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_01. 후쿠오카 국제공항에서 유후인 가는 길(고속버스 시간표 포함)

 

#2012_02. 유후인 료칸의 열세가지 코스 만찬.

 

#2012_03. 방마다 노천온천이 딸린 유후인 몰.

 

#2012_04. 유후인 료칸의 숨은 그림찾기.

 

#2012_05. 유후인 료칸의 흔한 조식.

 

#2012_06. 유후인역까지 걷는 밤마실.

 

#2012_07. 유후인의 토토로, 그리고 숯의 정령들까지.

 

#2012_08. 유후인 료칸 체크아웃 후의 하루짜리 산책..오전편.

 

#2012_09. 흑마백마가 환대해주는 유후인.

 

#2012_10. 유후인 료칸 체크아웃 후의 하루짜리 산책..오후편.

 

#2012_11. 짙은 녹색의 그림자에 숨어든 금색 비늘의 호수, 유후인 긴린코.

 

#2012_12. 유후인의 편의점털이.

 

#2012_13. 후쿠오카의 밤거리 & 유후인 2박3일 여행일정

 

 

1일차. 후쿠오카 도착, 유후인 도착 (늦은 점심) 온천 (저녁) (밤마실 조금)

 

2일차. (아침) 유후인 마을 구경. (점심) (이른 저녁) 후쿠오카 이동. (늦은 저녁) (도심 구경 조금)

 

3일차. (여유있는 아침) 후쿠오카 출발. 서울 도착. (점심)

 

(끗)

 

 

 

 

 

 

 

강화도에서 만난 배달오토바이 한대에 깜장테잎으로 돋을새김된 글자들이 눈에 띄었다.

비켜!는 그렇다 치더라도 -_-ㅗ라거나 ㅈㅅ이라거나, 그러고 보니 한글도 꽤나 변해버려서

일종의 상형문자나 기호처럼 알아보는 사람만 알아보게 되어버린 거 같다.


뭐 딱히 나쁘다고만 할 수도 없다 싶은 게, 예컨대 '엿먹어라'라거나 '죄송'이란 식으로

제대로 된 한글 단어를 저기에 채웠다면 저런 장난스러움이 느껴졌을까. 저렇게 간단명료한

몇개의 선으로 정리해서 보이는 건 더더욱 불가능했을테니 눈에 잘 띄지도 않았을 거다.


고려말 十八子得國의 파자(破字)가 이李씨 조선의 건국을 예언했다던가. 뭐 그렇게 거창하진

않더라도, 초중종성으로 얼기설기 엮인 한글도 저렇게 풀어쓰거나 적당히 변칙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재미있다. 이미 뭐, 저런 식의 어휘들이 대세가 되어버렸으니.






상하이의 짝퉁시장 근처에는 한글 간판이 굉장히 많았다. 짭냄새 풀풀 나는 카피 상품에 대한 한국인의 수요가

그만큼 크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 같았고, 한국인이 그 제조 공정에 그만큼 깊이 개입해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건지도 모른다.

'최고의 서비스', 는 알겠는데 '일반소비자가격'은 뭘까. 어쩌라구.

신기한 메뉴 투성이다. 두부김치냄비는 그렇다 쳐도, '미소코디레코딩'은 대체 뭘까. 레코드판을 먹어야 할 기세.

이건 더 대박, '뼈없는 쇠고기 돼지갈비'. 응...응?? 쇠고기랑 돼지갈비가 같이 나온단 건가, 아님 소를 먹인

돼지 고기를 준다거나 돼지를 먹인 소고기를 준단 건가. 

이어지는 단어들, 소고기 어깨고기, 소의 갈비뼈, 혀..최소한 부위들이 제시되는 것들이니 뭔지 상상이라도

해보겠지만, 대체 '유명 쇠고기'는 뭘까.

혹시 직접 가보고 싶은 분을 위한 친절한 가이드. 여기는 남북으로 jinhui로가 달리고 동서로는 xianfeng로가

가로지르는 지점쯤이다. 역시 지금의 상해는 상당부분 계획된 도시로 설계되어 그런지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는 거 같다. 그렇지만 이렇게 설명해서 쉽게 찾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고.

차라리 이렇게 이야기하도록 한다. '금보나 보건안마클럽'을 찾으세요.

가게 이름이 '오토종닭'이다. 뭘까. 오~ 토종닭? 오토(auto) 종닭? 황당무계한 간판.

자랑스런 한국의 미용산업의 명성은 진즉부터 알아모시고 있던 게다. 무려 '한국전문가 직접관리'. 신뢰100%!?

불법복제 디비디들 사이에서도 한국영화는 섭섭치 않을만큼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안 본 영화가 세상엔

넘 많다. 고작 저 판때기 하나 위에 깔린 영화 중에도 안 본게 잔뜩이다.

나름의 운치를 과시하는 어느 가게의 간판. 중간에 오타나 요상한 표현이 있는 건 아닐까 눈에 불을 켜보려다가

말았다. 저 간판 위의 세상은, 말하자면 '시적허용'의 세계인 거다.

이 간판도 그런 세상인 걸까. 숱불구이. 하긴 이런 식의 오타나 실수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한국에서 소비되는

한국어들조차 그다지 정확하진 않다. 표준어법을 알면서 피해가는 재치있게 비틀린 표현들 말고, 정말 몰라서

자꾸 틀리는 표현들. 그건 좀 거슬린다. 나는 않 틀린다.ㅋㅋㅋ

짭퉁들의 본거지라는 민차오패션마켓. 꽤나 큰 건물을 온통 차지한 마켓 정문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아저씨들.

한국복식 매력 연출, 아무래도 여기에서 한국어 표현을 사용하고 감수하는 사람들은 조선족인 거 같다. 남측보다

북측의 어휘나 분위기에 훨씬 어울리는 단어 선정이다.

수출정품관? 엄선된 상품들이란 의미의 정품(精品)인 건 알겠지만 역시 눈에 선 표현이다. 게다가 옆에 자석은

왜 갖다가 그려놓은 거지. 뭘 끌어당기고 싶은 거냐 네놈들은.

아이의 하얀 박꽃같은 엉덩이가 완전 흐뭇한 스마일 미소를 짓고 있다. 겸둥이~ 꺄아~~*

출장마사지 서비스도 있읍니다. 저 '읍'자가 아무래도 어색하게 손봐진 걸로 봐서, 누군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억지로 틀리게 고쳐쓴 거 같다. 딱 억지개그치는 느낌이 가득한 게 전혀 '레알'스럽지 않은 거다.


혹시 야밤을 틈타 저기 슬쩍 다녀가신 거 아냐? 떡검들이랑 G랑 어깨걸고 '못생긴 마사지사' 찾아서?

상해에서 이번에 먹었던 음식중 가장 독특했던 건, 중국식으로 매콤한 '개구리 요리'. 우리식대로 매운 거는

뭔가 땀이 뻘뻘 나고 혀끝에서 불이 나는 건데, 여기의 매운 맛은 혀와 입안을 온통 얼얼하게 마비시킨다.

치과에서 마취제를 입안에 맞고 있는 듯한 느낌, 식용 개구리의 뒷다리는 정말이지 왠만한 치킨가게에서 파는

닭날개랑 비슷한 사이즈를 과시했다. 12足쯤 먹었으니...6마리 되시겠다.



상해엑스포장 내의 한국관, 멀찍이서부터 뽕뽕 구멍뚫린 듯 표기된 글자가 한국관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아무래도 포서 지역보다 포동 지역에 중국관을 비롯한 국가관이 모두 모여있는지라 관람객들이 훨씬 많이

바글대고 있었고, 비단 한국관만이 아니라 일본관, 중국관 모두 사람들이 잔뜩 줄을 선 채 입장을 기다려야 했다.

최근에 중국 칭하이에서 큰 지진이 나고 또다시 많은 사람이 죽었을 때, 각 국가관에서 모두 조기를 게양해

비극을 애도했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관은 조기를 게양하지 않아 중국 내 반한감정을 건드리는 불씨가 되었단

이야기를 들었다, 믿거나 말거나. 여튼 아이티 지진이 났을 때와는 너무 달랐던 국내의 분위기는 내 생각에도

좀 의아스러울 정도였다. 똑같이 사람 목숨이 날아간 비극이었는데.

벽면 가득 색색의 한글이 차 있었다. 무슨 200자 원고지에 빼곡히 글자를 적어 건물 벽면에 둘둘 바른 느낌.

근데 심지어 그 글자들이 이어져 문장이 된다.

"그림을그릴때눈을반쯤감고그려야좋은그림이나온다가장좋은냄새는학교앞문방구에서방금산책받침냄새다서울서인천까지걸을만하다파송송잘끓인라면을당할음식이없다감싸고보듬으면살아난다남자들은대체로피부가맑은여자를좋아한다 서울은잠을자지않는다흐린날밤산속에서는손바닥도안보인다라면은양은냄비에끓여야한다전기통닭은무맛이다지하철에서나와방향을모를때는맞다고생각하는쪽의반대로가면된다얼짱사진각도는사십오도가아니라사십팔도라고한다 양손을가슴에얹고자면꼭가위에눌린다붐비는식당이맛있다코가닮은사람끼리친하다 계란을좀더오래삶으면껍질이저절로까진다토끼는토끼굴에여우는여우굴에서산다"

1층은 한국기업연합관과 마찬가지로 파시드, 벽면이 없이 기둥만 세워져서 트인 공간을 만들어 두었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5월의 뜨거운 상하이 햇살을 피해 줄을 선 사람들. "닌더펑요따한민구어", 당신의 친구 대한민국.

한국관 벽면은 참, 한글을 가지고 이쁘게 만들어냈지 싶다. 평면으로 글자와 음가들을 배치하기만 한 게 아니라

툭툭 모음과 자음이 튀어나와 있다. 벽면에 빼곡히 들어차다 못해 밖으로 튕겨나오는 듯한 단어들.

한국관 관람은 커다란 대형 패널을 사용한 티비 사이를 걸으면서 시작된다. 한국의 태권도, 영화, 제품, 그리고

미술이니 전통문화 등을 소개하는 영상들, 그리고 연예인들의 축하 노래까지.

녹색 성장을 모토로 잡고 있는지라 역시 녹색 차양이 잔뜩 드리워져있고, 이것저것 뭔가 자연친화적인 냄새를

풍기도록 기획된 것 같다. 기업관에 비하자면 부지가 두배가 넘어서 그런지 공간이 아주 널찍하다.

나무의 느낌을 살린 다른 한켠의 전시공간. 시간이 많지 않아 휘 둘러보고 나오고 말았지만, 따뜻한 느낌의

백열등 조명과 은은한 나무결이 괜춘하다.

한국관 내부의 이동통로에 매달린 등의 갓. 한국어, 영어, 혹은 그림과 기하학적 무늬까지. 한 개만 있으면 꽤나

썰렁하고 어색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여러 개 있으니까 제법 그럴 듯 하다.

한국관의 하이라이트,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엔 이거다. 2012 여수 엑스포를 홍보하는 공간, "자신만의 물고기를

만들어보아요" 던가. 화면을 터치해서 물고기 종류를 고르고, 물고기 등에 업히거나 채울 수 있는 기계 종류를

고르고, 그렇게 물고기를 "만들어서" 바다로 내보내면 위쪽의 커다란 모니터에 본인이 만든 물고기가 유유히

돌아다니는 걸 볼 수 있다는 거다.


뭔가, 익숙한 그림 아닐까. 4대강에 풀어놓겠다는 그 물고기들. 수온 측정하고 오염도 측정하고 하수 방류

감시하는 그 물고기 발언에 이어지는 과학과 조직의 공명이다. 하아. 끔찍해라.

한국관 마지막 전시물은 이 나무다. 설명에 따르자면 한국과 중국을 상징하는 나무 두개가 칭칭 얽혀 올라가는

듯한 모양이라는데(마치 연리지처럼), 글쎄 잘 모르겠다. 그냥 자세히 보면 엽전을 이어붙여서 나무둥치를

만들었구나 정도, 주렁주렁 매달린 종들이 땡그랑대는 것도 그렇고 엽전으로 만든 둥치도 그렇고, 돈 좋아하는

중국인들 굉장히 즐거워하는구나 라는 인상.

그리고 정말 마지막, 요새 트렌드가 워낙 3D 티비 이런거다 보니까 부랴부랴 세팅되었다는 쌈쏭의 3D TV.

아무리 3D면 뭐하나, 콘텐츠가 별로 재미가 없어서, 게다가 안경을 쓰고 멈춰서서 여유있게 관람하기엔 동선도

전혀 배려가 되어있지 않아서 걍 나와버렸다.

크게 중국어로, 그리고 작게 한국어로, 한국관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잘 가라며 다시 만나자며 인사를 건넨다.

안에서 가장 임팩트있었던 것은 그 뭔가를 연상케 하는 불쾌한 물고기 만드는 체험프로그램, 그리고 밖에서

가장 임팩트있었던 것은 이 건물의 외관. 한글의 아름다움을 잘 살리는데 성공한 거 같다.

그리고 한 100여미터도 채 못 가면, A-10 지역. 조선관(북한관)이 기다리고 있다.

엑스포 사상 첫 참가한 'Paradise for people' 조선관(북한관).







캄보디아#3. 앙코르왓 3일 코스짜기.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외곽지역의 유적들을 둘러볼 작정이라, 아예

하루종일 뚝뚝을 대절했다. 씨엠립 시내에서 분쪽으로 약 40킬로미터를 달려야 나오는 '반띠아이 쓰레이'라는

곳 주변과 씨엠립 남동쪽으로 약 15킬로미터를 달려야 나오는 '롤루오스 유적군'까지 가기로 하고,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25달러에 흥정을 마쳤다. 원래 씨엠립 시내 근처에서 종일 뱅뱅 돌아도 15달러 정도 한다고 하니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여행자의 안전을 위해, 그리고 아마도 유적을 돌아보고 나와서 바로 찾기 쉽도록

뚝뚝 운전사마다 저렇게 등록번호가 적혀있는 조끼를 입고 있다.

씨엠립에 흔치않은 보행 신호등. 여긴 아직 교통법규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나라다. 

씨엠립 시내에서 종종 마주칠 수 있는 한국어 광고판. 시원한 소주가 있다고 하지만, 글쎄...캄보디아에 왔으니

캄보디아의 술을 마셔주는 게 인지상정.ㅋ

오토바이를 개조해 삼륜차로 만든 뚝뚝이 부앙~ 오토바이 엔진의 얇고 경망스런 소음과 함께 달려나가는데

전날 자전거를 타고 헥헥대며 달리던 거리가 금세 뒤로 멀어진다. 이렇게 길가에서 다그닥거리며 달리던

마차도 순식간에 뒤로 물러나버리는 정도의 속도. 뜨거운 햇살은 차양이 가려주고 시원한 바람이 맹렬하게

들이치니 한량놀음이 따로 없다.

앙코르 왓 우쭉에 쁘라삿 크라반, 그 위의 반띠아이 끄데이, 쓰라쓰랑을 거쳐 북쪽으로 내달리기로 했다.

쁘라삿 크라반은 씨엠립 북쪽 앙코르 유적지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앙코르톰/앙코르왓에 가까이 붙어있는

힌두교 사원이다. 정갈한 인상의 담홍색 벽돌탑이 다른 잿빛 돌덩이로 이루어진 사원들과 다른 산뜻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연꽃 형태를 형상화한 모양의 건물이야 비슷하다고는 해도 색감과 따스한 벽돌의 질감때문인지

영 다른 느낌이다.

가운데 있는 중앙 성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와서 향을 피우고 꽃을 봉헌하고 소원을 비는 곳으로 쓰임이

있었다. 이런 건 '문화유산'에 대한 훼손인 걸까 아니면 문화유산 이전의 '삶의 공간'으로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고 해야 하는 걸까.

벽돌탑 안에는 네 개의 팔에 각각 원반과 연꽃, 법라패와 곤봉을 쥐고 있는 비슈누가 있었다. 원반은 비슈누의

가장 중요한 무기이자 상징으로, 실제 고대에는 전투 무기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곤봉 역시 오랜 연원을 가진

무기임에는 틀림없으며, 연꽃은 해가 뜨면 피고 지면 봉오리를 닫는 속성을 따서 '세계' 그자체를 상징한다고.

법라패란 건 뭔지 모르겠는데 무슨 악기인가 보다. 법라패를 불면 신들은 힘이 생기고 악마는 두려움에 떨게

된다는 설명이었다.

어라, 근데 무수한 팔을 가진 비슈누들이 조각된 벽면을 따라 눈길을 훑어 올리다 보니, 천장이 뚫려 있었다.

간결한 형태의 피라밋처럼 조금씩 주둥이를 오무려가는 벽면 위쪽으로부터 쏟아지는 하얀 햇살.

캄보디아어인가, 아니면 이전에 쓰였던 문자인가, 사원의 문틀에 빼곡히 조각되어 있던 기기묘묘한 글자들.

글자라기보다는 무슨 함축적인 그림이나 아름다운 기호 같다.

아침 일찍부터 나선 덕분에 사람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둘러볼 수 있었다. 대략 삼십분, 휘적휘적 걸으며

아직은 기분좋게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구경하고 나니 조금씩 여행객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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