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에 갔던 LA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언제 다시 또 오겠냐 했지만 이렇게 일년이 되기 전 다시 한번 오게 되다니.

 

무려 90여불에 달하는 일일권 티켓과 같은 값에 파는 'Buy a day, Get 2014' 티켓-그니까 일년 무제한 이용권을 사두길

 

잘했다. 더구나 이번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하니 더욱 색다르기도 하고.

 

신용카드랑 비슷한 사이즈의 티켓. 현재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탈거리가 트랜스포머라더니 역시 티켓도

 

트랜스포머를 전면에 내세웠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내부에는 슈렉이라거나 트랜스포머라거나, 그린치라거나 온갖 영화속 인물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가장 신기했던 건 역시 디테일이 살아있는 트랜스포머의 등장 로봇들.

스튜디오 내부에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공간이 나뉘는 거 같다. 스튜디오 세트장 투어공간, 온갖 탈거리들, 그리고

 

이런 식의 잘 꾸며진 환상적인 거리들. 사진은 1938년대를 재현한 미국 거리에 꾸며진 크리스마스 장식들.

 

탈거리, 볼거리 중에서 손꼽히는 것 중 하나는 워터월드쇼. 실제 동명의 영화 세트장을 그대로 활용해서 지어졌다는

 

공간에서 배우들이 고난이도의 스턴트 액션과 전투신을 재현한다.

 

 

총알 대신 물대포를 쏜다는 점을 제외하면, 이렇게 펑펑 폭음이 들리고 화염이 하늘로 치솟는 장면 등은 꽤 실감난다.

 

게다가 객석과 공연장의 거리가 이렇게 가까운 걸 생각하면 화염이 훅 치솟을 때의 열감과 열풍은 깜짝 놀라게 되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커튼콜, 대략 20분 정도 진행된 공연은 하루에 네다섯 차례 반복되는 것 같은데,

 

기타 다른 볼거리나 탈거리들의 시간표를 입장시에 받아보게 되니 스케줄을 잘 짜는 게 관건인 듯.

 

 

그리고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세트장 투어. 아무래도 가장 대기시간도 긴 것 중에 하나인 것 같은데,

 

전기기차를 타고 실내외 세트장을 돌아보며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식이다. 언어는 영어/스페인어/중국어만 지원.

 

여긴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영화 작품 중에서 뉴욕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의 거리 장면을 찍었던 세트장이라고 한다.

 

뉴욕의 상징 노란색 택시가 딱 버티고 선 앞에 까페는 여러 작품에 등장했던 까페라고 했던가.

 

 그리고 이렇게 그간의 작품에 등장했던 차들을 전시하고 있는 곳도 지난다.

 

꼭 슈퍼카에 준하는 차들만이 아니라, 'Back to the future' 시리즈에 나왔던 차들이라거나 모형차들 역시.

 

이곳은 특수효과를 시연해 보여주는 곳. 맑은 대낮에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정도야 스프링쿨러에 익숙하다 쳐도,

 

이렇게 순식간에 하천이 범람하고 홍수가 벌어지는 모습까지 보여줄 줄은 몰랐다.

 

거대한 선박이 항해중인 모습을 촬영할 때 이렇게 조그마한 모형을 두고 촬영하기도 한다고.

 

 

전설의 명작, '조스'의 유명한 장면을 재현하는 호수를 지나기도 했다. 상어 지느러미가 수면위로 나타나고

 

수영중이던 사람이 끌려들어가고는 이내 시뻘겋게 물드는 해수면.

 

 그리고 킹콩의 한 장면을 3D로 관람할 수 있는 곳도 있었고, 이렇게 비행기 추락사고 현장을 재현한 세트장도.

 

 실제로 비행기를 한대 구매해서 사고난 것처럼 실감나게 때려부쉈다는 게 가이드의 설명이었다.

 

 

실제로 이 세트장을 활용해서 찍었던 항공기 사고 장면들이 알게 모르게 여러 영화에 쓰였다고.

 

 

그렇게 한 나절, 일년여 만에 다시 찾은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온통 크리스마스였다. '심슨가족'이니 '미이라'니

 

'트랜스포머' 혹은 '쥬라기공원'이니 하는 다른 탈거리들도 조금씩 내용이 바뀌어 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계속해서 내용을 바꾸어야 사람들을 계속 찾도록 이끌 수 있을 테니, 다음에 또 와도 실망하진 않겠다.

 

 

허름해보이지만 휠까지 말끔하게 페인트를 칠한 버스에 매달리다시피, 무겁게 몸을 실어넣으려는 네팔 아주머니의 몸짓.

 

대체 버스 바닥높이가 왜 이렇게도 높은 거니.

 

그리고 흔하게 볼 수 있던 '소판'. 드넓은 차도 한가운데를 떡하니 차지하고는 주변 관광객들의 카메라 세례를 즐기는 중이시다.

 

해발 800미터의 포카라. 열대 기후대에 걸맞는 과일들을 주렁주렁 매달고는, 주스 한잔 주문하니 삼십분이 걸렸다.

 

 

포카라 메인로드의 온갖 기념품점의 형형색색 기념품들도 눈에 들어왔지만, 그보다도 더 구미에 당기던 어느 차안 황금색 가네쉬.

 

길쭉하게 아래위로 잡아뽑힌 얼굴상들.

 

론리플래넷이었던가 어느 유수의 여행매거진에 소개되었다고 하는 레스토랑에 들어간 우리를 제일 먼저 맞이한 새끼고양이.

 

제대로 서빙이 되어 나오는 네팔의 '달밧'이란 어떤 건지가 궁금했다. 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서 나오는 것과 뭐가 다른지.

 

사실 다른 건 잘 모르겠고-히말라야에서 매번 먹었던 달밧들은 제각기 전부 맛있었으니-양이 좀더 많았다 정도?

 

역시나 이런 나름의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달밧에 한해서는 밥과 반찬이 리필이 가능하다는 것도 소소한 깨달음.

 

일주일이 넘는 트레킹으로 잔뜩 지친 다리에 풋 마사지 한시간을 선사하고 났더니 이제 카투만두로 떠나야 할 시간.

 

그런데 마사지샵으로 들어갈 때부터 눈에 거슬렸던 저 건물,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절반만 색칠하고, 아니 절반만 지어놓은 걸까.

 

그렇지만 또 돌아보면 은근히 그런 건물이 많다. 저기 저 건물도, 건물 형태 자체도 한쪽이 확 끊겨버린 듯한데다가 페인트칠 역시.

 

그리고, 그야말로 공항으로서 최소한의 기능만 갖춘 포카라 공항. 워낙 작고 활주로도 짧아서 종종 결항이나 딜레이가 발생한다고.

 

그래도 다행히 아무 문제없이 카투만두로 출발.

 

 

# Tip. 카투만두에서 포카라로 향할 때는 진행방향의 오른쪽으로, 포카라에서 카투만두로 향할 때는 진행방향의 왼쪽으로 앉아야

 

히말라야의 새하얀 봉우리들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다. 물론 날씨가 맑고 구름이 걷혀 있어야 조우할 수 있지만.

 

 

 

 

 

 

#1. 네팔 카투만두 국제공항 입국시 필요한 비자신청서

 

 

#2. 비자피 영수증 : 현금으로만 가능하며, 15일이내 체류시 25US$

 

 

#3. 입국신고서 : 처음에는 왼쪽의 노란 신고서를 들고 잠시 멘붕에 빠졌다가, 외국인용의 영어버전을 발견하고 안도.

  

 

#4. 트레킹을 위한 필수 카드 2종류 : Trekker's Card & TIMS Card

 

 

#5. 안나푸르나 푼힐전망대 입장료 : 25NPR(대략 250KRW)

 

 

#6. 포카라-카투만두 국내선 비행기티켓 : 편도 약 10만원, 소요시간 30분 (버스나 택시로 이동시 7시간 소요)

 

 

#7. 카투만두 동쪽, 공항에 인접한 파슈파티나스 사원의 입장권. 1,000NPR(대략 10,000KRW)

 

 

 

 

 

 

후쿠오카 하카타역에 내릴 즈음 아슬아슬하게 해가 남아있다 했더니, 숙소에 짐을 놓고 다시 나오니 그새 깜깜해졌다.

 

하카다역, JR선이나 신칸센을 탈 수 있는 후쿠오카의 구도심 중심지다.

 

퇴근시간, 버스를 기다리는 직장인들의 모습은 여기나 한국이나.

 

 

역사 앞에 차곡차고 주차되어 있는 차들에서 번지는 불빛, 그리고 그 너머 그리 높지는 않은 건물들로 이뤄진

 

스카이라인에서 터져나오는 불빛들.

 

 

조리개를 바싹 조이고 바라본 후쿠오카 시내의 밤 풍경.

 

후쿠오카에 와서 라멘을 놓치고 갈 수는 없는 일. 돼지뼈를 푹 고아서 완전 찐득한 국물까진 아니었지만 이정도만 되도.

 

 

다음날 아침, 250엔의 전철을 타고 세네 정거장, 후쿠오카 공항으로 향하는 참이다.

 

게이트에서 비행기로 탑승하는데 문득 눈에 띈 에바항공의 헬로키티 비행기. 저걸 타는 건 아니었고.

 

사실 저런 건 본인이 직접 타는 것보다 누가 타고 있는 걸 구경하는 게 더 재미있다. 대부분의 통유리창 까페가 그렇듯.

 

내가 탔던 티웨이항공의 소박한 기내식. 음...저가항공사의 합리적인 비용 절감책이 반영된 부분이다.

 

그리고 한국, 인천공항에 새초록한 잎사귀들이 돋아났다.

 

 

유후인을 목적으로 했던 2박3일의 여정, 유후인을 만끽하기에는 짧지도 길지도 않은 일정이었지만,

 

후쿠오카 시내 관광을 더하기에는 분명 짧았던 기간이었다. (사실 모든 여행은 늘 너무 짧다. 늘 짧다.)

 

 

1일차. 후쿠오카 도착, 유후인 도착 (늦은 점심) 온천 (저녁) (밤마실 조금)

 

2일차. (아침) 유후인 마을 구경. (점심) (이른 저녁) 후쿠오카 이동. (늦은 저녁) (도심 구경 조금)

 

3일차. (여유있는 아침) 후쿠오카 출발. 서울 도착. (점심)

 

 

 

 

 

 

 

 

지난 2월 중순쯤에 한번 아이폰 사진폴더에 지저분한 사진들을 정리하다가 몇 장 선별해서 올렸던 포스팅,

아이폰 사진폴더에서 잠자던 사진들. 에 이어서 한 6개월새 또 잔뜩 잡다구레한 사진들로 가득차 버린

사진폴더도 정리할 겸.

회사에서 갔던 직무연수, 이천 근처에 있는 연수원에서 2박3일동안 재밌게 지내다가. 집체수업 와중에 있던

쉬는 시간, 이쁘고 푹신한 쇼파에서 다정한 한때를 보내던 동기들과 하얀 속살의 배를 까내린 사람.

연수원 앞에 펼쳐진 잔디밭에 드문드문 놓인 바윗돌의 그림자들이 길어지던 시간, 그 너머 인공잔디밭에서

공을 쫓아다니느라 때이른 구슬땀을 뻘뻘 흘렸더랬다.

수업하고 저녁먹고 가볍게 맥주 한잔 하면서 과일안주 데코레이션으로 괜히 꽃꽂이를 해보기도 하고.


연수원 뒤의 무성한 숲 사이로 삐져나와 길을 잃어버린 초록개구리 한마리, 네비게이션이 재로딩되는 중.

서울 동쪽의 어느 동네, 독거노인분들 도시락 배달하는 봉사활동 중에 눈에 들어온 신기한 전봇대. 직선으로

쭉쭉 뻗은 전선의 흐름을 지켜내려한 건지, 아니면 옆건물의 실루엣을 배려한 건지 모르겠지만 여하간 휘영청.

초등학교 앞에는 여전히 이런 뽑기 기계가 너댓개씩 열맞춰 늘어서 있었다. 내용물은 조금씩 달라진 거 같기도

하면서 유치하거나 쓸데없다는 점에선 정말 똑같은 거 같기도 하고. 드림하이니 뭐니 속지는 최근에 바뀐 거

같긴 한데, 저렇게 뙤약볕맞고 비바람에 씻기면 빛바랜 빈티지 느낌 완연해지는 건 금방이다.

'카모메식당'이란 일본영화에서 처음 들었던 '까페 루왁'이란 단어. 커피맛이 좋아지라는 주문 같은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그런 커피가 있는 거다. 사향쥐가 먹고 뒤로 배출된 커피콩이 바로 커피 루왁.

커피맛이 정말 달랐다. 굉장히 독특한 향도 그렇고 색깔도 조금 일반 커피와는 다른 느낌.

어느 동네를 가던 들고 다니는 카메라 말고도 아이폰으로도 사진 한두장씩은 남기는 이유, 아이폰에

사진찍힌 위치가 기록된다는 게 재미있어서 곳곳에 로그를 남겨두고 싶어서다. 제주도 초콜릿박물관

갔을 때도 마찬가지, 방문 후 포스팅을 남기면 추첨해서 선물을 준다길래 열심히 썼는데 아무런

응답도 없어서 섭섭하더라는. [제주] 초콜릿박물관, '초콜릿은 마약?'이란 질문에 답이 있는 곳.

청주에 가던 길, 맞은편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불이 활활 타오르는 게 보였다. 트럭에 실려있던 종이박스에서

불이 시작된 거 같은데..아마 어딘가로부터 날아온 담뱃불이 그 불씨 아니었을까. 갖고 있던 카메라로 먼저

찍고 폰카메라로 다시 촬영한 사진.

어린이대공원, 아이들이 뛰어노는 곳이 저런 애매모호한 거시기가 툭 튀어나오다니. 이쪽 끝 말고도 다른쪽

끝 역시도 비슷한 녀석이 코끼리 코같은 걸 툭 내밀고 있길래 재미있어서 한장.

일본의 어느 호텔, 그야말로 빈티지 오토바이들이 주르르 늘어서 전시되어 있는 로비. 카와사키의 바이크도

보이고, 스쿠터도 보이고, 미니바이크처럼 조그맣고 귀여운 것들도 보이고. 아마도 호텔 주인이 바이크

매니아였던 거 같다.

그리고 아오모리 공항을 떠나기 전 공항내 경찰서 앞에 빼곡하게 붙어있던 현상수배 포스터. 사설탐정이

활동하고 있는 일본이니까 아무래도 저런 현상금을 노리고 범죄자를 쫓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아오모리에서 돌아오던 비행기, 인천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 날개가 파랗게 질리더니 구름이 번졌다.

회사에서 있었던 족구대회. 비가 온다고 코엑스의 빈 전시장에 그물을 쳐놓고 족구경기를 하는 회사는

아마도 이곳밖에 없지 않을까. 태앵탱, 공이 바닥에서 튕기는 소리가 광활한 전시장에 울려퍼졌다.

올해 세번째 갔던 제주도에서 카페리를 타고 가파도로 들어가던 길. 렌트카에 장착된 네비게이션은 차가

망망대해 한복판에 둥둥 떠있다고 나왔고, 녀석은 잔뜩 당황해선 계속 뱅글뱅글 돌며 시끄럽게 굴었다.

쉼없이 계속되던 경로 재탐색의 메시지는 배가 무사히 가파도항에 도착하고 나서야 조용해졌다는.

신당동 떡볶이를 먹고 나서였던가, 근처 아이스크림집에 들어가서 발견한 마법의 문짝. 아마도 청소도구나

기타 비품류를 보관해두는 창고 문이 아닐까 싶은데, 저렇게 그림을 그려넣으니 그 자체로 훌륭한 장식이 되었다.

그리고 강원도 속초에 놀러갔을 때, 맥가이버 BGM이 나오는 가운데 누군가의 손가락 상처를 보호하기 위해

희생된 콘돔의 새로운 용례. 안에 동글동글 맺힌 물방울은 다른 게 아니라 손가락의 땀..이지 않을까.;

이게 누구꺼더라, 아이폰 케이스가 넘 맘에 들었다. 카메라렌즈 부위를 새의 눈으로 활용한 센스도

훌륭하거니와 그 새가 뻐큐 손가락 위에 내려앉아 있는 모습이 딱 내 스타일인데..이제 난 3GS를 벗어나

5G를 기다리고 있으니 일단 대기.

어느 사케집의 화장실 표시. 노상방뇨하는 남자를 황급히 피해 몸을 날린 건지, 아니면 그를 향해 니킥을

날리려고 몸을 던진 건지는 불분명하지만 여하간 노상방뇨는 남을 놀래키거나 매를 버는 나쁜 짓이라는

메시지는 선명히 전달되는 거 같다.

앤디 워홀에 대한 오마주..랄까. 이태원의 식료품가게를 갔더니 캠벨의 스프깡통들이 차곡차곡 진열되어

있었던 거다. 시립미술관에서 보았던 그의 작품들이 만들어졌던 때와 똑같은 디자인으로 여전히 생산되고

있는 캠벨의 치킨누들스프가 특히 눈에 들어왔다. 이런 걸 워홀보다 먼저 태어나 먼저 포착했다면 그의

부와 명성은 모두 내 것이었을 텐데. 아울러 아마도 캠벨스프 평생무료이용권 같은 것도.

서울대입구역 근처에서 오랜만에 만난 대학 친구, 선후배들. 노래방에 갔더니 뜬금없이 봉 하나가 천장에서

바닥까지 단단하게 설치되어 있는 거다. 이게 뭥미, 하다가 술김에 다들 봉을 잡고선 서로 기어오르겠다고

싸우며 '봉춤'사위를 펼치던 두어시간. 오랜만에 잠들어있던 근육을 깨웠더니 한동안 팔이 땡겼다.

어느 사거리 앞의 쓰레기통, 온갖 브랜드의 커피 플라스틱잔들과 음료수 펫병, 유리병들이 빼곡하게

올라가 있었다. 얼핏 위만 보면 누군가 설치미술을 해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무질서하면서도

형형색색의 스트로우와 형체에서 뭔가 미감이 느껴지는 건...나만의 생각인 건가.

광주에 놀러갔을 때, 집에서 문자가 와서는 대체 지금 어디에 있는 거냐고 하길래 인증샷 겸 찍어서

보내드린 광주의 어느 버스노선도. 아무리 지금 광주라고 말로 해봐야 사진 한장의 위력보다 못하다는.

어디 까페였더라, 시럽들이 3X2로 줄맞춰 서있는데 뚜껑 하나가 내게 눈을 찡긋찡긋.

올림픽공원에서 배드민턴을 치던 사람들, 네트가 없으니 자전거를 쭉 늘어세워 네트 대신. 이런 식의

임기응변 참 맘에 든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네트가 없으면 자전거로.

얼마전 퇴근하는 길에 문득 올려다본 하늘, 추락하듯 뚝 떨어지는 무지개를 보며 원래 저렇게 생겨먹었던가

싶을 만큼 참 오랜만에 본 무지개.

대학교 근처에서 친구들을 만나기로 한 약속, 좀 많이 일찍 도착해 버린 바람에 학교 다닐 때 가끔

시험공부를 하거나, 그리고 맘먹고 좀 길게 공부하던 때 찾았던 사회대 도서관을 새삼 들어가봤다.

사회대와 앞 아고라는 반토막났지만 난간에 기대어 음료수를 마시던 그 장소는 그대로.

선릉쪽에 이쁜 까페들이 좀 늘어나고 있는 듯 한데 그 와중에 눈에 띄던 이쁜 가구점. 저  흔들의자가

완전 맘에 들었다. 귀까지 디테일한 양모양으로 만들어져 복슬하게 양털이 감싸인 의자가 굉장히

포근하고 따뜻할 거 같은데다가 경사가 그리 급하진 않아서 정말 흔들흔들 잠들기 딱 좋을 거 같은.

그리고 이건. 기타리스트 이병우가 직접 만들었다는 '기타바', 울림통을 떼어내고 휴대하기 편하도록

고안했다는 기타바를 전시, 판매하는 매장을 발견하고 말았다. 안 그래도 요새 기타 들고 다니기 불편한데

저런 기타 하나 있음 좋겠다 싶기도 하고.

추석 연휴, 예전에 받아둔 채 묵혀두고만 있던 스타워즈 에피소드 1,2,3,4,5,6을 다 보아버렸댔다. 지금

뭘 하고 있냐는 질문에 가장 적절한 장면을 찍어보내려다 보니 요다를 찍게 됐다. 사실 다스베이더의

그 유명한 'I am your father' 장면을 찍었어야 했지 싶기도 하지만, 요다의 광선검 실력도 굉장하더라는.

그리고 왕십리였던가, 고층 빌딩마다 의무적으로 공공예술작품을 앞에 설치해야 한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돌로 젠가를 쌓아놓아도 되는 건지는 몰랐다. 대리석 젠가.





북촌한옥마을에 위치한 까페 가회, 저번달에 '타투이스트'의 전시가 있다해서 겸겸 다녀왔었다. 전시는

생각보다 단촐했는데, 아무래도 전시의 방점이 '타투'보다는 타투이스트의 예술 세계에 맞춰져서 그런듯.

가장 재미있었던 작품은 여권에 과감하게 그림도 그리고 낙서도 하고, 심지어 저렇게 타투하듯이

재봉틀로 별이니 배니 종이비행기니 박아놓았던 작품.

북촌 한옥마을은 거의 처음 가봤던 거 같다. 안국역에서 내려선 꼬불꼬불한 길을 지나 자칫하면 못 보고

지나칠 뻔한 조그마한 안내판을 용케도 놓치지 않고선, 빗길을 뚫고 가회 갤러리 까페 입성.


입구에서부터 전시중인 타투이스트 전시 관련한 팜플렛과 달력, 온통 그의 '타투' 작품 사진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북촌 한옥마을을 소개하는 A4 한장 크기의 도보자용 지도도 주었는데, 여태 모셔두고만 있다.

왜 이렇게 비가 자주 오는지 걷기엔 참 좋지 않은 날씨 탓이다.

'타투이스트', 아무리 생각해봐도 한국어로 딱히 바꾸기가 애매한 단어다. 문신술사, 문신전문가, 문신예술가.

혹은...뭐가 더 있으려나. 그만큼 한국에서 '타투', 문신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워낙 부정적이고 척박하단

사실을 반증하는 거 같다. 그 와중에도 이렇게 종이 비행기를 주된 테마로 잡고 타투 아트를 계속해온

아티스트가 있다는 건 그 자체로 박수쳐줄 일이지 싶다. 자기 몸을 도화지 삼아 연습하지 않았을까.


그가 갖고 있는 타투 장비들. 저 총처럼 생긴 것에 잉크통을 꼽고서 펜처럼 피부 위에다가 그림을 그리는

거다. 우리나라에서 타투가 뭐라더라, 공중위생법으로 제재받고 있다던가. 딱히 제재할 법이 없으니 저

타투 장비가 위생적이지 못하다느니 병을 옮긴다느니 따위의 조잡한 꼬투리를 잡고서 제재하고 있다는데,

한심한 일이다. 양성화해서 다양한 예술적 디자인이나 그래픽이 발전하도록 하고, 위생상의 문제가

정 그렇게 신경쓰인다면 제대로 관리하면 되지 않을까.


타투이스트 한 명의 작품만이 아니라, 다른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이 이루어진 결과물들도 전시해 놓았었다.

재봉틀을 이용해 저런 아기자기한 그림들을 수놓고는 소녀의 여린 팔목에 뽀빠이처럼 닻 모양이라거나

조폭처럼 '一心' 이런 한자를 수놓는 센스라니.


뭐 벽면 한쪽으로 그런 그림이나 복합 재료로 꾸며진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이렇게 분방하게 채색된

구두도 한 켤레 놓여있었고. 아무래도 갤러리 까페라 그런지 차 마시기도 괜찮은 분위기였지만, 찻잔을

들고 벽면을 따라 돌아다니며 이런 전시물들을 구경하기에도 괜찮았던, 편한 분위기의 천장 높은 까페.

와중에 발견한 맘에 쏙 들던 아이템 하나. 뱅 앤 올룹슨의 오디오였는데, 저 앙증맞은 빨강 세모모양

스피커가 한눈에 확 꽂혀버렸다. 게다가 조그마한 체구에서 울려나오는 사운드가 전혀 뒤지지 않고.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라도 꼭 사겠다며..일단 위시리스트에 보관.

에스프레소는 생각보다 많이 연했다. 갈수록 진한 커피를 좋아하게 되는 참이라 조금 실망했지만, 그래도

에스프레소 위의 크리마가 여느 까페 체인의 그것보다 훨씬 풍부하고 부드러웠던 듯. 저렇게 활짝 웃고있는

스푼의 애교에도 맘이 녹아내렸다.


들어갈 때 한장씩 나눠줬던 종이는, 전시 중인 타투이스트의 메인 테마인 종이비행기를 접으라며 미리

접는 선이 인쇄된 종이였다. 내친 김에 종이비행기도 접고, 배도 접고 나서는, 영수증 종이로도 조그마한

종이비행기를 마저 만들어버렸다.

그러고 나니 문득 불붙어 버린 종이접기의 마력. 어렸을 때 만들었던 독수리5형제의 비행기를 만들 수

있을까, 스스로 궁금해져버려서 있는 종이 없는 종이 동원해서 결국 만들고야 말았다. 저렇게 입도 쩍쩍

벌어지는 날렵한 모양의 비행기. 양쪽 옆구리에도 비행기 한대씩 합체분리할 수 있고 위에도 한대

합체해놓을 수 있는 궁극의 비행기였었다. 어렸을 때 커다랗고 두꺼운 달력 종이로 참 많이 만들었는데.

그렇게 비행기도 접고 배도 접고, 까페도 온통 둘러보고, 책도 읽고 하는 와중에도 참 줄기차게 내리던 비.

이제 한국은 4계절이 뚜렷한 나라라기보다는 '우기'가 있는 아열대의 나라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서 북촌한옥마을을 좀더 돌아볼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비는 그칠 생각이 없었다.

이미 에스프레소는 훌짝 다 마셔버린지 오래. 마치 타투처럼 굵고 선명하게 남아버린 크리마의 갈색 띠만

에스프레소 잔 안쪽에 보름달처럼 떠올랐다.

그러고 보면 내 타투를 보고도 사람들이 '참 잘했어요'라거나 '1등급' 따위의 둥근 도장을 찍어놓은 것

같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나도 이쁘다는 생각은 변함없지만, 조금은 더 밖으로 열려있는 이미지였음

좋았겠다 싶기도 하고, 일단 달과 별을 몸에 새겼으니 다음에는 다른 천체를 새겨서 공간을 넓혀야겠다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사실 가회 갤러리까페에서 전시회를 열었던 이 타투이스트의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내 꺼만한 게 없지 싶어서 조금은 뿌듯.




김포에서 김해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촬영한, 일종의 항공사진이랄까. 어젯밤에 중부지방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렸다더니 제법 가벼운 느낌으로 쳐내어진 구름들이 하얗게 깔려선

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조그마한 비행기가 굉음을 내며 분명한 속도감으로 움직이고 있었지만, 구름들은 더러

비행기보다 빠른 속도로 뒤로 물러나기도 하고 혹은 딱 붙어서는 전혀 움직임없이 비행기와

함께 흘러가는 듯 하기도 했다. 비행기 탈 때마다 잠시 구경하다가 이내 창문을 내리고

잠을 청하거나 영화를 보곤 했었는데, 작정하고 카메라를 들이대니 지루할 틈 없이 뭉개지고

다시 뭉쳐지고 또다시 뭉개지는 그 모양새와 디테일한 보슬보슬함에 눈을 뗄 수가 없다.

터키의 파묵칼레, 온통 하얀 석회석으로 이루어져 반짝거리는 새하얀 산이었던 그곳에

다시 오른 느낌이었다. 비행기 문을 열고 저위로 한걸음 내딛으면 딱딱한 바닥이 감각될 듯한.

맨발로 그 하얀 석회석과 미끈거리는 물을 가르며 걸었던 기억이 문득 발에 돌아왔지만,

아니면 북극이나 남극에 둥둥 떠다닐 커다란 빙하에 오른 듯 차가운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이곳에도 제법 날카롭고 높직한 산맥이 내달리는가 하면, 평야가 넓게 펼쳐지기도 하고,

새하얀 대지 아래를 적시며 잿빛 강이 흐르기도 했다. 예전에 봤던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업'이 떠올랐다. 색색의 풍선들을 매달고 하늘을 나는 집, Adventure is up there라고 했지만

실은 Adventure란 게 어디에나 있음을 이야기하던, 그리고 인생을 순식간에 흘려보내는

압도적인 오프닝이 있었던 멋진 애니메이션. 풍선들 대신 비행기를 탔지만, 그림으로

접했던 그네들의 설렘과 열광, 흥분을 왠지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부산에 거의 도착할 무렵, 지상이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고 불쑥 굽어진 어떤 강이

온통 황토빛으로 흐르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탁하고, 무겁고, 혹시나 4대강 삽질때문은

아닌지 마음이 무거워졌다. 하늘에 떠있는 구름이 워낙 새하얗고 가볍고 장난스러워서

상대적으로 더욱 그렇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줘야 하지 않으려나 싶기도 하고.





해무(海霧)가 자욱하던 제주도, 바닷가 제방을 넘어 해안도로를 점령하고 사오층짜리 건물들도

모두 잠궈버렸던 안개가 삼엄하게 계엄을 선포했었다. 오후 여섯시부터 고작 삼십분, 잠시나마

햇볕이 내리쬐고 해무가 그 수만개의 두꺼운 촉수를 바닷속으로 거둬들였던 순간이 있었던 건

한순간의 꿈인양, 제주도는 다시금 짙은 안개 속으로 삼켜져버렸댔다.

알고 보면 한해의 절반 정도가 날이 궂어 비행기 일정에 차질이 생길 정도라는 제주도,

도무지 비행기가 뜰 수 없을 것 같은 짙은 안개를 뚫고 날아가는 비행기는 그 윤곽이

드러나기 전 심퉁맞은 굉음으로 존재를 먼저 알렸다.

해안도로 넘어 한치앞의 바다는 이렇게도 맑고 깨끗한데, 시선이 조금만 멀찍이 떨어지면

그저 몇개의 너울거리는 회색끈들만 파도에 맞추어 출렁일 뿐. 어디서부터 선을 그어 바다와

하늘을 구분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어지고 말았다.


안개가 삼엄해질수록 바다는 낯설어졌다. 물이 가득 차서는 출렁대는 게 아니라, 손으로

휘저으면 휘휘 감길듯한 은색실들이 바람따라 술렁이는 그런 기묘한 공간. 바다와 대기를

구분짓는 경계선은 사라지고 그저 망령처럼 둥둥 부유하는 회색 바람이 공간 사이에 놓였다.

삼십분의 짧은 후퇴에 분개하기라도 한 듯, 맹렬한 기세로 하늘을 덮고 태양을 가려서는

순식간에 어두워지고 만 제주도의 밤바다. 더이상 은색실들은 빛나지 않고, 꺼멓고 끈적한

먹물 위로 몽롱하게 파도가 일었다.




이런 식으로 생긴 구름은 아무래도 신기하다. 길고 곧은 직선처럼 쭉, 너무 두껍거나 얇지도

않게 딱 알맞은 두께로 한참동안 지탱되다간 슬몃 사라지는 구름이다. 그것도 정말로

한참동안, 아무런 흔들림이나 흐트러짐없이 막대사탕처럼 단단히 굳어버린 듯한 구름.


어렸을 적에는 전투기나 비행기가 지나간 궤적은 아닐까 싶었는데, 혹은 UFO의 항적은

아닐까 했는데 그런 건 아닌 거 같다. 또 어디선가 듣기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우연찮게

길게 늘어뜨려져 생겨난 구름일 뿐이라고 했던 거 같기도 하고.


역시 모르겠다. 사실은 저런 구름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누가 뱉어낸 건지는 그리 중요한

건 아닌 거다. 그냥 저런 구름이 생겨난 걸 문득 보면, 굉장히 의지력 강해보이고 단호한,

흔들림없이 목표를 향해 내달리는 그런 녀석이지 싶어서 응원해주고 싶어진다.








내 안으로 더이상 아무것도 들일 것이 없어. 이미 머릿속도, 가슴속도 꽉꽉 차 버렸다구.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신호장치들, 장비들은 고작해야 날 반쯤 살려놓은 상태로 유지시킬 뿐.




날고 싶다.





타이페이에서 올려다 보았던 구름. 워낙 뜨겁게 달궈놓는 태양이라 공기가 휙휙 움직이고, 그러다 보니 구름의

생김생김도 굉장히 드라마틱하고 흐르는 속도 역시 무시무시하게 빨랐다.

온통 파랗기만 하던 하늘, 구름 역시 한 점 어둑어둑한 부분없이 새하얗기만 했던 며칠간.

내려다 본 하늘은 또 달랐다. 타이페이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한 즈음, 솟구치던 비행기가

슬쩍 균형을 잡으며 단단한 아스팔트 도로 위를 달리듯 딱딱해진 공기 위에서 주행하던 때 내려다본 하늘.

그러다 보면 가끔 있는 터뷸런스 상황도 비행기가 공중에서 위태롭게 흔들리고 추락할지 모른다는 걱정보다는,

그냥 잠시 커다란 돌멩이를 바퀴로 밟았나보다 싶은 느낌이 드는 거다. 저 구름속 어딘가에 숨어있는 커다란

돌띵이를 밟고 비틀대는 그림이 머릿속에서 그려지면 왠지 웃기다.





단단했던 공기를 찢고 지면 위에 바퀴를 내리고 나면 이미 마음은 머리 위 캐비넷에 손을 뻗어 짐을 꺼내들었다.

잔뜩 부풀었던 날개가 가라앉으면서 문득 다리도 저리고 온몸이 뻐근하게 앙탈하기 시작하는 거다.


엘리베이터가 중간에 덜컥 멈춰선 채 십수명과 함께 가삐 이산화탄소를 뱉고 산소를 집어삼키는 그런 느낌,

비좁은 공간에선 더이상 못 배기겠다고 뇌에서부터 폭죽처럼 터져나오는 경고음. 죽을지도 몰라, 라고 덜컥

들쑤셔지는 폐쇄공포증과 같은 두려움.


소떼처럼 우르르 일어서선 한걸음도 움직이지 못하는 그들의 조급하고 두려워하는 듯한 등을 바라보고 있자면

나 역시 호흡이 가빠지고 두려워지는 거다. 얄미운 의자들로 만들어진 좁은 통로 속에서 낑긴 채 앞뒤로 사람이
 
가득한 채, 옴쭉달싹도 못하고 여기서 평생 못 벗어날 것을 예감하듯.







대만 가는 길, 구름이 두껍고 보드라운 크림처럼 비행기 아래로 깔렸다.
 
구름 위로 올랐으니 굉장히 하늘 높이 올라 있는 셈이지만 여전히 달은 멀고도 높다.

파랗게 나염한 천에 손톱으로 폭, 선명히 자국을 남긴 듯한 손톱달이다.

파란 하늘, 이라고 뭉개버리기엔 그 변화무쌍한 색감과 분위기가 너무 생생하다. 더구나 순식간에 휙휙 형태를

바꾸며 능란하게 접근해 오는 그 육덕진 구름들의 향연이란.





두바이를 떠나는 길, 공항으로 향하는 길에 다시 마주친 버즈 두바이. 이제는 두바이의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적절한 지원책을 펼쳐준-그리고 애초 두바이의 경제를 부흥하기 위한 자본의 주된 출처기도 했던-아부다비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이름이 바뀌었다. 버즈 칼리파.

두바이 공항, 아랍지역의 허브 공항으로 손색이 없는, 참 넉넉하게도 배치된 의자들. 환승을 위해 사람들이

몰려 대만원을 이루는 저녁 시간이면 이조차 턱없이 모자라서 바닥에도 여기저기 모포를 깔고 잠을 자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 공항이기도 하다.

면세점을 돌다가 만난 꼬맹이들. 쪼만한 녀석 둘이 자기 키만한 카트를 각각 끌고 가는 모습이 우스웠다.

한쪽에는 F1에선가 우승했다는 경주용차량이 전시되어 있던.

신종플루가 세계적으로 창궐하던 10월이라고 했지만, 사실 아랍쪽에서는 가끔 이런 배너 서있던 것 말고는

딱히 분위기를 감지할 수가 없었다. 일본 사람들은 국가적으로 아예 해외에 나가면 마스크를 항시 착용하라고

지침을 줬다고 하지만, 우리 일행 중에도 마스크를 계속 하고 다니다가 어느 순간 슬그머니 마스크를 치워버린

경우가 있었다는.

두바이에서 사우디 리야드로 향하는 비행기, 엔진에도 뭔가 캘리그래피가 그려져/써져 있었다. '하느님/하나님/

알라/부처/신/자연/조상님/조로아스터'가 보우하사, 엔진에 불이 나거나 중간에 꺼지지 않게 해주시고 무사히

목적지까지 가게 해달라는 의미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 봤다.







까페에서든 어디서든, 종종 멍하니 상념에 젖을 때 어느 틈엔가 손끝에서 종이나 휴지가 만지작만지작, 뭔가를

알아서 만들고 있을 때가 있다. 대개 그건 유치한 종이비행기의 형태를 띄기 일쑤인데 그건 가장 간단한 수준의

손장난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딱히 다른 것을 만들 줄 아는 게 없어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종이배조차

어느순간 만드는 법을 잊어버려서, 몇 번 만들려다가 끝내 종이배 대신 종이모자만 만들어지고 말았던 아픈

경험이 있다는.


그래서, 얼마전 타임지를 보다가 "올해 최고의 발명품 50선"이라는 섹션에서 재미있는 걸 보고 당장 따라해

보았댔다. 무려 45위에 랭크된 "Sky King"이라는 종이비행기 만드는 법이다. 고작 종이비행기 만드는 법이

인공눈알이니 팬없는 선풍기니 종이박스처럼 접히는 스피커니 따위의 그럴듯한 발명품들과 함께 50선에

들었냐 하면 이게 세계에서 가장 오래 날 수 있는 종이비행기를 만드는 법이기 때문이란다. 일본항공협회의

사장이 이 비행기로 세운 세계 기록은 무려 27.6초, 종전 기록을 0.3초 앞당겼다고 한다.

타임지를 보다가 바로 혹해 버려서 한장을 찍 뜯어내서 따라하기 시작했다. 물론 '종이비행기'니만치 따로

칼이나 가위, 풀 따위는 필요치 않다. 그냥 종이 한장이면 끝.

흔하게 만드는 종이비행기 만드는 법과 어느 정도까지는 똑같다.

여기까지 똑같다.

그담부터 살짝 변형되는 "Sky King" 제작법.

말로는 설명이 힘드니 그림으로 보시길.

여기가 살짝 힘들지만, 그래도 나도 그림 보면서 금방 따라할 수 있었으니 별로 어렵진 않은 거다.

이륙 직전, 날개까지 꽉 접어 세운 상태의 Sky King.

짠~* 완성이다. 이 종이비행기의 이름이 무려 "Sky King", 하늘의 왕이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싶은 게, 직접

만들어서 날려보았더니 확실히 잘 난다. 모양도 꽤나 쌔끈하지만 무게 중심이 확실히 앞쪽에 쏠려서 공기를

가르며 나가는 느낌이다.

사진 설명이 부족하다고 생각되어 굳이 첨부해넣는 오리지널 설명서. 이제 굳이 아래와 같은 기본적인 형태의

비행기만 줄창 접어놓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로맨틱한 내음이 물씬한 면에선 저 비행기가 한 수 위이긴 하지만.






부산에 결혼식이 있어 내려갔다.

언제던가 한번은 비행기를 타고 오십여분만에 부산 김해공항에 내렸던 적이 있는데, 그렇게 도착하고 나니 여기가

부산이라는 실감이 전혀 나지 않았더랬다. 서울 기준으로 맞춰진 내 시공감각이 아슬아슬하게 비틀어져 한동안 적응에
 
실패한 채 귓속에서 붕붕 소리가 난다는 느낌. 강남에서 전철로 두세정거장 갔을 뿐인데 갑자기 광화문이 떡하니

나왔을 때의 어리벙벙함 정도 되지 않을까.


뭔가 원하는 대상, 추구하는 대상에 걸맞는 충분한 만큼의 공을 들여 도달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버스로

네시간반을 달리던, 케이티엑스로 세시간을 달리던, (내가 생각하기에) 어느정도 상응하는 수고를 하고서야 비로소

그곳에 가닿을 자격이 생긴다고까지 생각했다면 오버일까. 그렇게 충분히 수고로움을 무릅쓰는 과정에서 자신의

시공감각도 서서히 조율될 테고, 또 '마음의 준비'란 것도 어느정도 될 테니.


게다가, '결혼식을 올리는 친구를 위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내려갔다'는 말이 친구에 대한 헌신, 충실함 따위의

이미지를 암묵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건, 으레 왕복 여섯일곱 시간동안 답답하고 불편한 버스/기차 좌석에 몸을 싣는

수고로움과 곤욕스러움을 감내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부산은 네다섯시간을 가니까 부산인 거다. 네다섯시간 짜리인
 
부산을 무례하게도 비행기로 휙, 한시간도 안 되어 도달한다는 건 부산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싶다.


사우디 리야드에서 카타르 도하까지는 1시간 20분만 날면 도착이다. 서울에서 제주도 갈 때처럼, 왠지 비행기가

미처 제 속도를 내기도 전에, 그리고 미처 충분히 고도를 올리기도 전에 내려앉는 게 아닌가 하는 기분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더 그럴까, 창밖으로 사우디인지 카타르인지, 아님 어딘지 모를 그런 지면이 얼룩덜룩 식별이

될 만큼 가까워 보였다. 황토빛의 황량한 풍경이라지만, 잘 보면 지상의 땅 위에 구획을 이리저리 지어놓고

도로도 종횡하고 건물도 올려진 게 보인다.
특히, 저 창밖의 붉은 점 하나. 붉은 라이터 불빛처럼 펄럭이는 게 뭘까...생각하다가 순간 깨달았다. 유전이구나!

난 잠시 비행기로 지나치며 언뜻 보았을 뿐이지만, 비행기 위 사람들이 알아채거나 말거나 조그마한 주홍빛 불빛이

황토빛 땅위에서 밤이나 낮이나 쉼없이 타오르고 있을 거다.

어느덧 비행기는 아라비아해 상공으로 접어들었다. 짙푸르다 못해 검은 기운마저 느껴지는 하늘, 그리고 뿌연

모래바람이 맴돌고 있는 누런 대지, 그야말로 天地玄黃이다. 아라비아해의 푸른 바다마저 살짝 누런 물감을 머금은

듯, 희뿌옇고 탁한 느낌이다.

질리지도 않고 창밖을 구경하던 중에 불쑥 나타났다. 도하에서 야심차게 추진중이라는 인공섬 "펄 카타르(Pearl

Qatar)"의 공사현장. 두바이의 인공섬 팜 아일랜드(Palm Island)가 중동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하가 이를 벤치마킹한 거다. 석유가 터지기 전 진주조개잡이와 같은 어업으로 삶을 꾸려왔던 카타르의

역사를 상징하는 이름 "펄 카타르". 크기는 400제곱미터, 대략 여의도 반만한 크기라고 생각함 될 거 같다.

애초 기대고 비빌만한 아무런 땅조각도 없던 바다 위에다가 흙을 어마어마하게 쏟아부었겠지, 저만큼의 땅덩이를

조성해내서 아예 도시 하나를 그 위에 세워버리겠다는 아이디어란 참..막대한 오일머니가 그런 황당무계한 생각을

현실 속에 구현해 냈을 터이다.


석유가 다 떨어지고 천연가스마저 다 소진되고 나면 중동, 혹은 아랍권을 부양할 새로운 자원이 무엇이 되야 할

것인가, 라는 심각하고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나름의 적극적인 대안이겠지만 글쎄..현지의 부자와 외국의

부자들을 위한 일종의 리조트 국가를 만들 셈인가 싶다.

해안선이 이런식으로 깍둑썰기하듯 네모반듯해도 웃기는 일이지만, 위에서 보았던 것처럼 똥글똥글한 몽우리들을

유지하도록 해안선을 그리는 것도 좀 웃기는 거 같다. 흙장난하는 거 같기도 하고. 아마 한국 서해안에서 그간

무분별하고 무조건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간척사업에 대한 반감 내지 거부감이 이 '펄 카타르'에도 투영되는 것

같다. 이곳 역시 아무리 겉보기엔 황량하고 을씨년스런 사막지대라고는 해도 나름의 환경과 생태가 존속하고

있을 텐데, 강하구에 쌓일 퇴적물들과 환경오염 문제..그런 건 공통적이지 않을까 싶다.

크게 선회한 비행기가 다시 육지면 위로 날아올라왔다. 아마도 여긴 카타르의 수도, 도하의 상공이겠지. 뭔가

사우디 리야드에 들어설 때 상공에서 봤던 그 띄엄띄엄한 구획들보다 훨씬 오밀조밀한게 느낌이 다르다. 건축쪽

일을 하시는 아버지가 긍지높게 말씀하셨던 것처럼 지상에 건물들과 다른 건축물들을 올려세우는 걸 두고 지구

표면에 조각을 하는 거라 표현한다면, 여긴 훨씬 복잡하고 섬세한 그림이 치밀하게 그려진 거 같다.

이 단호하게 뻗은 4차선 도로는 어디와 어디를 잇고 있는 걸까. 전혀 곁가지를 치지 않고 쭉 일직선으로 달리는

도로 양 옆으로 모래언덕이 같이 내달리고 있다.

지면이 점차 가까워진다는 느낌과 함께, 비행기 날개가 끼긱거리면서 넓어지기 시작한다. 양날개 뒷쪽켠 숨겨진

공간에서 뻗어나오는 철판이 약간 지상쪽으로 구부러지면서 바람을 잔뜩 안기 시작한다. 날개와 거칠게 부딪히는

바람이 씩씩대는 소리가 점점 커지고, 가끔은 비행기 동체까지 부르르 떨리기도 하고.

왠지 모든 비행기 사고의 대부분이 이착륙시에 생긴다는 정보를 어디선가 읽었던 것을 기억하면서, 저 날개가

푸들푸들 떨리는 것을 겁먹은 눈으로 쳐다보게 되는 타이밍.

검은 바탕에 흰색 줄무늬가 점선으로 그려진 공항 활주로가 순식간에 눈앞으로 닥쳐오는 착륙직전쯤 되면, 갑자기

비행기 날개는 변신을 한다. 트랜스포머처럼, 조금만 더 변신하면 뭔가 로봇을 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미친듯이 치받는 바람, 그리고 공중에 있을 때보다 더욱 위태로이 덜컹거리는 기체.


저렇게 아이스께끼하듯 윗날개판을 들어올려서 앙상한 날개의 속살을 드러내는 때에는 대체 이 '날틀'이란 게

얼마나 위험천만한지, 그리고 저 날개라는 것도 새들이나 상상속 동물들, 나는 것들이 그렇듯 우람하고 튼실한

근육질의 것이 아니라 몇개의 철골 뼈대에 이리저리 오려붙여진 무거운 철판나부랭이라는 사실을 얼마나 쉽게

잊고 마는지. 그 유려하고 날렵해 보이던 날개는 저런 철판으로 화장하듯 껍데기만 치장해 놓은 거였다니.

카타르 항공기를 사람들이 타고 있는 모습, 내가 탄 사우디아라비아항공기에서 내가 내리는 모습을 찍을 수 없을

땐 다른 비행기와 다른 사람들 중 하나에 스스로를 감정이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비록 그게 내리는 모습이 아니라

타고 있는 모습이라 하더라도. 나름 근사한 mirror-image.


사우디와는 달리 카타르는 입국하면서 여권과 함께 신용카드를 건네주면 바로 비자가 나온다. 약 25불 가량,

100카타르 리얄만 내면 다른 입국신고서라거나 귀찮은 절차도 없고, 길고 굵은 속눈썹에 깊고도 까만 눈동자를

가진 여성 출입국심사관의 미소섞인 "웰컴 투 카타르" 인사도 받을 수 있다. 사우디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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