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을 가로지르는 작지 않은 강, 슈프레(Spree) 강변으로는 과거 독일 분단시기의 유물이 그대로 남아있다. 

독일이 동서로 나뉘고, 동독 내에 소재하던 수도 베를린 역시 동서로 나뉘었던 그 시절, 체제 경쟁이 심화하면서 동독은 서베를린의 구획을 온통 장벽으로 둘러싸버리기로 한 것. 그게 베를린 장벽의 초기 모습이었다. 물론 '클래시 오브 클랜'같은 게임을 보면 알 수 있듯 장벽이 점차 업그레이드되면서 내구성도 단단해지고 강화되는 것처럼, 이 장벽도 점점 최신의 기술적 진보를 더해 걷잡을 수 없이 삼엄해졌고.

20여 킬로미터에 이르던 그 장벽이 일부 구간, 약 2킬로미터 정도로 남아있는 곳이 바로 이곳 East Side Gallery다. 말그대로 거리의 갤러리, 장벽을 미술관 전시품처럼 보전해 놓은 곳. 


이른 아침에 도착해서 한번 따라가보기로 했는데, 상상보다 충격적이었다. 장벽 자체는 이렇게 얇고 허름했구나 싶어서.


보전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한 듯, 여기 보이는 그래피티들은 전부다 최근의 것들. 그러니까 '훼손'이랄 수 있겠다.


1961년 이래 장벽이 무너지고 독일이 통일된 1989년까지 장벽을 넘으려다 숨진 사람들의 공식적인 숫자는 163명이라고 한다. 그 숫자만큼 해당 년도에 표기해 둔 이 작품은, 그렇지만 공식 기록되지 않은 수많은 탈주 시도자와 은폐된 죽음들을 놓치고 있을 거다.


누군가 가져다둔 화환. 아마도 여전히 그 상흔을 생생히 갖고 있는 누군가겠지.


이렇게 장벽에 자그마한 구멍을 뚫어둔 것처럼 묘사해둔 그림도 인상적이었다. 작은 구멍 하나로부터 장벽이 무너지리라는 기대 혹은 다짐.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가 끝나는 지점에 '장벽 박물관(The Wall Museum)'이 있다는 표지가 곳곳의 아스팔트 바닥에.


그렇지만, 동방의 여전한 분단국가에서 온 이가 새삼 감회에 젖기엔 이미 독일 통일은 역사가 되고 말았다. 이제 통일 이후에 태어난 세대들이 마구 그려댄 그래피티로 장벽은 훼손되고, 그 코앞 전봇대나 가로등에는 온통 난삽한 광고 뿐이다. 이미 27년전이라니, 믿기지 않지만 이미 시간이 그렇게 지났다.


장벽이 던졌던 문제의식, 혹은 장벽을 남기며 사람들이 남기고 싶었을 자유라느니 정의라느니, 그런 가치들은 이제 얼마나 싱싱하게 남아있을까. 아니면 이들은 이미 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젖히고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느라 과거를 돌아볼 여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부러운 일이다.


장벽 너머 보이는 슈프레강, 이 작은 강은 대체로 동독의 영역에 속한 채 군사 대치중이었기 때문에 강에 아이가 빠졌을 때 모두가 손을 놓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자칫 상대편의 총격을 입을까 두려웠기 때문인데, 이후 인도적인 조치를 취할 때에는 협조하도록 원칙을 세웠다고.


자꾸 한반도의 상황과 오버랩되는 건 어쩔 수 없다. 5차 핵실험이 벌어지고, 남북한 양측의 '최고존엄'이 전쟁을 부추기는 언어를 주고 받는 상황이다.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사진, 동독과 구소련 정치지도자 간의 유착관계를 비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버전으로 치면, 글쎄, 두 명은 누구여야 하려나.


The Wall Museum 내부, 생각보다 전시물도 많고, 장벽이 생긴 이래 철거되기까지의 역사에 대한 시청각 자료가 엄청 많아서 둘러보는 데 시간이 꽤나 걸렸다. 사진은 처음 장벽을 쌓아올릴 때 쓰였던 허름하고 기초적인 장비들.


그리고 최초의 기초적인 망루. 슈프레강 넘어 보이는 건 서베를린.


다리 중간도 이렇게 엉성하고 속이 빈 벽돌블럭으로 담을 쌓고.


그러다가 1989년, 외부 세력의 개입을 적절히 차단해 가면서, 또 적절히 활용해 가면서 서독과 동독은 결국 장벽을 무너뜨리고 통일을 맞이한다. 박물관 내 영상 자료들을 따라가다보면 그 생생함이 그대로 전해질 지경이다.


부럽기도 하고, 천운이었다 싶기도 하고, 또 한국과는 굉장히 상황이 달랐다 싶기도 하고. 일단 베를린이 엄청 어색하게 동독 한복판에 박혀 있었던 데다가 동독과 서독간에 전쟁 같은 대규모 유혈사태도 없었으니. 한국은, 그리고 북한은 독일과 같이 분단 체제를 역사로 되돌릴 수 있을까.




라스베거스, 하면 도박과 화려한 쇼가 제일 먼저 떠오르지만 사실 라스베거스가 있는 네바다주는 원자폭탄을 최초로

 

테스트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당시 사람들은 라스베거스로 원폭 실험 관광을 오기도 했다니 인류 최악의 무기인

 

원폭에 쏠렸던 당대의 관심과 열광을 짐작할 만 하다. 게다가 또 하나, 외계인 시체가 숨겨있다느니 하는 온갖 루머의

 

근거지가 되는 비밀 공군기지 area 51 역시 네바다주에 위치한 곳이니, 두가지 이슈를 모두 다루는 원폭박물관은

 

꼭 가보길 권하고 싶다. 영어 이름으로는 National Atomic Testing Museum. 이곳에선 원폭의 위력도 체험할 수 있다.

 

 

생각보다 훨씬 내용이 많고, 특히 원자폭탄이 갖는 의미라거나 네바다에서 역사적으로 원폭 실험을 어떻게 했는지,

 

그리고 구 소련 등 국제정치적으로 어떤 반향이 있었는지에 대한 내용들을 갖추고 있어서 재미있었다. 일일이

 

글을 다는 것보다는 현장에서 사진에 담아온 내용들을 확인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 침묵 모드로 사진만 줄줄.

 

 

 

최초 원자폭탄 실험을 위해 갖췄던 생활시설. 이때만 해도 피폭의 위험성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더랬다.

 

 

 

 최초의 원자폭탄 실험이 이뤄진 곳에서부터의 반경. 이른바 zero point로부터의 거리가 표시되어 있다.

 

일본에 떨어졌던 원자폭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각각 떨어졌던 아이들의 이름은 Little Boy와 Fat Man.

 

그리고 이제 지상 실험에서 슬슬 지하 실험으로 넘어가게 된 경위와 설비에 대한 설명이 나오기 시작한다.

 

사실 이 원폭박물관에 대한 총체적인 감상은, 다소간 미국 정부의 프로파간다와 핵무기의 필요성에 대한 홍보를

 

맡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특히 미국의 원폭 실전배치로 촉발된 냉전시기의 핵무장과 군비경쟁은, 그 상당부분의

 

책임을 소련에 전가하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러고 보면 네바다의 핵폭탄 실험 지역을 배경으로 하거나 소재 중 하나로 끌어왔던 영화들도 꽤나 많았던 거 같다.

 

마네킹이 막 놓여 있고, 한쪽에선 카운트다운을 외치며 핵폭탄을 터뜨리는 장면들. 일종의 문화적인 현상이었을 거다.

 

 

 

 

매 테스트마다 여기에 나온 리스트 순서에 따라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리고 원자폭탄의 위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그라운드 제로 씨어터'. 실제 폭탄이 터질 때의 소리와 바람과 진동을

 

실감할 수 있는데, 영상과 더불어 제법 실감도 나거니와 꽤나 으스스한 체험이다.

 

 

이 곳 원자폭탄 실험과 관련된 시설에서 일했음을 증명하는 자격증 같은 것도 발부했다고 한다. 그런데 인증서의

 

배경이 저렇게 으스스해서야, 받는 사람들이 어떤 기분으로 받았을지 상상하기도 쉽지 않다.

 

이게 그 테스트 중에 있었던 모델하우스에 놓였던 마네킹들. 의복의 재질이 뭐였는지 등등에 따라 폭탄의 효과를

 

측정하고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했다고 한다.

 

 

 

 

 

이렇게 직접 버튼을 누르는 체험..도 할 수가 있다는데, 이건 사실 굉장히 불편한 체험 시설이었다. 한국으로 치자면

 

열손가락에 반지끼고 왜적장을 껴안고 함께 뛰어내리는 식의 '논개 체험'을 시키는 것 같달까. 대체 누가 원자폭탄을

 

발사하는 버튼을 눌러보고 싶을까. 그리고 그런 체험 내지 교육을 왜 시켜야 할까.

 

 

미국과 구소련 양국간의 핵무장 경쟁은 어느 순간 협력 기조로 변화해서 소련의 군사 전문가나 정치인들이 이곳에 와서

 

실험시설을 시찰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었다고 한다.

 

그리고 근 50여년간 숨가쁘게 달려온 핵무기 발전사를 직접 증거하는 자료들과 풍부한 내러티브가 끝나갈 무렵

 

관람객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준비된 몇 가지 부스들. 우선은, 방사능에 대한 차폐 효과를 직접 실감케 하는.

 

알루미늄과 종이와 유리 등이 방사능을 얼마나 막는지, 방사능 탐지기로 측정해보도록 하는 체험 시설.

 

그리고 방사능 폐기물이 어떻게 분류되며 어떻게 처리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을 겸한 체험 자료.

 

미국 전역에 걸쳐 있는 핵무기 관련 시설물들이 어디에 어떻게 설치되어 있는지, 이런 자료를 공개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2014년 현재까지의 자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화면. 80년대 어간부터는 거의 변화가 없어진 걸로 봐서

 

아마도 대부분의 무기가 경량화, 소형화되어서 더이상 시설물에 제한되지 않는다는 반증일지도 모르겠다.

 

 

방사능 폐기물은 사실 한국뿐 아니라 어느 나라나, 미국조차 해결하지 못한 문제지만 최소한 여기는 이렇게

 

교육을 하고 있다는 점. 이렇게 잘 갖춰진 자료와 체험 설비를 가지고 국민들을 설득하려 한다는 자세가 눈에 밟혔다.

 

그리고 이렇게 네바다 핵폭탄 실험 지역 인근에서 끊임없이 방사능량을 측정하며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점도 역시.

 

 

다소 프로파간다적이고 미국중심적인 결론, 북한을 비롯한 국가들이 핵무장의 위협을 하고 있으며, 일본이나 한국 등은

 

핵무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친절한 정보가 원폭박물관의 끄트머리에 자리잡고 있던 내용.

 

그 다음 전시공간은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던 area 51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로스웰의 외계인 이야기라거나 온갖 UFO 목격담과 관련된 자료들을 담고 있기도 했고, 비밀 공군기지인

 

area 51에 대한 전반적인 자료들을 소개하고 있는 곳이었다. 외계인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재미있을 듯.

 

그리고 원폭박물관의 센스돋는 입장권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 입장권마다 다른 외계인의 ID처럼 다른 내용을

 

담고 있고, 뒷면에는 아래와 같이 해당 외계인에 대해서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시뻘겋구나. 이제 박근혜 대통령여왕폐하 취임식만 남은 거 아닐까...

 

어제 출구조사 발표 때부터, 아니 그전의 미미한 투표율을 체크할 때부터 예감했던 결과지만 여전히 멘붕.

 

멘붕을 이기지 못하고 오전내내 북한땅을 뻘겋게 칠하면서 멍하니 보내버렸다.

 

 

 

 

 

 

 

 

 

사진 몇 장을 보고 나니 속이 다 후련해진다.


사진을 보고 나니 속이 후련해진다 싶은 건,


저 기세등등한 글씨체로 쓰인 '인간 오물'의 이름이 박힌 과녁판을 향해 날아들 온갖 흉기들

때문이 아니라 그 뒤에 놓인 커다랗고 당당한 바윗덩이의 기개 때문이고.


또 "만고역적 리명박!"이라거나 "리명박을 죽탕쳐버리자!"라는 알아먹기 힘들지만 왠지 알 거 같은 문장들

때문이 아니라 꽃샘추위에도 광장을 빼곡히 메운 사람들의 '맨 인 블랙' 패션센스 때문이고.


또 '정신병자 리명박 역도와 군부 호전광들을 때려잡자'는 자극적인 문구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그로부터 남과 북의 정신병자와 호전광들을 때려잡을 남북한 교류의 실마리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라고 철수가 말했습니다.)


그리고 "때려잡자 김정일! 쳐! 죽이자! 김정은!" 따위 구호는 아무렇지 않은 듯 굴면서

위와 같은 문구들에는 '광분'이라는 단어를 쓰는 어느 쓰레기신문들의 편파성에 질려버린 게 아니라,


이미 죽어버린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을 어떻게 다시 때려잡을 셈인지 좀체 알 수 없는 인체의 신비에 질려버렸습니다.


그리고 이래놓고서 후환이 두려워 '이건 제가 쓴 게 아니라 철수가 한 말을 옮겨적은 거에요'라는 핑계를

마련하느라 머리를 굴려야 하는 시대에 질려버렸습니다. 어쨌건, 여태까지 철수 said.

*                                                              *                                                        *


김정은 관련 우리 군부대 구호에 연일 광분하는 北

(2012. 3. 5, 조선일보)

인천에 있는 한 군부대 내무반에 ‘때려잡자! 김정일’ ‘죽이자! 김정은’이라는 구호가 걸려 있는 사진과 관련, 북한이 연일 고강도 대남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4일 ‘죽어서도 묻힐 곳이 없게 할 것이다’란 제목의 논평에서 “복수의 일념으로 만장약된 우리의 총구가 인간 오물들을 과녁으로 삼고 있다”며 “우리 군대와 인민은 희세의 전쟁 미치광이, 추악한 패륜아들을 강력한 불세례로 징벌하여 죽어서도 묻힐 곳이 없게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통신은 5일에도 ‘정치도덕 패륜아 이명박의 만고대역죄를 단죄’란 제목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다. 인터뷰에서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 조희승 소장 교수는 “이명박역도, 김관진, 정승조와 같은 악한들이 단하루라도 이 행성 우(위)에서 살아 숨쉬게 할 수 없다”며 “을사오적의 말로가 그러했듯이 이자들을 능가한 민족의 원수, 패륜아들인 이명박 역적패당의 반민족적, 반인륜적 특대형범죄행위는 역사가 철저히 계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군 장교 김철봉은 이 인터뷰에서 “민족 앞에 씻을 수 없는 대역죄를 저지른 이명박 역적패당을 짓뭉개버릴 것”이라며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는 이명박 역적패당이 살아 숨쉴 곳이란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4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는 ‘조선의 최고존엄을 중상모독한 이명박 역적패당을 무자비한 성전으로 매장해버리기 위한 평양시군민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 동원된 15만 평양시민은 ‘명박이를 쳐죽이라’ ‘군부호전광들을 때려잡자’ ‘민족의 이름으로 리명박놈을 찢어죽이자’ ‘리명박역적패당을 죽탕쳐버리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매년 키리졸브와 독수리 훈련 등 한미연합훈련을 전후해 대남 비난의 강도를 높이곤 했다”며 “하지만 올해는 인천 군부대의 ‘최고존엄 모독’ 사건으로 예년보다 그 수위가 높다”고 말했다.




             2일 남측이 북한 '최고존엄'을 모독했다며 대남 투쟁결의를 다지고 있는 북한 군인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오늘 오전 11시경, 북한 영변 경수로 대폭발. 고농도 방사능 유출. 서울 위험
- 고폭실험 도중 사고 폭발, 영변 시내 아수라장. 북한군 비밀 노출 막기 위해 대피 주민 사살 중

오늘 오전 11시경, 북한에서 고폭실험 도중(추정) 현재 건설중인 영변 경수로(열출력 100MW급) 대규모 폭발 사고 발생. 현재 시간당 98mSv 규모 고농도 방사능 누출(1주일 노출시 급성 백혈병 발병 위험), 북서계절풍 타고 고농도 방사능 빠르게 서울로 유입 중...위험 경보 내려야 할 듯.
현재 평양 류경호텔 직원과 통화 결과, 평양 시내 하늘이 방사능 분진으로 추정되는 희뿌연 연기로 가득차고 있다고 전함.

- 최근 북한 김정은이 내부 결속력 강화와 체제 공고를 위해 핵실험을 계획하고 있다는 첩보 입수, 오늘 핵실험 선행단계인 고폭실험 도중 대규모 폭발 사고 발생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영변 핵원전 폭발사고로 영변시내가 아수라장으로 변했으며, 외부로 대피하는 주민을 비밀유출을 막기 위해 북한군이 사살하고 있다고 합니다.


증권사에서 오늘 오후 1시쯤 떠돌던 찌라시 내용이다.

김정은이 대미 관계의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고 내부적으로도 지지가 탄탄한 상황에서 굳이 핵실험을 하겠어, 라는

이성적인 판단은 잠시, 저렇게 되면 이제 난 뭘 해야 하는 건가, 어디로 도망가야 하는 건가, 회사는 내팽개치고

도망가도 되나, 사랑하는 사람은 어떻게 챙겨야 하나, 온갖 생각들이 정신없이 번쩍번쩍 튕겨나오는 걸 느꼈다.



여전히 사실인지 여부는 판별되지 않았지만 그 영향력은 확실하다. '경수로 폭발' 루머로 코스피가 급락했다는

기사가 각 언론사에서 속보로 뜨고 있으니. 아마 실제로 터졌다고 하면 저 다음 뉴스는 서울로부터 탈출하는

난민들의 행렬 줄이어, 뭐 이런 식의 기사가 되겠지. 끔찍한 일이다. 사실상 한국은 멸망할 거다.


3대세습에 접어드는 북한체제 자체의 불안정성에 더해 몇가지 더 되새겨야 할 것들이 있다. 이러한 뉴스가

언제 실제 상황으로 뜬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 지경에 처하게 만든 것들 말이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 연착륙을

유도하는 정책을 완전히 버리고 북한에 대한 통제능력을 상실해 버린 MB정부가 그 중 하나이고, 또 하나는

원자력 발전소 자체의 치명적인 파괴력이다.


작년의 후쿠시마 사태가 있었음에도, 한국 정부는 고리원전 등 노후화된 시설을 수명연장해서 더 쓰겠다고

나섰고 강원도에도 몇 개를 더 짓는다고 나서는가 하면, 중국 정부는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는 백두산 일원에

원전을 짓겠다고 공사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북한은 계속해서 핵으로 장난질을 치고 있는 상황. 그러고 보면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다.


[사설] 백두산 원전 추진하는 중국, 후쿠시마를 보라<세계일보>

광화문 광장 아래엔 거북선이 숨어있다. 실제의 55% 사이즈로 만들어졌다는 거북선, 무엇보다

빨갛게 번뜩이는 눈이 인상적이었지만..실제의 형체는 사실 전혀 밝혀지지 않고 있단 사실은

알고 있다. 광화문 광장에 당당히 버티고 선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아마 이 머리위쯤에 있으려나,

광장 지하에 이렇게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황에 대한 자료들이 전시된 건 처음 들어가보고 알았다.


그 말많고 탈많은 동상이 최근 대대적으로 세척에 들어갔던 때쯤에,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이순신 장군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으라고 한 적이 있나보다. 한쪽 벽면에 포스트잇이 빼곡한

거대한 캔버스가 나왔다. 아무리 그 동상에 대해 구구한 말들이 많지만, 그래도 이순신장군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는 것 하나로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이 모이고, 심지어 소원을 빌기도

하는구나 싶어 기분이 묘해졌다.


그 중 몇몇 눈에 콕콕 박혔던 포스트잇들을 찍어 봤다. 누군가의 하트뿅뿅하는 내용, 표현도 참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라니, 팍팍 와닿는다. 근데 그 옆에 일본인이 쓴 메모는 뭐지,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뭔가 한-일간의 오붓한 관계를 보여주는 거 같아 기분이 좋을라다가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고맙다고? 뭐가 고마운 거지..? 이순신 장군이 일본군들을 무찌른 게? 일본의

대륙 정벌 야욕을 꺾어뜨린 게? 음...다카히로라는 저 분은 세계시민인 건가.

참, 센스쟁이 우후훗. 간단한 메시지다. 돌아오셔요. 그러게, 이순신 장군같은 군인다운 군인이

그정도의 지위에 지금 자리잡고 있다면 얼마나 듬직하려나. 정치를 고려하고 쿠데타 따위나

일으키는 정치 군인은 말고, 그렇다고 팽창욕에 사로잡힌 관료적 군인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자위에 족한 그런,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게 최선이라는 마음가짐의 군인.

장군님 안녕하세요, 하며 안부를 묻고는 따뜻하게 감기 걱정을 해주는 메모, 글씨체를 보면

별로 어린 나이는 아닌 거 같은데, 동심이 살아있는 따뜻한 메모랄까. 그렇지만 동심에 관한

가히 종결자라 할 만한 메모는 정작 그 옆에 있었다. 요술봉을 갖고 싶어요.ㅎㅎㅎㅎ 장군님이

요술봉이 있었으면 진즉에 왜적을 포함한 외적을 물리치고 태평성대를 갖고 왔겠지.

돌아오셔요, 에 이은 또하나의 따뜻한 다섯글자. 보고 싶어요. 왠지 그 밑에 '새해에는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주세요'란 말 때문에 더욱 뭉클해지는 표현같다. 사백여년 전의 인물이 2011년 새해에

돌아와 뭘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상대가 누구던 읍소하고 보는 건 그만큼 절박하단..

아무리 간절하다 해도, 죽은 자에게 할 말은 아닌 거 같은데. 건강하라니. 장군님은 이미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없고'의 지경이건만. 근데 전혀 맥락에 와닿지 않는 저건 뭐지. 배부른데

아이스쵸코가 먹고 싶다며 하트눈을 하면, 장군님이 거북선 팔아서라도 사주시길 바라는 듯.

그래도 이렇게 훈훈한 장문의 메모가 심심치 않게 발견되어 재미있었다. 그치만 이 메모의

포인트는, '학익진 전법을 받들어 살겠다'는 그녀의 다짐. 대체 어떻게...??;;;

그리고 몇몇 진지한 비분강개조의 메모들. 피노키오보고 울아빠 꿈속에 나와서 나 좀 놀게 

해달라던 노래가사말 이후로, 이순신장군님이 이명박대통령 꿈에 나타나서 훈계를 해달란

이야기는 참 와닿는 게 많았달까. 훈계로 될지는 모르겠다. 그러고 나면 MB는 그럴지도.

'내 꿈에 이순신장군이 나와봐서 아는데, 찍찍.' 


혈세를 갉아먹는 국회의원들은 반성하란다. 이순신장군상을 닦을 게 아니라 경제적으로 힘들고

사회적으로 압박받는 사람들을 더 챙기란 의미가 아닐까 싶은데, 밑에 부자될께요, 란 메모랑

맞물려서 묘한 뉘앙스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자꾸 장군님장군님 하니깐 이북에 계신, 지금도

유해가 곱게 남아있으니, 그분이 떠오르는 건 왜지;

그리고 전혀 이순신장군과는 상관없는, 그렇지만 나름의 진심과 애틋함을 담고 있는

이런 메모도 좋다. 수백장의 메모가 전부 이순신장군 찬양 일색이라면 좀 무섭잖아?

더러는 자기 사는 이야기도 하고, 아이스초코가 먹고 싶다고도 하고, 이렇게 그 공간을

빌어 자기 하고 싶은 이야기도 하는 거지. 일종의 反영웅주의.

가장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겼던 메모. 북한으로부터 우리를 지켜달라는 아이들의 소망이 있었고,

또 북한은 우리의 적이 아니며 평화통일하게 해달라는 아이들의 소망이 있었으며, 거기에다가

굳이 이렇게 댓글을 달아놓아 북한이 우리의 적이니 아니니 왈가왈부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북한이 우리의 적인지 아닌지, 혼란스러운 세상. 이순신이 온다면 글쎄, 천안함을 누가 그랬던간에

우선 책임자 및 보고라인에 대한 엄중처벌이 우선되지 않았을까.

거북선의 용머리는 우리나라를 등진 모든 곳을 향해야 하겠지만, 사람들이 이순신 장군에 바라는

소망은 그야말로 나라의 내외부를 막론한 모든 곳, 가장 낮은 빈한한 곳에서 높은 국회의원들이

있는 곳까지.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건 좋지만, 그런 영웅이 세상에 존재하리란 건 환상에 가깝다.

다들 알지만, 답답한 현실을 한큐에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 요술봉같은 뭔가를 바라니까

그러는 거겠지 싶다.




"천안함 의혹은 국민이 아니라 정부가 만들었다"

시민사회 진상 규명 대대적 촉구


(프레시안, 2011-03-23)

"천안함 진상을 둘러싼 갈등과 의문이 여전히 있고 해결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의문을 봉쇄하고 믿음을 강요한다. 그러다 보니 여러 무리수가 발생해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문제가 한국 내에서뿐만 아니라 유엔에서도 제기됐다."

천안함 사건 1주기를 3일 앞둔 23일 시민사회 각계 인사들이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정부 조사 결과에 합리적인 의문을 제시하는 이들에 재갈을 물리려는 정부와 보수언론을 비판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기자회견에서 표현의 자유 문제를 지적하며 "정부의 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면 국론을 분열시키고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사람으로 낙인찍고, 국민이 아닌 이적행위자로 몰아붙이고, 공권력을 이용해 정부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건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처장은 이어 "북한의 연평도 포격 후 군사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하겠지만 한반도 평화 문제는 우리 사회가 민주사회라는 자신감을 가질 때 해결할 수 있다"며 "시민단체는 천안함 문제에 대한 이성적이지 않은 매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과 함께 진실을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언론은 사회적인 이견이 있을 때 그 이견을 전하는 매개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언론이 이적행위와 비국가적 행위라는 프레임으로 접근하면 언론의 사회적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23일 오후 '천안함 사건 1주년에 즈음한 시민사회 각계 인사 공동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종로구 적선동 한국건강연대에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이용선 공동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교육 현장에서도 일방적인 홍보만"

정연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무총장은 "천안함의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게 만든 건 국민이 아니라 정부"라며 "정부의 조사 결과에 대해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개인이든 단체든 의문을 제기하는 건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이라고 말했다.

정연숙 총장은 "그러나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만으로 고소당하고 수사를 받고, 그로 인해 말과 일상에서 제한을 당해 온 사람들이 부지기수"라며 "법조계는 천안함의 진실을 넘어서 지난 1년간 우리 사회에 표현의 자유가 존재했는가에 더 주목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법정에서든 역사의 법정에서든 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것"이라면서도 "역사에 맡기지만 말고 당대에 진상을 밝혀 내 (천안함에서) 억울하게 죽은 영혼을 위로하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은숙 참교육학부모전국협의회장은 "학교 현장에서 천안함에 대해 객관적인 설명을 하지 않고 무조건 북한의 소행이라고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교육도 문제"라며 "천안함 조사 결과에 대해 객관적인 사실을 말하려는 교사에게 불이익을 주는 교육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장은숙 회장은 이어 "학생들이 양쪽 주장을 객관적으로 듣고 판단할 수 있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며 "21세기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안보 의식만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과학 내세우면서 신앙 만들어"

이승환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는 "우리는 천안함 사건이 누구에 의해 저질러졌는지 모르고, 예단하지도 않는다"라며 "설사 북한의 소행이라고 해도 조사 과정에서 나타난 민주주의의 문제를 반드시 지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환 대표는 "국민들의 의혹이 없어지도록 엄정한 조사를 하고,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조사가 이뤄져 국민들이 모두 승복할 경우 우리도 책임 있는 조치를 할 각오가 돼있다"며 "졸속으로 진행되어 수많은 의문점을 낳은 조사 결과를 보고 '북이 했으려니' 묻어 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강택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정부는 천안함에 관해 입으로는 과학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신앙을 만들고 있다"며 "과거 종교회의가 힘으로 이단을 만들고 책을 불사르고 의심을 갖는 사람들을 이단으로 몰고 죽였다"며 "지금 정부의 행태는 바로 그 전단계 작업"이라고 말했다.

'평화3000'의 운영위원장인 박창일 신부는 "남쪽 정부는 북에서 했다고 하고, 북은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남북이 우선 만나서 대화를 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박창일 신부는 이어 "천안함 사건이 나고 이명박 대통령의 5.24 담화 이후 인도적 지원도 끊었는데, 정치적인 이유로 인도적 조치를 못하게 하는 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국제 검증작업 이뤄져야"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정부와 국회에 드리는 제언'이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이 낭독됐다. 기자회견문에 서명한 사민사회 인사 97명은 "천안함 진상조사 작업은 지나치게 단기간에 부실하게 이뤄졌다"며 납득할만한 추가 조사와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회가 국민을 대표해 국정조사 등의 방법으로 검증에 나서야 한다"며 "더불어 정부 조사 결과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관련 국가 및 북한의 참여까지 허용하는 국제적인 검증 작업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천안함 사건 관련 1차 자료와 조사 결과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정부는 미국 등과 체결한 정보비공개 양해각서를 개정해 정보 통제를 완화해야 하고 시민들이 청구한 정보 역시 즉각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들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의사표현의 자유가 이뤄져야 한다"며 "합리적 의문점들을 탐사보도했던 언론인들에 대한 불이익 조치는 철회되어야 하며 이들에 대한 부당한 압력 행사는 근절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제언에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정현백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 한명숙 전 국무총리, 함세웅 신부,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 조국 서울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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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뭐가 진실인지 밝혀지기도 전에, 서둘러 봉합되고 가려지고 숨겨지고.

유언비어가 나도는 사회가 문제인 건, 유언비어의 형태로밖에 유통되지 못하게 윽박지르고

입을 막고 협박하는 권력자들의 삐뚤어진 행태를 반증하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진실은 씻겨지고 관심은 멀어진다.

누구 말마따나 한국인들의 '냄비 근성'을 탓할 게 아니라, 쉼없이 사고치고 열받게 만드는

그들을 탓할 일이 아닌가 싶다. 뭐 하나 집중하기엔 너무도 많은 거짓말, 사건사고들.



이런 기사를 기다렸다. 쉼없이 악의적으로 북한을 흔들어대는 기사들, 마약이 창궐했다느니

젊은 여자들이 몸을 판다느니 완전히 무너질 날이 머지않았다는 식의 기사들을 한줄로 꿰어내는

좋은 시선을 가진 기사. 그렇게 북한이 금세라도 붕괴할 듯 남한 주민들을 동요시키고 동시에

북한을 향한 한-미-일의 압박을 더욱 강화하려는 시커먼 속셈까지 품고 있는 전쟁광들을

분간해낼 수 있어야 할 거 같다. 그들은 합리적인 해결책을 외면하고 대화와 타협의 여지를

봉쇄하며, 결과적으로는 전쟁의 한길로만 몰아가는 사람들이니까.



질문 1. 여태 60년을 버텨온 북한이 갑자기 무너질 거라고 보는데는 합리적 근거가 있을까.

질문 1-1. 북한 붕괴론이 쉼없이 나오는 데에는 차라리 국내정치적 이유가 더 큰 건 아닐까.

질문 1-2. 연평도 사태 이후 남북 관계, 국제 정세의 주도권은 남한보다 북한에 넘어간건 아닐까.

질문 2. 남북한 문제에 있어 전쟁을 하나의 전략적 옵션으로 고려할 수 있을까.


(기사 중 굵은글씨 처리는 자의적으로 취사선택)




이제 '종말론'은 그 종착역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북한이 조만간 망할 것이라는, 망해야 한다는 신앙에 기반한 종말론은 지난 3년 "조금만 더 기다리면…" "조금만 더 조이면…"이라는 주문으로 태평양 상공을 배회했다. 이제 그 종말론은 "얼마를 더 기다려야 하느냐"는 질문을 회피할 수 없는 '심판의 날'에 다가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오바마 정부가 찰떡공조를 과시하며 일관성 있게 추진해온 '전략적 인내'의 결과가 이제 확실히 나왔다. 북핵의 포기가 아니라 그 반대인 북핵의 강화, 핵 프로그램의 확대라는 결과가 나왔다. 개방과는 정반대인 "자력갱생 원칙 철저 구현"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남북 교류·협력은 차단되고 남북관계는 전쟁 직전의 위기 상태로 추락했다. 적과도 대화를 하겠다던 오바마 정부는 서해에서, 동해에서 벌이는 군사 시위로 자위하며, 제대로 된 대화의 통로도 확보하지 못한 채 중국의 입만 바라보는 처지로 전락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어떻게 하여 '비핵·개방·3000'은 '우라늄 농축봉 2000'으로 돌아오고 '전략적 인내'는 '전쟁 위기의 인내'를 강요하고 있는 것일까?

▲ 이명박 대통령과 현인택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이제 북한 스스로 군사적 모험주의와 핵을 포기하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연평도 포격 이후에야 속내를 만천하에 드러냈지만 이미 모두가 알고 있던 사실 아니던가. 한국 정부의 관리들은 미국 관리들과 만나서도, 중국 관리들과 만나서도 북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북한 정권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고 되뇌고 다니지 않았던가. 북은 이미 동요하기 시작했으니 조금만 더 기다리면 '구원의 그날'이 곧 올 것이라고.

대충 2008년 여름부터만 잡아도 이명박 정부의 주문(呪文)은 고장 난 레코드마냥 되풀이 된다. "김정일이 쓰러졌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유엔 제재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화폐개혁으로 북 경제가 혼란에 빠지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천안함 폭침은 내부 불안을 밖으로 돌리기 위한 술책입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김정은의 등장으로 내부 불만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연평도 포격 이후 평양의 엘리트도 동요하고 군도 이탈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죽음을 기원하는 절절한 비나리는 죽음의 춤사위를 불러일으킨다. 봉쇄 춤사위는 유엔 결의안에 맞춰 크게 펄럭이며 북의 숨통을 노린다. 작전계획 5030 춤사위도 추가된다. 북한 가까이 급작스런 군사 훈련을 수시로 벌여 북의 군사력을 소진시키고 혼동을 유도하겠다는 위험한 춤사위다. '급변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개념계획 5029 춤사위를 작전계획 5029로 격상한다. 아예 이참에 일본 자위대도 한반도로 끌어들여 한·미·일 3각 연대 춤사위도 꿈꿔본다.

죽음의 춤사위에 장단과 추임새가 빠질 수 없다. 북한 깊숙이 정보원이 있다는 '언론 매체'들은 흉흉한 뉴스를 장단 맞춰 뿌려준다. 주민들은 배가 고파 일을 가지 못하고,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불만 때문에 당 간부와 갈등이 심하단다. 절망의 심연에서 마약이 창궐하고, 한국을 구원의 땅으로 갈망한단다. 종말이 멀지 않았단다. 수백 명이 참가한 당대표자회 개최일조차 알지 못했던 이들 '언론매체'는 미래의 일은 족집게처럼 집어낸다. "10년 내에 붕괴한다. 그리고 그 경로는…"

이들의 추임새로 춤사위는 치솟고 비나리는 높아진다. 확신은 확신을 낳고 세상을 재단한다. 북이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밝히면 경제 제재를 견딜 수 없어 굴복한 것이고, 북이 포격을 가하면 경제 제재를 견디지 못해 주먹을 휘두른 것이라고 믿는다. 김정일이 언론에 나타나지 않으면 병세가 위중한 것이고, 언론에 나타나면 와병설을 불식시키기 위한 쇼라고 믿는다. 한국의 포격훈련에 맞대응하면 북한은 호전적이고, 한국의 군사훈련에 대응하지 않으면 북한이 굴복한 것이라고 믿는다. 이미 이들에게 북은 죽어도 죽은 것이요, 살아도 죽은 것이다.

하여 이명박 정부는 스스로의 주술에 취해 한바탕 죽음의 굿판을 벌이고, 모두를 끌어들이려 한다. 동참하지 않는 자들은 저주하고 배척하고 단죄한다. 굿판에 남아 있는 이들 끼리는 같은 주문을 주고받고, 서로의 코드를 확인하고, 안도한다. 이들 사이에서 종말론은 확신이 되고 현실이 된다.

그 굿판의 와중에도 물론 현실은 굴러간다. 북은 지난 1년 동안에도 발전소를 완공하고, 화학공장과 금속공장을 개비한 데 이어 소비재 생산을 확대하고 놀이동산을 짓고 핸드폰 보급을 늘렸다. 재작년에 헌법을 '김정일 헌법'으로 개정하고 국방위원회를 명실상부한 최고통치기구로 공인하는 등 국가체제를 정비하더니, 지난해에는 40여년 만에 당 대표자회를 열어 노동당도 '김정일 체제'로 재정비했다. 선군정치는 '핵 억제력' 강화를 넘어 우라늄 농축과 경수로 발전소 건설로 이어지고 있다. 연평도 포격에 분풀이라도 하듯 한미 양국군이 총력을 동원해 포격훈련을 하던 날 북은 "비렬한 군사적 도발에 일일이 대응할 일고의 가치도 느끼지 않았다"고 '물'을 먹이고, 연이어 열린 한국 육·해·공군 군사훈련에는 김정일 최고사령관 취임 '경축연회'로 대응한다. 그 와중에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를 통해 대화 제의를 하고 핵 연료봉을 해외에 매각할 용의가 있음을 천명하는 것으로 화룡점정이다.

사제들의 현란한 언론 마사지와 종교재판으로 유지되던 천동설도 결국에는 종말을 맞았다. 현실만이 최후의 심판관이다. 조만간 오바마 대통령이 질문할 때 이명박 대통령은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이명박 대통령 각하, 기다리라는 대로 기다렸는데 결과는 정반대 아닙니까?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합니까?"

하여 김지하를 빌린다.

"죽음의 굿판을 걷어 치워라."

/서재정 美 존스홉킨스대 교수

어샌지의 위키리크스가 보유한 기밀문서들의 파급력이 생각보다도 훨씬 더 큰 거 같다.

그들이 보유한 수십만 건의 기밀문서가 대부분 미국정부로부터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주로 미국의 입장에서 해석되고 재구성된 내용이란 한계가 분명히 있지만, 그 문서들이

건드리는 사안들은 여전한 슈퍼파워 미국의 위세에 걸맞게 전세계 주요이슈를 망라하는

거다. (위키리크스 원본..한반도 국제정세를 보는 미국의 시각과 의지.)


게다가 비밀에 연루된 당사자가 비단 일국의 정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중요해졌다. 정부와 정부 간의 관계에서 숨기려던 치부가 드러나는 순간 문제는 양국간에

발생하지만, 이번같이 그 치부가 정부와 사인(私人)간의 문제거나 사인과 사인간의 문제라면.

이런 문제를 국제사회가 어떻게 규율할 수 있을까. 국가 간에야 어느 정도 예측가능한

범위에서 전례를 따르면 된다지만, 당장 현정은에 대한 입장과 대응은 어때야 할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건, 이제 위키리크스의 현실적 파급효과와 그 부작용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는 아닌가 하는 거다. 세계 안보 이슈 중에 수위를 차지하는 북한 문제가 앞으로도

계속 폭로되리라는 건 충분히 예측 가능한 상황, 북핵 문제, 통일 문제, 북한정권 문제 등

통틀어 북한 문제라고 할 것에 대해 이곳저곳의 정부와 (이번처럼) 사인이 한 이야기들이

두서없이 쏟아져나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가장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건, 그런 이야기들이 일관되거나 온건하기보다는 조율되지 않은 채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상대에게 던지기 십상일 거란 사실이다.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미국과

일본이 중국과 북한에 대해. 반대의 경우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위키리크스의 자료는 대개

(촌스럽지만) '자유진영'의 것들이니까,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향한 더러는 적대적이고

도발적인 메시지이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운 거다.


해법은, 뻔하다. 위키리크스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할 거 같다. 비밀을 만들고 유지하여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는데 써먹어서는 안 된다는 거다. 다른 건 몰라도 북한과의 관계가 언제 어디서

돌출할지 모르는 기밀 내용에 따라 흔들거리거나 격화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지금이라도

괜한 국내정치용 무력시위나 강경 발언은 접고 북한과의 대화와 신뢰구축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현정은, '북보다 남이 더 큰 장애'불평-김정일은 중국 불신 : 위키리크스 한국전문

김정일 "DJ·盧 고인 됐지만 나는 아직 살아 있다"


북한은 한국에 묻는 거다. 이제 미국본토 말고 한국을 직접 전술핵으로 때릴 거야, 어쩔래. 그리고 과시하는 거다. 김정은의 군사적 용맹과 탁월한 지도역량을. 북조선3.0을 이끌 차세대 지도자로서 그가 부족함이 없음을. 지난 '잃어버린 3년'간 북한내 매파만 키워냈으니 이런 처참한 일도 현실이 되었다.

그럼 이제 우리나라는 뭘 할 수 있을까. 우리도 북한처럼 원심분리기 수백개 세워서 전술핵무기 만들어 자체 핵무장을? MAD(Mutual Assured Destruction; 상호확증파괴) 전략으로 치킨게임을? 김정일 일가친척에 대한 정밀타격을? 아무리 생각해도 득실 계산에서 우리가 쫄리는 게임.

이제 남북한의 평화를 구하려면, 그나마 포용정책에서 비전과 로드맵을 쥔 채 능동적으로 상호신뢰를 쌓기 위한 수단이었던 '퍼주기'보다도 못한, 쌀과 돈을 주며 평화를 구걸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 건가. 신뢰를 쌓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삥뜯기듯 서로 이를 갈며 증오를 쌓는 수단이 되고 말 거다.

북한에만 구걸할 일이 아니라, 미국에도 마찬가지. 당장 한미FTA나 해외파병 문제 등 우리가 바쳐야 할 것들은 언제나 그렇듯 많기만 하다. 북한과 미국의 빵셔틀이 되어가는 한국, 이명박의 대북 정책은 파산했다. 그런 게 있기나 했다면.

더욱 암울해지는 사실 하나. 현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할 수 있는 것도 없지만, 앞으로라도 이니셔티브를 쥐기 위해 대북 정책 기조를 바꿀 만한 의지나 능력이 그에게 있을까 싶다. 포용정책을 저주한 순간부터 빠져들고 만 남한식 벼랑끝외교의 끝은 연평도 교전이 아닐지도 모른다.

전쟁나면 도망가자 : 북한 이녀석들 꽤 세게 나오는데?

행님 : ㅇㅇ 그러게, 우려하던 방향으로 계속 가는군. .ㅠㅠ
행님 : 정말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행님 : 북한의 핵억지력을 자신하지 못하게 해야 하는데.

전쟁나면 도망가자 : 이미 우리는 북한을 제어할 아무 레버리지가 없자나,
전쟁나면 도망가자 : 개성이니 금강산이니 돈줄은 미리부터 다 끊어놨고, 북한이 몇차례나 군사회담을 요청해도 무시했고.

행님 : 레버리지라면 전술핵..ㅡ.ㅡ;; 그치만 미국이 전술핵을 배치해줄지.. 모르겠네.

전쟁나면 도망가자 : ㅇㅇ

행님 : 결국 군 대 군의 구도니까.

전쟁나면 도망가자 : 미국 대 북한.

행님 : ㅇㅇ 그러게. 미국 대 북한인데, 우리를 때리니까 아쉽지.

전쟁나면 도망가자 : 글치만..그것조차 비대칭, 저쪽은 지킬 게 없고.

행님 : 과연 지킬 게 없을까? 김정은의 세습은 어때.

전쟁나면 도망가자 : 김씨 일가친척과 수뇌부만 살면 되는 거인데다가
전쟁나면 도망가자 : 그들의 지하기지는 왠만한 폭격은 견뎌내자나
전쟁나면 도망가자 : 삼성3.0처럼 북조선3.0을 꿈꾸는 놈들이니까 주위에서 잘 보위하겠지

행님 : ㅎㅎㅎㅎ

전쟁나면 도망가자 : 지킬 거 많고 활짝 노출되어 있는 남한땅과는 다르지.

행님 : 벙커 버스터가 있잖아.

전쟁나면 도망가자 : 흠. 그거 위력은 확실한거?
전쟁나면 도망가자 : 양키들 무기는 뻥이 심해서ㅋㅋ

행님 : ㅋㅋㅋㅋㅋㅋㅋㅋ
행님 : ㅇㅇ ㅋㅋㅋㅋ 왠만한 벙커 다 부술 껄..
행님 : 그쪽도 그거에는 벌벌 떠는 거 같아.

전쟁나면 도망가자 : 음..
전쟁나면 도망가자 : 미국이 그렇게 부담을 지려고 들지도 문제고

행님 : 그런데 남한의 핵무기개발이나 핵무기배치와 같은 군사적 시그널은
행님 :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 아니라는 게 문제의 문제..

전쟁나면 도망가자 : 미국이 전세계에서 한꺼번에 전선을 세개나 펼친다고?
전쟁나면 도망가자 : 말도 안 돼, 걔들은 이제 전쟁 두개를 동시수행하는 정도만도 힘겹다고.

행님 : ㅇㅇ 그렇지. 미국에 부담이 크겠지.게다가 지금 한미FTA도 있는데.
행님 : 한미FTA를 내줘야 하니까.

전쟁나면 도망가자 : 그니까, 그럼 우리가 줘서 달랠 수 있는 게 뭐냐
전쟁나면 도망가자 : 우리가 모냥 안 빠지게 줄 수나 있긴 하냐
전쟁나면 도망가자 : 라는 건데...
전쟁나면 도망가자 : 북에도 주고 미에도 주고.

행님 : ㅇㅇ

전쟁나면 도망가자 : 완전 ㅋㅋ

행님 : 북이 이렇게 나오는 조건이니까.
행님 : 흠.. 미국이랑 짰나?
행님 : ㅎㄷㄷ

전쟁나면 도망가자 : ㅎ
전쟁나면 도망가자 : 적대적 공범자들이야, 지난 시절의 총풍처럼 의도적으로 정권안보를 위해 국가안보를 일부러 위기에 몰아버린 건 아니라 해도 결과적으로는 뭐, 마찬가지지

행님 : ㅇㅇ

전쟁나면 도망가자 : 남북만이 아니라, 북한과 남한과 미국의 대가리들 세 개

행님 : 결국 피를 손을 묻히겠군..

전쟁나면 도망가자 : 이명박도 이제 천안함과 대포폰과 민간사찰과 온갖 고비들을 다 넘기겠네
전쟁나면 도망가자 : 참..운빨도 오지게 좋아
전쟁나면 도망가자 : ㅋ

행님 : 남남갈등도 걱정이네...
행님 : 북한한테 확실한 경고를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전쟁나면 도망가자 : 흠
전쟁나면 도망가자 : 남한 자체적으로?
전쟁나면 도망가자 : 없지
전쟁나면 도망가자 : 미국과 함께라면..? 미국이 그런 부담을 질까. 대화하려 나설 가능성이 크겠지

행님 : ㅇㅇ
행님 : 당장 이 결정을 한 사람에 집중해서
행님 : 그의 약점을 때려야지.

전쟁나면 도망가자 : 호국작전은 빌미였고, 그냥 꼬투리 잡아서 무력시위 한 번 해주고 싶었던 거 아닐까
전쟁나면 도망가자 : 우라늄탄도 개발하고, 이제 미국본토가 아니라 남한땅을 바로 겨누겠다, 라는
전쟁나면 도망가자 : 시위용. 미국의 핵우산이니 MD아래 숨어있던 남한을 바로 타격하면 니들이 어쩔래, 하고.

행님 : ㅇㅇ 그러게.
행님 : 알고도 모르는 척 하면서, 대비책을 세워두었기를 바랬는데.

전쟁나면 도망가자 : 군부 강경파를 만족시키고 김정은의 입지를 다지는 거지
전쟁나면 도망가자 : 그렇게 똑똑한 대가리가 어딨소 우리나라에
전쟁나면 도망가자 : ㅋ

행님 : ㅎㅎㅎㅎ남한에도 애국자는 있을꺼야. ㅋ
행님 : 흠.. 글게, 이미 이 상황을 내다봤다면 좀 더 파고들었어야 하는데,
행님 : 중국이랑 대북정책 목표 맞추고 북중간 교류, 남북간 교류를 넓혀서 북한 내의 강경파들이 고립되게 했어야 했는데.
행님 :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까지 왔잖아. 잘못한 걸 탓하기만 할 수는 없지.
행님 : 해결책을 생각해보자.
행님 : 지금 결정권을 가진 그룹들도 해결책이 필요할 거야.

전쟁나면 도망가자 : 북한이 원하는 건, 안정적인 세습
전쟁나면 도망가자 : 국내 경제상황 호전.

행님 : 그렇다면 역시 대북정책의 재검토인가..

전쟁나면 도망가자 : 결국 우리나라 대북정책의 전면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전쟁나면 도망가자 : 남북간의 갈등은 점증할 수 밖에 없지.
전쟁나면 도망가자 : MB대북정책, 그런 게 있었다면 말이지만, 그 파탄인 거야.

행님 : ㅇㅇ 맞아.

전쟁나면 도망가자 : 그치만 이 정부나 지지자들이
전쟁나면 도망가자 : 그럴 수 있을까.

행님 : 대북정책의 전면조정이 필요할 듯.
행님 : ㅎㅎㅎ
행님 : 모르지. 이명박 대통령이라면..

전쟁나면 도망가자 : 실용주의자라??
전쟁나면 도망가자 : ㅋㅋㅋ
전쟁나면 도망가자 : 그는 이미 힘빠졌고, 그의 지지자나 차기 대권주자들이
전쟁나면 도망가자 : 그의 지지풀이 문제자나

행님 : ㅇㅇ 그러게...

전쟁나면 도망가자 : 그를 내세운 지지층이란 게. 보수꼴통
전쟁나면 도망가자 : ㅋㅋㅋㅋㅋ

행님 : ㅜ.. ㅜ
행님 : ㅋㅋㅋㅋㅋ

전쟁나면 도망가자 : 이제 봉합할 수 있는 능력은
전쟁나면 도망가자 : 결국 미국.

행님 : ㅇㅇ
행님 : 미국이?

전쟁나면 도망가자 : 한국이 줄 수 있는 게 없자나
전쟁나면 도망가자 : 어차피 북한도 계속 미국과의 대화를 원했던 거고(요새야 좀 바뀌어왔다지만), 남한이 계속 가로막아서 우릴 통해서 미국과 이야기해라 딴지걸었던 거지만.
전쟁나면 도망가자 : 미국은 북한 이슈를 가능한 유화적으로 풀려하는 입장이기도 했고, 우리처럼 직접 두드려맞은 것도 아니니 여론도 대화를 선호할 거고.

행님 : 이 문제를 봉합한다는 게 대남핵우산의 철회라면 어떻게 볼 수 있을까?
행님 : ㅇㅇ

전쟁나면 도망가자 : 미국이 보장하는 정권안보가 절실히 필요한 거지
전쟁나면 도망가자 : 그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겠지만, 또 보수꼴통들은 미국님하 살려줍쇼 하겠지
전쟁나면 도망가자 : 그러고 난다고 해도 남북의 정치력이랄까 신뢰문제가 대두될 텐데

행님 : 과연 북한은 정권안전을 미국으로부터 보장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행님 : 인민이 봉기하면 미군이 진압해줄 수 있나?
행님 : 강경파가 쿠데타를 일으키면 진압해줄 수 있나?

전쟁나면 도망가자 : 흠. 인민 봉기를 막기 위한 게 미국과 기타국가의 경제지원이겠지
전쟁나면 도망가자 : 김정일은 아직까지 군부를 쥐고 있지 않을까.
전쟁나면 도망가자 : 문제가 되는 건 김정은이 군부를 장악할 수 있느냐고, 그래서 이번에 군요직을 임명한 거고
전쟁나면 도망가자 : 김정은의 군사적 업적으로 꾸밀지도 모르지 나중에는.
전쟁나면 도망가자 : 오늘일도.

행님 : ㅇㅇ

전쟁나면 도망가자 : 내가 생각하는 키워드는 권력승계, 군부 다독이기, 남한협박.
전쟁나면 도망가자 : 이정도 아닐까 싶소만.

행님 : 공감. 지금은 네가 말한 키워드가 키가 되는 듯.

전쟁나면 도망가자 : 김정일의 머릿속이야 들어가 볼 수 없으니 모르는 거구, 다만 정황상

행님 : ㅇㅇ
행님 : 그러게, 정황상 오늘도 후계관련 교시가 내려갔을 수도..

전쟁나면 도망가자 : 응
전쟁나면 도망가자 : 원래 세습이 이뤄지면서 이런 군사적 충돌이 빚어지지 않았어?

행님 : ㅇㅇ 맞아.
행님 : 한번 요새 일 정리해보니까,
행님 : 작년 미사일 발사, 핵발사 때 후계관련 교시가 하달된 듯.

전쟁나면 도망가자 : 김정일이 넘겨받을 때도?

행님 : ㅇㅇ

전쟁나면 도망가자 : 흠
전쟁나면 도망가자 : 그렇게 군부의 지지부터 얻는 게 우선일 테니

행님 : ㅇㅇ

전쟁나면 도망가자 : 먼저 자신이 군부에 입맛에 맞는 매파라는 걸 증명하는 게 필요해겠지

행님 : ㅇㅇ 그렇지.

전쟁나면 도망가자 : 인민에 대한 우상화 소재로도 쓰일 테고.

행님 : 이게 김정은의 지시다.
행님 : ㅎㅎ

전쟁나면 도망가자 : 응

행님 : 너희가 바라던 미사일 발사 = 김정은 지시

전쟁나면 도망가자 : 글치

행님 : 너희가 바라던 핵 실험 = 김정은 지시
행님 : 알았지?
행님 : 이런 뜻이지?

전쟁나면 도망가자 : 이제 지지해라.
전쟁나면 도망가자 : 뭐 그런 거.

행님 : 흠.. 그럼 지금은 북한 군부 내의 대남적개감이 문제라는 거네.

전쟁나면 도망가자 : 대남적개감이나, 군부의 자기증명 욕망이라거나
전쟁나면 도망가자 : 다만 문제는, 이후의 관계를 복구할 
전쟁나면 도망가자 : 여력이나 소재를 남한이 갖고 있냐는 거.

행님 : 그럼 남북군사회담이 논리적 답인 걸까?
행님 : 근데, 저녁 안 먹니?
행님 : ㅋㅋㅋㅋ

전쟁나면 도망가자 : 그렇겠지만..형이 말한 것처럼 북한의 매파가 잔뜩 득세한 상황이라.

행님 : 지금 밥 왔대.

전쟁나면 도망가자 : ㅋㅋㅋㅋ
전쟁나면 도망가자 : 안녕
전쟁나면 도망가자 : 나 퇴근



남한 땅의 두 직장인은 남북한의 교전 상황으로 쩍하니 일상에 금이 벌어지고 만 오후에 실컷 메신저로 떠들어대다가, 배고프고 퇴근시간되고 하여 이야기를 급 마무리. 역시 먹고사니즘이 제일 강력하다는. 혹은 '정전상태'라는 폭탄을 이고지고 사는 데에 워낙 익숙해진 탓인지도.

전쟁나면 정말 도망가야겠다.ㄷㄷㄷㄷ






니야조프 투르크메니스탄 초대대통령, 금빛으로 번쩍이는 그의 동상은 아쉬하바드 곳곳에서 눈에 띄었지만

특히나, 여기는 그 중에서도 가장 신경쓰고 만들어진 곳 같다. 북한으로 치자면 '주체사상탑'과 그 앞의 거대한

금빛 김일성 동상이 세워져 있는 곳에 비길 수 있을까. 적어도 삼사미터는 훌쩍 넘어보이는 커다란 동상은

설마 석유와 가스를 팔아 사온 금덩이로 빚어놓은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돈 냄새가 물씬 나는 것 같다.

투르크메니스탄의 옛 전사들 복장을 하고 옛 무기를 꼬나쥐고 있는 이 근위병들도 인상적이었다. 마치 절 앞을

지키고 선 사천왕상처럼 부리부리한 눈과 다부진 포스를 뿜어내며 왼켠에 둘, 오른켠에 둘, 도합 네 명의

커다란 병사가 그들의 왕, 아니 그들의 대통령을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은 그들의 대통령이 자원을 팔아 이뤄낸 '쇼윈도 건물'들이 열맞춰 서 있었고. 번쩍이는 하얀 대리석에

거대한 건축물들이 띄엄띄엄, 마치 무슨 테마파크처럼. 그리고 번쩍이는 금빛 동상에 거대한 호위 무사들을 갖춘

대통령이 마치 무슨 왕처럼.

자세히 보니 대통령 앞에 시립해 서있는 네 명의 호위 무사 말고도, 또다시 그의 최측근에서 대통령을 지키고 선

네마리 독수리가 있었다. 이걸 네마리라고 해야할지 조금 난감한 게, 머리가 무려 다섯인 독수리인데다가 발톱에

걸고 있는 뱀의 머리도 양쪽으로 두개가 있으니.

다섯개의 독수리 머리는 투르크메니스탄의 다섯 개 지역을 상징하니 투르크메니스탄 그 자체이며, 각기 반대편을

보고 있는 뱀은 투르크메니스탄 양편의 외적을 경계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했다. 가이드 압둘라가 그렇게

뭉뚱그려 말한 걸 두고 눈치없이 반문하고 말았다. 서쪽의 이란과 동쪽의 아프가니스탄을 경계하는 거군요.

이란은 중동 지역의 패권국가이니 늘 경계할 수 밖에 없을 테고, 아프간 같은 경우는 좀처럼 정돈되지 않는

내정불안의 문제가 자칫 투르크로 번질 우려가 있어서 아닐까 싶었는데, 대략 맞는 듯 하다. 압둘라가 당황했다.

뭐랄까, 광화문광장 같다. 사람이 쉴 만한 곳은 없고, 그저 거쳐가거나 방황하며 지나는 곳. 여긴 그래도 뻔뻔하게시리

'광장'이란 이름을 붙여서 사람을 미혹시키지는 않을 거 같았다. 공산주의의 잔재가 아직까지 자본주의적인

성향을 막아주는 건지도 모르겠고, (반)주변부적인 '촌스러운' 동네라 한결 인간적이고 순박해 보이는 사람들인

것처럼 느껴졌다. 떠나려는데, 그새 어느 아주머니가 텅빈 공간을 쓸고 있었다. 밤이고 낮이고, 정말 밤 두세시에도

나와서 차도를 쓸고 보도를 쓸고 있는 아주머니들이 많았던 것도 투르크에서 얻은 인상적인 장면 하나.

국방부 였던가, 건물 앞에 몇 명의 군인이 총을 들고 선채 삼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왠지 맘에 걸렸지만

건물 앞에 선 황금빛 니야조프 대통령의 동상이 그새 반가운 거다. 카메라를 들이대고 셔터를 누르자마자 군인

한명이 잔뜩 쏘아보며 손사래를 친다. 국방부 건물이라 보안상의 이유로 그런 건지, 대통령 동상에 대한 불경이라

그런 건지. 사진을 지우라고 요구하고 확인까지 하는 중동 나라들에 비하면 낫다고 생각하며 얼른 도망.

차안에서만 바라본 금빛 돔의 건물, 저게 바로 대통령궁이라고 한다. 투르크의 초록색 국기와 금빛이 생각보다

꽤 잘 어울린다는 뜬금없는 생각과 함께, 생각보다 현대의 대통령궁(집무실 건물)과 과거의 왕궁 간의 갭이란 게

그리 크지 않은 건 아닐까,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싶었다. 미국의 백악관이나 프랑스의 사이요궁, 한국의 청와대나

뭐 기타 등등. 어차피 본질은 그 자리의 위세를 뻗치고 우러러보게 만드는 것이니 당연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투르크메니스탄 곳곳에서 마주치다 보니 결국 돌아올 즈음엔 왠지 굉장히 친숙하고 허물없는 사이가

되어버린 듯한 (혼자만의) 착각에 빠지고 말았던  베르디무하메도프 현재 대통령의 커다란 사진들. 정말이지

북한의 그들이 하는 행태와 다를 게 없다. 호텔 로비에서 만난 그의 인자한 미소.

어느 사무실 건물의 계단 중간층에 걸려있는 같은 사진.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빅브라더가 아마 저렇듯

자애롭고 인간적인 미소를 짓고 있는 사진을 대량배포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저녁을 먹으러 갔던 어느 식당, 연회장을 겸하고 있던 그 공간에서도 현 대통령은 인자하게 웃으며 맞이해

주고 있었다. 심지어 그 위치는 결혼식으로 치자면 주례가 서는 뒷편, 모든 이의 시선을 한몸에 받을 수 있는

바로 그 위치. 펜을 쥐고 뭔가를 쓰는 듯한 포즈를 잡고 있는 그 사진, 활용도가 가히 백만 퍼센트다.

아쉬하바드의 밤거리라고 대통령의 모습이 지워질리 없다. 시내의 어느 거리에서 환한 불빛을 사방으로 튕겨내며

금빛 미소를 선보였던 초대 대통령의 동상. 이 나라 사람들은 아마도 초대 대통령과 현 대통령의 얼굴이라면

눈감고도 그릴지 모르겠다.

국제포럼이 열리던 행사장에도, 자칫 떨어지면 사람이 깔려죽을만한 사이즈의 사진, 바로 그 사진이 커다랗게

한 옆을 차지하고 사람들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연사로 나섰던 사람들 역시, 과민하게 받아들인 건지도 모르지만

예외없이 전/현직 대통령의 리더십과 결정을 칭찬하는 언사를 양념처럼 빼먹지 않았던 거 같다. (물론 그들이

전부 그에게 밥그릇이 달린 공무원이었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만찬장에서도, 이들이 연주를 계속하는 동안 뒤에서 눈을 살짝 올려뜬 채 혹시 삑사리가 나지는 않는지, 음식은

다들 맛있게 먹고 있는지 조금도 게을리하지 않고 사방을 살피던 거다.

투르크메니스탄은, 그리고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어느정도 경찰에 의해 지탱되는 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한블럭이 지나기도 전 새로운 교통경찰과 마주할 만큼 곳곳에 지키고 선 경찰들은, 내키는 대로 아무 차량이나

멈춰 세워서 불심검문을 하는가 하면, 시도때도 없이 도로 전체를 막아선 채 지나지 못하게 통제하기도 한다.

새벽 세네시쯤, 예고도 없이 통제된 채 텅텅 비어버린 호텔 앞 도로. 그리고 사이렌도 없이 우르르 달려나가는

십여대의 새까만 세단들. 대통령이 탄 차가 저 도로 끝에 있는 별장으로 가는 거라 했다.

새벽에도, 저녁에도, 한낮에도, 대통령이 다니는 길은 늘 완전히 비워진 채 그들만을 위해 열리던 나라. 우리나라는

교통정체니 사람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구간구간별로 끊어서 통제한지가 꽤 된 걸로 알고 있는데, 투르크도

그렇게 바뀔 때쯤에는 사방에 널려있는 대통령 사진도 철거되어 있으려나.



* 유비쿼터스 (Ubiquitous) : '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다'라는 뜻의 라틴어.





투르크메니스탄의 수도 아쉬하바드를 돌아다니며 눈에 띄었던 건 버스 정류장이 곳곳마다 참 다르게 생겼더란

사실, 그리고 그 모양들이 어떤 건 굉장히 공들여서 만들어졌는가 하면 다른 건 그냥 쇠파이프로 얼기설기

엮어놓은 듯 만들어진 것처럼 천태만상이더라는. 게다가 그런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투르크인들의

옷차림이나 행색 역시 꽤나 인상깊었다. 그런 서로 다른 버스정류장과 그 풍경 만을 찍은 것만도 수십여장에

이르는 사진들 퍼레이드.

버스정류장에 멈춰서는 버스들 역시 대개는 저런 신품의 쌔끈한 버스들이곤 했지만, 가끔은 앞 유리창이 온통

먼지낀 채 거미줄같이 사방으로 금이 가있는 그런 버스도 다니곤 했다.

약간명이 앉을 수 있는 벤치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과 (아마도) 태양을 가리기 위한 지붕이 얹혀 있다는 점만

같은 특징으로 공유하고 다른 것들은 제각각인 버스 정류장들.

사람 하나 없이 텅빈 정류장이 있는가 하면, 아저씨 하나가 쓸쓸히 벤치를 지키는 정류장도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빨간 투르크 전통의상을 입은 아가씨들이 우르르 버스를 기다리고 있기도 했고. 여긴 무슬림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오랜 공산주의 정권 치하에서 젊은 사람들은 대개 무신론자로 바뀌었다고 한다. 덕분에 히잡을 쓰고

있는 모습도 거의 볼 수 없었다.

투르크메니스탄의 버스정류장에서 볼 수 없는 또 하나의 풍경, 담배를 피고 있는 사람들이다. 여기 투르크에선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물론 외국인이 상대적으로 많이 모이는 호텔 로비나

정문 밖에서는 다들 삼삼오오 모여서 피우긴 했지만, 내국인들에게는 나름 철저히 지켜지는 룰인 듯. 그렇게

법적으로 아예 금연을 시켜야 할지는 좀 생각할 문제지만, 적어도 담배연기가 제멋대로 날아들지 않는 버스

정류장은 생각만 해도 꽤나 쾌적하다.

밤이 되었다고 버스 정류장이 어둠에 먹혀버리는 건 아니다. 전기 아까운 줄 모르고 펑펑 써대는 이 곳에서는,

아마도 아쉬하바드의 이 동네는 일종의 대외용 '쇼윈도우'일 테니 더 심하겠지만, 버스 정류장 역시 화려하다.

실제로 밤에도 버스가 다니는지, 이용할 사람들이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달리는 차 안에서 찍은 몇 장 더, 아무래도 동네마다 특징을 잡고 그 모양대로 버스 정류장을 만드는 거 같기도

하고. 아님 그 정류장의 특징에 맞춰서, 예컨대 커다란 재래시장 앞의 정류장은 좀 커다란 간판처럼, 관청들

앞의 정류장은 좀 화려하고 럭셔리하게 만드는 거 같다는 이야기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모든 게

획일화되어 있고 몰개성화되어 있으리라 막연히 생각하던 '중앙아시아의 북한' 투르크에서 이렇게 다채로운

버스 정류장들을 헤아려 볼 수 있었던 건 꽤나 흥미롭던 일이었다.




'중앙아시아의 북한'이라 불리는 투르크메니스탄, 수도 Ashgabat는 아쉬하바드라 읽어야 할지 아쉬가바드라

읽어야 할지 스튜어디스들조차 헷갈리던 그런 곳. 아침부터 35킬로그램짜리 출장용 짐을 바리바리 싸느라 테이프

한 롤을 전부 박스포장하는데 써버렸다가, 수하물은 32킬로그램으로 무게가 제한되어있단 이야기에 저 노가다가

결국 아무 쓸데없는 삽질이 되고 말았다는 슬픈 이야기로 시작된 출장.

모래바람이 낭자하게 사방에 모래부스럭지를 흩날리던 거친 사막의 나라. 땀방울조차 붉다던 적토마의 조상인

명마 '아헬테케'를 품고 있는 투르크메니스탄. 자줏빛 석양은 특히나 마음을 흔들었더랬다.

투르크메니스탄의 자동차 번호판. 다섯 주를 의미하는 문양 다섯 개는 각 지역의 전통적인 카펫 문양에서 따온

거라고 한다. 카펫박물관도 있고, 심지어 카펫부-외교부, 지경부처럼-도 있다니 카펫은 이들에게 굉장히 큰

의미를 담고 있는 듯.

오래 된 차들과 소형 버스들, 러시아에서 넘어왔다는 이 낡고 고풍스런 차들이 번쩍거리는 BMW나 벤츠와 같이

도로를 달리는 아쉬하바드의 시내.

여전히 공산주의의 내음이 짙게 풍기는 이곳은 형식상 민주주의를 빌어 정권의 부자세습이 이루어진 나라.

러시아 풍의 군복입은 군바리 아저씨가 누군가를 태운 지나가는 차에 경례를 붙여올리는 순간.

전기가 꽁짜, 물도 꽁짜. 세계 4위의 가스 잠재부존량을 갖고 있는 부유한 나라라 그런지 졸부짓을 좀 해놨다.

촘촘이 늘어선 가로등에 커다란 건물마다 간접조명은 빠지지 않아 밤이 되면 더욱 화려해지는 야경.

러시아, 중앙아시아 지역의 전통음식이라 하면 샤스리크, 돼지고기나 양고기 꼬치구이를 말한다. 아무리 일이

바빠도 현지음식은 제대로 먹어야 되지 않겠냐는 간절한 마음이 담긴, 양 통구이 샤스리크 맛집을 묻기 위한

나의 그림 설명. 이넘의 나라는 러시아어나 투르크어가 주로 쓰일 뿐더러, 영어로 '양 통구이'를 뭐라 해야할지

참 난감하더라는. 생떽쥐베리가 양 그림을 그려달라는 어린왕자를 만났을 때의 고충을 이해했다.

현지 국영방송에 살짝 나온 내 얼굴. 행사를 마치고 잔뜩 지쳐서 돌아온 호텔 방에서 문득 틀었던 티비 속에서

이번 행사 스케치가 한 오분여에 걸쳐 나오는 걸 보고 나름 보람찼다는. 살짝살짝 나오던 얼굴을 찾는 재미 역시.

그리고 잠깐, '투르크의 배한성' 가이드 압둘라를 앞세워 돌아보았던 그들의 초대대통령 묘소. 독재자에 대한,

대통령에 대한 그들의 애정은 너무나 대단해서 거대한 모스크를 지어 기리고 있었다.

마지막날 투르크메니스탄 정부에서 주관했던 만찬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문득 눈에 띈 반달. 투르크도 이렇게

와 보았구나, 그래도 행사 잘 마쳤구나, 며칠씩 두세시간만 자며 고생한 보람이 있구나, 만감이 교차하던 순간.

황량하고 헐벗은 투르크메니스탄을 떠나 때마침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터키 이스탄불에 당도하니 모든 게

풍요롭고 윤택해 보인다. 활짝 열어둔 창문도, 창문틀 위의 작은 꽃화분도.

터키는 요새 석류주스가 유행인 듯. 골목마다 석류를 잔뜩 쟁여두고 바로 짜서 내어주는 주스가게가 성업중.

시지도 않고 새콤하면서 산뜻한 게 아픈 다리 쉬어가며 한잔 쭉 들이키기에 좋더라는.

6년전 터키를 여행할 때 필름카메라를 들고 간 게, 그래서 아껴찍은 데다가 잘 못 찍어 사진이 몇 장 없는 게 

너무 아쉬웠었다. 게다가 내 사진을 찍어 주겠다며 열심히 셔터를 눌러줬던 여행속물 한국인 아저씨는 그 뒤로

연락을 끊고 도망쳐 버려서 더욱 아쉬움이 컸었는데, 한을 풀듯이 잔뜩 셔터를 눌렀다.

어디를 가도, 무엇을 보아도 이쁘게만 보이는 이 도시, 이스탄불은 아무래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곳.

비가 촉촉히 내리고 나니 더욱 산뜻한 색깔을 발하는 까페 앞의 테이블 & 의자.

보스포러스 해협을 달리는 크루즈 위에서 예니 사원을 바라보다. 그때, 저기서 그림그리던 할아버지와

대판 싸웠던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그랜드 바자르 뒤쪽의 꼬불꼬불한 골목을 헤매던 기억도 떠올리고.

그때는 너무 비싸서, 아니 돈이 없어서 그저 밖에서만 구경했던 갈라타 타워에 올라가 볼 수 있었음에 뿌듯해하며,

저 갈라타 대교 아래 어디메쯤에서 팔던 고등어케밥의 맛은 그대로일지 궁금해하며.

그렇게 이스탄불에서의 남은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무사귀환. 투르크메니스탄과 터키에서 찍은 사진들은

조만간 정리해서 올리겠지만, 우선 출장 잘 다녀왔습니다~ 하고 인사도 할 겸.




[투르크메니스탄 전도]


 

개관


 국 명 :
Turkmenistan(투르크메니스탄)

 수 도 : Ashgabat(아쉬하바드, 83만명)

○ 주요도시 : 아쉬가바드, 발칸아바드, 다쉬오우즈, 투르크멘아바드, 마리

○ 면 적 : 488.1천 km2 (한반도-221,000km2-의 약 2배)

○ 위 치 : 중앙아시아

○ 인 구 : 4.9백만명(‘10)

○ 민 족 : 투르크멘인 85%, 우즈벡인 5%, 러시아인 4%, 기타 6%

○ 종 교 : 이슬람교(수니파89%), 동방정교 (9%), 기타(2%)

○ 언 어 : 투르크메니스탄어(공식언어), 러시아어(통용어)

○ 정부형태 : 대통령중심제(임기 5년)

○ 국가원수 : Gurbanguly Berdymukhamedov 대통령

○ 의 회 : 단원제(125석)

주요정당 : 투르크민주당

○ 독 립 일 : 1991. 10. 27 (구소연방)

○ 화폐단위 : 마나트(Manat)(1$=2,843Manat)

○ 산업구조 : 서비스업 56.0%, 제조업 33.9%, 농업 10.0%(‘09)

○ 주요수출품 : 가스, 석유, 연화류, 직물(‘08)

○ 주요수입품 : 기계·설비, 식료품, 화학제품

○ 주요부존자원 : 석유, 천연가스, 유황, 소금

○ 경제적 강점 : 풍부한 천연자원의 높은 개발잠재력

○ 경제약점 : 국가주도의 통제경제체제, 에너지 산업에 절대적 의존

○ GDP : $ 77억 (2009)

○ 1인당 GDP : $ 1,604 (2009)

○ 표 준 시 : UTC+5

○ 기 후 : 투르크메니스탄은 대륙성 건조기후가 뚜렷, 기온의 연교차·일교차가 극심. 습도가 낮고 증발이 높으며 강수량이 적음. 여름은 건조, 겨울은 대체적으로 온화하고 때때로 약간의 눈이 내림. 짧은 봄은 습윤하며 가을은 건조함. 식물생육일수는 200∼270일 정도.



일반개황


○ 구소련 당시 세계 10대 면화생산국에 들만큼 면화, 밀 등 농업부문이 발달되어 있었으나, 설비투자 부진으로 농업생산이 크게 위축되었음. 러시아에 이은 구소련지역 2위의 천연가스 보유국(확인매장량 7.49조㎥)으로서 각광을 받고 있으며, 최근 동국 에너지 부문에 대한 관심이 높은 EU, 중국, 러시아 등의 경쟁을 부추겨 자국의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음.

○ 1991년 구소련 독립 이후에도 니야조프 전임 대통령의 철저한 제하에 '중앙아시아의 북한'이라고 불릴 만큼 폐쇄적인 철권통치가 유지되었으며,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유일한 구소련 국가로 남아있음.

○ 2006년 니야조프 전임 대통령의 사망으로 인해 2007. 2월 취임한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이 외국인투자 유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는 있으나 지난 정권의 정책기조를 대부분 계승함에 따라 국가 주도의 통제경제 체제에는 별다른 변동이 없음


상하이의 짝퉁시장 근처에는 한글 간판이 굉장히 많았다. 짭냄새 풀풀 나는 카피 상품에 대한 한국인의 수요가

그만큼 크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 같았고, 한국인이 그 제조 공정에 그만큼 깊이 개입해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건지도 모른다.

'최고의 서비스', 는 알겠는데 '일반소비자가격'은 뭘까. 어쩌라구.

신기한 메뉴 투성이다. 두부김치냄비는 그렇다 쳐도, '미소코디레코딩'은 대체 뭘까. 레코드판을 먹어야 할 기세.

이건 더 대박, '뼈없는 쇠고기 돼지갈비'. 응...응?? 쇠고기랑 돼지갈비가 같이 나온단 건가, 아님 소를 먹인

돼지 고기를 준다거나 돼지를 먹인 소고기를 준단 건가. 

이어지는 단어들, 소고기 어깨고기, 소의 갈비뼈, 혀..최소한 부위들이 제시되는 것들이니 뭔지 상상이라도

해보겠지만, 대체 '유명 쇠고기'는 뭘까.

혹시 직접 가보고 싶은 분을 위한 친절한 가이드. 여기는 남북으로 jinhui로가 달리고 동서로는 xianfeng로가

가로지르는 지점쯤이다. 역시 지금의 상해는 상당부분 계획된 도시로 설계되어 그런지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는 거 같다. 그렇지만 이렇게 설명해서 쉽게 찾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고.

차라리 이렇게 이야기하도록 한다. '금보나 보건안마클럽'을 찾으세요.

가게 이름이 '오토종닭'이다. 뭘까. 오~ 토종닭? 오토(auto) 종닭? 황당무계한 간판.

자랑스런 한국의 미용산업의 명성은 진즉부터 알아모시고 있던 게다. 무려 '한국전문가 직접관리'. 신뢰100%!?

불법복제 디비디들 사이에서도 한국영화는 섭섭치 않을만큼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안 본 영화가 세상엔

넘 많다. 고작 저 판때기 하나 위에 깔린 영화 중에도 안 본게 잔뜩이다.

나름의 운치를 과시하는 어느 가게의 간판. 중간에 오타나 요상한 표현이 있는 건 아닐까 눈에 불을 켜보려다가

말았다. 저 간판 위의 세상은, 말하자면 '시적허용'의 세계인 거다.

이 간판도 그런 세상인 걸까. 숱불구이. 하긴 이런 식의 오타나 실수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한국에서 소비되는

한국어들조차 그다지 정확하진 않다. 표준어법을 알면서 피해가는 재치있게 비틀린 표현들 말고, 정말 몰라서

자꾸 틀리는 표현들. 그건 좀 거슬린다. 나는 않 틀린다.ㅋㅋㅋ

짭퉁들의 본거지라는 민차오패션마켓. 꽤나 큰 건물을 온통 차지한 마켓 정문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아저씨들.

한국복식 매력 연출, 아무래도 여기에서 한국어 표현을 사용하고 감수하는 사람들은 조선족인 거 같다. 남측보다

북측의 어휘나 분위기에 훨씬 어울리는 단어 선정이다.

수출정품관? 엄선된 상품들이란 의미의 정품(精品)인 건 알겠지만 역시 눈에 선 표현이다. 게다가 옆에 자석은

왜 갖다가 그려놓은 거지. 뭘 끌어당기고 싶은 거냐 네놈들은.

아이의 하얀 박꽃같은 엉덩이가 완전 흐뭇한 스마일 미소를 짓고 있다. 겸둥이~ 꺄아~~*

출장마사지 서비스도 있읍니다. 저 '읍'자가 아무래도 어색하게 손봐진 걸로 봐서, 누군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억지로 틀리게 고쳐쓴 거 같다. 딱 억지개그치는 느낌이 가득한 게 전혀 '레알'스럽지 않은 거다.


혹시 야밤을 틈타 저기 슬쩍 다녀가신 거 아냐? 떡검들이랑 G랑 어깨걸고 '못생긴 마사지사' 찾아서?

상해에서 이번에 먹었던 음식중 가장 독특했던 건, 중국식으로 매콤한 '개구리 요리'. 우리식대로 매운 거는

뭔가 땀이 뻘뻘 나고 혀끝에서 불이 나는 건데, 여기의 매운 맛은 혀와 입안을 온통 얼얼하게 마비시킨다.

치과에서 마취제를 입안에 맞고 있는 듯한 느낌, 식용 개구리의 뒷다리는 정말이지 왠만한 치킨가게에서 파는

닭날개랑 비슷한 사이즈를 과시했다. 12足쯤 먹었으니...6마리 되시겠다.




* (1번-2번 문제) 아래 지문을 보고 문제에 답하시오.
[지문] 1번3422번4428번9번52번1반1번21번93번120번삼만번일번구십구번1000번한번3번5집4호12집100만번4반1번28호18번18반1번2번3번4번5번4호삼만번일번6번7번8번9번1번2번4번34번12번21번11번1호1번0.1번1번2번54번9번1493번2번5번5.3번2001번7호1번3422번1번1번2번3번4번5번4호삼만번일번6번7번8번9번1번2번4번34번12번21번11번1호1번0.1번1번2번54번9번1493번2번5번5.3번2001번7호1번18호18놈1번4호99반3.14번999호28놈28놈들4428번9번52번1반1번21번93번120번삼만번일번구십구번1000번한번3번5집12집100만번4반1번28호18번18반18호18놈1번4호99반3.14번999호28놈28놈들5번19번4반8호9놈삼십만번팔만대장경

1번. 위 지문에서 '1번'이 총 몇번 나왔는지 적으시오.

2번. 위 지문에서 북한의 '맑은어뢰체'로 적힌 1번은 총 몇번 나왔는지 적으시오.


두 문제의 정답을 모두 맞추신 아홉 분을 선정하여 티스토리 초대장을 드리겠습니다~*

시~작!


국가관들이 모여있는 푸동지역, A10 섹션에 가면 북한관을 볼 수 있다. 커다란 중국관에서 한국관을 지나 다소

푸동지역 전시공간의 변두리쯤..이라고 하면 되려나. 그래도 무려 엑스포에 최초로 참가하는 거다.


다소 웃기는 사실은 북한관과 딱 붙어 이란관이 있다는 점. 이른바 '악의 축' 국가 두 개가 나란히 전시관을

마련한 곳이니 저쪽은 여차하면 한 큐에..;;

북한이 표방하는 국제무대에서의 공식명칭은 조선이다. 위의 지도에서도 보였듯, 그래서 여긴 '북한관'이 아닌

'조선관'이라 부르는 게 맞겠다. 한국관에 비해 육분지일 사이즈라던가, 아담한 건물 하나. 외형도 단순하고

디자인도 쫌 벌써부터 '촌티'가 풀풀 날리고 있었다.

들어가는 입구도 굉장히 심플하다. 어쩌면 다른 관들이 전부 첨단의 번쩍거리는 조명으로 치장한 화려한 입구에

신경쓰고 있을 때 이토록 심플하고 단순한, 그리고 다소 시골스러운 디자인을 고수하는 건 멋진 전략일지도.

(그게 정말 고민 끝에 나온 전략이라고는 물론 생각지 않지만.)

'중국 2010년 상해 세계박람회' 기념우표를 발행했다고 했다. 저 우표를 살 수 있다면 사가면 좋겠다, 좋은

기념품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따로 판매하고 있지는 않았다.

주체사상탑, 평양 시내 한복판의 랜드마크라는 저것이 고대로 옮겨져 있다. 근데 저..다홍빛의 횃불은 좀

어떻게 세련되게 안 되겠니, 싶도록 조악해 보였다. 좀더 그럴듯하게 만들었음 볼 만 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번영하는 평양'이라던가. 그래서 더욱 평양 시내의 모습에 집중했나보다.


건물은 좀 높은 천장을 가진 일층짜리, 벽면에는 '조선'의 국기를 그려넣었고, 주체사상탑 뒤로는 평양시내

사진이 커다랗게 걸려있었다. 중국에 와서 북한에서 운영하는 음식점도 가보고, 개성공단도 들어가보고,

그랬었지만 이렇게 엑스포장 내에서 '조선관(북한관)'을 둘러보는 건 또 느낌이 다르다. 두근두근.

관리자인 듯한 분이 외신들과 인터뷰를 연이어 하고 있던 것도 신기했다. 아무래도 중국 언론은 엑스포에 처음

참가하는 북한에 대해 관심이 적지 않은 듯 하다. 더불어 다른 나라 언론들도 한번쯤은 둘러볼 듯 하고.

가슴팍에 달린 김일성배지를 찍고 싶었는데 예상치 못한 역광으로 사람 얼굴이 다 날아가버렸다. 다행인가.

전시관 내부는 간단한 편이다. 사실 그다지 내부가 넓지도 않은데다가 단층 건물이니, 그렇게 많은 내용을

담을 수도 없을 거다. 중앙쯤에 자리잡은 건 기둥이 매끈매끈 두툼하게 페인트칠된 듯한 작은 정자.

그래도 제법 붐비는 관람객 사이를 비집고 정자에 올랐다. 주체사상탑 뒤로 평양시내 전경도 보이지만, 그보다

저 왼쪽 벽에 그림이 눈에 확 꽂혔다. 헉. 선녀다. 선녀..다.

그리고 오른쪽, 롯데월드에서 두들겨본 듯한 속이 빈 바위동굴이 하나 있고, 앞에는 조그마한 분수 하나.

그리고 헉. Paradise for People이다. '조선(북한)'이 그토록 경계하고 적대하는 미제의 언어를 굳이 쓴 이유는

사실 한 가지 아닐까. 보는 눈 있는 사람은 봐라. 읽을 줄 알면 읽어라. 여기가 바로 지상낙원이란 걸 선전하고

싶은 거다. 무려 '파라다이스'랜다. 이런 대단한 자신감을 우얄꼬 싶어 우습기도 하지만, 그만큼 거대한 

농담은 실소(失笑)조차 잃게 만드는 거 같다.

파라다이스의 아이들은 빨간색 촌스런 옷을 입고 빙판 위에서 좋다고 놀고 있었다. 파라다이스의 어른들은

모두 무채색계열 잿빛 옷을 입은 채 열맞춰 '세팅'되어 있었다. 그리고 옆에선 파라다이스의 제일 손꼽히는

자랑거리 중 하나인 대규모 매스게임 장면이 쉼없이 돌고 있었다.

그리고 먼 옛날 한반도 북쪽을 거점으로 말타고 달리던 왕족의 고분벽화 한 점. 현무도다. 중국의 동북공정

문제도 있고 고구려가 중화의 지방제후국 중 하나였다는 식의 해석으로 충돌을 빚고 있는데 북한이 어째

이런 걸 끄집어냈다 싶기도 하지만, 이해가 안 가는 바도 아니다. 슈퍼파워의 pivot으로 쓰임에 있어서야

남한이나 북한이나 비슷하지만 북한은 중국에 대해 적당한 '외교'를 하는 거다. 어디하곤 달리.


게다가, 고구려의 역사적 의미와 적통성을 북한이 쥠으로써 얻는 이득도 사실 적잖다. 김일성가의 세습을

왕조의 그것과 비슷하게 포장할 수도 있고, 당대의 헤게모니파워였던 중국에 대항했다는 고구려의 이미지를

북한에 덧씌울 수도 있는 거다.

어라. 선녀들만 하늘에 있던 게 아니었다. 무려 무지개도 있었던 거다, 정자 안에선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

이 각도가 딱이다. 무지개가 걸린 정자, 하늘 한켠에서 날개옷을 나풀대는 아리따운 선녀들. 

실은 고구려나 북한이나. 혹은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권력 쥔 인간들의 권세와 호강을 위해 사람들만 뼛골

빠진다. 만리장성 짓는다고 삽질한 중국이나 영토키운다고 전쟁을 거듭한 고구려/발해나. 북한이나 남한이나

사실 한줌의 사람들이 '국가'와 '애국심'을 팔아 배를 채운다. 무지개로 사람들의 눈을 홀리고, 선녀의 자태를

'즐감'하도록 종용한 채.

사실 이런 건 어쩔 수 없는 거다. 굳이 눈살 찌푸릴 일은 아닌지 모른다. 상해엑스포에서 외화벌이를 하려는

마인드는, 그야말로 자본주의의 그것을 철저히 체득하고 있는 셈이다. '아름다운 평양처녀' 운운하며 조선요리를

홍보하는 광고판이나 남한땅 주차된 차마다 빼곡한 마사지 광고물이나.

북한의 외화벌이에 일조했다고 잡혀가진 않겠지 설마. 그저 난 이름있는 '료리사 접대윈'이니 '직접 봉사'니

따위의 북한식 표현과 그 와중의 오타와 잘못 들어간 스페이스 한 칸이 우스웠을 뿐이다.

조선료리의 진맛을 체험하고 싶은 사람은 한번 가보시던가. 아무래도 정통 북한음식일 테니까 말이다.

또다른 외화벌이의 공간. 대부분 중국관람객들이 붐볐던 개막 당일이어선지 온통 중국말만 들렸다. 아무래도

중국인들은 북한을 남한보다, 혹은 남한만큼 친근하게 생각할 테니-그들이 우리를 더 좋아해 주란 법은 없으니

말이다, 누구처럼 자기랑 악수하고 오일후에 다른 사람이랑 건배했다고 삐지는 쫌생이 짓은 말도록 하자-여기

이렇게 사람이 바글대는 것도 신기한 일은 아닐 거다.

조선 우표. 하나 사 갈까 싶기도 했지만 사실 국내에서도 북한 우표는 쉽게 구할 수 있다. 이미 해금된 지

오래라서, 사실 별로 신기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다른 몇가지의 기념품들. 북한의 인공기가 장식된 선반에 빼곡한 팜플렛들과 사진첩들은 대부분

주체사상탑을 보여주고 있었다. 저런 걸 누가 사려나..싶기도 하고. 막상 또 내가 한권 사보고 싶기도 하고.

'파라다이스' 밖에 나와 외부인과 접촉하는 사람들은 대단한 출신성분과 당에 대한 충성심을 보장받아야

가능하다고 들었다. 가슴에 펄럭이는 붉은 기 안에 투실투실 할아버지 사진.

조선식 민화라고 한다던가, 저 장구치는 아가씨 그림은 왠지 낯익다. 얇은 선으로 담백하게 그려진 게 왠지

아슬아슬해 보인다. 슬퍼보이기도 하고.


개막식 첫날 북한관에서 물이 샜다던가, 그랬다는 소식은 나중에 한국 돌아와서야 알았다. 내가 갔던

이 날이었다는 얘긴데 미처 몰랐었다. 지금도 여기저기 사고가 나서 휴관을 거듭하는 것 같던데, 아무리

'파라다이스'라고 억지스레 강변하고는 있어도 못내 안타깝다. 6개월여의 상해엑스포 기간 무사히 마치고

많은 사람 받아서 외화벌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2010년 5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상해 황포강 인근에서 개최되는 2010 상해엑스포는 개도국에서 개최되는

최초의 엑스포이자 사상 최대 규모의 행사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여의도 2/3 규모의 부지에 192개 국가, 50개

국제기구, 18개 기업관, 50개의 도시관이 참가하며 연인원 7000만명의 관람객을 기대하고 있다고.

엑스포장은 국가관과 국제기구관이 있는 푸동지역의 A, B, C존, 그리고 기업관과 도시관이 있는 푸서지역의

D, E존으로 나뉜다.

푸서지역 주요 전시관 위치. 한국기업연합관은 12개 국내기업이 연합관을 구성하여 참가한 형태로, 엑스포

참가사상 연합관 참가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번 엑스포에서 외국기업연합관은 한국기업연합관과 일본산업관

두 곳 뿐이라고 한다.


그리고 푸동지역 주요 전시관 위치. 한국관 가까이에 북한관이 인접해 있다고 한다. 북한은 상해엑스포에

사상 최초로 참가하여 '강성대국'을 홍보할 예정이라고.





천안함 함미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현재까지 서른여섯의 사그라든 생명이 확인됐다.

'유력 언론'들은 일제히 꼭집어 어뢰의 가능성을 보도하고 나섰다. 아울러 레이더에서 사라졌다던 북한의

상어급 잠수정의 행방을 다시 한번 부각시키고 있다. 그들이 사건 초부터 줄기차게 주장했던 '북한의 무력도발'

내지 '국가안보의 위기'라는 말들이 이제야 조금은 제 정신으로 하는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피로파괴니 뭐니 조심스런 분석을 내놓던 몇몇 '비주류', '진보' 언론 역시 약간은 외부 충격의 가능성을 높여

판단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간 그들의 논조가 대개 북한과의 연계로 무작정 몰고 가려는 듯한 주류의 분위기를

경계하고, 사건 자체보다는 사건을 풀어가는 정부와 군당국의 허술하고 무책임한 자세와 시스템에 포커스를

맞춰왔던 것은 높이 평가할 일이다. 사건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는 전문 인력을 동원하고도 상당한 시일이

걸려야 겨우 납득할 만한 수준의 해명을 얻을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판에, 막무가내로 북쪽에 대고 삿대질하는

태도보다는 훨씬 '언론'스럽다.


그렇지만 언론이 이번 천안함 사태의 원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북한'을 보는 극단적으로

상이한 두 개의 시각을 반영하고 나아가 강화하는 것 같아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무조건 북한은 호시탐탐

남한을 무력도발하고 적화통일하려는 '전쟁광'으로 보는 시각, 그리고 또 하나, 북한은 사실 방어적인 자세를

줄곧 견지했으며 제대로 알고 보면 합리적이고 착한 '외톨이 동포'라는 시각. 나이브하게 정리한 거지만,

'북한'이란 변수를 제각기의 선험적 판단으로 상수화해서 판단하고 있단 점이 중요하다. 
 

북한이 정말 천안함을 공격했을 가능성에 대해서, 알게 모르게 제대로 된 언론매체들 기사 행간에 이런 식의

마인드가 깔려있었다고 읽혔다면 오독인 걸까. "북한이 천안함을 쳤다는 건 보수세력의 '북풍몰이'야, (어떤

이유로던) 북한이 그런 무모한 짓을 했을 리 없어"라는 마인드. 정말이지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였거나 기뢰/어뢰 공격으로 판명될 경우에 대한 분석 기사를 찌라시 이외의 언론에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게 아마 지금 거칠게 쪼개진 천안함 단면이 드러나고 보수 언론들이 목소리를 키우는 이유기도

할 거다. 그럴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분석을 제공한 기사가 없거나 희박했던 거다.


북한이 했다고 몰아붙이는 건 또라이짓이지만, 애초부터 제껴놓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찌라시들처럼 타국의

무력도발임을 공공연히 선동하는 건 또하나의 도발행위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말이다.) 물론 이명박 정부와 그의

군대가 보여준 초동 대응이나 후속 조치들, 실종자 가족들에 대한 배려 따위 뭐하나 맘에 드는 구석이 없지만,

그건 수습 과정에서의 문제다. 적나라하게 말해서, 아무리 이명박을 못 믿겠어도 김정일을 믿어야 할 이유는

달리 없는 거다. '북풍'놀음에 대한 대응책이 고작 '反북풍', 북한감싸기로 귀결된다는 건, 너무나 고단하고

비루한 옵션 아닌가.
 

남한의 위정자들도 못 믿겠지만 북한의 위정자(혹은 그의 충성스런 군대)도 못 믿겠다. 북한이 안 했을 거라고

단언할 증거 역시 없잖은가. 정말로 천안함 사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아무런 주관적/감정적 선입견없이

사실 그대로 파악하고 원인을 밝혀야 한다. 정략적으로 이용해 보려 '북풍'과 '反북풍'을 초혼하는 제각기의

세력들에 휘둘리지 않고, 언론인 척 여론만들기 찌라시 놀이중인 쓰레기에 놀아나지 말고. 사고든, 실수든,

천재지변이든, 공격이든, 혹은 자폭이든, 이 나라의 이름으로 강제징집된 아이들이 어쩌다 '개죽음'을 당했는지

책임있는 해명은 해야 할 것 아닌가 싶다.


그게 그들의 섧은 죽음 앞에 일찍부터 어색하게 붙여진 "국가를 위한 헌신, 희생 정신, 군인 정신, 대한의 아들,

영웅" 따위의 거창한 국가주의적 수사가 그나마 올바른 의미를 담게 되는 유일한 방법이다. 어떠한 경우던

그들의 죽음은 강제로 부과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다가 당한 안타깝고 섧은 죽음임에야 틀림없지만, 벌써부터

그들을 북한과의 사선 앞에 세운 채 '전쟁영웅'으로 묘사하는 건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건 그들의 죽음 자체에

대해 쏟아져야 할 정당한 안타까움과 슬픔을 이용해 먹으려는 짓, 오히려 죽은 이를 욕되게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정부는 11월 11일 가래떡데이를 맞아 북한에 가래떡 1000톤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가래떡데이'는

삼년 전부터 정부가 홍보하고 있는 기념일로, 흔히 빼빼로 데이로 알려져 있는 11월 11일을 쌀소비 촉진과

국내 농가 지원의 날로 바꾸려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이러한 취지에 더하여 날로 심각해지는 북한의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해 전국에 소재한 떡집들에 협조 공문이 11월 9일 자로 발송된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이에 따르면

전국의 떡집들은 각 지역 농협의 미곡처리장(RPC)에 쌓여있는 쌀 재고량을 지원받아 오늘부터 이틀간

밤낮없이 가래떡을 뽑아낼 예정이다.


이러한 조치는 최근 농민의 쌀값 항의시위가 빈발하는 가운데 농식품부가 국정원을 동원해 이에 대응하던

사실이 보도되고, 남아도는 국내 쌀 대신 중국산 옥수수를 북한에 지원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는

등 거듭되는 악재를 극복하고자 물밑에서 타개책을 다방면으로 모색하던 중 추진하게 되었다고 한다.

국회의사당 앞에서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던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관계자는 "드디어 정부가 정신차리고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사진)


정부 내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전국의 떡집에서 뽑아낸 가래떡은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 집결하여

다시 하나로 길게 연결될 것이며 도라산역을 거쳐 육로로 북한에 전달될 예정이라 한다. 김이 무럭무럭 이는

하얀 가래떡을 뽑아내는 과정 및 수송과정은 빠짐없이 기록되어 세계기네스협회에 "세계에서 가장 긴 가래떡"

(the longest rice cake in the world)로 등재될 계획이다.  이 과정을 총지휘하는 관계자 이아무개씨는 "쌀

1000톤이면 가래떡 약 200km 가량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전통적 가치와

남북평화의 기치를 내건 이번 이벤트를 통해 '가래떡'을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조심스레 피력하기도 했다.



□ 국내 각계의 반응은

이러한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와 인도적 조치에 대한 국내 각계의 반응이 뜨겁다. 대북 지원을 반대해온

국내의 보수층 일각에서는 "가래떡 먹다 체해버려라"라는 10박자 구호를 외치며 시청앞을 배회하고 북한

인공기를 가래떡으로 휘감는 등 소요를 일으키고 있으나, 쉬이 쉬어버리는 가래떡은 군용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적지 않냐는 대다수 시민의 온건한 시각을 반영하듯 소수의 호응만을 이끌고 있다.

한식업계 관계자는 이번 기회를 통해 경쟁력있는 한국의 떡문화를 세계에 홍보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면서,

정부에서 요청이 올 경우 가래떡 위로 10센티마다 대추 고명을 얹어줄 수 있다고 밝혔다.(서울, 2009.11.10)




* 뭐, 이런 훈훈한 기사가 올랐으면 좋겠다는.


관련기사. "국정원 동원해 농민 이간시키다니" (시사인, 2009. 11. 2)

"쌀값이 떨어진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우리가 (쌀 관세화 유보 대가로) 매년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쌀 물량이 있는 데다 2007년 이후 북한에 쌀 보내는 걸 중단하면서 재고가 남아돌게 된 것이 큰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재고량이 82만t쯤 될 거라던데, 해마다 북한에 보내던 쌀이 40만t 안팎이다. 그러니 이때쯤이면 비어가야 할 농협 미곡처리장(RPC) 같은 데가 꽉꽉 차 있는 것이다. 대북 쌀 지원을 재개하면 남한도 좋고 북한도 좋은 일 아닌가. 공짜로 퍼주자는 것도 아닌데. 남아도는 쌀 놔두고 기껏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게 중국산 옥수수 1만t이라니, 이명박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비자림, 어렸을 적 바둑을 잠깐 배웠을 때 적당한 두께의 비자나무 바둑판이 최고급이라는 풍월을 들었던 거 빼곤,

비자나무라는 이름 자체가 낯설기만 했다. 제주도의 서북쪽께, 제주시와 성산일출봉 중간쯤에 있는 비자림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대단히 희귀한 비자나무 숲이라고 한다.

티켓을 받아들고 이거 뭐야, 했다. 왠지 글씨체가 북한에서 많이 쓸 법한 격정적인 궁서체여서, 전반적인 티켓의

색감도 왠지 남한보다는 북한에서 많이 쓸 법한 느낌? 개성공단에 갔을 때 보았던 한글 간판들의 궁서체와 꽨

흡사하다 싶다. (이런 글 쓰면 조만간 티켓 디자인 바뀌는 거 아닐까 몰라. 근데 특징적이란 얘기지 절대 싫다거나

혹은 '표 디자이너'가 빨갱이 아냐, 란 식의 이야길 하고 싶은 건 아니다. 아 이 기나긴 자기검열과 지레 핑계대기)

매표소에서부터 4-50분 걸으면 비자림을 한바퀴 여유있게 걷고 나올 시간이 된다고 한다.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하트 모양 뚫려 있는 바위와 잘 조성된 정원. 연인끼리 간다면 하트를 마주한 채 양쪽에 설 법한,

전형적인 포토존이다.

비자나무의 이름은, 잎의 뻗어나간 생김생김이 한자 아닐 비(非)자(字) 닮았다고 해서 비자(非字)나무라고 한다.

은행열매랑 비슷하게 생긴 누런 빛의 열매가 투둑투둑 떨어져 있었는데, 은행열매의 고약한 똥내와도 다르고

살짝 시큼한 느낌, 혹은 비린내가 풍겼다. 왜 오존발생기에 코를 박으면 맡을 수 있는 그런 비릿한 냄새같기도 하고.

돌에 잔뜩 끼어있는 이끼는 볼 때마다 신기하다. 대체 저 돌멩이에 빨아먹을 양분이 뭐가 있다고.

'숲'이란 건 왠지 생소하다. 무럭무럭 자라난 나무들이 이렇게 하늘을 가리울 만큼 커진 채 무리를 이루고 있는 걸

보기가 쉽지 않은 탓이기도 할 거고, 숲이라고 불릴 만큼 너른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나무들을 보기도 쉽지 않아서다.

그런 점에서 비자림은 꽤나 숲다운 숲이었다. 울창하고, 푸르고, 아늑한 느낌에다 살짝 비릿하지만 상쾌한 내음까지.

연리지. 아마 이 단어를 대중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건 최지우가 주연을 맡았던 동명의 영화보다도, 각종 퀴즈프로에서

심심치 않게 나왔던 덕분이 아닐까 싶다. "이 비자나무에 영원한 사랑을 빌어보세요."

사진이 좀 흔들렸지만, 한때 나의 드림카였던 푸조 시리즈. 무려 '푸조나무'라는 나무가 있어서 신기해서 한방.

이름이 무려 "새천년 비자나무". 2001년인가, 당시 수령이 830여세의 이 나무를 두고, 비자림에서 니가 짱먹으라며

붙여준 이름이란다. 당시 '새천년'이란 단어가 유행하긴 했지만 나무에도 이런 악취미한 작명이라니. 뭔가

비자림을 관장하는 숲의 신이 깃들어있는 듯한 포스를 쫌 말아먹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내려오는 길, 비자림을 걷는 사람들이 발을 씻거나 신발을 씻고 갈 수 있도록 마련해둔 수도꼭지도 범상찮다.

종종 신발을 벗어들고 맨발로 걷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는데, 따라하고 싶은 맘이 쿡쿡 솟아났지만 참았다.

'새천년 비자나무'를 기점으로 올라가는 길과 내려가는 길이 다른데, 그곳까지 걸어들어가는 길이 나무가 잔뜩

우거진 숲길이었다면, 그곳에서 걸어나오는 길은 잘 정돈된 산책로 같았다.

그림같은 길. 걷기도 편하고. 현무암 돌담길을 옆에 끼고, 황토빛 흙길에 떨궈진 비자열매들을 즈려밟으며,

내딛는 걸음걸음 뚝뚝 끊어져 내린 햇볕들과 희롱하다. 약간의 저항감이 느껴지던 열매가 터질 때 퍼지는

비자열매의 향기란.

이상하다 싶도록 심심찮게 등장하는 이 사람. 누구냐 넌. 안 올리려다 배경이 워낙 이뻐서.

걷는 속도로 사진찍기. 멈춰선 사진엔 왠지 직접 걸으며 느끼는 실감이 덜하겠다 싶어서.

거의 입구까지 돌아나온 길, 한 쪽에는 벼락맞은 비자나무가 있다.

하트무늬로 구멍뚫린 돌 옆도 다시 지나고, 저거 자연적으로 생긴 걸까, 그렇담 정말 멋진데.

이제 제주도에서 꼭 빼놓을 수 없는 마지막 장소만 남겨두고, 비자림을 떠났다. 아무래도 밤비행기를 타기까지

하루코스는 정말 잘 짠 거 같다. 아침부터 오설록녹차박물관-아프리카박물관-서귀포시 점심-천지연폭포-

-비자림-그리고 바로 그곳-제주시 저녁까지.




* 이 연설문은 김 전 대통령이 7월 14일 주한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 초청연설을 위해 준비했다가 연설을 하루 앞두고 폐렴 증세로 입원하면서 발표되지 못한 것이다.

* 김대중평화센터(http://www.kdjpeace.com/)에서 생전의 연설문과 사진 자료 등을 구할 수 있다.


9.19로 돌아가자

 

존경하는 장 마리 위르띠제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 회장, 장 자끄 그로하 소장, 유럽연합의 각국대사, 그리고 이 자리에 오신 신사 숙녀 여러분!

오늘 제가 이 자리에서 여러분께 몇 말씀드리게 된 것을 매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21세기는 세계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 세기입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시대가 출현한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그 동안 세계는 미국의 일방주의 시대였습니다. 세계는 미국과의 친소관계, 이해관계, 종교적 차이 등으로 양분되었습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후 세계는 달라졌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과거의 친소와 원근에 상관없이 대화를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세계는 그동안 미국의 이분주의에 고통을 겪다가 이제 정치, 경제, 종교,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대화와 협력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기뻐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세계에 대한 희망이 부풀어 오른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은 그 동안 소원하고 적대관계에 있던 이란, 시리아, 러시아, 쿠바 등과 대화를 시작하고 있으며 이슬람 세계와의 접근이라는 획기적인 자세도 보이고 있습니다. 참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한반도 문제만은 예외가 되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이란, 북한의 지도자들과 직접 만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당선 이후에는 클린턴 대통령이 취했던 정책처럼 유연한 태도로 북한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우리를 크게 고무시켰습니다. 아마 북한도 그러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태는 우리의 기대처럼 진전되지 않았습니다.

오바마 정권은 유독 북한에 대해서만 언급하지 않고 차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오바마 정부의 태도에 실망하고 위협을 느낀 북한은 극단적인 반발자세로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문제를 둘러싼 북한 내부의 상황이 사태를 더욱 촉진시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만, 여하튼 북한으로서는 지금 절박한 입장에 처한 것은 사실입니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해서 안심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든지, 그것이 불가능하면 사생결단의 자세로 생존의 길을 가지 않을 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많은 사람들은 북한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증거가 있습니다.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를 통해 북한은 핵을 포기했습니다. 그러나 클린턴 정부를 이은 부시 정부는 당시 합의된 경수로 건설, 국교정상화, 경제협력 등의 약속을 파기했습니다. 그리고 북미간 실질적인 합의에 접근한 장거리 미사일 문제 협상도 부시 정권에 의해서 파기되었습니다.

이에 반발하여 북한은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하고, IAEA(국제원자력기구) 감시요원을 추방시켰으며, 핵실험까지 강행했습니다. 북핵 문제는 다시 꽁꽁 얼어붙은 상태가 되었습니다. 부시 정부는 6년 동안 북한에 온갖 압박을 가했으나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북한은 굴복하지 않았고 북한정권이 무너지지도 않았습니다.

결국 미국은 태도를 바꾸어 2005년 9월 19일 6자회담의 합의를 통해 핵문제 해결의 길을 열었습니다. ‘북한은 핵을 완전히 포기한다. 미국은 북한과 국교를 정상화하고 경제지원을 한다. 미국과 북한은 협력해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실현한다’ 등이 합의되었습니다. 참으로 훌륭한 합의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북한 핵문제 해결에 다시 희망의 무지개가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다시 핵 사찰 문제, 에너지 지원 부진 등으로 혼미한 사태가 거듭되다가 부시 정권은 물러났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지도자와 직접 대화를 통해서 핵문제를 풀겠다는 오바마 정권이 등장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오바마 정권 하에서는 세계적인 문제들이 대화를 통해 유연하게 해결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물론 북한과의 관계도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한반도 비핵화에 협조하는 동시에 2005년 9.19 합의에서 이루어진 북미 국교 정상화를 위한 관계개선 등의 약속이 지켜질 것으로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사태는 우울한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북한 핵문제는 전쟁으로 해결될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북한에 대한 경제봉쇄도 중국이 협력하지 않는 한 성공의 가능성은 없습니다. 저는 지난 5월 중국을 방문해서 시진핑 국가부주석 등 여러 정치지도자들과 대화했습니다. 중국의 태도는 분명했습니다. ‘우리는 북한 핵을 절대 반대한다. 그러나 이웃국가인 북한에 대한 경제적 원조는 끊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중국은 역사적, 지리적 관계로 봐서 이웃국가인 북한이 파멸되는 것을 결코 원치 않을 것입니다.

전쟁이 있을 수 없고, 경제제재가 큰 효과를 얻지 못한다면 방법은 무엇입니까? 대화와 협상 외에는 다른 길이 없습니다. 북한에 대한 국제적 제재는 어느 정도 고통을 주겠지만 그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길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협상은 우방국가와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 이해를 주고받고 윈윈(win-win)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면 적대관계에 있는 국가와도 얼마든지 협상을 해야 합니다. 북한의 근본적 목표는 국가안보와 체제보장, 북미 국교 정상화와 경제협력을 통한 국제사회의 진출입니다. 또한 한국과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 역시 북한으로 하여금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포기하게 해서 태평양 국가들의 위협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안전보장, 핵과 미사일 문제의 해결, 이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조건입니다. 이 조건에 대한 합의는 이미 2005년 9.19 선언으로 합의되었습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저는 이 자리에서 확신을 가지고 말씀드립니다. 북한은 완전무결하게 핵을 포기해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시켜야 합니다. 미국은 북한과 국교 정상화하고 북한을 국제사회에 편입시켜서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평화롭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합니다. 이것만이 원만한 해결의 길입니다.

변화를 내건 오바마 대통령은 오래된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종식시키는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비핵화를 통한 점진적 관계개선'이라는, 장기간이 소요되는 단계별 접근방식을 지속하기에는 상황이 달라졌고, 사태가 급박합니다. 북한의 핵무장을 조속히 막아야 합니다.

미국은 ‘관계정상화를 통한 비핵화'라는 근본적이고도 포괄적인 접근방법으로 전환할 때가 되었습니다. 평화협정, 외교관계 수립, 경제협력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 함께 핵 폐기를 실현하는 일괄타결방식으로 한반도에도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켜야 합니다.

다시 압축해서 말씀드리면 오늘의 북핵문제 해결방안은 북한은 핵을 완전히 포기하고, 미국은 관계정상화를 통해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길뿐입니다. 이 외에 대안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미 이러한 원칙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2005년 9월 19일 6자회담의 공동성명, 그것을 준수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미국도 좋고, 일본도 좋고, 중국도 좋고, 러시아도 좋고, 한국도 좋고, 북한도 좋은 것입니다. 다시 9.19 선언으로 돌아갑시다. 그리하여 동북아시아에 평화와 안전, 협력의 시대를 열어갑시다.

감사합니다. (끝)


*                                                                  *                                                                  *

참...절박한 심경이 구절마다 녹아 있는 연설문이다. 당신의 죽음을 예감해서일 수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체가 핀치에 몰렸다는 상황 인식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북핵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함께

가장 현실적이고 모범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 않은가 싶다. 아마 당신이 수십년 동안 대결했던 사람들의

인식이 얼마나 강고하게 편협한지, 얼마나 대결적이고 소모적인지를 알기에 그랬겠지만,

"전쟁이 있을 수 없고, 경제제재가 큰 효과를 얻지 못한다면 방법은 무엇입니까? 대화와 협상 외에는 다른 길이 없습니다. 북한에 대한 국제적 제재는 어느 정도 고통을 주겠지만 그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길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원칙에 대한 강조는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 같다. 여전히 이 정도 인식에도 이르지 못한

사람들이 한국의, 미국의 대북 정책을 지휘하고 있으니 말이다. 부디 고 김대중 전대통령의 확고한 대북관이

사후에라도 남녘땅 곳곳에서 만개하기를 바란다.


사실 놓치기 아까운 기회가 온 셈이지 않나 싶다. 북한 측에서 현정은 회장을 통해 남북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전했고, '포용정책'으로 남북관계의 혁신적인 전기를 열었던 고인에 대한 조문단을 보내온다지 않나.

아무리 이명박 정부가 계속 헛발질만 해대고 민생을 도탄에 빠뜨리고 있다지만, 그래도 이 나라가 결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좀 잘 해냈으면 좋겠다. 북한과의 관계를 조속히 복구하고 지난 10년의 성과 위에서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뱃머리를 돌리길 바란다.




'환상의 커플'에서 '서프라이즈', 그리고 '출발 비디오여행'으로 이어지는 일요일 오전의 프로그램 라인업은 내겐

늦잠에 대한 욕망을 식히는 강력한 유인이 되고는 한다.

방금도 여느 때처럼 서프라이즈를 보며 늦은 밥을 먹고 있는데, 북한에서 로켓을 발사했다는 일본 보도가 인용되며

속보가 뜨더니 여지껏 특보를 계속하고 있다. 서프라이즈 세번째 이야기가 남았는데. 뭐가 진실이고 뭐가

거짓인지도 모르는데.(아직까지 난 첫번째 이야기가 거짓이라고 의심하고 있는 중이다. 로봇 애인 이야기)


서프라이즈 세번째 이야기가 북한의 로켓 발사보다 중요하다는 식으로야 농담삼아 말한 거지만, 이렇게 호들갑을

떨 일인가 싶다. 그것도 대부분의 소스는 일본 측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그들이야 아소 다로 총리의 국내정치적

국면 전환을 위해 대대적인 호들갑을 떨고 있는 거고, 북-미간 관계가 일본의 입장과는 달리 급격히 호전되는

상황 자체를 못마땅해 하는 차에 요격이니 뭐니, 소란의 판을 키우고 싶었을 거다.

미국은 24시간 뉴스 채널 CNN에서 속보로 떴지만 관련된 정부의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고, 러시아나 중국은

예견된 상황이었으니만치 유별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댄다.


북한의 말대로 로켓이 통신위성이 맞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듯 하고, 그렇다면 국제사회의 반응은

더욱 온건해질 수 밖에 없지 싶다.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니 어쩌니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외교적수사일 뿐

가장 중요한 키는 미국과 북한과의 입장 조율에 있을 거고. 북한의 로켓 발사가 거의 성공적인 것으로 판단되는데

그렇다면 이제 뭐, 상황은 끝인 거 아닌가.

일본의 요격이나 발사 실패로 인한 일본 본토의 피해라거나 그런 것 없이, 발사 지연에 대한 온갖 억측들을

불식시키고 깔끔하게 날라갔고, 그렇다면 남은 건 북한의 무력(과학력?) 과시에 대한 주변국의 인식 변경,

그리고 이로 인해 압박을 받게 될 미국의 적극적 대응이다. 그게 전향적 접근이 될 지, 혹은 더욱 강경한 접근이

될 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지만, 당장이야 원칙적이고 강경한 이야기를 해도 결국 유화적인 태도로 나설 거 같다.


근데 이렇게까지 공중파를 낭비해야 하나? 그것도 심층적인 분석은 거의 없이 외신은 어쩌니, 외국 정부 반응은

어떠니...기실 시끄럽게 떠드는 건 일본밖에 없는데. 이번 이슈에 대해 좀 차분한 목소리로 분석을 하는 보도를

하던가, 아니면 그냥 속보로 화면 밑에 둥둥둥 떠다니는 자막으로 만족하던가. 대체 왜 이렇게 호들갑스럽게

난리를 치는 건지 모르겠다. 보도를 위한 보도? 어쩜 이런 식의 감정적인 반응이 북한의 의도에 말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에 반해 '벚꽃놀이 나선 상춘객'들의 반응은 쿨하다. 왜 이렇게 야단스러운지 모르겠다는.

대부분 국민들이 체감하는 것도 그렇지 않나. 쟤네 또 뭐 쐈나..그럴 수도 있는 거지.

근데 한국은, 대체 북한에 대한 종합적인 전략과 일관된 자세는 있기나 한가. 아무런 비전도, 전략도, 혹은

최소한 북한에 대한 입장조차 불분명해 보인다. 깝깝시리.


아...서프라이즈 세번째 이야기는 대체 언제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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