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욜라바자르에서 눈을 뜬 아침, 마치 신기루처럼 멀리 보이는 마차푸차레의 두갈래 봉우리. 그러고 보면 굉장히 많이 걸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부지런히 내려와 꼬박 이틀동안 걸었으니 산봉우리가 저만치 밀려날 만 하다.
이제 두시간여 나야풀까지만 걸어가면 거기서부턴 택시를 타고 한시간, 포카라로 들어가 조금 돌아보고는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니
사실상 두시간 정도 후면 트레킹도 끝이다. 왠지 헛헛한 마음으로 롯지 근처를 둘러보며 여유로운 아침시간을 즐기는 중.
조그마한 키의 주인 아주머니도 진한 홍차를 한잔 들고 나와 아침의 선선한 공기를 즐기시는가보다.
롯지 안의 부엌과 여차하면 침대로도 쓸수 있는 식당의 의자들. 실제로 성수기에 방이 모자라면 식당에서 자기도 한다고.
커다란 물고기 모양의 방키가 나란히 걸려있고, 네팔어인지 티벳어인지 글씨가 쐐기문자처럼 촘촘히 박혀있는 색색의 깃발들.
오늘은 얼마 걷지 않을 테니 간단하게 아침식사. 마치 공갈빵을 닮은 구릉족의 전통빵과 벌꿀.
아무래도 물자가 귀하고 조달하기도 쉽지 않을 테니, 플라스틱 의자같은 것들도 이렇게 수리해서 쓰는 동네다.
이제 마지막 여정을 완수하러 다시 출발. 지붕만 덮인 비닐하우스 너머로 평탄하고 여유로운 길이 계속 이어진다.
길을 막고 선 송아지가 혀를 빼물고는 달려들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뭔가 그로테스크하기도 하고, 광우병은 아니겠지 싶기도 하고.
트레킹 코스 옆의 허름한 가건물같은 상점에서 과일을 파는 꼬마애들은 자기들이 강에서 잡았다며 '피시~피시~' 이런다.
길은 중간중간 히말라야에서부터 터져나온 물줄기로 흠뻑 젖고 잠기고 끊기기도 한 제법 도전적인 오프로드길.
트레킹 첫날 점심을 먹었던 비레탄티. 이곳에서 트레커 카드와 TIMS카드를 검사받고 체크인을 했었는데, 꼬박 8일만에 체크아웃.
아저씨가 도장을 쾅쾅 찍어주고는 어디까지 갔다왔냐며 활짝 웃어준다.
비레탄티에서 나야풀로 걷는 길은 트레커들을 위한 장비점들, 그리고 온갖 조잡한 기념품점들이 늘어서 있는데,
그 와중에 눈길을 끈 장면. 말그대로 '닭장차'에서 닭을 사려는 아주머니가 날갯죽지를 잡고 거침없이 끌어당기는 모습.
신기하게도 박스 안에 담긴 닭은 더이상 저항도 하지 않고 날개를 늘어뜨린 채 얌전하다.
나야풀 즈음에서, 그러고 보니 내가 딱 출발했던 바로 그 지점에서 빨노파의 트레커들이 장비를 챙기고 이제 출발하려나보다.
그리고 나야풀에 거의 도착할 즈음 가이드가 잡은 택시 한대. 이제 안나푸르나 푼힐, 그리고 베이스캠프 트레킹은 끝.
용수철 소리 삐걱거리는 자동차의 쿠션에 감탄하며 몸을 편히 뉘인 채 잠시 가던 중에, 차도 역시 히말라야에서 터져나온
물줄기들로 잡아먹힌 구간들을 지나게 되어 그야말로 오프로드 체험을 방불케 했다. 저런 길을 지프도 아니고 소형차로 막 건너고.
그렇게 나야풀에서 포카라로. 포카라에서는 페와호수를 둘러보고 카투만두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다.
총 10일동안의 휴가, 직행비행기가 아니라 오갈 때 근 12시간-15시간을 소요하고 남는 시간은 거의 전부 트레킹에 썼던 휴가.
카투만두에서 포카라까지 국내선 비행기를 타서 오가며 시간을 아끼고, 그렇게 남긴 시간으로 조금 포카라와 카투만두를
둘러볼 수는 있었지만, 트레킹에 근 7일을 꽉 채워 할애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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