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쓸 다이어리를 고르는 건 꽤나 중요한 연말 이벤트 중 하나.

무려 일년 동안 들고 다니며 일정을 챙기고 감상을 끼적일 수첩이니 그 짜임새나 편리함을

심사숙고해서 골라야 하기도 하고, 다이어리가 이뻐야 일년 내내 챙겨다니며 쓸 의욕이 생기기

때문이기도 하다.


올해 들고 다니는 건 만년필 회사 워터맨에서 받은 노란색 가죽의 두툼한 다이어리.

4, 5월까지만 해도 하루에 할당된 공간이 모자라다고 툴툴거리며 빼곡하게 채웠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이가 빠지더니 이젠 급기야 듬성듬성 헐벗어버렸다.


문득 펼쳐본 다이어리가 근 반달 가까이 순결하게 남아있어 살짝 충격. 당장 추석 연휴에

어디어디를 다니며 뭘 했는지도 제대로 기억하기 힘든 상황인데, 씌여진 기억이나마

남아있지 않으면 헛 살아버린 듯한 망연함.

9월 마지막 주가 시작되기 전 다시 바싹 조여매는 정신줄.


(사실은 트위터나 블로그 같은 공간에 글을 끄적거리면서 다이어리에까지 글자를 새겨넣을

욕구나 열정이 조금은 식어버린 탓도 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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