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디 가? -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강미란 옮김/열림원 |
희생-선택을 해야 한다면 작은 희생보다는 큰 희생이 선호된다 : 왜냐하면 큰 희생에 대해서는 작은 희생에서는 불가능한 자기찬미를 통해서 보상을 받기 때문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니체)
아이가 장애를 갖고 태어난다. 그리고 이년 후 한 웅큼의 불안과 함께 태어난 두번째 아이도 장애아였다.
저자는 "두번째 세상의 종말을 맞았다"고 이야기한다. 이른바 막장드라마가 아무리 창궐했다고는 해도, 이건 너무
현실감이 떨어지는 데다가 오버스러워서 드라마로 치자면 되려 실격이다. 같은 부모의 두 아이 모두가, 그것도
같은 장애를 갖고 태어난다니, 이렇게 억지스럽고 말도 안되는 설정은 '감정이입'도 '개연성'도 너무나 떨어진다.
감정이입도 쉽지 않고 개연성도 떨어지지만, 현실이다.
저자는 "세상으로부터 감동적이고 훌륭한 아버지라는 역할을 배정받았음"을 깨닫는다. 그는 이제 마치 로또에 두번
연이어 1등 당첨된 만큼이나 희소한 경험을 하고 있는 애비로서 세상의 주목을 끌 수 있으며, 그의 두 아이들을
내세워 스스로를 치장할 수도 있다는 걸 안다. 장애아는 하늘의 선물이야, 라며 초췌한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지어보이거나, 혹은 항상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불행함의 기운을 풀풀 뿜어내는 식이다.
불행-누가 어떤 사람에게 "그러나 당신은 얼마나 행복한가!"라고 말한다면 사람들은 보통 항의할 정도로, 불행에 들어 있는 특별한 명예(마치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이 천박함, 겸허함, 평범함의 표시인 것처럼)는 대단히 크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니체)
그렇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애써 음울한 표정만을 고수하지도, 고상하고 이타적인-모범적인-마음가짐만을
과시하지도 않는다. 그는 수많은 군중 속에서 '기적처럼' 자신의 아이들을 잃어버리고 다시는 되찾을 수 없을 거라
가쁜 호흡의 문장으로 기대해 보기도 하고, 아이들의 장애인 증명서 덕분에 불법주차를 버젓이 할 수 있다며
자랑삼기도 하고, 또 자신 아이들 "똥강아지들"의 머릿속에는 온통 지푸라기만 잔뜩 들었단 말을 몇번이나 되풀이하며
얼핏 무지하게 씨니컬하고 까칠한 말들만 내뱉는다.
그러면서도 또 아이들이 남들과 '다를' 뿐이라며, 아인슈타인이니 모짜르트가 모두 남들과 심각하게 달랐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스스로에게 주입한다. 밤중에는 누구보다 현명하고 똑똑해서 아주아주 어려운 문제와 씨름하고 있는 것이라
상상해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끝내 "내 아이는 세상에서 제일 못생기고, 제일 멍청하다. 이게 다 내 잘못이다. 제대로
실패한 것이다"라며 펑..."도대체 뭐가 뭔지, 어느 상황에 있는지...알 수가 없다...내 길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내 삶은 막다른 길에서 끝이 난다."라며 폭발하기도 한다.
수정된 누가복음 18장 14절-자신을 낮추는 자는 높아지기를 원하는 것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니체)
아마 하루에도 수백번, 이런 감정의 기복, 인내심의 기복을 경험하지 싶다. 그게 솔직하게 와닿았다.
사실 아무리 불행해보이는 사람도 하루에 몇번쯤은 삐쭉삐쭉 웃게 되고, 또 아무리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푸는
듯 보이는 사람들-대표적으로는 부모님들-도 가끔은 심술을 부리거나 지쳐서 시니컬해지기도 하는 거다.
감정선이 그렇게 들쭉날쭉 널뛰기를 하는 것이, 심장의 쿵쾅대는 맥박뜀과 겹쳐 보이며 '인간적'이라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 그렇지만 장애아를 둔 아버지의 적나라한 감정선의 맥놀이를 드러낸다는 건 쉽지 않았을 거다.
사람들은, 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그의 삶을 온통 불행일색으로 칠해놓고 싶었을지도 모르고, 자신들이 쉽게
동정할 수 있도록 자세를 낮춰주기를 바랬을지도 모른다.
'정상아'들이 입주위에 온통 케잌을 묻히며 먹는 모습에는 웃는 사람들이, '장애아'의 같은 모습에는 절대
웃지 않는 게 사람들인 거다. 장애아라 해서 우리를 웃음짓게 하는 특혜에서 제외시켜서는 안 된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끝내 방송전파를 타지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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