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훈련을 가려고 옷을 챙겨입을 때마다 항상 떠오르는 그리스로마신화의 한 토막이 있다.
헤라클레스에 죽음을 가져왔던 옷. 그의 아내 데이라네이라가 헤라클레스의 사랑을 놓칠까 두려운 나머지
헤라(던가 헤라의 사주를 받은 신이던가의) 꼬임에 넘어가 마법의 힘을 가진 옷을 헤라클레스에게 입혔다던가.
일단 옷을 입고 나니 온몸에 참을 수 없는 고통과 괴로움이 느껴졌으나, 한번 입혀진 옷은 살에 철썩 달라붙어
벗겨지지도 않았다고 했다.
군복이 그렇다. 잔뜩 무거운 군화, 잔뜩 내리누르는 하이바, 그리고 불편하기만 한 나무작대기-총,
그저 얼룩무늬 전투복을 입은 것만으로도 온몸의 기운이 쏴아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의욕을 상실한다.
예비군 훈련을 다녀오고 나니, 하루가 너무 지쳐버렸다.
"26일임 병장이다. 낼부터 일주일동안 외박이니까, 병장신고도 째고 외박나감서 병장달고 나가게 되었다. 이제부터 11개월-3주라...
11비에 울 B.X. 가게 물건 받아오면서 전투모 한개 사고, 병장 계급장 오바로크치고, 옆에 이름도 박아왔다. 11비에 두돈반짜리 트럭 뒷켠 타고가면서 계속 무얼 박을까 고민 좀 했다. 보통 남들은 대한민국 공군 아무개, HAWK, HIDDEN CARD정도에서부터 자기 이름, 장비명 머 그런거 하던데, 최종진화된 형태의 전투모에-아니지, 전역모가 또 있었군..-무언가 멋진 문구를 박아넣고 싶었단 거다.
짧막하면서도 내게 의미를 던져주는 그런 단어..명사, 함축어, 상징 그러면서도 약간의 자발적 검열과 수정을 거친. 심사끝에 hasta la victoria, siempre는 넘 길어서 짤렸고, ubermensch랑 siege-mental, solidarite정도가 남았더랬다. 군바리로서의 역할과 내 생각, 거기서 분열된 내 생각들, 부끄러움, 자존심, 그런 걸 계속 갈퀴질하며 뻗어나가다 보니..모자에나마 박아넣을만큼 자신있는 단어가 없지 싶었다. 낯부끄러운...생각해보니 군대서 머라하겠다 싶은 단어를 알아서 제하는 것만이 자발적 검열이 아니더라구..어른거리는 치기를 제하고 의미를 줄 수 있는 단어로.
막막해지는 와중에 차는 덜컹거리고, 엉덩이가 쪼개지는듯한 와중 문득 체가 떠올랐다. 체 게바라...현실에서 살되 꿈을 따르는...68의 상징이자 00년대의 '문화적저항'상징으로 전유되고 만. (문화적 저항과 정치적 진보와의 상관관계는?정치가 타인을 아우르는 거/전유하는 거/헤게모니화하는 거/라면, 문화는? 누구나 공공에게 말을 할때 집단을 거명하지, 우리는, 네티즌은, 시민은, 국민은, 여성은, 시민단체는...순간 포섭되는 이름없는 다중..)
CHE GUEVARA를 박아넣었다. 마치 타투처럼. 일단은, 그의 방식만 모방하기로 한다. 치열함의 방식을 다시금.
* 정말 코미디 같은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이메일을 뒤지고 직접적인 증거력도 없는 문구로 언론재판을 한다.
그렇게 노무현을 보냈던 그들이다. 티비에서 그들의 얼굴을 보고 그들의 말소리를 들을 때, 피에 굶주린 괴물,
앞뒤 안가리고 무작정 제물을 찾아 돌진하는 괴물이 떠오른다.
헤라클레스에 죽음을 가져왔던 옷. 그의 아내 데이라네이라가 헤라클레스의 사랑을 놓칠까 두려운 나머지
헤라(던가 헤라의 사주를 받은 신이던가의) 꼬임에 넘어가 마법의 힘을 가진 옷을 헤라클레스에게 입혔다던가.
일단 옷을 입고 나니 온몸에 참을 수 없는 고통과 괴로움이 느껴졌으나, 한번 입혀진 옷은 살에 철썩 달라붙어
벗겨지지도 않았다고 했다.
군복이 그렇다. 잔뜩 무거운 군화, 잔뜩 내리누르는 하이바, 그리고 불편하기만 한 나무작대기-총,
그저 얼룩무늬 전투복을 입은 것만으로도 온몸의 기운이 쏴아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의욕을 상실한다.
예비군 훈련을 다녀오고 나니, 하루가 너무 지쳐버렸다.
"26일임 병장이다. 낼부터 일주일동안 외박이니까, 병장신고도 째고 외박나감서 병장달고 나가게 되었다. 이제부터 11개월-3주라...
11비에 울 B.X. 가게 물건 받아오면서 전투모 한개 사고, 병장 계급장 오바로크치고, 옆에 이름도 박아왔다. 11비에 두돈반짜리 트럭 뒷켠 타고가면서 계속 무얼 박을까 고민 좀 했다. 보통 남들은 대한민국 공군 아무개, HAWK, HIDDEN CARD정도에서부터 자기 이름, 장비명 머 그런거 하던데, 최종진화된 형태의 전투모에-아니지, 전역모가 또 있었군..-무언가 멋진 문구를 박아넣고 싶었단 거다.
짧막하면서도 내게 의미를 던져주는 그런 단어..명사, 함축어, 상징 그러면서도 약간의 자발적 검열과 수정을 거친. 심사끝에 hasta la victoria, siempre는 넘 길어서 짤렸고, ubermensch랑 siege-mental, solidarite정도가 남았더랬다. 군바리로서의 역할과 내 생각, 거기서 분열된 내 생각들, 부끄러움, 자존심, 그런 걸 계속 갈퀴질하며 뻗어나가다 보니..모자에나마 박아넣을만큼 자신있는 단어가 없지 싶었다. 낯부끄러운...생각해보니 군대서 머라하겠다 싶은 단어를 알아서 제하는 것만이 자발적 검열이 아니더라구..어른거리는 치기를 제하고 의미를 줄 수 있는 단어로.
막막해지는 와중에 차는 덜컹거리고, 엉덩이가 쪼개지는듯한 와중 문득 체가 떠올랐다. 체 게바라...현실에서 살되 꿈을 따르는...68의 상징이자 00년대의 '문화적저항'상징으로 전유되고 만. (문화적 저항과 정치적 진보와의 상관관계는?정치가 타인을 아우르는 거/전유하는 거/헤게모니화하는 거/라면, 문화는? 누구나 공공에게 말을 할때 집단을 거명하지, 우리는, 네티즌은, 시민은, 국민은, 여성은, 시민단체는...순간 포섭되는 이름없는 다중..)
CHE GUEVARA를 박아넣었다. 마치 타투처럼. 일단은, 그의 방식만 모방하기로 한다. 치열함의 방식을 다시금.
"우리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하지만 가슴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빨간색실로 해달라고 졸라 쫄랐는데..안된단다. 걍 광택띈녹색..해서 녹색의 체게바라가 되어버렸다.ㅋㅋㅋ" (2003.9.21)
* 정말 코미디 같은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이메일을 뒤지고 직접적인 증거력도 없는 문구로 언론재판을 한다.
그렇게 노무현을 보냈던 그들이다. 티비에서 그들의 얼굴을 보고 그들의 말소리를 들을 때, 피에 굶주린 괴물,
앞뒤 안가리고 무작정 제물을 찾아 돌진하는 괴물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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