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의혹은 국민이 아니라 정부가 만들었다"

시민사회 진상 규명 대대적 촉구


(프레시안, 2011-03-23)

"천안함 진상을 둘러싼 갈등과 의문이 여전히 있고 해결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의문을 봉쇄하고 믿음을 강요한다. 그러다 보니 여러 무리수가 발생해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문제가 한국 내에서뿐만 아니라 유엔에서도 제기됐다."

천안함 사건 1주기를 3일 앞둔 23일 시민사회 각계 인사들이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정부 조사 결과에 합리적인 의문을 제시하는 이들에 재갈을 물리려는 정부와 보수언론을 비판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기자회견에서 표현의 자유 문제를 지적하며 "정부의 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면 국론을 분열시키고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사람으로 낙인찍고, 국민이 아닌 이적행위자로 몰아붙이고, 공권력을 이용해 정부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건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처장은 이어 "북한의 연평도 포격 후 군사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하겠지만 한반도 평화 문제는 우리 사회가 민주사회라는 자신감을 가질 때 해결할 수 있다"며 "시민단체는 천안함 문제에 대한 이성적이지 않은 매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과 함께 진실을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언론은 사회적인 이견이 있을 때 그 이견을 전하는 매개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언론이 이적행위와 비국가적 행위라는 프레임으로 접근하면 언론의 사회적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23일 오후 '천안함 사건 1주년에 즈음한 시민사회 각계 인사 공동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종로구 적선동 한국건강연대에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이용선 공동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교육 현장에서도 일방적인 홍보만"

정연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무총장은 "천안함의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게 만든 건 국민이 아니라 정부"라며 "정부의 조사 결과에 대해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개인이든 단체든 의문을 제기하는 건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이라고 말했다.

정연숙 총장은 "그러나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만으로 고소당하고 수사를 받고, 그로 인해 말과 일상에서 제한을 당해 온 사람들이 부지기수"라며 "법조계는 천안함의 진실을 넘어서 지난 1년간 우리 사회에 표현의 자유가 존재했는가에 더 주목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법정에서든 역사의 법정에서든 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것"이라면서도 "역사에 맡기지만 말고 당대에 진상을 밝혀 내 (천안함에서) 억울하게 죽은 영혼을 위로하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은숙 참교육학부모전국협의회장은 "학교 현장에서 천안함에 대해 객관적인 설명을 하지 않고 무조건 북한의 소행이라고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교육도 문제"라며 "천안함 조사 결과에 대해 객관적인 사실을 말하려는 교사에게 불이익을 주는 교육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장은숙 회장은 이어 "학생들이 양쪽 주장을 객관적으로 듣고 판단할 수 있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며 "21세기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안보 의식만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과학 내세우면서 신앙 만들어"

이승환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는 "우리는 천안함 사건이 누구에 의해 저질러졌는지 모르고, 예단하지도 않는다"라며 "설사 북한의 소행이라고 해도 조사 과정에서 나타난 민주주의의 문제를 반드시 지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환 대표는 "국민들의 의혹이 없어지도록 엄정한 조사를 하고,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조사가 이뤄져 국민들이 모두 승복할 경우 우리도 책임 있는 조치를 할 각오가 돼있다"며 "졸속으로 진행되어 수많은 의문점을 낳은 조사 결과를 보고 '북이 했으려니' 묻어 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강택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정부는 천안함에 관해 입으로는 과학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신앙을 만들고 있다"며 "과거 종교회의가 힘으로 이단을 만들고 책을 불사르고 의심을 갖는 사람들을 이단으로 몰고 죽였다"며 "지금 정부의 행태는 바로 그 전단계 작업"이라고 말했다.

'평화3000'의 운영위원장인 박창일 신부는 "남쪽 정부는 북에서 했다고 하고, 북은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남북이 우선 만나서 대화를 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박창일 신부는 이어 "천안함 사건이 나고 이명박 대통령의 5.24 담화 이후 인도적 지원도 끊었는데, 정치적인 이유로 인도적 조치를 못하게 하는 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국제 검증작업 이뤄져야"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정부와 국회에 드리는 제언'이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이 낭독됐다. 기자회견문에 서명한 사민사회 인사 97명은 "천안함 진상조사 작업은 지나치게 단기간에 부실하게 이뤄졌다"며 납득할만한 추가 조사와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회가 국민을 대표해 국정조사 등의 방법으로 검증에 나서야 한다"며 "더불어 정부 조사 결과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관련 국가 및 북한의 참여까지 허용하는 국제적인 검증 작업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천안함 사건 관련 1차 자료와 조사 결과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정부는 미국 등과 체결한 정보비공개 양해각서를 개정해 정보 통제를 완화해야 하고 시민들이 청구한 정보 역시 즉각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들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의사표현의 자유가 이뤄져야 한다"며 "합리적 의문점들을 탐사보도했던 언론인들에 대한 불이익 조치는 철회되어야 하며 이들에 대한 부당한 압력 행사는 근절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제언에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정현백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 한명숙 전 국무총리, 함세웅 신부,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 조국 서울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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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뭐가 진실인지 밝혀지기도 전에, 서둘러 봉합되고 가려지고 숨겨지고.

유언비어가 나도는 사회가 문제인 건, 유언비어의 형태로밖에 유통되지 못하게 윽박지르고

입을 막고 협박하는 권력자들의 삐뚤어진 행태를 반증하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진실은 씻겨지고 관심은 멀어진다.

누구 말마따나 한국인들의 '냄비 근성'을 탓할 게 아니라, 쉼없이 사고치고 열받게 만드는

그들을 탓할 일이 아닌가 싶다. 뭐 하나 집중하기엔 너무도 많은 거짓말, 사건사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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