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이전이라고 네이버니 다음의 포털 대문 기사들이 쓸만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예능프로그램 독후감같은 글에 인터넷 짤방에 대한 소감문같은 글에, 내용과는 동떨어진 자극적인 낚시성 제목들까지.


그렇지만 지금은 또 차원이 달라졌다.

종편 4개국이 개국하고 나니 이건 도대체. 흔히들 하는 말로 '찌라시' 수준의 막장을 보여주는 쓰레기 기사들, 정말

전파낭비 온라인공간낭비 인력낭비 에너지낭비란 생각밖에 들지 않는 것들인 거다. 도무지 안 되겠어서, 네이버 대문에

마이뉴스를 설정하기로 했다.

누군가 말했듯, 조선, 중앙, 동아, 매경, 연합 따위가 보수지라 싫은 게 아니다. 보수든 뭐든 그들이 걸치고 있는 안경과

정치색은 인정할 수 있고 가끔은 읽어줄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들이 상식에 부합하고 언론으로서의 균형과 역할에

충실하려 할 때의 이야기다.


그저 자신들의 이해 관철을 위해 현실을 곡해하고 여론을 왜곡하며 펜대를 굴리는 쓰레기들, 그딴 건 언론이 아니다.

이제 좀 그나마 깔끔하게, 내 취향과 상식에 맞을 법한 대문을 볼 수 있을 듯. 사실 이게 최선은 아니지만.







KBS를 두고 김비서니, 정권의 나팔수니 말이 많지만 결국 최근 도청의혹 사건과 관련해 2000년 이후

입사자들이 실명으로 연서를 작성하며 해명을 촉구하고 나섰단다. 아무리 그래도 젊은 직원들은

여전히 강건하구나, 싶기도 하고 나라면 어땠을까 찔끔하기도 한다.


입사한지 10년이 채 안 된, 적게는 입사 1,2년차일 그들이 나서서 회사의 최고경영층에 집단으로

반발하며 할 말을 하는 상황이란 건, 굉장히 큰 용기가 필요했을 거다. 인사상 불이익은 물론이고

집단해고사태가 또 오지 말란 법도 없는 너절한 상황이고 보면 그들이 더욱 돋보이는 거다.



문제는, 이런 이들의 행동이 제대로 보도도 되지 않고 묻혀버린다고 할 때. 그렇게 각개격파되고


숨통이 조여져 KBS가 정권의 나팔수로 고착되는 게 최악의 상황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응원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게 그 젊고 싱싱한 분노와 의지를 꽃피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                                                           *                                                   *


박대기 기자등 "영혼없는…굴욕 못참겠다" 폭발(미디어오늘)


2000년~입사 KBS 기자 166명 "사장·본부장 모든걸 걸고 도청의혹 답하라"

[0호] 2011년 07월 21일 (목)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민주당 당대표실 도청 의혹 사건에 자사 기자가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는 KBS의 젊은 기자들이 집단 연서명으로 작금의 굴욕적인 현실에 개탄하며 김인규 사장과 고대영 보도본부장 등 KBS 수뇌부를 상대로 명쾌한 해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강규엽, 고진현, 김경진, 김명주, 류석민, 박대기, 박효인, 범기영, 유동엽, 이하늬, 조정인, 허솔지 등 2000년 이후 KBS에 입사한 기자 256명 가운데 166명은 21일 오후 각각의 실명을 밝힌 성명을 내어 민주당 대표실 도청 의심을 받고 있는 현실에 참담함을 쏟아냈다. 이들은 “도청 의혹 사건이 터져나온 지 벌써 한 달이 돼 가는 동안 KBS에는 긴 침묵만이 흘렀다”며 “부끄럽고 참담하기 짝이 없다”고 탄식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방식의 도청은 없었다’, ‘제3자의 도움이 있었지만 취재원 보호를 위해 밝히지 않겠다’는 KBS의 해명에 대해 이들은 “참으로 옹색함을 넘어 어처구니 없을 정도”라며 “취재원의 말 한마디, 한마디의 의미를 읽어내는 훈련을 받은 우리가 봤을 때 이건 정말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런 해명이 되레 불신만 키운다는 것.

이들은 그간 취재현장에서 조롱과 비아냥을 받아야 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이들은 “KBS에 대한 여론은 그야말로 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하다”며 “공영방송 KBS는 처절하게 무너졌고, 피해는 고스란히 일선 취재 기자들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취재현장에서는 “KBS 너희들이 그렇지 뭐, 영혼 없는 기자들아 딴 데 가서 취재하라”는 조롱 뿐 아니라, 심지어 취재현장에서 쫓겨나는 경우도 있다고 이들은 전했다.


지난 2008년 9월3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에서 KBS 입사 1~9년차 기자들이 방송장악 규탄과
이병순 사장 반대 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했던 모습. ⓒ프레시안 자료사진


사정이 이런데도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KBS에 대해 이들은 “첨예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팩트 확인 없이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말을 하는 후배가 있을때, 제대로 된 선배라면 ‘네가 기자냐? 팩트 확인해!’라며 일갈을 했을 것이며, 그게 정도(正道)”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들은 “사회의 부조리와 비리를 파헤쳐 고발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인 언론사가 정작 자신의 문제는 수사기관의 입에만 의존하겠다는 굴욕적인 작태를 지금 KBS 수뇌부들이 몸소 보여주고 있다”며 “소인배들이나 할 짓”이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더 이상 이런 불편한 침묵과 굴욕을 참지 못하겠다”며 김인규 사장과 기자 조직을 책임지는 고대영 보도본부장에게 다음의 질문에 떳떳하게 답하라고 촉구했다.

“KBS 구성원 중 민주당 대표실을 도청한 사람이 있는가?”
“KBS 구성원 중 민주당 대표실 회의녹취 내용을 한나라당에 건네준 사람이 있는가?”
“민주당 대표실 회의 녹취록 작성에 결정적 도움을 준 제3자가 있다면 누구인지 명백하게 밝혀라”

이들은 이 질문에 대해 없으면 ‘없다’, 있으면 ‘조직의 수장으로서 즉시 책임지겠다’는 분명한 답변을 원한다며 이 답변에 김인규 사장과 고대영 보도본부장은 직을 포함한 모든 것을 걸라, 그래야만 KBS가 살 수 있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2000년 이후 입사한 기자 166명이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김인규 사장-고대영 보도본부장, 모든 것을 걸어라!>


민주당 대표실 도청 의혹 사건이 터져나온 지 벌써 한 달이 돼 간다. 그동안 KBS에는 긴 침묵만이 흘렀다. 부끄럽고 참담하기 짝이 없다. 김인규 사장을 비롯한 KBS 수뇌부 어느 누구도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도청 의혹 사건에 대해 지금까지 KBS가 내 놓은 해명은 참으로 옹색함을 넘어 어처구니 없을 정도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방식의 도청은 없었다” “제3자의 도움이 있었음을 부득 불 확인하지만 취재원 보호를 위해 밝히지는 않겠다” 또한 애매모호한 해명의 주체 역시 경영진은 보도본부로, 보도본부는 정치외교부로 떠넘기고 있다. 취재원의 말 한마디, 한마디의 의미를 읽어내는 훈련을 받은 우리가 봤을 때 이건 정말 말장난에 불과하다. 정녕 KBS 수뇌부는 세상 속 여론을 모른단 말인가? 이런 해명으론 의혹 해소는커녕 불신만 키울 뿐이다. 언제까지 ‘언론자유나 취재원 보호’ 운운하며 사무실 뒤에 숨어 있을 셈인가?

지금 KBS에 대한 여론은 그야말로 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하다. 한달 가까운 침묵과 애매모호한 해명으로 일관하는 사이, 공영방송 KBS는 처절하게 무너졌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선 취재 기자들의 몫이다. 당장 취재현장에서 “KBS 너희들이 그렇지 뭐, 영혼 없는 기자들아 딴 데 가서 취재하라” 이런 식의 조롱과 비아냥이 들려오고 있다. 심지어 취재현장에서 쫓겨나는 경우도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회사는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만을 되풀이 하고 있다. 만약 첨예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팩트 확인 없이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말을 하는 후배가 있다면, 제대로 된 선배라면 “네가 기자냐? 팩트 확인해!”라며 일갈을 했을 것이다. 그게 정도(正道)다.

더구나 사회의 부조리와 비리를 파헤쳐 고발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인 언론사가 정작 자신의 문제는 수사기관의 입에만 의존하겠다는 굴욕적인 작태를 지금 KBS 수뇌부들이 몸소 보여주고 있다. 소인배들이나 할 짓이다.

우리 기자들은 더 이상 이런 불편한 침묵과 굴욕을 참지 못하겠다. 김인규 사장, 그리고 KBS 기자 조직을 책임지는 고대영 보도본부장은 자신들의 직책을 걸고 다음 물음에 떳떳이 답하기를 요구한다.

1. KBS 구성원 중 민주당 대표실을 도청한 사람이 있는가?
2. KBS 구성원 중 민주당 대표실 회의녹취 내용을 한나라당에 건네준 사람이 있는가?
3. 또 민주당 대표실 회의 녹취록 작성에 결정적 도움을 준 제3자가 있다면 누구인지 명백하게 밝혀라.

우리 기자들은 이 질문에 대해 없으면 “없다”, 있으면 “조직의 수장으로서 즉시 책임지겠다”라는 분명한 답변을 원한다. 다시 한번 요구한다. 이 3가지 답변에 김인규 사장과 고대영 보도본부장은 직을 포함한 모든 것을 걸어라! 그래야만 KBS가 살 수 있다.

2011년 7월 21일 2000년 이후 KBS 입사 기자들 (가나다순)

강규엽, 강수헌, 강재훈, 강정훈, 고순정, 고은희, 고진현, 공웅조, 곽선정, 구경하, 국현호, 권태일, 기현정, 김가림, 김경래, 김경진, 김기중, 김기현, 김나나, 김대원, 김도영, 김동욱, 김명주, 김문영, 김민경, 김민아, 김민철, 김상민, 김석, 김선영, 김성주, 김성현, 김승조, 김시원, 김연주, 김영은, 김영인, 김용덕, 김웅, 김재노, 김정은, 김종수, 김준범, 김지선, 김진화, 김진희, 김태석, 김태현, 김해정, 김현태, 노윤정, 류란, 류석민, 류성호, 박경호, 박대기, 박미영, 박상현, 박상훈, 박선우, 박수현, 박예원, 박장훈, 박중석, 박현, 박효인, 박희봉, 백미선, 범기영, 변성준, 변진석, 서재희, 손은혜, 송명훈, 송명희, 송민석, 송수진, 송현준, 송형국, 신봉승, 신지원, 심각현, 심인보, 안다영, 양민효, 양성모, 엄기숙, 연봉석, 오광택, 오수호, 우동윤, 유동엽, 유승용, 유용두, 유지향, 윤나경, 윤영란, 윤지연, 윤진, 은준수, 이경진, 이광열, 이만영, 이소정, 이수정, 이수진, 이승준, 이승준, 이이슬, 이재교, 이재석, 이재섭, 이정민, 이정은, 이정화, 이종영, 이종완, 이중근, 이진석, 이진성, 이진연, 이철호, 이하늬, 이호을, 이효연, 임명규, 임재성, 임종빈, 임주영, 임태호, 임현식, 장성길, 정성호, 정수영, 정아연, 정연욱, 정영훈, 정윤섭, 정창화, 정현숙, 정홍규, 조경모, 조승연, 조정인, 조지현, 조태흠, 지형철, 진정은, 차정인, 천춘환, 최경원, 최광호, 최대수, 최만용, 최세진, 최지영, 최형원, 최혜진, 한규석, 한승연, 한주연, 허솔지, 홍석우, 황재락, 황현규, 황현택


 

* 얼마전 여의도에 있는 '동아원'이라는 기업의 대표이사를 인터뷰하고 쓴 기사 하나.

딱히 제대로 된 기사라긴 어렵고 꼭지도 '화제의 무역인'이어서 아무래도 말랑말랑한

내용일 수 밖엔 없었지만 그래도 기사체의 글은 또 오랜만이었다.


월간 무역
_화제의 무역인 2월호

동아원 이창식 대표이사

 

한국형 카길의 비전과 장수기업의 DNA가 만났을 때

동아원 이창식 대표이사

 

밀가루 음식이라 하면 자연스레 빵, 피자 등 서양 음식을 떠올리기는 쉽지만, 정작 세계 최고 품질의 밀가루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반세기동안 지켜온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 곳곳으로 시장을 넓혀나가며 한국 제분업계의 선진화를 이끌고 있는 동아원(http://www.dongaone.com)의 이창식 대표이사를 만났다.

 

동아원은 한국의 장수기업 중의 하나로 1953년 조선제분주식회사 설립 이후 국내 식문화 개선과 식생활 창달을 위해 앞장서온 대표적인 제분사료 제조 기업이다. 한국의 제분사료업은 산업의 특성상 수출이 힘들어 내수 시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오랜 세월 안정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을 구가해온 기업이라면 어느 정도의 보수성과 나태함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하얗게 얼어붙은 도시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여의도 63빌딩의 54층 사무실에서 만난 이창식 대표는 뜨거운 열정과 패기만만한 목소리로 그런 지레짐작을 단번에 녹여버리고 말았다. ‘2015, 매출 1조원의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야심찬 비전 하에서,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동아원의 노력이 벌써부터 어떤 성과를 보이는지 확인한 자리였다.

 

한국형 카길을 꿈꾸는 기업

 

동아원은 밀가루를 비롯해 프리믹스 등 210개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특히 프리믹스는 일본 유수의 식품회사로 지속적으로 수출되고 있는 대표상품이다. “제분과 사료업은 원자재를 국외에서 수입해 국내로 들여와 생산하기 때문에 이를 해외로 운반비 등을 들여 수출하기는 어려운 산업입니다. 게다가 일본은 소비자들의 입맛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곳인 데다가 한국과 동일한 제분산업 구조를 갖고 있어 우리 상품의 가격경쟁력 또한 높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일본 시장을 뚫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세계 최고의 제분 기술력과 품질을 믿었고, 결과로 보상받았습니다.” 이창식 대표는 프리믹스 등 기초 식자재를 해외로 수출하는 비중이 아직은 크지 않지만 앞으로 동아원이 나아갈 길은 내수 시장을 넘어 해외시장 개척과 품질 고급화에 있다고 말한다.

 

제분산업과 더불어 동아원의 중심사업은 사료산업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2007년 사료업체를 인수한 이래 그야말로 숨가쁘게 달려왔다. 현재 양돈과 양계, 양어, 양견, PET 등의 분야에서 310개의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으며, 작년에는 최초로 말레이시아에 양어사료를 수출하는 등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수출 계약이 잇따르고 있기도 하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넘어 중국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과제입니다. 날로 고도화, 서구화하는 중국 소비문화의 추이를 볼 때 애완견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유기농 애완견사료 등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주효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동아원은 전세계 약 47개국에 애완견 사료를 수출하는 ‘ANF’라는 유명한 글로벌 브랜드를 인수해 그 때를 준비하고 있다. 이렇듯 철저한 분석과 대응책 마련을 통해 중국과 캄보디아 등을 중심으로 수출 확대를 꾀하는 한편 현지에 직접 공장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현지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선진국형 해외자원개발방식의 창조적 변용

 

동아원은 재작년 비전선포식에서 ‘2015, 매출 1조원의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현재 제분과 사료사업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95%를 차지하고 있는 구조를 바꾸어, 해외 사료사업의 비중 확대, 해외자원개발과 고급 유기농 브랜드 개발 등을 통해 절반이 넘는 매출을 중심사업 이외에서 이끌어내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한 품질 고급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 인수 등 마케팅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이는 곧 내수 중심의 사업구조를 해외로 확대하여 매출 증대와 사업의 안정성은 물론, 국내의 대표적인 글로벌 복합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과감하고 거침없는 선언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특히 주목해 볼만한 만한 부분은 동아원이 해외자원개발에 나서는 방식이다. 캄보디아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동아원은 앞선 기업들이 그랬듯 옥수수나 밀 등 원재료를 생산하는 농장부터 확보하려 들지 않았다. 현지 주민의 반발만 불러일으킨 무수한 실패 사례와는 반대로 옥수수와 밀을 가공하기 위한 공장부터 짓기 시작했고 작년 5월에 건조장 설비가 완공되었다. 이는 일본의 성공적인 해외자원개발 방식을 눈여겨보고 벤치마킹한 것으로, 가공 단계의 역순으로 진출하며 현지 주민과의 신뢰를 쌓아가기 위한 것이다. “우선 공장부터 짓고, 현지 주민들의 신뢰를 쌓고 나면 원재료 수매를 담당하고, 그러다가 나중에는 농장을 직접 확보하는 형태가 되어야 합니다. 불필요한 갈등과 오해를 막고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습니다.” 동아원은 한국 제분사료산업에 적합한 선진국형 사업형태를 스스로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인간을 이롭게
, 자연을 이롭게

 

우리는 새로 짓는 건물마다, 공장마다 1층에는 체력단련실을 꼭 마련해 둡니다.” 쉼없이 동아원의 신산업분야와 성장전략을 이야기하던 이창식 대표가 문득 웃으며 말했다. “결국 동아원은 사람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먹거리를 책임지는 기업이고, 그만큼 더 사람 중심의 마인드가 체화되어 있는 기업이니까요.” 체력단련뿐 아니라, 동아원은 외부 전문가들의 영입은 물론 각 사업부별 학습조직을 체계화해 전문가 양성에 힘을 쏟고 있기도 하다. 교육으로 그치지 않고 사업계획과 전략에 실제로 적용, 확장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는 동아원의 경영이념인 인간을 이롭게, 자연을 이롭게라는 문구에 응축되어 있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경영이념은 기업으로 당연히 해야 할 것을 하는 것뿐이라며 말하기 조심스러워하는 CSR,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분야에서도 드러난다. 캄보디아에 매년 봉사활동을 떠나 학교시설 등 공공시설물을 지어주고, 창립기념일 등에 정기적으로 불우이웃을 돕는 활동도 벌이고 있는데 앞으로 더욱 활동을 늘려갈 예정이다.

 

새로운 반세기를 준비하는 자세

 

이창식 대표의 올해 다짐은 남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고, 조금 더 책을 읽으며, 조금만 더 자기 계발에 노력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대표의 올해 바람은 동아원 직원 모두가 자신과 함께 이런 노력을 기울였으면 하는 것이라고 했다. 동아원 역시 조금 일찍 미래를 내다보고, 조금 더 연구개발에 매진하며, 조금만 더 해외시장 진출 및 품질 고급화에 박차를 가한다면 ‘2015, 매출 1조원의 글로벌기업의 비전은 조금 더 앞당겨 달성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나중에 '지 말 묘하게 바꿔가며 논점을 흐리네 어쩌네'하는 말 나오지 않는 정도로 이전 글,

'키작은 남자가 루저'라는 말도 못하게 하는 하이에나들. 을 요약해 본다.


"'키작은 남자는 루저'라는 발언에 집요하게 해명을 요구하고 뒤를 캐는 것, 후속보도가 줄줄이 나오는 게 우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뻔뻔하거나 '독특하구나' 이러면 되지 그렇게 흥분할 일인지 모르겠다. '미수다'같은 오락물, 그리고 그런 오락물 출연자에. 물론 덜 자극적이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었겠지만, 어쨌든 자신의 이상형, 취향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했다고 봐줄 수는 없을까. 내 상식에 반하고 불쾌하지만 그러려니 하지 뭐, 이렇게 여유있게 넘어갈 줄 수는 없냐고 묻는 거다.

그녀의 발언으로 갑자기 '루저' 인증되는 것도 아니고(방송에 나와 한마디하면 그 말이 대번 진리가 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여자들도 세뇌되듯 '키작으면 루저구나' 생각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만약 이미 그런 분위기와 시각이 엄존한다면 이번 일로 그런 전반적인 기풍을 지적해야지 일 개인을 깐다고 해결될 문제는 더욱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계속 기사를 업데이트하고 재생산하는 기자들, 그녀를 비방하고 인신공격하는 악플러들, 심지어는 개인정보와 방송 후 후속 움직임까지 포스팅하는 사람들까지, 굉장히 가학적이고 비겁한 반응들이라고 생각한다. 전혀 생산적이지 않게 감정을 촉발하고 해소하는 대응들은 결국 인터넷 자원과 대중의 관심을 소모시키는 좋은 수단으로 쓰일 수 있지 않을까."



댓글들이 꽤나 많이 달렸지만 미처 다 댓댓글을 달지 못하는 점은 양해해 주시면 좋겠고, '하이에나'와 '열폭'

이란 단어에 자극받은 분들이 적지 않은 거 같은데 매 문단마다 언론의 부추김, 선정적인 재생산을 지적했고

이른바 '하이에나' 중 맨 앞에 기자를 언급했던 것처럼 주로 그쪽에 맞춰진 비난이었다. 물론 일부 '한량과

불만증환자들'에 대한 비난인 것도 분명하다. 그냥 어이없네, 라는 댓글 하나 단 사람이 아니라 집요하게

적극적으로 물고 늘어지는 댓글러들 말이다.


댓글들을 보면서 좀 어지러웠다. 워낙 입장들도 다르고 온도차도 커서, 게다가 중간중간 글을 제대로 읽고서

다는 건지조차 알 수 없는 쌩뚱맞은 댓글과 욕으로 도배된 댓글까지. 때론 꽤 설득력있고 새롭게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주신 댓글도 있었는데, 바로 답을 못했을 뿐이지 의도적으로 무시한 건 아니니 이해해 주시길.

어떤 글을 올린다 해도 모든 댓글다신 분들에 대한 적확한 댓댓글이 될 수는 없을 거고, 일부 댓글러들에

해당하는 댓댓글삼아 질문지를 올려본다. 혹은 이번 일로 생각해 볼만하지 않을까 싶은 문제들이기도 하니,

그냥 한번 같이 생각해 보면 좋겠다.

Q1. 오락물 프로그램의 '키 작은 남자는 루저' 발언 하나가 있었습니다. 이 발언으로 '키작은 남자'에 대한 없던 편견이 생겨날까요, 혹은 존재하던 편견이 강화될까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오락 프로그램 출연자의 발언이 갖는 실질적 영향력, 파급력이라는 것을 너무 과장해서 생각하는 건 아닐까요.

Q1-1. 어쩌면 분노하는 몇몇 분들이 말씀하셨듯 애초 품고 있던 키에 대한 열등감이나 패배감을 건드린 게 문제인 건 아닌지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방송에 발언이 나갔으니만치 욕먹을 짓 자초한 거긴 하지만, 지금처럼 매체마다 실시간 보도하는 수준으로 커져버리는 게 '비례의 원칙'에 부합할까요.

Q1-2. 실제 대부분 누리꾼들의 '루저 놀이'는 그녀의 발언을 희화화하고 희롱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냥 놀림감으로 소비되는 것일 뿐이겠지만, 그것 역시 너무 가혹하고 비겁한 일이라고 생각지는 않으시는지요?

Q2. 기분이 나쁘지 않을리야 없지만, 그 발언자를 집요하게 '단죄'하고 사과를 받아내는 것 말고 다른 식으로 풀 수는 없을까요? 취직시, 만남시 키와 같은 외모를 따지는 사회 분위기라는 게 단순히 말로 내뱉지 못하게만 아우성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말이죠.(단순히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여주는 댓글 하나 단 행위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파장을 재생산하고 반응을 키우는 언론, 몰입해서 개인정보를 드러내고 생중계하는 몇몇 사람들, 기본적으로 입에 담지 못할말부터 하고 보는 악플러들 말입니다.)

Q3. 오락물 프로그램과 그 출연자는 시청률과 관심을 끌기 위한 자극성 떡밥을 쉼없이 던지는 게 상례입니다. 더구나 오락 프로그램 촬영시엔 우선 자유로이 발언하고 정교하고 의도적인 편집에 따라 적당한 수준에서 정돈되도록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갈수록 그런 '선'을 넘는 방송들이 빈발하고 있죠. 시청률 경쟁입니다. 오히려 문제는 방송사에 겨눠져야 하는 거 아닌지요?

Q기타. 한국에서 쓰이는 '루저'라는 단어가 미국 본토에서 쓰이는 'loser'와 같은 의미를 가질까요? 초등학생들도 세워대는 세번째 손가락의 의미가 미국의 그것과는 다르고, 이미 '장기하'라는 가수의 등장 때 루저문화의 등장이니 어떠니, 나름의 사회적 용례와 의미가 부여된 건 아닐까요. (그녀의 '루저' 발언을 옹호하려는 게 아니라, 그 단어 자체의 의미에 집중하는 분들이 있어서 생각해 본 질문입니다.)

몇 가지 미처 더 정리하지 못한 생각해 볼 법한 문제들이 있겠지만, 이 정도로 총총.

어제 댓글달아주시던 분들-특히 입에 걸레무신 분들-전부 뭐하시는지.


어떤 티비 프로그램에 나온 여대생 하나가 키가 작은 남자는 '루저(loser)'라고 했댄다. 그리고 인터넷과 해당

프로그램 게시판이 난리가 났다. 포털마다 '키작은 남자는 루저 파문' 어쩌구 하면서 아주 신났다. '키작은

남자는 루저'라는 말 한마디에 모두 열폭중이시다. 루저라는 단어에 예민하거나, 아니면 '남자의 키'라는

남성들의 스트레스 요인과 자격지심을 건드렸기 때문이거나, 둘 다이거나.(혹은 언론의 부추김/오바질이거나.)


경과를 굳이 자세히 살필 필요야 있겠냐만은, 그녀가 애초 대본에 있던 내용이었다는 해명을 하고 이에 대해

방송작가 측에서 반박을 하면서 일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제2의 개똥녀파문으로 번질 것 같다는 자기실현적

예언이 난무하고, 프로그램이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을 한 거라는 추측도 더해지고, 신나서 들들 볶아대는

여론이지만 늘 그렇듯 기껏해야 며칠 시끄럽고 말 일이다.


애초 이런 일에 계속 해명을 요구하고 뒤를 캐는 것 자체부터가 우스운 일이지 싶다. 키 작은 남자가 루저라고

생각하면 안 되나. 방송은 안 보고 그저 몇 개 언론이랍시고 뻥튀기에 자기복제만 해대는 기사들을 봤지만

그렇게 문제될 발언인지 잘 모르겠다. "키는 경쟁력이다. 키 작은 남자는 루저라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했단

게 사실이라면, 그냥 본인의 생각이다. 키작은 남자가 싫은가부지, 본인 키보다 큰 남자를 찾고 있나부지,

그렇게 넘기면 될 일 아닌가. (참 기자들 기사 쉽게 쓴다. 그것도 힘없는 사람 하나 십자포화로 때려 가며.)


뭐 말투가 좀 싸가지 없었는지도, 표정이나 뉘앙스가 영 띠꺼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방송을 직접 보고
 
인용된 문장에서는 맛볼 수 없는 그런 느낌을 받았대도 마찬가지다. 그냥 좀 뻔뻔하구나, 혹은 독특한 개념을

갖추고 계시구나, 이러고 말 일이지 뭘 그렇게 흥분을 할 일인지 모르겠다. 언제부터 '미녀들의 수다'같은 오락

프로그램에서 뱉어지는 대사들이 사려깊고 올곧기만을 바랬던가 말이다. 공익적이고 도덕적인 발언만 나오는

교육방송을 보고자 하는 건 아닐 테고, 그녀에게 '공인'으로서의 책임을 물 것도 아닌 거고.


남자의 키에 대한 최소한의 요구사항, 개인의 취향이다. 해당 주제에 대한 본인의 기호와 취향을 이야기한 것

뿐이다. 물론 좀 덜 자극적이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할 수도 있었겠지만, 어쨌거나 그녀는 "~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알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나랑은 좀 다르고 불쾌하지만 그러려니 하지 뭐, 그렇게 넘어갈

만큼의 여유도 없는 건가. 그녀가 그렇게 말했다고 당장 남성으로서 자신이 '루저'로 낙인찍히는 것도 아니고,

그녀를 제외한 다른 여성들-그리고 자신이 어필하려는 여성들-이 대번에 그런 '키작은 남자는 루저'라는

마인드를 장착하는 것도 아니잖나. 그녀의 마인드를 책임지고 고쳐줄 것도 아니고 당장 피해를 입는 것도

아닌데, 왠 밴댕이 속알딱지같은 열폭인가.


물론 많은 여자들이 남자의 키에 예민한 게 사실이고 하나의 냉정하고 분통터지는 기준이라고 항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더더욱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그녀는 단지 그러한 트렌드 내지 풍조에 편승해

발언한 것 뿐인 거다. 저변에 깔려있는 분위기와 여성들 일반의 '입맛'이 문제라면 문제인 거다. 말을 안 한다고

지적하지 않는다고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역시 이 경우에도 그녀가 이렇듯 십자포화의 대상이

될 일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키에 민감한 건 오히려 남자들이라고 생각한다, 여자들은 딱히 남자가 자기보다
 
작아도 개의치 않는 것 같던데. 상대적으로.)


사실 언론에서 그려내듯 그렇게 죽자고 달려드는 사람은 못 봤다. 방송에서 그런 이야기를 대놓고 하다니 어떤

의미로던 '차암~ 대단하다'는 반응, 혹은 방송에서 이특이 반응했던 것처럼 "나도 그쪽 관심없거든요"라는 식의

맞대응 정도를 봤을 따름이다. 그렇지만 이런 일반인의 돌출 발언, 돌출 행동에 너무도 가혹하고 각박하게

'열폭'하는 사람들과 언론이 늘 있어왔던 것은 사실인 것 같아 안타깝다. 이거 원 말 한마디 잘못하면 바로

안주감 오징어처럼 짝짝 찢어발겨져 잘근잘근 씹혀진다. 힘있는 사람이어도 이렇게 집요하게 흠집내고 갈구고

꼬투리를 잡을까. 굉장히 가학적인 세상이고, 비겁한 세상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별 것 아닌 일을 떠들썩하게 키워내어 이득을 볼 사람들이 누군지 생각해봤다. 자극적인 기사로 조회수를

손쉽게 낚아내는 기자들, 누군가 씹을 거릴 만들어내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오지랖넓고 시간많은 한량들,

시대가 선사한 공허감과 분노를 풀길 없어 간편하고 무해한 씹을거리만 찾아대는 불만증환자들. 그들은 모두

하이에나같다. '발톱사이에까지 털이 나있는' 혐오스럽고 야비한 짐승이다. 자기보다 약하고 병든 동물만

사냥한다는 하이에나-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처럼 비겁하다.


그리고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궁극의 수혜자들이 있을 거다. 80년대 3S-섹스, 스크린, 스포츠-정책이나
 
오락물과 적당한 먹거리-먹잇감-의 조합을 의미하는 티티테인먼트라는 조어가 발휘하는 힘으로 대중의 관심을

사회/정치적인 공적영역으로부터 유리시키려고 쉼없이 노력하는 권력자들. 개똥녀니 뭐니, 그런 자극적이지만

별반 공동체에 기여할 것이 없는 이슈들로 인터넷 자원과 진득하지 못한 대중의 관심을 소모시켜버림으로써

자유로워지는 권력자들. 무대 앞에서 일개 여대생이 다구리당하고 있을 때 키득대고 있을 장막 뒤의 '보이지

않는 손', 그들이 불안하다.




여행 정보

주요 여행지

○ 카이로(Cairo)

- 이집트의 수도,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도시로 오랜 역사와 다양한 볼거리로 세계 최고의 관광지 중 하나로 손꼽힘.

- 이집트 박물관 : 다수의 최고수준 이집트 고고학적 유물 보유.

- 카이로 타워 : 게지라선 남쪽의 나일강변에 위치.

- 모하메드 알리 사원 : 화려한 내부 장식과 거대한 돔이 특징.

○ 기자(Gizeh)

- 이집트 북동부에 위치한 카이로 교외 도시.

- 쿠푸왕 피라미드, 카프레왕 피라미드, 스핑크스 등이 위치함.

○ 룩소르(Luxor)

- 고대 이집트 신 왕국 시대 수도 테베의 남쪽 교외에 위치함.

- 왕가의 계곡 : 이집트 신왕국시대의 왕릉이 집중된 좁고 긴 골짜기로 왕들의 무덤 62개소가 발굴됨.

- 투탕카멘의 묘 : 세계 고고학적 발굴 중 가장 위대한 발견의 하나로 보존상태가 매우 양호함.

- 카르나크 : 이집트 상부 나일강 동쪽 강가에 있는 신전유적지.

- 라메세움 : 이집트 람세스 2세의 신전.

비자

○ 여행자의 경우 이집트 도착 시 공항 또는 항구에서 별도 구비서류 없이 30일 유효 비자를 받을 수 있으며, 수수료는 미화 15불임. 또한 사전에 주한 이집트 대사관에서도 받을 수 있음.(60불 상당)

출입국 심사

○ 여행 중 여권의 신원정보란(사진부착과 인적사항이 기록된 페이 지)이 훼손될 경우 입출국시 입출국 심사관으로부터 위․변조 여 권으로 오인 받아 입출국이 불허되거나, 대사관과의 확인과정에서 장시간 소요되는 등 어려움을 당할 수 있음. 따라서 여행 전에는 반드시 여권의 훼손여부를 확인하고 훼손된 경우 새 여권을 발급 받아야 함.

- 이집트 여행 중 부득이하게 훼손되었을 경우 사전에 대사관을 방 문하여 영사 서한을 발급받아 이집트 출국시 제출하거나 여행증명서를 발급받는 것이 안전함.

- 훼손 여권을 소지한 상태에서 이집트 여행 후 터키 등 제3국으로 입국하고자 할 경우, 그 곳 공항 당국에 의해 입국이 불허될 수도 있음.

비즈니스 참고사항

비즈니스 에티켓

○ 상대방을 부를 때는 존칭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고, 닥터, 엔지니어 의 호칭을 붙이고 전직 관리출신이라면 퇴직 당시 직명을 불러주 면 좋아함. 경제적 이해관계에 매우 민감하지만 인간관계나 정서 적인 면도 비즈니스 진행에 많은 영향을 주므로 가급적 상대방의 호감을 얻을 수 있는 에티켓이나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좋음.

○ 약속잡기

- 일반적으로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편임. 통상 약속시간 보다 30 분에서 1시간 정도 기다리는 것이 일반적임.

- 문서보다는 전화를 통한 약속을 하는 편이고 확실히 약속을 정해 야 하는 경우, 이메일이나 전화보다는 팩스를 신뢰하는 경향이 있음.

○ 식사

- 인구의 90%가 무슬림이므로 돼지고기, 술 및 이슬람식으로 도살 되지 않은 고기는 먹지 않음. 양고기 전문점이나 고급 음식점으로 인식되고 있는 생선요리 전문점이 식사하기 무난한 장소임.

- 이집트인은 한식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며 일부 독실한 무슬림의 경우 술을 판매하는 음식점에 가지 않는 경향이 있으니, 이슬람식 고급 음식점이 무난함.

- 식사할 때 왼손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기본 에티켓임.

○ 선물

- 이집트인들은 선물을 매우 좋아하며 따라서 선물을 통해 상대방의 호감을 사고 상담에 임하면 그만큼 비즈니스가 성사될 확률이 높아짐. 그러나 여성에게만 따로 선물하는 행동은 오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가급적 삼가야 함.

- 선호되는 선물은 보석, 시계 등 화려한 것이 좋고, 상류계층은 인삼의 우수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인삼제품이면 무난함. 젊은 층 의 경우 한국산 MP3와 같은 소형 전자제품을 선호함.

○ 인사

- 처음 보는 경우는 일반적인 악수가 무난함. 신뢰 관계가 형성되고 친밀감을 느끼는 경우 볼 키스(서로 양쪽 볼을 살짝 터치하는 키스)를 함.

- 알라신 이외에 머리를 숙이지 않는 것이 종교적 관례이므로 한국 식의 머리를 숙이는 인사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으므로 눈을 마주 보며 가볍게 잡는 악수면 무난함.

○ 복장

- 일반 양복에 넥타이 정도면 무난함. 이집트 비즈니스맨의 경우 형식에 얽매이는 복장 보다는 노타이 차림의 복장을 선호하지만 고위직의 경우는 넥타이를 매는 경향이 있음. 상담 시에도 다른 중동국가에 비해 전통적인 이슬람 복장을 입는 경우는 거의 없음.

- 만일 바이어가 집에 초대하는 경우, 남녀를 불문하고 노출이 심한 복장을 피해야 함.

상관습

○ 유력바이어는 L/C 개설 등 대금결제 조건에 유연한 입장을 보이며 자기 품목의 세부 사항에 상당한 식견을 가지고 있으며 경쟁국의 가격, 품질, 시장 점유율 등 시장에 대한 전반적 지식이 깊음.

○ 대부분의 수입상은 수집 가능한 모든 가격 및 품질조건을 비교한 후에야 주문하며 계약체결 물량보다 적은 양을 수입함으로써 가격 할인 효과를 노리는 경우가 빈번하므로 주의를 요하며 계약 체결 시 신용장에 커버해야 할 내용을 상세히 삽입하는 것이 좋음.

○ 고 관세 품목인 경우 관세회피를 목적으로 대금 중 일부는 T/T로 하자고 제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반드시 T/T 대금을 먼저 수령하고 나머지 대금에 대해서는 L/C를 개설하도록 해야 함.

○ 일부 악덕 수입상은 L/C만 개설하여 생산개시 또는 선적하도록 한 후 T/T 대금은 후에 지불하겠다고 하고, 후에 각종 이유로 트집을 잡아 가격인하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으며 T/T로 대금을 받았다 하더라도 잔액 분을 L/C개설된 후에 생산 또는 선적하도록 하는 것이 좋으며 외상거래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함.

○ 무역대금 결제방식은 금액이 클 경우에는 L/C 100%가 대부분이 며 금액이 적을 경우에는 L/C 60%, T/T 등이 40%임.

- L/C의 경우 제3국 은행의 보증요청에 대해 현지 바이어나 은행은 협조하려고 하고 있으나 지방 중소은행에서 발행되는 L/C는 종종서류 하자를 빌미로 대금 지불을 안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에 대비하여 반드시 제3국 유명은행을 통해 보증받도록 수입상을 종용해야 함.

- 현지은행의 신용도는 규모가 작은 은행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괜찮은 편임.

○ 이집트인들은 남을 믿지 못하는 습성이 강해 하부위임이 미약한 편이므로 보통 최종 결정을 할 때, 정부는 장관이, 회사에서는 사 장이 직접 시행하는 경우가 빈번함. 따라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는 고위인사를 만나는 것이 바람직함.

○ 일단 상담을 시작한 후에는 성급함이나 조급함을 상대방에게 보이 지 않도록 해야 함. 모든 결정이 최고위층에서 이루어지므로 상담 이나 계약의 이행속도가 느린 편이어서 우리의 사고방식으로는 상 대방을 의심하게 되고 나중에는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 전체 계 약을 망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남.

현지 주요 연락처

대사관 정보

○ 주 이집트 한국 대사관

- 주소 : 3 Boulos Hanna St., Dokki, Cairo, A.R.E

- 전화 : 20-2-3761-1234∼7, 팩스 : 20-2-3761-1238

- E-mail : egypt@mofat.go.kr

- 홈페이지 : http://egy.mofat.go.kr

- 근무시간외 비상연락처: 20-12-211-4809, 20-12-227-5053,7

○ 근무시간

- 일∼목 : 08:30∼15:30(점심시간 : 12:00∼13:00)

- 금, 토 : 휴무

○ 영사협력원 연락처

- 김태엽 (룩소르 거주) : 20-10-550-7258(휴대전화)

- 이메일 : cears@hanmail.net



* 위의 자료는 외교통상부, KOTRA, 수출입은행, 한국무역협회, CIA 등의 자료를 기초로 작성되었습니다.





* 혹시 이 글이 시사IN 제2기 독자위원회 위원분들의 눈에 띈다면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ㅎㅎ

으레 시사인 독자위원회가 있던 날은 집안에 일이 있거나, 몸이 안 좋았다. 한 시간정도 일찍 조퇴해서 독립문역까지

오면서 한달 네차례 나온 주간지들을 하나씩 되짚어보며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을 챙겼다.

독립문. 구한말의 근대화 노력을 상징하는 건물이라지만, 파리의 개선문을 따라 지었던 만큼의 한계도 보인다.

당시의 '독립'이란 의미는 꼭 중국에 대해 굴욕적인 종속적 지위를 벗어나겠다는 비분강개의 의미만 담겨있던 건

아니었다. 서구적/근대적 독립국가간의 평등한 네트워크라는 패러다임이 사대교린, 단일중심의 위계를 상정했던

아시아의 기존 국제질서 패러다임과 부딪히는 상황에서 '독립'은 이른바 중화질서를 벗어나 서구제국들의 근대질서로
 
편입되겠다는 의지였을 거다. 바뀐 패러다임을 따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새로운 질서에 대한 설렘 혹은 희망..?


그전까지는 중화 질서 내에서 중국 다음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부심의 원천이 되기도 했겠지만, 이젠

중국의 허약함이 간파당하면서 그런 위계 자체가 비정상적이고 수치스럽게 느껴지게 된 시점이었을 거다.

평등하고 독립적인 국가들 사이의 당당한 액터가 되겠다는 순진한 믿음. 그렇지만 실제로는 '근대화'의 미명 아래

'파리', '워싱턴', '뉴욕'의 그것들을 최정점으로 하는 층층시하 위계지어진 공간에서 '성장 이데올로기' 한길로

천박하게 달려오고 있다. 결국 파리 개선문의 짝퉁이래도 별반 할 말은 없는 독립문, 그리고 그 이래의 역사.

그나마 조금은 한국적이고 독자적인 뭔가가 나타난다면, 온통 서울로만 밀집해 버린 국가기능, 그리고 비정상적으로

확대되고만 있는 비대한 아파트촌. 뒤에 곧추선 고층 아파트들이 차라리 지금 한국의 '독립'을 더 효과적으로 상징하는

건 아닐까. 삶의 질이고, 평등이고 도외시한 채 정말 '독립적'인 궤적을 밟으며 지금의 부를 일궈왔다는 점에서 말이다.

시사인 편집국이 소재한 건물로 가는 길, 맞닥뜨리는 풍경들이 왠지 때이른 향수에 젖게 만든다. 아니, 아직 내가 뭔가를

보며 향수에 젖을 나이는 아닌데, 희한하게도 어릴 적 동네에 있던 슈퍼나 문방구의 그 느낌이 그대로다.

서울이란 도시, 너무 쉽게 화장이 지워지는 거 아닌가 싶다. 조금만 도심에서 멀어져도 한적하고 '촌스러운'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했다 싶은데, 심지어는 도심 한복판에도 곳곳에 이런 남루한 가게들을 품고 있으니 말이다.

맞은 편에 있던 칠전문 페인트점. 간판이 좀 신기하다. 칠 대신 페인트. 페인트칠을 다시 해주겠다는 건가 아니면

칠하지 말고 가만있으면 페인트를 해주겠다는 건가. 갸웃갸웃대다가 가게로 들여놓으려는 수작인가.ㅋ

위풍당당한(...!) 시사인 편집국 건물. 독자위원 중 한 명은 저 커다란 '임대' 현수막이 맘에 걸린다고 했다.

경향이나 한겨레나 '88만원 세대'보다 못한 월급을 받고 있다는 흉흉한 시절인지라, 맘에 걸릴 만 하다.

그리고 아담한 건물 6층에 자리한 시사IN. 두번째 모임서부터는 경비아저씨가 알아봐주시곤 어디가냐고 묻지도

않으셨는데, 좀 익숙해지니 다시 올일이 없다는 게 아쉽다. 그치만 주간지를 꼼꼼히 읽어가며 뭘 지적해야 할까

눈빨갛게 정독하는 건 생각보다 많이 피로한 일이어서, 은근히 홀가분하기도 한 느낌.

독자위원회가 열리는 곳은 회의실이자 도서자료실같은 곳. 우리가 리뷰를 진행하던 사이에 어떤 기자분이 오셔서는

지난 시사인 표지를 유리에 이어붙이고 가셨다. A4 한장만한 사이즈를 매주 한장씩, 어느덧 넓은 유리벽 한면이 반쯤

차가고 있다.

잡지 표지를 장식했던 인형들, '끊고 살아보기'라는 기획 기사가 있는데 그간 휴대폰끊기, 밀가루끊기, 엘레베이터끊기,

담배끊기 등 많은 소재들이 있었다. 예컨대 "계단에 주저앉아 담배와 이별하다" 같은 기사들.


내가 줄기차게 요청했던 것 중 하나가 'MB사진끊기'였는데...안 된단다. 난 정말 소화불량에 홧병에 치질까지

생겨버릴 태세인데..야박한 사람들.

쪽방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사가 올랐을 때 쓰였던 작품. (관련기사 : 21세기형 쪽방에 저당잡힌 청춘)

이건 뭐더라..뭐 강만수가 보이고 돈을 돛대삼아 수수깡 뗏목을 띄운 걸로 보아 아슬아슬한 느낌 만땅이다.

편집국 한쪽 벽면을 채운 셀레브리티들의 인형들. 눈에 확 띄었던 건, 왜 하필 이명박과 이건희의 머리에 빨간 띠를

둘렀을까. 단결투쟁, 이라 적힌 새빨간 머리띠를 두른 이명박과 이건희라니. 자신들에 반대해 연대하라는 의미인가.ㅋ

표지에 이렇게 이뿌게 들어가고 난 인형은 편집국을 장식하는 장식품으로 남는 것 같다. 그대로 잘 보관해서 아크릴 상자

속에 넣는다던가 해서-작가의 사인과 '품질보증서'를 첨부하여-나중에 바자회같은 데 내놓아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 시사IN 제1기 독자위원회 활동기.

* 시사IN 2차 독자위원회 리뷰.



피라밋을 본격적으로 들어가 본다는 설렘에 6시부터 설레발을 치고는, 7시에 출발. 어제와 같은 경로로 기자를 향하다간

갑자기 미니버스가 서버리는 바람에 당황하기도 하고, 일단 안개가 뿌옇게 서린 피라밋 단지 내로 입.장. 이럴 수가.

어제 밖에서 볼 때는 약간 생각보다 사이즈가 작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왠걸...어마어마하고 엄청난 박력이다. 그렇다고

인위적인 위압감이나 어떤 치장의 기색도 없이, 그냥 거기 서 있다. 하나, 둘, 그리고 좀 걸어가서야 보이는 세번째

피라밋.

쿠푸왕의 대피라밋이나 다른 것들이 모두 피라밋 내부에 입장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되어 있다는 이야기에 개장 시간에
 
딱 맞춰 온 거였는데, 비슷하게 도착한 대형 고속관광버스들이 줄지어 늘어서있길래 은근히 긴장했다. 그래도 무난히

티켓을 끊고, 세 기중 가장 큰 쿠푸왕의 대피라밋으로. 카메라를 입구에서 압수당하고는 조그마한 구멍을 통해 피라밋

내부에 틈입, 잠시 길을 따라가보면 바로 오르막이 좁게 나있다.

방금까지 난 길은 좀 누군가 파낸 듯, 억지로 만들어진 길이라면, 여기서부턴 아니다. 애초부터 돌을 그렇게 짜맞춘 게

분명한, 정말 돌들이 별반 오차없이 매끈하게 놓인 게다. 중간에서 더 가파르게 오르막 길이 되더니 피라밋의 중심,

쿠푸왕의 묘실이다. 안방만한 크기에 돌하나를 파서 만들었다는 석관이 덩그라니 놓였는데, 그 방을 사각형형태로

딱 짜맞추었다는 게 정말 생각할수록 신기하다. 피라밋이 걍 종이로 접어 만든 속빈 구조물도 아니고, 바닥부터 그

커다란 돌들을 차근차근 채워나갔단 거 아닌가. 그러면서 오르막길도 내고 이런 커다란 방도 만들고. 게다가 산소 유입을

위한 배기구까지 감안했다니. 할 말이 없다. 그런데 또 있다. 돌들이 관광객들의 손에 닳고 닳아서 그리 맨들거리는 게

아니라, 애초부터 만들 때부터 그렇듯 반질거리게 가공된 상태였다는 거다. 그 몇만개 돌들이 모두 다 그렇게 세심하게,

정밀하게 세팅되어 안에 반듯한 방과 정교한 통로를 야무지게 확보한 큰 '산'을 이룬 거다. 정말 말로는 뭐라 더

표현하기도 힘들다. 이러니 외계인이 만든 거라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구나, 공감해버렸다.

그 중심에 놓인 쿠푸왕의 석관, 그 까맣고 커다란 관 안에 누워 잠시 쉬어볼 수 있었다. 한번 둘러보고 다시 나가려던

차에, 나가기 직전 아쉬워서 다시 한번 오르내리니까 안내인 아저씨가 선심을 썼다. 들어가 보라고, 괜찮다길래 좀..

개념없는 짓을 해버렸다. 그 안에 들어가서 누웠다. 무릎을 약간 접어야 했지만, 몸이 딱 자리를 잡고 나니 기분이

묘했다. 여기에 몇천년동안 누워있었을 쿠푸왕의 미이라..그는 어떠한 세계를 머릿속에 품고 있었을까. 이런 구조물을

자신의 사후를 위해 준비시킬 만큼의 권력자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검정색 돌의 서늘함인지, 아니면 그의 바짝 마른

몸에서 배어난 냉기인지 손발이 차가워질 정도로 한기가 느껴지길래, 한 5분 정도 있다가 관에서 벌떡 일어났다.

석실에서 내가 일어서길 기다렸던 안내인 아저씨는 맘씨 좋게 웃으며 박시시를 요구했고, 난 흔쾌히 '드렸다'.

피라밋을 등산하는 것도 꽤나 인기있는 익스트림 스포츠 중 하나였다고 했다. 플로베르였던가, 그가 이집트 여행을 할 때

피라밋 위에 올라 낙서를 남겼다는 수기를 본 적이 있다. 나도 그 이래로 꼭 한번 올라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더이상

가능할 법하지가 않다. 낙타타고 있는 경찰이 50미터마다 배치되어 있었다. 물어보니 대답이 두 개다. 누군가 떨어져

죽은 이후로 지키고 섰다는 이야기가 하나,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테러를 대비하기 위해 그렇단 이야기가 둘.

난 죽지 않고 잘 올라갈 수 있을 거 같은데.

내 생각엔 스핑크스는 덤이다. 사진으론 꽤나 큰 것처럼, 피라밋과 비슷한 사이즈인 양 찍히기 일쑤지만, 실제로

스핑크스는 생각보다 훨씬 작다. 단지 피라밋을 위한 수호상, 피라밋을 지키는 부록물 같은 거니까 그게 당연한지도.

피라미드...첨에는 맨들맨들 크리스탈같이 이뻤던 '건축물'이라 그러는데, 이젠 그 맨 모습이 거칠거칠 보이면서..

뭐랄까, 오천년쯤 지남 인공의 것도 어떤 경지에 이르는 거 같다. 자연..이랄 경지.ㅋ 피라밋이 눈에 잔뜩 찼다 싶을
 
때까지 보면서, 지치도록 걸어돌아다녔지만 암만봐도 이건 진짜다. 와우.


이래서, 피라밋을 보기전엔 이집트를 말하지 말라 했던가.

사카라의 피라밋단지는 시간도 시간이거니와, 팀을 짜서 택시를 안 빌리면 정말 힘들겠어서 그냥 포기했다. 그렇지만

그다지 큰 아쉬움이 남지 않는 게 기자의 이것들로 이미 필 충만해져버렸으니. 차마 안 떨어지는 걸음, 그래도 정오가

다가오면서 심상치 않아지는 더위와 허기, 게다가 물통도 비어버린 지 오래라 일단 호텔로 퇴각했다.

한국 사람들이 사진은 잘 찍는 거 같다. 낙타 위에 올라있다가 경찰 두 명이 내려오길래 같이 사진찍쟀더니, 이렇게

찍어놓았다. 자신의 동료는 완전히 프레임 밖으로 내몰고, 나만 혼자 한쪽 구석에 몰려 서있는. 이번 뿐만이 아니라

머리를 짤라버리기도, 영 다른 곳을 찍어버리기도 부지기수였다. 우야튼, in sha'Allah.




이슬람 카이로에 가서 시타델을 보고선 기자 피라밋을 보러 갈 생각이었다. 으레 그렇듯 이슬람 카이로에 갔다가 길을

잃고 잔뜩 헤매다 보니, 어느 순간 무너져가는 건물들, 구정물이 흐르는 도로에 마구 폐차가 쌓여있는 할렘같은 도로변..

그런 풍경 속에 서있었다. 말하자면 카이로의 달동네랄까, 도시가 과잉팽창하면서 외곽에 생겼을 슬럼지역인 게다.

때가 꼬질한 아이들은 웽웽대는 파리떼를 몰고선 벌거벗고 내 주위를 맴돌았고, 어른들은 낯선 이방인을 경계하는

눈빛을 아끼지 않았다.


한참 당황해서 골목을 헤집다 보니 겨우 기자 피라밋으로 향하는 버스를 찾을 수 있었고, 시간상 레이저쇼를 보기에 딱

좋겠다 싶었다. 피라밋을 멀찌감치서 처음 보니 문득 가슴뛰는 것이 오늘 하루 뺑이치고 삽질하고 바가지쓰고 불쾌했던

것들이 싹 잊혀지는 느낌이다. 바로 옆 레스토랑 이층에 자리잡고 피라밋을 구경하자니, 왠지 사막하고 닮았단 느낌.

오천년 가까운 시간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이 커다란 '산'을 자연처럼 완성시켜놓았달까. 애초 매끈하게 표면을 덮었을 

라임색 마감석들이 모두 벗겨지고 밑엣돌들이 드러나되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무질서한 듯 무너져내려가는 듯

보이면서도 전체로 보면 아주아주 그럴듯한. 오천년의 시간을 고스란히 받아내고, 인력으론 도저히 따라하기 힘들 그

어떤 경지, 그런 경지에 오른 느낌이다.


잔뜩 보고 있다가, 해가 지고 기다리던 레이져쇼를 할 시간이 되었다. 알고 보니 조명이 내가 자리잡은 곳 반대편인지라

다시 그쪽으로 향했다. 좀 피곤하긴 했지만, 피라밋은 왠지 사방의 여러 각도에서 여러 차례 바라보며 머릿속에 꾹꾹

눌러담아야 할 것 같아 피곤함과 지침을 무릅쓰고 반대편으로 걸었다. 다행히 중간에 착한 아저씨들이 차를 태워주어서

쉽게 도착, 비록 우락부락한 털복숭이 아저씨 셋만 타고 있던 차여서 조금 경계를 하긴 했지만.


반대편에서 본 피라밋과 스핑크스도 물론 조망은 좋았지만, 역시 안에 들어가서 보는 것만은 못하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애초 레이져쇼는 44EP를 내고 입장해서 구경하는 건데 내가 듣기론 굳이 입장하지 않고 밖에서 봐도 충분히 괜찮더란

얘기. 색색의 조명이 밝혀진 세 개의 피라밋과 스핑크스가 달하나 점처럼 박힌 검은 하늘을 배경으로 버티고 선 풍경.

생각했던 것처럼 레이져나 조명이 하늘에 선을 긋고 그러는 건 아니었지만, 담백한 조명아래 드러난 피라밋의 그

연륜있는 모습이 그 자체로 두드러졌던 것 같다. 사진을 몇 장 찍었는데 전부 어둠에 먹혀서 아쉬울 뿐.



저녁때 기자 친구를 만났다.

요새 어떻게 지내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그리고는 다른 친구들의 근황을 묻고,

레드망고에서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이러저러한 기사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얼마전 국방부 선정 불온도서에 대한 헌법소원을 냈다가 파면당한 법무관이 알고 보니 같은 과의 친한

일년 후배였다는 깜놀한 소식에서부터, 누군가는 누구와 사귀기 시작했고 누군가는 무지 외로워하고

있다는 잡다한 소식까지. 장자연 리스트에서부터 박연차 리스트까지.


난 그에게 모종의 부탁을 했고, 그는 '등가교환의 법칙'에 따라 내게 뭔가를 요구했다.

기사거리를 내놓으랬다. 거북아 거북아 기삿거리를 내놓아라 아니 내어놓으면 구워먹으리.

정말 머리를 짜내어 십여가지의 아이템들을 제시했지만, 번번이 '킬'.


요새 고층빌딩을 많이 세운다는데, 실제 고층빌딩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겪는 생리적 변화와 어려움을

취재하면 어떨까. 그건 47층에 근무하는 당신의 민원성 아이템이니까 킬.

요새 무급휴가를 많이 내보낸다는데 그들이 휴가기간에 알바를 한다더라. 이미 많이 팔린 소재니까 킬.

어디 보니까 1인시위하고 있던데 그거 취재하면 어떨까. 사안의 중요성이 떨어지니까 킬.

음식점들에 비치된 명함 응모함이 조작되어 단골에게 사은쿠폰이 발급되는 거대한 음모의 기운이 느껴지는데
 
그걸 밀착취재하면..시끄러, 킬.

출근길 지하철이 차간 간격조정으로 멈출 때마다 마이크로 삑삑대며 퉁명스럽고 시끄럽게 안내방송이

나오는데, 그런 건 애초 의도였을 고객 서비스 마인드에도 부합하지 않는 거 같은데..메트로 홈피에 올려, 킬.

인턴을 뽑아놓고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문제라고 하던데 내가 일하는 데서는 아주 잘 관리하고 있어서 어찌

한번 나를 취재하러 오면 어떤지. 그런 청탁성 아이템은 꺼져버려, 킬.

아침에 출근할 때 보면 머리도 안 말리고 물 뚝뚝 흘리면서 서있는 아가씨들 있는데 그건 제2의 개똥녀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물귀신녀'정도로 조어해서 취재해봐. (이 대목에서 잠시 무진장 한심하단 눈빛 작렬)

제2롯데월드 올린다던데 그걸 한번 더 파보면...아니다, 이미 그건 나올 얘긴 다 나왔고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야 모..그래서 (용기를 잃고) 스스로 킬.


올킬.

'등가교환의 법칙'에 따라 나의 부탁은 소멸되어 버릴 뻔 했으나, 그나마 하나가 그럭저럭 살아남은 덕에

아직 간당간당 목숨은 붙어있는 상태다.

코엑스가 길거리 캐스팅의 명소 중 한 곳이라고 하던데, 한번 하루종일 버티고 서서 그럼직한 아가씨들

취재해 보는 건 어떨까. ...끄적끄적. 그렇게 살아남은 하나.


기자 안 하길 잘했다. 이렇게 아이디어가 빈곤해서야.



#1. 금주.

오늘 새벽 문득 발동된 금주령. 기자질한답시고 그간 쉼없이 술마시며 돌아다닌 게 많이 맘에 안드셨던 게다.

내 8년간의 생활..대학이나 군대나..에서 술 때매 버린 시간이 대체 얼마나 되냐고, 너처럼 술 많이 먹는 녀석

첨봤단 얘기에 불끈 금주 선언. 결국 금주령이 아니라 자체 금주선언인 셈인가..얼굴이 좀 많이 부어버린 걸로

봐서, 함 쉬어가줄 타이밍이긴 하다.



#2. 인턴.

굳이 정리라고 할 건 아직 모르겠다.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기자에 대한 열정이나 동경없이 들어간 탓일까. 훨씬

강하게 하고 싶은 말들 찍찍 해대고, 부사장이랑도 티격태격하고..고시공부하느라 한쪽으로 잔뜩 휘였던 가지를

반대쪽으로 홀딱 급꺾음하는 시늉인지도 모르겠고, 내 속내를 정련하는 과정인지도 모르겠고. 어쨌거나 부질없이

강성좌파 이미지만 바람이 들어가버렸다. 조만간 펑..할지도.


그렇지만 인턴기자질이 끝나고 났더니 또다시 레테르가 휘발되어 버렸다. 뭔가 손에 쥔듯한 안락감이 날아가

버리고, 태엽조차 미처 다 감기지 않은 어정쩡한 장난감처럼, 비실비실대고 있다. 레닌식으로, "What is To Be

Done?"이라는 호기로운 외침은 이제 이물감이 느껴진다. 그 기반이랄 "What Should I Do?"를 되돌이켜 보고

있다. 그다지 생산적이지 않은, 즐겁지도 않은 되먹임.



#3. 글.

이미지겜을 이토록 집요하게 줄구장창 했던 적이 처음이라 그럴까. 내 이미지란 거, 그보다 말과 글이란 거,

무기력하기도 하지만 치명적이기도 한 거 같다. 말의 주술력. 난 소설쓰기엔 그다지 관심도 없지만 재능도 없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의 감정을 단도리하기에도 버거운데, 뜬금없이 펄떡이는 글을 써대고 싶지는 않았다. 글은..

아무때고 뱉어질 수는 없는거다.



#4. 사람.

다들 어학연수던, 교환학생이던 다녀온 재원, 재자들.ㅋㅋ 날카로움과 둔중함을 고루 갖추고 있는데다가,

풀어내는 말과 글에 자유로이 악센트, 크레센도, 피아니시모 등을 붙여가며 조이고 풀고, 그렇게 흐름을 통제할

줄 아는 사람들. 사람을 끄는 매력이란 게 이런 거구나, 라고 일깨워준 사람이 있었고, 내게 부족한 것들이 이런

거구나..라고 내 머리를 두드려 주기도 했고. 졸지에 친구들이 잔뜩 늘어버렸다. 멋진 사람들.




#5. 지리산.

용케도 지리산을 향한 마음은 살그머니 간직해두고 있었는데, 정말..가야겠단 생각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거기엔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안다. 단지 거기까지 가는 길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궤적에 우겨넣을 사념과 시간이

필요하단 건 알고 있다. 화욜..가면 목욜쯤 올 수 있겠지 싶다.



..납작하고 까만 작은 돌로 수제비를 뜰 때의 느낌. 어디론가 향하지 않으면 가라앉아 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조바심. 수면을 위태롭게 가로지르는 돌 중 하나, 제일 무겁고 뚱뚱한 거 하나는 '마음'이란 건지도 모르겠다.

뭐, 그냥 맥락없는 잡념이다.ㅋㅋ

사람 두명 덮고잘만한 사이즈의 깃발이 펄럭이는 걸 보면, 더구나 피처럼 붉은색의 붓글씨라면 가슴이 뛴다.

깃발을 볼 때마다 난 가슴이 뛰고, 또 내가 얼마나 비이성적인지 되돌아보게 된다. 1학년 때 곽모군과 표모군이랑,

전경이 겹겹 에워싼 학교를 넘보다가 담을 넘어 기어코 가보았던 국보법 문화제. 그 이후로 엔엘 애들 문화제는

참 오랜만이었다. 마임보단 전투문예가 좋았던 나.


연세대의 교정에는 자주와 민족이라는 단어들이 낙엽처럼 뿌려져 있었지만, 사람들은 발로 툭툭 찰 생각도 없어

보였다. 학교에서 아예 외부인사의 출입을 금하고 나선 분위기 탓도, 노무현의 '무능한 진보'라는 이미지 탓도

아니었다. 그냥, 으레 그런 시위 전야의 분위기. 더군다나 35도가 넘는다는 햇볕아래였으니.


문화제를 보면서 대체 한총련이 좌파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가 들었다. 물론 분단국가인 한국의 지형

아래에선, 통일을 말하는 것 자체가 진보성을 일정하게 담보할 수 있겠지만, '통일과 자주'라는 성긴

그물망으로는 빠지는 것들이 너무 많다. 이미 '지배 진영'의 수사로 포섭되어 버린 '민족 자주'라는 이야기의

한계도 있고. 이미 그들의 유인물에는, "미사일 기술을 원천기술로 해서 남북한 양국이 과학강국으로 발전하자"

라거나, "통일이 되면 북한의 값싼 노동력으로 국가발전에 획기적인 전기가 된다"등의 위험한 이야기들이 버젓이

실려있다. 민족의 딸로 성화된 효순, 미선의 여성성,그리고 부끄러운 민족의 치부라서일까, 거기서 배제되기

십상이던 성매매 여성들의 죽음들은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우리 '민족'처럼 순박하고 착하지 않아서 제국주의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니다. 피해자로

스스로를 인식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를 정화하고 순결한 양 치장하고 싶은거 같다. 우리나라가 "분단의 족쇄를

끊고, 미제의 얼룩을 깨끗이 씻어내면" 평화와 행복으로 가득찬 세계가 도래한다는 건가. '양키'와 '원숭이'와

'뙤놈'이 우리보다 센게 문제라는 건가. 그물망을 보다 섬세하게 짜보려는 노력 따위 보이지도 않았다.

반미투쟁!이라는 꼬리말이 무색하게, 영어단어들이 무딘 혀끝에서 적잖게 튀어나왔다. 문화제에서 사장과

노동자는 오로지 통일을 위해 어깨를 걸었으며, 통일은 무조건 되야한다는 말에서 공감을 요구했다.


결국, 한총련 혹은 민족자주 진영은...멘탈리티로 뭉쳐있을 뿐인 거 같다. 민족에 대한 센티멘탈리즘과

전통사회에의 향수. 미국을 최종 심급의 거악으로 규정짓는 순간 세상사는 단순해진다. 어찌보면 이미 한총련은

비전이 희미해지고 있다. 통일 이후에..그들은 어떤 비판의식을 유지할 수 있을까. 통일이 마치 세상 끝날인

것처럼 절대적으로 봉헌된 마당에. 노무현을 때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직도 재고 있다. '민족'과 '자주'는

더이상 비주류가 아니다. 센치한 녀석들.


통일을 말하고, 민족을 운운하는 건, '민족정론'을 자처하는 우파 보수 언론들이 해야 할 거 아닌가. 왜 이땅에선

그런 것들이 빨갱이로 몰려 '좌파'로 매도당하지? 좌우가 상대적인 개념이라면, 대체 우리나라에서 그들을

'좌파'라고 칭하는 진영은 어떻게 스스로를 규정짓고 있는 걸까.



#. 왜 동아일보는 노무현을 '좌파정부'라고 까대냐는 내 질문에 선배기자가 했던 말. 원래 좌우는 상대적인 거야.

치사하고 교활한 대답이라고 생각했다. '좌'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과 불신감을 심어놓은 왼손이 한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한다 이거지.

#. 다 쓰고 나서 봤더니, 난 어쩜 '좌'라는 단어에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다. 센치하게.ㅋㅋ

알선수재 및 배임혐의로 기소된 정몽구. 그가 조중동, 혹은 동조중의 엄호를 받아 보석으로 나오곤 두번째

공판이었다. 대각선으로 내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던 검버섯핀 왕년 깍두기 스탈의 할배가 정몽구인줄은 몰랐다.

그는 포승을 차지도, 병원복을 입지도 않고 방청석에 앉아 있다간, 특별히 제공된 푹신한 의자에 앉아 네명

피고인 중의 수괴임을 자랑했다.--;


검찰은 변호인단이랑, 증인이랑 싸우고 있었다. 초동수사 쯤에 어설프게 뱉었던 말들의 사전적의미를 잘

주물러서 방향을 바꿔보려는 증인들의 '잘 기억이 안납니다', '모르겠습니다' 랩소디. 현대우주항공을 왜

두차례나 증자했는지, 0원으로 평가받은 주식을 왜 5000원으로 몇백억어치씩 발행한건지, 그대들에게

구조조정이란 결국 '청산'의 다름아닌 말이었는지, 정몽구는 자기 개인빚을 왜 계열사에 떠넘긴건지, 하나도

풀리지 않는 신비. '절차적 정의'를 찾는 과정은 너무도 지난하다.


네 시간동안 에어콘도 안 나오는 답답한 법정에서, 어디 장례식에 온 양 깜장양복쟁이 현대맨들이 우글우글한

사이에 껴서, 선배가 시킨대로 말하나 빼놓지 않고 다 적고 있으려니 문득 한심해졌다. 아무 알맹이도 없는, 이미
 
모든 신문들에서 몇번씩 우려낸 이야기를 왜 이렇게 소중히 받아적고 있을까. 펜도, 종이도 아깝단 생각.

증인이랑 변호인이랑 입맞춘 게 뻔히 보이고, 논리도 어떻게 끌고 갈지 뻔히 보이는데-국가 경쟁력 운운..-왜

여기서 웃기지도 않은 개그를 보고 있어야 하는지 하고.


신문은 '일용'할 정보를 판다. 유효기간은 하루. 만물은 유전한다. 며칠전까지 현직이던 조부장판사의 법조비리

이야기로 며칠째 시끄러웠지만, 계단형의 진보를 무작정 믿지 않는다면 무의미하다. 우리는 여전히 같은 기둥을

휘감고 뺑뺑이치고 있고, 신문에서 다루는 사건, 사람, 논조, 모든 건 무성생식중이다. 기자란 건, 참 허무할 거

같다. 보람을 찾을 수 있을까. 글나부랭이로, 무엇을 전하고 무엇을 바꿀 수 있을지. 서래마을같은 엽기적인

사건도 몇년 전, 또 몇년 후 마주칠 사건. 정몽구의 보석, 그리고 웃기는 공판도 몇차례씩 보아온 그것. 데자뷔는

뇌의 작용만이 아니다.


하루살이에게나 소중한 게 신문아닐까. 어쩌면 지금 중요한 건 무슨무슨 사건..이 아니라, 도돌이에서 다카포로

무한반복하는 리듬이다. 신문이 죽는 이유는, 더이상 new's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디선가 본 기사, 어디선가 본 말투. 아마도 예측가능한 결말. 재미없다. 원심력이 필요하다.

모처럼 한가한 토요일, 늦잠 좀 자고 동생데릴러 드라이브 좀하고 '시월애' 좀 보고 천호동가서 친구들이랑

양주먹었더니 다가버렸다. 그러고 보니 인턴시작하고 매일 술을 먹었다. 거의 모든 점심, 저녁마다 반주삼아

마신다는 술이 몇병씩으로 늘어났으니. 술자리의 즐거움이 조금씩 소실되며 '술자리'가 '일자리'로 변질되는

느낌이 짙다. 이것도 '음주'로부터의 소외 현상인겐가.


법조팀으로 옮긴 후, 대검찰청에 견학을 다녀왔다. 인천 가월도 어린이들과 함께 둘러본 대검 내부에서, 검사와의

대화시간이 있었다. 푸근한 웃음을 지어보이는 여검사는, 아이들에게 "가장 무서운 형벌"이 무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감옥가는 거요, 오리걸음이요, 토끼뜀이요. 어디선가 사형이요, 라고 머리굵은 대답. 검사는 반가워하며

그렇담 사형이 뭘까, 하고 꼬리를 물었다. 선뜻 대답을 하지못하는 아이들. 이제 검사가 곤혹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사형이란 건, 사람을 죽이..도록 시키는 일. 이란 게 그녀의 늦은 대답이었다. '사형'은 사람을 죽이는 일이다.

이토록 단순한 설명을 쉽게 내뱉지 못하는 건, 토끼뜀을 가장 무서워한다는 아이들에게 도무지 설득할 자신이

없어서였으리라. 어쩌면 사형을 합리화하는 지반이란 게 생각보다 약할지도 모른단 기꺼운 생각.


법조팀가서 처음 마주친 사건은, 최근 대법원과 대검찰청 간에 굵은 갈등선을 그은 '김홍수 브로커관련

조부장판사 건'이었다. 마지막 남은 성역이라 칭해질 만한 중진급 판사, 브로커, 고위직 출신 변호사가 얽힌 수뢰

사건인지라 검찰로서도 쉽지 않았던 듯. 대검 3차장검사와의 언론브리핑에서 칼을 품은 말들이 소득없이

날라다니는 것을 보고, 그날 저녁 조부장판사의 '정치적인' 사표가 수리되고 바로 선배기자와 전화인터뷰하는

것을 옆에서 들었다. 음..결론적으로는, 불쑥 터져나온 법원의 치부를 가능한 이뿌게 봉합하는 방법이었던 것

같다. 판검사간의 갈등도 다시 잠복.


에어콘도 시원찮고 천장만 휑뎅그레한 법원건물은 참 위압적이다. 기자 생활 10년까지는 자신이, 자신의

취재원과 동류인 거라고 착각하고 거들먹거린다고 했다. 이러저러한 '높으신 분'들과 함께 밥을 먹다보니, 그

말이 진짜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난민촌같이 부산스럽고 정신없는 기자실로 돌아가면 조금

정신이 들려나..매일같이 정장을 입고 출근한다는 게 무지 힘들다. 원래 여름엔 나시에 쪼리 하나 찍찍 끌고

다니는게 젤인데..ㅠ.ㅠ

"신문은 싸우면서 만드는 거다."

국제부 선배기자가 했던 말이다. 동아일보에서 국제부란 공간은, 귀양지랄까, 다소 소외받고 있는 곳 같다.

정치부에 있다가 노무현 탄핵사태때 미운털이 박혀서 떠밀린 선배. 신문은 싸우면서 만드는 거라면서,

동아일보에 굵게 그어진 균열선 하나를 보여준다. 평기자들 대 데스크 윗계급 사이. 사회부에 왔어도 마찬가지다.

대법원과 대검찰청에 있는 선배들도 동아일보의 '삿대질'같은 기사들을 보고 아연해한다.



그렇게 간단하지도 않다. '동아일보'란 덩어리가 내부의 다양성을 무시해버리듯이, 그렇게 간단히 그어버린

전선은 많은 것들을 지워버린다. 요샌 젊은 기자들이 동아일보 데스크의 입맛에 맞는 기사들을 '알아서' 골라

쓴다는 것, 세무조사때 조선과 중앙의 개뻘짓과는 달리 동아는 기자총회를 거쳐 아무런 조직적 대응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 그리고 다른 부서가 관할하는 기사에는 전혀 서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 fact를 다루는

기자는 결국 기능인에 불과하다는 것.

눈높이를 어디에 맞추냐에 따라 새로운 문맥이 계속해서 떠오른다.



인턴기자에 대한 그들의 선입견도 마찬가지다. "한겨레만 보며 감정적으로 치닫고 아주 순진하고 이상적인

편향성을 가진 대학생" 정도랄까. 선배기자들과 말을 섞으면서 계속 부딪히는 편견. 생각보다도 훨씬 더, 우리를

대학생이라고 덩어리짓는 힘보다 갈기갈기 찢는 힘이 클지도 모르는데. 확고한 ready-made의 시각이 편할지는

몰라도, 공허해질 뿐이다. '구호'에서 '구체'로. 갈수록 어려워진다.

동아일보 국제면은 해외토픽인가.

 조금이라도 한국에 관련된 기사는 다른 지면으로 넘어간다. 여타 신문도 마찬가지지만, 동아일보의 국제면은 특히 그렇다. 포차 떼고 장기두는 격이다. 미일-중러의 군비 경쟁,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정치면에서 다룬다. 북한, 독도문제는 정치, 사회면, 그리고 동원호는 사회면이었다. 오늘자 발제를 봐도 그렇다. 사실의 선택 자체가 정치적이라는 점은 알지만, 국제면은 한국의 독자들에게 대체로 무미하다.

 국제부에서 종합면이나 사회면을 빌어 쓰는 기사는 그렇지 않다. 동아일보는 국제면을 약간은 진지한 일종의 해외 토픽란으로 이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국제부 기자는 국제면과 일반 지면을 오가면서 기사를 쓰는 것이 원칙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내 지적은 무의미해지겠지만, 국제면 자체로 한국의 독자들에게 어떤 의미를 던지고자 하는가.



사실을 꿰는 바늘은 누가 쥐고 있는가.

 국제면에서 기사화된 ‘미국’, ‘레바논’ 등의 먼나라 이야기들은 해석의 과정을 거치면서 독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의미를 던지게 된다. 스트레이트성의 기사들은 나름대로 깊이 있는 이해와 전문지식을 가지고 쓰여졌고, 균형을 맞추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알게 됐다. 하지만 정작 이러한 사실들을 꿰어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국제부 외부의 칼럼진이나 논설위원이고, 아주 가끔은 ‘기자의 눈’, ‘광화문에서’를 확보한 국제부 기자이다.

 동아일보는 국제부(라는 정체성이 존재하는지는 차지하고라도)에서 그러모은 사실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고정적인 공간을 보장해주어야 한다고 본다. 물론 동아일보의 정견과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한 조율이야 불가피하겠지만, 동아일보가 포용할 수 있는 정치적 스펙트럼 내에서 국제부 기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에 나서는 것도 필요하다. 사실과 해석이 떨어질 수 없는 까닭이다. 그것이 바로 언론들이 논조를 세련화하고 서로 소통가능한 기반을 만드는 초석이다.



여전히 특파원이 필요한가

 인터넷을 통해 공간적인 제약을 극복할 수 있게 된 오늘날, 특파원은 해당 지역의 뉴스에 대한 우선 접근권을 상실했다. 특파원에게 남겨진 역할은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현지에서만 얻을 수 있는 생생함을 기사에 투영하는 것이 하나이고, 해당 지역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전문적인 취재를 하는 것이 다른 하나이다. 하지만 동아일보의 특파원 제도는 그러한 문제 의식없이 구태의연하게 운영되는 것 같다.

 지역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파원을 보낼지 말지의 문제가 아니라, 해당 지역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안목을 갖추고 있는지가 문제이다. 기술적인 차원에서는, 단기 특파원 제도를 활용하거나 현지 언론과의 제휴를 강화해서 현지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파원이 왜 여전히 필요한지부터 따져야 한다.



국제부 인턴을 마치는 개인적인 소회

 신문은 더 이상 신속성이나 가독성을 염두에 두어서는 안 될 것 같다. (굳이 신문을 찾아보는) 독자들은 수준도 높고 관심도 크다. 역피라미드형의 우람한 기사틀은 이제 재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자를 ‘글 잘 쓰는 사람’이라고 흔히 칭하지만, 인턴을 해보니 그보다는 ‘사실을 잘 전달하는 사람’이라는 정의가 아직까지는 적절한 듯하다.

 국제부의 인턴 프로그램이 참 좋았다. 기자를 본격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본격적인 기자 훈련보다 이곳의 분위기와 개략적인 이미지를 얻는 것이 훨씬 유익했다. 그리고 이아무개 선배, 김아무개 선배를 비롯한 국제부 기자들도 인턴기자를 귀찮아하지 않고 살갑게 챙겨주는 것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점심시간에 이스라엘 대사관으로 뉴스브리핑 갔을 때 이아무개 선배가 점심은 어떡할 것인지 네 번이나 전화를 해서 챙겨줬던 것이 제일 가슴에 와닿았더랬다. 부장님, 이아무개 선배님, 김아무개 선배님의 술 약속도 잊지 않고 있다.



하나 더.

 동아일보는 보수지다. 이는 위험하지도, 감정적이지도 않은 말로 들려야 한다. 국제부 인턴을 두 주간 하면서, 많은 질문을 던지기도 했고, 많은 대답을 하기도 했다. 그러고 나니, 덩어리로 인식하고 있던 ‘동아일보’라는 ‘공기’는 이제 나름의 내부 동학을 가진 ‘기업’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보수적인 사람들에게 보수적인 논리와 사실을 제공하는 것이 이 ‘기업’의 영업방식이다.

 다행인 것은, ‘찜질방 한번 안 가본 기자가 찜질방 기사를 쓰더라’는 인턴 동기의 이야기는 전혀 실감할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국제부의 선배기자들은 나름의 시각을 가지고 있었고, 많이 열린 자세를 갖고 있어서 좋았다. ‘보수’, 혹은 (상대적인 개념어로서) ‘좌파, 우파’라는 단어가 거부감없이 쓰일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동아일보를 바란다.

오늘도 점심때 소주, 저녁때 소주, 그리곤 맥주로 입가심..했더니 지하철 노약자석에 앉아 잠이 들어버렸다.

종점에 사는 것이 좋은 점도 있구나 싶었다. 선택지를 버리면, 맘편히 잠들 수 있다. '저, 여기서 내려요' 정도의

대사가 방해하지 않는한, 여닫히는 문과 그 밖에 펼쳐진 풍경은 내게 아무 의미도 없다.



1) 일개미가 쉴새없이 먹이를 실어나르듯, 기자들은 끊임없이 하루짜리 fact를 주워모은다. 자유롭다고도,

자유롭지 않다고도 말할 수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속박이 만만해보일 수도, 혹은 이미 자기검열이 시작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다만 일정한 수준내에서 자신의 입맛대로 상큼한 먹잇감을 골라든다.


2) 이른바 데스크에서 조율이 이루어진다. 무엇이 'new's인지, 어떤 것이 '기사로서의 가치'가 있을지 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비이성적으로 결정된다. 찜방 한번 안 가본 기자가 찜방기사쓰듯.


3) fact는 언어로 짜여지기 시작하고, 그럴듯한 레테르로 포장된다. 글말 가지고 먹고사는 사람들이라 단어를

배치하고 뉘앙스를 얹어주며 아웃복싱의 쾌감을 느끼다. 어디에 힘을 실어줄지 결정하는 정교한 구조물. 물론,

스트레이트성 기사는 역삼각형의 흉칙한 바디.(이제 신문을 읽는 독자가 신속성, 가독성을 중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면, 문체도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4) 기사의 표현과 호흡이 유지하던 아슬아슬한 객관성의 외피는, 논설과 칼럼에서 화려하게 재정렬된다. 무질서한
 
듯 뿌려져있는 철가루를 바싹 긴장시키는 강력한 자기장. 기사면에 헐겁게 매달려있던 구슬들을 꿰맨 바늘은

누군가에게 날아가 꽂힌다. 조선의 계륵, 동아의 '약탈정부', '노무현조크' 따위 유치한 삿대질, 그리고 그것에

대처하는 유아틱한 정부의 막말은 차치하고라도.


0) 애초, 객관성은 무리다. 기자들은 사실 기능공이다. 누추한 현실을 재단해서 뭔가 있어보이게 짜깁기하는

바느질공. 아니, 기자는 단지 한 땀만 꿰매는 건지도 모른다. 각자가 가진, 서로 구태여 확인하며 맞춰볼 필요없는

정향에 따라서 허용된 한땀을 꿰맨다. 삐뚤빼뚤하게 엮여나간 실의 궤적은 때론 비둘기를, 때론 매를 그린다.

혹은 정신나간 art brut일지도.



...'동아일보'라는 덩어리를 깨서 보기 시작했다. 80년대 해직기자들은 아무러해도 결국 무능력과 비사교성으로

짤릴 처지였단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고, '지식인의 군기'를 요구하는 선배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사실은, 5시가 다가오면 죽을듯 괴로워하며 헛구역질하듯 글을 토하는..안쓰런 족속인거다.

하지만 사회에 버티고 선 건, 동아일보 기자 누구가 아니라 논설과 칼럼을 두른 동아일보 덩어리다. 대체

마이크를 쥔 건 누군가. 기자에게 쥐어진 건 고작 외마디 fact를 울리는 캐스터네츠 아닌가 싶다. 짝. 짝. 짝.

누군가가 그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


아, 물론 모든 신문은 정향이 있어야 한다. 동아일보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언론'의 문제. 1인 1매체가

불가능하다면 부딪힐 수 밖에 없는 괴리감의 존재. 게다가 잔뜩 우그러진 정향이라면야.

이번주는 아시아재단이나 ICG같은 곳으로 인터뷰 반, 견학 반 다니느라 상당히 바쁘게 지나갔다. 내일은

저번주부터 추진했던 이스라엘 대사와의 인터뷰. 첨에는 사실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대사랑 인터뷰해봐야 동아일보 지면을 이스라엘 찌라시로 만드는 게 아닌가 싶어서. 이런저런 기사를 찾아서

사전 조사를 하다보니 이자식..생각보다 매콤하다. 국제부 선배가 오늘 중동 문제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을

해줬는데, 딱 그만큼 매콤하다. 이스라엘은 '영토와 평화'를 교환하고자 하며 성경이 점지해준 땅에 조용히

살고 있는데, 테러단체들이 숨통을 졸라온다는 거다. 사실의 채택조차 정치적이라는 사실을 '새내기 교육하듯'

그리도 강조하던 기자들이 정작 균형을 잡는 건 레바논이 '제대로 된' 주권국가가 아니라서 주권침해가

성립되는지가 애매하다는 지점이다.


당하고 있는 사람이 착할 거란 건 환타지다. 장갑차에 치었다고 갑자기 '순결한 애국처녀'로 둔갑하는 건

코미디다. 하지만 똑같이 테러로 맞대응하는 이스라엘이 '평화, 사랑' 운운하는 건 혐오스럽다.


질문지 위의 번호 붙은 것은 선배들이 선정해준 질문에 내멋대로 살짝 시즈닝, 그리고 #표시는 내가 묻고 싶은

것들. 대체 이게 기사가 어찌 나오려나......또 내 질문은 짤려버리는거 아닌지.

음음...동아일보는 조선일보보다도 보수적이다. 의외인 건, 프레시안 편집부장이던가...가 동아일보의 전직

국제부장이란 사실. 인턴을 조금더 일찍 왔어야 했던가.ㅋㅋ


1. 이스라엘은 이번 사태를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군인 2명을 납치한 것에 대한 자위권을 발동한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군사작전은 자위권이 갖추어야 할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는 대응이라는 평가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2. 이스라엘의 공격이 계속되면서 어린이나 노약자 등 민간인들에 대한 피해가 크게 발생하고 있다. 헤즈볼라와는 관련이 없는 일반 주거지나 사회 기반시설에도 대대적인 폭격을 가하고 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 이스라엘은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3.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을 이번 사건의 배후로 지목하는 등 점차 대립구도가 아랍권 대 이스라엘의 구도로 변화하고 있다. 헤즈볼라를 무력화하겠다는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장이 기타 지역(시리아나 이란)으로 번질 수도 있는가. 먼저 이스라엘을 공격하지 않는 한 전장이 두 나라로 확대되지 않는다고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는데, 전황이 장기화되는 경우에도 이는 유효한 약속인가.


4. 이스라엘은 현재 레바논에 헤즈볼라의 무장 해제를 휴전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분열되어 있는 레바논 내각은 헤즈볼라를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레바논 남부를 무인지대화하거나 다국적군이 주둔하도록 구상하고 있는데, 이스라엘이 생각하는 이번 사태의 궁극적인 바람직한 해법은 무엇이며,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 레바논의 유엔 감시단원들은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초소가 파괴되기 전까지 6시간 동안 무려 10차례나 공격을 중단해줄 것을 이스라엘군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사무총장도 이를 고의적인 공격으로 규정하며 규탄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한 이스라엘의 입장은 무엇인가.


#.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작전으로 헤즈볼라가 약화되면, 비록 레바논이 치르고 있는 희생과 대가가 크지만 레바논 정부의 주권 행사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알-카에다를 향해 수행했던 비대칭전쟁의 양상을 떠올리게 한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점유하고 있던 지역을 점령할 수는 있겠지만, 결코 단시간 내에 현장을 장악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이라크에서 벌어졌던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는가.


#. 사실 여부를 떠나 노르웨이 등 세계적인 차원에서 반미 여론과 함께 반유대 여론도 대두하고 있다. 올해 3월 주한 이스라엘대사도 연세대 채플 시간에 강의를 하던 중 강한 반발을 샀던 일이 있는데, 한국 대중들의 반유대 정서를 막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강연 도중 아랍인들을 테러리스트라고 지칭하고 민주주의도 전혀 모른다는 등의 아랍권 비하 발언)

사실 기자에 대한 동경은 없었다. 단지, 짜장면 받침이 되더라도 일정하게 확보된 지면을 장악한 채 자신의

이름을 걸고 무언가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마이크'를 쥔 그들이 부러웠을 뿐.


국제부를 2주간, 사회부를 2주간 하게 됐다. 원래는 국제부 대신 정치부를 가고 싶었는데, 글쎄..암만해도 전공을

감안한 듯하다. 한국에서 '국제면'은 무슨 이야길 해야할까. FTA, 개성공단, 동아시아 군비경쟁과 우익화, 유엔,

북한문제..아니다. 국제면만이 실을 수 있는 건, 고작해야 얼음축구공을 핥고 있는 북극곰 사진과 어딘가

먼 나라의 축제 사진. 아니면 미인대회 사진?


FTA를 둘러싼 찬반논의가 간과한 건, 이미 한국은 벨트까지 끌러져내린 상태란 거다. 더이상 한나라의

정권이나 시민사회가 독존할 수 없는 세상, 미국조차도. 국제면 폐쇄를 건의해야겠다. 사회, 경제, 정치..살점은
 
모두 뺏긴 채 앙상하게 레바논 넝마 한벌 걸치고 있는 꼴이다. 그것도 경쟁지'조선'이 치는 만큼 따라간 기사.


아니면, 깊이다. 가십거리야 이미 사이버공간에 넘쳐난다. 최근 미국 외교정책의 전환이나, 중동과 유대인의 문제

그리고 약간의 국제정치학적 씨즈닝을 곁들이면 어떨까 싶은데. 글쎄...기사가 한국과 가까워지는 순간 다른

지면에서 요리된다. 조선처럼 적극적으로 국제기사를 '활용'해서 국내 정치를 까는 것도 아니고. 멕시코 대선을

보며 '일자리도 못만드는 정부는 필요없다'는 식.ㅋ


국제부 선배 하나가 그런다. 기사문에 익숙해지면 글을 못 쓰게 된다고. 이건, 어디에서도 잘려나갈 수 있어야

하는 인스턴트 글. 우람하지만 정형화된 역삼각형의 근육미는 그다지 매력적이진 않다. 도마뱀 꼬리처럼 언제고

잘려나간 준비가 된 나머지 글들이 허하다. 속보성이 떨어진다면, 훨씬 호흡을 잘 갖춘 글이 먹힐 수도 있을 거

같은데. 하긴, 알고 있었다. 하루치 상식(내지 상식인 양 포장된 교묘한 프로파간다)을 파는 지식 노동자, 먹고

살아야 하는 밥벌이로서의 기자질. 술자리서 부딪혔던 부국장단 아저씨들은 그들이 이미 태반의 삶을 실어버린

동아일보의 이미지와 정견에 대한 신념이 있었지만, 젊은 기자들은 그렇지 않은 거 같다. 뭐..좀더 깊이 이야기를

해봐야겠지만. 어디까지가 그들의 의지였고, 어디까지가 그들의 타협선일까. 땅따먹기 놀이같단 생각이 든다.

선을 그어 자유로이 밟을 수 있는 땅따먹기.

기자가 뭘까라는, 오늘 시작된 인턴 수업 매 시간마다 내게 불편하게 내질러졌던 질문. 사실 그다지 진지하게

뭘까~하고 생각했던 것이 아니어서, 일단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들으며 관망세를 취하다. 진리를 구성하고,

사회적 책임이 막중하고, 머 그런 것들이 짚어졌다. 김학준 사장은 조선 시대의 사관과 언관에 비유를 하기도,

혹은 군사독재 시절 정의의 횃불로 비유를 하기도 하며, 권력에 대해 결연하게 맞장뜰 수 있는 자세를 강조했고.



개인적인 차원에서, 분명히 기자는 어떤 축복을 받은 직업이긴 할게다. 자신의 호기심을 도발하고, 그것을

충족시키는 쾌감. 무엇 하나 전문지식을 쌓지는 않더라도, 그만큼 자유롭게 알고 싶은 것들을 공부해가며 자신의

발로 눈으로 직접 알고 싶은 사실을 캐낸다는 것. 그저 쏟아지다시피 제공되는 정보에 만족하는 사람들과는

확실히 다른 입장일 거다.



하지만, 지금이 유교적 기치가 공고했던 조선 시대나, 악과 정의의 구분이 선명했던 군사독재 시대와 같을까.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보되고 나선, 오히려 제멋대로 호명되는 '민주주의'의 허울. 역설적인 이념 과잉의 시대에서
 
'민주주의'라는 둔탁하고 애매한 수사로는 아무것도 말해지지 않는다. 확고한 지반은 이미 무너졌다.

도끼를 짊어지고 왕에게 상소를 하던 심정으로 오늘날 언론의 사명을 운위한다는 것은, 내게 다시 황장엽씨를

떠올리게 했다. 인간이 중심되는 세상을 구축하기 위한 그의 철학-함이 결국 기대고마는 '민주주의', 그것은

그러나 '미치광이'가 지배하는 북한을 의식해야 하는 한국에서는 의사 민주주의, 곧 반공 이데올로기로 변질된 채

제기된다. 그리고, 그 자신의 삶을 온통 묻어버린 그러한 사고방식은 자기가 옳다는, 옳을 수밖에 없다는

경직성으로 귀결된다. 맞장뜨자라는 도전적 사고. all or nothing의 극단성.

정치 권력에 대한, 시민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대립각.



오늘날 기자에게 필요한 건, 진부하지만 똘레랑스 같은 거 아닐까. 물론 자신의 정견이나 의견이 없을 수야

없지만, 그조차 사회의 이념적 스펙트럼의 한부분을 구성하는 톱니같은 것..이라고 인정하는 것. 구성되는 진실에

수만가지 버전이 있을 수 있고, 압축성이 생명이라는 짧막한 기사글에 담기는 진실이란 허약하기 짝이 없다는

자기 반성..주제 파악. 좀더 경험해보면, 어떻게 생각에 살이 붙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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