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리 해수욕장에서 해운대 해수욕장까지. 이전에 친구들과 밤에 술기운을 빌어 걸었던 기억이 있었다.

 

이번에는 카메라를 쥐고서, 유유자적 홀로 걸어가는 참이다. 기억이 분명친 않지만 훨씬 정비가 잘 된 길. '갈맷길'이라 한다.

 

 

 커다란 관람차가 돌고, 그 앞으로는 어느 아저씨의 유유한 자전거 두 바퀴, 그리고 왼쪽으론 두바퀴 '구르마'.

 

 

 언젠가의 태풍이 저 바윗덩이를 여기까지 올려놓고 갔다나.

 

 정신없이 치대는 느낌의 간판숲 너머로 빼꼼히 관람차가 고개를 내밀었다.

 

 수변공원으로 회를 떠와서는 술 한잔 하고 계신 아저씨들. 파도소리가 캬아.

 

 

 이 건물은 도대체, 짜투리 공간도 버려두지 않고 온통 창문이다. 조금 징그럽기까지 한 외양.

 

 

 '갈맷길'이라고 코스를 잡아두고 드문드문 표지도 그려놨지만, 글쎄, 일단 너무 소란스럽다.

 

수출입항이 있는 항구도시답게 커다란 컨테이너 화물차들이 거침없이 내달리며 지르는 소음과 진동이 참.

 

 그래도 요트경기장에 내려앉는 따스한 봄볕을 쬐면서 꽃 한송이 요리조리 뜯어보기도 하고.

 

광안대교의 뒷통수를 바라보며 바다를 내달리는 요트를 구경해주기도 하고.

 

해운대 신시가지 쪽에서는 어느 이쁜 모녀의 드라이브도 뒤따라주고.

 

 꼼짝도 않은 채 수면위의 찌만 바라보고 계신 어느 강태공 아저씨도 지나치고.

 

 그리고, 새로운 발견.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두어블럭만 뒤로 들어가면 나타나는 해운대 재래시장.

 

 툭툭 불친절하게 끊기곤 하는 짧고 엉성한 골목길을 이리저리 뒤채이다 보면 나타나는 재미난 풍경들.

 

 

 떡집에서 널어둔 장갑과 앞치마가 새하얗게 뒤집혀있다.

 

낡고 변색된 슬레이트 지붕 위, 형광색으로 빛나는 신발끈과 신발.

 

그런 불퉁스런 골목길 중 어느 곳, 문득 세상이 90도쯤 기울어진 듯한 어지러움을 느끼게 만들던 간판 하나.

 

그리고 해운대해수욕장. 대략 두어시간 걸린 듯 하다. 쉬엄쉬엄, 설렁설렁 커피도 마시며 걸어서 그 정도.

 

 아직 5월초의 날씨건만, 이미 해운대엔 헐벗은 처자들이 바다에 입수를 하기도 하는 여름이 왔다.

 

 

그리고 묘하게 들뜨고 살랑이는 해변가의 풍경 속에서 유독 튀던 아저씨 한 분.

 

금속탐지기를 둘러메고 자신의 작업장 혹은 직장일 해운대 백사장을 한뼘한뼘, 진지하게 거북이행보중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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