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회사에나 적용되는 표준질문은 아니겠지만, 그리고 딱히 훌륭한 질문들이라고 할 수도

없겠지만, 그래도 이런 식의 표준질문지와 평가요소가 적시되어 면접관에게 배포되는 경우도

있다는 걸 감안한다면 도움이 될 것 같은 자료. (2010년 상반기 모 회사 홍보대사 면접)



0. 면접 평가요소

- 인성/태도 요소 : 자세/복장, 외모 및 인상/적극성과 열의

- 표현력 요소 : 의사표현능력/논리성/창의성



1. 회사 관련 일반질문 (공기업/공공기관의 경우)

ㅇ 우리 회사의 주요 기능과 역할은 무엇인가?

ㅇ 우리 회사를 알게 된 경로는 무엇인가?


2. 대학생 홍보대사 관련

ㅇ 올 한해 인생계획은? (어학연수, 교환학생 등 활동지속 불능자 탈락)

ㅇ 회사를 홍보하는데 예상되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며, 여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ㅇ 나이가 적은데(많은데) 다른 사람들과 친해지는데 어려움이 있지는 않겠는가?

ㅇ 팀원 중 한두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단체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ㅇ (예산에 상관없이) 새로운 행사를 기획하라는 미션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해보고 싶은가?

ㅇ 대학생 홍보대사에 합격했다고 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홍보대사를 어떻게 소개할 건가?

ㅇ 홍보대사 활동을 수료하지 않고 어학연수를 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ㅇ 홍보대사 활동과 학교강의시간이 겹쳤다. 회사에서 협조문을 발행해주지 않는다면

홍보대사 활동에 참여할 수 있나?

ㅇ 대학생 홍보대사 활동을 통해 가장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3. 인생관/일상생활

ㅇ 본인의 향후 진로는 무엇이며, 우리 회사와는 어떤 상관이 있는가?

ㅇ 대학생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공부, 경험, 연애 등)

ㅇ 다른 활동과 홍보대사 활동이 중복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ㅇ 가장 친한 친구가 본인을 소개한다면 뭐라고 할 것 같은가?

ㅇ 대학생에게 꼭 스펙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ㅇ (지방학생) 교통비도 주지 않는데 자꾸 서울로 모이라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오랫동안 고시공부하던 친구가 절박하게 물어왔다,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써야 하냐고.

돌아보니 내가 취업준비생이라는 약하디 약한 자의 입장에서 사십여곳에 자기소개서를 써제끼던 때가 벌써

일년가까이 지나고 있었다. 무슨 '자기소개서의 달인'도 아니고 친구녀석에게 뭐라 확신을 줄 만큼 정답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정답이 아니라 기본자세만 알려준다는 심정으로 몇가지 팁을 줬다.

자기소개서 쓰기를 집짓기에 비긴다면, 그래서 이런 과정을 탄탄히 밟아간다면, 최소한 짚으로 만들어 금방

비바람이 새고 무너져내리는 집 정도는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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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짓기 전 벽돌 모으기 >

1. 해당 기업에 대한 홈페이지 자료 모으기

해당 기업의 홈페이지를 뒤져서 인재상, 비전, CEO인사말에서 강조되는 공통점을 추출해 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몇번에 걸쳐 반복되거나 변주되는 단어들을 그대로 벽돌처럼 자기소개서에 박아넣을 때, 인사

담당자들은 지원자가 자사에 대해 어느 정도 공부해왔구나, 친숙하구나 라고 느끼지 않을까. 예컨대

대부분의 기업이 '고객만족', '고객지향', '고객제일' 등의 단어 중 한 단어만을 골라 죽어라고 홈피에

도배해놓는 행태를 보인다. 그게 그말이지만, 그 기업의 어법이라거나 jargon처럼 쓰이는 '빈출단어'를

활용한다면 아무래도 읽는 사람의 눈에 훨씬 익어보이는 게 인지상정일 게다.



2. 해당 기업, CEO에 대한 기사자료 모으기

다음이나 네이버 같은 검색엔진에 해당기업명 혹은/그리고 CEO의 이름을 키워드로 해서 대략 3-6개월치

신문기사를 찾아본다. 기업이 처한 시장상황이나 이슈, 그리고 최근 기업이 공표한 전략이나 가치에 대한

정제된 내용과 어구를 모아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자료들을 모아두면 특히 실무면접이나 CEO 면접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CEO들도 아무래도 본인의 기사는 찾아보게 될 테고, 특히나 기사가 자신에게

우호적이거나 넓은 지면을 할애해 주었다면 뇌리에 남아있을 터, 그러한 기사에서 건드렸던 이슈나

칭찬거리들을 모아두는 건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위한 다목적용 벽돌을 구워두는 셈이다.



3. 자신의 이력을 연대기 형태로 정리해 두기

자신의 삶에서 어떠한 부분을 어떻게 떼어내서 자기소개서에 써야할지는, 사실 지원하는 기업의 성격,

업태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자신의 경험들을 연대기순으로 정렬시키고

각 이벤트들에서 끌어낼 수 있는 가치라거나, 설득력있는 '이야기꺼리'들을 미리 브레인스토밍해둔다면

본격적으로 집을 짓기 시작할 때 시간절약에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자신의 경험들을 어떠한 방향으로

끌고 가서 어떠한 장점과 성격을 드러낼지는 어느정도 글쓰기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대학교에서 동아리장을 맡으면서 어떤 행사를 치뤄낸 경험이 있다면, 거기에서 책임감, 융화력,

리더십, 혹은 팔로어십, 높은 성취욕, 근성 등등 포인트를 잡아 이야기를 풀어내는 건 자기 몫인 게다.

어쨌든 연대기 형태로 정리된 경험들은 언제든지 펼쳐보고 필요한 부분을 떼어서 써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꼭 필요한 작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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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 잡기 >


1. 질문의 포인트 잡기

지원동기, 입사 후 계획, 입사 후 포부, 10년후 나의 모습, 자신의 장점 및 단점, 자기 소개, 가정환경 및

성장배경, 이런 식으로 단어로 제시되는 질문들이 있고, 귀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인물과

그 이유(가족제외, 2명)를 설명하시오, 무엇을 성취하고 싶은지를 기술하시오, 재학중 경험한 과외활동에

대하여 기술하시오, 이렇게 문장으로 제시되는 질문들이 있다. 어떤 경우던 올바르게 이해하고 답한다면

크게 문제될 거야 없지만, 이럴 때 좀 고민을 하게 된다.

"3번, 지원 동기. 4번, 입사 후 포부. 5번, 입사 10년후 나의 모습."

지원동기와 포부, 그리고 미래의 모습..이란 건 사실 조금조금씩 겹치기 십상인 거라고 난 생각했고,

그래서 대체 어떻게 이걸 구분지어서 내용을 만들어야 할까는 늘 고민이었다. 정답은 없지만, 이럴 땐

스스로 질문의 포인트를 선명하게 구분지을 수 있게 자소서를 쓰는 게 관건이 아닐까 한다. 동기는 A,

포부는 B, 미래의 모습은 C로 명료하게 구분시킬 자신의 장점과 경험을 드러내야지, 동기는 A, 포부는 A',

미래의 모습은 A''가 되어서는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제대로 답하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않을까.


미리 자신이 이 질문에 어떤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킬 것인지, 그리고 어떠한 경험을 쓸 것인지 키워드를

잡아두면 나중에 쓸 때 편했다. 쓰다보면 자칫 방향을 잃고 중구난방이 되기 쉬우니까 일종의 나침반

역할도 해주고. 사실 또 그러한 키워드가 나중에 소제목 달 때 그대로 녹아들어가기도 한다.



2. 벽돌 실어나르기

미리 홈페이지와 기사들에서 모아둔 벽돌들, 키워드와 문장들이 쓰임직한 질문에 옮겨놓는다. 생각해둔

키워드에 부합하는 자신의 경험과 이력도 역시 옮겨놓는다. 이제 이걸 어떻게 잘 얼기설기 엮어서

문장으로 곱게 땋아내릴지가 집짓기, 자기소개서 쓰기의 포인트가 되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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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돌 쌓기 >

1. 자기소개서의 문장論

문장 자체가, 너무 길다거나 문학적, 혹은 현학적이면 좋지 않고 최대한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쓰여야

할 거다. 기자직 같이 글빨로 먹고 사는 직업에 지원하는 것이라면 좀더 현란하고 유려한 글쓰기가

큰 관건이 되겠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담백하고 차분한 호흡의 글을 바라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렇게

튀지 않고 무난한 지원자를 선호하는 기업들의 입맛이 반영된 건지도, 혹은 다소 위험을 무릅쓰기보다

안전하게 가려는 한없이 약한 취업준비생의 안전제일주의 때문일지도.



2. 구체적이고 선명하게 표현하기

당연한 이야기지만, 일반적인 특성-성실하다, 열정적이다, 리더십이 있다..-만 쓰고 치울 것이 아니라

선명한 사례를 제시해 줘야 한다. 동아리장을 맡았을 때 이런 행사를 이렇게 성공적으로 해냈다, 누구에게

어떠한 평을 들었다, 어떠한 경험을 했고 이러한 교훈을 얻었다..라는 식으로 자신의 고유한 경험에 기대어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지 최대한 효과적으로 드러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효과적'이라는 말은,

굳이 경험의 전후를 지루하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간결한 문장 한두개로 압축해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어차피 말하고자 하는 건 그 경험 모두를 말하고 싶은 게 아니라, 자신이 거기서 무엇을 얻었는지, 혹은

자신이 거기서 어떤 능력을 보였는지에 대한 설득력있게 입증하는 거니까..인사담당자가 쓱 읽고 지나갈 때

어라, 이게 뭘 말하려는 거야, 라거나 그래서 어쩌라구, 혹은 지루하구만, 이렇게만 생각치 않게하면 되지

않을까나. 좀더 노골적으로 말한다면, 어차피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이라는 거, 다 거기서 거기다.

성실하고 열정있고 창의력도 있고, 인화력에 포용력에 리더십까지 갖춘, 결국 좋은 건 다 갖춘 사람이다.

어떤 경험을 이야기해도 그러한 긍정적인 가치 한두개야 뽑아낼 수 있는 거고, 그러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란

걸 무리없이 전달해내면 되지 싶다. 자신이 부족한 혹은 나쁜 사람이란 얘기는 아무도 안 할 테니까.



3. 주어진 칸만큼 주어진 기회!

물론 뻔한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쓰는 건 자폭행위나 마찬가지일 거다. 앞에 쓴 문장을 조금 바꿔서 뒤에

첨언하고 첨언하고..그런 식으로 칸을 채우는 건 차라리 안 채우느니만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300자 이내건, 1000자 이내건, 혹은 2000자 이내건, 주어진 칸은 그만큼 주어진 기회라고 본다. 꽉 채워쓸 때

얼핏 봐도 성의있어 보이기도 하고, 안간힘을 써서 썼겠다는 우호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무작정 꽉꽉 채워쓰는 것도 좋지 않다. 적절히 문단을 끊고, 소제목을 달아주는 게 보기에도 훨씬

좋고 내용을 파악하기에도 쉽기 때문이다. 각각의 문장이 뚜렷한 의미와 목적을 가지고 배치되어 있어야

하는 건 물론이다. 군더더기처럼 잔뜩 붙어있는 말들로 인해 분량이 넘치는 걸 덜어내는 것도 문제가 된다.

결국 너무 과묵해도, 너무 수다스러워도 문제인 거 같다. 어디까지나 인사담당자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들이 자기소개서를 아무리 정독하려 애쓴다고 해도, 이미 수천장의 자기소개서가 눈앞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을 그들의 시선을 유린해서 좋을 게 없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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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둘러보기 >

 

1. 소제목 달고 퇴고하기

질문당 몇백자 이내라고 되어있던간에, 소제목을 달아넣는 것은 필수인 것 같다. 실제로 경험상 소제목다는

것을 생각지 못했던 때와 달기 시작한 이후의 자기소개서 승률은 차이가 적지 않았던 것 같다. 주위 사람들도

전하는 이야기니까 소제목 다는 건 정말 필수라고 보면 될 거 같다.

구체적으로는, 보통 300자 이내는 한 개 정도 문단으로, 그리고 500자 이내는 두개 문단으로 쪼개되, 500자

이상은 소제목을 두 개쯤 다는 것이 적당한 듯 했다. 소제목은 앞서 말한 것처럼 애초 질문에 대해 자신이

노출시키고 싶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얼만큼 튀는 소제목을 달지는 자신의 결단력, 그리고 지원 기업의

보수성 정도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예컨대 "도전정신과 나눔정신", 이런 조심스럽고 온건한 제목을 달 수도

있고, "보석같은 기업의 일원이 되기 위하여" 같은 식으로 문장을 구사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2. 전반적으로 흐름 체크하기

몇 개의 벽돌을 떼어내서 오려 붙이는 ctrl+C, ctrl+V 신공을 펼치는 것은 괜찮지만, 다 쓴 후의 검토는 필수!

실제로 이전의 기업명이 수정되지 않은 채 그대로 전송되는 불상사가 종종 발생한다. 그리고 혹시 같은

경험을 두번 써먹지는 않았는지, 동일한 문구..벽돌을 두번 써먹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 이전에 올렸던 글이지만 이즈음 많은 사람들에게 특히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어 다시 발행.




강해지기를 원하는 것은 허약함이며, 우월해지기를 원하는 것은 다름아닌 열등감이다.

자신감을 말하는 것은 불안감의 발로인 것.



얼마전 만난 친구는, 무슨 얘기인가 끝에 '서울대 간판 떼고 나면 너도 별거 없잖아?' 그랬다.

최근 누군가로부터 집중적으로 듣는 얘기 중엔 '별 것도 아닌 스펙만 믿지말고 공부좀 하세요'라는.

사실 새삼스럽지도, 도발적이지도 않은 지적이지만 때가 때인지라 다르게 다가왔다. (사실 그넘의

스펙은 믿어본 적도 없지만.ㅋ)


그치만 난 여태 내가, 혹은 내 능력이 모종의 시험에 처하는 상황이 되면 항상 잔뜩 긴장한 채

'원점부터 다시 평가받는다'는 자세를 취해온 게 사실이다. 내가 과연 그 시험에 통과할 만한지,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받아온 '간판'의 후광을 받을 자격이 있었던 건지, 그리하여 나에 대한 지금의

기대치가 합당한 수준인 건지. 그러한 것들에 대한 자신감을 번번이 다시 허물어뜨렸다가는, 곧 다시

회복하는 그런 피곤한 패턴.


그건 단지 시험에 겸손하게 임하고자 하는 실용적 목표만이 아니라, 혹여 불의의 결과가 나오더라도

충격을 덜 받고자 하는 꼼수이기도 하다. 사실 내 스스로도 내가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갖고 있는지,

얼마나 똑똑한지, 아니 대체 똑똑하기나 한 건지 의구심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일이 시도때도 없는

거다.(아마 내 주위 사람들은 더욱 의심하고 있겠지만) 그럴 때는 불쑥 조바심이 고개를 든다.

내게서 '간판'을 제하고 나면, 뭔가 남을까. 좀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그저 어쩌다 수능 한번 잘

쳤을 뿐인지도 모르는데 너무 분에 넘치는 대우를 받아왔단 게 뽀록날까봐. 수능맞춤형 인간일지도

모르는데, 너무 여러 방면으로 호들갑스런 대접을 받아왔던 게 아닐까 불편해져서. 세상에 꽁짜는

없다는데, 언젠가는 다시 전부 뱉어내야 하는 건 아닐까 하고.


해서 서류심사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들리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붙었단 소식에 감사하고,

일단은 당분간 조금 더 잘난척 하고 다녀도 되겠구나 안도하고(아직 내가 어리버리하단 소문이

그쪽까진 안 퍼졌구나, 이러면서), 혹여 떨어진 소식은 얼렁 머릿속에서 지우려 애쓰고ㅡ,

그러고 있다. 아..쉽지 않은 거다, 취직이란. 쳇.


그런 와중에, 이제 최소한 몇자리 숫자따위에 연연치 않을만큼은 철들었어, 라는 믿음으로

얼마전 봤던 멘사 테스트 결과가 나왔다. 몇자리 숫자일 뿐이고, 그저 특정 부문의 지력만을

잰 것 뿐인 결과임에도, 조금은 더 스스로를 믿어봄직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러면서 애써

퍼올리는 자신감 한주먹. 오늘 시험은 망치셨고. 어쩌면 아무데도 못가겠다는 위기의식으로

방금 네시간만에 네군데 지원서 꼽아버리셨고.



잘난척할 타이밍 = 잘나지못함이 아프게 와닿는 타이밍.

사실 '잘난 척'이란 건 나랑 상당히 거리가 먼데...오늘따라 왕창 가까워져 버리셨다. 흑.



(2007.10.14)





우리 회사는 벌써 몇년째 매 학기마다 학교와의 협의를 거쳐 학점을 인정받는 인턴을 십여명씩 뽑고 있다.

오늘은 상반기 인턴이 3월-6월로 마치고 난 후, 9월-12월 동안 근무하게 될 인턴들의 면접이 있는 날이었다.

상반기에도 인턴 면접때 면접관으로 들어갔었고 당시 경험의 포스팅(인턴 채용 면접관으로 들어가 보니.)이
 
다음 첫화면에 뜨기도 했었지만, 그 때와는 또 다른 것들이 적잖이 보이는 경험이었다.


인턴 면접은 각 팀의 실무자가 나가서 팀의 업무에 대한 짧막한 소개를 한 후, 그걸 기반으로 지원자들-서류

전형을 통과한 지원자들-이 1, 2, 3순위 희망팀을 적어내고 면접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내가 물었던 질문들은 대체로 올 초와 비슷했던 것 같다.


"우리 팀에서 무슨 일을 한다고 알고 있는지? 아까 설명드렸던 내용이 충분히 이해되셨는지?"

"마지막 학기신데 졸업은 어떻게 하실 건지? 연말까지 인턴하려면 구직활동과 병행해야 할 텐데 괜찮을지?"

"경력사항 중의 이것은 무슨 일을 한 건지?"

"앞으로 이쪽 분야와 관련해서 커리어를 쌓고 싶은 건지?"

"친구들이 자신을 센스있다, 눈치빠르다고 평가하는지?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 평하는지?"


조금 까칠하다 싶은 질문이라면 이런 게 더 있었다.

"팀의 특성상 개인의 능력보다 팀웍과 융화력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팀웍을 배우러 들어오겠다니 조금

앞뒤가 안 맞는다고 생각진 않는지?"


이건 뭐 살짝 압박해서 반응을 보려는 질문이기도 했지만, 혹시나 모를 기우에서 말하자면 (원칙적으로)

인턴이나 정식취업이나 뭔가를 가르쳐주려고 사람을 뽑는 건 아니다. 물론 당연히 뭔가를 배우게 되는거고,

그 자리에 딱 맞는 능력을 이미 갖춘 사람이 어디있냐만, 말하기의 스킬 면에서, 설득력 면에서 이런 식의

발언은 조금 주의해야 할 것 같다.


"경력이 좀 다양한 방면으로 뻗어있는데 설명할 수 있는지?"

이건 내 경력도 워낙 일관성이 없어서 많이 들었던 얘기였기에, 이런 가벼운 인턴 면접때 미리 한번

물어보고 대비케 해주고 싶었다. 나는 그럴 때 "얼핏 보면 좀 (미친년) 널뛰듯 하는 경력이라 여기실지

모르지만"이라고 이야기를 시작했었는데..별로 성공적이지는 못했던 듯 하다. 그치만 상대가 묻기 전에

먼저 그걸 방어해주거나, 묻고 나서 뭔가 잘 답하지 않으면 큰 허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인 건 틀림없다.


그 밖에 우리팀 하반기 일정상 인턴이 운전면허가 필요할 듯 하여 그것도 물었다.

"운전면허증은 있는지? 운전은 잘 하는지?"

물론 면허증이 결정적인 조건은 아니지만 다만 있으면 좋겠다, 정도.


몇가지 촌평이라면, 올 초에 내가 올렸던 포스팅(인턴 채용 면접관으로 들어가 보니.)에서 지적했던 몇몇 아쉬운 점들,

1) 단답식의 답변이 아닌 서술형의 답변을 하자,

2) 상대와의 호흡을 고려해서 자연스러운 인터벌을 두고 대답하자,

3) 말할 때 태도가 흐트러지거나 고개를 흔드는 등의 동작을 피하자,

4) 마지막으로 묻는 자유질문의 기회를 잘 활용하자.

정도에 더해 다른 것들, 특히 남녀간의 차이가 두드러졌던 것 같다.


서류 통과자, 그니까 면접 대상자 중 남성은 채 1/3도 안 되었는데, 역시 요새 여학생들이 남학생들보다

훨씬 성적관리나 기타 취직준비에 철저한 건 확실한 것 같다. 그리고 사실 야무진 (듯한) 표정과 말투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조금 더 유리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몇가지 남정네들의 허술한 답변이 맘에 안들었다.


"저는 군대를 다녀와서 인화/협동심/여하튼 좋은 것..을 배웠습니다."

"저는 행정병이었기 때문에 조직 문화에 훨씬 익숙한 편입니다."

"군대가 제 삶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혹은 "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군대에서 있었던 xx입니다."

"군대에서 안 해 본게 없기 때문에 뭐든 시키면 다 잘합니다."

"군대다녀온지 얼마 안 되어 몸쓰는 건 자신있습니다."


군대 갔다와서 조직에 훨씬 적응을 잘 할거라는 장담, 군대 다녀왔으니 협동심을 체화했다는 장담,

이런 대답은 좀 곤란하지 싶다. 군대 문화가 곧 조직 문화는 아닌데다가, '센스있고 눈치빠르며 팀웍을

중시하냐'는 게 '군대 문화에 절어있'냐는 걸 묻는 건 아니다. 물론 여전히 한국의 조직문화가 군대의 그것과

과히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도 있는데다가 면접관 개개인과

대면하고 있는 거지 저높이 앉아 조직을 위해 발언하는 기성세대-꼰대-와 대면하고 있는 건 아니다.
 

CEO 면접이나 고위급 면접이라면 좀더 조직차원에서 생각하고 그들의 입맛에 맞게 안전하게 가야하겠지만,

그때 역시 군대를 앞세운 이야기는 위험하다고 본다. 이미 그들도 최소한 머리로는 충분히 군대문화의 폐해와

부정적인 이미지를 공유하고 있는 시대인 거다. 심지어 면접관이 젊은 사람이고, 혹은 여성인 경우에도

그런 식의 이야기를 할 건가.


백번 양보해서 정말 군대에서 개인적으로 그런 값진 체험을 했고, 떳떳이 타인에게 이야기할 수 있고

이야기하고 싶어 미치겠다 하더라도, 실용적인 견지에서도 군대 이야기는 너무 식상하다. 너무 식상하고,

이미 너무 부정적인 이미지가 잔뜩 끼어있어 그걸 만회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게다가 놀랍게도(안 놀라움

말고) 꽤나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자기소개서에 군대이야기를 주절주절 적고 있다는 거다. 달리 쓸 만한

경험이 없어서인지, 혹은 정말 이시대 한국 20대 남성의 삶에 그만큼 큰 흔적을 남기는 게 사실이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이경우라면 십분 공감하는 바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남자들, 좀 영리해지자. 는 거다.


자신을 어필하고 자신의 장점을 알리려는데 전혀 참신하지도 않고, 상대의 흥미를 끌지도 못하는 '군대'란 소재를

앞머리에 끼워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건 어떻게 보나 손해보는 짓이란 뜻이다. 가뜩이나 여성들이 이야기하는 것에

비해 어수룩해 보이고, 훨씬 수줍어 보이는데다가 말도 잘 못하는 게 남성들 아닌가.(일반적으로 말이다.)
 



덧댐. 물론 특수직종이나 특정 기업에서는 군대의 경험을 높이 살지도 모르겠다. 어디까지나 난 내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바에 따라 하나의 추세를 이야기하는 것일 뿐이니,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어제는 우리 회사에서 3월에서 6월, 한 학기동안 함께 일할 인턴들을 뽑는 면접을 함께 했다. 학점인정이 되고

노동부에서 지원받는 인턴제도라 그런지 경쟁율이 정식 공채 못지않게 가혹하다고 한다.

이미 치열한 서류 심사를 거쳐 면접만을 남겨둔 그들은 이미 적어도 한두개의 인턴 경험과 여러 학내외 활동, 또한

컴퓨터 관련 자격증에 제2외국어 자격증까지, 취업준비생으로서 구비해야 한다는 여러 아이템들을 획득한

'준비된 취업준비생'인 셈이었지만, 다들 까만 정장을 어색하게 차려입곤 긴장된 기색이 역력했다.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 내가 면접을 보는 입장에서 생각나는 질문은 사실 그다지 신선하진 않았던 거 같다.


우선 암만해도 인적사항을 한번 일별하며 눈에 띄는 특이사항에 대한 질문을 하며 시작하게 되었다.

"경력사항 중에 이건 무슨 내용이었는지?"

"이 전공은 어떻게 선택하게 된 건지?"

그리고 그래도 나름 신선하다 싶었던 건 각자의 이메일 아이디에 대한 의미를 물었던 질문이었다. 이건 사실

내가 취업을 준비하면서 내 아이디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에 가능한 질문이었는지 모른다.


그다음 질문할 만한 건 아무래도, 그런 거다.

"꼭 이 팀에 지원한 이유는 무엇인지?"

"이 팀이 어떠한 일을 하는 팀이라고 알고 지원하게 된 건지?"

이러한 질문들은, 사실 의외로 많지 않은 사람들이 우리 팀에 1지망으로 지원했다는 사실에서 비롯한

건지도 모른다. 지원자들이 팀들의 소개를 전부 듣고 그 중 1, 2지망을 선택해서 각 팀 담당자들과 면접을

보는 방식이었는데, 인사담당자가 우리 팀 경쟁율이 높을 거라고 지레 겁을 줘서 그런 것 같았다.

어쨌든, 아까 내가 설명했던 우리 팀의 일하는 방식과 내용을 제대로 들었는지, 그리고 그걸 자신의 목소리로

다시 이야기할 수 있는지 보고 싶었다.


다들 이야기를 잘 하는 편이었다. 단답식으로 뚝뚝 끊기는 대답을 하지도 않았고, 자신감있는 태도로

자신을 잘 어필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몇 가지 거슬렸던 점은 다소 공격적으로 느껴질 만큼 자신있게 치고 나오는

그(녀)의 반응속도라던가, 말할 때 고개를 흔들거나 입술을 삐쭉이는 태도 정도?

내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내 호흡을 채고 나와 대답하는 건 글쎄, 여러모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생각을

조금 하고 대답하는 게 더 나아 보일 것 같고, 상대가 질문을 주면 그 호흡에 맞춰서 대답을 건네는 게 편안한

분위기로 가도록 도울 거 같고. 자칫 너무 도전적이라거나 비우호적이라고 느끼기 쉬운 듯 하다.

말할 때 고개를 흔들거나 입술을 비대칭으로 삐쭉이는 것 역시 상당히 신경쓰였다. 뭔가 안정되고 차분한

태도로 말하는 게 아니라 중간중간 입술을 씰룩이거나 고개를 흔드는 등의 산만한 제스쳐는 괜시리 내 주의를

흐트러뜨리고 상대에 대한 호감도를 저하시키는 것 같다.



몇가지 질문을 더했다.

"친구들이 당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성격은?"

"이 인턴 경험이 앞으로 취업을 준비하는데 어떤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는지?"


사실 인턴이란 게..그렇게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닌 거다. 그렇지만 하루 종일
 
전화기만 붙잡고 RSVP를 확인받는다거나, 등록데스크에서 내빈들을 상대해야 할 일이 많을 테니 센스라거나

발랄함 같은 것이 굳이 요구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우리 팀 같은 경우에..팀워크를 중시하며 하나의 행사를 같이
 
준비하기 때문에, 말하자면 인턴은 그 중 자그마한 하나의 부분을 준비하는 걸로 끝나버리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는데, 그런 것들을 감수하고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를 남길 수 있을지 궁금했다. 게다가 전체 그림을 보면서

자신의 맡은 부분이 뭔지 계속 위치를 잡아가지 못한다면 붕뜨고 의미없는, 재미도 없는 고역이 될 수 있을 거라서

염려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는 뻔하지만 중요한 질문.

"무엇이든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물어보세요."
 
이 질문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지만, 상대가 얼마나 이 인턴에 열의가 있고 관심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인턴을 하는 자신을 상상해 본 듯한 지원자는 좀더 구체적이고 한단계 깊이있는 질문을 했고, 그렇지

않은 듯한 지원자는 좀 뜬금없다거나 문득 떠오른 듯한 질문을 했다.


면접을 당하는 입장이 아니라 하는 입장이 되니까, 의외로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보인다. 그 중 하나는 대체로

사람들이 보는 눈은 비슷하다..란 점이었다. 각 팀들마다 눈독 들이는 지원자는 대개 중첩되어 있었고, 그건

어느 정도 첫인상에서 가름나는 거 같기도 하다. 면접이란 것도 어쨌든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 일, 자신의 얼굴과

자신의 분위기에 책임을 져야지 몇 개의 스킬이나 번지르르 외운 말과 단어로 커버될 일은 아니라고 이야기하면

너무 가혹한 걸까.


그나저나 정부는 인턴을 늘리고 신입 정규직 초봉을 줄이니 어쩌니...말이 많다. 20대(혹은 30대 초반)를 희생시켜

기성세대의 기득권을 사수하겠다는 건데, 말도 안 되는 짓거리다. 그렇지만 마치 '학생'이나 '아이'같은 집단이란

게 늘 물흐르듯 흘러가며 집단 구성원들이 바뀌기 때문에 자신들 집단의 이익을 보호하거나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힘든 것처럼, '구직자' 혹은 '졸업예정자'라는 타이틀 역시 하나의 잠정적이고 금세 거쳐갈 임시적인 표식이라

이런 미친 소리에 반대하기가 쉽지 않다. 당장 취직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단물 쓴물 가릴 처지가 아니란 걸

아니까 더욱 답답할 뿐이다.





*                                   *                                   *

덧댐. 혹시 구직 중이신 분들께 도움이 될까 싶어, 예전에 포스팅해 둔 자기소개서 쓰는 법에 대한 몇가지 팁을

같이 덧붙여 둡니다. 자기소개서 쓰는 법에 대한 몇가지 팁. 





12월 26일부터 29일, 군대놀이 3박4일. 자그마치 포항까지 내려가서 받고 왔다.


항상 경이롭다. '피할 수 없는 고통은 즐겨라'라는 마법의 말은, 사람을 좀체 옴짝달싹 못하게 만든 그 공간에선

너무도 강력하다. 당신들은 이곳에 절대 놀러온게 아니며 '불굴의 투지와 필승의 신념으로 세계최고의 무역진흥

서비스기관을 만들라'고 엄포놓는 빨간모자 교관들이 밉살스러워서, '난 절대 놀러왔으며 우리 재미있게 놀자'고

입소 소감을 밝히긴 했는데 사실 잘 놀았다.ㅋ


다만 문제라면, 개싸움도 편든다는 '우리가 남이가'식의 막가파식 동기애를 자랑하는 해병대 교관, Y/N만을

요구하는 발화라는 것이 얼마나 앙상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던 교관들과의 관계, 대체 왜 해야 하는지-알아서

길어올린 '재미'라는 걸 빼고 나면-알 수 없는 제식훈련/유격훈련/해상IBS훈련. 목소리크고 힘세고 지저분하고

우왁스러워야 하는 그 공간의 남자냄새는 생략하더라도.


물론, 일탈적 상황에서 더욱 진하고 끈끈한 동기애가 나올 수야 있겠지. 조심스레 이것저것 재고 체면치레하는

과정을 생략할 테니깐. 글치만 그렇다고 해서 평소로 복귀해서도 그러한 동기애가 굳건히 유지되며 발휘될

거라는 건 뭔가 논리적인 비약이야. 아님 그러한 인간의 감성 자체가 논리적 비약이거나. 어쨌거나, 이로써

12명의 동기와 연수 시작.

일정이 너무 겹친다. 기껏 서류 합격, 내지 필기 합격해봐야 다른 것들이랑 겹치는 바람에 계속해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수능 잘 풀라고 휴지모양의 아이스크림 케잌이 나왔단 기사를 보고는, 저게 수능생한테 더이상

갈 게 아니라 취업준비하는 아해들한테 가야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토할 것 같은 매경. 친기업적인 논조나 시장편향적인 그런 것들, 다 이해한다고 해도..비문이나 오타 보면

토할 거 같다. 이딴 것도 기사라고 쓰고 있다니, 앞뒤도 없고, 흐름도 없고. 쳇.

그걸 보면서 이것저것 스크랩한답시고 오려놓은 게 한뭉테기가 되었는데, 순간순간 짖쳐오는 회의감. 저게 과연

도움이 될라나.


사실은, 이제야 시작이다. 서류에 붙을까 못붙을까 하루내 두근대며 기다리는 곳이 처음으로 등장하셨고,

여태까지 연습삼아 봤던 면접들이 피가 되고 살이 되야 할 타이밍이 다가오는 중.


이 술이 미처 식기 전에, 단칼에 적장의 목을 따고 돌아와 마시리다.


사실 단칼이 안 된단 게 문제지만. 톱질하듯 설렁설렁, 서류, 상식, 논술, 인적성, 면접, 면접, 그리고 면접. 아마도

신체검사까지..? 마이 아파.ㅡㅡㆀ 변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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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면접에 들어가면, 내가 얼마나 단단한가를 물어본다. 왜 하고 싶고, 무엇을 준비해왔으며, 어떻게 되고 싶은지.

그 세 가지가 핵심이다. 대개 나는, 꼭 하고 싶고, 오랫동안 준비했으며, 이곳에 뼈를 묻고 싶노라는 의지를

전하고자 하지만..그날의 컨디션 따라 스스로의 연기에 대한 만족도가 달라진다. 스스로를 속일 수 있는 정도로

자신이 설정한 이미지에 몰입한 날, 혹은 스스로도 우스울 정도로 자신이 세팅한 이미지가 헐거운 날.


#2.

서류에서 50%의 성공율을 그럭저럭 유지하고 있다. 처음에는 금융권은 흥미없어, 삼X은 안 갈 거야, 그랬는데

글쎄..생각보다 (내가 아는) 괜찮은 직장도 적고, (내가 아는) 직장 자체도 적고. 그러는 와중에 엄마는 '국정X'은

대체 왜 싫은 거냐고 은근히 쪼기 시작하셨고, 직장 다니는 친구녀석 둘은 약속이나 한듯이 새벽녘에 퇴근한다며

전화해선 '공기X' 가랜다. 지금은, 닥치고 닥치는 대로.


#3.

그러고 보면, 이리저리 종횡하고 다닌 경력도 문제다. 인력회사 팀장과 동아일보 인턴기자, 컨설팅펌 RA의

미친X 널뛰는 궤적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 주는 인터뷰어는 없었다. 뭐, 내가 선택한 전장이기도 하니 불만은

없다. 덕분에 대개 예측가능한 범위에서 레쥬메의 검토가 이루어지곤 한다. 다만 방어율은 별개 문제란 거.


#4.

기어코 취직해 내신 모든 선후배 동기들..당신들 정말 무지무지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감탄. 그렇게 대단한

분들이었단 걸 이제사 알아챘다는 게 미안할 따름이니.ㅋㅋ 난 갈수록 '초췌'해지고 있다.

기자가 뭘까라는, 오늘 시작된 인턴 수업 매 시간마다 내게 불편하게 내질러졌던 질문. 사실 그다지 진지하게

뭘까~하고 생각했던 것이 아니어서, 일단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들으며 관망세를 취하다. 진리를 구성하고,

사회적 책임이 막중하고, 머 그런 것들이 짚어졌다. 김학준 사장은 조선 시대의 사관과 언관에 비유를 하기도,

혹은 군사독재 시절 정의의 횃불로 비유를 하기도 하며, 권력에 대해 결연하게 맞장뜰 수 있는 자세를 강조했고.



개인적인 차원에서, 분명히 기자는 어떤 축복을 받은 직업이긴 할게다. 자신의 호기심을 도발하고, 그것을

충족시키는 쾌감. 무엇 하나 전문지식을 쌓지는 않더라도, 그만큼 자유롭게 알고 싶은 것들을 공부해가며 자신의

발로 눈으로 직접 알고 싶은 사실을 캐낸다는 것. 그저 쏟아지다시피 제공되는 정보에 만족하는 사람들과는

확실히 다른 입장일 거다.



하지만, 지금이 유교적 기치가 공고했던 조선 시대나, 악과 정의의 구분이 선명했던 군사독재 시대와 같을까.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보되고 나선, 오히려 제멋대로 호명되는 '민주주의'의 허울. 역설적인 이념 과잉의 시대에서
 
'민주주의'라는 둔탁하고 애매한 수사로는 아무것도 말해지지 않는다. 확고한 지반은 이미 무너졌다.

도끼를 짊어지고 왕에게 상소를 하던 심정으로 오늘날 언론의 사명을 운위한다는 것은, 내게 다시 황장엽씨를

떠올리게 했다. 인간이 중심되는 세상을 구축하기 위한 그의 철학-함이 결국 기대고마는 '민주주의', 그것은

그러나 '미치광이'가 지배하는 북한을 의식해야 하는 한국에서는 의사 민주주의, 곧 반공 이데올로기로 변질된 채

제기된다. 그리고, 그 자신의 삶을 온통 묻어버린 그러한 사고방식은 자기가 옳다는, 옳을 수밖에 없다는

경직성으로 귀결된다. 맞장뜨자라는 도전적 사고. all or nothing의 극단성.

정치 권력에 대한, 시민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대립각.



오늘날 기자에게 필요한 건, 진부하지만 똘레랑스 같은 거 아닐까. 물론 자신의 정견이나 의견이 없을 수야

없지만, 그조차 사회의 이념적 스펙트럼의 한부분을 구성하는 톱니같은 것..이라고 인정하는 것. 구성되는 진실에

수만가지 버전이 있을 수 있고, 압축성이 생명이라는 짧막한 기사글에 담기는 진실이란 허약하기 짝이 없다는

자기 반성..주제 파악. 좀더 경험해보면, 어떻게 생각에 살이 붙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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