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첫날, 신논현에서 친구의 청첩장을 받으러 나선 길이었다.

퇴근후 강남에서 내려서 인파를 헤치며 열심히 신논현까지 걷다가 문득 빅판 아저씨를 발견,

반가운 마음에 덥썩 사들었다. 4월 1일이 되자마자 따끈한 4월호를 들고 나오셨구나 싶어서.

활자화되고 유통되는 노숙자의 이야기, 빅이슈코리아(Big Issue Korea)


대체 '뉴문'에서 '이클립스'로 이어지는 그 영화가 어디가 좋은지 도무지 알 수 없었던 1人으로서

표지가 좀 맘에 안 들긴 했지만, 삼천원짜리 잡지를 사면 천육백원이 노숙자 분들의 수익으로 남는

데다가 내용도 매달 실망스럽지 않았던 터라 꽤나 반가웠던 거 같다.

그런데 이 아저씨, 'Smokie'라는 밴드의 'Living next door to Alice'라는 팝송 가사와 4월 달력이

담긴 종이도 함께 주시는 거다. 게다가 3월달에 줬다가 남은 거라며 Diana Ross의 'Endless

Love'란 노래가사 역시. 따뜻한 웃음과 친근함이 좋아서 기분좋게 받아들고 나중에 잡지를 펼쳐보니,

이 아저씨 이번달 빅이슈에서 '우리 동네 빅판'으로 소개되신 분이었다. 70년대부터 강남 토박이시라며.


사춘기 시절 영어로 펜팔을 즐기셨다는 아저씨는 매달 이렇게 팝송 명곡을 골라 독자들에게 나눠주는

인쇄물을 제작해서 함께 주신다고 한다. 오..내가 방금 이 잡지에 인터뷰 기사가 실린 판매원분께 직접

그 잡지를 사들었단 말이지, 왠지 묘하지만 기분은 좋았다. 잡지의 내용 생산, 판매, 구독에 이르는 그

복잡다단할 과정이 갑작스레 한뼘도 안되는 단순하고 짧막해서 인간냄새 물씬한 그런 걸로 바뀐 느낌.

매달 빅이슈를 찾아보는 재미가 하나 더 늘었다. 몇개 되지 않던 판매처가 쑥쑥 늘어가는 걸

확인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고, 이렇게 '판매원 & 구매자'의 관계로만 생각했던 게 알고 보니

'인터뷰이 & 독자'의 관계일 수도 있다는 예기치 않은 서프라이징도 또다른 재미고.

주변에 가까운 판매처를 확인해보고 한번쯤 사들고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잡지, 빅이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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