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단순하게살기로했다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미니멀리즘 #대지진 #일본

저자가 말하는 단순한 삶을 설명하는 글과 논리는 전혀 단순하지 않다. 게다가 도무지 사기만 하고 버리지는 않는, 청소나 정리 따위 하지 않고 쟁여두기만 하는 창고형 인간이라니, 이런 인간형이 흔할까 싶어서 공감도 떨어진다. 선이니 미니멀리즘같은 단어로 그럴듯하게 치장하고 잡스와 마더테레사와 간디를 운운하고 인간 정신과 역사를 들어 정신사납게 쓰고 있는데, 결국 '미니멀하게 말하자면' 내가 파악한 키워드는 두 가지다. 디지탈로의 이동(digitalization), 그리고 우선순위 정하기(prioritization).

일본만화 드래곤볼에 등장했던 기똥찬 발명품, 호이포이캡슐. 집이던 차던 수십톤의 물이던 전부 조그마한 캡슐 안에 집어넣었다가 꺼냈다가 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그 자체로 매혹적이었더랬다. 아마 그걸 가장 가깝게 구현할 수 있는 게 디지털로의 이동 아닐까. 무게도 부피도 없어 현실세계에 존재하지 않지만 언제든 꺼내어 보고 들을 수 있는 디지털 컨텐츠의 물성. 저자가 말하는 지독히 단순화된 '물건구매-만족-익숙해짐-싫증'의 무한루프가 실제로 존재하며 동시에 벗어나야 한다는 점에 모든 사람이 동의한다 하더라도, 그가 제안하는 미니멀한 삶에서조차 이 루프는 사실 끊어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대체 그가 마지막까지 버릴 수 없어 남겼다며 예찬해 마지않는 애플의 고성능 컴퓨터/스마트폰 속 데이터는 얼마나 빠르게 소비되고 쌓이고 있을까. 현실세계의 물건들을 처분하고 사진파일로 옮겨둔 그 디지털 세계, 씨디와 책 대신 인터넷 속 온갖 컨텐츠와 정보로 갈음하는 그 세계 속에서 그는 미니멀리즘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그의 시도가 부질없다거나 기만적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주변정리의 차원에서, 무한욕구의 궤도에서 탈출해 보다 자족적인 삶을 추구한다는 차원에서도 그는 나름 의미있는 제안을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니깐. 우선순위를 정하고 핵심이 아닌 것들을 지워내보자는, 너무도 담백하고 당연한 이야기라서 김이 좀 빠지긴 하지만 말이다. 저자같이 극단적인, '지저분한 방 출신의' 인간 말고 좀더 평균적인 인간을 들어 말해보자면, 평소 하듯 오래되었거나 낡았거나 안 쓰는 물건은 버리던 팔던 하자는 거다. 그렇게 물건들이 들고나는 과정에서도 살아남은 것들, 그런 것들은 꼭 필요한 것들이니 잘 챙기고, 나머지는 그보다 덜 중요한 것들이니 과감하게 덜어내어 버리던 혹은 마음만 덜어내던 그러자는 거다. 뻔하다고? 어디 이런 류의 책이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 하던가.

결론적으로 미니멀리즘이라는 단어를 온전히 짊어지기엔, 저자가 펼치는 철학은 그다지 근본적이거나 철저하지 못하며 차라리 극단적인 버전의 집정리 스킬에 가깝다. 그런데 외려 내 흥미를 끈 건 이 부분이었다. 아날로그 물건들의 디지털로의 피난, 그건 저자가 의식한 것 이상으로 2011년 동일본대지진의 후과인지도 모른다. 대지진이 터지고 방사능이 만연해도 아날로그 세상 그 어디로도 도망치지 못한다는 걸 깨달은 이들이 준비하는 신천지 디지털로의 노마드행.


 

태국 꼬싸멧 지도, 반페에서 배타고 삼십분이면 꼬싸멧의 나단페리항에 도착한다.

 

주로 동쪽 해안에 숙소가 몰려있지만 북쪽에도, 또 서쪽에도 리조트나 숙소가 있다.

 

반페의 누안팁 부두에서 받은 안내문. 가격과 행선지가 나와있다.

 

그리고 기타 정보.

 

문제가 되었던 지점, 방콕 에까마이에서 아침5시부터 출발하는 버스가 있다더니 실제로 에까마이 동부터미널에서

 

받은 일정표는 아침 7시부터 첫차가 있었다. 역시 여행다니면서 가이드북을 100% 믿어선 안 될 일.

 

꼬싸멧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으니 입장료가 별도로 부과된다. 인당 200바트.

 

그리고 티켓, 반페의 누안팁 항구에서 꼬싸멧의 나단 항구까지 오가는 티켓이다.

 

이건 방콕의 에까마이 동부버스터미널에서 반페까지 오가는 버스 티켓. (왕복으로 미리 구매하면 더 싸다.)

 

그리고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에서 에까마이 동부버스터미널까지 택시를 타고 올 때 고속도로를 이용하고 낸 톨게이트 영수증.

 

구간별 요금이 차등지급될 테고, 그 구간을 식별하는 방법으로 저렇게 티켓 테두리에 구멍을 뚫어서 몇번에서 몇번 구간까지

 

고속도로를 운행했는지 확인하는 듯 했다. 디지털화되지는 않은 상태지만 나름 부족할 것 없는 아날로그의 감성.

 

 

 

금요일 점심마다 짬을 내어 피아노 학원을 다닌지도 어언 3개월, 이제 슬슬 새끼손가락에도 힘이 들어가고 어렸을 적

배웠던 것들이 몸에서 깨어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질러버렸다. 피아노. CASIO의 PX320, 가뜩이나 책으로 가득차서

좁은 방에 뭔가를 더 들이는 게 부담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멜로디 악기를 쭉 배우고 싶단 생각에 중고로 질렀다.

(셔터속도 15 sec, 조리개 F/29.0, ISO 800)

그리고 틈날 때마다 맹연습 중. 집에 일찍 들어가는 날이나, 늦게 들어가더라도 괜히 술이 땡기는 날이면 예전처럼

혼자 술을 홀짝이는 대신 피아노 커버를 벗기고 이것저것 치고 있다. 초딩 때 쳤던 정규과정에 따르자면 모차르트

연습곡 번호 5번이나 7번을 치는 수준에까지는 돌아왔는데, 굳이 그 레파토리 따르지 않고 치고 싶은 곡들 치려고

지금은 유키 구라모토의 'ROMANCE'와 야니의 'ONE MAN'S DREAM'을 주로 연습하는 중.

(셔터속도 5 sec, 조리개 F/11.0, ISO 100)

술을 혼자 마시거나 하진 않는다고 말은 했지만, 엊그제부터는 집에서 위스키나 꼬냑 한 잔 따라두고 향이 잔잔하게

퍼지기를 기다리며 두어번 곡을 연습하는 재미에 눈을 떠 버렸다. 비틀비틀 건반 위를 허우적대다가 보면 어느 순간

황금빛 알콜의 짙고 끈적한 향이 음표처럼 방안을 떠도는 거다.

(셔터속도 8 sec, 조리개 F/32.0, ISO 1600)

우야튼 그리하여, 정확히 10월 6일에 업어온 피아노. 어느새 3주로 접어들고 있지만 피아노를 향한 열정은 식을 줄을

모른다. (심지어 이름도 지어줘버렸다. '나넬', 모짜르트의 누나이자 숨겨진 천재, 그리고 최근 영화로도 개봉된 그녀의 이름)

두고 봐야겠지만 어느 정도 부끄럽지 않은 실력이 되었다 싶으면 동영상 녹화를 해서 여기에 하나씩 악보와 함께

올려볼까 싶기도 하고. (셔터속도 1/25sec, 조리개 F/3.5, ISO 800)


아, 그리고 악기 사진 올린 김에 겸겸. 회사에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배우기 시작한 알토 색소폰을 불고 있는 사진도.

2년 가까이 배웠지만 주중에 한번 잠깐 배우고 잠깐 연습한 거여서 아쉬운 점이 많다.

2년 동안 불면서 그래도, 아저씨들의 뽕삘 대신 근사한 재즈삘의 엇박을 조금은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과

길고 이쁜 동그라미를 그리며 호흡을 내뿜도록 좀더 가다듬게 되었다는 건 앞으로도 큰 재산이 될 듯.

물론 그 '재즈삘의 엇박' 감각은 정박 클래식 악보를 펼치고 피아노 연습을 하면서 한참 충돌하더니 지금은

어디갔는가 모르겠다. 아마도 안드로메다로.





우연의 미학, 크로스 프로세스.


Pentax K-r이 가진 강력한 장점이자 흥미로운 점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코 이녀석이다.

직전 기종인 K-x부터 장착된 기능인 크로스 프로세스. 이름만 들어도 뭔가를 비비 꼬아서

'허를 찌르는' 결과물을 내놓을 거 같은 느낌이 팍팍 오는 거 같았는데 정말 그랬다.



한국의 전통적인 오방색으로 화려하게 치장된 큰 북이 있었고, '크로스 프로세스' 기능을

적용해서 연사로 드르륵 긁어버렸다. 한장한장 약간씩 두드러진 색감이 달라지면서

차갑거나, 센치하거나, 옛스럽거나, 혹은 환상적인 느낌이 담기는 거다. 애초의 오리지널

사진이 빈틈없이 원색을 반영하는데 집중하느라 조금 단호하고 빈틈없이 느껴진다면,

크로스 프로세싱 기능을 통해 예기치 못한 빈틈이 생기고 거기에 감정이 담긴달까.




물론 그렇게 색감이 변하는 과정을 전혀 통제할 수 없는 건 아니다. '크로스 프로세스'

기능은 크게 세 가지의 방향으로 색감을 바꿔나갈 수 있다. 초록색-청색이 강화되는

게 하나, 노랑색이 강화되는 게 하나, 그리고 붉은색-보라색이 강화되는 게 다른 하나.

위의 사진들만 봐도 오리지널 사진에 어떤 색감이 강조되어 변형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디폴트 값(초기값)으로 주어진 세팅이 그렇게 세가지가 있으니 원하는 걸 선택한 후

셔터를 누르면 끝이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크로스 프로세싱'의 묘미는 다소 우연에 맡겨두는 거다. 특정 색감을

예측하고 찍기보다는 그저 랜덤으로 우다다, 대여섯장의 사진을 찍어두고 K-r이 알아서

변환시켜 내뱉는 사진을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같은 공간에 대한 전혀 다른 색감,

그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와 정취가 느껴지는 사진이 예기치 않게 튀어나오는 즐거움이란

뭐라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그저 한번 경험해 보랄 밖에.


광화문 인근을 걸으며 찍은 사진들, 역사박물관 앞에 있는 전차는 지날 때마다 생각했었다.

참 주변이랑 안 어울린다고. 전차만 딱 놓고 봤을 때는 뭐 그럭저럭 괜찮지만 화려한 간판을

두른 높은 건물들 사이에선 왠지 뜬금없고 위화감마저 든달까. 그걸 자연스럽게 풍경에

녹여내는데 조금이나마 성공했다면 역시 '크로스 프로세스' 기능의 위력. 아직도 스산한

바람이 내달리는 덕수궁 돌담길에 늘어뜨려진 앙상한 나무 그림자라거나, 갤러리 안을

덥히고 있는 빨갛게 달아오른 난로라거나, 나름의 분위기를 살려내며 신선한 느낌을

발견해 낼 수 있게 해주는 거다.


(How to use)

K-r의 메뉴 구성은 굉장히 찾기 편하게 되어 있는 것 같다. 메뉴 버튼을 누르고 나름의

기준에 따라 탭으로 묶여있는 기능들 가운데 '크로스 프로세스'를 찾아 누르면 이런

화면이 나타난다. 디폴트값으로 꺼져 있는 OFF, 그리고 차례로 랜덤모드, 초록빛 강화,

노랑빛 강화, 붉은빛이 강화되는 모드에 더해 세가지 마이스타일 즐겨찾기 모드까지.

아무래도 '우연'같은 사진을 발견하는 재미를 원한다면 랜덤모드가 최고인 듯.



언제고 손쉽게, 디지털 필터.


렌즈 앞에 돌려 껴야하는 '아날로그 필터'는 나름 가격도 있는 데다가 그때그때 카메라를 부여쥐고

낑낑 돌려야 한다는 단점이 있는 거 같다. 사진 한두장 효과를 더해보자고 필터를 바꾸는 건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어서 그냥 포기하곤 했는데, 그럴 때 유용한 게 바로 디지털 필터다. 요새는 다른

브랜드의 카메라에도 왠만한 디지털 필터 기능은 있다고 하지만 K-r만큼 다양하고 섬세한 조정이

가능하지는 않은 것 같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디지털 필터 기능은 ①토이카메라, ②복고풍, ③하이콘트라스트, ④색추출,

⑤소프트, ⑥트윙클, ⑦어안, 그리고 ⑧커스텀(맞춤형) 기능이다. 그 각각에 대해서 몇가지의

디테일한 수정과 변경이 가능하니까 꽤나 광범위한 선택의 폭을 가진 셈이다. 위의 사진은 차례로

각 디지털 필터를 기본적으로 적용시켜본 일곱가지 샘플인데, 각각의 효과가 뚜렷하다.

특히 마지막 어안렌즈가 적용된 사진은 다소 유머러스하게 나와서 보고 있음 웃음이 난다.



파스텔톤의 천이 색색이 늘어뜨려진 공간, 부드럽긴 하지만 다소 늘어지고 밋밋한 느낌의 풍경이

필터의 도움으로 꽤나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보였다. 굉장히 강렬한 콘트라스트가 적용되어

역동적이랄까 거친 분위기로 바뀌기도 하고(③하이콘트라스트), 모노톤 가운데 빨간색깔만 추출해

두드러지게도 하고(④색추출), 아님 아예 천들이 너울치는 물결인양 극도로 부드럽게 만들어

버리기도 하고(⑤소프트), 다소 뜬금없게 공간을 휘어버려 당혹스럽게도 하는(⑦어안) 사진들.



일월성신도를 배경으로 한 왕좌를 마찬가지로 여러 디지털 필터를 적용해서 찍어 보았다.

필터를 전환하는 것 역시 매우 간단한지라, 사람들이 왔다갔다하는 와중에도 금방 모든 필터를

활용해서 사진을 찍어볼 수 있었는데 그 와중에 정말 재미있는 기능 발견! 색추출기능이 참

요모조모 독특한 느낌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거다. 노란색, 초록색, 파랑색, 빨강색, 분홍색,

하늘색 등 여섯가지 색깔을 추출해내고 나머지는 모두 모노톤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능.


즐겨찾기 #1. 색추출 기능!

 

이런 식인 거다. 알록달록한 색감의 놀이터를 각각의 색으로 쪼개서 표현할 수 있는 기능이다.

그러고 보면 이런 식의 기능은 광고 포스터나 영화 포스터에서 적잖게 봤던 거 같다. 립스틱

광고라면 입술만 새빨갛고 나머지는 모두 모노톤으로, 영화 광고라면 특정 물체만 색깔을

살리고 나머지는 모두 모노톤으로. 어쨌든 원하는 색깔, 원하는 물체를 부각시키는 데에는

그만큼 탁월한 기능이란 반증인 거 같다. 재미있기도 하고.



한번에 한가지 색만 추출하는 게 아니라 두가지 색까지 동시에 추출할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위에는 각각 파란색, 노란색 하나씩만 추출해 본 사진들이지만 바로 위에는 파랑과 노랑 두가지

모두를 추출한 사진들. 좀더 은근하게 분위기를 바꾸어주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어디가 이상한지

딱히 못 찾아낼 정도긴 하지만 그렇다고 평소에 질리도록 보았던 평범한 풍경과는 뭔가 다른.

평소 보던 풍경, 아랫쪽과 같은 풍경이었다면 노랑색만 추출해낸 사진은 영 느낌이 달라졌다.

샛노랗게 두드러지는 색감도 눈에 쏙쏙 꽂히도록 이쁘고, 슬쩍 저너머 나무에 묻어나는 노랑

개나리 뭉치의 느낌도 좋다. 

 


마찬가지로 다채로운 빛깔의 차들이 종횡하는 거리의 풍경에서 잡다한 색깔을 지워내고 각각

파란색, 빨간색만 남겨내어 보았다. 단순 모노톤의 사진과는 달리 생생한 빛깔 하나가 추가되어

별 인상도 남기지 못하고 그저 그렇던 사진이 조금은 구제되었달까.


이렇게 빨간색만 살려내는 게 그간 봐왔던 광고나 영화 포스터의 수법이었던 거 같은데, 그냥

모노톤에 빨간색 하나 끼는 것만으로도 제법 그럴 듯한 사진이 되는 거 같다.


(How to use)

간단하다. 메뉴에서 '디지털 필터'를 누르면 이렇게 펼쳐지는 다양한 옵션, 무슨 디지털 필터

마켓에 온 듯한 느낌이지만 당장은 색추출이 급하니깐. 첫번째 추출할 색깔을 정하고 사진을

찍거나, 기본적으로는 꺼져 있는 두번째 추출할 색깔을 마저 선택해서 사진을 찍으면 된다.

각각 감도를 다섯단계에 걸쳐 설정할 수도 있으니 좀더 섬세한 접근도 가능한 건 물론이다.



즐겨찾기 #2. 어안 렌즈 기능!

 

 

봄볕은 따뜻하지만 아직 바람이 차갑던 날에, 건물 옥상 언저리에서 외벽 청소를 하고 계신

아저씨가 있었다. 왠지 위태해보이기도 하고 굉장히 추워보이기도 하고, 가느다란 줄 하나에

의지해 계신 아저씨가 불안해서 뭔가 발받침이 될 만한 게 없을까 싶었다. 불쑥~, 사진으로나마

아저씨의 발이 가닿을 만한 곳을 잡아당겨서 조금은 편하게 일하시라고.


이런 게 어안 렌즈의 본래적인 기능이야 아니겠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뭔가 유연하고 찰진

반죽을 쑥~ 잡아뽑듯이 볼록하게 잡아당겨내는게 재미있다.


(How to use)

불룩하게 잡아뽑는 정도도 세 단계로 조정이 가능하다. 그리고 '⑧커스텀' 기능에서는 잡아뽑는

기능 말고도 밀어내는 기능도 있으니까 언제 한번 쑤욱~ 밀어내는 것도 시도해 보면 좋을 듯.

 

 

즐겨찾기 #3. 트윙클 기능

반짝반짝, 불빛을 잡아내서 그 위에 뭔가를 씌울 수 있다면 어떨까. 스티커사진처럼 유치하지는

않되 적당하게 귀엽고 발랄한 느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디지털 필터에 포함된 '트윙클' 기능이

딱 그런 의도에 부합하는 것 같다. 무려 다섯 가지 모양을 불빛에 덧씌울 수 있는데 잘만 활용하면

심심하거나 건조한 사진에 포인트를 줄 수 있을 듯. 물론 어쩌다 한두번 생각났다는 듯이 쓴다면

그다지 익숙해지지도 않고 번번이 생경할 테지만, 디지털 필터니까 쉽게 언제든 써볼 수 있을 거다.


(How to use)

십자 모양, 별 모양, 눈꽃 모양, 하트 모양, 혹은 음표 모양으로 빛나게 설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크기나 숫자, 기울어진 각도까지 조정할 수 있다. 그리고 아무래도 빛에 감응하는 거니까

ISO 감도를 바꾸거나 조리개를 바꾸는 것에 따라 나타나는 숫자가 다르더라는 것도 참고하시길.



간단한 편집까지 바로바로, 동영상.


동영상의 관건은 화질, 음향 아닐까 싶다. 그런 것에 더해, 카메라에서 직접 간단한 편집이 가능한

DSLR이라면 더할나위없겠다. 그런 점에서 Pentax K-r의 동영상 기능은 제법 강력한 거 같다.

 

찍은 동영상을 다시 확인하면서 보기에 전혀 모자람이 없는 92만화소 3.0인치의 광활한 LCD창이

넉넉하고도 화질이 참 좋아서 시원한 느낌이다. 색감이야 더 말할 것도 없고, 사방에서 쨍쨍거리며

울리는 전통 음악 역시 제법 살아있다.

게다가 이런 식으로 영상을 보면서 직접 간단한 가위질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맘에 드는지

안 드는지를 가려내며 동영상을 분할하거나 추출할 수 있는 편집이 가능하니까 앞뒤로 조금

불필요한 부분이 들어갔다고 해서 신경쓸 필요도 없고. 전용 배터리도 빵빵하니까 라이브뷰로

보면서 동영상 촬영하며 배터리 닳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


방콕의 'Golden Mountain'에서 탑돌이 중인 사람들, 그 와중에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징소리

같은 것들을 잡아내려면 역시 사진으로는 안되겠는 거다. 동영상으로라야 그들의 조심스런

발걸음, 간절한 표정, 너울지는 징소리 따위를 잡아낼 수 있다 싶었다.


그리고 덕수궁 수문장 교대식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 저 정연한 발걸음은 근대식 훈련을 받은

군인들의 그것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군기를 보여주는 거 같다. 게다가 색색의 화려한

깃발과 복장들이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은, 사진으로는 담기 힘든 풍경.


그리고 사람 눈을 순간 의심하게 만드는, 뭔가 공간을 찌부러져든 건가 싶은 저 조각상들 역시

사진만으로는 좀 느낌을 전달하기 애매하지 싶다. 위에서, 옆에서, 왼쪽에서 오른쪽에서 모두

보여줘야 저 미묘한 느낌이 살 수 있을 텐데 역시 그러기엔 동영상만한 게 없을 거 같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환경에서, 충분한 성능을 갖고 원하는 바를 잡아낼 수 있도록 섬세한

표현이 가능토록 해주는 건 역시 Pentax K-r이 가진 '보급기 종결자'로서의 스펙 덕분이지 싶다.





컴퓨터 하드를 점령하고도 여전히 배고프다는 '사진 파일들'

사진만 쌓여가던 참이다. 하드 용량도 모자라 본체 용량보다 더 큰 외장하드도 장만한 참이었다.

어느샌가 디지털카메라가 대세가 되고, 찍고 바로 LCD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기억의 편린-사진

장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속편하게 늘어가기 시작했었다. 아니, 종이를 헤아릴 때 쓰이는 '장'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겠다. 디지털화된 파일 '용량'이라고 해야 제대로 된 표현이겠다. 하여간 그 '파일 용량'은 처음엔

야금야금, 그렇지만 어느순간 우걱우걱 하드의 빈공간을 마냥 차지한 채 처치곤란한 먹깨비 괴물이 된 참이었다.


남는 건 사진뿐? 남는 건 '인화된 사진'뿐!

씨디로 저장해서 따로 보관해두었던 파일들조차 날아갈 수 있음을 미처 몰랐었다. 하드를 갈아엎는 통에

지워져 버린 수년 간의 기억이 서린 0과 1의 조합들, 그렇게 한 번 데이고 나서 정말 중요하다 싶은 걸 오랜 시간을

들여가며 선별해서 씨디로 구워두었던 건데. "남는 건 사진"뿐이란 말이 절반의 진실만 갖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남는 건 역시, 손에 잡히고 날아가버릴 위험없는 구체화된 사진 종이였던 거다. 물론 그 역시

자의던 타의던 지워야 할 일이 생기면 옛 사진들을 싸그리 모아 낙엽태우듯 불지르면 고만이라고는 하지만,

최소한 사람의 기억을 지워버리는데 필요한 노고를 요구하는 거 아닌가. 사진을 모으고, 적절한 장소를 골라,

불을 지피고, 마지막 한 조각까지 제대로 태워지는지 지켜보는. 휙, 사라지는 디지털과는 다르다.


촬영의 '화룡점정', 사진을 인화하고 활용하기.

디지털을 거부하며 새삼스런 아날로그 찬가를 불러젖힐 생각은 아니다. 다만, 사진을 이렇게 대책없이 파일

형태로 언제까지고 하드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도록 냅두는 건 모두에게 못할 짓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드에게나, 사진에게나, 사진 속 기억을 공유하는 사람들에게나. 무엇을 '찍는다'는 사진촬영의 의미는, 그로

인해 만들어진 한 순간의 추억을 적절한 사람들과 가능한 최선의 형태로 공유하도록 책임지면서 완성되는 거

아닐까. 그런 고민을 하다가 발견한 싸이트, 코닥온라인.(http://www.kodakonline.co.kr/)

사실 '코닥'이란 이름은 어려서부터 카메라 혹은 필름과 뗄레야 뗄 수 없이 한몸이었던 고유명사. 필름하면 으레 

코닥필름이 제일 좋은 줄 알고 24장, 36장 짜리를 우르르 사들고 여행을 떠나기도 했었고, 대체 코닥은 어느 나라

브랜드일까 싶다가도 왠지 독일이나 일본쯤 되지 않을까, 카메라 잘만드니까, 정도에서 궁금증은 그쳤었다. 조금

유식한 단어를 쓰며 좋아라 하면서부터는 그 자문자답에 광학기술이 좋은 독일이나 일본, 정도의 첨언이 더해진

정도, 이후로는 디지털 카메라가 대세가 되면서 어느새 슬쩍 기억 속에 잊혀지고 말았었는데. 이렇게 다시 보니

꽤나 반갑다.

알고 보니 어느새 120년, 그리고 코닥은 Made in USA, 아~ 미제였구나. 근 이십년만에 처음으로 코닥이 어디

나라에서 나온 필름, 아니 브랜드인지 알았다. 사실 여전히 코닥, 하면 필름이 떠오르는 건 인지상정. 그렇게

만든 건 그네들의 과오이기도 했지만, 이제 그 '위기'로부터 반전을 만들겠다며 디지털 인쇄시장에 진출해서

이렇게 한국에서도 단순 사진인화니, 포토북이니, 포토앨범이니, 게다가 사진을 덧입힌 각종 팬시상품에까지

영역을 넓혀가는 걸 볼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파일은 화소로 구성되어 있어 아날로그 카메라와는 다른 종이에 인화되어야 한다는 말, 그렇겠지 싶다.

뭔가 설명을 꼼꼼히 읽다 보면 광고문구로 호언한 대로 200년뿐만이 아니라, 한 500년도 거뜬하게 버텨낼 거 같다.

일반 가정에서 앨범이 아닌 곳에 그냥 뒹굴뒹굴해 두어도 100년까지 보존된다니, 할아버지에서 손자에 걸치는

삼대가 별다른 조치없이도 같은 사진을 볼 수 있다는 셈이니 조금 징글징글하기도. 어쨌든 코닥의 인화는 여느

인화지와는 달리 보다 선명하고 오래 보관하기 쉬운 최고의 인화지라는 점은 가장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셈.


#1. 내 집안의 현상소, 코닥온라인 사진 인화.
온라인상으로, 본인이 직접 원하는 사진들을 집에서 선택하고 보정해서 인화옵션까지 선택할 수 있다는 건 정말

꽤나 획기적인 일임에는 틀림없는 거 같다. 원하는 사진을 프로그램상에 올리면 3X5, 4X6 등의 사이즈에서

화질이 문제없이 나올지, 이미지가 잘려서 나오지는 않을지를 미리 보여주는 거다. 그리고 유광지에 출력할지

무광지에 출력할지, 어떤 사이즈로 몇 장을 출력할지를 정하기만 하면 인화 완료. 참 간단하다.


#2. 포토북, '나의 사진책 만들기 DIY' 버전이래도 될 듯한.
기본적으로 코닥온라인 홈페이지에서 모든 걸 작업할 수 있다는 게 정말 편하다. 포토북을 신청하고, 수십개의

디자인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표지를 정하고, 다시 수백개의 디자인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속지를 정하고, 그리고

원하는 사진과 문구들을 집어넣을 수 있는 거다. 사진첩을 만들 거라면 사진만 쭉 나열되도 괜찮겠지만, 그런 게

아니라 아기들을 위한 선물용이라거나 결혼을 앞둔 커플용, 뭐 여하간의 용도로건 원하는 대로 글도 적어넣을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 정해진 포맷이 있다고는 해도 워낙 많은 부분 손대고 바꿀 수 있어서 거의 '나의 책

만들기 DIY' 버전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겠다.


#3. 포토앨범, 조금은 더 격식과 품위를 고려한 포토북.
포토북부터 보고 나니 포토앨범, 이란 상품이 또 있길래 잠시 헷갈렸다. 이건 뭐지. 간단히 구분짓자면 포토북은

소프트커버, 인화가 아니라 컬러출력이어서 사진 품질도 조금 떨어진다고. 가격도 포토앨범에 비해서는 조금

싼 편이지만, 뒤집어 말하면 하드 커버보다는 더 캐주얼하고 맘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다.

그래서 포토앨범은 포토북과 직접 만들어나가는 방식이 비슷해 보인다. 역시 수십개의 표지 디자인, 수백개의

내지 디자인 중에서 직접 고르고 사진을 채워넣고 필요하면 글도 채워넣을 수 있는. 20장짜리 포토북에는 대략

50장 내외의 사진을 넣을 수 있을 듯 한데, 그 정도면 여행 한번이나 행사 한번, 그런 이벤트 한 번을 처음부터

끝까지 차곡차곡 채워넣기에 알맞은 분량이지 싶다.


#4. 포토팬시상품들, 본인 맘대로 만들어진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상품.

사진이 들어간 팬시상품들의 종류도 꽤나 다양해서 언제고 필요한 상품을 주문하면 되겠다. 주문후 제작해서

배송에까지 걸리는 시간이 한 5일 내외라고 하니까 그 정도의 여유만 갖고 미리 챙기면 귀중한 선물이 될 듯.

시계, 액자, 머그컵, 냉장고 자석, 타일 등 온갖 것들이 있었지만 그 중 하나, 커플머그컵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저런 형태의 컵에 들어갈 사진이나 문구를 직접 선택하고 디자인할 수 있다는 거다.

기본적으로 사진을 인화하던, 포토북을 만들던 포토앨범을 만들던 아니면 포토팬시상품을 만들던 그 디자인을

위한 프로그램은 같은지라, 한번만 해보면 다음 번에는 더욱 쉽게, 그리고 좀더 욕심을 부려서 멋지게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사진을 단순 인화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좀더 정제되고 이쁘게 꾸며진 형태로

보존하는 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 불끈.




* 본 글은 '코닥온라인 체험단' 활동의 일환으로 씌였습니다.


까만 먹장이 둘린 하늘엔 연등이 둥둥 떠있고, 살짝 비린내가 풍기는 청계천 수도물하천엔 호랑이며 선녀 따위

모양의 연등들이 늘어서있었다.


애초 종이에 저런 그림을 그린 후 조립하는 걸까 아님 철사로 모양을 잡은 후 그 종이 위에다가 그리는 걸까,

어떤 경우라 해도 저런 사이즈의 연등을 만들어내기란 꽤나 공덕이 필요할 게다.

그리고 청계천을 밝히던 십여개 연등의 행렬이 끝난 즈음, 디지털 가든이던가 그런 이름으로 꿈지럭꿈지럭

피어나는 꽃송이들. 꽃이라고는 하는데, 오히려 뭔가 자동차가 꿈틀꿈틀 변해서 로봇으로 변하는 트랜스포머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