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월급날이어서 불끈, 기운이 솟는다는 건 거짓부렁이다.

조삼모사에 넘어간 원숭이도 아니고, 다만 하루를 조금이라도 업시키기 위해 스스로 주입하는 마취약에 가깝지 않을까.

아침 출근길에 누군가의 미소를 보고, 어젯밤 꿈자리의 달콤한 여운으로, 혹은 신기하게 딱딱 맞춰오는 전철 덕분으로..

그런 소소하지만 효과적인 마취약 중 하나.


#2.

20일은 월급날, 오늘도 쌰발랄라 알제리 쉐라톤 호텔은 칠십명 그룹 부킹을 위해 온갖 것을 다 요구했다.

처음엔 여권 사본과 카드 사본, 그다음엔 잘 보이게 스캔된 여권 사본과 카드 사본 앞뒷면, 그다음엔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은 예약된 방을 캔슬시켜버리겠다는 협박, 다시 칼라 스캔본으로 정리해서 보내주고 나니 급기야 자필 서약서까지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글로벌 스탠더드 따위 없는 거다.


그들과의 시차, 8시간은 어쩔 수 없는 야근을 부른다.


#3.

자려는데 빗소리가 톡톡, 하더니 우다다다 진동하기 시작했다. 원래 이런 밤엔 술 한잔이 제격이지만,

마침 머나먼 콩고에서 오후 6시의 '야근'을 즐기던 친구-형-녀석과 채팅을 신나게 지껄이고는 속을 풀었다.

집에서 회사까지 도성초등학교를 지나고 이마트를 지나고 포스코사거리를 지나는 삼십분의 산책로는,

비오는 날에는 아마 사십분쯤으로 길어질 테니 일찍 자야 하는데. 뭐...차라리 십분 지각하고 말기로 한다.


#4.

여느때보다 이르게 찾아온 더위로, 이번주부터 노타이에 반팔 셔츠 차림이 가능하길래 내일부터 그렇게

입고 다닐 생각이었는데. 내일도 하루종일 비가 온다고 Y가 말해줬다.

비가 내리면 반팔은 썰렁하려나, 슈트차림은 습기먹고 끈적하게 몸에 감기진 않을까, 습기가 잔뜩 포화된

공기 탓에 긴팔은 답답하려나. 이거...쉽지 않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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