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6일부터 29일, 군대놀이 3박4일. 자그마치 포항까지 내려가서 받고 왔다.


항상 경이롭다. '피할 수 없는 고통은 즐겨라'라는 마법의 말은, 사람을 좀체 옴짝달싹 못하게 만든 그 공간에선

너무도 강력하다. 당신들은 이곳에 절대 놀러온게 아니며 '불굴의 투지와 필승의 신념으로 세계최고의 무역진흥

서비스기관을 만들라'고 엄포놓는 빨간모자 교관들이 밉살스러워서, '난 절대 놀러왔으며 우리 재미있게 놀자'고

입소 소감을 밝히긴 했는데 사실 잘 놀았다.ㅋ


다만 문제라면, 개싸움도 편든다는 '우리가 남이가'식의 막가파식 동기애를 자랑하는 해병대 교관, Y/N만을

요구하는 발화라는 것이 얼마나 앙상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던 교관들과의 관계, 대체 왜 해야 하는지-알아서

길어올린 '재미'라는 걸 빼고 나면-알 수 없는 제식훈련/유격훈련/해상IBS훈련. 목소리크고 힘세고 지저분하고

우왁스러워야 하는 그 공간의 남자냄새는 생략하더라도.


물론, 일탈적 상황에서 더욱 진하고 끈끈한 동기애가 나올 수야 있겠지. 조심스레 이것저것 재고 체면치레하는

과정을 생략할 테니깐. 글치만 그렇다고 해서 평소로 복귀해서도 그러한 동기애가 굳건히 유지되며 발휘될

거라는 건 뭔가 논리적인 비약이야. 아님 그러한 인간의 감성 자체가 논리적 비약이거나. 어쨌거나, 이로써

12명의 동기와 연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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