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르고 벼르다가 처음으로 가봤던 안동하회마을, 마침 안동하면 떠오르는 부네탈이니 양반탈을 쓰고 벌이던 마당극부터 운좋게 조우.

 

양반집 대문에는 역시, 용龍과 호랑이虎가 새겨져 있는 운치있는 데코레이션.

 

곳곳에 세워진 자그마한 장승같은 목상들, 얼굴은 그대로 잘라내면 탈로 쓸 수 있겠다 싶을 만큼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던.

 

 

이런 표찰도 있구나, 싶던 '독립유공자의 집' 표찰. 멋지기도 하고, 그게 고작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저런 걸로 되려나 싶기도 하고.

 

 

검은 기와를 훌쩍훌쩍 뛰어넘다보면 층층이 올라가 본채의 지붕 끄트머리까지 가닿는 시야.

 

중간중간 이렇게 초가지붕으로 소담하게 지어올린 집들도 섞여 있긴 하지만 대개가 고래등같은 기와집.

 

 

이런 고택이 민속촌이니 뭐 그런 박물관화된 곳에서 사람냄새없이 동그마니 있는 것보다 훨씬 정겹다. 사람이 살아가는 온기란 것.

 

 

야트막한 담벼락들도 마치 경복궁 옆 돌담길처럼 이런저런 문양을 꼼꼼히도 채워넣었다. 그야말로 한칸한칸 채워넣었을 문양.

 

어렸을 적 처마가 과하게 쳐올라가지도 않고 너무 단정히 미끄러져내리지도 않는다며 한국의 미란 게 바로

 

저 은근한 각도, 중국과 일본의 중간쯤에 처한 각도에 있단 글을 읽었었는데 정말 미묘하긴 하다. 저 처마의 추임새 모양이란 게.

 

 

 

기와지붕이 그나마 풍경에서 조금 직선의 느낌을 던지는 정도지, 온통 둥글둥글한 풍경이다. 산도 초가지붕도.

 

다시, 이렇게 사람 살아가는 풍경이라니. 집 뒷켠 나무에 얹힌 까치집 두개가 더 정겹다.

 

 

문득 마주친 검은 고양이. 앞발을 모아세우고는 담벼락 위에서 해바라기 중인가부다.

 

제법 규모가 있는 가택들은 본채에 별채에, 이어지는 행랑채들까지. 꼬맹이 발걸음으로는 한바퀴 도는 것도 쉽지 않겠다.

 

 

뭐랄까. 한옥의 전통보다는 좀더 일상의 쓰임에 집중했달까. 목재와 돌로 지어진 전통 가옥에

 

플라스틱과 비닐, 스테인레스의 조합이 미묘하면서도 재미있는 균형을 만들어내는 거 같다.

 

 

위풍당당한 양반댁의 풍경 중 하나.

 

이렇게 보기드물게도 호기로운 커다란 대문도 인상적이었다. 흔히 한국적이라 말하는 분위기와는 다소 달라보인달까.

 

절제하고 소박한 조선 시대 선비의 분위기가 우리가 익히 아는 '한국적'인 분위기라면 약간 그보다는 당당하고 위압적인.

 

색을 절제하고 나무 본연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감과 질감을 그대로 살린 고택. 멋지다.

 

 

야트막한 돌담길 사이를 하릴없이 거닐다 보면 계속해서 새로운 풍경과 지점으로 가닿는 게 매번 신기하기만 하다.

 

 

한옥 지붕의 옆면이랄까, 저렇게 벽돌인지 기와인지 검정 재료를 황토 사이에 촘촘히 찔러넣어 세련된 문양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하회마을의 수호목. 소원을 적어 매달아둔 하얀 종이들이 꼭 흰나비처럼 나무를 뒤덮었다.

 

 

Let it be.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기면 될 텐데 굳이 소원을 빌려고 하는 건 절박하거나 불안하기 때문이겠지만..

 

사실은 꼭 그렇게 삐딱하지 않더라도 재미삼아랄까 혹은 보험들어두는 셈이랄까. 그렇게 볼 수도 있는 일.

 

하회마을을 돌아나오는 길에 만난 버스. 오자마자 관람할 수 있었던 탈춤 공연의 한장면이 그대로 차 꽁무니에 담겼다.

 

 

그리고 안동하회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부용대. 걸어올라가는 길은 생각보다 금방이지만, 거기에서

 

내려다보이는 하회마을은 정말이지 무슨 미니어쳐 마을같은 느낌. 한 귀퉁이에서는 저녁밥을 짓는지 연기가 피어오르고,

 

웅크리고 있는 동물떼처럼 야트막한 기와지붕과 초가지붕들이 사이좋게 어깨를 견주고 있는 풍경.

 

 

 

 

 

어느 야트막한 담장을 따라 이파리를 늘어뜨린 채 해바라기 중이던 초록빛깔 덩굴식물. 삼지천 마을,

혹은 삼지내 마을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이나 차분함이란 건 저런 덩굴이 꼬물대며 이파리를 밀치는 소리와

움직임이 보일 거 같은 그런 정도의 질감을 갖고 있었다.

A탐방로니 B탐방로니 일견 복잡해 보이는 코스들이 있었지만 그렇게 어려울 거 없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눈길 닿고 마음 동하는 대로 걷다보면 어느새 동네 한 바퀴를 도는 거다. 미처 못 가본 샛길의 풍경이 못내

궁금하다거나 아쉽다거나 하면 그저 또다시 휘적휘적 걸어가면 될 일. 그런 게 '슬로우시티'의 호흡이 아닐까.

이리저리 휘휘 감기며 이어지는 돌담길이 끊긴다 싶은 곳엔 반쯤 열린 나무대문이 버티고 섰다. 안 그래도

나뭇살이 조금씩 휘어지고 뒤틀려 안의 풍경이 속살처럼 드러나고 있었는데, 대청마루가 시원해 보인다.

마을 곳곳에 빈 벽면에 그려져 있던 벽화들. 이 곳에서 민박을 하는 집들이 꾸며 놓은 거기도 하겠지만

딱히 광고나 영리 목적의 홍보가 아니라 마을을 치장하고 소개하는데 더 마음을 쓴 거 같다.

 

한눈에 확 매료되고 만 전통 가옥 한 채가 있었다. 지붕에 촘촘이 얹은 기와 한장한장이 비바람에 씻기고

세월에 퇴락해선 저마다 다른 얼룩과 상처를 갖고 있었지만, 그 제각기의 표정과 분위기를 가진 기와들이

삐뚤빼뚤하는 듯하면서도 제법 정연하게 늘어서서 풍겨내는 그 느낌이란 건 참. 틈새 하나 벌어지지 않고

기왓장 한장한장 반짝거리며 단정한 검은색을 뽐내는 새로 올린 기와지붕에선 절대 느낄 수 없는, 그런

사람 냄새 나는 흐트러짐과 깨어짐. 얼마나 된 건지 모르겠지만 저 기와지붕은 표정이 있었다.

 

좀처럼 돌아나오기 아쉬웠던 가옥. 아마 집 주인이신 듯한 분께선 왜 이 쪽만 계속 사진을 찍냐고, 새로

기와를 올린 다른 쪽도 좀 보고 그러냐고 하시며, 며칠 전에 다녀간 건축학과 학생들도 이 건물만 죽어라

사진을 찍어대더라며 은근히 뿌듯해 하셨다. 그 건축학도들이 봤던 건 뭘까. 내가 본 건, 건물의 표정.

나팔꽃을 푸짐하게도 얹고 있던 돌담에 자전거 두대의 무게까지 얹혔다. '슬로우시티'라는 인증마크 없이도,

나른하게 페달을 밟으며 자전거를 타는 게 딱 어울리는 풍경이다.

그렇다고 사람이 살지 못할, 박물관이나 민속촌 같은 느낌도 절대 아니었다. 품위있게 올라간 기와지붕이나

재래의 냄새 가득한 초가지붕만 있던 게 아니라 잔뜩 삭아버린 슬레이트 지붕도 한쪽에서 단단히 버티고 있고,

지금도 이곳에선 사람들이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흔적과 냄새가 여기저기서 남아있었다. 그 흔들림없는

증거로 이렇게, 사람들이 더께를 밀어내고 씻어내는 목욕탕에서 여전히 뜨거운 김이 펄펄 오르고 있던 거다.

마을의 구석구석 풍경들. 어느 골목에선가 뜬금없이 조우한 저 석상은, 원래 커다란 무덤을 지키는 문신상

무신상 뭐 이런 거 아닌가. 덜렁 혼자 남아서 파란 하늘을 이고 있었다.

 

기왓장 위의 고양이, 시멘트담벼락을 거칠하게 기어오른 나팔꽃, 멀찍이 보이는 (여기도 예외없는) 교회

첨탑만큼이나 뾰족뾰족하게 선 녹슨 철문.

자전거를 무료로 빌려주기도 한다는데, 걷는 것도 좋지만 자전거로 슬슬 다니는 것도 좋을 거 같다. 동네를

한바퀴 돌아본 사이 목욕탕 남탕 문이 열렸다. 돌담길 옆 나무가 Y자 모양으로 가지를 벌렸다.

 

누렇게 녹슨 형광등 갓이라거나, 문짝을 걷어올려 걸어둘 수 있는 새모양 등자, 나뭇결이 그대로 살아있는

기둥이며 마룻바닥이라거나. 게다가 담쟁이덩굴이 온통 건물 벽을 따라 기어올라 처마까지 매달린 이런 집,

한번 살아보고 싶은 맘이 물씬 드는 곳이었다.

야트막한 담장 너머로 빨갛게 익어가는 석류, 그리고 마당 앞 귀퉁이에서 피어있는 별모양의 이름모를 꽃,

그리고 고랭지배추 꼬갱이같이 찌글찌글 얄포름한 호박꽃잎하며, 의외의 곳에서 만나는 의외로 어울리는

영단어들, LETTERS.

다음에 이곳에 오게 되면 꼭 한옥 민박을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시골 할아버지댁같은 느낌이면서도

아기자기한 풍경이라거나 둥글둥글하게 깍이고 다듬어진 사물의 모서리들이 넘 좋은 거다. 게다가

활짝 열린 문이 겸연쩍었던 듯 얼기설기 낡은 의자로 바리케이드를 치는 둥 마는 둥 해둔 저런 제스쳐까지.

눈길 함부로 밟지 말라고 했던가, 갓 부어놓은 시멘트길도 역시 함부로 밟아서는 안 되겠단 걸 보여주는 사진.

저 멀리 마을 입구까지 이어지는 저벅대는 발걸음이 여러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할머니였을까, 무슨 급한

일이 있던 건 아닐까, 손주 녀석이 소식도 없이 내려온 건가.

아직은 신선한 노랑빛이 반짝거리는 논, 좀더 햇살을 먹고 가을바람에 다독여지면 한층 가라앉아 무겁고도

차분한 누런 빛깔을 띄게 될 거다. 논두렁길을 따라 걸어 나오며, 비로소 삼지천마을의 마법같은 시간의

흐름에서 차츰 벗어나는 걸 느꼈다. 조금씩 빨라지는 초침 소리.




 

전주 한옥마을 근처로 비빔밥을 먹으러 가다가 문득 독특한 실루엣을 발견했다. 돌담 너머 언뜻

비치는 기와지붕들이 느적느적대던 스카이라인 가운데 불쑥, 로켓처럼 하늘을 향해 온몸 뻗쳐있는

건물 하나. 그렇게 크지도 않은 건물이 꽤나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었다.

끌리듯이 다가섰다. 이 아름다운 건물이 영화 '약속'에서 박신양과 전도연이 슬픈 결혼식을

올렸던 그 곳이란 건 나중에야 알았다. 그리고 '전동성당'이란 이름의 유명한 건물이란 것도.

두 팔을 한껏 벌린 예수가 성당을 꼭 껴안을 듯 하다.

뭐랄까, 전문용어로는 '비잔틴 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을 절충했다는 이 성당은 한국 최초의

순교자를 기리고자 지어진 건물이라고 한다. 정문을 몇 겹으로 에워싸고 있는 틀 덕분에 뭔가

성당으로 들어가는 길이 길고도 멀어보이는 느낌이 든다. 마침 미사 중인지 성가를 부르는 소리가

문밖으로 메아리처럼 흘러나왔다.

내부는 사진촬영금지, 잠시 들어가 몸을 녹였다가 숨을 참으며 밖으로 뛰쳐나왔다. 이번 주말

날씨가 어찌나 춥던지, 서울에서 한참 남쪽에 있는 이곳도 서울처럼 춥기는 매한가지. 그치만

차 안에 앉아 볕을 쬐노라면, 혹은 실내 찻집에 앉아 밝은 양달을 내려보노라면 꽤나 따뜻해

보일만큼 햇살은 좋았다. 사진 속에서도, 그림자가 지고 잔설이 남은 곳 말고 햇살을 바로

쬐고 있는 곳들은 은근히 포근해보이기까지 하는 듯.

한바퀴 빙 둘러보는데 이거 은근 흥미로운 구조다. 정면에서 보면 평평한 구조물이 뾰족뾰족

탑을 이뤘고, 길쭉하게 뒤로 뻗은 몸통은 일정한 패턴으로 연장되며, 마지막으로는 둥글게

십자가를 모신 공간 배치까지.

그리고 어디에서 보던, 꽤나 멀리에서까지 분명히 식별할 수 있을 저 십자가와 세 개의 둥근 돔.

붉은 벽돌로 처음 지었을 때에는 반짝반짝 경쾌하고 가벼운 느낌이 좀더 들지 않았을까 싶긴

하지만, 적당히 녹슬고 빛바랜 지금의 모습은 많이 부드럽고 현명해 보인달까. 굳이 비기자면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뭔가 생기충만하고 의욕이 넘치는 모습, 저 안에서 기도를 하면 바로

푸슝! 하고 하늘로 힘차게 쏘아올려질 것 같은 그런 에너지가 있었을 거 같다면, 지금은 뭐랄까

저런 곳 안에서는 기도도 왠지 조심스럽고 온화하게 드릴 거 같다.

사제관인 듯한 옆 건물도 불그스름한 파스텔톤이 되어버린 벽돌들이 따스하게 느껴진다.

식빵 모양처럼 뚫려있는 곳으로 바람이 거침없이 숭숭 들고 나면 실제로는 굉장히 추울 듯.

전주 한옥마을 옆에 바로 붙어있던 전동성당. 전혀 모르고 있던 사람에게도 눈에 번쩍 띌 만큼

아름다운 건물이었지만, 그 성당 안의 (촬영) 금지된 모습과 분위기는 더더욱.





벽면을 따라 평면으로 이동하던 시선을 움푹 집중시켜 버리는 둥그런 돔 지붕 자체가 만들어내는

화려하고 세련된 느낌에 더해 온통 화려한 금장이 구불구불거리며 우아한 파스텔톤의 벽면을

기어다니는 천장이라니. 이런 천장을 이고 지고 살아보는 팔자라는 것도 꽤나 괜찮았을 듯.


집 밖으로 두 팔과 두 다리가 삐쭉삐쭉 튀어나간다는 초가삼간이어도 괜찮다는 이야기는 사실

이런 집에 살아본 사람이나 할 법한 이야기. 마치 돈 때문에 걱정하지 않을 만큼 돈이 많은 사람들이

세상살면서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식의 말을 할 수 있듯이.



@ 이스탄불, 톱카프 궁전.






갈라타 타워에 올라가려고 뱅글대는 계단을 몇 걸음 오르다가 문득 이웃집 지붕에 눈길이 미쳤다.

어라, 대낮부터 왠 도둑님께서 커다란 주머니를 짊어지고 톡톡, 톡, 이런 느낌으로 지붕 위를

뛰고 있는 게 아닌가.


시꺼먼 도둑이 무섭거나 사나워보이기 보다는 앙상하게 드러난 알다리가 금세라도 헐거운

슬레이트 지붕 위에서 미끄러지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던 데다가, 천사들 노랑빛 고리처럼 떠있는

머리위 두 불끈 쥔 주먹이 조금 무시무시하기도 해서, 왠지 난 도득 편에 서고 싶어졌다.




@ 터키 이스탄불.
타이완의 야시장음식, 길거리음식도 워낙 유명하지만, 허름한 길가 음식점이나 조금 고급스런 수준의 음식점의

음식 역시 뭐 하나 맛이 없는 게 없었다. 상해나 북경에서 맛봤던 중국음식들도 대개 맛있었지만 대개 음식점들

내부는 기름때가 손닿는 모든 곳에 쩔어 있고 기름쩐내 역시 음식점 내에 꽉 들어차 있었다면, 바로 그런 위생상의

문제가 깔끔히 해결된 채 중국 요리의 맛까지 놓치지 않은 게 타이완의 음식점인 듯.

타이완 사람들이 아침으로 즐겨 먹는 '콩국', 두유, 혹은 그냥 영어로 소이밀크, 라고 하면 다들 알아들었었다.

아침으로 워낙 많이들 먹는지 파는 곳도 굉장히 많고, 들고 다니며 마시는 사람도 굉장히 많았는데 콩을 갈아

직접 만들고 며칠 만에 소진해서 새로 만들고, 그러는 것 같았다. 찬 것과 뜨거운 것, 두 종류로 팔던데 찬 두유를

마시면 기운도 나고 땀도 식고. 아침식사로 딱.

아침으로 두유와 함께 먹는 샤오삥(小餠), 깨가 가득하게 뿌려진 채 파삭파삭하고 고소하니 따뜻한 빵만 따로

팔기도 하고, 계란을 스크램블 에그처럼 으깨넣어 팔기도 하고. 
 
타이완에 가면 누구나 '딘타이펑' 본점을 순례하듯 들르곤 하지만, 사실 길거리 이름없는 가게에서 파는

'샤오롱빠오(小龍包)'도 뜨거운 육즙이 그득하게 들어있었다.

조금 업그레이드해서 101빌딩 내의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어본 적도 있었다.

한국의 LA갈비와 비슷한 요리, 좀더 짭조름한 맛이 덜하고, 바닥에 상추가 깔려있더란 점 이외에는 비슷했던 듯.

이건..뭐더라..돼지 고기로 만든 음식이었는데, 오향장육이었던가.. 부들부들하면서도 쫀득한 돼지 껍데기 부분이

간장이 주 베이스로 이뤄진 양념에 포옥 안겨있었다. 그리고 옆엔 썰은 파와 고수.

그 고깃덩이와 채소들을 이 빵에 가운데에 넣어서 먹는 거다. 깨가 촘촘히 틀어박힌 빵 속에 젤리처럼 포들한

돼지껍데기와 고기가 웅크리고 들어가서는 따끈따끈, 쉼없이 입 안으로 들어갔다는.

고궁박물관 찻집에서 맛보았던 '애프터눈티' 세트. 호박과 오리와 배추가 이쁘게 올라와 있었던 고급스런 다과.

그리고 개구리 난소였던가, 뭔가 굉장히 독특한 내용물이 들어가 있던 독특한 후식, 시원하고 대추가 들어가

있어 달콤하고, 부석부석한 덩어리들의 식감 역시 묘하게 이끌렸었다.

101빌딩 89층 전망대에 있던 소 한 마리, 냉기가 뿜어나오는 아이스크림을 꼬나쥐고, 우람한 젖통을 불끈

내 보인 채 서 있던 풍경이 넘 재미있어서 한 방.

우육면, 뉘오우룽미앤. 고기가 있고 없고의 차이로 우육면과 우육탕면의 이름이 바뀌고 가격이 배로 차이가

나던 바로 그 메뉴. 고기가 무슨 맛난 갈비탕에 담긴 갈비살처럼 보들보들 야들야들.

돼지 귀 잘라 무친 것과 콩으로 만들었다는 소세지 모양의 반찬, 반찬은 한 접시에 40NTS던가, 돈주고 따로

샀어야 했다. 콩으로 만들었다는 저 소세지 같은 건..뭔가 아무 맛도 안 나는 거 같으면서도 굉장히 쫄깃한

식감 때문에 마법처럼 손이 계속 이끌리더라는.

융캉제 주변의 刀麵, 일종의 칼국수 집에서 맛보았던 국수. 손으로 한 반죽을 칼로 설설 썰어내는 통에 두툼하고

얇은 면의 다양한 부분에 제각기의 개성실린 맛이 났다.

 그 유명한 융캉제의 얼음빙수. 삥관, 혹은 아이스몬스터라고 불리는 그 곳에서 먹었던 망고 빙수는 과연 최고.

얼음의 부드러움은 밀탑빙수의 뺨을 치고, 망고의 달콤함은 뭇 과일을 무색케 하며, 야박하게 흉내만 낸

망고 시즈닝이 아니라 그야말로 풍족하게 올려주는 망고를 씹다보면 혀를 씹어도 모른다는.;

혹은 난징둥루의 브리즈센터 지하에 있던 레스토랑에서 반짝이던 홍등 아래 먹었던 음식들도 빼놓을 수 없다.

뭔가 마나 감자나 그런 뿌리식물을 갈아서 만든 것 같은 떡과 같은 에피타이저. 알고 보니 '무' 떡이랜다.

돼지 족발과 비슷하면서도 좀더 부드럽고 따뜻하게 찜한 느낌이 강하던 음식, 청경채와 함께 찰진 면발 위에

올려져서 함께 먹어줘 함께 먹어줘, 요러고 있었다. 녀석의 소원대로 발가락 사이뼈를 하나하나 분해해가며

남김없이 먹어 치워줬다는.

사실은 베이징 카오야를 먹어보고 싶었지만 찾지 못하고 패스, 꿩 대신 닭, 아니 오리 대신 닭으로 카오야와

비슷하게 바삭한 껍질을 가진 닭요리를 시켰다. 메뉴판의 그림과는 달리 생각보다 카오야와는 많이 거리가

있었고, 차라리 후라이드치킨에 좀더 가까웠던 요리.

이번 타이완 여행에서 얻은 소득 중 하나라면, '삐딴'을 제대로 맛보았다는 점.

* 네이버 참조 : (중국 요리에서) 오리알이나 달걀을 나무의 재·소금·생석회가루를 섞은 것에 두 달 이상 담근 것. 흰자위는 투명한 적갈색, 노른자위는 진한 녹갈색이 됨. 피단.

그리고 국내에서 이러저러한 기회에 맛보았던 삐딴과는 달리, 타이완에서 몇 번씩이나 맛봤던 삐딴은 일관되게

다른 특징을 보여줬다. 진한 녹갈색의 노른자가 거의 생크림처럼 보드라와져 있다는 점. 심지어 나무젓가락으로

슬쩍 크림 떠내듯 건드리면 노른자가 크림처럼 떠진다는 사실. 게다가 향도 훨씬 진했다.

닭발 요리, 한국에서처럼 뼈없는 닭발 요리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이건 뼈가 알알이 박혀 있는 닭발.

닭발하면 매콤한 맛만 떠올리게 되는 한국인의 상식을 깨고,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꽤나 좋았다.

그리고 새우 두 마리가 박혀 있던 촉촉한 밀병 요리. 미끈하면서 쫄깃한 게 떡을 얇게 펴서 그 안에 새우를

박아넣은 듯 했다. 좀 새우랑 껍데기랑 따로 노는 느낌은 아쉬웠지만, 나름 묘한 조합.

두화, 한자로는 豆花, 콩꽃이란 뜻이 되려나. 푸딩처럼 야들야들하고 탄력있는 순두부에 팥이니 타피오카니

아몬드니 원하는 토핑을 얹어서 먹는 디저트 메뉴다. 단팥을 선택하고 나니 약간 실망했던 게, 팥의 향이나

맛이 너무 강해서 '두화'가 그냥 단팥죽처럼 느껴지고 말았다는 것, 한 번 더 기회가 있었다면 타피오카나

아님 그냥 토핑없이 심플하게 먹어 봤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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