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아이폰/SNS' 활용법 강의라는 걸 (어줍잖게도) 맡게 되어서 만들었던 자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자료를 보고 벨소리도 캐롤로 바꿔보고,

공연장에서 '네온사인'도 흔들어보시며 모두 행복한 연말연시 맞으시길 바래요.ㅎㅎ

[참고자료 내용]

o i-Phone 벨소리를 '캐롤'로 바꿔보자! [벨소리 바꾸기]

o i-Phone 전광판을 공연장에서 흔들어보자! [전광판 App]

o i-Phone 사진캘린더를 활용해보자! [포토캘린더 App]

o i-Phone 기념일/음력생일 확인하자! [간편음력달력(iholiday) App]

o Twitter 따라하기!

*첨부. 벨소리제작 무료프로그램(벨팡)  























“무식한 대학생들은 지금의 ‘반값 등록금’이 미래 자신들의 연금인 줄 모르고
트윗질이나 하면서 청춘을 낭비하고 있다.”



● 일시 : 2011년 10월 24일(월) PM 17:00부터

● 장소 : "다른異 색깔彩을 지켜낼 자유"(http://ytzsche.tistory.com)

● 자격 : 
 
1) 무식하고,

2) 트윗질이나 하며,

3) 청춘낭비중인 대학생 only.




동아일보 논설위원 김순덕의
[김순덕 칼럼]무너지는 그리스에 펄럭이는 赤旗

를 읽고 간단한 감상을 '공개댓글'로 남겨 모두와 공유해 주시기 바랍니다.

가장 맘에 드는 촌철살인의 감상을 남긴 6분에게 초대장을 드립니다.

더불어 가능한 김순덕에게 전달할 방법을 찾아 전달하고 인증하도록 하겠습니다.ㅋ




+ 초대장을 받을 이메일주소!^-^*


● 주최 : ytzsche(이채, 異彩)

● 제공 : 초대장 6장




* 미디어오늘의 “무식한 대학생들, 트윗질하며 청춘 낭비” 라는 비평문을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듯.

소금꽃나무 - 10점
김진숙 지음/후마니타스

3차에 걸친 희망버스, 연인원 수만명의 자발적인 참가자들이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정문 앞을 찾았다.

이제 조남호 회장에 대한 청문회가 내일(18일)에 있을 예정이고, 진보 정당들 이외에 민주당까지도 이 문제를

적극 이슈화하며 조남호 회장의 불법적인 정리해고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겠다며 벼르고 있으니, 어쩌면

조금은 해피 엔딩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고,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렇게 한진중공업 사태가 조금이나마 전향적인 방향으로 해결되리라는 희망이 보이게 된 건, 거의 전적으로

그녀 덕분이다. 반년이 넘도록 영도조선소 크레인 위에서 고공농성중인 그녀, 김진숙 민노총 지도위원.

그녀 스스로 한진중공업의 전신 대한조선공사의 불법 정리해고 희생자인 채 아직도 복직되지 못하고 있는

당사자로서, 오십이 훌쩍 넘은 '중늙은이 아줌마'가 죽을 각오로 크레인 위에서 버텼기에 가능했다.


그녀는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어떤 삶이었기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기에, 이미 두명이나 죽어내려간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 위에 올라갈 각오를 했던 걸까. 한진중공업에 무슨 일이 있는지, 그녀가

무슨 요구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그녀의 이름 석자, 김진숙을 알고 감동하고 감탄하고 더러는

욕하는 시대, 그녀를 편들던 아니던 그녀를 좀더 깊이 알고 싶어지는 건 당연한 수순 아닐까.


조금씩 그런 우려들이 나오는 거 같다. 그녀가 이야기하는 "정리해고 철회, 비정규직 철폐"의 외침 대신

그녀에만 집중하는 지금의 모습들이 꼭 달 대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는 것 같다는 우려다. 그렇지만

그녀의 안부에 대한 걱정으로부터 그녀가 지금 목숨을 걸고 그곳에 있는 이유로 관심이 옮아가는 건

생각보다 쉬울지 모른다. 더구나 그녀 김진숙이 지난 시간 써온 글, 뱉은 말들과 행동의 연장선 상에서

마치 나침반의 자침처럼 한 곳만을 흔들림없이 향하고 있다면.


이 책, '소금꽃나무'를 낼 때 김진숙 그녀는 먼저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그따위 게 책으로 만들어낼 만큼

가치가 있는 걸까, 그따위 걸 책으로 만들어 내자고 나무를 베어내도 되는 걸까." 그리고 펴낸 책 앞머리에

이렇게 글을 박아 넣었다.

"소금꽃나무를 읽은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살았냐고 묻곤 한다.
난 내 삶을 살았던 것 뿐이다. 누구에게든 삶이 있듯 내 삶은 그랬던 것 뿐이다.
내가 지닌 이력 중 아무것도 스스로 선택할 수 없었던 채 쉰둘.
살아 내려간다면 단 한가지만큼은 선택할 수 있기를 간절하게 꿈꾸며
85호 크레인, 169일을 맞는다.
_2011년 6월 23일 김진숙."


그녀 김진숙의 지난 생을 기록하고, 그녀가 만난 노동자들의 삶과 고통을 기록하고, 그렇게 2011년

한국 사회로 치달아온 야만의 세월 노동자들의 투쟁과 희망이 담긴 책, '소금꽃나무'를 읽으며 줄곧

눈물이 나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비정규직 문제나 소규모 사업장 노조 문제와 같은 문제를

정면으로 맞부딪히고 싸워온 그 대담하고도 치열한 순수함 앞에서, 열정 앞에서, 부끄러웠다.


그 눈물은 김진숙 때문이라기보단, 그녀가 온몸으로 가리키고 있는 이 사회의 부조리 때문이란 게

더 맞을 거 같다. 1970년 전태일이 스스로를 불태웠던 시대로부터 멀리 나아갔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기껏 비정규직들과 사회적 약자들에게 짐을 전가시킨 것에 불과했음을 깨닫는 건 너무나도 아픈 일이다.

김진숙 그녀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불과하다기엔 그런 손가락조차 귀한 시대, 'Golden Age'

도금시대를 살고 있는지라 그녀의 존재 자체, 목소리와 몸짓 모두를 아끼고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거다.


그렇게 달을 보기 전, 김진숙이라는 손가락 앞에서조차 이토록 부끄럽고 아파해야 하는 일종의

통과의례랄까, 세례식이 필요한 거 아닐까. 이런 야만과 부조리 앞에서 이토록 무감각한 우리라면.

그게 내가 이 책을 모든 사람에게 떠맡기듯 기어이 강권하고 싶은 이유다.



* 아래는 김진숙 지도위원이 2003년 김주익 열사를 추모하며 바친 추모사 동영상.

 
"1970년대에 죽은 전태일의 유서와, 세기를 건너뛴 2003년 김주익의 유서가 같은 나라. 두산중공업

배달호의 유서와, 지역을 건너뛴 한진중공업 김주익의 유서가 같은 나라. 민주당사에서 농성하던

조수원과, 크레인 위에서 농성하던 김주익이 죽는 방식이 같은 나라.

세기를 넘어, 지역을 넘어, 국경을 넘어, 업종을 넘어, 자자손손 대물림하는 자본의 연대는 이렇게 강고한데

우리는 얼마나 연대하고 있습니까? 우리들의 연대는 얼마나 강고합니까? 비정규직을, 장애인을, 농민을,

여성을, 그들을 외면한 채 우린 자본을 이길 수 없습니다. 아무리 소름끼치고, 아무리 치가 떨려도 우린

단 하루도 저들을 이길 수 없습니다.

저들이 옳아서 이기는 게 아니라 우리가 연대하지 않으므로 깨지는 겁니다. 만날 우리만 죽고 천날

우리만 깨집니다. 아무리 통곡하고 몸부림을 쳐도 그들의 손아귀에서 한시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2003년 김주익 열사 추모사)



* 그리고 '소금꽃나무'를 굳이 사서 보진 않겠다는 사람들을 위한 부분 발췌.


"싸워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노동자들의 투쟁은 위험해 보인다. 싸워서 얻은 해방감을

단 하루도 누려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노동조합을 지키겠다고 목숨까지 거는 이들은 무모해

보인다. 그들은 아직도 거북선은 이순신 장군이 만들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북선은 우리가 만들었다."



"우리들의 미래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몹시 궁금하거들랑 비정규직이라 불리는 그들을 보라."




"동지 여러분. 저는 우리가 참 멀리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뒤돌아보니 우리가 떠나온 자리에

이들이 서 있었습니다. 저는 우리가 이제는 노예의 사슬에서 벗어났다고 믿었습니다. 어느 날 되돌아

보니 우리가 벗어던졌다고 믿었던 사슬이 이들에게 고스란히 대물림돼 있었습니다. 비정규직의

자리에서마저 쫓겨난 이들은 어디로 가야 한단 말입니까.

...민들레에게 올라오라고 할 게 아니라 기꺼이 몸을 낮추는 게 연대입니다. 낮아져야 평평해지고

평평해져야 넓어집니다."(2006년 부산지하철 고용승계쟁취 결의대회,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미래다')



"나는 교향악단을 구경한 적도 없고 오케스트라 같은 건 지나가다라도 본 적이 없다. 내가 만약 단

한 번만이라도 여러분들의 연주를 듣고 아름답다고 느낀 적이 있다면 지금 이 순간 나는 엄청난

죄책감에 사로잡혔을 거다. 한 달에 70만원을 받고 그마저도 잘릴까봐 전전긍긍하면서 그 음악이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하면 누가 그 음악을 듣고 행복할 수 있겠는가. 모멸감을 느끼면서 만들어진

음악이 도대체 누구의 영혼을 살찌울 수 있겠는가." (마산 예술 노조 복직 투쟁)



"요즘 십대들이 무섭다지만 그때 십대들이 더 무서웠다. 먹고사는 일에 목숨 걸었던 그 무서운 십대들이

결국은 독재를 유지시켰던 균주였고 지금도 먹고 살게만 해준다면 인권이나 환경이나 인간에 대한 예의

같은 건 삽시간에 나발이 되고 마니까. 먹고살기 위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넘어간 일이 얼마나 많았을

것이며, 죽고 싶도록 부끄러웠으나 내가 무슨 힘이 있냐는 체념과 타협한 일은 오죽이나 많았겠는가."



"정문 앞에서 끌려 나가던 동료들을 창문 너머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무수한 자괴감에 대해,

피켓을 들고 서 있는 동료들을 밖에 둔 채 들어가서는 수많은 시간을 죽고 싶은 채 살아 있어야 했던

열패감에 대해, 그리고 비겁이라는 감옥을 제 손으로 짓고 들어가 10년(전교조가 합법화되기까지)을

장기수로 복역해야 했던 그들이 그 감옥에서 이제는 출감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그리하여 따뜻한 밥상 앞에서 더 이상 목 메지 않기를, 누군가가 두들겨 맞는 시위 장면을 보더라도

더 이상 채널을 돌리지 않기를, 빨래를 걷다 말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다보는 일이 없기를, 아이들에게

정의라는 단어를 말할 때, 도리 같은 단어를 말할 때, 공연히 창밖을 바라보는 일이 더 이상은 없기를..."



"노무현 정권의 필살기는 투쟁이나 구속이나 수색 같은 특수하고도 전문적인 분야들을 좀 더 대중화해

일반인들도 누구나 향유할 수 있도록 한 점과 음지에서 했던 일들을 양지에서 내놓고 하게 한 게 아닐까.

이게 절차적 민주주의다. 저 시절엔 기가 질려 "동네 사람들아!"를 못했다면, 이 시절엔 절차대로 한

일이니 아무리 불러도 동네 사람들이 안 오는 거다."



"사람들은 이제 내가 땟국이 빠져서 얼굴이 허여멀건 게 도시 티가 난다고 했지만, 나는 햇빛을 못 봐서

허옇게 뜬 얼굴을 볼 때마다 설움이 왈칵 솟고는 했다. 회사 옥상에 높다랗게 붙어 있던 '수출만이

살길이다'라는 큰 간판이 언젠가 '수출강국'으로 바뀌어도 전혀 강하지 못했던 아이들은 그 간판 아래

짓눌린 채 배추 잎사귀처럼 누렇게 시들어 가고 있었다."



"그 책(전태일 평전)을 끝내 들추지 말았어야 했을까.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난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에게 부끄러워 꺼이꺼이 지리산 계곡처럼 울었다.

가슴에 큰 산 하나가 들어앉아 그 산에서 돌덩이가 와르르 쏟아져 양심에 돌팔매질을 해대는 그런

느낌이었다. 내가 살아온 삶과 별로 다르지 않은 삶을 산 사람. 그러나 그 삶을 피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온몸으로 끌어안고 뒹굴었던 사람.


난 뭘까. 그의 삶에 비한다면 내 삶은 뭘까. 똥구덩이 같은 현장에서 혼자 비단신을 신고 내내 똥을

탈탈 털고 있었던 넌 뭐냐. 시집을 끼고 다니며 니체도 모르는 아저씨들을 비웃으며 그들과 나는

다르다고 끊임없이 주문을 외우던 넌 누구냐. '노동자'란 말에 멸시를 보내며 '회사원'이라는 자만의

웃음을 질질 흘리던 넌 도대체..."



"'자네 살었을 때 열심히 살게나. 죽어서 천당이 뭔 필요냐. 현실에서 앗싸리 끝내 불제. 천당에도 사장이
 
있다먼 아무리 좋아도 난 거그 안 갈라네. 왜? 그거 가 봐야 읎는 사람은 또 노동자로 살아야헝께. 사실
 
하난님도 썩은 디를 포크레인으로 파다파다 못 파서 도로 덮어버린 디가 우리나란디 그 냥반 붙잡고

나가 먼 야글 더 허간디.' 그라먼 우리 마누라가 '당신은 하난님헌티도 팍 찍힌 사람잉께 잘혀 보씨요'
 
그러면서 웃어 불제라." (대우조선 노동조합 상집 인터뷰 취재 중)



"내 조카는 전국노동자투쟁위원회도 아니고 좌파도 아니다. 다만 민주노총이 어떤 합의를 하면, 자기는

알지도 못하는 그 내용에 따라서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하는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일 뿐이다...

나는 내가 민주노총이라는 게 참 자랑스러웠다. 운동한답시고 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

주면서도, 긍지와 자부심이 있었다. 늙은 아버지까지 안기부에 경찰에 시달리게 만들었으면서도,

그까짓 상처쯤이야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걸로 다 덮을 수 있었다.


그렇게 살았는데, 점점 안 좋아지는 세상. 지 잘난 맛에 살았던 그 잘나 빠진 이모가 조카를

파견 노동자로 만들어 버린, 아......나는 20년동안 뭘 한 걸까. 내가 20년동안 한 건 뭐였을까.

일요일도 없고, 재고 조사하는 날은 밤도 없는 조카 앞에서 나는 이모가 열심히 싸워서 민주노총

사업장은 대부분 주40시간이 됐다고 자랑할 수가 없었다. 상여금도 없고 체력 단련비도 없고 효도

수당도 없고 하다못해 월차도 없는 조카의 1,000만원도 안 되는 연봉 앞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은

열심히 싸워서 그들의 성과금이 너의 1년 연봉을 넘는다는 자랑도 할 수가 없었다. 민주노총의

투쟁이건 산하노조의 투쟁이건 비난이 난무할 때, 조중동만 탓하기엔 참 옹색해져 버렸다."



"제일은행 노동자들이 잘릴 때 주택은행 노동자들은 시금치를 무치거나 아이의 장난감을 고르는 일이

더 중요했고,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잘릴 때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은 대부분 잔업을 하거나 축구를

보고 있었습니다. 여성 노동자들이 먼저 잘릴 때 남성 노동자들은 이제 시집이나 가라고 농담처럼

말했고 형님들이 잘릴 때 동생들은 '헹님도 인자 낚시도 실컷 댕기고 땡잡았네.'라고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웃으면서 했던 똑같은 말을 울면서 듣게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수백만의 머리에 총알이 박혔지만 아무도 자기가 그 대상이 되리라는 걸 상상할 수 없는 이 짜릿한

러시안룰렛게임. 이미 1,300만 중에 840만이 비정규직이지만 아직도 내가 비정규직이 되리라는 걸

예상하지 않는 이제는 자본과 노동의 전선이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전선이 돼 버린 이 스릴

넘치는 치킨 게임."



"우리 사회에는 학번 없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그리고 그 학번 없는 사람들이 세상을 움직여 간다고

나는 믿는다. 학교를 떠나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도 아마 학번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학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한 번도 빛나는 자리에 서 보지 못한 사람들. 한 번도 스스로가 자랑스러워

보지 못한 채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들. 자신의 대에서 이루지 못한 학번의 꿈을 자식 대에서라도 이루기

위해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무모한 돌진. 그 무모함이 만들어 내는 온갖 왜곡되고 기형적인 현상과 구조들.

그건 우리가 바꿔야 할 모순의 가장 밑바탕이기도 하다."



"담당 검사님은 그러시더군요. 병원에서 폭력을 휘둘렀다면 사진을 찍어놨다고 고발을 하지 그랬냐고.

물론 노조 측에서도 사진을 찍었지요. 역시 카메라는 빼앗겨서 박살이 났구요. 그들 숫자가 훨씬 많았고

힘도 훨씬 셌으니까요. 그중 심하게 다친 조합원들 열 명이 전치 10일에서 4주까지 진단서를 첨부해

폭력을 주도했던 병원 측 관리자 스물한 명을 고발도 했구요.


그러나 처벌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더군요. 노조 측에선 열세 명이 사법 처리당하고 세 명이

구속되었는데도 말입니다. 새삼스럽게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되는 게 아니냐며 흥분하려는 건

아닙니다. 제가 겪은 법은 늘 그래 왔으니까요. 그걸 다시 한번 확인했을 뿐이었습니다. 아주 생생하게.

그래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하라는 검사님의 충고도, 목적이 아무리 옳아도 불법에 대해선 처벌할 수

밖에 없다는 판사님의 지엄하신 판결에도 얼른 고개가 끄덕여지질 않는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구구절절한 항소이유서를 쓰는 거구요."



"계란으로 바위치기래도 할 수 없고 대답 없는 메아리래도 어쩌겠습니까. 힘이 약해 만날 당하고

깨지기만 하는 약자들은 본능적으로 서로를 알아보고 그렇게라도 서로에게 힘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을.

조합원 대부분이 스물을 갓 넘은 아가씨들인 일흔여 명의 작은 노동조합. 병원 측의 잔인하고도 악랄한
 
탄압과 일상적인 폭력을 그들만의 힘으론 도저히 막아 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전 그들과 함께
 
했고 저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 노조가 지켜졌다면 전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낸 거라는 생각으로

오히려 가슴이 뿌듯합니다.


이 땅 어느 구석에선가 가난하고 힘없는 노동자가 탱크 앞에서 맨주먹으로 자기는 노예가

아니라고 외치며 대항할 때, 우리가 외면한다면 도대체 우린 무엇이란 말입니까
."

(1995년 동래봉생병원 노조파업과 관련, 3자개입, 집시법 위반 등으로 구속되었을 때의 항소이유서 중)



* 그리고 그녀, 김진숙의 크레인 위 유일한 소통의 끈 트윗.(@JINSUK_85)



"저는 지금 주익 씨가 앉았던 자리에 앉아 하루를 보내고, 주익 씨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 잠을 자고,
주익 씨가 살아생전 나지막이 봤던 세상의 모습들을 봅니다. 그리고 저는 주익 씨가 못해 봤던 일,
너무나 하고 싶었으나 끝내 못했던, 내 발로 크레인을 내려가는 일을 꼭 할 겁니다.
그래서 이 85호 크레인이 더 이상 죽음이 아니라, 더 이상 눈물이 아니라,
더 이상 한과 애끓는 슬픔이 아니라 승리와 부활이 되도록 제가 가진 힘을 다하겠습니다."







모두가 모두를 감시하고 테러하는 사회

지하철 막말남이 등장했다. 워낙 그런 류의 영상과 사진들이 많이 나도는 통에 그러려니 넘겼다가,

급기야 탈탈 털린 그의 신상을 먼저 보고서야 영상에 흥미가 생겼다.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전국민이 그의 이름, 나이, 소속, 주소를 알아야 되나 말이다. 영상이 도는 이분삼십초동안

욕을 해대고 삿대질을 해대는 그놈도 그놈이지만, 그보단 배경처럼 서있는 주변 사람들, 그리고

촬영하고 있을 사람이 더욱 거슬린다.


말 한마디 변변히 않고 멀뚱히 자리만 피해있는 사람들, 게다가 그 시간동안 숨죽인 채 어딘가에

은폐엄폐해서 촬영하는 사람은 어떤가. 어처구니없는 그놈의 행패질에 심장도 쪼그라들고

저러다 뭔일 나는 거 아닌가 싶어 다른 침묵한 사람들처럼 겁도 나면서도, 혹시 뭔가 조회수

잔뜩 올릴 '특종' 한건 했다거나 사회정의를 구현하고 있다는 저널리스트스러운 그런 '희열'이나

'보람'을 느끼고 있진 않았을까 두렵다.


언론의 파괴력, 그에 따른 책임을 질 준비가 되었나

그렇다. 두려운 거다. 모두가 스마트폰 따위로 무장한 1인 미디어시대라지만 과연 그들은 '언론'의

파괴력과 뒤따르는 책임을 의식하고 있을까. 타인들에게 텍스트나 이미지, 영상의 형태로 된 뉴스를

전달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저널리스트들은 그들의 직업 윤리가 있고 나름의 고민을 늘 물고 있다.

아무리 언론이 썩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들은 공식적인 기자 직함을 달고 사람들에 노출되어

있으니 기사를 올리거나 영상을 올리기 전에 법적인 부분을 검토하거나 최소한의 '직업윤리'로

자기검열을 하게 되는 거다. 그렇지만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일반인들은?

과연 저런 영상을 찍어 인터넷의 무한공간에 올리는 사람은, 타인의 인권에 대한 고민이라거나

파급효과에 대한 염려 따위는 했을까. 저지른 죄에 대해 자신과 사람들이 법과 제도를 대신해 직접

침을 뱉고 처벌하길 바라는, 빠르고 속시원한 응답을 원한다는 마음 뿐이었을 거다. 이런 식이라면

모두가 모두를 감시하고, 그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며 모두에게 호소하는, 그런 끔찍한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이미 숱하게 가십으로 소비되고 있지 않나.


오늘도 질세라, 욕쟁이할머니 기사가 떴다.



+ 사건전달과 개입 사이의 딜레마, 혹은 윤리는?

굳이 말을 보태야겠다. 1994년 퓰리처상을 받은 저 유명한 사진은 아프리카에서 굶주린 아이들이

내몰린 사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이가 죽기만을 기다리는 듯한 저 독수리는 금방이라도

달려들려고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 있는 거다. 촬영자인 케빈 카터는 이 사진으로 엄청난 후폭풍에

휘말렸는데, 아이를 먼저 구해야지 사진 촬영을 하고 있냐는 비판이었다. 실제로 그는 사진을 찍고

바로 아이를 구했다고 하지만, 거센 비판으로 인해 결국 자살하고 만다.


아프리카의 기아들이 놓인 상황을 널리 알리겠다는 직업적인 소명의식, 그의 사진이 세계에

가져오리라 충분히 기대되는 반향을 감안하면, 그에게 쏟아진 비판은 너무 가혹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는 촬영 직후 아이를 바로 구조했다. 그런데, 저런 '지하철 막말남', '쩍벌녀', '욕쟁이

할머니' 따위 유포되는 동영상은 뭔가. 재수없게 딱 걸린 한명을 단체로 다구리하고 찢어발기겠단

변태같은 욕망밖에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그들의 관심사는 박해받는 사람들이 아닌 거다.


과학기술은 너무나도 발달해버렸다. 누구나 만인에게 글을 쓰고, 사진을 보이고, 영상을 전달할

수 있는 그런 시대가 되어버렸다. 트위터니 블로그니 개인방송이니,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마이크를 쥐고 카메라를 들이대고 떠들어댈 수 있는 거다. 그렇지만 그들이 타인의 모습과

삶을 조각조각내서 남들 앞에 벌려놓는 그런 무자비하고 신(神)적인 작업에 걸맞는 의식과 경계심을

가졌을까. 그저 위태롭고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 뿐이다.



p.s. 일부 블로거들 역시, 파워블로거니 뭐니 이름을 팔아 상대를 위압하고 위세를 부리려는

케이스를 보았었다. 언론 같지도 않은 일부 광고찌라시같은 언론보다도 못한 행태들이다.





"송지선, 난 당신의 이야기와 슬픔을 헤아리기에는 정보도, 의지도, 그리고 기울일 여력도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서로 몰랐던 사람 그대로 스쳐갈 뿐, 미안합니다.

알고 싶지 않은 소식과 깜냥에 넘치는 사람들이 내 삶에 너무나 많습니다."



이쪽으로 와아~, 저쪽으로 와아~, 멍청이도 아니고 오지랖쟁이들이 왜 이리도 많은지.

세상에 사람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 떄가 있다. 예전이라면 내가 절대 얼굴도 이름도 모른 채

평생 신경안쓰고 지냈을 지구 반대편 사람들, 옆나라 사람들, 이 나라의 사람들.



내 삶에 영향을 끼치고 더러 괴롭히기 일쑤인 위정자나 Big Man들이야 어쩔 수 없이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지만, 그 밖에 몰라도 될 소식들, 딱히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까지

챙겨가며 미워하고 흥분하고 좋아하고 슬퍼하고, 그렇게 결국 즐기고 싶지는 않다. 변태도 아니고.



계속해서 대상의 이름만 바뀔 뿐, 내용은 동일하다. 먼저는 여자를 까더니 다음엔 남자다.

그전에도 여자와 남자가 있었다. 이지아, 서태지. 그 전에도 뭐, 캐면 계속 고구마줄기처럼 나온다.

대중의 이름으로, '공익'을 빙자하고 '알권리'를 빙자하며 애도와 정의를 빙자한 가학충동의 만족.


IU에 지친 남자: 심형래'감독'의 영화를 영화관에서 돈주고 본다는 건, 그것보다 진중권에 이빨을 드러내는 건 얼마나 천박하고 상스러운 짓인지. 불량품보고 불량품이라는데, 자기는 보고 싶지 않아 안 보겠다는데 뭘 잘못했지?



A: '불량품 논란에도 130만 돌파'라. 문화의 과잉소비이거나, 방학인데 애들볼 영화가 딱히 없고 해리포터 시리즈가 덜 재밌어졌다 해도 납득불가능한 수치. 근데 내가 왜 창피할까요.



A: 진중권이 대체
A: 뭐라했길래 난린가 볼라고 트윗 찾아보는데
A: 넘 많아

IU에 지친 남자: ㅋㅋㅋ
IU에 지친 남자: 별거 없어
IU에 지친 남자: 한번 불량품 판 곳 다시 안 간다고
IU에 지친 남자: 안 볼거라고
IU에 지친 남자: ㅋ

A: 그 한마디에
A: 그난리였어?
A: 이슈메이커로서는 대한민국 최고네
A: ㅋㅋ

IU에 지친 남자: 그니까
IU에 지친 남자: 근데
IU에 지친 남자: 그 영화를 보고 싶어 너는?
IU에 지친 남자: 영화관에서?

A: 아니
A: 디워도 안봤어
A: 그냥
A: 무관심

IU에 지친 남자: 좀 이해가 안 돼

A: 진중권이 돈받은거야.

IU에 지친 남자: ㅋㅋㅋㅋ
IU에 지친 남자: 노이즈마케팅?

A: 심형래가 제발 한마디만 해달라고

IU에 지친 남자: 하지만 이미 그 전에
IU에 지친 남자: 100만이 넘었다구

A: 헐

IU에 지친 남자: 그 싸구려 B급 영화에
IU에 지친 남자: ㅋ

A: 문화과잉소비.
A: 방학이고
A: 애들볼영화가 없었나...
A: 해리포터가 재미없어서?
A: ㅋㅋㅋ

IU에 지친 남자: ㅋㅋㅋㅋ
IU에 지친 남자: 기껏 진중권 까는 게
IU에 지친 남자: 니가 영화를 만들어봤냐
IU에 지친 남자: 영화만든 심형래의 고충을 아냐
IU에 지친 남자: ;

A: 영화평론가도 아닌게 왜그러냐며.ㅋㅋ

IU에 지친 남자: 아 정말? 그럼 자기들은 왜 떠드나..
IU에 지친 남자: 근데 진중권 미학자자나..;;;; 영화의 미학을 이야기한 거 아냐?ㅋ

A: 애국심에 불을 질렀다기에도, 헐리우드만 가고 해외 수출만 노린다면 전부 먹어주나.

IU에 지친 남자: 심형래 나온 영화에 대한 향수로 해석해야 할까.
IU에 지친 남자: 뭐, 디워를 빼고 생각하면
IU에 지친 남자: 그의 계보는 분명히 있지
IU에 지친 남자: 우뢰매 영구와 땡칠이 따위

A: 그치만 그런 향수를 수백만이 자극받는다고?

IU에 지친 남자: 그것도 아무래도 아닌 거 같지? 이건 미친 거야
IU에 지친 남자: 그냥
IU에 지친 남자: ㅋ

A: 우리나라는 미친나라자나
A: 지금 130만이 넘었대
A: 후덜덜이다.

IU에 지친 남자: 응
IU에 지친 남자: 진짜. 쪽팔리다

A: 영화는 안봤지만
A: 안봐도 뻔하긴 하니.ㅋ


IU에 지친 남자: 천박하고 상스럽고
IU에 지친 남자: 보는 거 자체까지 뭐라 할 수야 없지만, 결과적으로 그게 백만이 훌쩍 넘는단 거
IU에 지친 남자: 게다가 진중권 한 마디에 미친 듯이 달겨들어 입닥치라고 비난하는 거




* 약간의 재구성을 거친, 배부른 오후의 객쩍은 한담.

매년 쓸 다이어리를 고르는 건 꽤나 중요한 연말 이벤트 중 하나.

무려 일년 동안 들고 다니며 일정을 챙기고 감상을 끼적일 수첩이니 그 짜임새나 편리함을

심사숙고해서 골라야 하기도 하고, 다이어리가 이뻐야 일년 내내 챙겨다니며 쓸 의욕이 생기기

때문이기도 하다.


올해 들고 다니는 건 만년필 회사 워터맨에서 받은 노란색 가죽의 두툼한 다이어리.

4, 5월까지만 해도 하루에 할당된 공간이 모자라다고 툴툴거리며 빼곡하게 채웠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이가 빠지더니 이젠 급기야 듬성듬성 헐벗어버렸다.


문득 펼쳐본 다이어리가 근 반달 가까이 순결하게 남아있어 살짝 충격. 당장 추석 연휴에

어디어디를 다니며 뭘 했는지도 제대로 기억하기 힘든 상황인데, 씌여진 기억이나마

남아있지 않으면 헛 살아버린 듯한 망연함.

9월 마지막 주가 시작되기 전 다시 바싹 조여매는 정신줄.


(사실은 트위터나 블로그 같은 공간에 글을 끄적거리면서 다이어리에까지 글자를 새겨넣을

욕구나 열정이 조금은 식어버린 탓도 크지 않을까 싶다.)






진중권(@unheim)은 "허영만 화백의 선견지명? 이 만화가 2003년 거라니... 이 분, 돗자리 까셔도 되겠네요."

지인(@tradepoli**)은 "저 강을 아끼는 사람들의 심정으로.."라며 답답함을 호소하며 리트윗을 했고,

나(@ytzsche)는 "이미 2003년에 상식이 되어가던 이야기, 그치만 2010년엔 낯설어지고 만 이야기."라며

프레시안에 오른 기사를 재트윗. ( 허영만 화백의 예언? <식객> 한 장면, 4대강 논란과 흡사 )



어제 4대강에 대한 피디수첩을 보면서도 계속 분통이 터졌댔다.

"아니 정말, PD수첩에서 하는 얘기 누가 몰랐나. 별거 없잖아. 상식적인 차원의 비판과 온건한 수준의 문제제기일

뿐이다. 그 정도의 제도권내 비판조차 이런 우여곡절을 거친다는 사실이 더 비극이다. 우리 가족 모두 총평은

싱겁다, 라는 것."

"솔직히 정권과 언론상층부에서 그토록 무리하게 방송을 금지시켰길래 대체 뭐가 있나 했었다. 근데 이건

너무나 상식적이자나. 그들은 '상식'의 기준을 어디까지 끌어내리고 싶은 걸까."


그 답을 보여주듯, 2003년 허영만 화백이 기록한 '상식화되어가던' 당대의 (준)상식. 2010년 지금은 오히려

그 방향이 뒤집어진 채 상식이 비상식의 낯선 영역으로 내몰아지고 있다.



그 와중에 다른 트윗 친구분(@vleee**)은 "오늘로 이명박대통령의 임기가 절반을 채웠답니다!! 이제????"

라며 경악하고 말았다는 전설같은 이야기. 아, 슬프다.



"아이폰 함부로 던지지 말아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아이폰보다 똑똑한 사람이었느냐"


아이폰이 생겼고, 노조미와 미도리와 핑크와 무적핑크와 핑클과 피클을 거쳐 '피그'라는 이름이 붙어 버렸다.

꿀꿀 돼지가 울음우는 벨소리가 있었음 딱이었을 텐데, 아쉽게도 아직 벨소리는 개소리. 반갑다고 멍멍멍.


그리고 막 재미붙이기 시작한 트위터(@ytzsche).

이걸 어떻게 써야 재밌게 쓸 수 있을까 아직 잘 모르겠지만, 단문 나름의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 슬금슬금.




사고 원인#1.

점심시간, 47층에서 탄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다 고장나 멈춰서버렸다. 왠지 오늘 출근하기가 싫었었다.

화장실을 들를까 하다가 남자라서 참기로 했었다. 


사고 경과#1.

근 스무명이 바글대며 탄 엘리베이터가 크게 한번 출렁이곤 조금, 추락한다! 외칠 맘이 슬금 들려다가 말았다.

멈춰버렸다. 다행히도 전부 같은 회사 사람들, 예기치 못한 '조난' 앞에서 얼결에 업되고 말았다.


대응 방안#1.

우리 이거 돌아가며 숨쉬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티비에서 보니까 엘리베이터 안에 공기가 부족해진단 건 뻥이래요.

그치만 여긴 사람이 꽉 차 있어서 아무래도 공기도 안 좋아지고 이산화탄소 농도도 높아질 거 같아요.

그러고 보니 머리가 아프네요. 돌아가며 숨쉬어 볼까요.


대응 방안#2.

다같이 살짝 발을 구르면 1층까지 내리닫지 않을까요.

그러다가 훅 가지 않을까요. 티비에서 이럴 땐 어떻게 탈출하라던가요.

그래도 40층쯤에서 멈췄으면 더 무서웠을 텐데, 여긴 떨어져도 안 죽겠는데요.

아무리 2층에서 멈췄다곤 해도 지하3층이 바닥이니 죽기엔 차고 넘치는 높이라구요.


사고 경과#2.

점심 약속을 취소하는 전화를 제각기 걸기 시작했다. 조그만 금속상자 안에서 윙윙대며 튀어다니는 말소리들,

누가 누구와 통화하는지 모를 지경까지 끓어올랐다가 '짬밥'의 역순으로 하나둘 입을 닫았다.


사고 원인#2.

그러고 보니 엊그제 꿈이 굉장히 흉흉했어요. 내용은 이야기하기 그렇지만.. 

어 그래요? 엘리베이터는 안 나왔었죠? 아님 김전일이라거나 명탐정 코난이 나왔다거나.

저는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는 꿈을 꿨었어요.

로또는 사셨나요? 꿈에 번호가 안 보이면 그냥 맘가는 번호로 찍음 된다던데.


네가티브 씽킹#1.

왜 하필이면 점심시간에 고장나가지고, 밥도 못 먹게 말이에요.

출근시간이나 업무 중에 고장났으면 좋았을 텐데.


사고 원인#3.

지금 복구중이며 씨씨티비로 지켜보고 있으니 안심하세요, 란 관리직원의 인터폰에 음모론 급부상.

사람들을 삼십분째 가둬놓고 어떻게 반응하나 보려는 건 아닐까요.

이거 고치는 사람들 밥먹고 와서 고쳐줄 생각인 건 아닐까요.

5분마다 반복되는 멘트가 꼭같은데 녹음된 거 틀어놓은 건 아닐까요. 씨씨티비 부실까요.


네가티브 씽킹#2.

왜이리 사람이 꽉 차있을 때 고장이 난 걸까요. 다리 아픈데 앉을 수도 없잖아.

남녀 두 명이 이렇게 오래 갇혀 있었으면 커플 하나가 탄생하는 기적이 벌어졌을 텐데, 너무 많네요.


사고 경과#3.

차장님은 '마눌'에게 문자를 보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하셨고, 유력하게 예상된 '고맙다'는 답문.

보험을 여러개 들어두었다는 부장님은 휴대폰으로 묵묵히 바둑을 두기 시작하셨다.


포지티브 씽킹#1.

그래도 퇴근 시간이 아닌 게 다행이네요. 퇴근시간 늦어지는 게 세상에서 제일 짜증나.


사고 경과#4.

언제부턴가 전화기 안테나는 꼴딱꼴딱 죽었다 살았다 하고 있었다. 이쪽의 말을 저쪽으로 옮기지 못하는

전화기에 대고 '안들리죠' 이러고 끊는 차장님의 말투에 어찌나 비애가 짙게 묻어나던지.


사고 경과#5.

거의 삼십오분동안 갇혀있다가 탈출에 성공했다. 1층 문과 아귀가 맞지 않아 무대에서 내려서듯 엘리베이터

밖으로 뛰어내려섰다. 점심시간은 반토막났고, 점심 대신 색소폰 섭을 반토막내고서는 맘이 몹시 상해버렸다.


오늘의 교훈#1.

화장실 참으면 병 생긴댔는데, 옛말 그른 거 하나 없다.

엘리베이터에 조난당하면 트위터가 하고 싶어진다. 아놔 아이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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