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한 시간전..그니까 어제 꼬박 밤을 새다시피 불면증과 환상에 시달리다가 오늘 오전엔 경기고에 가서 자격증

시험'지'를 보고 와선 내처 퍼질러자다가 개콘보고 웃다가 고양이 인형 하나를 부숴먹고(책장에서 뛰어내린 고양이,
 
왜 그랬니.
).


또다시 불면증의 조짐이 온다. 마침 고양이 녀석 때문에 카메라를 꺼내든 김에, 언젠가부터 한번 해보고 싶었던,

내 방 풍경 스케치.

책상 위. 절대 촬영을 의식하고 정리한 건 아니라는..왼쪽에 다소곳이 핸폰에 눌려있는 것들은 내일 출근할 때 가방에

쓸어담아 갈 것들. 2층 창밖으로 커다랗고 다소 둔탁한 연둣빛 잎사귀를 가진 꽃나무가 보이는데 밤이라 깜깜할 뿐.

고개를 오른쪽으로 살짝 돌리면, 책장. 작년에 세조각내어 읽었던 넬슨 만델라의 'long walk to freedom'도 보이고,

그 위엔 어느샌가 골동품이 되어 팔 수 있기만을 기다리는 테입과 씨디류가 빼곡히 꽂혀있다. 가운데 책장에는

중학교때부터 읽었던 한국문학, 세계문학전집이 있어서, 언제고 내킬 때면 헤세의 '지와 사랑'이나 손창섭의

'잉여인간'같은 작품을 훌쩍 읽곤 한다.(난 '지와 사랑'의 골드문트를 동경한다.) 티스토리에서 받은 달력과, 대학때

전공교재들. 아, 그리고 내 등의 왼쪽날개 오른쪽날개를 사이좋게 받쳐주는 의자와 다리부러진 고양이녀석도 보인다.

다시 고개를 좀더 오른쪽으로. 방문옆엔 옷장이 있고, 그 옆엔 코너장이 있다. 이사오면서 책장을 하나 버렸기에

이런 식으로밖에 책이 안 들어간다. 그래도 몇번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고 이런 멋진 수납방식을 생각해 냈다고

어찌나 스스로 뿌듯하고 대견해했는지. 이사를 할 때마다 늘 책들을 어떻게 카테고리화해야할 지 고심고심하지만,

늘 결과물은 신통찮다. 철학/정치학/국제정치학/심리학/문학/역사..정도로 나누고 싶었는데, 역시나 실패.

다시 고개를 오른쪽으로..아니, 책상에 앉아있는 상태라 치면 걍 왼쪽으로 살짝 90도랄까. 심플하게 걸린 둥근 시계와,

'선인장 크래커'라는 책을 쓴 봄로야의 그림 두점이 걸려있다. 프리다 칼로를 좋아한다는 그녀의 글과 그림은 상처투성이.

눈을 약간 아래로 떨구니 내 가방이 있다. 작년에 백화점에서 저 가방을 보자마자 흥분해선 지르고 말았다.

다소 캐주얼하기도 하지만, 그리고 요샌 손잡이가 따로 없이 메고 다녀야 한다는 게 좀 거슬리긴 하지만,

다른 가방이 있어도 오로지 요것만 들고 다닌지 어언 1년. 빳빳한 기운이라곤 전혀 없어서 추우욱..이런

느낌으로 널부러져 있는 것도 맘에 든다. 예전의 타레팬더같아.

책상위 4살짜리 쪼꼬렛 핸드폰에 눌린 것들은 내일 시사인 독자위원회를 대비해 들고갈 그간의 잡지들, 그리고

'책날개달기'([책날개달기] 그 두번째-"메이저리그 경영학", "엄마를 부탁해"(얘는 어버이날 맞이로다가) & "화폐전쟁")

에 선정된 Adios님께 부칠
'엄마를 부탁해'. 그리고 스타벅스에서 받은 다이어리.


저 너머 세워진 DVD 두장은 '미인도'와 '앤티크-서양골동품과자점', 그리고 알랭 드 보통의 '불안'. 아직 DVD는 하나도

못 봤고 보고 싶은 영화들은 잔뜩 쌓이고 있으며 불안 역시 절반정도밖에 못 읽었는데 보고 싶은 책들은 또 생겨난다.


그리고, 모니터 안에서 점멸하는 커서. 두근, 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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