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에 갔던 LA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언제 다시 또 오겠냐 했지만 이렇게 일년이 되기 전 다시 한번 오게 되다니.

 

무려 90여불에 달하는 일일권 티켓과 같은 값에 파는 'Buy a day, Get 2014' 티켓-그니까 일년 무제한 이용권을 사두길

 

잘했다. 더구나 이번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하니 더욱 색다르기도 하고.

 

신용카드랑 비슷한 사이즈의 티켓. 현재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탈거리가 트랜스포머라더니 역시 티켓도

 

트랜스포머를 전면에 내세웠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내부에는 슈렉이라거나 트랜스포머라거나, 그린치라거나 온갖 영화속 인물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가장 신기했던 건 역시 디테일이 살아있는 트랜스포머의 등장 로봇들.

스튜디오 내부에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공간이 나뉘는 거 같다. 스튜디오 세트장 투어공간, 온갖 탈거리들, 그리고

 

이런 식의 잘 꾸며진 환상적인 거리들. 사진은 1938년대를 재현한 미국 거리에 꾸며진 크리스마스 장식들.

 

탈거리, 볼거리 중에서 손꼽히는 것 중 하나는 워터월드쇼. 실제 동명의 영화 세트장을 그대로 활용해서 지어졌다는

 

공간에서 배우들이 고난이도의 스턴트 액션과 전투신을 재현한다.

 

 

총알 대신 물대포를 쏜다는 점을 제외하면, 이렇게 펑펑 폭음이 들리고 화염이 하늘로 치솟는 장면 등은 꽤 실감난다.

 

게다가 객석과 공연장의 거리가 이렇게 가까운 걸 생각하면 화염이 훅 치솟을 때의 열감과 열풍은 깜짝 놀라게 되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커튼콜, 대략 20분 정도 진행된 공연은 하루에 네다섯 차례 반복되는 것 같은데,

 

기타 다른 볼거리나 탈거리들의 시간표를 입장시에 받아보게 되니 스케줄을 잘 짜는 게 관건인 듯.

 

 

그리고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세트장 투어. 아무래도 가장 대기시간도 긴 것 중에 하나인 것 같은데,

 

전기기차를 타고 실내외 세트장을 돌아보며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식이다. 언어는 영어/스페인어/중국어만 지원.

 

여긴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영화 작품 중에서 뉴욕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의 거리 장면을 찍었던 세트장이라고 한다.

 

뉴욕의 상징 노란색 택시가 딱 버티고 선 앞에 까페는 여러 작품에 등장했던 까페라고 했던가.

 

 그리고 이렇게 그간의 작품에 등장했던 차들을 전시하고 있는 곳도 지난다.

 

꼭 슈퍼카에 준하는 차들만이 아니라, 'Back to the future' 시리즈에 나왔던 차들이라거나 모형차들 역시.

 

이곳은 특수효과를 시연해 보여주는 곳. 맑은 대낮에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정도야 스프링쿨러에 익숙하다 쳐도,

 

이렇게 순식간에 하천이 범람하고 홍수가 벌어지는 모습까지 보여줄 줄은 몰랐다.

 

거대한 선박이 항해중인 모습을 촬영할 때 이렇게 조그마한 모형을 두고 촬영하기도 한다고.

 

 

전설의 명작, '조스'의 유명한 장면을 재현하는 호수를 지나기도 했다. 상어 지느러미가 수면위로 나타나고

 

수영중이던 사람이 끌려들어가고는 이내 시뻘겋게 물드는 해수면.

 

 그리고 킹콩의 한 장면을 3D로 관람할 수 있는 곳도 있었고, 이렇게 비행기 추락사고 현장을 재현한 세트장도.

 

 실제로 비행기를 한대 구매해서 사고난 것처럼 실감나게 때려부쉈다는 게 가이드의 설명이었다.

 

 

실제로 이 세트장을 활용해서 찍었던 항공기 사고 장면들이 알게 모르게 여러 영화에 쓰였다고.

 

 

그렇게 한 나절, 일년여 만에 다시 찾은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온통 크리스마스였다. '심슨가족'이니 '미이라'니

 

'트랜스포머' 혹은 '쥬라기공원'이니 하는 다른 탈거리들도 조금씩 내용이 바뀌어 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계속해서 내용을 바꾸어야 사람들을 계속 찾도록 이끌 수 있을 테니, 다음에 또 와도 실망하진 않겠다.

 

느닷없이 도시가 술렁거렸다. 잠시만 방심하면 어디서고 빽빽, 소리를 내며 시뻘겋게 내달리는 소방차가 튀어나오긴 하는 도시라지만

 

조금은 다른 종류의 술렁거림이었다. 그리고, 그가 나타났다.

 

사실은 유니온 스퀘어에서 이미 한번 조우했던, 익숙한 그의 실루엣과 푸근한 똥배였다. 그때는 미처 마음을 다잡지 못해 셔터를

 

누를 타이밍을 놓쳤던 것 뿐, 유니온 스퀘어에서 피셔맨스워프까지 사십분을 걸으며 아쉬워하던 참이라 이번엔 영락없었다. 찰칵.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의 속도에 맞추어 카메라를 움직이는, 나름 패닝까지 시도해가며 찰칵.

 

무지하게 시원할 거 같다. 그 와중에도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헬멧을 썼지만, 사실 저렇게 입고 타다가 사고가 나면 아후 정말.

 

어디가 어떻게 까지거나 찢어지던 무지하게 아플 거 같다.

 

시선을 온통 살색 충만한 아저씨한테 뺐겼다가 재미난 자전거들을 몇 대 흘려보낸 뒤, 정신을 가다듬고 끊이지 않는 행렬을 훑었다.

 

키보다도 훨씬 높은 자전거, 그것도 스트라이다와 같은 삼각 형태의 자전거가 몇 대 지나가길래 그 중 하나를 캡쳐.

 

 

 

 

스노우 타이어가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11월,

 

실은 '스노우 타이어'란 이름부터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겨울철 안전운행을 위한 '윈터 타이어'라는 명칭이 맞으며, 몇몇 동영상을 보고 나면 윈터 타이어가 꼭 필요함을 느끼게 될 듯.

 

 

 

1) 윈터 타이어 vs 썸머 타이어. (후륜 자동차의 경우)

 

 

 

2) 윈터 타이어 vs 사계절용 타이어 (@ 눈길)

 

 

 

3) 윈터 타이어 vs 사계절용 타이어 (@빙판)

 

 

 

참고) '윈터 타이어'의 필요성에 대하여.

 

 

 

 

 

 

 

태권도공원은 뭐고 태권도원은 뭐야?

 

태권도원? 태권도공원을 짓는단 이야기는 어디선가 얼핏 들었던 기억이 있지만, 이번엔 또 태권도원이라고?

 

지자체마다 난립하는 온갖 '생색내기용' 토목공사의 하나인 건 아닐까, 의심부터 하게 된 건 내 잘못만은 아니다.

 

 

 

 

뭐, 일단 의심 하나는 불식된 셈이다. '태권도공원'이라는 이름으로 2004년부터 시작되었던 사업이 2012년 2월에

 

'태권도원'으로 명칭을 바꾸었다니, 적어도 한국의 국기라는 '태권도'를 두고 지자체들이 질세라 숟가락얹기 경쟁을

 

하는 흉한 모습은 아니니까. 그래도 여전히 궁금증, 혹은 의심은 남는다. 2013년 9월에 개관 예정이라는 태권도원

 

공사현장을 둘러보며 배종신 태권도진흥재단 이사장과 현장소장과의 질의 응답 시간을 가졌다.

 

 

 

태권도원을 왜 지어야 하나요?

 

가장 큰 궁금증은 아무래도, 왜 굳이 태권도원을 짓느냐는 거다. 최근 '태권도人'의 스포츠정신에 누를 끼친 복사기인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굳이 커다란 기념사업이니 거창한 시설물을 지어야 태권도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다곤 하지만, 전세계에 널리 퍼져 201개국 7천만명의 수련 인구가 있고 올림픽 정식종목으로도 수년째 자리잡고 있는

 

태권도의 본산이자 종주국으로서 한국에 상징적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건 사실이다. 일본엔 무도관이 있고, 중국엔 소림사가

 

있다고 치면, 한국엔, 글쎄, 국기원이 있다고 해야 하나. 그치만 국기원은 강남의 높고 거대한 건물들 사이에 숨은지 오래다.

 

(이제 버스 정류장 이름으로나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하면 너무 심한 말일까. 국기원 앞 사거리 운운.)

 

 

무주에 뭘 어떻게 지을 셈인가요?

 

아무래도 아직 공정율은 38%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니 현장에는 뼈대밖에 없을 거다. 우선 건설 현장에 도착해서

 

진흥재단 이사장과 홍보팀장의 설명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태권도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건 알겠다,

 

이제 그럼 왜 무주인지, 그보다 중요한 질문은 뭘 어떻게 지을 건지가 관건이겠다. "우리 세대에 우리가 만드는

 

세계문화유산"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에 걸맞는 내용물이 있는지 궁금했다.

 

 

무주는, 어렸을 적 무주구천동 계곡에 텐트를 치고 놀았던 기억에 따르자면 완전 심산유곡, 멀고도 험한 오지라는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내려갈 때 고속버스로 세시간 정도 걸렸으니 그렇게 먼 곳은 아닌 셈이다. 게다가 반딧불이

 

축제라거나 무주구천동, 나제통문같은 유명한 관광자원을 갖춘, 신라와 백제가 경합하던 내륙중앙부이니 남한 땅에선

 

대충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는 의미도 있겠다.

 

그리고 뭘 지을 거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꽤나 그럴듯하고 매혹적인 답안을 갖고 있었다. BODY, MIND, SPIRIT을

 

테마로 했다는 세가지 구역으로 나누어 전시체험, 수련연구, 고단자전용의 용도로 구획한다는 것 정도는 기본이고.

 

무주의 백운산 자락에 기대어 조성되는 9곡 8경, 9개의 골짜기와 8개의 풍경에 태권도의 경지에 따라 밑에서부터

 

차츰 성장하고 깊어지는 모습을 형상화해낸다는 것도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애초부터 굉장히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가득 담고 공간을 조성한다는 거니까 야심만만하면서도 흥미가 바싹 당기는 거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웠던 건, 태권도의 띠 색깔을 그대로 차용해서 다리 여섯개를 만들겠다는 계획.

 

밑에서부터 백원교-흰띠, 황원교-노란띠, 청원교-파란띠, 적원교-빨간띠, 품원교-품띠, 그리고 흑원교-검정띠,

 

이렇게 여섯개의 다리를 만들어서 각자의 색깔을 살려내고 각기 단계별 수련과정을 형상화한다는 건, 무슨

 

태권도를 소재로 한 만화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살짝 황당무계하면서도 굉장히 참신한 아이디어 아닌가.

 

 

그리고 또 하나, 태권도 고수들에게만 허락되는 특별한 공간, 태권전과 명인관을 짓는다는 것도 포인트다.

 

전적으로 기부금에 의탁하여 지을 계획이라는 이 두 건물은 고단자들의 커뮤니티 및 네트워크 공간으로, 말하자면

 

전세계에 퍼져나간 태권도의 정수를 품고 있는 곳이랄 수 있지 않을까. 안에 들어가려면 마치 끝판왕을 깨러가듯

 

즐비한 고수들의 숲을 넘고 온갖 비밀장치들을 해소해야 겨우 친견할 수 있을 것 같은 아우라가.

 

 

그렇다곤 하지만 아직 기부금이 그렇게 원만하게 쌓이고 있는 상황은 아닌 듯 하다. 아직은 좀 휑해보이는 기부금

 

명단, 그리고 '공' 자가 떨어져나간 '태권도원'의 이름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아무래도 기부금을 걷는다는 건 법적인

 

문제도 있고, 아직까지 '태권도원'의 건립 프로젝트 자체가 거의 홍보가 되지 않은 이유도 있을 거다.

 

그렇다면 과연 현장은 지금 어떤 상황인가요?

 

백문이 불여일견, 아직 공정율이 그리 높은 상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태권도 경기장이니 기타 시설의 뼈대가 섰고

 

제법 윤곽은 드러나는 상황이라고 한다. 준비해준 SUV에 차례로 타고 현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저게 나중에 태권도 띠 색깔에 맞춰서 색이 입혀진다는 여섯 개의 다리 중 하나. 아마도 흰띠를 형상화한 백원교인 듯.

 

 

여전히 현장 곳곳은 높은 크레인이 자재들을 옮기거나 조립된 부분을 얹어 올리느라 분주한 모습이었고,

 

태권도 경기장의 경우는 이제 차근차근 지붕을 이어나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천지인을 형상화한 삼태극을

 

모티브로 했다는 태권도 경기장은 다 지어지고 나면 꽤나 멋진 건물이 될 거 같다.

 

그리고 태권전과 명인전이 들어서야 할 공간. 아직 기부금이 원만히 걷히지 않아 다른 곳보다 공사 진척상황이

 

늦어지는 편이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태권도원의 핵심이자 정수인 곳이니만치 차근차근, 날림이나 부실없이

 

단단하게 지어졌으면 좋겠다.

 

길게 백운산 자락을 타고 달리는 태권도원을 따라 흐르는 개울, 이 곳은 예로부터 백제와 신라가 영토분쟁을

 

벌이며 숱하게 전투를 벌여왔던 곳인지라 태권도원을 조성하기에 풍수적으로랄까 적당한 곳이란 이야기도 있다고

 

했다. 믿거나 말거나, 저 붉은 돌 두개는 이 곳의 개울을 정비할 때 발견된 시뻘건 색의 돌로 공사중의 액도 막고

 

앞으로 태권도원의 기상을 지켜줄 상서로운 돌로 여겨지고 있다고 한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태권도원의 전경. 둘러보기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공사가 꽤나 진척이 되었다는 느낌이었다.

 

태권도진흥재단 측에서도 이제 어느정도 눈에 보이는 윤곽이 잡히기에 이렇게 블로거들을 초청해서 소개도 하고

 

본격적으로 홍보에 나설 참이라 했다.

 

나중에 공사가 완료되면 저 산꼭대기 가파른 곳에 위치한 전망대까지 모노레일도 놓일 예정이라 한다. 이왕이면

 

태권도라는 무예의 공간이니만치 일부러라도 더 가파르고 힘든 코스를 만들어 체력단련 코스로 활용하는 게 낫지

 

괜히 모노레일 만들어서 유지비만 많이 들지 않겠냐고 나름의 고언을 했다.

 

태권도원에서 멀리 내다보이는 첩첩한 산봉우리들, 왠지 이런 곳이라면 태권도의 칼날같은 기세와 무예로서의

 

품위에 걸맞는 공간이겠다 싶다. 알고 보니 충청, 전라, 경상 삼도를 가르는 삼도봉이 있는 명산이라 하니 더욱

 

옷깃이 여며진다. 이런 곳에서 우렁우렁 기합소리를 내며 태권도를 연마하는 건 꽤나 멋질 듯.

 

 

2013년 9월, 그때쯤에 이곳은 얼마나 어떻게 단장되어 있을까. 색색의 띠 색깔에 맞춰 지어지는 다리는 어떨까,

 

그리고 태권도의 수양 단계를 비유한 9곡 8경의 풍경은 또 어떨까. 궁금한 것투성이인 채로 일단은 기다릴 뿐.

 

 

 

+ 주변 볼거리

 

나제통문, 신라와 백제의 통로였다는 조그마하고 매우 짧은 동굴이 하나 있다. 두 나라의 자연적 경계였다기엔

 

너무 약소하다 싶지만, 이쪽과 저쪽의 언어와 풍습이 여전히 차이가 뚜렷하다고 하니 신기한 일이다.

 

무주구천동 계곡을 따라 달리는 벚꽃길. 벚꽃비가 내리길 기다리기를 한참, 아무래도 바람이 멎었다 싶어 자리를


뜨려는 참에 한줄기 바람이 불었댔다.

 

머루와인 동굴, 수차발전을 위해 만들어졌던 동굴을 와인 숙성창고로 활용하고 있는 것도 독특하지만, 시원한

 

동굴 내로 300여미터 들어가서 맛보는 달콤한 머루와인도 독특하다.

 

적상산 사고, 조선시대 실록과 그 사초를 보관하던 사고 중의 하나인 이 곳에서는 통풍과 제습을 위해 다리를 껑충

 

걷어올린 신기한 한옥들을 볼 수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요새 무주의 대표 볼거리는 반딧불이 축제. 인공으로 길러낸 반딧불이를 풀어놓는 게 아니라

 

진짜 자연 속으로 들어가 야생의 반딧불이를 관찰하는 거니까, 그만큼 무주란 곳이 깨끗하고 축복받은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는 반증이렸다.

 

먹거리를 굳이 더하자면

 

'김대중 선생님'도 다녀가셨다는 이 곳의 산채정식은, 테이블 가득 빈틈없이 메워진 반찬 접시들이 하나하나

 

맛있기도 했지만 산에서 갓 캐왔을 것만 같은 온갖 버섯 반찬들이 참 맛나더라는.

 

 

 

 

 

* 이 포스팅은 '태권도진흥재단'의 초청을 받아 '태권도원 팸투어'에 참여하고 취재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바이크의 '시즌-오프'철이 되었음에도 일단은 달린다. 헬멧은 꼭 챙겨쓰고.

딱히 월동준비랄 것도 없고 걍 든든히 입고 조심해서 타는 수 밖에.

버틸 만큼 버티다가, 오토바이를 버리고 나면 운동 겸 걸어서 출퇴근을 해야겠다.






지난 2월 중순쯤에 한번 아이폰 사진폴더에 지저분한 사진들을 정리하다가 몇 장 선별해서 올렸던 포스팅,

아이폰 사진폴더에서 잠자던 사진들. 에 이어서 한 6개월새 또 잔뜩 잡다구레한 사진들로 가득차 버린

사진폴더도 정리할 겸.

회사에서 갔던 직무연수, 이천 근처에 있는 연수원에서 2박3일동안 재밌게 지내다가. 집체수업 와중에 있던

쉬는 시간, 이쁘고 푹신한 쇼파에서 다정한 한때를 보내던 동기들과 하얀 속살의 배를 까내린 사람.

연수원 앞에 펼쳐진 잔디밭에 드문드문 놓인 바윗돌의 그림자들이 길어지던 시간, 그 너머 인공잔디밭에서

공을 쫓아다니느라 때이른 구슬땀을 뻘뻘 흘렸더랬다.

수업하고 저녁먹고 가볍게 맥주 한잔 하면서 과일안주 데코레이션으로 괜히 꽃꽂이를 해보기도 하고.


연수원 뒤의 무성한 숲 사이로 삐져나와 길을 잃어버린 초록개구리 한마리, 네비게이션이 재로딩되는 중.

서울 동쪽의 어느 동네, 독거노인분들 도시락 배달하는 봉사활동 중에 눈에 들어온 신기한 전봇대. 직선으로

쭉쭉 뻗은 전선의 흐름을 지켜내려한 건지, 아니면 옆건물의 실루엣을 배려한 건지 모르겠지만 여하간 휘영청.

초등학교 앞에는 여전히 이런 뽑기 기계가 너댓개씩 열맞춰 늘어서 있었다. 내용물은 조금씩 달라진 거 같기도

하면서 유치하거나 쓸데없다는 점에선 정말 똑같은 거 같기도 하고. 드림하이니 뭐니 속지는 최근에 바뀐 거

같긴 한데, 저렇게 뙤약볕맞고 비바람에 씻기면 빛바랜 빈티지 느낌 완연해지는 건 금방이다.

'카모메식당'이란 일본영화에서 처음 들었던 '까페 루왁'이란 단어. 커피맛이 좋아지라는 주문 같은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그런 커피가 있는 거다. 사향쥐가 먹고 뒤로 배출된 커피콩이 바로 커피 루왁.

커피맛이 정말 달랐다. 굉장히 독특한 향도 그렇고 색깔도 조금 일반 커피와는 다른 느낌.

어느 동네를 가던 들고 다니는 카메라 말고도 아이폰으로도 사진 한두장씩은 남기는 이유, 아이폰에

사진찍힌 위치가 기록된다는 게 재미있어서 곳곳에 로그를 남겨두고 싶어서다. 제주도 초콜릿박물관

갔을 때도 마찬가지, 방문 후 포스팅을 남기면 추첨해서 선물을 준다길래 열심히 썼는데 아무런

응답도 없어서 섭섭하더라는. [제주] 초콜릿박물관, '초콜릿은 마약?'이란 질문에 답이 있는 곳.

청주에 가던 길, 맞은편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불이 활활 타오르는 게 보였다. 트럭에 실려있던 종이박스에서

불이 시작된 거 같은데..아마 어딘가로부터 날아온 담뱃불이 그 불씨 아니었을까. 갖고 있던 카메라로 먼저

찍고 폰카메라로 다시 촬영한 사진.

어린이대공원, 아이들이 뛰어노는 곳이 저런 애매모호한 거시기가 툭 튀어나오다니. 이쪽 끝 말고도 다른쪽

끝 역시도 비슷한 녀석이 코끼리 코같은 걸 툭 내밀고 있길래 재미있어서 한장.

일본의 어느 호텔, 그야말로 빈티지 오토바이들이 주르르 늘어서 전시되어 있는 로비. 카와사키의 바이크도

보이고, 스쿠터도 보이고, 미니바이크처럼 조그맣고 귀여운 것들도 보이고. 아마도 호텔 주인이 바이크

매니아였던 거 같다.

그리고 아오모리 공항을 떠나기 전 공항내 경찰서 앞에 빼곡하게 붙어있던 현상수배 포스터. 사설탐정이

활동하고 있는 일본이니까 아무래도 저런 현상금을 노리고 범죄자를 쫓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아오모리에서 돌아오던 비행기, 인천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 날개가 파랗게 질리더니 구름이 번졌다.

회사에서 있었던 족구대회. 비가 온다고 코엑스의 빈 전시장에 그물을 쳐놓고 족구경기를 하는 회사는

아마도 이곳밖에 없지 않을까. 태앵탱, 공이 바닥에서 튕기는 소리가 광활한 전시장에 울려퍼졌다.

올해 세번째 갔던 제주도에서 카페리를 타고 가파도로 들어가던 길. 렌트카에 장착된 네비게이션은 차가

망망대해 한복판에 둥둥 떠있다고 나왔고, 녀석은 잔뜩 당황해선 계속 뱅글뱅글 돌며 시끄럽게 굴었다.

쉼없이 계속되던 경로 재탐색의 메시지는 배가 무사히 가파도항에 도착하고 나서야 조용해졌다는.

신당동 떡볶이를 먹고 나서였던가, 근처 아이스크림집에 들어가서 발견한 마법의 문짝. 아마도 청소도구나

기타 비품류를 보관해두는 창고 문이 아닐까 싶은데, 저렇게 그림을 그려넣으니 그 자체로 훌륭한 장식이 되었다.

그리고 강원도 속초에 놀러갔을 때, 맥가이버 BGM이 나오는 가운데 누군가의 손가락 상처를 보호하기 위해

희생된 콘돔의 새로운 용례. 안에 동글동글 맺힌 물방울은 다른 게 아니라 손가락의 땀..이지 않을까.;

이게 누구꺼더라, 아이폰 케이스가 넘 맘에 들었다. 카메라렌즈 부위를 새의 눈으로 활용한 센스도

훌륭하거니와 그 새가 뻐큐 손가락 위에 내려앉아 있는 모습이 딱 내 스타일인데..이제 난 3GS를 벗어나

5G를 기다리고 있으니 일단 대기.

어느 사케집의 화장실 표시. 노상방뇨하는 남자를 황급히 피해 몸을 날린 건지, 아니면 그를 향해 니킥을

날리려고 몸을 던진 건지는 불분명하지만 여하간 노상방뇨는 남을 놀래키거나 매를 버는 나쁜 짓이라는

메시지는 선명히 전달되는 거 같다.

앤디 워홀에 대한 오마주..랄까. 이태원의 식료품가게를 갔더니 캠벨의 스프깡통들이 차곡차곡 진열되어

있었던 거다. 시립미술관에서 보았던 그의 작품들이 만들어졌던 때와 똑같은 디자인으로 여전히 생산되고

있는 캠벨의 치킨누들스프가 특히 눈에 들어왔다. 이런 걸 워홀보다 먼저 태어나 먼저 포착했다면 그의

부와 명성은 모두 내 것이었을 텐데. 아울러 아마도 캠벨스프 평생무료이용권 같은 것도.

서울대입구역 근처에서 오랜만에 만난 대학 친구, 선후배들. 노래방에 갔더니 뜬금없이 봉 하나가 천장에서

바닥까지 단단하게 설치되어 있는 거다. 이게 뭥미, 하다가 술김에 다들 봉을 잡고선 서로 기어오르겠다고

싸우며 '봉춤'사위를 펼치던 두어시간. 오랜만에 잠들어있던 근육을 깨웠더니 한동안 팔이 땡겼다.

어느 사거리 앞의 쓰레기통, 온갖 브랜드의 커피 플라스틱잔들과 음료수 펫병, 유리병들이 빼곡하게

올라가 있었다. 얼핏 위만 보면 누군가 설치미술을 해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무질서하면서도

형형색색의 스트로우와 형체에서 뭔가 미감이 느껴지는 건...나만의 생각인 건가.

광주에 놀러갔을 때, 집에서 문자가 와서는 대체 지금 어디에 있는 거냐고 하길래 인증샷 겸 찍어서

보내드린 광주의 어느 버스노선도. 아무리 지금 광주라고 말로 해봐야 사진 한장의 위력보다 못하다는.

어디 까페였더라, 시럽들이 3X2로 줄맞춰 서있는데 뚜껑 하나가 내게 눈을 찡긋찡긋.

올림픽공원에서 배드민턴을 치던 사람들, 네트가 없으니 자전거를 쭉 늘어세워 네트 대신. 이런 식의

임기응변 참 맘에 든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네트가 없으면 자전거로.

얼마전 퇴근하는 길에 문득 올려다본 하늘, 추락하듯 뚝 떨어지는 무지개를 보며 원래 저렇게 생겨먹었던가

싶을 만큼 참 오랜만에 본 무지개.

대학교 근처에서 친구들을 만나기로 한 약속, 좀 많이 일찍 도착해 버린 바람에 학교 다닐 때 가끔

시험공부를 하거나, 그리고 맘먹고 좀 길게 공부하던 때 찾았던 사회대 도서관을 새삼 들어가봤다.

사회대와 앞 아고라는 반토막났지만 난간에 기대어 음료수를 마시던 그 장소는 그대로.

선릉쪽에 이쁜 까페들이 좀 늘어나고 있는 듯 한데 그 와중에 눈에 띄던 이쁜 가구점. 저  흔들의자가

완전 맘에 들었다. 귀까지 디테일한 양모양으로 만들어져 복슬하게 양털이 감싸인 의자가 굉장히

포근하고 따뜻할 거 같은데다가 경사가 그리 급하진 않아서 정말 흔들흔들 잠들기 딱 좋을 거 같은.

그리고 이건. 기타리스트 이병우가 직접 만들었다는 '기타바', 울림통을 떼어내고 휴대하기 편하도록

고안했다는 기타바를 전시, 판매하는 매장을 발견하고 말았다. 안 그래도 요새 기타 들고 다니기 불편한데

저런 기타 하나 있음 좋겠다 싶기도 하고.

추석 연휴, 예전에 받아둔 채 묵혀두고만 있던 스타워즈 에피소드 1,2,3,4,5,6을 다 보아버렸댔다. 지금

뭘 하고 있냐는 질문에 가장 적절한 장면을 찍어보내려다 보니 요다를 찍게 됐다. 사실 다스베이더의

그 유명한 'I am your father' 장면을 찍었어야 했지 싶기도 하지만, 요다의 광선검 실력도 굉장하더라는.

그리고 왕십리였던가, 고층 빌딩마다 의무적으로 공공예술작품을 앞에 설치해야 한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돌로 젠가를 쌓아놓아도 되는 건지는 몰랐다. 대리석 젠가.





Scene #1.

―이번 사태 때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바로 이 자리에서 네 번째 학생이 자살했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다. 세 번째 자살 학생이 있고서 9일 만이었다."
―이게 내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나?
"책임이고 뭐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솔직히 젊은 학생들이 그런다는 게 이해가 안 갔다."

[최보식이 만난 사람] '카이스트 사태 그 뒤' 서남표 총장 (조선일보, 2011. 4. 25)



대학의 총장이다. 더구나 세명, 네명의 아이들이 며칠 사이에 죽어간 대학의 총장이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죽어간지 며칠 지나지도 않은 시점이다. 그런데 그 '젊은 학생들'의 죽음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있다. 죽은 사람들 앞에서 최소한의 예의와 최소한의 도덕적 책임은

고사하고, 왜 죽었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한다.



Scene #2.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4대강 사업 현장에서 노동자가 20명이나 사망한 것과 관련해 “본인 실수로 사망한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 장관은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노철래 미래희망연대 의원이 “공사 진행과정에서 인명피해가 생긴 것은 살인적인 공사 진척 때문”이라고 지적하자 이같이 답했다.

정 장관은 질문에 대해 “사고다운 사고는 몇 건 없고 대부분 본인 실수에 의한 교통사고나 익사사고 등”이라고 말했다. 또 정 장관은 “현장 사고가 많이 난 것은 송구스럽지만 (공사를) 서두르기 때문에 일어난 것은 아니다”라며 “야간작업을 해서 사고가 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국토부 장관 “4대강 사망사고는 본인 실수 탓” 파문 (경향, 2011. 4. 21)



장관이다.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면, 그런 정부의 얼굴 중 하나가 

장관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거다. 사대강 사업을 관장하는 주무부서의 장관이, 그 공사로 인해

죽어간 사람들에 대한 질문 앞에서 저런 말을 했다. '본인 실수다'. 장관이 할 말은 아니다.

수십명이 죽고 있는데도 그저, 개인의 실수로만 몰아간다는 건 사람이 할 말도 아니다. 


Scene #3.

"언론에서 지난 1월 20날 그 사고를 용산 참사라고 합니다. 뭐 때문에 참사라고 합니까? 많은 사람이 죽었기 때문에 참사라고 합니다. 누가 뭣때문에 죽었습니까? 우리 경찰에서 화염병을 던지고 신나와 시너를 끼얹고 거기에 불을 질러서 사람이 죽었습니까? 

2010. 1월 조현오 경찰총장 연설 중.



용산참사로 철거민 다섯사람과 전경 한사람, 총 여섯명이 죽었다. 죽은 이들에 대한 모독과 증오의

단어들은 계속된다. 테러범이라느니, 죽을 짓을 해서 죽었다느니. 전후 사정을 차치한다고 하더라도

경찰이 보호해야 할 국민의 생명을 결과적으로 앗아갔다는 점에서 고개를 조금이라도 숙여야 하지

않았을까. 그러기는 커녕 계속해서 그들의 죽음을 물고 뜯는 건 잔인하다.


Scene #4.

서른두 살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가 홀로 빈곤과 병마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다. 이웃집 문에 붙여놓은 마지막 메시지는 ‘창피하지만 남은 밥과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주세요’였다. 많은 이들이 가난한 예술가의 비극에 놀라고 슬퍼했다. 그녀의 동료들은 이 죽음을 사회적 타살로 규정했다. 영화 스태프들의 열악한 처우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금 이슈가 되었다. 복지 체계의 미비함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게 다 MB 때문”이라는, 지하철 안내방송만큼 감흥 없는 이야기도 반복되었다.

그런데 정작 내 주의를 끈 것은 최씨의 부고 기사 아래에 붙은 인터넷 댓글들이었다. 명복을 비는 댓글 사이사이로, 고인을 질책하고 훈계하는 댓글이 끝없이 매달렸다. 몸이 그 지경이 될 동안 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 글만 쓰고 있었는가, 재능이 없다 싶으면 포기해야지 왜 맨땅에 헤딩을 하는가, 이웃에 밥 달라는 쪽지 쓸 힘이 있으면 어디 가서 아르바이트라도 했어야지….


'잠수함의 토끼' 최고은씨(시사IN, 2011. 2. 23)



윗분들께서만 죽은 자를 모독하고 멸시하는 건 아니다. 죽음 앞에서 취해야 할 최소한의 예의나

존중 따위는 없이, 그저 자신의 입장이나 이해에 따라 폄하하고 재단하기에 바쁜 건 어느 시나리오

작가의 죽음 앞에서 우리 사회의 일반인들 역시 윗분들 못지 않았다. 말이 없는 사람 앞에서

자기 맘대로 짛고 까불며 훈계하는 댓글들, 언제부터 죽음 앞에 이렇게 무감각해졌을까.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간 일본 대지진 직후 일부 언론은 국내 경제에 미칠 득실, 돈계산하기에

바쁜 기사를 써내곤 했다. 당장 눈앞에 죽어가는 사람이 보이지 않고, 워낙 많은 사람들이 한번에

죽었으니 감이 떨어졌다고 치자. 그렇지만 이렇게 한건 한건, 한사람 한사람 죽어가는 사건들에

대해서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이 고작(!) 이 정도라는 건, 특히나 그 죽음에 가깝거나 먼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들이 저렇게 반응한다는 건. 끔찍한 일이다.







아이를 잃어버리는 건 순간이다. 드라마나 여느 영화 따위에서 흔히 나오듯 문득 움찔하는 느낌도, 물건을

떨어뜨리는 전조도, 빠바바빰~하는 비극적인 음악도 없는 거다. 그냥, 아이가 서서 손흔들던 창가가 휑해지고

집에 불이 꺼져 있다. 촛불이 훅 꺼지듯, 그렇게 아이는 한순간에 사라진다.
 
내 아이를 찾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경찰은 느리다. 다음날 아침이면 돌아올 거라고 태평이다. 꼭 좀

찾아달라는 눈물의 읍소 앞에 오만하고 위압적이다. 게다가 부패하고 비열한 경찰은, 아이의 실종 사건이

자신들의 이미지를 실추(라고 쓰고 '폭로'라고 읽는 게 낫겠다)하는 악재가 되고 있음에만 주목한다.

덕분에 그녀는 거짓말쟁이가 된다. 혼란에 빠져 사리분별도 못하는 못난이 취급받는다. 나쁜 엄마이자 못된

'암캐'가 된다. 온 동네를 돌며 '제 아이도 몰라보는 여자'로 낙인찍힌다. 정신상태를 의심받더니 정신병원에

강제로 수감된다. 다리를 벌려 매독검사를 받는다. 제안에 따르지 않아 전기쇼크-고문-기계 위에 눕혀진다.

준비되지 못한 해군과 당국, 프락치만 준비하다.[2010-03-30]

염장 지른 경찰… 실종자 가족 틈서 사복형사들 첩보활동(경향신문, 2010-03-31)
"함미에 산소 주입? 공급할 산소가 없다는데..."(오마이뉴스, 2010-03-31)


그녀는 운다. 울고 분노한다. 그녀의 아이를 되찾고 싶을 뿐이었다. 아이를 되찾고 싶었지 경찰과 거물정치인의

기분을 상하게 할 의도도, 새삼스럽고 쌩뚱맞은 정의감과 적대감도 없던 일반인이었다. 자신의 아이만 온전히

려받을 수 있다면 경찰과 정치인들에게 코가 땅에 닿도록, 손바닥이 닳도록 감사하고 감사했을 착한 사람.


뒷짐진 靑, 노골적 '北風 띄우기' 용인? (프레시안, 2010-04-02)
생환 기원 詩, 인터넷에 확산…국민들 심금 울려 (동아일보, 2010-04-02)
'얼 빠진' 한나라…故 한주호 준위 입관식에서 기념 촬영 (프레시안, 2010-04-02)


그렇지만 아이를 찾는 일이 점점 경찰과 시장의 썩어빠진 곳에 빛을 비추는 일과 같아지고 말았다.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경찰과 시장의 권위에 흠집을 내는 일이 되고 말았다. 그것은 그들의 권력과 위세가, 썩어빠진 곳에서

기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정말 '국민의 종복'이고 '정의의 지팡이'였다면, 실종된 아이 앞에서 자신의

이미지 실추나 걱정하고 어떻게 정치적으로 이용해 먹을지 따위나 고민하진 않았을 거다.

 

하여 그녀는 울고 분노하고 일어선다. 아이를 찾아야 하겠으므로. 이악물며 수치심과 정신적학대를 견딘다.

그녀를 정신병자 취급하는 이들과 싸워 버티곤, 극도의 불안감과 공포, 위압감으로 바닥까지 동댕이쳐져서도

욕지거릴 내뱉는다. "개자식들. 벼락맞아 뒈질 놈들." 



체인질링을 봤지만 천안호를 봐버렸다. 개자식들, 벼락맞아 뒈질 놈들은 여기 또 있다.



해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오른 실종자 가족들의 글 중 하나가 어마어마한 조회수를 타고 있다. "이 글을

퍼날라 주세요"라고 제목을 붙인 이 글은 준비되지 않는, 여전히 준비되지 않은 수색 작업과 기타 후속 조치를

보며 답답함과 분노, 심지어는 절망감을 표현하고 있다.


물론 대통령께옵서는 '초기 대응을 잘했다'며 해군을 치하했다지만, 대체 뭘 잘했는지는 모르겠고. 방금 또

구조대원 한명이 사망하는 사건까지 일어났으니 얼마나 사태가 엉망진창으로 흘러가는지 짐작만 할 뿐이다.

의혹은 사고 발생부터 이후 후속조치에 이르기까지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는데 좀처럼 대답하는 이는 없다.

아마도 그게 고작 이삼백의 조회수를 기록하던 이 공간에 만삼천이 넘는 조회수를 올리는 이 글에 대한 호응일

거라고 생각한다. 알량하고 잘난 대한민국, 그 땅을 지키는 군인으로 자식들을 복무시키기를 거부한다는.


구조요원들을 잘 운용하고 그들의 안전 또한 담보하기 위한 조치도 제대로 취하지 못하고 은폐하고 딴소리하는

것에만 급급한 군 당국, 실종자 가족에 총부리를 겨눈 사건에 대해 항의하니 "오해다"라는 식의 데자뷰 현상,

공식적인 해명과 위로에 대한 의지나 숨김없고 철저한 진상 규명을 약속하지도 믿게 하지도 못하는 정부까지.

그 와중에 실종자 가족 사이에 프락치나 심어놓는 그야말로 '알량하고 치사하고 잘난' 대한민국 따위.

실종자 가족중 일인입니다.

오늘 저녁 백령도 함상에까지 가족 대표로 나가서 하루 종일 구조작업을 지켜본 우리 매제와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어이없고 울화통이 터져 글을 올립니다.

처음 소식을 듣고 달려간 싯점부터 지금까지 해군당국 아니 대한민국의 대처는 정말이지 상식을 뛰어넘는 엄청난 기행을 넘어 만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함장이란 인간의 브리핑에 의하면, 침몰당시 선수에 부표를 매어놓고 탈출을 했다고 횡설수설했다는데 그 부표가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정말 매어놓았다면 누가 일부러 그랬을 리는 절대로 없겠지요.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정말 매어놓았는데 없어졌다면 관리책임이고 매어놓지도 않고 매어놓았다고 한다면 함장이 거짓말을 한 셈입니다.
어쨌건 그 부표를 다시 설치하는데 얼마나 금쪽같은 시간이 흘렀습니까?
그 부표 하나 제대로 관리 못해서 상황을 이 지경까지 몰고 옵니까?

잠수사들이 심해 잠수를 했다가 수면에 올라오면 잠수병 때문에 감압챔버에 들어가서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은 웬만한 사람이면 상식으로 알고 있습니다. 심지어 수영을 전혀 할 줄 모르는 저조차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있는 감압챔버는 달랑 하나뿐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복수의 인원이 계속 교대로 작업을 하려면 다수의 감압 챔버가 있어야 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일초가 급박한 상황에서 감압챔버의 수용인원과 그 치료 시간에 따라 잠수사들을 운용하다 보니 구조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잠수사들을 효율적으로 운용하지 못해 결국 구조작업이 늦어지는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낮엔 조류가 빨라서 못하고 밤엔 어두워서 못한다구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구조대원분들은 제가 알기로도 산전수전 다 겪으신 분들입니다.
준비가 된것이 없으니 당연히 늦어지는 것뿐입니다.
오늘로 침몰 4일째입니다. 
그러면,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침몰된 배 안의 승조원들을 구조하는데 잠수작업이 필수적이란 것은 불문가지이고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짧은 시간안에 가급적 다수의 잠수사들이 작업을 해야만 하며 잠수병을 예방하기 위해 감압챔버가 필수적이라는 것은 당연한 이치임에도 그런 준비도 없이 감압챔버를 달랑 하나만 준비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이거 다음엔 저거, 저거 다음엔 이거 이렇게 똑부러지게 후속조치 하나 제대로 못합니까?
소꿉놀이하는 철부지 제 아들들도 밥먹은 후엔 이빨닦아야 된다는 것을 알고 밥먹기 전부터 칫솔을 준비해 놓는데, 잠수사들이 동원되면 감압챔버가 넉넉히 필요하다는 것도 제대로 모르고 준비를 못합니까? 

그리고 오늘 오후엔 정보과 형사들까지 색출해서 쫓아냈다고 합니다.
뉴스에도 나오더군요. 아니, 실종자 가족들이 무슨 간첩집단입니까? 아니면 폭도라도 됩니까?
그저 생떼같은 자식들 군대보낸 죄로 당신들에게 그런 대접을 받을 뿐입니다.
TV에 나오는 가족들이 간첩처럼 보입니까? 폭도처럼 보입니까?
도대체 가족들에게 무슨 정보를 캐내려고 프락치를 심어놓습니까?
그나마 당신들이 주는 그 실낱같은 어줍짢은 정보에 매달려 자식들의 무사 귀환만을 빌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대체 무슨 정보를 캐낼 것이 있어서 그럽니까?
저 시퍼런 바다에 자식들을 놓고 애간장이 다 타들어간 가족들에게 위로는 못할 망정 간첩취급 폭도취급을 합니까? 누가 저들을 거기에 있게 했습니까? 바로 국가입니다.
그 알량한 대한민국! 당신들처럼 "높고 가진" 사람들을 지키고자 저들이 지금 저 바다에 갇혀 극한의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당신들처럼 "높고 가진" 사람들이야 자식들 아니 당신들 선조때부터 이런 핑계 저런 이유로 군인이라는 신분을 지녀본 적이 없으니 자식들 군에 보낸 부모들의 그 애닳는 마음을 절대 알 턱이 없지요. 우리 어머니도 저를 군대에 보내놓고 입소 후 집에 돌아온 제 옷을 붙들고 한달간을 밭을 매면서 애끓는 마음에 흙바닥을 뒹굴면서 울었습니다. 당신들 그 마음을 알기나 압니까?

오늘 저는 중대한 결심 하나를 합니다.
저는 아들만 둘입니다.
저희 애들을 낳을 무렵 미국의 지인을 통해 원정출산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또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능력과 함께 방법도 훤히 알고 있었지만 그 알량한 애국심을 핑계로 우리 애들에게 그 잘난 "대한민국인"으로 자라게 하겠노라는 마음 하나로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더랬습니다.
오늘 제 발등을 찍으며 그 결심을 바꿉니다.
우리 아이들을 무슨 일이 있어도 대한민국의 군인으로 만들 일은 결단코 없을 것입니다.
돈이 필요하다면 장기를 팔아서라도 그리 하겠습니다. 
내 목숨을 줘도 아깝지 않을 내 자식들에게 어차피 죽으면 썪어 없어질 제 장기 하나쯤 문제가 되겠습니까?
오늘부터 저는 이빨을 악다물고 돈을 모으렵니다. 
그 돈으로 소위 "빽"을 사야 된다면 살 것이고 유학이라도 보내서 영주권을 따야 된다면 그리 하겠습니다.
설령 대한민국에 돌아오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목숨을 담보잡히고 국가를 지키는데도 이 따위 대접밖에 못받는다면 굳이 이 알량하고 잘난 대한민국에 살 이유가 있겠습니까?

군입대 영장이 나올 때마다 행방불명으로 군역을 면제받은 자가 소위 여당의 대표로 위세를 떨면서 군복무를 마치고 하나밖에 없는 동생까지 군대에서 잃은 스님에게 빨갱이로 몰아부치는 이 불가사의한 나라에 이젠 정말이지 넌덜머리가 납니다.
(
http://www.navy.mil.kr/bbs/articleView.action?boardId=1039&articleId=110104&page=7&index=6)


사고 원인#1.

점심시간, 47층에서 탄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다 고장나 멈춰서버렸다. 왠지 오늘 출근하기가 싫었었다.

화장실을 들를까 하다가 남자라서 참기로 했었다. 


사고 경과#1.

근 스무명이 바글대며 탄 엘리베이터가 크게 한번 출렁이곤 조금, 추락한다! 외칠 맘이 슬금 들려다가 말았다.

멈춰버렸다. 다행히도 전부 같은 회사 사람들, 예기치 못한 '조난' 앞에서 얼결에 업되고 말았다.


대응 방안#1.

우리 이거 돌아가며 숨쉬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티비에서 보니까 엘리베이터 안에 공기가 부족해진단 건 뻥이래요.

그치만 여긴 사람이 꽉 차 있어서 아무래도 공기도 안 좋아지고 이산화탄소 농도도 높아질 거 같아요.

그러고 보니 머리가 아프네요. 돌아가며 숨쉬어 볼까요.


대응 방안#2.

다같이 살짝 발을 구르면 1층까지 내리닫지 않을까요.

그러다가 훅 가지 않을까요. 티비에서 이럴 땐 어떻게 탈출하라던가요.

그래도 40층쯤에서 멈췄으면 더 무서웠을 텐데, 여긴 떨어져도 안 죽겠는데요.

아무리 2층에서 멈췄다곤 해도 지하3층이 바닥이니 죽기엔 차고 넘치는 높이라구요.


사고 경과#2.

점심 약속을 취소하는 전화를 제각기 걸기 시작했다. 조그만 금속상자 안에서 윙윙대며 튀어다니는 말소리들,

누가 누구와 통화하는지 모를 지경까지 끓어올랐다가 '짬밥'의 역순으로 하나둘 입을 닫았다.


사고 원인#2.

그러고 보니 엊그제 꿈이 굉장히 흉흉했어요. 내용은 이야기하기 그렇지만.. 

어 그래요? 엘리베이터는 안 나왔었죠? 아님 김전일이라거나 명탐정 코난이 나왔다거나.

저는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는 꿈을 꿨었어요.

로또는 사셨나요? 꿈에 번호가 안 보이면 그냥 맘가는 번호로 찍음 된다던데.


네가티브 씽킹#1.

왜 하필이면 점심시간에 고장나가지고, 밥도 못 먹게 말이에요.

출근시간이나 업무 중에 고장났으면 좋았을 텐데.


사고 원인#3.

지금 복구중이며 씨씨티비로 지켜보고 있으니 안심하세요, 란 관리직원의 인터폰에 음모론 급부상.

사람들을 삼십분째 가둬놓고 어떻게 반응하나 보려는 건 아닐까요.

이거 고치는 사람들 밥먹고 와서 고쳐줄 생각인 건 아닐까요.

5분마다 반복되는 멘트가 꼭같은데 녹음된 거 틀어놓은 건 아닐까요. 씨씨티비 부실까요.


네가티브 씽킹#2.

왜이리 사람이 꽉 차있을 때 고장이 난 걸까요. 다리 아픈데 앉을 수도 없잖아.

남녀 두 명이 이렇게 오래 갇혀 있었으면 커플 하나가 탄생하는 기적이 벌어졌을 텐데, 너무 많네요.


사고 경과#3.

차장님은 '마눌'에게 문자를 보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하셨고, 유력하게 예상된 '고맙다'는 답문.

보험을 여러개 들어두었다는 부장님은 휴대폰으로 묵묵히 바둑을 두기 시작하셨다.


포지티브 씽킹#1.

그래도 퇴근 시간이 아닌 게 다행이네요. 퇴근시간 늦어지는 게 세상에서 제일 짜증나.


사고 경과#4.

언제부턴가 전화기 안테나는 꼴딱꼴딱 죽었다 살았다 하고 있었다. 이쪽의 말을 저쪽으로 옮기지 못하는

전화기에 대고 '안들리죠' 이러고 끊는 차장님의 말투에 어찌나 비애가 짙게 묻어나던지.


사고 경과#5.

거의 삼십오분동안 갇혀있다가 탈출에 성공했다. 1층 문과 아귀가 맞지 않아 무대에서 내려서듯 엘리베이터

밖으로 뛰어내려섰다. 점심시간은 반토막났고, 점심 대신 색소폰 섭을 반토막내고서는 맘이 몹시 상해버렸다.


오늘의 교훈#1.

화장실 참으면 병 생긴댔는데, 옛말 그른 거 하나 없다.

엘리베이터에 조난당하면 트위터가 하고 싶어진다. 아놔 아이폰.



* 출처를 알 수 없는 자료를 동료로부터 받아 나름의 미세조정을 거친 '10계명'입니다. 눈길에서는 아무리 브레이크 밟아봐야 제동력이 떨어질 뿐더러 자칫 차가 돌아버리거나 적어도 '저항 제로'의 빙판길에서 무시무시한 속도로 앞차와 들이받는 사태가 생길 수 있다는 걸 경험한 1人으로, 안전운전하시기 바랍니다^^

눈길 안전운전 '10계명'


◆ '급'자가 붙는 조작은 무조건 피해라

빙판길에서 갑작스러운 동작은 곧바로 오버 컨트롤, 즉 차가 운전자의 통제를 벗어나는 지름길이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고, 가속페달을 밟거나 떼는 동작 모두 슬로 모션으로 움직여야 한다. 차 지붕 위에 사람 한 명쯤 얹어놓고 달린다고 생각하자. 자연스레 갑작스런 동작은 피하게 된다.

◆ 코너에서 브레이크는 금물

전방에 코너가 들이닥치면 완만하거나 급하거나를 떠나 무조건 감속이다. 이때 코너를 도는 중간에 브레이크를 밟아 감속해선 안 된다. 반드시 직선에서 속도를 충분히 줄인 다음 코너에 진입한다. 코너를 돌 때 가속 페달을 밟는 것도 위험천만한 행동. 코너를 완벽하게 탈출한 다음 직선에 들어서 조금씩 가속하는게 정석이다.

◆ 엔진 브레이크를 사랑하자

발로 밟는 풋 브레이크보다 빙판에서 효과적인 감속은 엔진 브레이크다. 자동기어 역시 셀렉터 레버를 저단으로 바꾸면 엔진 브레이크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단, 기어를 단계별로 낮춰야 한다. 갑작스럽게 감속하면 무게중심이 갑자기 앞으로 쏠려 차가 스핀할 수 있다.

◆ 차선 바꾸기는 계단식으로

웬만해선 차선을 고수하고 주변의 흐름을 따라 서행해야 한다. 부득이 차선을 바꿔야 한다면 미리 방향지시등을 켜 뒷차에게 충분히 의사를 전달한다. 차선을 바꿀 때는 점진적으로 조금씩 옆 차선으로 스며들 듯 옮겨간다. 특히 눈길에선 차선과 차선 사이에 눈이 쌓여 작은 둔덕이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이 눈 둔덕을 넘어설 때는 가속페달을 밟지 않는게 좋다. 자칫 소복이 쌓인 눈 위에서 차가 접지력을 잃고 스핀할 수 있다.

◆ 와이퍼를 녹여주자

눈이 올때 와이퍼는 요긴한 장비다. 하늘에서 눈이 내리지만 앞차에서도 눈보라도 퍼져나온다. 이때 와이퍼에 얼음이 붙어있으면 앞 유리를 닦아도 효과가 없다. 이럴 경우 바깥공기가 실내로 들어오도록 외기순환으로 돌린 다음 히터를 앞 유리 쪽으로 향하게 한다. 히터의 따뜻한 바람이 앞유리를 달궈 와이퍼에 달라붙은 얼음을 어느 정도 녹여준다. 내일 눈이 온다는 예보를 들었다면 전날 와이퍼를 세워 놓는 것도 좋다. 다음날 아침에 와이퍼의 결빙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스티어링 휠은 야금야금 천천히 돌린다

제 아무리 초광폭 타이어를 달았다한들 타이어와 노면이 맞닿는 면적은 고작 엽서 한 장 정도다. 이 접지력을 가장 잘 살리는 것이 빙판길 안전운전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 조향바퀴, 즉 앞바퀴는 반듯하게 일직선으로 달릴 때 접지력이 가장 크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기 시작하면 이 접지력은 줄어들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직진만 할 수도 없다. 가장 안전한 회전은 조금씩 야금야금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것이다. 왼쪽 코너를 돌때는 왼쪽으로 서서히 '감았다 풀었다'를 반복하면서 코너를 돌면 된다.

◆ 앞으로 못 올라가면 후진으로 올라가라

앞바퀴굴림 차에만 해당된다. 예를 들어 응달진 곳을 전진으로 올라가다보면 구동바퀴가 헛돌면서 못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차가 미세하게나마 뒤로 기울게되면서 앞바퀴를 눌러주는 접지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때는 응급대처방법으로 차를 돌려 후진으로 올라가면 된다. 엔진이 앞바퀴를 지긋이 눌러주면서 바퀴가 헛돌지 않게된다. 후진기어의 기어비가 1단 기어보다 크기 때문에 더 수월하게 올라갈 수도 있다. 물론 가급적 후진은 자제하는 게 현명하다.

◆ 무게중심을 이동하라

자동차의 무게중심은 빙판길 접지력을 좌우하는 큰 요인이다. 뒷바퀴굴림 원박스카가 빙판에서 헛돌고 있다면 승객은 모조리 뒤쪽으로 몰려 앉아야 한다. 그래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앞바퀴굴림 원박스카(국내에선 쌍용 이스타나가 유일하다)의 경우 앞쪽에 몰려 앉아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물론 가속페달도 지그시 밟아야 접지력을 살릴 수 있다.

◆ 월동장비는 최소한의 보험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자동차 관리측면에서 갖춰야할 것들이 많다. 여름 폭염, 겨울 추위 등이 반복되는 상황에 운전자는 반드시 계절에 맞게 자동차 용품을 준비하고 갖춰야 한다. 스노타이어와 스노 체인, 사계절 워셔액 등은 겨울을 나기 위한 최소한의 보험이다.

◆ 최악의 경우 타이어 공기압을 빼라

자동차의 접지력은 접지면적에 비례한다. 접지면적이 늘어날수록 접지력도 커지기 마련이다. 만일 오도 가도 못할 상황에 빠졌다면, 게다가 보험사의 긴급출동마저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일단 구동바퀴의 공기압을 조금 빼면 탈출할 수 있다. 공기압이 빠지면서 타이어의 접지면적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의외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물론 빠른 시간 안에 정비업소에 들러 공기압을 다시 채우는 것이 좋다.




정말 멋진 풍경이었다. 한라산등성을 구불텅 넘어가는 왕복 2차선, 길 양편으론 억새가 무성했고 저 멀리로는

어슴푸레 오름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눈이 한뼘씩 쌓인 밤길이었고, 지나는 차 한대 마주치기 쉽지 않았다.

어느 순간 차는 멈춰야 했다. 짙은 먹장구름이 조금씩 헤쳐지면서 동이 트고 있었다. 앞뒤로 오던 차들이

조금은 일찍 알아서 피해가겠구나, 비상등 깜박이도 잘 보이겠구나, 그 와중에 살짝 안심이 되었다.

불과 그 몇십분 전. 캄캄한 어둠 속에서 형형히 헤드라이트를 밝혔던. 

내리막길, 빙판길이었다. 돛대처럼 펄럭, 펼쳐올라 부풀었던 본넷은 그나마 얌전히 구겨 닫았다.

그런 거였다.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던 차, 몇 걸음 동동거리기도 전에 발등까지 차오르게 쌓인 눈 덕에 신발도

흠뻑 젖고, 손발도 꽁꽁 얼어버렸댔다. 사실은 내가 다치지 않은 것, 누굴 심각하게 다치게 하지 않은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라 생각한다. 충격의 순간, 죽는 건가 했다.

제주 지역주인 '한라산'도 19도쯤의 순한 소주가 나왔더랬다. '한라산물 순한소주'. 후유증인지 만성피로인지

몸과 마음이 여전히 축축 처져있어서, 순한소주 따위 말고 저 북조선산스러운 '한라산'을 마셔버렸다.



우리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우리의 '생각'은 통제할 수 있으나, 모든 것을 말하는 '감정'은 통제할 수 없다. J.L.Godard

오랫동안 내 방에서 나와 함께 기거했던 고양이 두 마리가 있었다.

그 중 한마리, 기분좋게 늘어져있던 책장에서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펄쩍 뛰어내리더니 파삭, 하고 다리가 부러졌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당연한 결과일 텐데.
 

제깐에는 다리가 튼튼하다 생각했을까, 차갑고 단단한 유리가 깔린 바닥이 만만해보였을까.

얼룩무늬 고양이, 양쪽 눈색깔이 다른 오드아이는 고사하고 작은 눈을 쳐감고 있어서 눈색깔이 뭔지도 보이지 않지만,

게다가 터키쉬고양이같이 매력적인 눈매도, 앙고라같은 길고 탐스런 털도 갖고 있지 못한 녀석이었지만, 나름
 
귀여웠는데. 게게다가 두 녀석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더할나위없이 딱, '한 쌍'이었단 말이다.

그녀석이 원래 있었던, 있어야 할 자리에 다시 조심스레 놓아보았지만 뚝 끊어져 버린 다리가 험상궂다.

예전의 미묘하면서도 뭔가 귀엽던 표정도 살짝 경직되어 보이는 건...인간의 감정이입일 뿐인가.

반창고를 발랐다. "어차피 살아간다는 건 상처를 입는다는 말과 같은 거"라고 생각하는 내가, 니 애비다.

어렸을 때는 어서 어른이 되어 상처를 덜 입기를, 금방 치유되기를 바랐고, 어른이라고 통하는 나이가 되어선 이순신의

마음을 깨우쳤다. 내가 상처입은 걸 남에게 알리지 말라.

괜찮다고. 넌 아직 어리니까 이게 '첫 상처'겠지만, 의식을 차리고 고작 스무해 정도 살아낸 나는 이미 넝마같은 마음과

잔뜩 헤집어진 상처들을 무수히 품고 있다고. 너도 이제 '괜찮다'라는 PAINKILLER을 식후의 누룽지맛사탕처럼 다소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그렇지만 어김없이-한두번쯤 입에서 굴려주곤 뱉는 규칙적인 의례에 익숙해질 거야.


그렇게 반창고를 둘둘 감아주었다.

넌 괜찮을 거야. 순결하고 완전하고 오점없는 인생을 바라던 사람들은 이미 다들 삶을 등졌으니.

차라리 일찍부터 큰 상처 하나를 안고 가는 게, 앞으로 있을 자잘한 상처들 따위에 코웃음쳐줄 힘을 주겠지.


고양이가 웃었다. 앨리스의 원더랜드에 나오던 체셔고양이처럼 웃음소리만 남기고 머리부터 사라지는 일은

생겨나지 않았지만, 반창고 발린 고양이, 깨졌던 다리를 다시 용케도 붙들고 있는 고양이를 보니 내게 믿음이 생겼다.

상처입었어도 다시 살아가. 책장에서 뛰어내려 다리가 부러져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고양이 두 마리가 다시 어울렸다.


* 스포일러가 약간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큰 스포일러는 뭐니뭐니해도 "손수건을 준비하라"는 팁..이 아닐지.


사랑하는 열 살짜리 아들이 한순간 눈앞에서 스러져 버렸다. 그것은, 처음에는 사고였다.


나름의 방식으로 슬픔을 가누어가는 남은 세 가족, 에단, 그레이스, 그리고 딸-여동생이 있다.

에단은 아들의 죽음에 대해 비난할 사람을 찾고 있다.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아들의 부재, 그런 당혹스럽고

비극적인 상황을 초래한 원인이 누구인지, 누가 그의 아들을 치고 도망갔는지 밝히고야 말겠다며 광기에 가까운

집념과 증오심을 불태운다. 어쩌면 그건 그의 아내 그레이스가 자칫 자책감을 갖지 않을까 염려해서, 혹은

자신조차 아내에게 원망을 갖게 되지 않을까 두려웠기 때문에 억지로 몰고 나간 감정인지도 모른다. 


한편 그레이스는 이미 떠난 그녀의 아들을 정리하고 남은 가족들을 잘 추스르려고 안간힘을 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며, 핸드헬드로 촬영되어 연신 경련하듯 흔들리는 화면은 그녀의 바스라질 듯한 내면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듯 느껴진다. 하지만 더이상 아들의 죽음에 대한 책임 소재니 법적 절차니 운운하며 떠난 아이의

아픈 기억을 들추는 건 아무런 위로도 되지 않음을 이미 알고 있다.

그녀가 아픔을 참고 있는 걸 보고 있노라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맛살을 한껏 찌푸리고 입술에 힘을 주며,

그 슬프고 힘겨운 바람이 멎기만을 조용히 기다리는 느낌. 보고 있는 것조차 너무 아팠다.


사이좋던 오빠를 잃은 여동생은, 영문모르고 분위기에 휩쓸려 비명을 지르고 펑펑 눈물을 흘리는 꼬맹이지만

또 하늘에 있을 오빠를 위해 피아노 연주를 바칠 줄도 아는 녀석이다. 어쩌면 죽음 앞에서 이래야한다 저래야한다,

라는 식의 당위 없이 있는 그대로 슬픔을 받아들이고 또 보낼 줄 아는 게 아이들 아닐까.



그 사고로 인한 슬픔을 가누어가는 또다른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사고를 살인으로 바꾸어 나가고 있었다.


사랑하는 아들이 있었고 난생 처음으로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고 싶었던 그였는지라, 실수로 쏟아버린 물처럼

의도치 않게 벌이고 만 사고는 그에게 돌이킬 수 없는 죄책감과 후회, 괴로움을 안기고 만다. 그렇게 그가

괴로워하면서 시간을 끌고, 거의 반사적으로 증거를 은폐하고, 또 겨우 짜낸 용기도 무성의한 경찰들 앞에서

사그라들어 버리면서 타이밍을 놓치는 사이, 그 사고는 살인으로 바뀌어 간다.


눈덩이처럼 커져만 가는 그의 압박감과 죄책감, 그리고 어느새 돌아가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그렇지만 행인지 불행인지, 모든 걸 둔감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느끼도록 바꿔버리는 시간의 강력한

산화력에 대항해서, 그와 에단은 계속해서 마주치게 된다. 마주치면서 조금씩 높아지는 가슴의 떨림, 그리고

그 진동을 상대가 눈치채면서 이야기는 폭발하듯 터져오르는 순간으로 급속히 달려나간다.


비극이란 건, 단순히 이야기가 슬퍼서 비극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그 인간의 숙명같은 것..뭐랄까, 어찌어찌

하다 보니 필연적으로 뒤얽히고 결국은 옴쭉달싹 못하게 되는 그런 '통발'같은 스토리를 이른다고 했다.

어느 한편을 들어서 쉽게 다른 한 편을 손가락질하고 욕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더욱 가슴이 답답하고 꽉 메이는

느낌, 그런 느낌이 들게 만드는 '피해자 가족'과 '가해자'의 비극.



모두가 아픔을 나누어 갖는 것이 사고라면, 누군가에게 아픔을 적극적으로 떠넘기는 게 살인 아닐까.


결국 한 아이의 사고는 남은 가족들이나, 그 죽음을 직접 초래하고 만 당사자, 그리고 그의 남은 가족들에게 모두

견디기 어려운 아픔과 고통을 남긴다. 어쩌면 그들 모두가 그 사고, ACCIDENT의 피해자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그걸 다른 단어가 아닌 '사고'라는 단어로 지칭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고와 살인을 구분짓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남은 자들의 아픔을 누군가에게 모두 전가해버리려는 의지를 갖고 행하는 건 범죄, 살인.

그리고 남은 자들의 아픔을 타인에게 떠넘기고 모르쇠하려는 게 아니라 기꺼이 내 몫을 나누어 받겠다는 자세라면

실수, 사고.


사고를 낸 드와이트, 죽은 아들의 부모인 에단과 그레이스가 모두 '인간'이어서 다행이다. 그들은 삶을 살아나가다

예기치 않은 사고를 맞닥뜨렸으며, 그들 모두 그 사고의 피해자였던 것 아닐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