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만 해도 등록금과 입학금을 합쳐도 백만원이 안 되었었다. 사회대는 그랬었다. 물론

미미하지만 꾸준히 등록금은 올랐고, 졸업할 때쯤엔 백팔십..이었던가, 꽤나 오른 셈이다.

'서울대 법인화' 문제는 벌써 이야기나온지 십년쯤 된 것 같은데, 한마디로 서울대를 회사처럼

운영하겠다는 거다. 돈되는 학문 키우고, 등록금 '현실화'해서 수익도 남기고, 기념품도 적극

판매하고, 뒤집어 이야기하자면 돈안되는 학문분야는 버리거나 축소하고, 등록금 부담스런

학생들은 생활이 피폐해지는 흐름이다.


서울대 이외에 다른 대학들은 이미 한참전부터 그렇게 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회 모두가

효율과 수익을 집요하게 따지기 시작하면서 교육 역시도 더 나은 효율과 수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버렸고, 대학은 예전과 같은 '신성성'이랄까 '사회비판'의 기능 따위는

상실한 채 적극적으로 사회에 필요한 인력 공급으로 돈벌이에 매진하는 사업체가 되어버린 것 같다.

그나마, 대학이 어떤 대학이어야 하는지, 대학 교육이 본질적으로 어떤 걸 가르쳐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는 그나마의 '여유'란 게 남아있던 공간 중 하나가 서울대였던 게 현실이다. 대학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이야기하던 사람들이 그래도 순진하다거나 세상물정 모른다는 식의

면박을 당하지 않을 수 있는 공간이 서울대였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서울대가

대학교육 본연의 문제와 사회문제에 대한 적극적 문제제기를 해온 것도 아니지만 어정쩡하게나마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있었기에 여태 '법인화'가 미뤄졌는지도 모른다.


법인화의 귀결은 뻔하다. 그나마 어정쩡하게 옛 대학의 그림자가 남아있던 서울대마저

여느 대학들처럼 돈벌이에 급급한 기업이 되는 거다. 대기업 취직율을 떠들고, 고시 합격률을

광고하며, 등록금은 매년 천정부지로 치솟는 그런 대학. 교육부의 입김에 맞춰 매년 입학

전형방식을 시험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로 가린 채 돈많고 집안좋은 애들만 받게 되는

결과를 빚게 될 거다. '반값 등록금'이니 '교육의 공공성'이니 따위 더욱 멀어지게 될 거다.

그런 의제들이 실현불가능한 몽상으로 치부되거나, 아예 상상하기조차 힘들어질 거다.


아직은 상상할 수 있는 시간, 실현가능하다 믿을 수 있는 시간, 지금의 서울대학도 아니고

법인화된 서울대학도 아니고, 내가 바라는 대학은 그렇다. 단순히 취업준비 단체교습소도

아니고, 지식만 반복재생산하는 학원도 아니고, 사회와 유리된 상아탑도 아닌 대학.


대학생들 전부가 피폐한 사회흐름에 잔뜩 핀치에 몰려있을 때, 대학이 전부 돈벌이에 눈이 벌개

등록금올리고 로스쿨 양산할 때, 사회가 집단적인 광기를 보이며 이명박을 뽑고 G20을 찬양할 때,

이성과 지성이 매도되고 하향평준화를 요구하는 '민주주의'가 횡행할 때, 마치 정의구현사제단이

그러듯 사회에 대해 일종의 이정표와 가치를 제시할 수 있는 집단.


그렇게 대학이 기능하려면 나아가야 하는 길과 '서울대 법인화'의 길은 아마도 정반대.



p.s. 솔직히 서울대 교수들 너무 고상한 척만 한다. 각자의 전문 분야와 관련된 사회적 이슈가

터졌을 때 어떤 입장이던 적극적으로 개진하며 발언하는 것도 '교수'의 사회적 역할일 텐데

아래 인터뷰한 서사과 최갑수 교수나 법대 조국 교수 정도 밖에 안 떠오른다. FTA이슈가 터졌을 때,

통상 이슈가 터졌을 때, 그리고 하다못해 서울대 법인화 이슈에 대해 우리 외교과 교수님들은 대체

뭐하고 있는 건지 부끄러울 뿐. 최갑수 교수가 '미생물이 아니라 무생물같다'고 말한 게 그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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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서울대마저 등록금 오르면 가난한 학생들이 갈 곳은…"

지난 8일 예산안 강행처리의 후폭풍이 거세다. 이 중 '서울대법인화법'도 '쥐도 새도 모르게' 통과됐다. 교수들은 "끼워팔기, 신종날치기"라고 즉각 반발했다. 무엇보다 평소 "교육이 백년지대계"라고 외치던 이들이 교육 관련 법안을 충분한 상임위 논의 없이 바로 통과시킨 것에 대해 분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법인화법이 통과됨에 따라 서울대는 2012년부터 국립대에서 독립된 법인으로 전환된다. 총장 선출은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바뀌어 이사회의 선출과 대통령 임명 과정을 거친다. 법인이 되면 채권을 발행할 수 있고 수익 사업도 가능해진다.

서울대를 법인화하려는 주된 이유는 인사와 재정의 자율성이 확보돼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인화에 반대하는 이들은 학문의 자율성이 침해받고, 기초학문이 고사할 뿐만 아니라 등록금도 상승하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말한다.

2007년에 발간된 '서울대학교 장기발전계획'이란 책자에는 "대폭적인 등록금 인상(2007년 기준 200%)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와 학내의 합의를 이루기 위한 특단의 조치들이 필요함(208p)"이라고 적혀 있다.

게다가 당장 이런 법인화법 같은 사안이 터질 때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교수들이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총장을 선출하는 이사회에 교과부, 기획재정부 차관이 포함되는 만큼 교수들의 '정부 눈치 보기'가 심해진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대학의 사회비판 기능이 위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방 국립대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법인화 때문에 당장 예산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시장 논리가 강하게 개입되면 이른바 인기학과에만 투자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법안은 통과됐지만 '서울대학교 법인화반대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와 학생들이 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민주당도 법안 폐기를 주장할 예정이어서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모양새다.

<프레시안>은 공대위의 최갑수 상임대표(서양사학과)를 14일 만나 '서울대법인화법'의 문제점을 살펴봤다.

▲ 인터뷰는 서울대학교내 최갑수 교수 연구실에서 이뤄졌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법인화가 되면 가장 먼저 어떤 변화가 생기는 것인가? 대학 지배 구조에 변동이 생길 텐데.

최갑수 : 법인화는 대학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지금은 교수들이 총장을 직선으로 뽑고, 그 총장이 사실상 전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총장은 예산편성권이나 직원인사권은 없다. 교육부가 큰 틀에서 통제하고 대학 안에서는 총장이 모든 것을 하지만, 교수들은 총장직선제를 통해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다. 서로 견제가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법인화가 되면 이사회가 학교의 사실상 주인이 된다. 총장 한 명에 부총장 두 명, 교수대표는 딱 한 명만 들어간다. 그리고 나머지는 다 외부자 중심이다. 당연직으로 교육부 차관, 기획부 차관이 들어오고 나머지는 사실상 재계인사가 들어올 것이다. 교내 인사는 15명 중 최대 4명 정도라고 보면 된다.

프레시안 : 교내 인사가 최대 4명이라는 것이 주는 의미는?

최갑수 : 이렇게 되면 사실상 대학이 공기업화 되는 것이다. 겉으로는 자율성이 부여된 것처럼 보이지만 대학 이사회를 교육부가 장악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관치'가 강화되는 측면이 있다. 예산, 인사 모두 이사회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된다.

프레시안 : 법인화,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라고 보는가?

최갑수 : 전 세계 OECD 국가 중 고등교육에서 국가가 재정지원 하는 비중이 우리나라가 제일 적다. GDP 0.5% 수준이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사립대학의 비중이 제일 높은 게 우리나라다. 학부 수준으로 80%가 사립대학이다. 미국, 일본보다 높은 수준이다.

유럽이나 제3세계는 사립대학 개념 자체가 없다. 다 국립대학이다. 사립대학이 우리만큼 많은 나라가 일본인데 75% 정도다. 하지만 일본 최상위 대학은 모두 국립대학이다. 국가가 대학에 재정 지원하는 원칙이 확고한 것이다. 물론 일본은 법인화를 했다. 하지만 처음 법인화 논의가 나왔을 때 문부성은 찬성하지 않았다. 총리가 설득해서 시작하게 됐다. 그러나 대학 예산과 몸집을 줄이기 위해 구조조정을 하면서 많은 문제점이 나타났다. 일본 법인화는 실패했다고 보는 게 맞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대학이 기업화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최갑수 : 물론이다. 법인화는 국가가 고등교육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국립대학이 무너지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립대학 때문에 기초학문과 응용학문의 균형이 이뤄졌다. 그리고 수도권과 지방대학, 국립과 사립의 균형이 유지됐다.

근본적으로 대학이라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대학은 그 사회의 비판적 성찰 능력을 담아내는 것이다. 그것이 대학의 존재 이유다. 법인화는 자본의 논리 때문에 대학이 기업에 종속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국민들이 대학교수에게는 기업 연구원하고는 다르게, 상대적으로 비판적이고 중립적인 것을 기대한다. 자본, 권력과는 다른 것이 지성에게 있다고 믿는 것이다.

서울대 교수에게 '전문가'가 되라고 말한다면 법인화를 반대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모두가 '지식인'이 되길 바라지 않은가? 법인화 이후의 구조라면 대학에서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비판적인 목소리는 당연히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등록금도 자연스럽게 오를 것이다. 정부 지원 예산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실제로 법인화를 준비하면서 등록금을 올릴 계획을 준비한 자료도 있다.

2007년에 발간된 '서울대학교 장기발전계획'이란 책자인데 법인화를 핵심 내용으로 삼고 있다. 이 책을 보면 등록금의 대폭 인상을 전제로 한 (법인화) 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고 나와 있다. "대폭적인 등록금 인상(2007년 기준 200%)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와 학내의 합의를 이루기 위한 특단의 조치들이 필요함(208p)"이란 문구가 선명하게 적혀 있다.

그런데 등록금이 지금도 절대 싸지 않다. 서울대마저 등록금이 오르면 가난한 사람들 좋은 대학에 갈 수가 없다. 저렴한 등록금으로 좋은 대학이 운영되는 것은 그 사회가 굉장히 건강하다는 증거이다.

프레시안 : 그러나 서울대가 정체돼 있고 발전을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또한 법인화법이라는 것이 서울대보다는 지방 국립대에 더 불리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최갑수 : 서울대가 정체돼 있다는 것이 단지 경쟁이 부족하다는 의미라면 동의할 수 없다. 현재도 충분히 법인화에 준하는 제도들이 있다. 서울대 안에는 지주회사도 있고, 교수들도 기본적으로는 호봉제지만 연말 성과급제로 급여가 조금씩 다르다. 그리고 연구비에 따라 이미 차이가 많이 난다.

경쟁과 협동은 물론 병행되어야 한다. 학교 발전에도 경쟁은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경쟁은 매우 많다. 95년도에 제기된 법인화 논의와 지금의 법인화 논의는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그리고 지방 국립대가 더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건 맞는 말이다. 서울대 몫이 늘면 다른 국립대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꼭 서울대 법인화만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국립대의 법인화를 반대하는 것이다. 절대로 서울대 혼자서는 발전 못 한다. 고등교육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같이 발전해 가는 것이 이상적이다.

프레시안 : 법인화 법이 통과됐다. 어떤 심정인가? 앞으로 계획은?

최갑수 : 상임위 상정도 안 된 채 통과된 것을 보고 학문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했다. 모멸감 느낀다. 앞으로 공대위는 이 법안의 무효화 투쟁을 할 것이다. 일단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하라고 할 것이다. 민주당도 폐기법안을 요구하고 있고, 서울대 교수협회는 헌법소원까지 낼 예정이라고 한다. 내년 봄까진 무효화 투쟁 이어갈 것이다.

프레시안 : 국립 서울대는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법인화를 할 게 아니라 망해가는 사립대를 국립대로 만드는 것이 옳은 정책 방향이다. 서울대는 '겨레, 학문, 세계의 대학'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 이런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특권적 지위 포기해야 한다. 모든 국립대학이 하기는 그렇고, 거점 국립대학하고 만이라도 같이 입시를 꾸린다든지, 학문적 네트워크를 만든다든지 해볼 수 있다.

학문의 대학으로 가기 위해서는 국‧사립대가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립대는 기초의학, 기초공학 등 기초학문 중심으로 가고, 로스쿨, 경영학 이런 건 굳이 서울대에 있을 필요가 없다. 사립대가 하면 된다. 이럴 때 기초학문과 응용학문의 균형이 이뤄질 수 있다.

서울대학은 자기 정체성 일신해야 한다. 국민, 사회로부터 너무 멀어졌다. 이번 법인화 문제도 침묵을 지키는 교수들이 많다. 투쟁하면서도 외롭다. 당장 법인 이사회의 '직원'으로 자신의 신분이 바뀌는데도 조용하다. 실망스럽다. 서울대란 조직이 미생물이 아니라 무생물 같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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