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까지 와서 굳이 차이나타운을 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 잠시 고민을 하긴 했지만 두 가지 이유 때문에라도 가기로 했다.

 

망고빙수가 유명하다는 집에 가보고 싶었고, 거리를 온통 중국 내음 물씬하게 꾸며놨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역시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여기서부터는 차이나타운이야!'라고 외치는 느낌이다.

 

역시 거리에는 중국으로부터 흘러나온 마오쩌둥 배지니, 시뻘건 어록집이니, 아니면 저렇게 뭔가 신기하지만

 

조금은 조잡한 상품들이 가판 진열대마다 그득그득하다.

 

 

그러고 보면 정말 차이나타운은 어느 나라에 가나 비슷한 분위기, 싱가폴이나 샌프란이나, 아니면 동남아 어디가 되었건.

 

 

그래도 다닥다닥 어깨를 겯고선 건물들의 모양새라거나, 많이 퇴락한 채 곧 벗겨질 듯한 페인트들의 느낌은 역시 좋다.

 

하늘을 종횡하며 가로지르는 홍등도 좋고.

 

망고빙수. 이제 한국에도 많은 빙수 브랜드와 스타일들이 들어와있으니 굳이 새로울 건 없었지만, 망고 함량이 굳.

 

 

그리고는 싱가포르를 들른 사람이면 누구나 들른다는 점보레스토랑으로.

 

 

점보 레스토랑 앞에서 바라본 강 너머의 풍경. 마침 수륙양용배가 지나고 있다.

 

 

여기가 점보. 한자로는 진기할 진에 보물 보, 발음도 비슷하고 의미도 중의적인 영어 이름 잘 지었지 싶다.

 

워낙 손님이 많이 달리 예약을 하지 않는 한 하나의 커다란 중국식 라운드테이블을 다른 손님들과 나눠쓰게 된다.

 

내가 앉았던 데만 해도 무려 네 개 팀, 아홉명의 인원이 저 테이블을 함께 썼더랬다.

 

점보 레스토랑의 시그너쳐 메뉴, 칠리 크랩.

 

그리고 그에 못지 않다는 페퍼 칠리 크랩.

 

새우볶음밥도 맛보고.

 

칠리크랩 소스에 찍어먹으면 그 바삭바삭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한결 더 찰지게 무르익는 빵까지.

 

음식 사진은 잘 안 올리지만 여긴 한번 남겨둘만 하다 싶어, 메뉴마다 한장씩 열심히 찍어두었다.

 

 

전주의 숨어있는 까페, 나무라디오. 혹은 나무라듸오. 오랜 한옥집의 얼개를 거의 그대로 유지한 채 까페로 탈바꿈한 곳인지라,

 

나름의 따뜻함과 오랜 목재들이 빚어내는 운치가 살아있다. 게다가 잔잔한 분위기의 음악과 그걸 그대로 체현한 듯한 주인 아저씨도.

 

 

 

 

 

 

 

어슴푸레해질 무렵 들어서는 입구에 이렇게 이쁘게 반짝반짝 조명이 섰다.

 

 

벽면에 붙어있던 다종다기한 낙서같은 모양새의 나무라디오 간판..이라고 해야 할까, 아마도 주인 아저씨가 취미삼아

 

나무를 만지시나본데, 하나하나 꽤나 품과 시간을 들이셨을 법 하다.

 

 

 

 

 

작년 가을에 갔을 때와는 달리, 한여름 뙤약볕 아래 금문교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전과는 다른 뷰포인트를 찾기 위해

 

꽤나 경사진 오르막길을 오르느라 자전거 페달을 죽도록 밟긴 했지만,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던 각도와 높이.

 

피셔맨스워프에서 금문교를 향해 달리는 길.

 

 

금문교의 상판, 번듯하고 미끈한 외양을 주목하는 것도 좋지만 그 아래에서 이렇게 튼튼하고 촘촘하게 받쳐든 기둥들은 잊지 말 일.

 

금문교 위에서 태평양 쪽으로 내다본 풍경.

 

 

그리고 소살리토로 향하는 길, 중간에 고개를 뒤로 빼고 금문교를 바라보면 이런 뷰가 잡힌다.

 

그리고 이건, 금문교를 내려다볼 수 있을 만큼 높은 고개 위로 올라가서 바라본 금문교의 끄트머리.

 

 

샌프란시스코에서 금문교를 건넌 반대편은 사실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렇게 군사시설이 있었다고 한다.

 

태평양을 가로질러 혹여 미국의 내륙으로 접근해올 항공기나 함선을 막기 위한 시설이었다는데 이젠 쓰이지 않는다고.

 

그래서 이곳에서는 금문교의 높다란 첨단으로부터 내리긋는 강철줄들로 저너머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투망질할 수가 있다.

 

 

혹은 아예 이렇게, 짙푸른 바다 위의 한조각 하얀 돛단배를 금문교의 강철줄로 낚시질해볼 수도 있는 위치.

 

이건 금문교를 다시 건너 돌아와서 샌프란시스코 서안의 태평양을 만나러 가는 길에 뒤돌아보고 발견한 풍경.

 

 

 

 

자전거를 타고 피어39에서 금문교를 지나, 그만큼의 거리를 또 달리고 나면 소살리토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처음 도착한 여행지에 들렀을 때 으레 그러하듯 다짜고짜 여행안내소로. 여기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으면 좋을까요?

 

왠지 현지에서 사시는 분들의 추천은 가이드북과는 달랐던 경험에서 나온 건데, 역시나 새하얀 백발이 눈부신 할머니의

 

카랑카랑하고도 자부심 넘치는 한 마디. 꼭 봐야 하는 건 없지만, 한나절 여유롭게 거닐기엔 딱 좋은 사이즈와 분위기가 있답니다.

 

소살리토 초입에 들어서자 바다넘어 보이는 샌프란시스코의 마천루.

 

 

 

그리고 해변의 돌들을 가지고 아주아주 미묘하게 균형을 잡아 세우는 예술작업중이신 예술가 아저씨.

 

 

샌프란시스코의 도로변에도 비슷한 표지가 있었는데, 소살리토의 표지는 생선 모양으로 조금 다르다.

 

그리고 소살리토를 돌아볼 때 일종의 이정표가 될 수 있는 분수. 삐에로처럼 고리눈을 한 채 활짝 웃는 표정이 괴랄하다.

 

미국의 소도시, 작은 마을에서 왠지 인도 냄새가 나는 코끼리상을 볼 줄은 몰랐는데.

 

샌프란시스코나 여기나, 시끌벅적하게 공기를 찢으며 내달리는 소방차의 위용은 마찬가지.

 

 

그런데 참 번쩍번쩍, 얼핏 보기에도 관리도 잘 되어 있고 굉장히 신형인 차들이다. 새빨간 도색은 말할 것도 없고.

 

 

소살리토의 샵들, 레스토랑들, 까페들과 자그마한 갤러리들을 휘적휘적 둘러보고 나니 두어시간.

 

 

자전거 주차는 아무데나 하지 말라고 경고판이 사방에 붙어있지만, 사실 또 그렇다고 유료로 주차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다고 사진의 포인트가 저 자전거 주차금지 표지판인 건 아니랄까.

 

 

화단이 잘 정돈된 모양새나, 천박하지 않은 간판들이 차분하게 늘어선 모양새나. 제각기 개성있는 건물들하며.

 

 그 와중에 소살리토의 메인로드로부터 샛길로 빠지는 왼갖 골목길들이 호시탐탐 여행객들을 노리고 있다.

 

 금문교를 건너 자전거로 여기까지 온 여행자들은 대개 페리를 이용해서 샌프란 시내로 돌아가는데, 대충 두어시간이면

 

돌아갈 수 있는 길이니 그냥 사람들 배타는 것만 조금 구경하다가 슬슬 돌아가기로 했다.

 

 

비지터 센터의 호호백발 할머니 말씀이 맞았던 거 같다. 뭔가 특별히 볼 게 있다거나 즐길 게 있는 곳은 아니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맞이하는 바다와는 다른 느낌의 풍경과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 작은 어촌 마을이다. 소살리토란.

 

 

 

하루종일 새파랗게 날이 선 하늘이더니, 해가 어둑어둑 내려설 무렵의 하늘이 너무나도 이뻤던. 9월초의 샌프란시스코.

 

카메라를 쥐고 피어39의 뷰포인트를 찾아 걷고 있는데 마치 태풍이라도 치는 듯 휘몰아치는 구름이 새빨갛게 불타고 있었다.

 

그보다 조금 전, 피어39로 걸어가는 길에 멀찍이 보이던 알카트라즈 섬.

 

 

그리고 큰 배를 바다로 내려보내는 도크, 그 너머로 스물스물 붉게 달아오를 준비가 된 샌프란의 하늘.

 

여기도 왠지 쌍쌍의 자물쇠들이 철조망에 굳게 매달려 있다. 열쇠는 아마도 바다로 던져버렸을까.

 

이런 하늘 빛깔, 술렁거림을 맛볼 수 있었다는 건 그야말로 이번 샌프란 출장 겸 여행의 백미.

 

 

 

해가 완전 바닷속으로 잠기고 나서야 샌프란시스코 항구의 불빛들이 둥싯둥싯 떠오르기 시작한다.

 

피어39의 레스토랑들과 샵들, 노점들까지도 불야성을 이루던 찰나지간의 매직 아워.

 

피어39의 한가운데를 버티고 선 메리고라운드. 그렇게 크진 않지만 짭조름한 바닷내와 더불어 흥취를 북돋는데는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피어39의 끄트머리, 마치 샌프란시스코 유니온스퀘어에서처럼 하트 모양의 조형물이 헬륨가스 들이찬 풍선처럼 둥실.

 

 

매직아워도 잠시,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던 피어39에 남은 거라곤 물색모르고 여전히 들떠있는 공기와 몇몇 알전구들.

 

 

 

느닷없이 도시가 술렁거렸다. 잠시만 방심하면 어디서고 빽빽, 소리를 내며 시뻘겋게 내달리는 소방차가 튀어나오긴 하는 도시라지만

 

조금은 다른 종류의 술렁거림이었다. 그리고, 그가 나타났다.

 

사실은 유니온 스퀘어에서 이미 한번 조우했던, 익숙한 그의 실루엣과 푸근한 똥배였다. 그때는 미처 마음을 다잡지 못해 셔터를

 

누를 타이밍을 놓쳤던 것 뿐, 유니온 스퀘어에서 피셔맨스워프까지 사십분을 걸으며 아쉬워하던 참이라 이번엔 영락없었다. 찰칵.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의 속도에 맞추어 카메라를 움직이는, 나름 패닝까지 시도해가며 찰칵.

 

무지하게 시원할 거 같다. 그 와중에도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헬멧을 썼지만, 사실 저렇게 입고 타다가 사고가 나면 아후 정말.

 

어디가 어떻게 까지거나 찢어지던 무지하게 아플 거 같다.

 

시선을 온통 살색 충만한 아저씨한테 뺐겼다가 재미난 자전거들을 몇 대 흘려보낸 뒤, 정신을 가다듬고 끊이지 않는 행렬을 훑었다.

 

키보다도 훨씬 높은 자전거, 그것도 스트라이다와 같은 삼각 형태의 자전거가 몇 대 지나가길래 그 중 하나를 캡쳐.

 

 

샌프란시스코, 정확하게는 나파밸리를 진원으로 하는 강도6.0의 지진이 발생한지 일주일 후. 여진이 있지는 않을지, 피해가 크다던데

 

제대로 돌아볼 수는 있을지 걱정스러운 상황이었지만 막상 가보니 아무런 특이점을 찾아볼 수 있었던 나파밸리.

 

작년말에 돌아본 곳이 주로 소규모의 작은 와이너리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나파밸리에서 세번째로 크다는 베린저Beringer 와이너리를

 

찾아보았다. 확실히 포도밭도 넓고, 와이너리 투어도 훨씬 더 체계적인 모습. 우선 이렇게 각지의 토질을 비교해놓은 장면부터.

 

운좋게도 9월초는 포도를 수확하는 타이밍이라 한다. 곳곳에서 검은 보랏빛으로 통통하게 익은 포도송이들이 보인다.

 

 

 

 

 

독일에서 넘어온 와인제조 장인의 후손들이 가업으로 잇고 있는 곳이라, 와이너리의 이름도 그렇지만 건물이나 정원도 독일 느낌.

 

 

 

열시부터 시작한다는 와이너리 투어 이전에 여유있게 도착했는지라, 마치 조그마한 공원처럼 이쁘게 꾸며져 있는

 

와이너리 곳곳을 돌아다니며 상큼한 포도향과 허브 향기가 진동하는 아침공기를 흐트려놓았다.

 

 

 

그리고 와인 테이스팅 투어 시작.

 

 

베린저 와이너리의 가장 큰 와이너리는 독일식을 따서 만든, 야산에 서늘한 동굴을 파고 이를 꾸며놓은 와인저장고.

 

그 앞으로는 건물을 세워 와인 저장과 포도 착즙, 숙성 등의 과정을 같은 공간으로 할 수 있도록 해두었다.

 

 

와인저장고에서의 사진은,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밖에 없어 노이즈가 엉망.

 

 

그리고 테이스팅. 베린저의 대표 와인들 세 가지를 고루 맛보는 기회였는데, 단순히 일정 시간내에 부어라 마셔라

 

하는 테이스팅이 아니라, 기본적인 와인 마시는 방법에서부터 어울리는 안주를 고르는 방법까지 세심하게 교육해주었다.

 

와인과 안주와의 마리아주가 흔히 생각하듯 레드와인-고기, 화이트와인-생선 식으로 간단하지만은 않단 이야기.

 

 

 

 

테이스팅을 마치고 둘러본 샵. 고풍스런 느낌의 스테인드글라스하며, 어두침침한 가운데 농밀하게 깔린 와인 향기하며.

 

나파밸리나 소노마밸리나, 와이너리들의 기념품샵은 왠지 제각기 개성있으면서도 비슷한 느낌이다.

 

와인 관련 악세서리들이나, 비네거 소스, 와인향을 첨가한 비누 같은 것들.

 

 

 

 

 

그렇게 테이스팅과 와이너리 투어를 마치고 샵에서 한보퉁이 지르고 나니까 어느덧 두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글쎄, 시간내 무제한 리필을 해주는 아기자기한 느낌의 소규모 와이너리 투어도 좋았지만, 소믈리에 급의 가이드가

 

와인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재미있게 풀어주는 체계잡힌 투어도 무척이나 좋은 경험이었던 듯.

 

 

* 와인과 음식과의 궁합에 대한 다이아그램 (by Beringer)

 

 

 

아이폰으로 찍느라 사진이 그렇게 이쁘진 않지만, 그야말로 힐링 음식.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행위만으로도 기분이 행복해질 수 있단

 

평범한 사실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곳이 바로 스시타츠다. 아무래도 고가인 탓에 쉽게 접근하긴 어렵지만, 두시간 넘는 저녁식사를

 

하면서 두어달치의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버리는 느낌이 든다면야 때때로 가서 호사를 누릴 만 하지 않을까.

 

 

 

 

 

 

 

 

 

 

 

 

 

 

 

 

 

 

 

 

 

 

나파밸리와 쌍벽을 이룬다는 미국 서부의 와이너리 마을, 소노마밸리. 오늘 아침 갑작스런 강진 소식에 깜짝 놀라서

 

새삼 작년 11월경의 사진들을 되찾아보게 되었다. 소노마밸리를 상징한다는 일곱개의 깃발 의미부터 되새기기.

 

 

 

 

나파 밸리나 소노마 밸리의 여느 와이너리들이 그렇듯 이 곳 역시 초창기 시절의 허름하고 낡은 착즙기라거나 기타 와인 제조에

 

필요한 장비들을 한켠에 전시해 두고 있었다. 먼지 내려앉고 허름한 그 자체로 이 와이너리들의 전통이 숙성되는 모습이다.

 

 

오크통에 저렇게 새겨넣는 와이너리들만의 문양과 브랜드 네임들, 그렇게 만들어진 거대한 통들은 여전히 반질반질하다.

 

 

 

 

제법 서늘한 냉기가 감돌던 와이너리의 와인 저장고이자 시음장, 맛을 음미하면서도 최대한 신속하게 최대한 많이 마실 수 있도록

 

몇 잔을 마시고 나니 오전에 들렀던 나파밸리에서 축적한 취기와 맞물려 더욱 기분이 업되는 느낌.

 

와이너리를 이끌게 될 젊은 피 중 한 방울의 와이너리 소개와 더불어 포도 품종에 대한 설명도 듣고.

 

 

마치 그리스나 로마 시대의 열주문을 연상케 하는 대리석 빠방한 공간들을 둘러보며 얼콰한 술기운을 즐기다 보니,

 

와인 익는 냄새만으로 어느결에 만취해 버린 듯한 단풍나무를 마주하기도 하고.

 

건물 안에서는 또다른 팀이 와인을 시음하며 느긋해진 매무새로 즐기는 중이다.

 

 

 

'세바스차니'였던가, 와이너리의 이름. 이름이 뭐였던간에, 내겐 나파와 소노마에 산재한 수많은 와이너리는 비슷한 이미지로 남았다.

 

 

붉은 단풍빛 와이너리, 바싹 마른 채 바람에 나뒹구는 포도잎들, 그리고 한층 더 짙고 무거워진 와인의 맛과 향.

 

꼭 같은 와인이었대도, 이런 날씨와 이런 햇살이 아니었다면 좀더 맛이 가볍고 연했을 거 같다. 아무래도 신세계 와인이다보니.

 

지진 피해에서 모두 무사하시기를. 더이상의 피해는 없길 바라며.

 

연꽃이 뾰족하니 솟아오르고, 둥긋둥긋한 꽃잎 위로 나비가 깃을 나리던 곳. 색소폰 소리 짙게 울리는 두물머리 옆의 세미원이다.

 

 

 

 

세미원과 두물머리를 잇는 배다리, 배를 둥둥 엮어 만든 다리라 하여 배다리라 하였던가. 제법 센스넘치는 안내문이 각별하다.

 

 

 

 

이렇게 수십척의 배를 매어 다리를 만드는 건 아마도 높은 분의 행차를 위해서렸다, 색색의 깃발을 세워둔 것만 해도 알만 하다.

 

 

트로트삘 충만한 색소폰 소리는 사진에 담기지 않았지만, 왠지 두물머리의 풍경에는 자연스레 연주 소리가 흘러나오는 듯.

 

 

금문교의 붉은 실루엣을 옆에 치워둔 채, 세찬 바닷바람에 긴치마를 펄럭거리며 갈매기를 불러들이던 그녀.

 

하늘로 쭉 뻗어올린 그녀의 손에 화답하듯 주위에 내려앉은 갈매기들은 과자 부스러기보다 그녀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후텁해진 실내 공기 속에서 나른하게 겨울볕을 쬐다 잠들어버린 고양이, 그런 고양이를 구경하다 보면 어느결에 카레냄새가.

 

 

 

 

아직 한옥마을의 상권이 확 번져나가지는 않은 끄트머리쯤의 카레전문점. 문구점 간판을 리폼한 듯한 얼기설기한 간판이 좋다.

 

그리고 벽초 홍명희의 생가였던가, 한옥 건물 한켠에 기대어선 돌멩이 가족들.

 

 

 

이런 터무니없이 거창한 이름의 부동산집도 여전히 구경거리가 아닌 실제 삶의 터전으로 버텨내고 있었고.

 

왠지 옛날 목욕탕을 떠올리게 하는 붉은 벽돌담에 한자씩 큼지막하게 돋아난 한약방의 간판도 눈길을 끈다.

 

 

전주에서 차로 조금 이동해야 나타나는 오스 갤러리, 어느결에 사람들이 수두룩빽빽해진 전주 시내 말고 좀더 내밀한 곳을 원할 때.

 

 

봄에 오면 벚꽃이 만개해 있다는 길을 한참 꼬불꼬불 달리다보면 툭, 하고 나타나는 야트막한 건물. 갤러리 느낌이 벌써부터.

 

여리지만 섬세한 겨울볕, 그만큼 희뿌옇고 존재감없는 겨울 그림자.

 

귀여운 화장실 표시.

 

그리고 통유리로 시원하게 트인 바깥 풍경과 함께, 어느 푸릇한 봄철 이 곳을 담았을 사진 몇장이 겹쳐졌다.

 

 

 

 

BGM. 이화동, 에피톤 프로젝트

 

 

 

 우리 두 손 마주잡고 걷던 서울 하늘동네

 

 

 

좁은 이화동 골목길 여긴 아직 그대로야

 

 

 

 

 

 

 

그늘 곁에 그림들은 다시 웃어 보여줬고

 

 

 

 

하늘 가까이 오르니 그대 모습이 떠올라

 

 

 아름답게 눈이 부시던 그해 오월 햇살

 

 

 

푸르게 빛나던 나뭇잎까지 혹시 잊어버렸었니.

 

 

 

 

 우리 함께 했던 날들 어떻게 잊겠니?

 

 

 

아름답게 눈이 부시던 그 해 오월 햇살

 

 그대의 눈빛과 머릿결까지 손에 잡힐 듯 선명해

 

 

 아직 난 너를 잊을 수가 없어

 

 

 

 

 그래, 난 너를 지울 수가 없어...

 

 

 

 

국립중앙박물관, 그리고 그 옆으로 경계가 불분명한 용산가족공원이 이어지는 녹지 공간은 꽤나 잘 꾸며져 있어서,

 

특히나 중앙박물관 앞의 공간에는 석탑이라거나 문화재들이 자연스레 곳곳에 위치한 채 아늑함을 더해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공간은, 중앙박물관 앞의 큰 호수를 바라볼 수 있도록 놓인 벤치들. 적당히 서로 거리를 두고

 

늘어서 있는 데다가, 꽤나 큰 호수 건너편 그 너머로 멀찍이 물러난 고층 건물들 덕분에 시야도 확 트인 느낌이다.

 

어느 저녁. 동부 이촌동에서 놀다가 살살 걸어서 중앙박물관 경내를 돌아다니던, 그리고 그런 벤치들 중 하나에 앉아서

 

나른하게 모기를 쫓으며 해가 가라앉는 걸 바라보던 시간.

 

 

 

 

 

 

 

 

 

 

 

 

 

 

 

 

 

 

 

 

 

 

 

 

 

 

 

 

 

 

 

 

 

 

 

 

 

 

 

 

 

 

 

 

 

 

 

 

 

 

 

 

 

 

@ytzsche

부산 갈맷길, 광안리해수욕장을 따라 이어지는 그 길로 무턱대고 걸었다.

 

조각배들이 허연 배를 뒤집어깐 채 넘어가는 석양을 쬐던 시간대.

 

벌써부터 한낮의 열기를 품고 뜨거워진 모래사장에 새겨진 누군가와 누군가의 사랑, 곳곳에서 파도를 기다리는 하트다.

 

 

하나둘 광안리 저너머 회센터 건물들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발포성 아스팔트가 부어져 푹신거리는 산책로 한켠에는 이런 벽화가 그려져 있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어느 벽면에 엉성하게 그려진 계단을 따라 시선을 자박자박 올려보니

 

두 개의 불빛이 있었다. 몇층인지 아파트의 창문 하나에서 새어나오는 불빛, 그리고 비슷한 높이의 갸름한 달빛.

 

 

저 계단을 끝까지 오르면 어디를 향해 도약해야 하는 걸까.

 

요리조리 따져보며 사진을 찍어보던 중에도 시시각각 치솟아오르던 초승달, 아무 선택도 내리지 못했는데

 

어느새 달빛 혼자 저만치 올라가 버렸다.

 

 

 

해운대 재래시장의 좁다란 골목통을 사방으로 쏘다니다 발견한 날카로운 아가리.

 

 

해운대와 동백섬을 지나 광안리로 다시 걷는 길, 신시가지의 초현실적인 빌딩들 앞으로 배를 수리중인 정비공들.

 

 

직선으로 반듯한, 그리고 낑낑대며 겨우 구부리는데 성공한 듯한 완만한 경사도를 보이는 선들이 사방으로 번진다.

 

혹은, 뒷동산에 해가 떠오르듯 둥싯 떠오른 관람차와 그 앞을 철벽처럼 버티고 선 초고층 아파트들.

 

부산의 짭조름한 바닷바람이 막 다려낸 옷의 기분좋은 냄새와 섞이면 어떠려나.

 

해운대 센텀시티, 세계에서 가장 큰 백화점 건물로 기네스 기록에도 등재되었다던가.

 

 

옥상에서의 뷰가 시원하긴 하다. 동서남북으로 뛰어다니며 부산 시내를 내려다보는 참이다.

 

 

그리고 다시 광안리. 발맞춰 걷는 부부와 아이의 뒷모습이 다정해 보인다.

 

 

몇년전만 해도 그저 술집 일색이었던 것 같은데, 호사스런 디저트까페나 이쁜 까페들이 엄청시리 늘었다는 건 좋은 점.

 

 

 

 

건축에 어떤 철학이 담겨야 할지, 어떤 역사적인 맥락과 주변과의 조화가 고려되어야 할지에 대한 많은 문제의식을 불러일으켰던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흔히 DDP로 줄여부르는 것 같은 그 건물이다. 사실 이 생뚱맞고 이질적인 건물을 설계한 자하 하디드를

 

둘러싼 논쟁보다는, 원칙적으로 제기되는 건축의 철학성, 역사성, 그리고 주변과의 심미적인 조화에 대한 문제가 과연 한국에

 

현대 건축에 얼마나 배어있는지를 곱씹어보는 게 더 재미있는 것 같다. 그런 기준을 충족시키는 건축이라면, '말하는 건축가'

 

고 정기용 건축가씨의 건축 정도려나. 몰개성한 아파트더미들과 스틸과 유리로만 처바르면 미래지향적이라 생각하는 건물들이 천지다.

 

하여간,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깔고 앉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 그래놓고 보호하자는 이 낯짝두꺼운 표지판 보소.

 

 

 

동선이 굉장히 기괴하다고 느꼈는데, 층수와 현재 위치에 대해 계속 헷갈리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위풍당당한 외양에 집중한 건물.

 

음...아무래도 내가 좋아하는 아기자기하다거나 눈높이가 낮은 건물은 아니어서, 전시나 슬쩍슬쩍 보고 빠져야 할 듯 하다.

 

아니면 옆에 전태일교에서 노랑리본을 단 채 21세기의 이땅을 바라보는 그 청년의 곁을 지나쳐 동대문 시장통을 거닐거나.

 

 

 

 

 해운대에서 동백섬으로 들어서기 전, 벌써부터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인 5월초의 해수욕장이 눈이 부시다.

 

 

 이전에 왔을 때는 이렇게 나무데크가 잘 갖춰졌던 거 같지 않은데, 동백섬을 한바퀴 빙 둘러 걷기 편한 길이 생겼다.

 

 

 

해운대 백사장이 멀찍이 보이고, 이제 사람들은 개미만한 점 모양으로 추상화되어 버린 거리.

 

 

 등대 앞에는 먼옛날 이 곳을 '해운대'라 이르며 큰 바위에 한자로 새겨놨다는, 그렇지만 지금은 다 마모되어 버린 채

 

흔적만 남은 글씨가 몇 자 있고, 멀찍이 대마도와 오륙도가 보인다는 곳을 향한 망원경이 몇 대.

 

 

 그리고 APEC 정상회담이 열렸던 누리마루..였던가. 멀찍이 광안대교가 보이고, 앞에는 시퍼런 부산 앞바다.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해운대 해수욕장까지. 이전에 친구들과 밤에 술기운을 빌어 걸었던 기억이 있었다.

 

이번에는 카메라를 쥐고서, 유유자적 홀로 걸어가는 참이다. 기억이 분명친 않지만 훨씬 정비가 잘 된 길. '갈맷길'이라 한다.

 

 

 커다란 관람차가 돌고, 그 앞으로는 어느 아저씨의 유유한 자전거 두 바퀴, 그리고 왼쪽으론 두바퀴 '구르마'.

 

 

 언젠가의 태풍이 저 바윗덩이를 여기까지 올려놓고 갔다나.

 

 정신없이 치대는 느낌의 간판숲 너머로 빼꼼히 관람차가 고개를 내밀었다.

 

 수변공원으로 회를 떠와서는 술 한잔 하고 계신 아저씨들. 파도소리가 캬아.

 

 

 이 건물은 도대체, 짜투리 공간도 버려두지 않고 온통 창문이다. 조금 징그럽기까지 한 외양.

 

 

 '갈맷길'이라고 코스를 잡아두고 드문드문 표지도 그려놨지만, 글쎄, 일단 너무 소란스럽다.

 

수출입항이 있는 항구도시답게 커다란 컨테이너 화물차들이 거침없이 내달리며 지르는 소음과 진동이 참.

 

 그래도 요트경기장에 내려앉는 따스한 봄볕을 쬐면서 꽃 한송이 요리조리 뜯어보기도 하고.

 

광안대교의 뒷통수를 바라보며 바다를 내달리는 요트를 구경해주기도 하고.

 

해운대 신시가지 쪽에서는 어느 이쁜 모녀의 드라이브도 뒤따라주고.

 

 꼼짝도 않은 채 수면위의 찌만 바라보고 계신 어느 강태공 아저씨도 지나치고.

 

 그리고, 새로운 발견.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두어블럭만 뒤로 들어가면 나타나는 해운대 재래시장.

 

 툭툭 불친절하게 끊기곤 하는 짧고 엉성한 골목길을 이리저리 뒤채이다 보면 나타나는 재미난 풍경들.

 

 

 떡집에서 널어둔 장갑과 앞치마가 새하얗게 뒤집혀있다.

 

낡고 변색된 슬레이트 지붕 위, 형광색으로 빛나는 신발끈과 신발.

 

그런 불퉁스런 골목길 중 어느 곳, 문득 세상이 90도쯤 기울어진 듯한 어지러움을 느끼게 만들던 간판 하나.

 

그리고 해운대해수욕장. 대략 두어시간 걸린 듯 하다. 쉬엄쉬엄, 설렁설렁 커피도 마시며 걸어서 그 정도.

 

 아직 5월초의 날씨건만, 이미 해운대엔 헐벗은 처자들이 바다에 입수를 하기도 하는 여름이 왔다.

 

 

그리고 묘하게 들뜨고 살랑이는 해변가의 풍경 속에서 유독 튀던 아저씨 한 분.

 

금속탐지기를 둘러메고 자신의 작업장 혹은 직장일 해운대 백사장을 한뼘한뼘, 진지하게 거북이행보중이시다.

 

 

 

 

잿빛 방파제에 누군가 그려둔 파랑 하트. 매직 아워를 알리는 광안대교의 점등.

 

 

 

 스물스물 바뀌는 광안대교의 조명들, 형형색색으로 밤하늘과 밤바다를 적시운 탓인지 촉촉하게 젖은 느낌이다.

 

 

그리고 거대한 장벽처럼 광안리 한쪽을 에워싼 회센터 군락.

 

저 안에 들어앉아 씹고 뜯고 맛보고 있을 수많은 사람들을 상상하면 왠지 조금 기분이 이상해진다.

 

 

 

 올때마다 참, 위치가 너무너무 이쁘다고 감탄하게 되는 해동용궁사, 마침 부처님오신날을 일주일쯤 앞두었던 어느 날.

 

 산대가지를 사정없이 핍박하는 바닷바람, 아랫도리에 걸린 연등들도 위태로워 보인다.

 

 

부처님이던 누구던, 이렇게 연등으로 길을 만들어 오라 하시면 오고 싶은 맘이 열배는 늘어날 듯.

 

 

아직 연등이 빼곡하게 채워지기 전. 너무 주렁주렁 매달리면 지레 그 염원과 욕망들에 눌려버리는 느낌이 들어서

 

멀찍이 세 줄 정도만 늘어선 게 적당하다 싶다.

 

 

 

 

 

 포장마차에서 양념치킨과 후라이드치킨을 파는 것도 신기방기한데, 심지어 백숙을 판다는 이야기에 기함.

 

간판은 누가 저렇게 아작을 내놨는지, 그리고 그걸 또 누가 저렇게 잘도 다시 붙여놨는지.

 

 

 

 남포동 BIFF거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군것질거리. 씨앗호떡이 기름이 튀겨지는 모습.

 

 가위로 옆구리를 슬쩍 잘라낸 후에 숟가락으로 해바라기씨, 땅콩등을 푹푹 찔러넣는 게 포인트.

 

 

그리고 바로 옆, 남포동 자갈치시장에서 생선구이정식을 먹기 전 시장 구경부터.

 

 

 

뜬금없이 발견한 보양탕집, 마침맞게 자라 두마리와 닭인지 오리인지, 커다란 고깃덩어리가 다라이 안에 갇혀있던.

 

그리고 시장통에 줄기차게 이어지는 생선구이집들. 몇년전이나 다를바없이 푸짐하고 맛나던 한상.

 

 

 

부산 국제시장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시선을 잡아끌었던 간판. 부산 중심부에 위치한 오랜 역사의 국제시장,

 

그 골목통에서 '전북의 소주'를 자랑하고 있는 이 당찬 간판이라니. 왠지 영호남간의 화합이 이루어지는 훈훈한 현장을 목격한 느낌.

 

 샛노랗고 새빨간 파라솔이 참 이쁘게 반짝거리고 있었고, 그 아래 온통 얼룩덜룩한 꽃그늘을 드리웠다.

 

밀려오네...

 

 온갖 물건들이 산만하게 널부러진 와중에 새빨갛게 빛나는 장미 한 송이.

 

 

 시장의 오랜 역사를 말해주듯 쭈글쭈글 주름살이 깊어만 가는 간판과 광고판들.

 

 at corner.

 

그래도 이렇게 뜻이 바로 와닿고 참신한 간판을 가진 가게도 있었다. 단추.

 

 

 열켤레 삼천원의 양말꾸러미가 빼곡히 올라앉은 매대의 측면을 장식한 건 온갖 종류의 씨디들.

 

 

 

어느결에 골목통은 깡통시장으로 이어졌고, 이렇게 8층석탑을 쌓은 반찬통들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깡통시장의 요정이런가, 살짝 골뱅이통조림을 떠올리게 만드는 거 같기도.

 

역시나 부산, 거칠게 불어닥치는 바닷바람.

 

그리고 저녁장사를 준비하며, 하얗게 빨아둔 목장갑들을 오징어 널듯 척척 늘어뜨린 화로구이집.

 

 

 

 

 

 

 

 

 

 

 

 

 

 

 

 

 

컨셉은 붉은 녹이 야금야금 파먹어들어가다 못해 결국 한줌 재로 화해버린 듯한 오래고 낡은 철문처럼.

 

게다가 문 뒤로는 어디로도 이어지지 않는 민무늬 시멘트벽이 버티고 있을 뿐인, 가짜문.

 

 좋은 소식을 부리에 물고 나른다는 제비 표식의 색감은 불그죽죽해진지 오래. 비어버린 우편함 역시 잔뜩 노쇠해버렸다.

 

 소질개발, 양호실, 그리고 뭐라뭐라 적힌 온갖 사인 가운데, '당기시오'와 '미시오'가 동시에 보이는 진퇴양난의 상황.

 

 언뜻 식별되지 않는 검정 어둠이라 해도 가만히 바라보면 나름의 톤과 색감 차이가 드러난다. 와중에 사람도.

 

 낮에 봤더라면. 조금만 밝은 낮이었다면 훨씬 더 유쾌하고 쌍꺼풀 큰 눈이 발랄했겠지만 약간은 그로테스크한 벽화.

 

 그렇게 온통 빨강빛. 세상이 온통 멈추라 소리치는 것만 같던 어느 효자동 밤나들이의 순간들.

 

 

 

 

 

가이드북에 이끌려 찾아온 곳. 전통 페라나칸 음식을 조금은 분위기 있게 맛볼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페라나칸이란, 누군가의 후예, 후손이란 뜻으로, 그야말로 미국뺨치는 다민족, 다인종이 자연스레 섞여드는 싱가포르의

 

혼혈인종 그 자체를 뜻하는 단어라고 한다. 특히나 아랍과 인도, 중국과 말레이시아인들이 마구 섞인 혼혈 가정의 독특한

 

문화와 음식은 어디선가 경험해본 듯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페라나칸 박물관 강추!)

 

이 곳 트루블루는 이미 여러 차례 상도 받고 인증도 받았던 곳인지, 입구에서부터 온갖 상장과 상패들이 즐비하다.

 

그치만 사실 눈길은 이런 재미있는 분수대에 더 쏠리고. 배는 고프고.

 

 

사진이 엉망이지만, 먹는데 바빠 제대로 건질 겨를도 없었다. 이건 치킨과 블랙넛이 들어간 '아얌 부쉬 끌로악'.

 

그리고 이건 정말 조리후에도 손바닥만큼이나 큰 타이거새우와 커리소스가 섞인 '우당 고랭 다온 커리'. 위에 잔뜩 얹힌 이파리는

 

커리 이파리라는 것 같았는데 의외로 바삭바삭하면서 향도 매력적이었던.

 

줄곧 서빙을 옆에서 도와주던 주인 아저씨에 따르자면 삼성가의 자제분들도 즐겨 찾는다는 내실, 페라나칸 문화가 잘 드러나는

 

각종 자수라거나 조각상, 그림들이 빼곡히 전시되어 있는 내실에도 슬쩍 들러봤다.

 

두리안 빙수가 나왔다는 이야기에 얼른 자리로 돌아가서. 두리안을 좋아라 하다보니 동남아를 찾을 때마다 두리안냄새부터

 

좇아 다니게 되는데, 싱가포르에서 맛봤던 두리안 아이스크림과 두리안 빙수도 색다른 별미.

 

 

참고로 찍어둔 메뉴판 몇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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