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선릉역 앞, 어느 아저씨가 가로수처럼 위장하고 얼음, 한 채 서 있었다. 아무래도 시선이 쏠리는
옷차림에 어색스런 쭈뼛거림인지라 가만히 주위 지형지물을 살피니 옆에 나즈막한 잡지 매대를 세워두고
같이 얼음, 하고 있었던 거다. 지하철 바닥에 닭둘기 털날리듯 쏟아져내리는 무가지 중 하나겠거니, 하고
심상히 지나가려다가 퍼뜩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아, 저게 혹시 그건가.
비닐에 한부씩 곱게 싸인 채 주인을 기다리던 몇 권의 잡지들 앞에는 골판지에 유성매직으로 '빅이슈3,000원'이라
적혀 있었다. 냉큼 삼천원을 꺼내들고는 아저씨에게 '땡-!'을 외치며 잡지를 건네받고는 예상보다 얄포름한
그 두께에 놀랬고, 또 한부씩 비닐포장되어 있음에 놀랬다.
빅이슈코리아, 뭐라더라...홈리스들, 그러니까 한국에서 흔히 '노숙자'라 불리는 사람들의 재활과 자립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잡지라고 얼핏 들었던 기억이 있다. 외국에서 이미 존재하는 잡지가 한국에도 이제 창간되었다는
소식에 살짝 궁금증이 일었었고, 보통 사람들로부터 '재능'을 기부받아 컨텐츠를 채운다는 이야기에 조금 더
살짝 궁금증이 동했었다. 표지에 No.002라고 적힌 걸 보니 이번달로 두번째 발간했나보다.
그나저나, 표지모델은 정말 노숙자를 모델로 삼아서 사진을 찍은 걸까 아님 누군가가 분장을 한 걸까. 시선을
확 잡아끄는 데는 확실히 성공한 듯 하다. 취직했단 건, 빅이슈코리아에 취직했단 걸까. 여러 궁금증이 몽실몽실.
표지 아래쪽에는 잡지값 3,000원 가운데 1,600원이 홈리스에게 간다는 안내문구가 씌여 있었다. 그래, 표지포함
고작 36페이지 짜리 잡지가 삼천원이나 할 리는 없을 줄 알았지만, 뭔가 절반 이상 이렇게 의미있게 쓰이는 건
내 기꺼이 뿌듯하게 인정할 수 있다.
이번 달 빅이슈의 '스타 스토리'는 안젤리나 졸리. 빅이슈 영국 북부판, 그리고 빅이슈 일본판에서 제공한 컨텐츠를
한국에서 번역하고 살짝 글을 얹은 기사였다. 자신의 영화를 홍보하러 한국에 왔던 졸리는 기자회견석상에서
"수차례 '빅이슈'의 무료 표지모델을 했다"고 밝혔다던데, 이왕임 컨텐츠 자체가 한국에서 만들어졌다면 더욱
의미심장했을 듯. 이런 재능을 기부하는 기자는 없는 걸까. (졸리도 만나고 사진도 찍고 겸사겸사, 나라도 좋다면.ㅋ)
세계의 빅이슈 중 하나, 영국의 '빅이슈'에서는 빅이슈코리아가 한국에서 드디어 창간되었음을 알리며 무려
네 페이지나 할애하는 관심을 보였다고. 오...영국에서도 이 잡지는 서른여섯 페이지일까. 글탐 정말 굉장한 비중.
잡지를 슬슬 보다가 눈에 띈 건 빅이슈코리아 자립지원 프로그램, 그 중에서도 돈 드는 거 말고, 자원봉사 교육
지원이라거나 전문 재능기부 봉사단 모집이라거나..그런 것들에 눈이 휙휙 꽂혔다. 오...재미있겠다...!!!
나도 뭔가 할 수 있는 거 없을까, 싶은 생각이 마구마구.
몇 가지 재미있던 꼭지들, 이라기보다는 사고(社告)가 맞겠다. 빅판 도우미를 모집한댄다. 자원봉사인증서도
발급해 준다는데, 아직 방학 중인 학생들 괜찮지 않을까 싶다. 한 달도 안 되어 사천부 가까이 팔려나간 잡지면
꽤나 준수한 성적이지 않나. 앞으로 더욱 많이 팔려나가면 좋을 거 같다.
'빅이슈 판매사원'이라는 게 아까 선릉역 앞에서 만났던 '얼음땡' 놀이 중이시던 아저씨같은 분들일 텐데,
아무래도 조금씩 익숙해지다 보면 조금은 더 신나게 판매하실 수 있을 거라 기대도 된다.
그런 분들의 행동수칙도 잡지에 떡하니 적혀있다. 음주나 흡연 중 빅이슈를 팔지 않는다, 미소를 지으며 당당히
고개를 들겠다, 하루 수익의 50%는 저축한다...사소해 보이지만 정말 그분들을 위한 세심한 조항들인 거 같다.
아무래도 궁금해져서 홈페이지를 검색했다. http://www.bigissue.kr/
'빅이슈'로 찾았더니 더불어 뜨는 연관검색어는 '노숙자 잡지', '빅판(빅이슈 판매사원)' 등이다.
그저 어렴풋이 노숙자를 돕는 잡지겠거니, 혹은 노숙자가 만드는 잡지겠거니 더듬어 생각했을 뿐이었다. 근데
사실은 이런 메커니즘으로 노숙자들의 자립을 돕고 있었던 것. 우선 10권을 무료제공하면서 시작되는 수레바퀴는
그분들의 주거와 주소를 확보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찾는데까지 나아가는 거다.
빅이슈코리아는 이런 잡지라는 내용, "재능 있는 청년이 만들고 홈리스가 판매하는 소셜 엔터테인먼트 매거진'을
추구한다는 내용이다. 지속적으로 노숙자들의 목소리를 담는데 노력하며, 동시에 일반 독자들의 관심분야까지
아우르겠다는 그들의 비전은 사실 조금 이상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일반 독자들의 컨텐츠 참여나
봉사활동이 필요한 거겠지만.
8월호를 훑어본 느낌은, 날것의 느낌이 있긴 하지만 굉장히 신선하고 발랄하다는 것. 아직 2호밖에 안 되었는데도
나름의 체계가 잡혀가는 것 같고, 독자들의 피드백도 꽤나 열렬한 듯 하다. 기분 좋은 일이다.
Working! Not Begging! 한때 홈리스였던 사람들이 '커밍아웃'을 해서 '빅이슈 판매사원'으로 얼음땡 놀이부터
시작한다는 건 정말이지 꽤나 의미심장한 출발선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이 잡지로 수많은
노숙자들이 전부 자립할 수 있게 된다거나 그들의 삶의 질이 비약적으로 도약하리라 믿지는 않지만, 그건
정말 굉장히 과도하고 불공평한 기대지만, 그래도 노숙자들의 목소리와 움직임이 하루하루 스러져 버리는 게
아니라 이렇게 활자화되고 남아서 사람들 사이에 유통된다는 게 대단하다.
이번 호 기사 중에 제일 재미있었던 것, 꼭 그렇다고 내가 '이래도 안 볼테냐'하고 들이대는 건 아니다. 그치만
뭐, 다이어트나 교육 관련 이슈에 대한 조금 '섹시한' 컨텐츠가 뜨면 단숨에 각종 포털 사이트 대문에 큼지막히
걸리는 상황이니, 이정도 매력적인 제목의 다이어트 기사라면 어디 한번 사보고 싶은 맘이 솔솔 들지 않으려나.
무려 '누드 셀카놀이 다이어트' 비법이란 말이다. 당장 선릉역 8번 출구 앞으로 뛰어가시길. 혹은
홈페이지 (http://www.bigissue.kr/)로 고고씽~*
옷차림에 어색스런 쭈뼛거림인지라 가만히 주위 지형지물을 살피니 옆에 나즈막한 잡지 매대를 세워두고
같이 얼음, 하고 있었던 거다. 지하철 바닥에 닭둘기 털날리듯 쏟아져내리는 무가지 중 하나겠거니, 하고
심상히 지나가려다가 퍼뜩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아, 저게 혹시 그건가.
비닐에 한부씩 곱게 싸인 채 주인을 기다리던 몇 권의 잡지들 앞에는 골판지에 유성매직으로 '빅이슈3,000원'이라
적혀 있었다. 냉큼 삼천원을 꺼내들고는 아저씨에게 '땡-!'을 외치며 잡지를 건네받고는 예상보다 얄포름한
그 두께에 놀랬고, 또 한부씩 비닐포장되어 있음에 놀랬다.
빅이슈코리아, 뭐라더라...홈리스들, 그러니까 한국에서 흔히 '노숙자'라 불리는 사람들의 재활과 자립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잡지라고 얼핏 들었던 기억이 있다. 외국에서 이미 존재하는 잡지가 한국에도 이제 창간되었다는
소식에 살짝 궁금증이 일었었고, 보통 사람들로부터 '재능'을 기부받아 컨텐츠를 채운다는 이야기에 조금 더
살짝 궁금증이 동했었다. 표지에 No.002라고 적힌 걸 보니 이번달로 두번째 발간했나보다.
그나저나, 표지모델은 정말 노숙자를 모델로 삼아서 사진을 찍은 걸까 아님 누군가가 분장을 한 걸까. 시선을
확 잡아끄는 데는 확실히 성공한 듯 하다. 취직했단 건, 빅이슈코리아에 취직했단 걸까. 여러 궁금증이 몽실몽실.
표지 아래쪽에는 잡지값 3,000원 가운데 1,600원이 홈리스에게 간다는 안내문구가 씌여 있었다. 그래, 표지포함
고작 36페이지 짜리 잡지가 삼천원이나 할 리는 없을 줄 알았지만, 뭔가 절반 이상 이렇게 의미있게 쓰이는 건
내 기꺼이 뿌듯하게 인정할 수 있다.
이번 달 빅이슈의 '스타 스토리'는 안젤리나 졸리. 빅이슈 영국 북부판, 그리고 빅이슈 일본판에서 제공한 컨텐츠를
한국에서 번역하고 살짝 글을 얹은 기사였다. 자신의 영화를 홍보하러 한국에 왔던 졸리는 기자회견석상에서
"수차례 '빅이슈'의 무료 표지모델을 했다"고 밝혔다던데, 이왕임 컨텐츠 자체가 한국에서 만들어졌다면 더욱
의미심장했을 듯. 이런 재능을 기부하는 기자는 없는 걸까. (졸리도 만나고 사진도 찍고 겸사겸사, 나라도 좋다면.ㅋ)
세계의 빅이슈 중 하나, 영국의 '빅이슈'에서는 빅이슈코리아가 한국에서 드디어 창간되었음을 알리며 무려
네 페이지나 할애하는 관심을 보였다고. 오...영국에서도 이 잡지는 서른여섯 페이지일까. 글탐 정말 굉장한 비중.
잡지를 슬슬 보다가 눈에 띈 건 빅이슈코리아 자립지원 프로그램, 그 중에서도 돈 드는 거 말고, 자원봉사 교육
지원이라거나 전문 재능기부 봉사단 모집이라거나..그런 것들에 눈이 휙휙 꽂혔다. 오...재미있겠다...!!!
나도 뭔가 할 수 있는 거 없을까, 싶은 생각이 마구마구.
몇 가지 재미있던 꼭지들, 이라기보다는 사고(社告)가 맞겠다. 빅판 도우미를 모집한댄다. 자원봉사인증서도
발급해 준다는데, 아직 방학 중인 학생들 괜찮지 않을까 싶다. 한 달도 안 되어 사천부 가까이 팔려나간 잡지면
꽤나 준수한 성적이지 않나. 앞으로 더욱 많이 팔려나가면 좋을 거 같다.
'빅이슈 판매사원'이라는 게 아까 선릉역 앞에서 만났던 '얼음땡' 놀이 중이시던 아저씨같은 분들일 텐데,
아무래도 조금씩 익숙해지다 보면 조금은 더 신나게 판매하실 수 있을 거라 기대도 된다.
그런 분들의 행동수칙도 잡지에 떡하니 적혀있다. 음주나 흡연 중 빅이슈를 팔지 않는다, 미소를 지으며 당당히
고개를 들겠다, 하루 수익의 50%는 저축한다...사소해 보이지만 정말 그분들을 위한 세심한 조항들인 거 같다.
아무래도 궁금해져서 홈페이지를 검색했다. http://www.bigissue.kr/
'빅이슈'로 찾았더니 더불어 뜨는 연관검색어는 '노숙자 잡지', '빅판(빅이슈 판매사원)' 등이다.
그저 어렴풋이 노숙자를 돕는 잡지겠거니, 혹은 노숙자가 만드는 잡지겠거니 더듬어 생각했을 뿐이었다. 근데
사실은 이런 메커니즘으로 노숙자들의 자립을 돕고 있었던 것. 우선 10권을 무료제공하면서 시작되는 수레바퀴는
그분들의 주거와 주소를 확보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찾는데까지 나아가는 거다.
빅이슈코리아는 이런 잡지라는 내용, "재능 있는 청년이 만들고 홈리스가 판매하는 소셜 엔터테인먼트 매거진'을
추구한다는 내용이다. 지속적으로 노숙자들의 목소리를 담는데 노력하며, 동시에 일반 독자들의 관심분야까지
아우르겠다는 그들의 비전은 사실 조금 이상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일반 독자들의 컨텐츠 참여나
봉사활동이 필요한 거겠지만.
8월호를 훑어본 느낌은, 날것의 느낌이 있긴 하지만 굉장히 신선하고 발랄하다는 것. 아직 2호밖에 안 되었는데도
나름의 체계가 잡혀가는 것 같고, 독자들의 피드백도 꽤나 열렬한 듯 하다. 기분 좋은 일이다.
Working! Not Begging! 한때 홈리스였던 사람들이 '커밍아웃'을 해서 '빅이슈 판매사원'으로 얼음땡 놀이부터
시작한다는 건 정말이지 꽤나 의미심장한 출발선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이 잡지로 수많은
노숙자들이 전부 자립할 수 있게 된다거나 그들의 삶의 질이 비약적으로 도약하리라 믿지는 않지만, 그건
정말 굉장히 과도하고 불공평한 기대지만, 그래도 노숙자들의 목소리와 움직임이 하루하루 스러져 버리는 게
아니라 이렇게 활자화되고 남아서 사람들 사이에 유통된다는 게 대단하다.
이번 호 기사 중에 제일 재미있었던 것, 꼭 그렇다고 내가 '이래도 안 볼테냐'하고 들이대는 건 아니다. 그치만
뭐, 다이어트나 교육 관련 이슈에 대한 조금 '섹시한' 컨텐츠가 뜨면 단숨에 각종 포털 사이트 대문에 큼지막히
걸리는 상황이니, 이정도 매력적인 제목의 다이어트 기사라면 어디 한번 사보고 싶은 맘이 솔솔 들지 않으려나.
무려 '누드 셀카놀이 다이어트' 비법이란 말이다. 당장 선릉역 8번 출구 앞으로 뛰어가시길. 혹은
홈페이지 (http://www.bigissue.kr/)로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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