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각국의 유명 건축물들의 미니어처를 모아두었다는 제주 미니미니랜드, 삼십분의 일이라거나 십오분의 일

사이즈로 줄여놓았을 뿐 실물과 똑같다는 그 건축물들이 모인 곳을 어떻게 해야 가장 재미있게 돌아볼 수

있을지 생각해보니, 다녀온 곳들, 보았던 곳들 앞에서 각자 인증샷을 찍으면 괜찮겠다 싶다. 간 데가 몇군데

안된다 하더라도 뭐, 어쨌든 세계 곳곳에 산재한 명소들이 한 곳에 모여있단 건 큰 메리트니깐.

건축물들 미니어쳐 앞에 섰을 때, 걸리버가 소인국에 떨어졌을 때의 느낌에 최대한 가까울수록 성공적인

거 아닐까. 소인들이 꼬물거리며 지어올리고 그 안에서 사는 건물들의 디테일이나 리얼리티란 건 그야말로

최고의 수준일 테고, 그들 소인들보다 크고 무딘 손으로 조그마한 건축물을 지어올리려면 말이다.

타이완의 중정기념당, 한 사람을 위한 공간, 중정기념당에서 장개석을 생각하다.

중국 자금성,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 내가 카메라랑 그다지 친하지 않던 시절 다녀왔던. 비가 내리는 궂은

어두컴컴한 날씨였지만 황금빛 기와지붕과 붉은 담벼락은 여전히 화려하게 반짝거렸다.

캄보디아의 앙코르왓, 캄보디아#31. 채색의 흔적을 발견하다, 앙코르 왓(1/3)

캄보디아#32. 박스 안의 박스, 무한선물상자를 열어보는 즐거움, 앙코르왓2

캄보디아#33. 앙코르왓의 전경보다 많은 것을 담고 있던 연못, 앙코르왓3

캄보디아의 앙코르톰. 사실 앙코르왓은 씨엠립의 여러 옛 사원 중 하나의 이름일 뿐.

캄보디아#4. '크메르의 미소' 바이욘(앙코르 톰)

이집트의 스핑크스. 이집트#7. 카이로 달동네를 거쳐 피라밋으로.

이집트#8. 쿠푸왕 대피라밋 안의 석관에 누워보다.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과 플랫아이언빌딩이 있었는데, 여기도 2001년..까마득한 과거에 다녀왔는지라.

뭐 자유의 여신상이나 플랫아이언에서 찍은 건 아니지만 어느날의 월스트리트.  풍요로운 땅 뉴욕의 공립도서관.


태국의 왕궁, 왕궁(Grand Palace)에서 만난 수호상, 랍스타 퍼레이드.

공원이 꽤나 넓었다. 무려 120여점의 건축물을 오밀조밀 세워둔 세계 7대 미니어처 파크라니 이정도 크기는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조경까지 생각하고 지역이니 나름의 테마에 따라 보기좋게 진열하려면 정말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거 같다. 어느 순간 비가 쏴아 쏟아붓기 시작해서 부랴부랴 비를 피하다가 결국 어쩔 수 없이

우의를 사입고 구경을 재개했다.


인도의 타지마할, 인도#5. 우윳빛깔 풍만한 타지마할의 자체발광, 하악하악.

미국의 워싱턴 국회의사당. 여기도 2001년에 3개월동안 체류하며 불법으로 알바하며 모은 돈으로 갔던 곳.

쿠웨이트의 쿠웨이트타워, [쿠웨이트] 24시간의 쿠웨이트 체류.

중국의 만리장성, 미니어처 건축물과 건축물 사이에 뱀처럼 몸을 좌우로 뒤채며 늘어져있었다. 

역시 내가 블로그를 하기 전, 카메라랑 친하기 전에 다녀왔던 곳. 


미국의 백악관. 워싱턴을 샅샅이 훑었던 그 때, 마일스톤 앞에서 잔뜩 폼을 잡고 사진을 찍었던 곳.

그리고 역시 미국의 링컨 기념관. 이번에 정말 재미없던 트랜스포머3에서 저 거대한 의자에 앉은 링컨을

밀어내고 나쁜 로봇이 편하게 앉았었다.

여긴 다녀오진 않았지만, 이 곳에서 가장 크고 이쁜 미니어처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어서 한 장.

이탈리아의 트레비분수였다던가.

이것도 뭔지는 모르겠지만 초록빛깔 잔디와 잘 어울리는 게 왠지 스위스 쯤에 있는 뭔가가 아닐까.

안 가본 나라가 너무 많은 거다. 이곳에 모인 것들은 전세계 곳곳의 50개국을 대표하는 한두점들일 뿐인데도

이 중에서도 안 가보고 모르는 것들이 이리도 많다니. 미니어처 말고 진품을 직접 보고 싶은 맘이 무럭무럭.

그리고 한국의 불국사. 여기야 뭐, 초등학교 때 중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많이들 갔었지만, 막상 혼자던 친구랑이던

한번 다시 가면 새삼스러운 구석이 참 많던 곳이다. 불국사 말고도 경주라는 도시가 그랬다.

청와대. 시화연풍, 청와대 들어가기.

남대문, 지금 열심히 복원공사중일 텐데 이전보다 더욱 오리지널에 가깝고 단단하게 복원되면 좋겠다.

건축물들만 밋밋하게 열맞춰 늘어선 게 아니라, 나름의 야트막한 언덕이나 구릉이 있었고 또 이런 나무들도

있었으며 연못도 있고 다리도 있고 그랬다. 이끼가 파랗게 낀 보슬보슬한 촉감의 나무에 덩굴 하나가 체인처럼

기둥을 휘감은 채 흘러내린 모습이 너무 이뻤다.

하루방을 뭔가 캐릭터로 만들어보고 싶었던 거 같은데, 좀 아쉽다. 좀더 간결하고 참신하게 바꿨으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싶다. 무엇보다 좀더 귀여웠어야 했지 싶다.


제주도 똥돼지를 멀뚱하게 바라보는 젊은이 하루방.

아무래도 제주가 좀 습하고 따뜻하고 그래서 그런지 나무들이 조금만 그늘진 곳이다 하면 저토록 빽빽히

이끼가 끼는 거 같다. 온통 연두빛 융단을 휘감은 듯한 느낌의 나무둥치.

세계 위인들의 조각상들도 있었다. 어떻게 선정된 위인들인지 모르겠지만 한국 선수로는 충무공 이순신과

세종대왕. 아마 화폐에 활용된 인물을 기준으로 한 게 아닌가 싶은데 그보다 놀랍고 기분좋았던 건 바로

맑스가 이 곳에 전시되어 있단 사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맑스의 조각상 뒤에서 주먹 불끈 쥐고 인증샷 찍고는 맑스 조각상을 따로 찍는 걸

깜빡하고 말았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는 러시아어가 적혀있는 그의 조각상을 전시하다니,

미니랜드가 급 좋아져버리게 되었다.

그리고 만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공간도 있었다. 스머프들이 뛰노는 마을 뒤에서 음흉하게 웃으며

쳐다보고 있는 가가멜과 그의 고양이 아즈라엘도 보인다.

그런가 하면 얄미운 표정을 짓고 있는 똘똘이 스머프 뒤로 텔레토비도 보인다.

그리고 원피스! 루피와 조로, 샹띠가 멋진 포즈를 잡고 있었는데 애들 보다는 오히려 내 또래의 '어른'들이

더 좋아라하던 포토존이었던 듯. 그나저나 대체 원피스는 언제 완결되려나.

무엇보다 캐릭터들 중의 압권이자 대미는 우리의 뽀통령. 모자빨과 안경빨일 뿐, 조그만한 눈에 앞머리 탈모가

진행되고 있다는 게 함정이라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 인기만점이던 포토존.

이건 태권V의 입체그림이라고 했다. 정해진 뷰포인트에 두발을 고정하고 그림을 바라보면 바닥에 그려진

그림이 마치 벽처럼 일어나는 걸 느낄 수 있다는 거다. 아마도 지정된 점으로 집중되도록 소실점을 잡고선

원근을 감안한 덕분인 듯 한데, 페인트칠한지 좀 오래라 발색이 선명하진 않아도 제법 일어난 느낌이다.

쥬라기공원에 등장했던 렉터, 티라노사우루스도 있었다. 꽤나 정밀하게 묘사된 피부나 이빨, 발톱의

모양새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박치기하는 애들, 이름이 뭐더라, 그 초식공룡들도 마치 산책로를

점거할 듯한 기세로 산책로 옆에 서 있었다.


마지막으로 들렀던 곳은, 무료라는 글자를 큼지막하게 박아두고 있던 매직거울체험관. 미로공원에서 이미

겪었듯 길 찾기에는 영 젬병이란 걸 알고 있었는데, 이 기둥이 무한하게 이어지는 듯 보이는 거울의 방에서

자칫 못 나올 뻔 했다. 두 손을 엉거주춤 벌리고 앞의 공간을 더듬으며 그게 거울인지 아님 열린 공간이지

확인하며 한참을 버벅댄 후에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는.

비만 안 왔으면 좀더 둘러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는데, 그래도 제법 꼼꼼하게 다 살펴보았더니 두시간 가까이

흘렀던 거 같다. 나오는 길에 눈길을 잡았던 건 오줌싸는 소녀의 상. 이건 대체 어느 나라에 있는 조각상을

소개한 건지는 전혀 확인하지 못했지만 익살맞은 표정이나 편안해보이는 자세가 매력적이었다.





#1.

두바이, 카이로, 리야드를 거쳐 쿠웨이트시티까지. 비행기를 타면 왠지 인류가 뭔가 대단한 존재에 이르른 게

틀림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가없이 준엄하게 흐르는 시간과 무려 '경쟁'이라도 하듯 달음박질치는 수준인 게다.

덕분에 첫날은 저녁 먹고, 아침 먹고, 점심 먹고, 밥 먹고, 밥 먹고, 다시 저녁을 먹었다. 하루 세 끼-아침, 점심,

저녁-을 챙겨먹는데 익숙해질 대로 익숙한 개념으로는 좀체 하루에 여섯 끼를 먹는다는 것, 그리고 해뜨고

눈뜨고 해지고 다시 눈감을 때까지의 기간이 24시간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은 도무지 낯설기만 하다. 게다가,

출발지와 도착지의 시간차이는 (머릿속으로야) 이해한다지만, 대체 비행기 안에서 시간은 어떻게 흐르고

있다는 건가. 손목시계는 여전히 1초를 1초만에 째깍째깍 새기며 돌아가는데, 어쩌면 비행기 안에서는 1초를

사실 2.4초쯤, 아니면 0.5초쯤으로 새겨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부분은 약해서 잘 모르겠지만, 뭔가 이상하다.


#2.

피곤한 일정 탓에 비행기만 타면 최대한 엉덩이를 의자 가장자리로 위태하게 내몰고는 몸을 쭉뻗어 침대인양

스스로를 속이고 잠들어보려 애쓰는데, 좀체 쉽지가 않다. 일단 대체 언제쯤 올지 가늠할 수 없는 타이밍에

쳐들어오는 기내식 냄새. 파블로프의 개처럼, 냄새가 비행기 안을 꽉 채우면 배가 고파지고, 혹은 배가 고프단

걸 깨닫게 되고, 번쩍 잠에서 깨어 기계적으로 포장을 뜯고 포크질을 하기 시작한다.

오른켠 사람의 팔꿈치에 방해받고 왼켠 사람의 옆구리를 질러가면서 꾸역꾸역 밥을 먹다 보면 문득 사육당한단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분홍색과 똥색이 뒤범벅된 돼지우리 속의 돼지들. 사료 시간만 되면 서로 머리를 치대며

먼저 먹겠다고 아옹다옹대는 뽄새도 그렇지만, 왠지 거대한 비행기 내장 속 기백명의 사람들이 똑같은 시간에

거의 똑같은 메뉴가 똑같이 배열된 식판에 고개를 처박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렇다. 더군다나 문득 눈뜨면

답답함에 돌아버릴 것 같은 좁디좁은 좌석에 빽빽히 꽂혀 있는 사람들 아닌가.


#3.

"근처에 볼 게 없네."라는 말을 몇 번 들었다. 호텔 주변을 산책하고 왔던 일행들이 내게 그랬다. 사실 나는 이미

중간중간 땡땡이를 치며 쪼끔씩 주변 골목을 돌아봤던 참이었다. 그 말을 들으며, 얼마전 버스에서 "사람이

아무도 없네"라고 생각했던 게 떠올랐다. 허름한 놀이터가 뙤약볕 아래 달궈지고 있었고, 고장난 샤워기같은

분수대에는 페트병들이 수면을 가득 메워 둥둥 떠올라 있었으며, 멋진 아랍어 그래피티가 골목 한쪽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전혀 낯선, 그리고 평범한 카이로, 리야드의 골목 풍경이었다. 너무 평범해서 아직 소모되어

버리지 않은 신선한 이미지들. 예컨대, 스핑크스가 달고 있는 두텁한 소꼬리 조각같은.


#4.

변태는 날 좋아한다. 비록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남성이 결혼하려면 굉장히 많은 액수의 지참금이 필요하고,

때문에 결혼을 못한 남성들이 일종의 '대체재'로 동성애를 취한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그렇다면 난 대체재 중

상급에 속함에 틀림없다. 리야드의 밤거리, 밤 열두시가 넘은 시각 산책을 하다가 변태를 만났다. 보기 드문

긴머리 히피스타일의 젊은 아저씨가 차에서 내리다가 내 눈과 마주치곤 히죽대며 자신의 온몸을 더듬기

시작한다. 이윽히 시작된 신음소리와 밭은 한숨소리가 걸음을 재촉해 지나친 내 귓가로 달겨들었다. 잠시후

뒤에서부터 달려온 차는 내 앞에 서더니 오른쪽 차문이 덜컹 열리며 시끄러운 음악소리를 뱉어냈다. 두가지

정도 질문을 머릿속에 떠올려봤다. 어디로 갈래? 얼마 줄 거야?


차마 말하진 않고, 그 대신 꺼져줄래, 라고 말해줬다. 한국말로. 그리고 속으로 좋아했다. 꺄오, 뉴욕, 카이로,

태국에 이어 리야드에서 먹히는군하~ 잇힝~* (비록 남자에게일지언정)


#5.

출장도 거의 끝나간다. 여긴 쿠웨이트, 밤 12시. 이번 출장 완전 쒯.
피라밋을 본격적으로 들어가 본다는 설렘에 6시부터 설레발을 치고는, 7시에 출발. 어제와 같은 경로로 기자를 향하다간

갑자기 미니버스가 서버리는 바람에 당황하기도 하고, 일단 안개가 뿌옇게 서린 피라밋 단지 내로 입.장. 이럴 수가.

어제 밖에서 볼 때는 약간 생각보다 사이즈가 작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왠걸...어마어마하고 엄청난 박력이다. 그렇다고

인위적인 위압감이나 어떤 치장의 기색도 없이, 그냥 거기 서 있다. 하나, 둘, 그리고 좀 걸어가서야 보이는 세번째

피라밋.

쿠푸왕의 대피라밋이나 다른 것들이 모두 피라밋 내부에 입장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되어 있다는 이야기에 개장 시간에
 
딱 맞춰 온 거였는데, 비슷하게 도착한 대형 고속관광버스들이 줄지어 늘어서있길래 은근히 긴장했다. 그래도 무난히

티켓을 끊고, 세 기중 가장 큰 쿠푸왕의 대피라밋으로. 카메라를 입구에서 압수당하고는 조그마한 구멍을 통해 피라밋

내부에 틈입, 잠시 길을 따라가보면 바로 오르막이 좁게 나있다.

방금까지 난 길은 좀 누군가 파낸 듯, 억지로 만들어진 길이라면, 여기서부턴 아니다. 애초부터 돌을 그렇게 짜맞춘 게

분명한, 정말 돌들이 별반 오차없이 매끈하게 놓인 게다. 중간에서 더 가파르게 오르막 길이 되더니 피라밋의 중심,

쿠푸왕의 묘실이다. 안방만한 크기에 돌하나를 파서 만들었다는 석관이 덩그라니 놓였는데, 그 방을 사각형형태로

딱 짜맞추었다는 게 정말 생각할수록 신기하다. 피라밋이 걍 종이로 접어 만든 속빈 구조물도 아니고, 바닥부터 그

커다란 돌들을 차근차근 채워나갔단 거 아닌가. 그러면서 오르막길도 내고 이런 커다란 방도 만들고. 게다가 산소 유입을

위한 배기구까지 감안했다니. 할 말이 없다. 그런데 또 있다. 돌들이 관광객들의 손에 닳고 닳아서 그리 맨들거리는 게

아니라, 애초부터 만들 때부터 그렇듯 반질거리게 가공된 상태였다는 거다. 그 몇만개 돌들이 모두 다 그렇게 세심하게,

정밀하게 세팅되어 안에 반듯한 방과 정교한 통로를 야무지게 확보한 큰 '산'을 이룬 거다. 정말 말로는 뭐라 더

표현하기도 힘들다. 이러니 외계인이 만든 거라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구나, 공감해버렸다.

그 중심에 놓인 쿠푸왕의 석관, 그 까맣고 커다란 관 안에 누워 잠시 쉬어볼 수 있었다. 한번 둘러보고 다시 나가려던

차에, 나가기 직전 아쉬워서 다시 한번 오르내리니까 안내인 아저씨가 선심을 썼다. 들어가 보라고, 괜찮다길래 좀..

개념없는 짓을 해버렸다. 그 안에 들어가서 누웠다. 무릎을 약간 접어야 했지만, 몸이 딱 자리를 잡고 나니 기분이

묘했다. 여기에 몇천년동안 누워있었을 쿠푸왕의 미이라..그는 어떠한 세계를 머릿속에 품고 있었을까. 이런 구조물을

자신의 사후를 위해 준비시킬 만큼의 권력자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검정색 돌의 서늘함인지, 아니면 그의 바짝 마른

몸에서 배어난 냉기인지 손발이 차가워질 정도로 한기가 느껴지길래, 한 5분 정도 있다가 관에서 벌떡 일어났다.

석실에서 내가 일어서길 기다렸던 안내인 아저씨는 맘씨 좋게 웃으며 박시시를 요구했고, 난 흔쾌히 '드렸다'.

피라밋을 등산하는 것도 꽤나 인기있는 익스트림 스포츠 중 하나였다고 했다. 플로베르였던가, 그가 이집트 여행을 할 때

피라밋 위에 올라 낙서를 남겼다는 수기를 본 적이 있다. 나도 그 이래로 꼭 한번 올라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더이상

가능할 법하지가 않다. 낙타타고 있는 경찰이 50미터마다 배치되어 있었다. 물어보니 대답이 두 개다. 누군가 떨어져

죽은 이후로 지키고 섰다는 이야기가 하나,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테러를 대비하기 위해 그렇단 이야기가 둘.

난 죽지 않고 잘 올라갈 수 있을 거 같은데.

내 생각엔 스핑크스는 덤이다. 사진으론 꽤나 큰 것처럼, 피라밋과 비슷한 사이즈인 양 찍히기 일쑤지만, 실제로

스핑크스는 생각보다 훨씬 작다. 단지 피라밋을 위한 수호상, 피라밋을 지키는 부록물 같은 거니까 그게 당연한지도.

피라미드...첨에는 맨들맨들 크리스탈같이 이뻤던 '건축물'이라 그러는데, 이젠 그 맨 모습이 거칠거칠 보이면서..

뭐랄까, 오천년쯤 지남 인공의 것도 어떤 경지에 이르는 거 같다. 자연..이랄 경지.ㅋ 피라밋이 눈에 잔뜩 찼다 싶을
 
때까지 보면서, 지치도록 걸어돌아다녔지만 암만봐도 이건 진짜다. 와우.


이래서, 피라밋을 보기전엔 이집트를 말하지 말라 했던가.

사카라의 피라밋단지는 시간도 시간이거니와, 팀을 짜서 택시를 안 빌리면 정말 힘들겠어서 그냥 포기했다. 그렇지만

그다지 큰 아쉬움이 남지 않는 게 기자의 이것들로 이미 필 충만해져버렸으니. 차마 안 떨어지는 걸음, 그래도 정오가

다가오면서 심상치 않아지는 더위와 허기, 게다가 물통도 비어버린 지 오래라 일단 호텔로 퇴각했다.

한국 사람들이 사진은 잘 찍는 거 같다. 낙타 위에 올라있다가 경찰 두 명이 내려오길래 같이 사진찍쟀더니, 이렇게

찍어놓았다. 자신의 동료는 완전히 프레임 밖으로 내몰고, 나만 혼자 한쪽 구석에 몰려 서있는. 이번 뿐만이 아니라

머리를 짤라버리기도, 영 다른 곳을 찍어버리기도 부지기수였다. 우야튼, in sha'All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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