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엠립에서 프놈펜으로 가던 길이었다. 털털대는 버스가 흙길과 아스팔트길을 번갈아 달리다가 문득 멈춰섰다.

뭔가 노점이 길게 늘어서 있고 차들도 좀 보이는 게 말하자면 휴게소인 양, 잠시 멈춰서서 휴식도 취하고

화장실도 가고 그러라며 시간을 내준 거다.

노점상들에 쪼르르 달려가서 구경하기 시작, 몇 개 돌아보기도 전에 깜짝 놀라고 만 장면 발견. 다리가 우글우글,

털도 복슬복슬, 게다가 똥배는 오동통통 너구리. 색깔도 먹음직스런 갈색이다.


처음에는 무슨 후렌치 후라이인가 했는데, 날씬한 막대기들이 이리저리 서로 얽혀 있어서.

세부명칭은 싱가폴블루(Cyriopagopus sp.) 교목성(나무위성) 타란툴라, 수명은 10년, 성체가 되면 25cm까지 큰다니..이 아름다운 바디와 화려한 컬러는. 쿠하. 이제 날 타란툴라 브리더라 부르시오.

학명 : CYRIOPAGOPUS SP.

이름 : 싱가폴 블루

서식지 : 싱가폴

성체시 크기 : 25Cm까지 자라는 대형종

적정온도 : 26~32°C

적정습도 : 70~80%(바닥제는 습하게 해주는것이 좋다고 한다)

바닥제 : 바크,에코얼스,피트,버미큘라이트

성격 : 매우 공격적(꺄아~~^0^*)

성향 : 나무 위성

기타 : 싱가폴 블루는 구티오너멘탈과 함께 가장 아름다운 타란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타란입니다.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아직 발색이 나온 성체가 없기에 자세한 정보를 알수없거 대부분 외국사이트에 자료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유체와 아성체를 구할수있습니다. 유체의 경우는 유목이나 바닥제를 이용하여 약간의 버로우성 은신처를 만들고 그곳에서 생활을 하며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편입니다. 이때는 약간의 충격과 진동에도 반응하며 더깊이 숨어버리는 모습을 보이는 걸로 보아 사유난이도가 약간 있는편이지만 아성체의 경우는 지구타이거류의 성향이 나타나기 시작하여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므로 주의가 필요한 편입니다.



2007년쯤 반년동안 내가 길렀던 타란툴라가 생각났다. 슬슬 손바닥만하게 자라나며 저 신비한 파란빛이 몸통에

드문드문 배어나기 시작하던 녀석은, 2007년 겨울을 못 견디고 얼어죽어 버렸댔다. 집에 저 녀석이 왔을 때

질색팔색하던 어머니에게 "구워먹으면 초콜렛맛이 난다더라"며 설득했었는데 차마 구워먹기에는 반년간 쌓은

정이란 놈이 무서워서. 거미가 일찍이 '사랑은 없다'고 울먹였거늘.





타란툴라야 타란툴라야 거미줄을 뱉어라 안 뱉으면 구워먹으리 초콜렛맛.

타란툴라야 타란툴라야 꾸물대는 밀웜을 사냥해 보아라 꼼짝않고 버로우하면 구워먹으리 초콜렛맛.

거미튀김만 있던 건 아니었다. 정말 거대한 귀뚜라미들이 폴짝 뜀뛰려는 자세 그대로 뒤엉켜서는 난리다.

껴안고 뽀뽀하고 뒤집고 때리고, 지들끼리 난리가 난 그야말로 아수라장. 생명에 대한 존중 차원에서 저 지독하게

밀집된 인구밀도에서 벗어나도록 종이봉투에 좀 덜어갔음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종이봉투에 담아 번데기씹듯

오도독 오도독. 나름 빨간 고추와 고수도 들어가 있어서 캄보디아 특유의 향신료 냄새도 부족하지 않을 듯.

이 녀석들은, 뭐랄까. 좋게 말하면 딱정벌레. 나쁘게 말하면 거대 바퀴벌레. 딱정벌레라고 하면 왠지 1그램쯤은

먹고 싶은 마음이 동할 수도 있겠는데, 바퀴벌레라고 하면 전혀 먹고 싶지가 않은 거다. 반질반질한 껍질이

기름에 튀겨졌으니 꽤나 바삭바삭할 거 같긴 한데. 근데 사진상의 에러는 저 절대 먹고 싶지 않은 빛깔의

징그럽게 생긴 곤충 하나. 아니다, 쓰면서 생각해 보니 왠지 색깔이 빨갛게 잘 찜쪄진 꽃게 같기도 하고.

그 외에는 여느 시골의 노점과 딱히 다른 풍경은 없었던 거 같다. (워낙 저 거미와 귀뚜라미와 바퀴(딱정)벌레의

생생하게 튀겨진 모습이 강렬하게 남아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길가에 연해서는 간이 '구루마' 옆에 서서 손님을 기다리는 숫기없는 소년이 하나 있었다. 왠지 저 녀석,

거미튀김을 한 입 물려주면 기운이 번쩍 나서 구루마라도 뒤엎지 않을까, 마님을 찾진 않을까 싶은 상상의 나래.

차에 다시 올랐는데 바지만 입고 자전거를 타는 까무잡잡한 소년이 눈에 들어왔다. 안장 높이나 전체 크기가

자신에 비해 훨씬 커보이는 자전거를 타고는 노점에 와서 뭔가를 사 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계속 안장에

찡겼는지 엉덩골 사이에서 옷을 잡아빼는 번거로운 손길이 눈에 밟혔다.

이내 출발, 다시 평화롭고 뜨겁지만 나른한 캄보디아의 시골길을 따라 먼지 풀풀 날리며 달리기 시작했다.

시엠립에서 프놈펜까지는 버스로 6시간, 중간에 몬도가네 튀김들을 보고 놀란 가슴 진정시키다 보니 그 정도

시간은 금방 흘렀다.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 '대장정'의 영웅 마오쩌둥이다. 어디선가 많이 본 중년의 마오쩌둥 사진. 그런데 뭔가

다르다. 귀에 삽을 박고 다니는 사람도 있지만, 이이는 이어폰을 귀에 걸었다. MP3로 노래라도 듣고 있는 걸까.

그들의 국부라 할 수 있고, 중국공산당의 아버지라 할 만한 사람의 귀에 이어폰을 꼽아주다니, 어쩌면 중국은

이제 한국보다도 정치적으로 유연하고 관용적인 사회가 되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상해의 '신천지(新天地)', 삼청동 쯤을 연상케 하는 그럴듯한 까페와 갤러리들이 모인 곳의 어느 가게에서 무심코

카메라를 꺼내들게 만들었던 그림 한장. (사실 그런 갤러리에선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기 마련이다.)

상해의 조계 지역이었을까. 굉장히 고풍스러우면서도 이국적인 분위기의 벽돌건물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사람들이 사방에서 자리를 잡고 차를 마시거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그저 햇볕을 즐기는 듯이 보였다. 어떻게 보면

중국의 느낌이 아니라 파리 샹젤리제 거리같은, 그런 여유롭고 유럽스러운 분위기의 공간이다.

왠지 커피빈은 외국에서 만나면 반갑다. 아놔.

바닥의 포석들도 나름 신경써서 깔아둔 듯 하다. 최소한 아무런 미감이나 주변과의 조화를 고려치 않고 그저

아무데나 막 깔아버리는 '범용' 포석은 아닌 거 같단 이야기. 포석이 이쁜 길은 걷기에도 즐겁다.

그다지 높지 않은 건물들이 요리조리 방사형으로 퍼진 골목길 따라 늘어서 있었다. 1층엔 까페, 2층엔 갤러리,

뭐 그런 식으로 공간을 겸하고 있는 샵들도 보였고, 저렇게 생긴 테라스들이 이층마다 툭툭 턱처럼 나왔었다.

아직 뜨겁다기보다는 따땃해서 기분좋은 햇살을 걸러주는 연두빛 투명한 여린 잎사귀들.

그리고 빨간 완장이 우스꽝스럽던 토실토실한 아저씨는 바싹 마른 소같은 자전거를 타고 소처럼 느릿느릿

햇살 속을 유영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유연한 그의 페달질에 놀랬고, 붉은 완장이 생각보다 그럴듯해 또 놀랬다.




#1.

출장 중에 엠피쓰리 플레이어 이어폰을 잊어버렸다. 뱅앤올룹슨, 동생이 사다준 무지무지 비싼 이어폰을

어쩌자고 출장길에 덜컥, 가죽 케이스까지 곱게 들고 나선 건지. 출장 내내 찝찝하다가 확실히 분실했음을

돌아와 가방 다 헤집으며 찾아보고 확인한 뒤에야 꿈에 나왔다.


집에 굴러다니던 몇몇 이어폰들은 마침맞게도, 사무실서 일할 때 듣는다고 다 들고 간 참이었다. 그러다 하나는

빙빙 돌리다가 물컵에 빠져 맛이 가버려서 버리고, 다른 하나는 양쪽 다 끼고 일하긴 눈치보이던 차에 한쪽-

주로 왼쪽-만 끼고 듣는다고 아예 나머지 한쪽은 잘라내 버렸댔다. 덕분에 '애꾸귀'용 이어폰만 하나 남았다.


그래서 졸지에 벙어리가 되어버린 엠피쓰리 플레이어. 그 많던 이어폰은 다 어디로 가 버리고. 당장 출퇴근길에

자전거 달리며 목도리 날리며 깔아줄 BGM이 급하단 말이다.



#2.

전화기를 한달전쯤 바꿨나보다. 그 전에 쓰던 초콜렛폰이 근 5년 가까이 쓰다보니 버튼부분도 많이 상하고,

배터리도 반나절 버텨내고 있어서, 마침 모 통신계열사에 다니는 친구 덕에 꽁짜폰으로 바꿨다. 그러고 나니

한 가지 문제, 제조사도 다르고, 새 핸폰도 택배로 받은 터라 전화번호부를 어케 옮겨야 할지가 난감. 출장 중에

둘 다 들고 가서 시간날 때 옮겨볼까, 따위 택도 없는 생각을 하다가 걍 이래저래 한달째 냅두고 있다.


필요한 번호 하나씩 그때그때 입력하고, 모르는 번호-전화번호 따위 외우지 못하니-뜨면 어버버, 하다가

욕 감사히 쳐듣고는 번호 하나 입력해놓고. 그런 식이다. 근데 그것도 며칠 지나고 나니 뜸하다. 아...이렇게도

인간관계가 좁았던가. 그 전 핸폰에 저장되었던 근 칠백여명에 달하는 사람들은...


뭐, 아무 통신사 서비스센터에 가면 바로 옮겨준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귀찮기도 하고 급하지도 않고 해서

언제나 백업할지 모르겠다. 어쩜 이대로 쭉 갈지도. 의도치 않은 상황에 의도 한 스푼을 얹어 인간관계 리셋..?



#3.

카이로를 거쳐 사우디 즈음, 같이 갔던 점잖은 사장님 한 분이랑 룸메이트였는데, 현지 시간 새벽 세시에

한국에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으셨다. 비몽사몽 간에 문득 들린 허억, 숨 넘어가는 소리와 남자가 낮게 흐느껴
 
우는 소리. 부친상이었다. 아마도 누군가 돌아가셨음을 전해듣는 순간에 함께 했던 건 지각이 생기고 나선

처음인거 같다. 번쩍 잠이 깨서는 덩달아 경황도 없고 먹먹하고..그랬다.


실무적인 일들은 그때부터. 바로 돌아가는 비행편 챙겨드리고, 남은 짐 챙기는거 도와드리고 출장 뒷마무리도

챙겨드리겠노라 다짐하고. 번쩍 잠이 깼었지만 이내 다시 가물가물, 죄송스럽게도 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밤을 설치고 나서 담날부터 감기기운이 픽 왔댔다. 열도 나고 기침도 심하고, 어지럽고.


인천공항에 들어서며 검역대에 놓인 열감지기 앞에서 괜히 설설 걸으며 기침도 두어번 했지만, 그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제길. 알고 보니 요새 신종플루는 열이 꼭 37.8도까지 오르지 않아도 맞다던데 왜 나를 잡지

않았을까. 기침은 여전하고, 몸은 뻑적지근하다.


하루키의 신작, 'IQ84'가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팔리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는 언제쯤 나오려나..일본어를 진즉 배웠어야 했다는 후회가 절실할 정도로, 그의 신작이 궁금하다.

어느 순간 이질적인 반짝거림과 냉소적인 아름다움을 상실했던 그의 소설에 뭔가 변화가 생겼을까.


엄마는 티비에서 유리상자를 볼 때마다 둘 중 한명을 짚으며 널 닮았다 하신다. 칭찬인지는 모르겠고,

(누군지도 모르겠고) 그냥 이제 나이도 있고 하니 티쪼가리 입고 돌아다니지 말고 좀 '어른스럽게' 입고 '어른스럽게'

머리도 하고 다니라는 압박이다. 근데 엊그제던가 살짝 들었던 그들의 신곡은 아주아주아주아주 실망이었다.

둘다 결혼을 해서 그럴 게다. 사랑을 하면, 왠지 예술가로서 결격사유가 되는 느낌이다.


신해철, 이승환, 이상은, 이적, 서영은..유리상자도 이제 그 샘플에 포함시킬 수 있겠다.

예술은 그들의 비극과 허무함과 가슴공허함을 먹고 자라는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그들을 무디게 만들고, 나태하게 만들며, 만족하게 만드니까. 배부른 영혼은 소리내어 울지 않는다.

(승환이형의 아픔은 어떤 점에선 그의 음악에 큰 공헌을 하지 않았나 싶다)


뭐, 비비 꼬인 소리였고, 밖에는 비가 그칠 줄 모르고, 잠은 올 줄 모르고.


(뜬금없이) 몇 가지 요새 반성하는 점.


아닌 척 하면서도 숫자에 휘둘려 조바심을 쳤다는 심증이 있다. 서른이 꽉 차가면서, 왠지 남들 결혼하는 거 보면서

은근히 압박도 받고 부담스러워도 하고 조급증도 나고 했던 것 같다. 바보. 그랬단 걸 알았으니 이제 피할 수 있겠지.

어차피 내가 자웅동체 달팽이도 아니고, 짝지는 만나야 뭘 하던 할 거 아니냐.


또 뭔가 다른 사람의 평에 기대어 과시하고 싶었달까. 좋은 사람 노릇하면서 여기저기에 무리를 해선, 스스로를 좀

힘들게 만들고 짜증나는 코너에 몰아넣은 격이 되고 말았다. 좋은 건 좋다, 싫은 건 싫다, 왜 이야기를 못해. 가끔

나는 만인의 마음을 얻겠다는 듯이 행동할 때가 있고, 예외없이 금방 후회하곤 한다.


중심이 흔들렸다. 집에도, 회사에도, 어디에도 중심이 없었다. 몸은 움직이는데 마음은 어디선가 부유하고 있다.

크게 한번 흔들리고 나니 좀처럼 회복되질 않는다. 당분간 답을 찾아, 마음을 찾아 다녀야 할 듯 하다.

어디서 뭐하고 있냐. 이건 반성할 점은 아니다. 좀더 마음을 풀어주고, 마음을 따라야 해결될 문제인지도 모른다.


요새 새삼스레 X-Japan을 다시 듣고 있다. 그들의 감각적인 가사하며 맥놀이하듯 뛰노는 멜로디라인하며..
 

I awake from my dream

I can't find my way without you.





나 : 세상만물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어.

B : 그런 게 있었어?

B : Are you an American?ㅋㅋㅋ

나 : 최소한 난 괜찮은 사람인줄 알았는데 아닌개벼.

B : 그거 심각하다, 자기 기준에 본인이 자격미달이면 우예 살아가려고.

나 : 응. 그니까, 마지노선이 무너졌어.

B : 1. 기준을 바꾼다, 2. 남의 기준을 갖다쓴다. 3. 그냥 loser로 산다.

나 : 1. 기준따위 없고 그냥 '삘'이야. 나에 대한 '삘'이 안 오네 요새.

B : 4. 노자- 내기준도 어차피 불완전한 것 그냥 그러려니 산다

나 : 2. 남의 기준으로 하면..뭐, 금전, 출세, 학력?

B : ㅇㅇ

나 : 3. 루저..로 살아가느니 광석이형처럼 죽어불지

나 : ㅋㅋ

B : 그럼 4.

나 : 2번..그런 걸로 하면 3번이 되고 3번이 되면 또 죽어불지

나 : 4번..넌 어때?

B : 나는 내가

B : 못나고 찌질한 면이 있어도

B : 좋아

B : 라고 생각하고 살아.

B : 대체로.

B : fall in love with myself

나 : 흠..나도 그렇게 살았는데

B : 그 자기애가

나 : 요새 흔들리네

B : 배터리 아웃?

나 : 응

나 : 웅

나 : 앙

나 : 엉

B : 1. 나를 나 대신 사랑해줄 사람을 찾아

B : 2. 휴가를 다녀와

B : 왜 요즘 블로그도 시들해?ㅋㅋ

나 : 1. 나도 날 사랑하지 않는데 누굴 찾냐. 그런 식의 의존은 위험해..서로에게.

나 : 2번 땡기네..

나 : ㅎㅎ

나 : 블로그 따위 개나줘버려

B : ㅋㅋ

나 : 음..사람의 온기가 필요해

나 : ㅠㅠ

B : 1은..싫고,

B : 온기는 필요하고

B : 1의 이유로 사람을 만나긴 싫고

B : 그래도 사람은 만나야겠고

나 : 외롭다고 사람 만나기도 싫고

B : 사랑해 줄 사람을 만나지 말고

B : 그냥 사랑할 사람을 만나면 돼


나 : 오..정답

B : genius

나 : 델꼬 와

B : 그걸 스스로 할 수 있음

B : 자신감도 회복할 거야

B : ㅋㅋㅋㅋ


나 : 뭔가 맞긴 한데...

나 : 원점이구만

B : 소용돌이

나 : 구리구리 뱅뱅

잔뜩 지친 채 버스 좌석에 몸을 얹어놓고서 잠시 심령이 창밖을 부유하던 그때...문득 전화기가 온몸으로 울음을

울었다. 지금 무슨 생각하고 있어?

다짜고짜 달려드는 그 목소리는 껌처럼 늘어진 채 저어기 어딘가쯤 철푸덕 널부러져있던 내 의식을 황급히 유체로

복귀시켰고. 난 여전히 술에 취한 듯...혹은 복화술을 시험하듯...내 입술이 어디서부터 말려올라가고 혀가 어디에

위치하며 어떻게 잇몸을 쳐올리는지 하나하나 점검하며 대답하기 시작했다.


나...돌아올 길 찾을라고 아침에 옷에다가 밥풀을 잔뜩 묻힌채 집을 나섰어...하나하나 살금살금 뜯어가며, 길가다

왠지 맘에 드는 사람들 이마빡에 666 바코드 새기듯 하나씩 납작하게, 동그랗게 붙혀놨었지..풍경이 갑자기

겹쳐지면서, 내가 지금 마녀가 들끓는 숲속에 버려졌다는 그 화급함...떨림...그런 느낌이 내 폐에 가스처럼

스며왔어. 무언가 내 손을 잡고 있었는데, 무언가 내게 따스한 느낌을 주고 있었는데, 무언가 내게 이것이

현실임을 항변하고 있었는데...그 뭔지 모를 상실감이 차오르면서 왠지 이제 더이상 세상은 당장 방금 전까지의

살아있는 세계랑은 달라졌다는 느낌.


공드리의 '수면의 과학'에 나왔던 풍경처럼 두터운 벽지에 발린 세계가 2차원처럼 내 앞에서 철푸덕 누워버릴 거

같은 느낌. 아...헨델은 그레텔의 손을 절대 못 놓았겠구나, 다른 한 손으로 잡은 빵은 아마도-분명히-이빨로

물어뜯어 길바닥에 흩뿌려 놓았겠구나...손을 놓치면, 손을 놓으면, 숲의 나무가 전부다 누워버리거나 혹은 계란빛

모래로 가득차 사막으로 가라앉는 걸 보고 말았겠지...깨어진 공간틈으로. 마녀가 등 뒤에서 목덜미를 깨물듯한

조바심으로, 나무가 금세라도 뿌리를 뒤틀며 윈드밀을 선보일 듯한 위화감으로 가득 차버린 듯해서,


눈알을 디룩이며 겁먹은 채 바라보는 세상에는 온통 내가 정성껏 붙여놓은 밥풀떼기들을, 헨젤이 이빨로 왕왕

물어뜯었을 빵 부스러기들을 소멸시켜버리는 녀석들이 푸드덕거리고 있었다. 그게 세발달린 까마귀가 되었건,

혹은 발톱사이에도 털이난 붉은 낙타가 되었건, 결국 햇볕에 바래 까매지고 말 파랑새가 되었건.

그래서 차는 달리는데 내 몸은 의자에 얹혀 있었고, 의식은 아마도 그림자를 떼어내고야 갈수있다는 그 곳에서

야위고 있었다는 걸...현실과 현실과 현실과 현실.


잠시동안 말이 없던 전화기가 마침내 입을 떼었다, 지금 거기 어디야? 와타나베, 거기 어디야? 어디야? 어디야?

미도리는 녹색이란 뜻이지. 안녕 녹색, 안녕 헐크..안녕 식물성플랑크톤, 안녕 엽록소. 전화기가 녹아내리더니

내 혈관을 타고 심장을 삼키려 달겨들기 시작해서...난 오른손으로 왼쪽 팔뚝을 잔뜩 움켜쥐고 그놈을 막아야만

했지. 격하게 몇번 의자 손잡이에 그녀석을 부딪히고 나서야 다시 그건 내 머리속의 소주병에 들어가 스스로

병뚜껑을 닫고 잠을 청했어. 램프의 요정 바바..이제 소원은 하나밖에 남지 않았지?


안녕 하루키, 결국 난 노르웨이의 숲으로 돌아왔어. 이토록 성가신 인사말이라니. 내일 아침은 호랑이 버터에

미역을 말아먹어보자구.


www.idoser07.blogspot.com


"19일 이 인터넷 사이트는 항불안성, 항우울성, 마약성, 진정제, 성적흥분 등 모두 10개 부문으로 나눠 73개의 아이도저 MP3 파일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마약성 부문에서는 코카인, 헤로인, 마리화나 등 모두 28가지의 마약을 느낄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 파일을 들으면 해당 마약을 흡입한 것과 같은 환각 증상을 준다는 것."(09.02.19. 헤럴드경제)


사이버 마약이라고 해서 궁금했다. 대체 뭘까 싶어서, 우연찮게 알게 된 싸이트에 접속해 들어갔더니 수십개의

트랙이 무료로 다운로드가 가능하단다. 다소 시간을 잡아먹는 광고를 기다려 다운을 몇 개 받아서 들어보았더니

이게 뭔가 싶다. 중학교 다닐 때던가, 옆친구가 쓰던 엠씨제곱을 잠깐 빌려 들어본 느낌이랄까.


"사이버 마약은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알파 파장(7~13Hz)과 지각과 꿈의 경계상태로 불리는 세타파(4~8Hz), 긴장, 흥분 등의 효과를 내는 베타파(14~30Hz) 등 각 주파수의 특성을 이용해 사실상 환각 상태에 빠져들게 하는 것으로 일명 ‘아 이도저(I-Doser)’로 불린다." (09.02.19, 헤럴드경제)


계속해서 삐이이이이~ 하는 소리가 약간의 파동을 치며, 빨라졌다가 느려졌다가 쉼없이 들려온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살짝 꾸룩꾸룩거리면서 전혀 다른 파동과 빠르기로 옮겨가기도 하고. 이런 소리를 들으면서 어찌 마약을

느낄 수 있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미 우리는 뇌파에 자극을 주어 집중력을 강화하거나 긴장을 풀어주거나

할 수 있다고 공인된 기계들에 둘러싸여 살고 있지 않나. 뭔가 효과가 있겠거니, 참고 계속 들어봤다.

10분짜리 음악..이랄까 소리..랄까 다 끝나갈 때쯤 소리가 귓전을 쨍-하고 울리며 점점 고조되어 갈 때엔 뭔가 되는

듯한 느낌이 들긴 했는데, 만약 이게 맞다면 정말 약한 것 같다.

기껏해야 빈 속에 말보로 레드를 두 대쯤 연달아 피웠던 느낌 정도? 아님 PVC파이프를 갈아 만든 듯한 중국산

담배를 소주와 함께 피우는 정도? 스트롱버전도 있다니 나중에 한번 해볼까 싶기도 하고.


뭐랄까, 어렸을 적 '전생여행'이라는 책을 사며 부록으로 전생으로의 퇴행이 가능하다는 정신과의사의 최면테입을

열심히 들어 보던 때가 자꾸 기억이 났다. 누워서 릴랙스하며 발끝부터, 손끝부터 긴장을 빼고 심연으로 가라앉는

느낌을 가지려 애쓰다 보면, 어느 순간 숙면을 취하고 말았었다.


그러고 보면 그때도 나름 부작용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신문에선가, 신문에서 봤다는 친구의 입을 통해선가,

혹은 그 친구에게 들었다는 친구의 입을 통해선가, 어느 학교 학생들은 그걸 시도하다가 최면이 깨질 않아 병원에

실려 갔다느니, 심각한 정신적 충격이 있었다느니..모든 것들은 부작용을 수반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제쳐

놓더라도, 이렇게 뇌파를 직접 자극해서 감각을 상상시키는 시대가 오다니. 여기에 약간의 3D 입체영상만

구비된다면 마치 공각기동대에서 나올 법한 한 장면 아닌가 싶다. 가상이 실제를 조금씩 잠식해 들어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우려거니와, 살짝 머리가 아픈 거 같다. 하갸 실제 마약류도 두통이 수반된다고

들었지만.



뭐, 어쨌든 한번은 되었다 싶을 때까지 들어볼 생각이다.

생각있는 분들은 한번 시도해 보시길. 누굴 해하는 것도 아니고, 방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요 머.


요런 것도 있는데, 글쎄..궁금하신 분은 시도해 보시길. 정말 그 표정부터 공각기동대의 한 장면 같지 않은가.





관련기사 : '사이버 마약' 아이도저 급속 확산중 (http://www.heraldbiz.com/SITE/data/html_dir/2009/02/19/200902190199.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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