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컨설팅사에서 2차 인터뷰를 보고 왔다. 1차 인터뷰는 한 번, 2차 인터뷰는 두 번, 3차 인터뷰는 세 번. 거기에

서류심사와 Critical Thinking Test란 90분짜리 객관식테스트를 합치고 다소의 허세를 섞으면 총 여덟 차례의

관문이 뿅.하고 나타난다. 사실은, 2차와 3차에 진입하면 어쨌건 2번, 3번, 인터뷰를 본다는 점에서 관문은

다섯 개다.


케이스 인터뷰에는 나름 적응도 되었고, 살풋 즐길 줄도 알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여름에 RA 정해질 때

인터뷰어가 워낙 칭찬을 해줬던 탓이다. 어떤 방식으로 현상을 쪼개고 접근할지를 먼저 가늠한 후에, 서늘한

큰칼로 고래를 해체하듯이 덩어리덩어리 떼어내기 시작한다. 자신이 하는 작업에 대한 사전 설명과 목차 제공도

필수. 마지막으로는 다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어떠한 차이점이 생겨났을지, 어떠한 근거로 그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하게 된 것인지 한마디 언급해 주고. 실제 접하게 될 사례들의 축소판과 같다고 얘기되긴 하지만, 일종의

지적 유희랄까..현실을 너무 쉽게 설정해놓는 찻잔 속 폭풍, 그런 아이디어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오늘 문제는, 아주 커다란 문제가 나왔었다. 더구나 인터뷰어가 직접 맞닥뜨려 다뤘었던 문제였던 데다가, 예기치

않은 영어면접이 이미 머리를 잔뜩 헝클어뜨린 후였다. 문제는, "샌드위치 위기에 처한 한국 제조업중 한 개사가,

1) 노동인력의 의욕 상실, 2) 노조와의 단체교섭 결과 인센티브 및 상벌제도 무력화, 3) 노동 독려를 '노동착취'와

동일시하는 노동자의 의식'수준'에 처해 어떻게 노동생산성을 제고할 것인지"였다...그걸 알면 내가..ㅡㅡa


어쨌던 답 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논리를 세워 생각하는 것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니까..노동생산성은 노동력

인풋 대비 아웃풋 이라고 정의하고 시작했다. 그치만 문제는, 아무리 라인을 재배치하고 설비에 투자하고
 
서베이를 통해 발굴한 새로운 인센티브 요인을 활용하고 등등을 하더라도, 노동 강도의 강화는 피해갈 수

없다는 것. 인터뷰어의 말을 빌면, 노조가 기업의 '팔다리를 꽁꽁 묶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 강도가 높아지는 것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설득해 낼 방법을 찾으라는데, 도무지 각이 안 나왔다. 내가 한시간동안 몰입해 있던

그 관점에서는, 노조는 기업의 성장, 한국 경제의 성장을 질곡하는 족쇄 바로 그자체였다.

한국 경제성장사의 이면에 드리워진 역사적 부채, 심화되는 경제적 왜곡, 한국경제의 시스템적인 문제, 그런

학술적이고 역사적인, 혹은 계보적인 이야기들은 당장의 market share, 이윤율 제고에 아무런 힌트도,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현학적인 주제일 뿐. (기업의 생리란,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생리란 그런게다.)


현장에서 삼개월 동안 작업복을 입고 직원들과 함께 했다는 그 인터뷰어는, 쥐어짜낸 몇 개의 내 아이디어들을

전부 블로킹해 버렸다. 아이디어는 아무것도 아니며, 당장이라도 적용될 수 있는 플랜이 필요하다고 했다. 궤멸.

치사하다, 막판에 대안 하나를 고수하려다 둘 사이에 첨예한 기류마저 흘렀지만..끝내 남김없이 격침.

다소 공격적이고 현장의 느낌을 중시하는 듯한 그 인터뷰어에 대한 반감은 없었지만, 그래도 자신은 그 답을

찾아내어 이후 꾸준한 노동생산성 향상을 이뤄냈다고 얘기할 땐, 살짝 적개심마저 들었다. 제길. 대체 답이 뭐냐.

정말 찾긴 찾은 거냐.


완전히 지쳐서 나와버렸다. 쥐잡듯 농락당하고 무시당한 느낌. 여유가 없어보인다는 피드백은 내게 흔치 않은

것이었고, 뭣보다 자평컨대 1mg의 분석력도, 여유도 자신감도, 지력도 전혀 보여주지 못한 사상 최악의 인터뷰.

정신 좀 차릴라고 에스프레소 투샷을 마시면서도 쓴 맛도 못 느꼈다. 압박이 너무 강했고, 영어 면접에 대해

전혀(!) 준비하지 않은 탓에 압박이 더욱 커져버렸댔다. (아직도 취업준비생 자세가 덜 된 거라고, 궁시렁궁시렁.)


그나마 믿고싶은 구석은, 면접 첫 오분간이 무엇보다 결정적이라는 항간의 소문. 그에 발맞추어 몇마디 차분함과

스마트함을 가장하는 말마디들을 준비했던 것. 일테면, "시작하기 전에 제가 따로 준비해온 레쥬메와 필기구를

꺼내도 되겠습니까." 뭐 이런..-.ㅡㆀ 그리고, 2차니까 아직 한 차례의 기회가 남아있단 것. 평균을 내던 합의를

하던 둘이 싸워서 이긴 사람 맘대로 하던 간에..한 차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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