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기자에 대한 동경은 없었다. 단지, 짜장면 받침이 되더라도 일정하게 확보된 지면을 장악한 채 자신의

이름을 걸고 무언가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마이크'를 쥔 그들이 부러웠을 뿐.


국제부를 2주간, 사회부를 2주간 하게 됐다. 원래는 국제부 대신 정치부를 가고 싶었는데, 글쎄..암만해도 전공을

감안한 듯하다. 한국에서 '국제면'은 무슨 이야길 해야할까. FTA, 개성공단, 동아시아 군비경쟁과 우익화, 유엔,

북한문제..아니다. 국제면만이 실을 수 있는 건, 고작해야 얼음축구공을 핥고 있는 북극곰 사진과 어딘가

먼 나라의 축제 사진. 아니면 미인대회 사진?


FTA를 둘러싼 찬반논의가 간과한 건, 이미 한국은 벨트까지 끌러져내린 상태란 거다. 더이상 한나라의

정권이나 시민사회가 독존할 수 없는 세상, 미국조차도. 국제면 폐쇄를 건의해야겠다. 사회, 경제, 정치..살점은
 
모두 뺏긴 채 앙상하게 레바논 넝마 한벌 걸치고 있는 꼴이다. 그것도 경쟁지'조선'이 치는 만큼 따라간 기사.


아니면, 깊이다. 가십거리야 이미 사이버공간에 넘쳐난다. 최근 미국 외교정책의 전환이나, 중동과 유대인의 문제

그리고 약간의 국제정치학적 씨즈닝을 곁들이면 어떨까 싶은데. 글쎄...기사가 한국과 가까워지는 순간 다른

지면에서 요리된다. 조선처럼 적극적으로 국제기사를 '활용'해서 국내 정치를 까는 것도 아니고. 멕시코 대선을

보며 '일자리도 못만드는 정부는 필요없다'는 식.ㅋ


국제부 선배 하나가 그런다. 기사문에 익숙해지면 글을 못 쓰게 된다고. 이건, 어디에서도 잘려나갈 수 있어야

하는 인스턴트 글. 우람하지만 정형화된 역삼각형의 근육미는 그다지 매력적이진 않다. 도마뱀 꼬리처럼 언제고

잘려나간 준비가 된 나머지 글들이 허하다. 속보성이 떨어진다면, 훨씬 호흡을 잘 갖춘 글이 먹힐 수도 있을 거

같은데. 하긴, 알고 있었다. 하루치 상식(내지 상식인 양 포장된 교묘한 프로파간다)을 파는 지식 노동자, 먹고

살아야 하는 밥벌이로서의 기자질. 술자리서 부딪혔던 부국장단 아저씨들은 그들이 이미 태반의 삶을 실어버린

동아일보의 이미지와 정견에 대한 신념이 있었지만, 젊은 기자들은 그렇지 않은 거 같다. 뭐..좀더 깊이 이야기를

해봐야겠지만. 어디까지가 그들의 의지였고, 어디까지가 그들의 타협선일까. 땅따먹기 놀이같단 생각이 든다.

선을 그어 자유로이 밟을 수 있는 땅따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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