떡처럼 층층이 수직으로

배열되어 있던가 말이다. 그건 외부로부터의 공격에 엄청나게 취약하기도 할 거다. 이미 우리가 뉴욕의 쌍둥이 빌딩에서

보았던 것처럼, 그리고 먼 옛날 바벨탑이 신의 불같은 분노로 무너져내렸던 것처럼. 


'빈스토크' 절개면의 에피소드들

이 소설 타워의 미덕이랄까, 구성상의 장점은 '연작'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리하게도 배명훈 그가 창조해낸

'빈스토크'의 요모조모를 뜯어보며 재기발랄하고도 함축력짙은 사건들을 묘사하기엔, 긴 호흡의 소설이 아니라 단편

에피소드들이 연이어지는 연작소설의 형태가 맞춤하다는 것을 알았던 게다. 그렇게 나열된 에피소드 하나하나는

빈스토크라는 고층빌딩 내 구현된 사회의 면면을 날카롭고 재치있게 버혀내어 준다. 어쩔 수 없이 작금의 시대와

견줘보게 되는 건 작가가 작정하고 블랙유머를 날린 걸까, 아니면 내 편향 때문일까.


좀더 자세한 스토리..라기 보다는 스토리 각기에 대한 이미지 스케치가 궁금하다면 열어 보기~*




바벨탑은 이미 지어져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한국 사회를 되짚어 보게 만드는 소설이다. 그의 말을 빌자면 생식능력 없는 남자가 되었다가
 
심지어 여자가 되고 말 욕을 부르는 자, "곧 성행위를 할 사람"들이나 "생식기같은 자"라고 부르고 싶은 사람들이

어디 한둘인가. 굳이 빈스토크를 지어내어 그 안의 인간군상을 보여준 작가의 의도는, 어쩌면 그 안에서 평행우주처럼

똑같이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낯설게 하고, 나아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바벨탑'을 어쩔 건지

묻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이나라 전부는 나도 잘 모르지만, 내가 아는 사람들, 내가 사는 동네만큼은 바벨탑이 아니"라고.



타워 - 10점
배명훈 지음/오멜라스(웅진)




이번 공동동시나눔에 "[방문자 853,410명 돌파기념 이벤트]"라는 명분을 들고 참여하셨던 해피아름드리님이

여행보내는 책 중 한 권이 제게 왔습니다. 꺄아~* 그러고 보니 누군가로부터 책을 나눠받은 것은 처음인 거 같네요^^ 

(참조 : 해피아름드리님의 나눔 포스팅, [공동동시나눔] 블로그 사랑나눔 이벤트 - 책 여행시키기)


근데 1년도 채 안 되셨다는데 왜 이렇게 방문자가 많으신 거죠? 전 아직 30만명도 안 되었다구요..ㅜ

역시, 주는 기쁨이 받는 기쁨보다 크다고들 하지만 그건 좀 뻥인 거 같단 생각을 했습니다.

받는 재미가 쏠쏠하군요~! 해피아름드리님의 이런 손글씨 메시지까지~ 완전 기뻤어요ㅎㅎ*^^*

글씨가 완전 어른 글씨랄까, 잘 쓴다는 건 저런 글씨를 두고 하는 말이겠죠? 저도 한 때는 글씨 잘 쓴단 이야기 많이

들었는데...쩝. 요새 다시 만년필을 쓰며 글씨 좀 잘 써보이려고 노력중이에요.ㅋ


제가 날개달아드린 책들을 받아보시는 분들도 이런 樂을 느끼셨기를, 느끼시기를 바래 봅니다.

해피님, 책은 가능한 빨랑 제대로 읽고 리뷰 올리도록 할께요!



초하님, 아디오스님을 비롯한 많은 이웃분들이 책 나눔을 함께 열심히 하고 있다며 저를 여러 곳에 칭찬해 주신 덕분에,

토요일 하루 종일 집에서 노닥대다가 밥먹고 설거지하고 포스팅 좀 하다가 이렇게 다시 한번 책을 나누고자 번쩍, 하고

칼을 빼들었슴다. 이번엔 총 다섯 가지, 제가 리뷰를 써놓은 것이 세 권, 아니 써놓은 것이 두 권 되겠네요^^


#1.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스콧 피츠제럴드, 문학동네)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시대에 영합한 골동품의 묘한 향내.

그는 불후의 거장이 되겠다거나 인간의 변함없는 뭔가를 글 속에 간직하고 싶다는 욕심보다는, 당대의 욕구와 취향을
가장 잘 반영하고 선도하고 또 따르려는 욕심을 가졌던 게 아닐까. 그래서 그의 글들을 읽다 보면 당시 유행을 선도하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고, 어떤 생각을 했으며, 어떤 식의 농담을 했는지, 어떤 유희를 즐겼는지 살아있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당대를 넘어 불변하는 뭔가를 끝내 쥐어내고 시대를 버티어내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시대에 오체투지하듯
몸을 던져 흐름에 완전 영합함으로써 시대를 넘어서는 작품도 있기 마련인가 보다. 살짝 풍기는 노인네의 구렁내같은
골동품의 냄새도 이정도면 오묘한 향수 축에 끼워줄 수 있다.


#2. 대한민국 표류기. (허지웅, 수다)


[대한민국표류기] 술한잔에 친구먹음 딱 좋겠다.

아직 말랑말랑하다고, 적어도 말캉말캉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그의 (영화평론을 포함한) 에세이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왠지 내 속의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듯 했다. 그런 말랑말랑함이 필연적으로 동반할
(꼰대 세계의 눈으로 본, 가치평가가 담긴) '불완전함'과 '불안정함', 그런 '질풍노도'의 표류기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계속 말랑대며 살고 싶은 내가 그랬듯.


#3. 배려 (한상복, 위즈덤하우스)

배려 - 6점
한상복 지음/위즈덤하우스

[배려] 마음을 움직이는 부드러운 배려.
 
굳이 어떻게 성공할지, 당신의 비전은 무엇인지 캐어묻는 책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삶의 기본기를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는 이 책의 말대로, 받기 전에 먼저 주는 배려는 나와 상대방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공존의 원칙이며 사회의 기반이 된다.


#4. 파피용. (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책 썸네일

개인적으로 베르나르는 '개미'가 가장 좋았고 그다음부터는 좀 내리막이 아닌가 싶은데요. '나무'도 그랬고,
이책 '파피용'도 그랬고, '타나토노트'도 그랬고. 어쩌면 그의 작품명 짓는 센스가 부족한 건지도 모릅니다.
타나토노트나 파피용, 대체 이름만 갖고는 무슨 소재로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파피용은
더이상 미래가 없는 지구를 탈출해 새로운 희망을 찾아나서는 사람들을 태운 비행선의 이름입니다. 그 이야기는
결국 인간이 가진 본원적인 폭력성, 사회적 특성..들이 거대한 비행범선 내에서 되살아나, 급기야 인류 최초의
아담과 이브가 또다른 지구에 정착하는 데에까지 이르죠. 베르나르 베르베르에 대한 무작정한 호감이나 기대가
없다면 더욱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5. 괴물 1, 2. (이외수, 해냄)



2002년, 5년만에 나왔던 이외수의 장편소설입니다. 81개로 이루어진 각 장의 등장인물들이 치밀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나 글투가 이외수스럽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연쇄살인범의 뒤를 쫓는
일종의 스릴러물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잠이 쉽사리 오지 않는 어느날밤, 침대에 기대앉아 보기 딱 좋은 책입니다.


청방법!!


비밀댓글로 남기시는 게 편하시겠죠? 개인정보를 로봇들이 퍼나르는 시대라니까요.ㅎㅎ
1)"성함, 주소, 전화번호" 등 기본적인 정보와, 2) 왜 이 책을 받고 싶으신지, 이 책에 대해 무엇을 기대하시는지 말씀을
남겨주시면 제가 빠른 등기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책 앞에 뭐라뭐라 살짝 낙서처럼
끄적여 보내드려도...괜찮죠?
뭐, 그런 식으로 온라인의 존재감을 오프라인으로 연장해 보려는 가냘픈 손짓으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당^^;
기본적으로 삼일정도 신청하신 분 중에서 제 맘대로  선정하도록 할께요, First come, first get의 룰은 참고만 하지요.

제일 중요한 점!!

1. 받으시게 될 분은 다 읽으신 후에 리뷰를 포스팅하고 제게 트랙백걸어 주시면 되겠습니다.
2. 책을 또다시 다른 분께 날개달아
주실지 말지는 받으시는 분 마음입니다. 본인이 소장하시려면 소장하셔도
무방하다는 이야기지요. 다만 가능하다면 본인이 소장한 다른 책 중 한권을
이런 방식으로 나누시면 더욱
기분이 좋아지시지 않을까 싶네요^-^* 아, 어디까지나 이는 제 희망사항일 뿐 강제는 아닙니다.
나눔이니까요^^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블로그와 나눔]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 입사 직후 독후감 숙제를 받았던 책 중의 한 권, 그 때 냈던 '숙제'를 일부 수정하여 올립니다.   

배려 - 6점
한상복 지음/위즈덤하우스

 


어느 사이엔가 수많은 자기계발서, 혹은 인생지침서들이 범람하고 있는 세상이다. “몇 억 만들기”같은 재테크를 위한 실용서들보다는 무언가 나름의 깨달음에 기반한 책들이겠지만, 대부분 무게감 느껴지는 근본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얄팍한 스킬이나 임기응변적 처방에 치우쳐 있거나 다소 독단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강변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외국에서는 크게 반향이 없었던 『머시멜로우 이야기』같은 류의 책이 유독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도 좀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번에 인사팀에서 선물받은 도서 『배려』를 처음 받았을 때에도 역시, 그런 류의 책이겠거니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책을 보기 시작했다.


책을 읽어내리면서 약간 놀라기 시작했다. 보통 잠언이나 짧은 이야기를 빙자해서 얄팍하고 설득력 떨어지는 상황을 제시하는 책들과는 달리, 가족의 문제, 팀에서의 문제, 회사에서의 문제 나아가 인생에서의 문제를 골고루 짚어줄 만큼 탄탄한 스토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 위는 정말 주위에 있을 법한 그런 사람으로 현실감있게 다가왔고, 무언가 그럴듯한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꾸며진 앙상한 스토리가 아니라 차근차근 잘 다져진 스토리가 전개되고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에 몰입한 채 마지막 장까지 달려가다 보니, 중간에 몇 번이고 잠시 멈칫하며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순간을 만날 수 있었다.


스스로를 배려하기 위해서는 솔직해야 한다. 행복해지기 위해 지금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솔직하게 물어볼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에 더해서, 지금의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처해 있는지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할 수 있는 용기와 대담함을 가지고 있다면 언제고 새롭게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초심을 이야기하며 새로운 공간에서의 새로운 시작을 말하지만, 사실 12월 31일과 1월 1일의 차이처럼 문제는 자신의 마음인 거다. 하루하루 새롭고 청신한 눈으로 스스로를 확인하고 세상을 바라본다면 이미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저러한 삶의 목표가 있고 비전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역시 행복하게 사는 게 아닐까. 비록 다소 유치해 보이기도 하고 막막해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행복은 삶의 과정에서 언제든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인도자의 말은 설득력있게 다가왔다.


나와 더불어 상대를 배려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 그것은 사람에게 다가서는 첫번째 예의이기도 하고, 함께 즐겁게 살기 위한 필요 조건이기도 하다. 상대의 마음이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눈높이를 유지한 채 상대를 대하는 것은, 지하철에서 시끄럽게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독선자의 태도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밥퍼운동본부의 최일도 목사님은 그러한 식의 독선적인 태도나 말만 앞선 소란스러움 때문에 전체 종교인들이 비판받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하나님을 앞세우지 않은 실제적인 활동으로 지금은 전세계에 걸친 구빈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직접, 솔직하게, 그리고 부드럽게 타인에게 말을 거는 최일도 목사님의 배려하는 태도는 그의 공동체가 타인의 관점과 입장을 배격하지 않는 낮은 자세로 섬기기 위한 기초가 되었고, 모두의 마음을 움직여 결국 하루하루의 양식이 떨어지지 않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끊임없이 이루고 있는 것이다. 비단 봉사의 문제만이 아니다. 가정에서, 회사에서, 우리의 일상을 지탱하고 있는 숱한 대화와 행동들이 모두 상대방의 관점을 배려하는 것이라면 삶이 훨씬 즐거워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이러한 배려심이 모두에게 더욱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배려」라는 책이 묘사하는 시각적인 이미지 중에서 가장 강렬했던 것은 11층에서 바라본 차도 위의 차량 행렬이 구급차의 신호에 따라 정연하게 길을 내어주는 모습이었다. 꽉 막힌 도로에서 운전할 때 구급차에게 차선을 양보해 주는 개개인의 작은 행동들이 저러한 장관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미처 해보지 못했었다. 트레이드센타 51층의 창밖으로 내다보는 자동차들이 장난감처럼 귀엽다는 생각은 해봤지만, 그러한 방향으로 생각해 보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러한 사실을 잡아낼 수 있는 통찰력. 그게 어디든 통찰력을 키울 수 있는 곳이 바로 나 자신의 학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내 마음을 전하는 것, 그리고 그러한 소통의 기반에서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것이 성공이라면, 보다 풍요로운 내용을 갖기 위한 지혜가 바로 통찰력일 것이다.


굳이 어떻게 성공할지, 당신의 비전은 무엇인지 캐어묻는 책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삶의 기본기를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는 이 책의 말대로, 받기 전에 먼저 주는 배려는 나와 상대방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공존의 원칙이며 사회의 기반이 된다. 지금까지 스스로에 대한 배려에 예민한 채,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떠한 배려를 해야 할 지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지냈던 게 사실이다. 밥퍼운동본부에서 몇시간에 불과한 봉사활동을 하면서, 천명에 가까운 어르신들의 점심을 전쟁치르듯 준비하면서 오랜만에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는 걸 뿌듯하게 느꼈다.




전반적으로 그의 소설에는 스윙 리듬같은 늘어짐이랄까, 천연덕스러우면서도 요즘 세상에선 다소 밋밋한 정도의

재기발랄함과 도발적인 호흡이 느껴진다. 뭔가 당시에는 관습이나 장르 따위 모종의 경계를 희롱하였을 게 틀림없는

그의 참신한 시도나 발상으로 말미암아 그의 글들은 재즈 시대라 불리던 당시엔 매우 흥미롭고 자극적인

소설이었을지 모르지만, 이미 상상력과 표현력이 극한까지 치닫는 요즘에는 다소 퀘퀘한 맛이 외려 매력적이지 않나

싶다. 살짝 고리타분한 묘사라거나 글투는 요즈음의 소설과는 전혀 달라서 신선한 느낌이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매력적인 오프닝. 주치의는 두 손을 비비다가 버럭 짜증을 내고, 간호사는 복도에서 달아나려던 거센 욕구를 가까스로

억누르지만 새된 목소리를 감추지 못하며, 쨍그랑 덩! 쨍그랑! 대야는 요란스럽게도 일층 바닥까지 굴러떨어진다.

"댁이 내 아버진가?" 경어법이 존재하는 한국어의 맛을 절묘하게 살려낸 한마디 아닐까. 칠십세 노인에서부터 시작한

삶이 거꾸로 흘러 갓난애기로 죽음을 맞게 된다는 상상력이 반짝거린다.


"그녀는 자기 틀 안에 지나치게 안착해 버렸다. 너무 평온하고 너무 만족하고 너무 흥분을 모르고 취향도 너무

점잖았다." 어린이가 되어가는 어른이 보기엔, 사람들은 어른이 되어가며 파란 물감같던 눈빛을 잃고 싸구려 도자기

같은 색을 띄게 되기 마련이란다. 다들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그 도저한 흐름을 거스르는 자가 보고 느끼는 걸 통해

나이 먹음-인생-삶을 낯설게 보게 된다.


'젤리빈'

밤새도록 생각하여 마음속에 세워졌을 거대한 결심, 수치심과 패배감의 은사를 입은 그 단단한 결심이었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내뱉기 전에는 황금과도 같았을 다짐이, 입밖에 뱉어지고 조건과 마주하는 순간 똥으로 변한다. 그건

피츠제럴드의 말마따나 일종의 '설명할 수는 없지만 거의 화학적인 변화'. 갈지자로 분탕질치는 누군가의 행위 저간에는

그토록 심오한 심적 갈등과 고뇌, 영겁과도 같은 고민의 시간이 있었던 게다.


'낙타 엉덩이'

그토록 매력적이고 앙칼지지만 맘여린 아가씨라면, 낙타 앞몸뚱이가 아닌 엉덩이 부위를 담당해서라도 들이대 보겠다.

특히 와닿았던 표현. "코르크가 (아마도 : 그보다 더 딱딱하게 메말라버린) 내 심장을 본다면 치욕에 못 이겨 저절로

떨어져 나갈 테니." 아..이런 표현을 자연스레 구사하던 사람들이 살던 시대란. 무도회와 고풍스런 자동차. 실크햇과

평등하지 않은 인간. 살아보지도 못한 시대에 대한 향수.


'도자기와 분홍'

스콧 피츠제럴드가 쓴 일종의 꽁트랄까. 독자에게 직접 말을 걸며 무대 위 연극을 설명해주는 연사가 있고, 무대 위엔

복숭아빛 처자들이 있다. 정확히는 '연분홍색을 띤 흰색'의 오랜 옷을 입고 있는 도자기 욕조 속 줄리. 왠지 방정환선생이

쓴 '만년샤쓰'던가, 그런 소설의 김창남이 떠올랐지만, 김창남은 여유로움보다는 오기와 자존감이 강조된 캐릭터.

그에 비해 줄리의 재치있는 입담과 센스넘치는 받아침을 보건대, 그녀는 호기롭고 당찬 신여성.


'리츠칼튼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

그저 안타까울 뿐. 왜 그녀는 멍청하게도 가난을 예견하며 설레하는 건지. 가난을 모르던 그녀들의 낭만이란, 이제야

비로소 밤하늘 별들을 보곤 다이아몬드와 직통으로 연결짓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 키스미키스민, '키스민'이라는

센스넘치는 이름이라니 조금은 봐줄 수도 있지만, 리츠칼튼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를 두고 '다이아몬드엔 좀 질렸어'

따위로 말하다니.


작가가 의도한 게 이토록 가당치도 않은 거대한 부를 실감나도록 상상케 만들어 허기를 느끼고 가상이나마 채우도록 한

거였다면, 그리고 그게 성공했다면, 왜 마지막엔 모든 걸 한낱 꿈으로 만들어 버린 거냐. 되려 허기만 심해지고 말아서,

스스로의 낭만과 여유로움의 바닥을 들여다봤다. 


'메이데이'

누군가는 삶과 사랑에 지쳐 권총을 물고, 누군가는 건물에서 자유낙하해 머리가 깨져 죽고, 또 누군가는 무도회의

여왕처럼 대접받다간 사건에 휘말려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오고, 술에 취한 미스터 인앤아웃은 천국행 엘레베이터를

잡아 탄다. 그런 식의 스케치..좀 지루했다. 차라리 고든과 이디스의 어긋난 감정과 타이밍에 집중한 이야기를 했다면.

"'사랑은 덧없는 거죠.'...새로운 사랑의 말들, 새로 배운 부드러움은 다음번 연인을 위해 소중히 간직되었다." 이런 식의

마무리도 깔끔하지 않았을까.


'치프사이드의 타르퀴니우스'

한국 환타지문학의 거두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를 비롯한 작품들엔 꼭 이런 인물들이 나온다. 수다스럽고도 고풍스런

말투를 구사하며 다소간의 현학과 숨겨진 위트를 즐기는. 드래곤 라자의 후치같은 캐릭터. 이 전혀 정체를 알 수 없는

제목의 소설은 그러한 캐릭터의 원형이 혹시 이로부터 비롯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기시감을 선사한다.


'오, 적갈색 머리카락 마녀!'

난 이 소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내가 생각한 게 맞다면 너무 밍숭맹숭한 스토리, 그리고 내가 놓친 게

있다면 넘 어려운 스토리..라고 치부하고 넘어간다.


'행복의 잔해'

작가가 좀 나이를 먹고 쓴 게 아닐까. 그 이전의 발랄한 분위기와 특이한 사건 위주로 흘러가며 만담하듯 읽히던

단편들과는 달리, 차분한 호흡에 담백한 스토리. 가당치도 않게 행복의 잔해 위에 선 두 남녀의 새로운 러브 스토리,

혹은 정사신의 여운이라도 남길 바랬던 스스로에게, 자극들로부터의 디톡스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Mr. 이키'

유머러스하게 닫히는 1막짜리 연극 대본같은 소설. 근데..방충제가 등장한다는 거 말고는 포인트를 못 잡겠다. 뭐지.


'산골 소녀, 제미나'

짤막한 사랑이야기. 유일한 선생을 알콜중독으로 사망시킨 양조장 소녀가 국자로 위스키를 퍼먹다가 만난 외지인,

그리고 '인간 알코올램프' 그녀와 외지인은 전투중에 발가락 숫자를 세다가 함께 죽고 말았다는, 슬픈 이야기인데,

웃기고 만 이야기.


'작가의 말'

"변화하는 유행의 권태로움이 나와 내 책들과 이 단편소설을 모두 한꺼번에 짓누를 때"...를 그는 기다렸던 거다.

그는 불후의 거장이 되겠다거나 인간의 변함없는 뭔가를 글 속에 간직하고 싶다는 욕심보다는, 당대의 욕구와 취향을

가장 잘 반영하고 선도하고 또 따르려는 욕심을 가졌던 게 아닐까. 그래서 그의 글들을 읽다 보면 당시 유행을 선도하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고, 어떤 생각을 했으며, 어떤 식의 농담을 했는지, 어떤 유희를 즐겼는지 살아있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당대를 넘어 불변하는 뭔가를 끝내 쥐어내고 시대를 버티어내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시대에 오체투지하듯

몸을 던져 흐름에 완전 영합함으로써 시대를 넘어서는 작품도 있기 마련인가 보다. 살짝 풍기는 노인네의 구렁내같은

골동품의 냄새도 이정도면 오묘한 향수 축에 끼워줄 수 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6점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선형 옮김/문학동네




먹히면 죽는다. 내 군생활을 시작하면서의 다짐이었다.

그리고 이제 더이상 학부에 남아있기 쪽팔리다 싶어 사회에 쭈뼛대며 나섰을 때도, 그런 마음이었다.

먹히면 죽는다. 이전에 비해 업그레이드된 점은, 이제는 그 다소 부담스런 비장감을 덜어낼만큼의

여유로움도 챙기고 싶었다는 정도.


그도 그랬나 보다. 허지웅.

허지웅이 누구인지 몰랐다. 그가 프리미어 기자라는 것도, 종종 시사지에서 마주쳤던 좋은 글들에 달린

바이라인에 그의 이름 석자가 들어가 있었다는 것도 몰랐다. 그리고 나와 거의 비슷한 동년배라는 것은

더더욱.


그는 여전히 자신이 어리다며, 생리적 나이와 관계없이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한다.

그는 자신이 '울었다'는 고백을 겁내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먹히면 죽는다'는 결기에 더해 가오를

좇는 센스까지 갖추어 삶을 살아내고 있다. 꼰대와 야메 마초가 되길 거부하며, 한걸음한걸음 자신의

힘으로 살고 있다. 분노하고, 사랑하고, 의욕하며, 울기도 잘 울고, 난잡하다는 평에 안도한다.

'대한민국표류기'에 활자화된 그는 아직, 여전히 말랑말랑한 사람인 것 같다.


사람들은 조금씩 딱딱해진다. 대학에 들어와 기고만장해지면서, 이삼년 대학다니고는 '캠퍼스의 낭만'을

실컷 즐겼다며 취직 준비를 하면서, 군대를 다녀와선 세상의 부조리함에 만성화되면서, 대학을 졸업할

때쯤엔-특히 요새 이른바 88만원 세대들은 더더욱 어쩔 수 없이-옹이구멍만한 눈으로 밥벌이구하기에

매달리면서, 사회에 나와선 나름의 방식으로 익힌 처세술과 가면 뒤에 숨어서. 언제 딱딱해지기로

결정했느냐, 시간의 문제일 뿐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앞서거니 뒷서거니 어른을 자처하며

에스컬레이터 위의 삶을 취한다.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게 참 쉽지 않아졌다고 생각했다.

회사원을 만나 연애하는 것이 학교 때와는 또 다르다는 이야기야 익히 들었지만 비단 연애 이야기만은

아니다. 나 역시도 그런 면이 없잖겠지만, 사람들이 하나씩 하나씩 딱딱해진다. 이미 타인에 대한 신뢰나

기대감에 적잖이 상처입어서일 수도 있고, '고흐의 불꽃같은 삶도 니체의 상처입은 분노도 스스로의

현실엔 더이상 도움될 것이 없다' 생각해서일 수도 있겠다. 얄포름해지고, 둔감해지고, 물기가

말라버린 느낌.


그런데 그런 생각은 기실, 대학 들어왔을 때도 생각했던 거다. 대학 들어왔을 때는 대학 친구들과

고등학교 친구들을 비교하며, 그 이전에는 고딩/중딩 친구들과 불알 친구들을 비교하며. 사회

친구들과 대학 친구들을 비교한 후에는 또 누구와 누구를 비교하게 될까. 그러고 보면, 딱딱해졌다고

생각했던 그들 중에도 술 한잔 하며, 커피 한잔 하며 수다를 떨다보면 의외로 여전히 말랑말랑한 구석이

온존함에 놀랍고도 반가웠던 적이 있다. 말랑말랑한 사람들과, 딱딱해져 버렸다고 생각했지만 속은

여전히 말랑대는 사람들과, 정말로 딱딱해져 버린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는 와중이다.

아직 말랑말랑하다고, 적어도 말캉말캉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그의 (영화평론을 포함한)

에세이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왠지 내 속의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듯 했다. 그런 말랑말랑함이

필연적으로 동반할 (꼰대 세계의 눈으로 본, 가치평가가 담긴) '불완전함'과 '불안정함', 그런

'질풍노도'의 표류기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계속 말랑대며 살고 싶은

내가 그랬듯.


ps. 개인적으로 정말 한번 만나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첨엔 비슷한 나이의 그가 이런 책을 냈다는

사실에 살짝 질투도 느끼고 괜히 치기어린 구석은 없나, 꼬투리 잡을 거 눈에 불을 켜고 찾았지만,

조금씩 그의 글들을 읽으며 99% 싱크로하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만난다면 특히나, 흡사 하나의

세계였던 그녀가 허물어지면서 그가 느꼈던 결락감을 지금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도 묻고 싶고.


대한민국 표류기 - 10점
허지웅 지음/수다




지난 [나눔] 책에 날개를 달아봅니다. 이벤트에 열화와 같은(응?) 성원을 해주신 여러 이웃 블로거님들 덕분에

용기를 얻고, 두번째 나눔을 시도해보려 합니다^^


첫번째로 시도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눈의 여왕"은 어제 빠른 등기로 부쳐드렸구요, 이번주 중으로 댁에

무사도착하지 않을까 싶네요. 거두절미, 어두육미, 어쨌거나 두번째 날개달 책들 소개드립니다.ㅎㅎ


#1. "메이저리그 경영학"

[메이저리그경영학] 야구를 경영에 빗대보려는 아이디어는 반짝였지만.

#2. "엄마를 부탁해" : 어버이날 맞이 특별 방출!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창비)] 책의 여운이 남아있는 동안이라도.


#3. "화폐전쟁"

[화폐전쟁(쑹훙빙, 랜덤하우스)] 한국에선 무슨 의미가 있는 책일까.

#기타. 이녀석 꽤나 재미있답니다. 연애란 게, 사랑이란 게 '통과의례'라니..?

[이니시에이션 러브] '역시 그렇게 되는구나...'라지만.




신청방법!!

비밀댓글로 남기시는 게 편하시겠죠? 개인정보를 로봇들이 퍼나르는 시대라니까요.ㅎㅎ

"성함, 주소, 전화번호" 남겨주시면 제가 빠른 등기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책 앞에 뭐라뭐라 살짝 낙서처럼

끄적여 보내드려도...괜찮죠?^^; 뭐, 그런 식으로 온라인의 존재감을 오프라인으로 연장해 보려는 가냘픈 손짓으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당.ㅎ

기본적으로 하루정도 신청하신 분 중에서 제 맘대로  선정하도록 할께요, First come, first get의 룰은 참고만 하지요.


제일 중요한 점!!

받으시게 될 분은 다 읽으신 후에 리뷰를 포스팅해 주시구, 또 그 책을 다른분께 날려주세요.

그렇게 온 세상 어린이들 다 만나고~ 앞으로앞으로 나가면 그 끝엔 뭔가 희망찬 미래가...(엉?)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블로그와 나눔]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책 나누기에 동참하기 앞서.

저는 책을 잘 사지 않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몇시간이고 교보문고에서 책읽는 걸 좋아했고, 대학 들어와서는 도서관

장서를 애용했지요. 굳이 돈을 주고 산 책들은 나름 꼭 사보고 싶은 이유가 뚜렷한 책이었고, 두고두고 볼 만하다고

생각했더랬습니다. 그래서겠지만, 일종의 책에 대한 집착이 심해요. 중1때 우리집에 놀러왔던 박충재[각주:1]가 빌려갔던

'펠리컨 브리프'와 '잃어버린 세계 1,2', 그리고 뭔가 또 한권의 책을 끝내 못 받은 걸 여전히 기억하고 있을 정도죠.


요새 조금 변화가 생겼습니다. 요새 알라딘문고나 위드블로그에 리뷰어로 선정되는 등 책들이 적어도 한달에 세네권은

배달되어 오니까요. 그 이외에도 그간 모인 책들이 책꽂이를 넘쳐 흐르는 상황에 처한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겠군요.

여전히 책 한권 한권이 사랑스럽기만 하지만, 우선은 그런 갓 '입양된' 아이들부터 눈물을 머금고 내보내려 합니다.


책 나눔이란 '글'의 나눔입니다.

책을 나눈다는 건 단순히 온라인 바자회를 연다거나, 혹은 제게 필요없는 골칫덩이들을 떠민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제가 뭔가 자의로던 타의로던 그 책에 대한 소감을 기록함으로써 스스로의 언어로 소화한 책만을 나누어 드릴

생각이에요. 우선은 리뷰어로 선정되어 이미 리뷰가 남은 책들을 나누도록 하겠지만, 제가 이미 오래 전부터 사둔

책들-그렇지만 짧막한 이미지와 경구 이외엔 별로 내 것으로 남아있지 않은 책들-은 리뷰를 가능한 남기고 나누도록

하려구요.


딱 그만큼만을 바래봅니다. 누군가 필요한 분의 손에 제 책이 가 닿는다면, 그분도 스스로의 언어로 책을 소화해서,

다시금 저에게 말을 걸어주셨으면 해요. 트랙백을 걸어 소감을 제게 남겨주시고 다른 분에게 또 그 책을 내보내는 거죠.

그 책에는 거쳐간 사람들의 간략한 메시지가 앞면쯤에 적혀 있을 테고, 다음분은 저와 두번째 분에게 말을 걸어주시고..

그런 그림을 그리며 시작합니다.


날개다는 책들.

[이니시에이션 러브] '역시 그렇게 되는구나...'라지만.

하나의 사랑을 마치고, 아직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엔 너무 허약하고 외롭기만 한 그런 때..읽기 좋답니다.

어떤 의미로던.
 

[눈의 여왕(안데르센, 인디고)] 나의 진심만큼이나 소중한 너의 진심.
안데르센이란 이름엔 익숙하지만 사실 그의 동화 중 '성냥팔이 소녀'말고 아는 게 없다면? 우린, 우린,

그런 틈새를 메꿉시다. 스텝원.


[레오나르도 다 빈치] 너무 일찍 깨어난 사람

청소년용 인문/사회 도서에요. 자신이 청소년이 지녀야할 만큼의 교양이 있다고 생각하시면 과감히 스킵,

그렇지 않다면..(※ 청소년소녀 우대)


일단은, 꾸준히 나누어볼 생각입니다.

대략 한달에 두 차례씩, 한 차례에 세권정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반응이 있던 없던, 블로고스피어에 이 글이

떠돌고 있는 한 연이 닿은 귀인으로부터 요청이 오지 않을까요? 느긋이 생각하고 꾸준히 나누어볼 생각이니

계속 관심 가져주세요. 참고로 다음번 나눔에는 '메이저리그 경영학', '화폐전쟁', '부의 미래' 아니면 '여기

사람이 있다' 같은 책도 생각 중입니다.

뭔가 주제를 좁혀 보거나,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독서모임을 만든다거나, 혹은 다른 재미난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죠.ㅡㅡㆀ


신청은 댓글로 남겨 주시면 좋겠어요. 성함, 주소, 전화번호 남겨주시면 제가 등기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선착순..으로 해야 할까요? 그건...참고만 하도록 하구요, 기본적으로 하룻동안 신청하신 분 중에서 선정하도록

할께요^-^* 받으시게 될 분은 다 읽으신 후에 자신의 언어로 소감을 남겨 주시구, 또 그 책을 다시 날려

보내주셔야 합니다.
어디까지나 이렇게 날개달고 책을 날려보내는 저의 목적은, 좋은 책이던 나쁜 책이던,

느낌과 생각을 나누고 싶어서니까요.

말하자면, 책을 핑계삼아 사람들과 말할 거리를 찾고자 함인지도 모릅니다.


  1. 쟌진~* '무한도전'의 그 쟌진이지 누구겠습니까.ㅋ 왠지 '신화'의 전진이라기보다 '무도'의 쟌진이라고 하는게 자연스럽다는..ㅎㅎ 제 자랑스런 X랄친구에요, believe or not~* [본문으로]


강준만 교수의 글은 대학 다닐 때에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어디선가 읽었던 그의 말마따나 그의 글은

시간의 힘을 오랫동안 이겨낼만큼 깊이있고 섬세하게 다듬어졌다기보다는, 시사적인 이슈에 맞춰져 다작으로

승부하겠다는 느낌이 짙었던 탓이다. 아마도 그런 탓인지 다소 까칠하면서도 정제되지 않은 말글같은 그의

줄글에 담긴 내용이란 현상에 대한 기본적인 문제제기, 혹은 약간 더 치고 나간 정도의 이야기정도라고

생각했었다. 조선일보에 대해서나 학벌문제에 대해서나 지역갈등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이 책은 제목을 어디선가 들었을 때부터 꼭 한번 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과 지방 사이의

간극이란 문제에 대해서 좀 관심이 뻗어있을 때기도 했고, 외교학과(라고 쓰고 국제정치학과 혹은 국제관계학과라

읽어야 할 거다)를 나온 탓에 어디서 줏어듣기는 한 '종속이론'이나 '세계체제론'의 개념을 빌어 한 나라의 중앙과

지방 사이의 문제를 논하려 하는 듯한 아이디어 자체가 참신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가 처음 필명을 얻었을

때 쓰던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풍모가 그대로 묻어나는 제목, "지방은 식민지다." 그 제목 그대로의 이야기다.


'내부식민지론'은 한 국가 내부에서 발생한 중앙과 지방 간의 극심한 총체적 격차가 구조화되어 급기야 지방이

중앙의 발전 및 유지를 위한 착취의 대상, 즉 식민지로 기능한다고 보는 이론이다. 최장집교수 등이 이러한

내부식민지론을 한국에 '도식적으로' 적용하는 경우 환원론에 빠질 수 있다는 비판하는 데 대해, 강준만교수는

풍부한 사례를 들어 강력히 반박하고자 한다. 교육, 경제, 사회, 문화, 정치..그 어느 면에 있어서나 한국 사회의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주요한 사회 모순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이 책의 자잘한 칼럼들이 한목소리로 말하고자

하는 바라고 생각한다. 그에 더해 지방의 신문방송학과 교수라는 점에서 이해할 만한 일이지만, 지방 언론이

가져야 할 마땅한 책무와 역할에 대해 유독 강조하고 있다. 물론 지방언론이 실제로 지방 자치제도와 경제성장의

도모, 기타 제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고 해야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마침 이 책을 다 읽어갈 즈음, 설날을 맞이해 '지방'이 모처럼 방송 앞머리를 장식했다. 휴식과 여가의 공간이자

도시인들(서울사람들)의 향수와 감정적 치유의 원천으로 남겨진 공간, 그리고 한국이라는 나라의 원형적 전통과

문화, 그리고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환경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고 믿어지는 그곳. 그곳으로 도시인들은 꾸역꾸역

밀려내려갔고, 또 다시 '출세를 위한 공간', '한국의 중심' 서울로 되밀려 꾸역꾸역 올라왔다. 그리고 다시

잠복했던 한국의 지방은, 강호순이 지방의 야산과 한적한 국도를 휘저으며 연쇄살인을 저지를 때에야 또 방송에

출현하고 있는 거다.


그의 짧은 칼럼들을 교육, 정치, 언론 등 큰 주제에 따라 모아놓은 이 책에는 반짝거리는 아이디어와 당장 실천

가능할 법한 방책들이 많이 제시되고 있다. 서울 소재대학들이 경쟁우위를 갖는 것은 바로 서울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있다고 일갈하면서 그것들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정책을 쓰자는 이야기나, 지방에 난립해 있는

토호친화형 언론들을 솎아내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 소수의 언론을 밀어주자는 이야기, 그리고  연고주의를

강고하게 재생산하는 비공식적 집단들인 동창회, 향우회 등이 차라리 공익적인 활동을 강화함으로써 스스로를

조금은 쇄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 등등.


그 모든 이야기들은 언제나 원칙주의자들이나 근본주의자들의 회의적이고 시니컬한 반응을 유발할지 모른다.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거나 임기응변에 불과하다는 식의 참 쉽고도 힘빠지는 비판말이다. 그걸 의식하고 있는
 
강준만 교수는 매 칼럼마다 꼭 지레 항변하곤 한다. 이것 말고 실제로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말해달라. 무릎꿇고 경청하겠다, 하고.


안타까운 건, 그렇게 현실적인 제약을 십분 고려하고 원칙을 어느 정도 양보하며 제시하고 있는 그의 대안들조차

'이빨이 들어가지 않는' 지금의 상황이다. 그는 지방자치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적 기제를 이야기했지만 외려

지방자치제도 자체를 폐기하거나 유명무실화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설득력을 얻으며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는 지방문화와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매끈한 '서울공화국'에 약간의 균열을 희망하며 그 모루와

망치로써 지방 언론을 주목했으나, 오히려 지방 언론들은 전부 말라죽어버리거나 더욱 지방 토호와 협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마 그가 말한 내부식민지로서의 지방이 중앙에 상납해야 할 몫은 점점 커지기만 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강준만 교수는 이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 원칙을 좀더 양보하고 보다 유연하고 실현가능한 대안을 다시

궁리해 낼 것인가, 혹은 다시 원칙을 내세우고 다소 선동적이고 비타협적인 이야기-그리고 어쩔 수 없이

다소간 선정적일 이야기-를 할 것인가. (어떤 경우든 그는 그가 제시한 '내부식민지론'이 강고해진다는 점에선

기뻐할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그의 목소리가 등장 초기에 비해 조금씩 힘이 빠지고 퇴락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식의 진동을 그가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건 대안을 찾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부딪히게 될 한국의 완고하고도 답답한 현실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방은 식민지다! - 8점
강준만 지음/개마고원


(우선 문학류라 묶일 것들부터 정리..)

보르헤스, '셰익스피어의 기억'
- 보르헤스의 단편들에서 풍기는 현실 너머의 현실에 대한 감각. 눈에 보이는 게 전부는 아냐..랄까.

정지아, '봄빛'
- 점심시간 짬을 내어 읽기에는 단편집이 좋았다.
"소멸을 의식함으로써 똑딱 하는 소리와 함께 흘러가는 이 순간은 더욱 생생해졌다. 여자는 소멸해가는 중이었고,
그러나 아직 살고 있었다." 

장영희, '축복'
- "헤매는 자가 다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아무리 행복해보인들 '미래'를 믿지 말라."

주제 사라마구, '눈먼자들의 도시'
- 눈이 먼 자들 사이에서 눈뜬 자는 되려 병신일 뿐 아니라, 온갖 추악함을 생생히 감각해야 하는 천형을 받은 몸.

주제 사라마구, '눈뜬자들의 도시'
- 으레 그렇듯 보수 40%, 중도 50%, 진보 10%랬던가..그 써늘한 냉소가 허울뿐인 민주주의를 향했다.

노신,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
- 식민지 지식인의 양가감정, 지키고 긍정해야 하는 자신의 뿌리로서의 민족과 동시에 깨우기 위해 비판하고
부정해야 하는 과거의 것으로의 민족. 그 사이에서 균형잡고 줄타기에 능한 노신.

댄 브라운, '다빈치 코드'
- 프랑스 가기 전에 파리의 몇몇 풍경에 이야기들을 심어두고 싶어서 읽기 시작했다. 종교적 편향이 없는 내겐
그다지 충격은 크지 않았지만, 그 유리 피라밋 아래 조그만 피라밋이란 게 대체 어딘지는 결국 못 찾았다.

코맥 매카시, '더 로드'
- 광고문구에서 표현되듯 이책은 묵시록인 걸까. 불을 운반하는 아버지와 아들, 그들이 가닿는 감정의 깊이와
순정함을 보면서 난 자꾸 그 말이 떠올랐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따뜻한
사람이었는가.

알랭 드 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그가 20대에 썼다는 이런 소설, 나도 한번은 쓰고 싶었던 소설. 사랑이 태어나고, 자라고, 꽃들을 피우고, 죽는다.
그리고 또다시 상처를 머금고 씨앗은 자란다.

남무성, 'Jazz it up'(1-2)
- 재즈의 기원부터 전개 과정, 빛나는 뮤지션들까지 만화체로 풀어 설명한 책. 중간중간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들이
나올 때 맛보는 마치 퍼즐조각의 제자리를 찾아낸 듯한 쾌감.

파울로 코엘료,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 점심시간 짬짬이 일주일에 걸쳐 읽었던가. 뜬금없이 하루키에 비기자면, 하루키가 시니컬하고 삐뚤어진 태도로
'그래도 살아 제길' 정도 이야기해줄 때, 코엘료는 왠지 아름답고 부드러운 밤하늘을 가리키며 '아름다운 밤이에요'
할 거 같다.

주이란, '혀'
- 조경란과의 표절논쟁으로 떠들썩해진 덕에 굳이 사서 읽었다. 그녀의 소설을 읽으면서, 왠지 나도 소설이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여태까지는 스스로의 감정을 풀어내기도 힘든데 감정이입따위 해가며 픽션을 쓸 염은 없었다.

한상복, '배려'
- 이런 류의 책..자기계발인지 뭔지, 정말 혐오한다. 치즈를 누가 옮겼던 말던, 어차피 그런 교훈을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이야기의 '원형'은 넘치도록 많다. 왜 같은 이야기를 온갖 디그레이드된 버전으로,
그것도 건방지고 오만한 말투로 반복해서 들어야 하는지. 그나마 다행히 숙제였던 이 책은 좀 낫다 싶었지만.


(다음, 비문학류랄까, 아님 인문사회과학류랄까..)

조지프 캠벨, '서양 신화-신의 가면3'
- 레반트 지역의 남성신이 어떻게 그 이전의 여성신들을 전복하고 전유했는지. 성경에 매장된 채 변형된 세계.

프로이트, '정신분석 입문'
- 프로이트의 '예술, 문학, 정신분석'을 보고 싶어서, 워밍업차 오랜만에 다시 한번 일독.
그는 참 무서운 사람이다. 자신의 사고를 겁없이 극한까지 밀어붙인다. 갓난애의 천진난만함은 유아기의 성욕으로
해석되고, 엄마와 아들, 아빠와 딸의 관계를 문명의 외피를 벗기고 사유하려는 그의 강철같은 정신.

프로이트, '꿈의 해석'
- 읽다보니 꿈의 해석도 한번 다시 읽고 싶어져서.

프로이트, '예술, 문학, 정신분석'
- 인간이 평등함을, 혹은 평등해야 함을 말하지만. 인간은 무의식 앞에서 평등하다, 아마도 그것만이 있는 그대로 진실일지 모른다.

조르조 아감벤, '호모 사케르'
-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한" 정권이라는 상투어, 그리고 대한민국헌법1조를 말하는 자는 국민(Korean)이 아니라
인민(people)이어야 한다는 해석..배제함으로써 포섭하는 사회의 갈가리 찢어 관리하는 시스템을 그려보인다.

최장집 등,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 2007년에 나온 이 책 제목 앞에는 몇마디가 더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이명박이 당선되기 전인 2007년 현재".
이 책에서 낙관인줄 모른 채 깔고 시작했던 전제들이 몇몇 휘떡 뒤집힌채 허우적대고 있는 2008년 말.
 
앤서니 기든스, '노동의 미래'
- 솔직히 학자들이 미래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을 내면 보고 싶지 않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 자체가 워낙 넌센스
이기도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몇몇 개념어를 강조하고 싶은지 미래에 커다랗게 빨간 글씨로 그런 아이디어를
그려넣는다. 별로, 하나도 와닿지 않았다.

루스 베네딕트, '국화와 칼'
- 이름은 익히 아는데 내용은 모르는, 마치 연예인같은 책 중 하나였다. 일본에 가지 않고도 이런 깊이와 균형잡힌
시각의 분석이 가능하다니..하고 놀랬었다. 그리고 이미 이 책이 있는데 왜 '일본은 없다' 따위 쓰레기가 소비될까
잠시 (순진하게도) 의아해졌더랬다.

만델라, 'Long walk to freedom'
- 751페이지짜리 문고판. freedom fighter라는 역할을 혼신의 열정으로 연기해내는 만델라..를 보는 것 같다. 그는
현재 마흔여섯살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후 섬에서 복역 중이다. 여기가 현재 내가 읽는 468페이지의 만델라.

강준만, '지방은 식민지다'
- 서울제국을 위한 내부식민지. 남한 내 비서울지역. 국토균형발전이니 뭐니 말도 많지만, 결국 지방 스스로의
민주적 역량과 실질적 제도적 정비의 뒷받침이 없이는 온통 서울로 빨려들어갈 뿐이라는. 돈도 사람도.

최일도, '이밥먹고 밥이되어'
- 밥퍼공동체에서 봉사를 하고 받은 책. 목사라지만 그는 사람을 사랑하는 정말 목사인 것 같다.

최병일, '한미 FTA 역전시나리오'
- 나무가 아깝다.

'글로벌 시장을 리드하라'
- 면접준비용 책이었다.

앨빈 토플러, '부의 미래'
- 미래..라는 단어 갖고 사람을 현혹하는 건 이제 그만. 지금의 시스템이 어떠한 과거의 유물과 현재의 부산물로
어떻게 융합되어 있는지부터 철저히 따진 후에야 고작 예측 정도가 가능할 텐데..대체 무슨 과신인지.

'세계는 지금 이런 인재를 원한다'
- 엔트로피의 법칙을 안다면, 이런 책은 사지도 팔지도 만들지도 말자.

(정기적으로 본 것들..)

시사IN
- 이명박 사진 좀 올리지 말라고 독자의 편지에 투고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TIME
- 미국을 조정한다고 믿고 싶은 자들이 보는 잡지랬던가..Economist가 실제로 미국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보는 잡지라고 했던 거 같아서 바꿀까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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