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 얼마전 있었던 '인천세계도시축전'을 구경했던 친구 말로는 온통 뻘밭, 황량한 공사판이라 했다.

정말, 여전히 높은 건물들은 올라가는 와중이었고 커다란 크레인이 무리지어 있는 모습이 두바이의 그것을

조금 축소시킨 느낌이었다.

10월 27일부터 29일, 세계 곳곳에 자리잡은 한상, 한국상인들의 네트워크화를 도모하려는 여덟번째 한상대회가

있는 기간이다. 한상대회의 '꽃'이라 불리는, 예산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일대일 비즈니스 미팅은

28-29일. 전날부터 행사장에 도착해 동선은 어떤지, 배너는 적절히 걸려있는지 세팅상황을 살피고 한상과 국내

기업들의 미팅 일정을 체크한다.

더이상 해외에서 유입되는 신종플루를 겁낼 때가 아니라, 국내에서 돌고 있는 바이러스를 걱정해야 할 때.

어떤 업체에서 제공한 소독용 약산성수 살포기가 입구마다 설치되고 곳곳에 세정제가 비치되었다.

한쪽에 배치된 응급의료소, 라고는 하지만 사실 '응급'상황이란 건 정말 꽤나 드문 일일 터. 응급상황이 아닌

때를 위한 '의료상담, 혈압측정, 혈당검사'도 취급하는 의료소다.

그리고 인천시에서 '생산'하는 수돗물도 무료로 제공. 이름이 뭐였더라...서울 수돗물은 아리수, 인천 수돗물은

뭐였지...미추홀이었던가. 백제의 건국신화부터 유래된 고풍스런 이름 미추홀. 그치만 수돗물의 비릿하면서도

까칠쌉쌀한 느낌은 너무도 현대적이랄까.

동선 체크. 1층 정문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배너와 현수막들이 제대로 배치되어 있었다면 된 거다. 여기를 지나

에스컬레이터만 타면 더이상 샛길로 빠질 염려는 없다는. 작년에 제주도에서 했을 때도 동선이 과히 깔끔하진

않았는데 이번에도 역시 그다지 동선이 쉽지는 않다.

테이블 40개씩 홀 두개를 가득 채운 미팅장. 다음날 아침부터 시작되는 미팅을 위해 상담테이블이 세팅되어

있었는데 공간을 구획하는 저 파티션이 넘넘 어정쩡한 거다. 치우기로 했다.

등록데스크. 아직 비닐냄새가 생생한 배너가 붙어있는 등록데스크지만, 내일아침이면 운영요원들과 업체

관계자들로 정신없이 붐빌 테고, 그렇게 이틀이 지나면 뭔가 '신삥'의 어릿어릿함을 지워낸 채 전투를 겪은

노련함이 묻어날 게다.

2층에서 바라본 인천 송도컨벤시아의 전경. 드라마를 안 봐서 모르긴 하지만, '꽃보다 남자'에서 윤지후가

피아노를 쳤던 곳이 여기 어디라던가.

참 휑하다. 그렇지만 뭔가 부지런히 뚝딱거리며 건물이 세워지고 지표면이 꾸며지고 있는 중이고, 또 그렇지만

아직 갈 길이 참 멀다는 느낌이다. 밥 먹을 곳조차 찾기 쉽지 않아 한참을 돌아야 했더랬다.

근 삼십여명의 운영요원-자원봉사자..라고 하기엔 유급이라 적절치 않은 관계로 호칭이 이렇다는-들을 소집해

담날, 다담날 행사 진행에 대한 간단한 교육과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나서 본격적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많이 기울어진 해가 창밖에서 고개를 잔뜩 빼물고 행사장 안까지 구경중이다.

담날 등록데스크에서 등록여부를 확인한 후 나눠주게 될 명찰, 뒷면에는 삼십분 단위로 빽빽히 배치된 미팅

스케줄이 해당기업에 맞도록 적혀있는 터라 약간씩만 일정이 변경되어도 수정해야 할 명찰수가 장난아니게

늘어난다. 한상이 약 200개, 국내업체가 약 300개였던가. 일단은 가나다순으로 정리하고 그새 변경되거나

취소된 일정은 밤에 숙소로 돌아가 반영해놓기로 했다.

환영만찬 일정이 있어 이제야 부랴부랴 세팅에 들어간 홀 하나. 라운드테이블이 빠지고 배너를 바꿔달고,

의자와 테이블을 잔뜩 깔아놓고 착착 형태를 갖춰나가고 있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배너를 늘어뜨리고, 구김을 얼추 펴내리며 사다리를 밟아내려오는 분들의 노련한

손놀림이란. 뭔가 프로의 손놀림이다.

입구에서부터 1층 에스컬레이터 앞까지, 엑스자배너를 설치하고 빨간 화살표모양 스티커를 붙여 방향을

가리킨다. 처음엔 좀 찾아오기 어렵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는데, 배너를 십여개나 '도배'를 해버리고 나니 이건

억지로 딴 길로 새버리기조차 쉽지 않겠다 싶다.

어느덧 깜깜해진 행사장. 저녁먹으러 가자고, 아직 컨펌되지 않아 걱정스러운 미팅건도 있고 행사장 세팅도

채 완료되지 않았으며 테이블 위에 놓일 넘버링 스탠드도 몇개 모자르지만, 밥은 먹자고 재촉하여 나서는 길.


그러고 보니 인천에 도착한 게 오후 두시, 바로 행사장 돌아보고 운영요원 오리엔테이션하고 명찰이다 뭐다

챙기다 보니 숙소에 체크인한 건 밤 열시였던가. 뭐랄까, 한판 행사를 벌이기 전의 긴장과 분주함이란 건

마치 연극을 무대 위에 올리기 전의 어쩔 수 없는 그것과 같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준비해도 모자란 부분은

생기기 마련이고, 정작 삐걱대며 무겁게나마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다음엔 알아서 자체의 동력으로

움직이게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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