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우리 회사에서 3월에서 6월, 한 학기동안 함께 일할 인턴들을 뽑는 면접을 함께 했다. 학점인정이 되고
노동부에서 지원받는 인턴제도라 그런지 경쟁율이 정식 공채 못지않게 가혹하다고 한다.
이미 치열한 서류 심사를 거쳐 면접만을 남겨둔 그들은 이미 적어도 한두개의 인턴 경험과 여러 학내외 활동, 또한
컴퓨터 관련 자격증에 제2외국어 자격증까지, 취업준비생으로서 구비해야 한다는 여러 아이템들을 획득한
'준비된 취업준비생'인 셈이었지만, 다들 까만 정장을 어색하게 차려입곤 긴장된 기색이 역력했다.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 내가 면접을 보는 입장에서 생각나는 질문은 사실 그다지 신선하진 않았던 거 같다.
우선 암만해도 인적사항을 한번 일별하며 눈에 띄는 특이사항에 대한 질문을 하며 시작하게 되었다.
"경력사항 중에 이건 무슨 내용이었는지?"
"이 전공은 어떻게 선택하게 된 건지?"
그리고 그래도 나름 신선하다 싶었던 건 각자의 이메일 아이디에 대한 의미를 물었던 질문이었다. 이건 사실
내가 취업을 준비하면서 내 아이디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에 가능한 질문이었는지 모른다.
그다음 질문할 만한 건 아무래도, 그런 거다.
"꼭 이 팀에 지원한 이유는 무엇인지?"
"이 팀이 어떠한 일을 하는 팀이라고 알고 지원하게 된 건지?"
이러한 질문들은, 사실 의외로 많지 않은 사람들이 우리 팀에 1지망으로 지원했다는 사실에서 비롯한
건지도 모른다. 지원자들이 팀들의 소개를 전부 듣고 그 중 1, 2지망을 선택해서 각 팀 담당자들과 면접을
보는 방식이었는데, 인사담당자가 우리 팀 경쟁율이 높을 거라고 지레 겁을 줘서 그런 것 같았다.
어쨌든, 아까 내가 설명했던 우리 팀의 일하는 방식과 내용을 제대로 들었는지, 그리고 그걸 자신의 목소리로
다시 이야기할 수 있는지 보고 싶었다.
다들 이야기를 잘 하는 편이었다. 단답식으로 뚝뚝 끊기는 대답을 하지도 않았고, 자신감있는 태도로
자신을 잘 어필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몇 가지 거슬렸던 점은 다소 공격적으로 느껴질 만큼 자신있게 치고 나오는
그(녀)의 반응속도라던가, 말할 때 고개를 흔들거나 입술을 삐쭉이는 태도 정도?
내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내 호흡을 채고 나와 대답하는 건 글쎄, 여러모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생각을
조금 하고 대답하는 게 더 나아 보일 것 같고, 상대가 질문을 주면 그 호흡에 맞춰서 대답을 건네는 게 편안한
분위기로 가도록 도울 거 같고. 자칫 너무 도전적이라거나 비우호적이라고 느끼기 쉬운 듯 하다.
말할 때 고개를 흔들거나 입술을 비대칭으로 삐쭉이는 것 역시 상당히 신경쓰였다. 뭔가 안정되고 차분한
태도로 말하는 게 아니라 중간중간 입술을 씰룩이거나 고개를 흔드는 등의 산만한 제스쳐는 괜시리 내 주의를
흐트러뜨리고 상대에 대한 호감도를 저하시키는 것 같다.
몇가지 질문을 더했다.
"친구들이 당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성격은?"
"이 인턴 경험이 앞으로 취업을 준비하는데 어떤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는지?"
사실 인턴이란 게..그렇게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닌 거다. 그렇지만 하루 종일
전화기만 붙잡고 RSVP를 확인받는다거나, 등록데스크에서 내빈들을 상대해야 할 일이 많을 테니 센스라거나
발랄함 같은 것이 굳이 요구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우리 팀 같은 경우에..팀워크를 중시하며 하나의 행사를 같이
준비하기 때문에, 말하자면 인턴은 그 중 자그마한 하나의 부분을 준비하는 걸로 끝나버리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는데, 그런 것들을 감수하고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를 남길 수 있을지 궁금했다. 게다가 전체 그림을 보면서
자신의 맡은 부분이 뭔지 계속 위치를 잡아가지 못한다면 붕뜨고 의미없는, 재미도 없는 고역이 될 수 있을 거라서
염려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는 뻔하지만 중요한 질문.
"무엇이든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물어보세요."
이 질문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지만, 상대가 얼마나 이 인턴에 열의가 있고 관심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인턴을 하는 자신을 상상해 본 듯한 지원자는 좀더 구체적이고 한단계 깊이있는 질문을 했고, 그렇지
않은 듯한 지원자는 좀 뜬금없다거나 문득 떠오른 듯한 질문을 했다.
면접을 당하는 입장이 아니라 하는 입장이 되니까, 의외로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보인다. 그 중 하나는 대체로
사람들이 보는 눈은 비슷하다..란 점이었다. 각 팀들마다 눈독 들이는 지원자는 대개 중첩되어 있었고, 그건
어느 정도 첫인상에서 가름나는 거 같기도 하다. 면접이란 것도 어쨌든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 일, 자신의 얼굴과
자신의 분위기에 책임을 져야지 몇 개의 스킬이나 번지르르 외운 말과 단어로 커버될 일은 아니라고 이야기하면
너무 가혹한 걸까.
그나저나 정부는 인턴을 늘리고 신입 정규직 초봉을 줄이니 어쩌니...말이 많다. 20대(혹은 30대 초반)를 희생시켜
기성세대의 기득권을 사수하겠다는 건데, 말도 안 되는 짓거리다. 그렇지만 마치 '학생'이나 '아이'같은 집단이란
게 늘 물흐르듯 흘러가며 집단 구성원들이 바뀌기 때문에 자신들 집단의 이익을 보호하거나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힘든 것처럼, '구직자' 혹은 '졸업예정자'라는 타이틀 역시 하나의 잠정적이고 금세 거쳐갈 임시적인 표식이라
이런 미친 소리에 반대하기가 쉽지 않다. 당장 취직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단물 쓴물 가릴 처지가 아니란 걸
아니까 더욱 답답할 뿐이다.
노동부에서 지원받는 인턴제도라 그런지 경쟁율이 정식 공채 못지않게 가혹하다고 한다.
이미 치열한 서류 심사를 거쳐 면접만을 남겨둔 그들은 이미 적어도 한두개의 인턴 경험과 여러 학내외 활동, 또한
컴퓨터 관련 자격증에 제2외국어 자격증까지, 취업준비생으로서 구비해야 한다는 여러 아이템들을 획득한
'준비된 취업준비생'인 셈이었지만, 다들 까만 정장을 어색하게 차려입곤 긴장된 기색이 역력했다.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 내가 면접을 보는 입장에서 생각나는 질문은 사실 그다지 신선하진 않았던 거 같다.
우선 암만해도 인적사항을 한번 일별하며 눈에 띄는 특이사항에 대한 질문을 하며 시작하게 되었다.
"경력사항 중에 이건 무슨 내용이었는지?"
"이 전공은 어떻게 선택하게 된 건지?"
그리고 그래도 나름 신선하다 싶었던 건 각자의 이메일 아이디에 대한 의미를 물었던 질문이었다. 이건 사실
내가 취업을 준비하면서 내 아이디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에 가능한 질문이었는지 모른다.
그다음 질문할 만한 건 아무래도, 그런 거다.
"꼭 이 팀에 지원한 이유는 무엇인지?"
"이 팀이 어떠한 일을 하는 팀이라고 알고 지원하게 된 건지?"
이러한 질문들은, 사실 의외로 많지 않은 사람들이 우리 팀에 1지망으로 지원했다는 사실에서 비롯한
건지도 모른다. 지원자들이 팀들의 소개를 전부 듣고 그 중 1, 2지망을 선택해서 각 팀 담당자들과 면접을
보는 방식이었는데, 인사담당자가 우리 팀 경쟁율이 높을 거라고 지레 겁을 줘서 그런 것 같았다.
어쨌든, 아까 내가 설명했던 우리 팀의 일하는 방식과 내용을 제대로 들었는지, 그리고 그걸 자신의 목소리로
다시 이야기할 수 있는지 보고 싶었다.
다들 이야기를 잘 하는 편이었다. 단답식으로 뚝뚝 끊기는 대답을 하지도 않았고, 자신감있는 태도로
자신을 잘 어필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몇 가지 거슬렸던 점은 다소 공격적으로 느껴질 만큼 자신있게 치고 나오는
그(녀)의 반응속도라던가, 말할 때 고개를 흔들거나 입술을 삐쭉이는 태도 정도?
내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내 호흡을 채고 나와 대답하는 건 글쎄, 여러모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생각을
조금 하고 대답하는 게 더 나아 보일 것 같고, 상대가 질문을 주면 그 호흡에 맞춰서 대답을 건네는 게 편안한
분위기로 가도록 도울 거 같고. 자칫 너무 도전적이라거나 비우호적이라고 느끼기 쉬운 듯 하다.
말할 때 고개를 흔들거나 입술을 비대칭으로 삐쭉이는 것 역시 상당히 신경쓰였다. 뭔가 안정되고 차분한
태도로 말하는 게 아니라 중간중간 입술을 씰룩이거나 고개를 흔드는 등의 산만한 제스쳐는 괜시리 내 주의를
흐트러뜨리고 상대에 대한 호감도를 저하시키는 것 같다.
몇가지 질문을 더했다.
"친구들이 당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성격은?"
"이 인턴 경험이 앞으로 취업을 준비하는데 어떤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는지?"
사실 인턴이란 게..그렇게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닌 거다. 그렇지만 하루 종일
전화기만 붙잡고 RSVP를 확인받는다거나, 등록데스크에서 내빈들을 상대해야 할 일이 많을 테니 센스라거나
발랄함 같은 것이 굳이 요구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우리 팀 같은 경우에..팀워크를 중시하며 하나의 행사를 같이
준비하기 때문에, 말하자면 인턴은 그 중 자그마한 하나의 부분을 준비하는 걸로 끝나버리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는데, 그런 것들을 감수하고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를 남길 수 있을지 궁금했다. 게다가 전체 그림을 보면서
자신의 맡은 부분이 뭔지 계속 위치를 잡아가지 못한다면 붕뜨고 의미없는, 재미도 없는 고역이 될 수 있을 거라서
염려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는 뻔하지만 중요한 질문.
"무엇이든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물어보세요."
이 질문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지만, 상대가 얼마나 이 인턴에 열의가 있고 관심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인턴을 하는 자신을 상상해 본 듯한 지원자는 좀더 구체적이고 한단계 깊이있는 질문을 했고, 그렇지
않은 듯한 지원자는 좀 뜬금없다거나 문득 떠오른 듯한 질문을 했다.
면접을 당하는 입장이 아니라 하는 입장이 되니까, 의외로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보인다. 그 중 하나는 대체로
사람들이 보는 눈은 비슷하다..란 점이었다. 각 팀들마다 눈독 들이는 지원자는 대개 중첩되어 있었고, 그건
어느 정도 첫인상에서 가름나는 거 같기도 하다. 면접이란 것도 어쨌든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 일, 자신의 얼굴과
자신의 분위기에 책임을 져야지 몇 개의 스킬이나 번지르르 외운 말과 단어로 커버될 일은 아니라고 이야기하면
너무 가혹한 걸까.
그나저나 정부는 인턴을 늘리고 신입 정규직 초봉을 줄이니 어쩌니...말이 많다. 20대(혹은 30대 초반)를 희생시켜
기성세대의 기득권을 사수하겠다는 건데, 말도 안 되는 짓거리다. 그렇지만 마치 '학생'이나 '아이'같은 집단이란
게 늘 물흐르듯 흘러가며 집단 구성원들이 바뀌기 때문에 자신들 집단의 이익을 보호하거나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힘든 것처럼, '구직자' 혹은 '졸업예정자'라는 타이틀 역시 하나의 잠정적이고 금세 거쳐갈 임시적인 표식이라
이런 미친 소리에 반대하기가 쉽지 않다. 당장 취직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단물 쓴물 가릴 처지가 아니란 걸
아니까 더욱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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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댐. 혹시 구직 중이신 분들께 도움이 될까 싶어, 예전에 포스팅해 둔 자기소개서 쓰는 법에 대한 몇가지 팁을
같이 덧붙여 둡니다. 자기소개서 쓰는 법에 대한 몇가지 팁.
덧댐. 혹시 구직 중이신 분들께 도움이 될까 싶어, 예전에 포스팅해 둔 자기소개서 쓰는 법에 대한 몇가지 팁을
같이 덧붙여 둡니다. 자기소개서 쓰는 법에 대한 몇가지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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