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 장난감 같은 차들이 꾸물꾸물 기어가고 있었다. 상해엑스포에서 벌어지는 카퍼레이드 예행연습 장면과

조우했다. 미래지향적이고 다소 실험적이랄까, 그런 엑스포의 분위기에 맞게 모두들 살짝 SF스러운 외관이다.

고리 달린 행성이 목성이던가..그거 닮았다.

그리고 최근 유인우주선을 쏘아올린 나라의 자부심으로, 이런 식의 유인우주선을 꾸며놓다니. 우주선 동체 내

녹색식물들과 로봇들을 보니 살짝 월-E가 떠오르기도 한다.

이건...흡사 타워즈의 한 장면? 양쪽에 캐터필러가 달린 장갑차나 탱크 따위 군사무기를 연상케 하는 퍼레이드차.

그 앞에 경찰차와 나란히 선 저것은...돌고래가 뛰노는 모습을 보니 바다를 그대로 차에 옮겨담았다고 우길 기세.

신발같이 생겼다, 신발. 안에는 군복을 입은 분이 제대로 각잡고 앉아있었는지라 더이상의 근접촬영은 차마

시도할 수 없었다. 저 분은 정말 군인이었는지 모르겠다.

맨 앞에선 커다란 깃발을 휘두르며 일사불란한 동작을 맞추려 애쓰던 깃돌이들. 엑스포 마스코트인 하이바오도
파란색으로 쓰더니 이 깃발들도 파란색이다. 이거이거, 오성홍기가 붉게 빛나는 중국에서 이렇게 파란색을

격하게 아끼다니 한국에서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 많겠다.

출입문 나갈 때는 쉽다. 그냥 한쪽의 문으로 나오면 된다. 아무 제재도 없고, 누구 하나 신경쓰지 않는다.

출입문 밖에는 웬 소림사 무림승같은 분들이 우르르, 출입을 기다리고 계신 건가. 짚신도 아닌 것이 말랑말랑

화장실 슬리퍼 재질로 만든 듯 편해보이는 신발들.

전철 4호선은 이쪽으로 가서 타란다. 엑스포 기간 중에 안내를 위해 만든 거라고 하기엔 좀 조잡하지 않나.

더구나 중국어를 모르는 외국인들은 대체 어쩌라고 외국어 병기는 하나도 안 해둔건지. 만국공통으로 알아볼

만한 건 그나마 숫자 4와 화살표 하나. 대충 알아보긴 하려나.

엑스포장을 빙 둘러 세워진 하얀 담벼락, 그 위에는 잘 보이진 않지만 고압전류가 흐르는 전기선이 설치되어

있었다. 정말이지 꽤나 테러방지에 신경을 쓴 티가 역력하다. 


그리고 근처 버스 정류장 인근 잔디밭에서 마치 공원인 양 편한 자세로 볕을 쬐고 있는 중국인들. 공원이 아니라

그냥 '조경시설'인 건데, 신발까지 벗고 앉아있는 자태들이 너무 자연스럽다. 사진만 보고는 공원으로 알겠다.

버스 정류장 표시는 이렇게 생겼다. 정비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광고스티커나 낙서로 전혀 지저분해지거나

훼손되지 않았다. 명목상 여전히 공산주의국가인 중국이니 광고스티커 따위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여긴 상해니까

왠지 광고가 금세 덕지덕지 붙어버릴 꺼 같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눈에 띈 풍경들. 작은 '구루마' 두대를 끌고 어디론가 가는 아저씨들. 차도를 건너는데

거침이 없다. 엑스포 기간 중에 동원되었을 상해 '시민봉사대'분들이 교통통제도 하고 신호등 안내도 하고

쓰레기도 치우고, 특히 무단횡단을 민감하게 단속하고 있었지만 이분들은 꿈쩍도 안 했다.

상해엑스포 1번 출입구를 알리는 표지판.

중국에서 한국 연예인들의 '짭퉁'이 계속 생겨난다고 말들이 많은 거 같던데, 저 아시아스타 음악페스티발..

이랄까, 저기에 나온 아이들은 다들 한 실력하는 애들이려나. 아시아 스타라니 한국 가수들도 오려나.

평소엔 거의 관심없던 연예계에 새삼 관심이 생겼다.

청소부 아저씨들, 교통순경들, '(아마도) (비)자발적으로' 나와서 신호등 안내를 해주는 분들까지. 모두 옷들이

다 새것들이다. 문득 88년 서울이 이렇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숙소에서 바라본 상해엑스포장쪽의 야경. 포동과 포서지역을 잇는 구름다리가 쉴새없이 변하는 색색깔의 LED

조명을 흩뿌리고 있었다. 건물들의 윤곽을 따라 선명히 그려지는 스카이라인이 살구색으로 물들었다.







중국의 '공안'들이 열맞춰 걷는 이곳, 상해 엑스포 출입문 앞이다.

딱히 각이 칼처럼 잡혔다고 말하긴 힘들어도, 최소한 저 파란 신호등 불빛 속에서 걷고 있는 녀석만큼의 절도는

있어 보인달까. 이리저리 각자의 구역 내에서 왔다갔다, 돌고 있는 공안들.

아직 엑스포 공식 개관 전이어서 스탭들만 들어갈 수 있도록 한 출입구는 꽤나 엄중했다. 오죽하면 공항보다

더욱 철저하게 몸수색도 구석구석 한다고 다들 혀를 내두를까. 허벅지부터 발목까지 더듬더듬, 감정이 하나도

실리지 않은 스킨십을 감내해야 했다.

심지어는, 카메라를 들고 들어가면 한번 찍어보라고 시킨다. 카메라를 가장한 뭔가가 아닐까 싶어서 그렇단다.

그래서 찍힌 한 장의 사진. 물이나 음식류의 경우엔 한번 마셔보고 먹어보라고까지 시킨다고 했다.

임시 출입증의 앞면과 뒷면. 스티커는 중국 공안이 인증했다는 비표 역할을 할 거다. 뒷면에 찍힌 붉은 별

도장이 멋지다.

상해시 역사관, 왼켠엔 일본산업관. 푸서지역의 1번 출입구쪽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두 개의 전시관.

일본산업관은 한국기업연합관과 더불어 엑스포 사상 최초로 '연합관'의 형태로 들어간 전시관이라고 한다.

여러모로 일본과 한국은 서로를 의식하고 경쟁하게 되는 듯. 2002 월드컵 때도 그랬지만 대개의 경우 후발주자,

혹은 역사적 피해자로서의 복수심이랄까 오기랄까. 그런 게 작용하는 면이 없지 않아 보이긴 한다.

그리고 눈앞에 나타난 한국기업연합관. 엷은 하늘빛을 띄고 있는 외관이, 꼭 어렸을 때 좋아라 먹던 그 뭐더라,

아이스크림 색깔이 떠올랐다. 왜 우윳맛 진하게 나던 하얀색 알맹이 겉에 딱 저런 색깔을 한 샤벳같은 게

코팅되어 있던 아이스크림. 캔디바던가. 뭐였지...;

여기도 열지어 대기중인 중국 공안들. 고생들 많으십니다 그려.

산뜻해 보이기도 하고, 가벼워 보이기도 하고, 뭔가 바람을 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근처의 하수구 뚜껑들은 이미 검침을 완료하고는 봉인되어 있었다. 누군가의 손을 타선 혹시 모를 불상사를

미연에 예방하기 위한 철저한 조치들이다.

아직 개관 전인지라, 동선 중간중간을 폴리스라인이 끊어두고 있었다. 왠지 여기저기 쑤시며 사진찍다가는

카메라째 뺏겨버릴 듯한 살벌한 분위기. 지들 기분 거스르면 언제든 출입증 좀 보자고 들이대는 녀석들인지라.

아, 엑스포장 내에서는 금연이라며 담배나 라이터를 가진 사람은 전부 압수당한다고 했다. 쓰레기도 이렇게

몇 가지 종류로 나누어 버리도록 해두었고. 아무래도 주제가 친환경 쪽이니까 그렇겠지만 글쎄. 원론적으로

따지자면 고작 180여일 쓰자고 각 국가들이 거창하게 지어둔 건물들이 내어놓는 건축 폐자재니 쓰레기부터

어떻게 줄이려고 노력해야 하는 건 아닐지.




인천에서 상해 푸동공항까지는 대략 한시간 반, 만석에 좁디좁은 이코노미석 한중간에 끼인지라 매우 몹시

불편했지만 고작 한시간 반이니까. 비행은 한 여덟아홉시간이 한계인 듯 하다. 그 이상 타면 온몸이 뒤틀리고

오장육부가 경련하는 느낌.


푸동 공항에 도착하니 검정개 한 마리가 짐가방 냄새를 맡고 있었다. 엑스포 기간 중에 불미스런 사태를

막으려고 단속이 더욱 엄중해졌다고 들었다. '중국'으로 묶이지 않겠다는 소수민족의 테러가 걱정스러운 거다.

하긴 자기들이 티벳이나 위구르 쪽에 한 짓들이 있으니.

상해엑스포의 마스코트, 하이바오(海寶). 바다의 보물이란 뜻이다. 사람 인을 형상화했다곤 하지만, 그냥 모 사실

람 형태로 의인화된 형상들은 모두 사람 인人자와 닮을 수 밖에 없는 거다.

상해는 원래 꽤나 더운 지방이다. 4월만 되어도 반팔을 입고 다니고, 바다가 가까워 바람도 세차게 분다고 하던데

기상이변이 한국에만 나타나는 건 아니어서 이 동네도 날씨가 이상했다. 햇살도 살짝 창백하고, 바람은 차가운

냉기를 잔뜩 머금었고. 4월말인데 겨울바람이 불고 있었다.

숙소에 들러 짐을 풀고 엑스포장에 가려 했는데, 바로 가게 됐다. 푸동 공항에서 상해 엑스포장까지 달리는 길.

엑스포 개최를 알리는 광고판들이 즐비하다. 6층짜리로 다른 국가관들보다 두 배나 높이 지어진 중국관의

위용은 항상 빠지지 않는다. 애국심과 중화주의를 고양하기 위한 발판으로 잘 써먹어보려는 심산. 가뜩이나

이미 중화제일주의가 발호하고 있는 판인데 더욱 제국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어이쿠.

그러고 보니 상해는 삼년 전에 북경이랑 부산이랑 묶어서 짧게나마 왔었다. 2박3일이었던가, 3박4일이었던가.

그때도 느꼈던 거지만 중국이라고 묶이기엔 북경이나 상해의 분위기는 참 다르다. 조계지의 기운이 남아서인지

오랜 건물들도 조금 서구적이고, 그에 더해 워낙 현대화/상업화된 지역이란 느낌.

쉬지도 않고 나타나는 광고판들. 온통 상해엑스포 표지 뿐이다.

차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 여기는 중국. 우리나라도 요새 녹색이다 뭐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게

하려는 거 같더만 보여주기식 자전거 주차대는 텅텅 비어있고 자전거전용도로는 툭툭 끊겨있고.

씨알굵은 건물들이 듬성듬성 서 있는 데서 아마 넓은 '대륙'의 풍모가 느껴지는 걸까. 그 건물들이 전부 하나씩

상해엑스포 홍보 옷을 해입었다.

이미 상해에는 10호선까지 지하철이 뚫렸다. 아마 몇 호선 더 만들고 있다는 거 같던데, 지하철을 한번 타 보고

싶었지만 못 타보고, 외관만으로는 꽤나 훌륭해보인다. '마데인차이나'가 저급품, 짭퉁으로만 여겨지는 건

한국인들이 그런 상품만 중국에서 바라기 때문이라던데, 얘들 맘먹음 제대로 만드는 거다.

세계박람회, 줄여서 세박(世博), 중국어 발음으로는 시부~. 굉장히 넓찍한 주차장이 엑스포장 주변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쓰기읽기에만 치중했던 천박한 중국어 실력을 쥐어짜내어 발휘하리라곤 이때까지만 해도 미처

생각지 못했다.

한때 유행하던 대륙 시리즈처럼, 여기저기서 '달인'들이 많이 보였다. 산더미같은 짐을 이고지고안고 가는

대단한 능력자들. 이 자전거는 그 중에서도 좀 귀여운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역시 만만치는 않아 보인다.

온통 난마처럼 얽혀있는 전기줄들. 저거 지 무게 못 이기고 어느 순간 투툭, 전부 바닥에 떨어져선 이리저리

나뒹굴며 전기를 쏴대는 건 아닐까.

엑스포장에 가까워질수록 티가 팡팡 난다. 조경으로 꾸며진 하이바오하며, 곳곳에 세워진 '자원'봉사자들.

엑스포장 반경 1킬로 이내에는 차의 출입을 아예 통제하고 있어서 조금 걸어야 했다.

15분쯤 걸었을까. 드디어 엑스포장 입구에 도착했다. 총 관람객 예상수를 칠천만명으로 예상한다니 거의 남북한

합쳐서 우리나라 인구가 전부 한번씩 보는 셈이다. 물론 그중 중국인이 6500만, 외국인이 500만 정도의 비율이

될 걸로 생각된다고는 하지만, 여의도 삼분지이 정도의 땅에 그 인원이 바글바글댈 거라니 대단한 행사긴 하다.








4월말만 되어도 반팔을 입고 다녀야 한다는 상하이, 눈이 내리는 일이 좀체 없는 지역이다.

그런 곳에서 저렇게 펄펄 눈이 내리는 장면을 연출해낸 아이디어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만하지 않을까.

좋아라고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고만 있어도 어찌나 흐뭇해지던지. 사방으로 뛰어다니고, 손발을

나풀거리며 그야말로 온몸으로 눈내리는 순간을 만끽하는 녀석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자연스레 모두에게서 박수가 터져나오고 말았었다. 2010 상해엑스포가 시작된 상하이,

한국기업연합관에서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중국의 아이들(과 강아지들)에게 눈을 선물하고 있었다.


분분한 낙화. 사실은 인체에 무해한 계면활성제로 만들었다나 뭐라나. 어제 기업관 개관식날 보고를 듣던

MB 내외의 시선도 붙박아두었던 풍경이니만치 상해와 중국 사람들에게도 꽤나 그럴듯한 기억으로 남기를.







출장을 떠날 때 마지막 하는 일은, 다시는 안 돌아올 것처럼 사무실 책상 위를 말끔히 정리해두는 거다.

꼭히 출장만이 아니라 잠시라도 이곳을 떠난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그 어떤 계기도 마찬가지다.

책들을 가지런히 열지어세우고, 뒹굴고 다니던 펜들을 필통에 꼽아두며, 웬만하면 거슬리는 게 없도록.

다녀와서 새로운 기분으로 마치 새로운 공간의 새로운 인간이 된 양.


꽤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매일같은 야근에 주말에도 나와서 일하던 패턴.

덕분에 머릿속에 켜켜이 쌓였던 나태함과 비루함, 자멸감 따위의 찌끼미들이 홀라당 타버린 거 같은데, 실은

그저 며칠동안 내가 안 놀아주니까 심심해서 잠시 외출했을 뿐인지도 모른다.

다녀와봐야 알 일, 그리고 다녀와봐야 새삼스레 별다를 것도 없을 거란 것도 알지만 매번 속는다.


말이 길었지만 여튼, 오늘부터 일요일까지. 샹하이에 다녀오겠습니다~*

이 글이 발행될 때쯤이면 이미 상해에 도착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사진은 며칠 전, 날밝은 오후 날 물끄러미 째려보던 청천(靑天)의 백월(白月). 속이 다 시원하도록 하얗던 달.

시퍼러딩딩한 일상에 서늘하도록 하얀 점 하나, 떠남.



再見!


아그라포트에 오르던 길, 꼬맹이 하나가 근엄하게 포즈를 잡았더니 뒤에서 뭥미,하고 꼬나보는 원숭이 하나.

끼약끼약 소리를 지르며 어디선가 줏어온 빈 페트병을 콩콩 바닥에 치고 있던 녀석.

왠지 부시맨이 콜라병을 처음 집어들었을 때를 떠올리게 만들었던 녀석의 페트병 탐구생활.

바로 옆으로 사람들이 와글와글 지나가고 지나오고 있었음에도 별 관심도 없고, 경계심도 없다. 소니 개니

말이니 낙타니 원숭이니 새니 다람쥐니, 어떤 동물이건 좀체 사람을 경계하질 않는 동네였다.

그러고 보니 붉은 빛을 띈 성채 아그라포트에는 원숭이가 많았다. 자기들끼리 뛰놀기도 하고, 높은 곳에서

저 아래를 굽어보며 상념에 젖어있기도 하고.

쫄래쫄래 쫓아다니는 새끼 원숭이 덕분에 시선을 왕창 끌던 (아마도) 어미 원숭이. 새끼일 때는 대개

어떤 동물이건 귀엽다던데, 원숭이는 예외인 거 같다. 차라리 큰 놈이 좀더 귀엽다 싶을 만큼 뭔가

얍실하고 음흉한 표정의 꼬맹이.



너무 하얘서 어리벙벙하던 타지마할을 등지니, 들어설 때 심상하게 보였던 녹색 잔디밭이나 적갈색 벽돌건물이
새삼스럽다. 잔디밭 위에서 노니는 하얗고 우아한 새들이 눈에 딱 띈다.

타지마할의 아름다움은 정면의 분수대에 물에 반사된 아름다운 모습을 최고로 친다는데, 그런 호젓한 광경을

맛볼 수 있는 행운은 여전히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저 하염없이 밀려오고 밀려가는 여행자들.

사람이 워낙 많아 전경을 방해받지 않고 찍기가 이렇게 어려운데, 게다가 가뜩이나 희끄무레한 녀석이라

시간대도 중요하지 싶은데, 고즈넉한 새벽이나 저녁무렵, 아무에게도 개방되지 않은 타지마할을 독점할 수

있다면 굉장히 다른 분위기, 그리고 굉장히 다른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아 아쉬웠다.

갑남을녀의 여행객 중 하나인지라, 찍히는 건 사람이 반 풍경이 반.

타지마할의 현관문에 멈춰서 감상중인 사람들.
이곳부터 조금씩 복원/보수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그러고 보면 엔간한 문화 유산들은 대개 돌려가며 보수

중인 타이밍이다. 앙코르왓도 그렇고, 타지마할도 그렇고, 파리의 그것들도 그렇고. 인류 문화유산은 보수중.

입구부터 죽은 척 널부러져있던 강아지들 중의 한 마리였을까. 유연한 포즈로 늘어진 채 타지마할을 바라보던

녀석이 한순간 카메라를 의식한 듯 벌떡 일어나 도망쳐 버렸다.

'현관'을 지나면서, 갈색과 적색이 섞인 듯한, 뭔가 노릇노릇하게 잘 익어 맛있어 보이는 색깔을 띄고 있던

현관의 천장은 생생한 입체감까지 완비하고 있었다. 사물을 조각하고 모사할 수 없는 이슬람의 문화적 특성상

기하학적 문양과 형상들이 발전했다는 말이 역시 허명이 아니었다.

뒤늦게 돌아나오는 길에서야 발견한 표지판. 타지마할엔 남문, 동문, 서문이 있는 거다.

참...여기 개들은 전부 기력이 쇠했나보다. 나무가 드리워준 그늘 안에 포옥 안겨 있었다.

타지마할을 끝내 벗어나기 전 돌아본 길, 좀더 자유로웠다면 하루종일이라도 돌며 햇살도 기다리고, 조금이나마

사람이 적은 타이밍을 노린답시고 어슬렁거렸을 텐데. 아쉬움이 가득.





타지마할의 안, 정교하게 육각 벌집문양을 새겨넣은 대리석 너머로부터 넘어들어오는 벌집문양 햇살.

타지마할의 매끈한 대리석 바닥에 부딪혀 튕겨나오는 햇살도.

안에는 타지 왕녀의 석관이 있었고, 그 옆에는 유일하게 타지마할의 좌우대칭을 깨는 왕의 무덤이 놓여있었다.

사진 촬영이 금지되었던 그곳, 어차피 나무 창살이 촘촘히 둘러쳐져 눈으로 감상할 생각이었다. 컴컴하던

묘실에서 나와 올려다본 타지마할의 입구 천장.

옆에 그려진 캘리그래피. 아랍어인 듯 한데, 이슬람의 영향을 받은지라 코란의 구절이 아닐까.

벽면에 새겨진 준보석 조각들. 저렇게 자그마한 조각들을 거대하고 도톰한 흰색 건물 전체에 선물포장 띠처럼

둘러놨다. 그 정도 해놓으니 멀리 떨어져 보아도 뭔가 공이 많이 들어갔구나, 정교하구나, 란 느낌이 드는 걸까.

선물포장 띠 아래에는 아예 대리석에 꽃들을 조각해 넣은 판들이 주욱 늘어섰다. 사후에나마 왕녀를 꽃밭에

뉘이고 싶었던 마음이 느껴진다. 더구나 단단한 대리석으로 피워낸 꽃이니 사시사철, 몇백년이 지나도록

하얗게 피어있는 셈.

문득 내려다본 타지마할 옆의 강둑, 원숭이 몇 마리가 짙은 그림자를 넘나들며 뛰놀고 있었다.

강 너머 보이는 길다란 장벽과 오똑하니 솟은 탑. 저기도 뭔가 유적인 거 같은데.

강둑 위에 올라있는 셈이다, 그러고 보니 타지마할과 그 부속 건물들은.

타지마할의 옆구리와 허리춤쯤, 빈틈없는 꽃밭. 하얀 대리석에 음영을 남기는 건 수백만번의 조각질.

자칫 온통 하얗게만 나오기 쉬운 사진, 해가 조금씩 중천으로 오를수록 뽀얀 국물이 우러나는 타지마할.

신발을 벗고 타지마할을 둘러보았던 왕비 타지의 후손 1人이 되돌아나오는 길. 쉼없이 사람이 내려오는

통에  텅 빈 출구를 포착할 수 없었다는.

가까이서 유심히 바라볼수록 무슨 꽃받침같이 세심하고 정교한 느낌이다.

타지마할의 오른편, 아직 그림자가 저렇게 길게 늘어지는 시간임에도 꽤나 후끈했던 공기와 바람.

그러고 보면 참 새가 많았다. 이름모를 까막새들이 휘휘 선회하던 타지마할의 실루엣이 조금씩 강렬하게 빛나기

시작하는 시간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타지마할 바로 앞, 폐가처럼 방치된 건물 안에는 녹슨 용수철이 드러난 매트리스가 하나, 그리고 하얀 수염을

기른 할아버지가 한 분 쪼그리고 계셨다.

그 옆에 '코카콜라'를 파는 음료수 상점은 나무 가지에 묶어둔 천을 지붕삼고 있었고.

중앙선을 유유자적 활보하는 위풍당당한 소들은 세상부러울 것 없다는 눈빛과 표정으로 사람들을 내려보았다.

옆에선 길가에 의자 하나, 거울 하나, 그리고 보자기 하나와 가위 하나로 머리도 깍고 면도도 하고 맛사지도

해주는 만능 이발사가 판을 벌였다.

삼륜차를 끌고 손님을 기다리는 아이들은 그저 햇볕을 쬐러 나왔는지도 모른다. 극성스럽지 않고 허허로운

느낌마저 불러일으키는 아이들의 몸짓들. 그들의 호흡에 맞추어 보는 게 여행일 텐데.

저런 길거리 음식을 서서 먹는 사람들 틈에 끼어서 같이 웃음도 나누고, 눈짓도 나누는 거 말이다.

타지마할 매표소까지 나가려면 또다시 저런 바리케이트를 지나 버스를 타야 한다. 나름 삼엄하다면 삼엄한

경계, 총을 든 정복 경찰들도 적잖이 보이지만, 사람들에서 풍겨나오는 어쩔 수 없는 나른함이랄까 유유자적함.

매연을 내뿜지 않는 전기 자동차가 입을 벌리고 대기중. 얼른 삼켜지려다가 옆에 비친 이상한 생명체에 깜짝.

쓰레기통에 얼굴째 들이박은 채 뭔가를 열심히 후비고 있는 숫소.

관광지 주변의 북적북적한 공기는 그대로인데, 뭔가 다른 거 같다. 뭐지...?

또다른 전기 자동차가 앞서 출발. 저 차랑 내가 탄 차랑 요금이 달랐었다. 미미한 차이였지만.

자전거 위로 나무를 한 짐 해가는 아저씨와 장애물 경기를 하듯 심술궂게 길을 툭툭 끊어놓은 바리케이드.

짧막한 거리를 운전한 기사 아저씨는 차가 서자마자 휙 내려버렸다. 클랙션이 도드라진 운전석의 모양새.

이 차 역시 운전석은 오른쪽, 문득 궁금해진 건 엑셀러레이터도 왼쪽으로 옮겨간 걸까? 왼쪽 운전석에선

엑셀레이터가 오른쪽, 브레이크가 왼쪽인데.

화장실 풍경은 습관처럼. 트럼프 카드의 킹과 퀸이 버티고 선 분홍색 화장실 건물.

자전거 삼륜차를 릭샤라고 한다던가, 저런 것도 한번 타봤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배낭 꾸려서 한번 떠야겠다.

소방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양동이 몇개 매달아 놓은 게 전부다. 영어와 힌디어로 모두 적힌 채

사이좋게 매달린 양동이들. 그리고 나무둥치엔 흰색 페인트를 발라두었다. 환경 미화의 측면에서 가로수들에

저렇게 색칠을 한다던데, 저게 이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지구상엔 있는 거다.

쓰레기통, 흙으로 빚어낸 듯한 갈색 쓰레기통엔 힌디어가 가득이다.

타지마할을 가리키는 파란색 입간판. 닳고 헤진 벽돌 두개로 받쳐놓은 모습이 허술하지만 정겹다.

나무 그늘을 제대로 활용해 주시는 이발사 아저씨. 뭔가 장비도 잔뜩 갖춰놓은 게 그대로 여느 이발소 내의

풍경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리고 버스를 잡아타고 떠나는 길, 문득문득 창밖을 휙휙 스쳐지나던 남루한 천막들 중 하나를 가까스로

잡아챘다. 저런 삶을 누리는 사람들로부터, 절대적 빈곤의 악함을 끄집어 내어야 할까 아님 정신적 풍요의

중요성을 끄집어 내어야 할까. 둘다 자기 입맛에 맞는 식으로 그들의 삶을 쉽사리 재단하는 건지도 모른다.




  

 

타지마할, 해가 아직은 주섬주섬 자리를 챙겨 일어나는 시간임에도 이미 하얗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잔뜩 입장한 채 타지마할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 그들이 입은 형형색색의 옷가지들이 하얀색

사원의 투명하고 말간 느낌을 더욱 부각시켰다.

원래 타지마할 궁전을 유명하게 만든 건 건물 이외에도 이 분수. 물에 반사된 궁전의 실루엣까지 안배된 분수와

주변 정원이 포인트라고 한다. 아쉽게도 물이 말라있던 이쪽의 분수. 그러고 보니 형태가 얼핏 워싱턴의

워싱턴 모뉴먼트와 그 앞 분수대에 닮아있는 것 같기도 하다.

문득 뒤로 돌아서 방금 통로처럼 지나쳐버린 건물을 올려 보았다. 허술하지 않게 촘촘히 장식과 문양들을

새겨 두었다. 이 정도면 굉장히 그럴 듯한 '현관'이랄까, 우윳빛깔 궁전에 들어서기 위한.

타지마할로 다가서는 길, 별 모양으로 다듬어진 정원의 포석들이 특이하다.

뽀얀 우윳빛깔 궁전과 마주한 붉은 빛 머금은 거대한 현관, 그리고 그 사이를 잇는 분수라. 중간쯤 놓인 무대는

아마 궁전 내 연회나 의식을 위한 장소로 쓰이지 않았을까. 지금이야 여행자들의 사진찍는 포인트로 잘 쓰이고

있다지만.(전날의 숙취를 이기지 못하고 엉망으로 찍혀나온 사진들..;; )

꽤나 길었다. 붉은 현관문을 지나 길게 뻗은 분수를 끼고 하얀 궁전으로 다가가는 길은.

타지마할 오른켠에 지어진 이 건물은 뭔가 궁전의 부속건물인 듯.

정말 뽀얗다. 우/윳/빛/깔/타/지/마/할/~! 정도로 주먹쥐고 흔들며 외쳐줘야 할까, 싶도록 뽀얗고 아름답다.

그리고 풍만한 꼭대기의 돔은 논외로 치더라도, 가까이 다가설수록 입체적으로 도톰하고 육감적으로 느껴지는

저 궁전의 볼륨감.

양끝의 첨탑. 벽돌로 차곡차곡 쌓았을 텐데 저렇게 아귀도 딱 맞고 매끈하게 떨어지는 건 흡사 여인의 각선미.

신발을 앞에서 벗고 저곳에 보관해두거나, 아니면 신발 위에 발싸개를 하거나, 어쨌든 '부정한 신발'신은 발로

올라설 수 없는 곳.

입구와 출구. 또다시 알 수 없는 힌디어. 알고 보니 지역마다 쓰이는 알파벳도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아놔.

타지마할 오른켠의 그 건물. 대체 뭐하는 델까 앞께까지 얼쩡거려보았지만 문도 닫혀 있고, 모르겠다.

다시 관심은 온통 요 희여멀건하고 도톰한, 여성스러움이 듬뿍 묻어나는 궁전으로.

분수와 나란히 걸으며 전체적인 실루엣만 바라보다가, 이제야 조금씩 디테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자체 발광이랄까, 준보석 돌들을 다듬어 박아둔 테두리도 정성스럽지만 그 안 대리석판에 새겨진 꽃나무들의

문양 역시 범상치 않은 느낌이다.





델리에서 약 200킬로 떨어진 아그라에 도착, 티켓 오피스 앞에 섰다. 약 200킬로면 사실 한국에서야 두시간임

주파할 수 있는 거리지만 여기 기준으로는 네시간 반 정도. 안 그래도 전날의 숙취가 고스란히 누적된 상황에서

멀미 기운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그래도 티켓을 받아드니 없던 힘도 불끈 생겨나서, 정신차리고 돌아보기 시작. 티켓 뒷면의 도장은 타지마할

티켓을 사고 아그라의 다른 네 개 유적을 돌아보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표시라는데, 살짝 빵꾸가 뚫려있는

AGF, 아그라 포트만 돌아볼 수 있었다.

매표소 옆에 붙어있는 노천 까페/레스토랑으로 들어서는 길, 기둥마다 그려진 소박하고 단순한 그림들이 눈을

끌었다.

그러고 보니 매표소 건물 입구 위에서 지그시 내려다보고 있던 코끼리, 비슈누상. 굳럭을 상징하는 시바신의

화신 중 하나라는 비슈누다.

매표소에서 타지마할까지 가는 방법은 두 가지, 약 1킬로 정도 걸리는 그 길을 걸어서 가는 방법이 하나, 다른

하나는 전기 자동차를 이용해서 가는 거다.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타지마할의 보존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실은 몇년정도 비공개로 쉬게 하라는 권고를 받을 정도였던지라 도입된 전기 자동차라고.

인도의 정정은 사실 그리 확립된 편은 아니다. 작년에도 테러가 있었고, 카슈미르 지방을 둘러싼 파키스탄과의

알력이라거나 분리주의자들의 격한 움직임도 유의할 대목. 타지마할까지 가는 길은 계속 이런 체크포인트와

장벽들을 넘어서야 했다.

그런 와중에도 여유있게, 쓰레기통 깊숙이 얼굴을 처박고 먹을 거리를 찾는 소 한마리.

길 끝에서 타지마할의 입구를 만났다. 적색 벽돌로 매끈하게 가다듬어진 저 성벽 너머엔 타지마할이 있다.

인도 날씨는 꽤나 후텁지근할 거라 생각했지만 델리나 아그라 지역은 사실 1월엔 그다지 기온이 높진

않은 편이다. 다소 쌀쌀한 봄의 아침날씨정도랄까. 그럼에도 저렇게 댓바람부터 길거리에 사지를 뻗고

누운, 그야말로 개팔자 상팔자의 강아지들. 

역시나 입구 옆에는 소총을 둘러멘 경비원들, 경찰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아예 벽돌로 저렇게 진지까지 구축해

놓았을 정도로, 테러의 위협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현실로 체감하고 있나보다.

마법의 숲을 지나 늪을 건너, 금속탐지기와 거친 손놀림의 스캐너를 거치면 타지마할 입성.

난 타지마할에 들어가면 바로 새하얀 그 궁전이 나타날 줄 알았다. 그렇지만 현실은 기대를 배신하고,

쭉 이어지는 테라스와 붉은빛 벽돌담. 이것도 이쁘지만 난 얼른 타지마할이 보고 싶을 뿐이라구~ 생각하다가

사실 타지마할이 뭔지도 제대로 안 알아보고 덥썩 여기까지 왔음을 깨달았다.

저기가 타지마할로 들어서는 입구. 타지마할은 힌두교와 이슬람의 영향이 혼합된 방식으로 지어진 사원으로,

익히 알려졌든 '타지Taj'라는 왕비를 위해 바쳐진 사후궁전인 셈이다. 현지어로는 '따즈마할'이랄까, 좀 다르게

발음하는 것 같던데.

외국인 여행자들이 쉼없이 들고 나고, 그 와중에 두껍게 무장한 병사들은 살벌한 쇠막대기들을 들고 발소리

척척 맞추어 사방을 순시하고 있었다.
 
정확한 좌우대칭이 되도록 힘썼다는 이야기, 힌두교 사원들이 엄격하다 싶을 정도로 좌우대칭 형태에 집착한

것처럼 타지마할 경내의 건물들 역시 마찬가지 맥락인 거다.

건물 안을 지나던 길, 어둑어둑한 실내에서 문득 발견한 창문 하나, 쏟아지던 햇살.



ㅇ 입국 신고서 양식

ㅇ 출국 신고서 양식

ㅇ 입/출국 신고서 작성 방법(샘플)


인도에서, 특히나 뉴델리에서 마주쳤던 트럭들의 뒷켠에는 신기한 사인들이 붙어있었다.

"BLOW HORN", "HORN PLEASE", 클랙션을 눌러달라는 거다. 시끄럽고 짜증스럽기만한 클랙션을 눌러달라고?

처음엔 한두대가 그냥 장난으로 적어둔 줄 알았는데 줄줄이 나오는 통에 점점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이곳의 트럭은 40킬로미터 이내로 달리도록 속도제한이 되어있다고 한다. 그래서 트럭을 추월해

앞서 나가려거나 차선을 바꾸려는 차들은 클랙션을 울려 사인을 달라는 얘기.

대체 저게 무슨 글씨인지, 복잡하고 얼룩덜룩한 글씨 덕에 한참을 쳐다 봐야 겨우 무슨 글씨인지 식별할 수

있는 차들도 있었다. 뭔가 눈을 사팔로 모으고 매직아이 쏘아보는 기분으로.


그리고 인도의 요금정산소. 참 허술하달까 간소하달까. 뼈대가 그대로 드러나보이는 느낌이다.




1월말의 뉴델리는 생각보다 많이 쌀쌀했다. 아직 겨울의 기운을 씻어내지 못한 그곳에 머무는 동안 아침마다

짙은 안개가 자욱이 내려앉았댔다. 희뿌연 안개 속에서는 왠지 덩어리덩어리, 외로움이 감돈다.

문득 들어선 정체구간, 올해 있을 Commonwealth worldcup이라던가, 영연방 국가간의 체육대회를 개최하는

도시로서 부족한 인프라를 많이 확충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뉴델리에서 타지마할까지 가는 길은 왕복

4차선에 불과한데다가 우회로도 없는 거다. 그나마 왕복 2차선이던 것이 한 차선씩 늘은 것도 삼사년 전이라고.

우회로 없는 왕복 4차선에서 정체가 필연이라면, 그 정체구간에서 저렇게 코브라가 혀를 날름대며 춤을 추는

건 그보다 더한 필연. in INDIA.

앞에 선 트럭 위에 늠름하게 버티고 선 검은 물소들의 빈약한 방댕이들. 캄보디아에서도 느꼈던 거지만 동남아

소들은 은근 날씬해주신다.

중간에 잠시 쉬었던 휴게소-랄까, 그냥 간이음식점 겸 기념품판매소랄까-에서 만난 화장실 사인.

조금 안개가 걷힌 차창 밖의 불빛에 기대어 활짝 피어난 운전석 머리 위의 꽃다발. 안전운행을 축원하는 뜻이

있다고 했다.

그래도 차 한가운데 티비도 떡하니 세팅되어 있고 제법 괜찮았던 버스였다. 무엇보다 눈에 띄던 건 운전대

가운데 불룩 튀어나온 빨간색 버튼. 경쾌하고 시끄럽고 방정맞은 벨소리가 저로부터 나왔었다. 인도의 클랙션은

거의 깜박이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내가 지금 추월할 테니 주의해라"라거나, "내가 지금 앞으로 혹은

뒤로 따라붙고 추월할 거다"라는 사인을 모두 미친듯이 울려대는 클랙션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길가 왼쪽에는 이렇게 차들이 주차해있었다. 글쎄 무려, 커다란 대형 트럭이 서로 바싹 마주본채 주차하고

있는 모습. 쟤들은 나중에 도로에 진입할 때 얼마나 왕복 차선을 혼란시키며 진입할까. 좀체 규율이 서있지

않은 인도의 교통체계를 반영하는 주차 모습이었다.

트랜스포머처럼 뭔가 잔뜩 장식이 달리고 보호대가 장착된 트럭들이 시속 40킬로미터 이내라는 규정속도를

지키며 달리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뉴델리에서 아그리포트로 가는 길가로 쭉 보이는 풍광들은 참, 누추하고 허름하다.

거의 허물어져 가는 건물들, 가까스로 지탱하고 있는 건물들에 헝겊을 대고 바람을 막고 있는 집들도

부지기수, 얼마나 되었는지 몰라도 해머 한 방이면 줄줄이 넘어갈 듯한 파삭하고 앙상한 벽들이 눈에 띄었다.

자전거를 개조한 삼륜차도 곧잘 눈에 띄고, 앞바퀴를 빼고 있는 자동차는 왠지 신뢰가 전혀 가지 않는

'엔지니어'들이 달라붙어 툭탁툭탁 고쳐대고 있었지만 그 차가 다시 달릴 수 있었는지는 모를 일인 거다.

뭔가 다채로운 색감을 과시하는 인도의 트럭들. 이 차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트럭들이 형형색색의 원색감을

뽐내며 글자와 그림들을 품고 있었다.

삼륜차들, 오토 릭샤가 딱정벌레처럼 바닥에 스물거리며 붙어 달리고 있었다. 저런 차를 타고 달려줘야 정말

여행일 텐데 그저 창밖으로 구경만 한다는 게 넘 아쉬웠을 뿐.

창밖에서 열심히 달리고 있던 오토바이, 그리고 그 위의 인도 전통 의상을 덮어쓴 여성.

그러다 문득 들어선 어느 마을 어귀에선 소가 휘적대며 걷기도 했고, 담벼락엔 저렴한 인도의 노동력 비용을

반영하는 페인트 광고가 퇴락해 있었다. 여긴 왠만한 종이나 현수막 따위의 프린트물 광고가 아니라 손으로

직접 그리게 하는 게 싸게 먹힌다고.

또다시 어느 골목을 지나며. 저 골목으로 들어서면 뭐가 있을지, 누굴 만날지 알 수 없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저 지나칠 뿐. 잠시의 망설임이나 주저함 따위 없이 그냥 휭, 하니 지나쳐버렸다.

한참 달리다가 또 마주친 풍경 중 하나. 뉴델리에서 아고리까지는 약 200킬로밖에 안 된다고 하던데, 교통이

워낙 열악해서 한 다섯 시간 잡아야 한다고 했다. 문득 마주친 새떼, 그리고 소떼.

그에 바로 이어지는 남루한 천막들. 그야말로 거적떼기 하나 씌워놓은 공간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 틀림없는

사람들.

바로 도로 옆에 연한 채 저렇게 허름하고 갖춘 것 없는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괜찮은 걸까, 걱정스러웠다.

델리는 그래도 온도가 꽤나 내려간다고 하던데, 1월말만 해도 한국의 꽤나 쌀쌀한 봄날씨를 연상케 하던 그런

곳이었는데 자칫 얼어죽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길가에 삼층짜리, 사층짜리 아파트처럼 세워진 닭장들. 닭은 잘 안 보이지만 어쨌든. 소고기를 안 먹는 대신

닭고기의 소비가 많은 나라인 거 같다.

생각없이 바라보다가 깜짝 놀랐다. 저 나무에 열매처럼 매달린 저것들은..

하얀 새들이었다. 사람들이 밑에서 저렇게 집-이랄까 천막이랄까 움막이랄까-을 짓고 얼쩡얼쩡대고 있는데

열매인 양 위장한 채 가만히 매달려 있었던 거였다. 대롱대롱, 이란 단어는 뭔가 밑으로 내려뜨려진 것에

어울릴 표현이긴 하겠지만 저 새들이 날씬하고 앙상한 두 다리로 나뭇가지를 꽉 쥐고 있을 걸 생각하면 왠지

맞춤해보이기도 한다.

이게 철거촌인지 아님 그냥 인도의 근교 풍경인지 헷갈릴 정도로, 건물들은 오래고 낡았다.

이국적인 문양과 장식들을 매달고 있는 건물들. 그리고 저 알록달록한 색감의 건물들, 문화의 차이던 뭐던 간에

각국 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겨쓰는 색감은 생각보다 참 다르다.



#1. 

출장을 다녀오니 조직개편과 인사이동이 있었다. 미리 짐을 바리바리 박스에 싸두며 '심적 대비'를 하긴 했지만

막상 낯선 사무실과 낯선 책상에 자리를 잡자니 영 낯설다. 새로 생긴 부서인지라 모두들 약간씩 붕 떠있기는

매한가지, 그 와중에 올해 신입직원까지 배치되었으니 분위기는 더욱 어벙벙하달까. 그렇게 전부다 살짝

신입직원스런 마음으로, 또다시 눈앞에 닥친 몇몇 행사들을 준비하는데 매달리고 있다.


#2.

어느덧 3년차, 여태 부서 막내로 지내다가 갑자기 신입도 들어오고 2년차 후배도 들어오고 부자가 되어버렸다.

젊지 않다, 란 느낌이 퍼뜩 들었던 건 아마도 그때쯤. 연극으로 치면 '막내'의 역할이야 빠릿빠릿하고 눈치껏

일의 부분을 메꾸면 되는 거였지만 이제 새로운 역할을 맡아버린 거다. 중간에서 일을 나눠주고 조율하고

큰 그림을 그려주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일은 많이 하고. 음..돈 벌기가 갈수록 쉽지 않아진다더니.


#3.

젊지 않다, '젊잖다' 라는 말에서 '점잖다'라는 단어가 겹쳤다. 어쩌면 점잖다는 표현은 더이상 젊지 않다,

더이상 좌충우돌하거나 격동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비롯한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두 단어는 모양새도

닮았고 의미도 닮아보인다. 젊잖다. 점잖다. 물론 당연히도 젊잖다고 절로 점잖아지는 건 아니다. 고무적인

사실이라면, 이제 조금은 '점잖아'져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 예전이라면 점잔 따위

개나 줘버려 이랬을 텐데.


#4.

출장 다녀오고 사진이 나름 많이 남았고, 창백한 속살을 하얗게 뿜어내던 타지마할의 인상도 생생히 갖고

돌아왔지만, 어쨌거나저쨌거나 출장이었다. 가보지 못한 골목들에 대한 강렬하지만 금기된 유혹이라거나

먹거나 마시면 배탈나기 쉽다는 길거리 음식에 대한 '마조히즘적' 욕망이라거나, 그런 것들을 끙끙 품고만

있다가 돌아와버린 거다. 여행에 대한 욕구만 움씬움씬 자라버린 출장이었다. 하아...


#5.

티스토리 우수블로거에 선정되고 나서 가장 기뻤던 건 블로거 명함이 생겼다는 것. 까맣게 잊고 있다가

엊그제에야 배달을 받고 나서 새삼 해피해피해졌댔다. 1월 동시나눔에 참여해서 좀 여기저기 뿌려보고

싶었는데 여의치 않았고, 독자적으로라도 함 해야겠다. 나눔이벤트(라고 쓰고 명함배포라 읽는다) 커밍순.






공항에 내려 마주한 표지판. 이제 좀 아랍어에 익숙해진 눈에도 완전 생경한 인도의 힌디어. 인도라고 하면

그다지 한국과도 멀지 않고-비행시간 9시간여-이름부터 꽤나 익숙한 나라 중의 하나여서 왠지 뭔가 친숙할 줄
 
알았는데 글자부터 영 낯설기만 하다. 저것도 설마 아랍어처럼 오른쪽에서부터 거꾸로 쓰는 건 아닌가 싶기도.

차를 타고 우선은 숙소로 가는 길, 창밖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뭔가가 이상하다. 버스 우측 창가에 앉아

있는데 반대쪽에서 차가 오는 게 보인다니. 중앙선의 엘지 광고깃발이 펄럭거렸다.

차들이 좌측통행을 하고 있었다. 갑작스레 보행자의 우측통행을 시행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중앙통행을 하고 있는 한국과는 달리, 여긴 영국 식민지 시절의 영향을 그대로 온존시킨 채 영국과 같은

좌측통행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마치 조선총독부 건물을 폭파하는 것과 같은 거 아닐까 싶다. 역사적

연원이야 구질구질하고 다소 수치스러울지라도 그걸 무조건 지워버리고 사라지게 만드는 건 답이 아닐 텐데,

뭐 편하고 익숙하고 그럼 된 거 아닐까. 나름의 맥락과 여타 시스템과의 유기적 연계가 생겨난 거를 억지로

끊어내는 거니까, 꽤나 오래 고심고심해서 정해야 할 문제임엔 틀림없는데.

그러고 보니 운전수도 오른쪽에 앉았다. 운전석이 오른쪽인 곳은 일본이랑 영국 뿐인줄 알았는데, 인도도 그랬다.

인도의 맥주, 킹피셔~ 주류광고가 금지되어 있는 인도인지라, 이들은 아예 항공사를 사서 자신들의

인지도를 높이고 간접광고하고 있는 중이란다. 킹피셔 항공사가 있다는데, 로컬 항공사인지 직접 본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맥주는 꽤나 맛있었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랄까.

인도까지 가서 한식당을 가다니 많이 안타까운 현실이었지만, 나름 한국 분위기를 연출하려 애쓴 기색이

역력했다. 전통 한지문창살을 흉내낸 룸 문짝들과 천장의 한지 조명등까지. 그렇지만 역시 인도 나름의

변용이 가미된 터라, 단적으로 한지 조명 아래 늘어뜨려진 서양인 모양 인형.




재래시장에서 들리는 상인들의 호객소리, 영 낯선데다가 터무니없이 크고 억센 이방의 말소리가 길거리

양쪽에서 얽히지만 묘하게 즐거워지는 구석이 있다.



인도 상인들은 이재에 밝고 매우 상술에 능하다는 평인데, 가격을 두고 흥정하는 것을 즐긴다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라 한다. '화끈하고' '주저치않는' 협상 타결은 외려 가격흥정을 빙자한 담소, 혹은 담소를 빙자한

가격흥정의 묘미를 망쳐버린다고 생각한다나. 오이와, 당근과, 파파야와, 볶은 땅콩이 수북이 쌓인 야시장이라

해서 예외일 수는 없지 싶다.




내일 아침에 뱅기 타고 인도로 가면, 뉴델리와 뭄바이를 거쳐 월말에나 돌아오게 된다. 출장이란 건, 남이

떠나는 걸 보면 부러운 거고, 자신이 떠나는 때엔 힘들고 더러 지치는 거고. 특히나 이런 대규모 인원이 함께

하는 출장을 준비하는 건, VIP가 낀 출장을 준비하는 건.


인도는 처음이다. 첫경험이란 거, 굉장히 중요한 건데 '출장' 따위 무디고 둔탁한 도구로 '인도'라는 통조림을

까려다가 자칫 이미지를 통째 날려먹는 건 아닐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뭐, 대형 버스에 아저씨들과 꽉꽉 채워

앉아 타지마할 코앞을 찍고는 돌아오는 그런 날림 일정이 예정되어 있기도 하니까, 딱히 그런 걱정을 기우라고

치부하기도 그렇다.


사실 출장은 일이다. 여행의 느낌은 '주'가 아니라 '부'가 되어야 하는 거고, 어쩌면 '여행'이란 호사스럽고 가슴

떨리는 단어보다는 '관광'이라는 왠지 피상적이고 거저 먹는 듯한 단어에 어울리는 거다. 근데 내가 그렇다.

그냥 여행처럼 생각하고 떠나게 된다. 카메라부터 챙기고, 여행정보로 뭐가 있는지 쑤시고 다니고. 뭐, 해야 할
 
일 다하고 남는 짬에 혼자 기분 내며 비행기 타고 걷고 구경하면 되는 거니까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출장인지 여행인지 관광인지 모르겠는 그거, 덕분에 생일도 인도 뭄바이 쯤에서 맞게 되겠지만 일단은

'쵸큼' 설레고 있다.





리야드를 지나 이집트, 꽤나 세속화된 아랍국 중 하나인지라 바로 참이슬로 입을 헹궈주시는 센스. 앞에는

이집트 전통 맥주, 사카라. 사카라는 이집트의 지명인데, 가자 피라밋 이전의 초기 형태 피라밋 무리가 모여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5년만에 돌아온 이집트 카이로의 이 '빌어먹을' 교통대란. 어찌나 반갑던지. 사방에서 울려대는 클랙션과

브레이크 파열음, 어디선가 들리는 아잔 소리까지.

낮에 봤으면 분명 여기저기 우그러진 차들이 번연히 드러났을 텐데, 어둠의 장막 아래 그럭저럭 눈감아줬다.

어쩌다 보니 숙소 예약에 혼선이 빚어져, 항의 끝에 얻어낸 펜트하우스급 슈퍼디럭스 룸. 예전에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묵고 갔다는 방과 똑같은 사이즈의 방이란다. 재빨리 차지하고 앉은 사무용 책장.

원래 예약했던 방은 작은 트윈룸이었는데, 여긴 방이 네 개, 화장실이 세 개짜리였던가.

푹신한 쇼파가 사방에 뒹구는 너른 거실하며, '빠'로 쓸 공간도 있었던, 그야말로 호사로운 객실.

큰 집에선 길을 잃을 수도 있다더니 딱 그짝이다. 요리조리 휘어지는 통로, 그 끝에서 마주치는 사방의 문짝들.

굉장히 넓었던 방, 저기서 혼자 잤다. 어떻게 해야 저 큰 침대를 하나도 아니고 두 개씩이나, 더럽히고 잘 수

있을까 생각하며 열심히 뒹굴고 헤집고 다녔다.

또 다른 방, 방은 다섯여섯 개씩이나 되는데 사람이 둘이니, 얼굴 보기도 쉽지 않다. 결국 이박하는 동안 얼굴

마주칠 일도, 화장실서 만날 일도 없이 혼자인 양 밤을 보냈다.

그리고 행사장. 호텔마다 고유하게 내세운 색감과 분위기가 참 다르다. 여긴 좀 화사한 톤의, 불그스레한 색감.




두바이를 떠나는 길, 공항으로 향하는 길에 다시 마주친 버즈 두바이. 이제는 두바이의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적절한 지원책을 펼쳐준-그리고 애초 두바이의 경제를 부흥하기 위한 자본의 주된 출처기도 했던-아부다비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이름이 바뀌었다. 버즈 칼리파.

두바이 공항, 아랍지역의 허브 공항으로 손색이 없는, 참 넉넉하게도 배치된 의자들. 환승을 위해 사람들이

몰려 대만원을 이루는 저녁 시간이면 이조차 턱없이 모자라서 바닥에도 여기저기 모포를 깔고 잠을 자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 공항이기도 하다.

면세점을 돌다가 만난 꼬맹이들. 쪼만한 녀석 둘이 자기 키만한 카트를 각각 끌고 가는 모습이 우스웠다.

한쪽에는 F1에선가 우승했다는 경주용차량이 전시되어 있던.

신종플루가 세계적으로 창궐하던 10월이라고 했지만, 사실 아랍쪽에서는 가끔 이런 배너 서있던 것 말고는

딱히 분위기를 감지할 수가 없었다. 일본 사람들은 국가적으로 아예 해외에 나가면 마스크를 항시 착용하라고

지침을 줬다고 하지만, 우리 일행 중에도 마스크를 계속 하고 다니다가 어느 순간 슬그머니 마스크를 치워버린

경우가 있었다는.

두바이에서 사우디 리야드로 향하는 비행기, 엔진에도 뭔가 캘리그래피가 그려져/써져 있었다. '하느님/하나님/

알라/부처/신/자연/조상님/조로아스터'가 보우하사, 엔진에 불이 나거나 중간에 꺼지지 않게 해주시고 무사히

목적지까지 가게 해달라는 의미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 봤다.







예전에 티비에서 본 기억이 난다. 이 문을 넘어서, 아주아주 놀라운 걸 보여주겠다며 리포터가 이 문 앞에서

방방 뛰면서 들떠있던 모습. 두바이의 에미레이트 몰이다.

두바이나 카타르 등 아랍권에 있는 쇼핑몰들은 대개 유렵의 브랜드로 꽉 차 있고, 디자인 자체도 유럽식이다.

아무래도 유럽과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인접해있는데다 이쪽에서 '선진국'으로 선망하는 지역이 유럽이어서,

햇살귀한 유럽에서 요새 각광받는 휴양지가 이쪽이어서 서로의 관계가 긴밀할 수 밖에 없을 게다.

재작년 파리에 가서 빵맛에 감동했던 '뽈(PAUL)'도 입점해 있었다.

이곳이 유명해진 이유는 바로 여기다. 안내판 중에 중간쯤, "Ski Dubai".

열사의 땅 아랍국가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 한 가운데의 대형 쇼핑몰 안에 있는 스키장인 거다.

스키 두바이로 가는 길, 조금씩 풍경이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고드름이 매달리기 시작하고, 차가운 푸른색

계열로 벽면이 도배되기 시작하고. 심지어는 2층에선 빙하기에 살았던 맘모스가 아래를 굽어보고 있다.

저쪽, 뭔가 희끗희끗한 풍경이 보인다. 난간에 기대어 뭔가를 구경하는 듯한 사람들도 있다.

자연광 대신 촘촘히 박힌 조명 아래, 리프트도 보이고 하얗게 눈덮인 슬로프, 게다가 군데군데 박혀 서 있는

펭귄까지.

눈을 수북이 이고 있는 침엽수 옆에서 꽁꽁 싸입고 담소 중인 (아마도) 요원들.

슬로프가 끝나는 지점. 뭔가 시원시원하게 배치된 게 아니라 그냥 벽면 전체를 건물처럼 만들어두어서 다소

답답해 보이긴 한다. 사실 슬로프도 그렇게 길진 않고 네모난 박스 안에 꽉 짜서 옴쭉달싹도 못하게 넣어버린

느낌이라, 밖에서 보기엔 좀 갑갑해 보인다. 안에서는 어떨지 모르겠다.

폭도 그렇게 넓은 거 같진 않은데, 몇 명이 휙~ 하면서 슬로프 위를 내닫길래 얼른 카메라를 들이댔지만 놓치고

말았다. 한참 기다려도 여전히 텅텅 빈 상태인 슬로프. 그렇게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거 같진 않다.

유리에 손을 대면 많이 차갑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차갑진 않았다. 이미 에어콘이 맹렬하게

틀어져있는 쇼핑몰 내부의 온도가 내려갈만큼 내려가 있어서일 수도 있겠고, 유리가 꽤나 두꺼운 덕분인지도.

귀엽지만 왠지 덩그마니 놓여있는 펭귄. 얼마전인가 '1박2일' 퀴즈 중에 남극하면 떠오르는 동물, 의 답이

펭귄이었댄다. 북극은 곰, 남극은 펭귄. 여태 모르고 있었던 거 하나 배웠다.

두바이에 스키장이 작으나마 생겨서 좋은 점은, 아마도 이렇게 데코할 수 있는 소재나 주제가 조금더 다양해졌단

점 아닐까. '스키 두바이' 주변 상점은 온통 설원의 풍경, 눈사람 이미지들이 넘실댔다. 50도가 넘나드는 뜨거운

나라에서, 눈 내리는 거 한번 구경해 보지 못했을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스키장'이라니, 꽤나 참신하긴 하다.

이런 식으로 육각 별모양 눈꽃송이 이미지를 여기 아니면 두바이 어디서 또 써먹을 수 있을까.

그리고, 에미레이트몰 내부의 마켓에서 발견한 향신료 코너. 이스탄불에서였던가, 과거 향신료 시장으로 이름을

날렸다던 올드 바자르에서 익숙하게 봤던 그 풍경이다. 꺼칠해 보이는 질감의 푸대에 양껏 담긴 채 서로서로

기대선 향신료들, 그리고 그 강렬한 냄새와 다채로운 색깔.

한쪽에는 이렇게 카펫이 빨랫감들처럼 축축 널려 있었다. 이렇게 더운 나라에 왠 카펫이 필요한지는 잘 이해가

안 되지만, 어쨌든 '어그'신발도 호주의 서퍼들이 모래사장에서 신던 신발이라니까. 뭐 비슷한 맥락이겠지 싶다.

어느 나라던 마켓 구경은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 기회인 것 같다.

화려한 색깔의 물담뱃대, 그리고 자그마한 크기의 액세서리니 물그릇이니. 저런 건 몇개쯤 우르르 사서 한꺼번에

장식해 둬야 이쁘지 하나만 덜렁 이쁘다고 사놓으면 제대로 분위기가 안 난다.

어딜 가던 한 장씩은 꼭 찍어두는 화장실 사진. 그다지 특징은 없지만서도.



○ 마디나트 주메이라

- 미나 앗쌀람 호텔과 알까스르 호텔 사이에 위치한 호텔이자 쇼핑몰 지역으로 전통 아랍식 건물로 지어져 전통재래시장(SOUK)을 현대적으로 재현

*아랍쪽 단어들에 익숙치 않아 여러 음으로 읽기는 하지만, '마디나 주마이라'로 읽는 것이 맞다고 합니다.

SOUK 이란 시장이란 뜻의 아랍어다. 쑥 매디낫 주메이라. 메디낫 주메이라 시장이다.

매디낫 주메이라 가는 길, 계속 바다를 끼고 달리는가 싶더니 조금은 정돈된 해변가가 나타났다. 해변가

파라솔마저 모랫빛이라니, 여차하면 보호색으로 쓰려는 건가 싶다.

매디낫 주메이라, 전통 아랍식 건물로 지어진 현대의 쇼핑몰이라는데 이런 '운하'도 구불구불 끼고 있었다.
 
근데 예기치도 못했던 '버즈 알 아랍'의 그림자. 가까운데 붙어 있는 거였구나. 여행이 아니라 출장 중 설렁설렁

다니는 거다 보니까 좀체 도시의 방향이라거나 개략적인 윤곽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식의 캘리그래피, 이슬람 사원이나 이슬람 문화권에선 쉽게 접할 수 있는 문양이라지만,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굉장히 매력적이다. 캘리그래피마다 쿠란의 특정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던데 아쉽게도 까막눈이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상점들이 채 문을 열지 않았다. 외관밖에 구경할 수 없었지만, 특히 유럽의 휴가 시즌에

사람들이 바글바글댄다고 한다. 유럽의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었다는데, 최근 두바이 모라토리엄 이후로

어떻게 변할지는 또 모를 일.

매디낫 주메이라 '쇼핑몰' 내부의 모습. 이게 참, 쇼핑몰이라 하기도 그렇고 '재래시장'이라 하기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동대문시장 같은 곳 밀어버리지 말고 이렇게 좀 전통적인 모습을 살려낸 시장이랄까 쇼핑몰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굉장히 멋지지 않을까. 물론 너무 조야한 수준으로 싸구려틱하게 전통을 '재현'해서는

안될 테고, 조금은 고상한 느낌이 나도록.

좀 멋지다고 생각했다. 이전에 이집트 갔을 때 카이로의 그 재래시장, 북적대고 더럽고 시끄럽던 느낌, 그래서

뭔가 피가 끓고 흥분되던 짜릿한 느낌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대충 이곳의 과거 전통시장의 분위기라거나 아이템

볼거리들이 어떻겠거니 하는 감은 잡을 수 있었다. 그만해도 꽤나 괜찮은 수확이지 싶다.

물담뱃대를 팔던 매대, 일반적인 큰 사이즈에서부터 굉장히 귀여운 미니어처 사이즈까지. 하나를 살까말까

고심했지만 의외로 가격이 비싸다. 아랍에미레이트에선 이주 노동자들의 생존에 필요한 먹거리 이외에는 전부

비싼 편이라 한다. (공항 면세점도 마찬가지, 세금이 높지 않은 나라라 면세점이라고 특별히 싸지도 않고

오히려 기본 가격이 높기 때문에 다른 면세점에 비해서 아랍에미레이트 내 국제공항들의 면세품 가격은 높은

편이다)

자잘한 액세서리들, 그리고 아랍지역의 소금호수들에서 캐온 광석들을 파는 노점.

매디낫 주메이라의 꼬불꼬불 미로같은 통로를 지나다가 문득-의도치 않게-건물 밖으로 나와버렸다. 잘 꾸며진

운하에서 뱃놀이 중인 사람들.

운하 양쪽 노변에는 아랍식 차양이 쳐진 채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저렇게 높은 천장에 활짝 열린 차양 밑에

들어가면 또 굉장히 시원한 게 이곳 날씨.

버즈 알아랍을 배경으로 유유자적 배를 젓고 있는 사람들. 풍경 안으로만 보면 꽤나 잘 정비되고 세련된 느낌.

아랍식 조명이다. 물론 밤이 되면 저 안에서 똥그란 필라멘트 전구가 불을 밝히겠지만.

버즈 알아랍과 나란히 선 매디낫 주메이라.

내부가 꽤나 복잡한 동선으로 되어 있어서 좀체 방향 감각을 찾기가 힘들다. 미적인 차원은 차치하고, 길찾기는

딱 바둑판처럼 네모반듯한 정방형 시스템이 좋은데.

아랍 냄새 물씬한 이 의자는, 구두닦이용 의자. 구두닦이를 청하는 사람이 높다란 저 의자에 앉으면 구두를

닦아주는 거다. 호텔에도 저런 의자는 한개씩은 꼭 놓여 있던데 아무도 쓰는 걸 못 봤다.

매디낫 주메이라에는 아예 이런 사진 촬영장소를 마련해 두었다. 버즈 알 아랍이 자연스레 한눈에 들어오는 그

포스트. 아예 카메라 삼각대까지 비치해두는 센스는 인정하기로 했다.

잠시 들어간 커피전문점. 아랍 글씨가 꼬부랑대는 생수를 두 개 시켰더니 얼음이 담긴 물잔도 함께 준다.

그리고 커피. 무슨 함지박에 커피를 담아주는 줄 알았다. 이렇게 큰 잔이라니, 거의 사발크기에 육박했다는.

조금 쉬다가 나오니 제법 사람이 늘었다. 가게들도 하나둘 불을 밝히고 문을 열어서 좀더 화사해진 분위기.

왜인지 이 더운 나라에 야외 테라스까지 마련해 뒀다. 대체 누가 저기 앉아 뙤약볕을 맞으며 음식을 먹거나

담소를 나눌지 모르겠지만, 뭐 햇살이 본격적으로 내리쬐기 전후인 이른 아침이나 저녁때라면 괜찮을지도.

다시 돌아나오는 길, 조금은 감탄했다. 이쁘기도 하고, 나름 깔끔하면서도 전통의 맛은 살려 놓았던 곳이다.

마지막에 눈을 붙잡았던 저것, 진입로에 둔덕을 대 놓았길래 우리나라처럼 시멘트로 둥글게 쌓아올려놓은 줄

알았더니 아니다. 벽돌을 한줄건너씩 가지런히 돌출시켜 놓았다.




여행 정보

주요 관광지

인도는 5,000년의 역사와 더불어 풍부한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굴지의 관광 자원국임.

○ 바라나시와 카쥬라호의 힌두 유적지, 보드가야와 아잔타의 불교 유적지, 델리와 아그라의 이슬람 유적지 등이 유명함.

- 최근에는 히말라야의 설경과 트레킹, 라자스탄의 사막 사파리 등 대자연의 풍경을 즐기려는 관광객도 크게 늘어나고 있음.

○ 관광개발공사(ITDC)는 열악한 숙박 및 교통시설 개선을 위하여 노력하는 한편, 관광객 유치를 위한 홍보를 전개 중임.

○ 뉴델리 및 인근 주요 관광지

- Red Fort : 무갈왕조 제5대 황제 샤자한이 건설(1639~1748 년)한 성으로 올드델리의 대표적 관광명소로 붉은 빛의 사암으로 지어져 '붉은 성'이라는 이름을 얻었음.

- India Gate : 제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하여 전사한 9 만 명의 인도 병사를 위한 높이 42m의 위령비

인근 지역

- Taj Mahal : 아그라(델리에서 남동쪽으로 약 220Km)에 있는 세계7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꼽히는 건축물로, 무갈 제국의 제5대 황제 샤 자한이 죽은 왕비를 위해 지은 무덤 (1631 건축시작, 1653 완성)

- 암베르 포트: 자이푸르 외곽 언덕에 위치한 가장 볼 만한 장소 중 하나, 1600년 만싱경에 의해 시작되어 현재 모습으로 완성된 것은 18세기 스와이 싱에 의해서임. 붉은 사암과 흰색 대리석으로 구성된 힌두와 무슬림 건축 혼합의 대표적인 예임.

비자

○ 인도에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은 비자가 필요함. 우리나라와는 2005. 10월부터 외교관 여권 및 관용 여권에 대해서는 90일 이내에서 비자가 면제됨.

비자 종류

기간

발급 주체

단기비자(복수)

15일 ~ 6개월

해외 주재 인도 공관(대사관) 재량으로 발급

장기 비자

1년 이상

해외 주재 인도 대사관이 본국(인도) 해당 부처 (Ministry of Home Affairs)에 조회하여 발급

- 1년 이상의 비자 소지자(외교관 제외)는 인도 도착 후 1주일 이내에 외국인 등록소(FRRO)에 등록해야 함.

- 인도에서 체류 중 체류 기간을 연장하고자 할 경우에는 외국인 등록소(FRRO)에 신청하면 됨.

- 비자 신청 시 특정 지역에 대해서는 특별 허가가 필요함.

○ 발급처 : 주한인도대사관(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37-3)

- 전화번호 : (02) 798-4257/4268/0962

- 근무시간 : 09:30~13:30, 14:00~16:00(공휴일 및 토요일 휴무)

- 소요시간 : 신청 후 3박 4일

- 소요비용: 6개월 65달러, 1년 이상 115달러, 2년 이상 210달러

○ 구비 서류

- 단기비자 : 신청서(APPLICATION FORM), 사진, 여권

- 장기비자 : 신청서, 인도 측의 초청장 또는 계약서 등의 근거 서류, 여권

입출국 정보 및 세관 정보

○ 입국 정보 및 세관 신고

- 인도 루피화(Rupee)의 반입 불가

- 5,000달러 이상 반입시 세관에 신고

- 950ml 이하의 위스키 1병, 담배 2박스(20갑) 면세 통관

- 기타 향수, 화장품 등 2,400루피(85달러)까지 면세 통관

- 비디오카메라 등 대형 아이템은 여행장 물품(TOURIST BAGGAGE RE-EXPORT FORM)양식으로 신고 후 반입하고 출국 시 신고함.

- 상업적 가치가 있는 샘플의 경우 인보이스를 반드시 지참하여 필요시 관세를 내고 통관해야 하며, 인보이스가 없을 경우 세관원 임의로 관세를 산정하거나 압류하는 경우가 있음.

- 출국 및 입국 공항에 모두 환전소가 있으며, 환전에는 반드시 환전 증명서를 받아 보관 하여야 나중에 외화로 재환전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

○ 출국 정보 및 세관 신고

- 출국 시 원칙적으로 공항세를 지불함. 파키스탄, 네팔, 방글라데시, 부탄, 스리랑카 등 인접국인 경우 150루피, 기타 국가로 출국할 경우 300루피이나 항공권 구매 시 이 비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임.

- 인도에서 120일 이상 체재 후 출국할 경우에는 "소득세 납입증명서(INCOME TAX CLEARANCE)"를 제출해야 함.

○ 주의할 사항

- 출장차 입국하는 업체의 경우 대부분 제품의 샘플 등을 지참하고 입국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 경우에는 관세 부과를 고려하여 미리 인보이스를 소지하는 것이 바람직함. 인도는 아직 어느 정도의 언더 밸류는 인정되고 있으며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 40%까지도 언더 밸류를 하는 것으로 알려짐.

- 전시물품의 경우 반송이 확실할 경우 까르네(Carnet)를 받아 오는 것이 최선이지만, 경우에 따라 현지에서 처분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일단 인보이스를 지참하는 것이 좋음.

- 또한 아무 준비 없이 입국하는 경우 화물을 찾아서 세관을 통과하기 전에 트렁크나 가방이 분필로 X 마크를 그어둔 것은 반드시 지우고 나오는 것이 요령. 이는 X-레이 체크에서 세관 검색대에서 검사하라는 표식이기 때문임.

환전

○ 통화 단위/종류

통화 단위

RS(RUPEE, 루피), PAISA(파이사, 1/100RS)

동전

지폐

25, 50 PAISA, 1, 2, 5RS

2, 5, 10, 50, 100, 500, 1,000RS

고액 계산 단위

(인도에서만 통용)

LAKH(랙: 10만 루피),

CRORE(크로르: 1,000만 루피)

○ 환전은 공항 환전소나 시내 은행 및 호텔에서도 가능하지만, 호텔의 경우 은행이나 공항 환전소에 비해 다소 불리한 환율을 적용함.

○ 또한 일정 수준 이상의 레스토랑이나 쇼핑센터의 경우 달러로 지급이 가능하지만 달러가 통용되지 않는 곳도 많아 일정 금액 이상의 경우 환율 면에서 가능한 환전하여 지급하는 것이 유리함.

- 국제적인 카드는 일정 규모의 상점이나 호텔,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데 거의 문제가 없음.

우편

○ 인도의 우편 서비스는 정부가 운영하는 우체국과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우편 서비스로 구분됨. 그러나 정부 우체국은 시간이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질에서 민간 업체에 비해 크게 뒤지기 때문에 대부분 민간 업체의 우편 서비스를 이용함.

○ 꾸리에(Courier) 서비스라 불리는 인도의 민간 우편 서비스 업체는 수십 개가 존재하며 대부분 특정 민간 우편 업체를 지정해서 우편물이 있으면 해당 업체의 직원이 우편물을 수령하여 배달함.

- 비용은 델리, 뭄바이, 첸나이의 경우 시내 배달 비용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비용은 10-20루피(250원), 인도 최남부의 경우 약 40루피(1,000원) 정도임.

국제 전화

○ 국제전화 (인도에서 한국으로 전화를 걸 때)

- 00(국제전화) + 82(한국 국가코드) + 지역 코드(단 앞자리‘ 0’ 은 제외) + 전화번호

- 서울 전화인 02-123-4567번으로 전화한다면 00-82-2-123-4567 로 함. 한국과의 국제 전화 비용은 지난 수년간 많이 인하되어 공중전화 기준으로 1분당 약 400원 정도

○ 인도시내에서 국제전화를 할 때는 거리에서 STD/ISD라고 적힌 노란 간판이 달린 공중전화 박스에서 할 수 있지만, 우리와 같이 동전이나 카드를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미터기로 사용 내역이 자동 기록되고, 공중전화를 관리하는 사람이 청구서에 따라 금액을 청구함. 호텔 등에서도 당연히 국제전화, 인도 시외 전화를 이용할 수 있지만 일반 공중전화보다 몇 배 이상 비싸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음.

국내 전화

○ 인도 국내 전화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첫 자리가 0번으로 시작되는 지역(도시) 번호를 누르고 전화번호를 누르면 됨. 예를 들어 뭄바이에 있는 123-4567번으로 전화할 때는 022-123-4567로 누르면 됨.

○ 또한 최근에는 인도에서도 핸드폰 사용이 일반화되고 있어 출장 시 전화를 사용하고자 할 경우는 핸드폰을 임차하여 사용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고, 비용도 싸게 이용할 수 있음.

전압

○ 인도는 전력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해 약 10%정도의 수급 격차가 상존하여 단전이 일상화되고 있음. 일반 가정이나 호텔 등에서 자체 발전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으며, 불안전한 전기 사정으로 일반 생산 공장에서도 외부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자체 발전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음.

○ 전기 규격은 50HZ, 220V가 표준임.

- 한국(60HZ)과 헤르츠가 달라 한국에서 반입한 국산 전자 제품(특히 모터 부착)의 경우 가동되기는 하지만 100% 효율을 발휘하지 못하고 일정 기간(1~2년) 사용 후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음.

○ 전압의 등락폭이 커 180~280V 까지 움직이므로 민감 제품은 안정기를 사용하는 것이 필수적임. 이외에도 컴퓨터 등에는 UPS를 부착하여 전기가 나갈 경우 자동으로 UPS 전원이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임.

교통

○ 인도에서 외국인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내 교통수단은 택시가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음. 택시에는 우리 식의 미터기를 장착한 택시가 있으며 일반 거리에서는 지나가는 택시를 세워서 이용할 수 없으며, 호텔이나 특정 지역에서 택시를 불러서 타고 가는 형태임.

○ 택시 요금은 대표적으로 델리의 국제선 공항(인디라간디 공항)에서 약 25~30분이 소요되는 시내 호텔까지의 요금이 200루피(약 5 불) 전후이며, 뭄바이, 첸나이의 경우 공항에서 시내 호텔까지 요금은 300~400루피 수준임.

- 미터기가 부착되어 있기 때문에 반드시 타고나서 미터기로 하라고 운전사에게 확인하는 것이 요금에 대해 분쟁을 없애는 방법임.

○ 일반 시내버스의 경우 요금이 저렴하지만 연결 노선이 불편하고 언어 소통, 추행 등의 문제가 있어 힌디어 구사가 어느 정도 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며, 특히 여성의 경우 버스 내 추행 가능성이 많은 점도 유의해야 함.

도량형

○ 표준 단위

단위

도량형

거리

Meter

중량

Gram

○ 실제 생활에서는 feet가 주요 도량형으로 사용되고 있어 투자 업체의 공장 구매 및 주택 임차의 경우 한국에서 사용하는 평당으로 환산하기 어려워 도량형 환산표를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 거리 및 면적을 측정하는 데 도움이 됨.

○ 인도에서도 호텔이나 고급 식당 등에서 일정한 금액의 팁은 상당히 보편화되어 있으나 미국과 같이 팁 관행이 엄격하지는 않으며, 다만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고 가능한 상황에서는 주는 것이 좋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됨.

호텔에서 숙박을 할 경우 1박당 40~50루피, 호텔에서 벨보이나 짐 운반 등의 서비스를 받을 경우 1인당 10루피 정도를 주면 적당함.

비즈니스 참고사항

비즈니스 에티켓

○ 약속 잡기

- 인도인들은 시간 엄수를 높이 평가하지만 스스로가 실천하지는 않으므로, 언제든지 약속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스케줄을 유동성 있게 잡을 필요가 있음.

- 계약 체결과 관련된 의사 결정은 오직 최고위층에 의해 이루어짐.

- 인도 경영층은 오전 11시에서 오후 4시 사이에 약속을 잡는 것을 선호함.

- 수많은 종교적 공휴일에는 비즈니스가 이루어지지 않음. 지역별로 서로 다른 공휴일들이 있으며, 해마다 날짜가 바뀌므로 사전에 미리 확인하여야 함.

드레스 코드

- 남성은 정장을 갖추어야 하나 더운 날씨로 인해 양복 상의와 넥타이는 생략하는 경우가 많음.

- 가죽으로 된 의상은 피하는 것이 좋음.

- 여성은 전통 의상이나 바지 정장(pantsuit)을 선호함.

대화

- 대부분의 인도인들은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하는 것을 즐기며 비즈니스 미팅에 있어서도 가벼운 잡담으로 회의를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임.

- 일반적으로 인도인들은 개방적이고 우호적이며 서구 국가에 비해 사생활에 대한 관념이 낮은 편임.

- 인도인들은 직접적으로 반대 표시를 하지 않는 편임.

화제

- 인도인들에게 있어 매우 인기 있는 세 가지 화제는 정치, 크리켓, 영화이며, 최근에는 경제 개발이 추가됨.

- 인도인은 자신들의 풍부하고 오랜 문화적 유산에 자긍심을 갖고 있으며, 특히 외국인들에게 그들의 역사와 전통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함.

피해야 할 주제들

- 종교에 관해서 논하는 것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지만 한편으로 종교는 그들의 일상에 매우 깊게 뿌리박고 있기 때문에 특정 종교 의식에 대한 순수한 질문은 매우 환영받을 수 있음.

- 대부분의 국민이 파키스탄에 대해서는 매우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으므로 이와 관련된 주제는 피하는 것이 좋음.

- 자신들의 경제 발전을 매우 자랑스러워하기 때문에 빈곤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매우 꺼리며, 만약 외국인이 먼저 그런 주제를 꺼낸다면 아주 무례한 비판으로 받아들일 것임.

호칭

- 상대방을 부를 때 “Professor”, “Doctor”로 부르는 것이 좋음.

- 한 사람의 지위는 나이, 학력, 직업, 카스트에 따라 정해지는 경향이 있으며 특히 정부 기관에 근무하는 것은 민간 부문에 종사하는 것보다 훨씬 고상한 것으로 인식됨.

○ 이름

- 인도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성(surname)을 사용하며 특히 북인도에서 그러함. 여성은 남편의 성을 따름.

○ 협상

- 지방어로 번역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언제나 명함을 주도록 함.

- 어떠한 경우에도 육체적 다툼을 벌이는 것-옷깃을 잡는 것을 포함해서-은 용납되지 않으며, 아무리 불쾌한 경우에도 미소로 응대하는 것이 가장 득이 됨.

- 경직된 계급 사회적 특성을 감안할 때 직원은 오직 직원만 대면하게 되므로 보스가 직접 미팅에 참석하여 상위 레벨의 상담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함.

- 접대는 비즈니스에 있어 핵심 요소로서, 대부분의 상담은 차가 나올 때까지 시작조차 하지 않으며 가벼운 잡담으로 시작함.

○ 기타

- 대부분의 인도인은 힌두교도이고, 힌두교는 남녀의 공공연한 접촉을 금지하고 있음.

-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힌두교도들의 전통적인 인사말은 “namaste(나마스떼)”로서, 인사법은 턱 아래에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는 것임.

- 누군가를 부를 때는 손바닥을 아래로 해서 손가락을 움직임. 손바닥을 위로 할 경우 모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음.

- 손을 엉덩이 근처에 올린 채 서 있는 것은(‘arms akimbo’) 화가 났다는 의사 표시이므로 유의해야 함.

-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은 결례이며, 인도 사람들은 보통 턱으로 가리킴.

- 발은 청결하지 못한 것으로 인식되므로 절대 자신의 발이 다른 사람에게 닿지 않도록 주의하고 만약 닿았다면 사과해야 함.

선물

○ 선물을 받자마자 열어 보는 것은 예의가 아님.

○ 초대를 받았을 경우에는 초콜릿, 꽃 등의 작은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 좋고, 선물 포장은 흰색, 검정색은 피하고 녹색, 빨간색, 노란색을 쓰는 것이 좋음.

○ 술을 마시는 사람에게 수입 위스키는 아주 좋은 선물이 되며, 만약 현금을 선사하는 경우가 있다면 금액을 홀수로 맞추어야 함.

상관습

○ 인도 비즈니스맨이 가지고 있는 사업 관행과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 사업 관행의 괴리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특히 유의해야 함. 인도 바이어들을 직접 상담한 후 바로 거래에 연결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도 실제 오더 및 대금 결제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므로 느긋한 마음으로 임해야 함. 특히 인도 정부 기관은 느린 업무 처리로 악명이 높음.

○ 인도는 대표적인 가격 시장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가능하다면 제품의 기능을 옵션으로 두어 기능을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가격에 융통성을 줄 수 있는 것이 좋음. 가격 협상은 최소한 몇 차례를 각오해야 하므로 마지막까지 가격의 마지노선을 제시하지 않는 것이 좋음.

○ 대금 결제는 처음부터 L/C 나 T/T 로 해야 함. 인도인들은 인도인들 사이의 거래에서도 대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물건을 주지 않는다고 할 정도이며, 대금 결제에서 신용을 제공하는 것은 문제의 불씨를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야 함.

○ 일정 규모 이상의 거래는 선적 시 바이어로 하여금 선적 전에 제품을 검사하거나 그에 준하는 동의를 얻어 내는 것이 좋음. 단순히 샘플로만 합의하고 선적한 경우 나중에 제품의 불량이나 하자를 이유로 제품 도착 후 제품 수령을 거절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함.

○ 계약서를 꼼꼼히 검토하는 것은 기본이며, 제품 검사에 대해서도 검사 기관을 특정한 경우 검사에 소요되는 기간이나 비용을 미리 확인하여 비용에 반영하여야 함.

○ 제품의 성능 등에 대해서는 그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함. 애매한 표현은 화를 자초하거나 제품 수령을 거절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됨.

○ 계약에 관한 모든 사항은 반드시 문서로 남겨야 함. 인도에서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인도와의 거래에서 신사도(gentlemanship)는 없다고 말할 정도로, 단순히 선언적인 내용을 말로 약속한 것은 인도와의 거래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음.

근무시간

○ 공무원들의 근무 시간은 09:00~17:30이며, 토/일요일은 휴무임. 그러나 대부분의 정부 부처는 10:00 시 이후에야 정상적인 업무가 시작되는 편임.

- 또한 부서별로 근무 시간이 다소 차이가 있으며, 뭄바이 공무원 근무 시간은 10:00~17:00 또는 10:30~17:30 으로 이원화되어 있음.

- 첸나이 공무원 근무 시간은 10:00~17:00임.

○ 민간 기업은 업체의 사정에 따라 상이함.

- 은행의 근무 시간은 평일 10:00~16:00, 토요일은 10:00~12:00 에 정상 영업. 다만 현금 인출기는 24 시간 동안 사용 가능함.

현지 주요 연락처

주요 연락처

○ KOTRA 뉴델리 무역관

- 주소: Korea Trade Center, New Delhi B A-602 Signature Tower, South City, NH-8, Gurgaon, 122001, Haryana, India

- 전화: (91-124) 4628-500

- 팩스: (91-124) 4628-501

○ 주 인도 한국 지상사 협의회(코트라 첸나이 무역관 사무국 담당)

- 전화: (91-44) 2433-7280 /핸드폰(91-98400 25933)

○ 뉴델리 한인회

- 전화: (91-11) 5165-5061/2

- 한인회장: 이중훈

○ 임마누엘 교회(뉴델리)

- 주소: 24, Lodi Road, New Delhi

- 전화: (91-11) 2612-2409

- 담임: 김광선 목사

○ 베델교회(뉴델리)

- 주소: British School 강당

- 전화: (91-11) 2651-9986(천성조 목사), 2686-5260(황선옥)

대사관 정보

○ 주 인도 한국대사관

- 주소: 9, Chandragupta Marg, Chanakyapuri Ext. New Delhi- 110021 (뉴델리 국제공항에서 차로 15분, KOTRA 뉴델리 KBC에서 차로 10분 소요 거리)

- 전화: (91-11) 2688-5374/6, 5412, 5419

- 팩스: (91-11) 2688-4840

○ 뭄바이(구 봄베이) 총영사관

- 주소: Kanchanjunga Bldg., 9th FL., 72, Peddar Road, Mumbai 400026, India

- 전화: (91-22) 2388-6743~5

- 팩스: (91-22) 2388-6765




* 위의 자료는 외교통상부, KOTRA, 수출입은행, 한국무역협회, CIA 등의 자료를 기초로 작성되었습니다.




두바이의 인공섬 팜 쥬메이라, 두바이 시내 어디서든 그 야자수 모양의 이미지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섬의

형태는 갖춰졌지만 아직 애초 구상한 시설들이 들어서려면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여전히 많은 부분 미완성으로 남겨두고 있지만 일단 섬 모양은 그럴듯한 야자수 모양으로 완성된 상태, 그리고

그 위에는 '아틀란티스 호텔'이 위풍당당하게 서있다.

인공섬 팜 쥬메이라로 들어서는 지하도로. 저 너머에 보이는 분홍색 건물이 아틀란티스 호텔이다. 두바이의

다른 호텔들이 그렇듯 이곳의 외양도 나름의 독특한 개성을 살리려고 노력한 흔적이 십분 엿보이는 건물이다.

내부에도 꽤나 볼 만한 게 많다고 해서, 바다 밑 지하도로 진입.

왕복 6차선의 지하도로.

창밖으로 언뜻 비치는 아틀란티스 호텔의 꼭대기층 모습. 저런 특이한 형태의 꼭대기층을 실제 객실로 쓴다면

꽤나 독특한 경험이지 않을까. 실제 객실이 어떨지는 모르겠다.

아틀란티스 호텔의 자랑은 뭐니뭐니해도 그 '아쿠아벤처' 공간이라고 한다. 해저로 가라앉아 잃어버린 사원

분위기가 물씬한 수족관 내에 온갖 물고기들을 우글우글 모아놓은 곳.

그곳까지 가는 길도 컨셉 자체가 바다를 형상화했다. 마치 디즈니의 '언더더씨' 기념관이라고 해도 믿으려나.

저 멀리,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웅성 동굴같은 복도 안을 울리고 있다. 그 너머로 보이는 푸르스름한 불빛.

물고기떼들이 겁도 없는 듯 상어의 지느러미를 건드리며 유유히 지나고, 배부른 상어는 고양이처럼 미묘하게

물살을 가르며 몸을 놀리고 있었다.  

거대 가오리가 진동안마기처럼 쉼없이 바닥을 두들두들 두드리고 지나가고, 이끼낀 오랜(듯한) 돌조각들은 

폐허로 변해버린 고대의 신전을 재현해 놓은 듯 디테일이 충실하다. 

자꾸 '생선'들의 사진에 액자처럼 건물벽면이 들어선다. 아님 이렇게 시선이 천장까지 가닿거나.

한면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돌아가며 원통처럼 생긴 커다란 수족관을 요모조모 구경할 수 있었다. 그새

수족관 안에 들어가 먹이도 주고, 유리창도 닦는 부지런한 다이버.

비단 우리 일행만이 아니라, 여기를 '버즈 알 아랍', '버즈 두바이(이제 버즈 칼리파로 이름이 바뀐)'과 함께

투어로 돌아보는 사람들이 꽤나 있다고 하더니 정말이다. 어느샌가 사람이 바글바글 수족관 앞으로 모여들었다.

그런 관광객들을 후덕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호텔 직원 한 분. 분명 아랍 인구의 1/3 상당을 차지한다는 인도나

파키스탄인임에 틀림없다. 여기서부터 이 계단을 올라가는 건 호텔 투숙객만 가능하다는 안내판.

일종의 테마 파크같다. 여긴 '언더더씨'에서 인어왕이 앉았던 옥좌 같기도 하고, 그 궁궐 자체를 본딴 게

아닐까 싶은 느낌이 계속 든다. 사실은 '테마 파크'의 이미지 차용과 약간의 키치스러움, 그런 것들은 두바이

여기저기서 쉽게 느낄 수 있지 싶다. 뭔가 불모의 사막 땅에 억지로 접붙인 듯한 묘한 느낌.

팜 쥬메이라에서 돌아 나오는 길, 두바이가 품고 있는 바다는 굉장히 황량해 보였다. 우리 나라 서해도 수심이

얕고 황하로부터 토사가 유입되어 꽤나 흐린 물색을 띄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긴 더욱 심한 거다. 가뜩이나

사막인데다가 억지로 '관광 자원' 만들겠다고 바다에 무한정 토사를 부어넣어 '야자수 모양' 섬을 만들어 버린
 
거니까 주변이 온전할지 모르겠다. 아마 이런 것도 이른바 '두바이 성공신화'의 이면 아닐까.





두바이 시내를 돌아보며 심심찮게 부딪혔던 '물차'. 식수로 마실 수 없는 짠물이 아니라, 식용이나 생활용수로

쓸 수 있는 'sweet water'를 운송하는 차들은 한국의 유조차에 비길 수 있지 않을까. 한국의 유조차,

두바이의 식수차.

무슨 카레이싱 트랙처럼 하얗고 꺼멓고 번갈아가며 칠해진 보도블럭도 눈에 띄었지만, 그야말로 앙상하다는

느낌 그대로 듬성듬성 뜯겨진 머리칼처럼 빨강노랑꽃들이 피어난 화단이란 참.

자세히 보면 물을 공급하는 호스가 요리조리 보일러 배관처럼 화단을 커버하고 있고, 그 근처에 바싹 붙어선

운좋은 몇몇의 식물들만 꽃봉오리까지 피워낼 수 있었던 거다. 아마도 쉴새없이 저 호스로 쫄쫄쫄 물을

공급하면서 겨우 꽃들을 보듬고 있겠지.

그럴듯한 외관을 갖춘 건물 옆을 지나.

어디선가 옆에 바싹 붙어섰던 버스는 뿌연 먼지가 온통 차안으로 들어갈만큼 활짝 창문을 열어놓고 조그맣고

낡은 선풍기를 차안에서 돌리고 있었다. 고개를 완전히 팩 꺽은 채 졸고 있는, 피곤해 보이는 이주노동자.

두바이는 외국의 자본으로 지어진 옷을 입고, 외국의 노동으로 팔다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것도, 도로를 청소하는 것도, 거리의 경찰같은 하급공무원도, 심지어 기업을 움직이기

위한 실무진조차 모두 외국에서 수혈되어 온 노동자들이다. 호텔의 웨이터도, 쉐프도, 호텔리어도 마찬가지.

한국에서 심심찮게 두바이 어느 호텔 근무 경력의 누구누구, 보이는 게 당연하달 수도 있는 거다.

운하도 만든 두바이. 바닷물이 들어온 거라고 설핏 들은 거 같다. 학교 다닐 때 교수님이 두바이는 하수처리

시설이니 하수배관시설이 전혀 되어있지 않아 장기적으로 자생능력이 없는 도시라고 말했던 거 같은데,

실제로 두바이 건물들은 거의 지하를 파들어가지 않고 하수배관이나 처리시설이 없어 조금이라도 비가 오면

바로 휴교령이 내려지고 도로가 온통 물바다가 된다고 한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예전에 비해 비가 더욱

자주, 많이 내리고 있어 이후로는 더욱 불편해지지 않을까 싶었다.

뭔가 했다. 굉장히 '퓨처리스틱'해보이는 디자인의 시설물이었다. 뭔가 했더니, 전철이랜다. 여행으로 다니면

한번 실제로 타보기도 하고 그럴 텐데, 눈으로만 볼 수 밖에. 들은 바에 따르자면, 1등급칸과 2등급칸으로

나뉘어 있어 돈많은 사람은 비싸게 주고 여유롭고 쾌적한 칸에 탑승하고, 돈이 없으면 퀘퀘한 냄새와 땀냄새가

뒤섞인 바글대는 공간을 버텨내야 한다고 한다. 가격 차이도 꽤나 크다던가.

두바이의 국기를 형상화한 지하도로의 벽면그림.

다시 한번 지나치게 되었던 전철역. 딱딱하고 반짝거리는 껍데기를 가진 거대한 곤충이 웅크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애벌레같기도 한 형태가 시선을 붙잡았다.



버즈알아랍. '버즈'는 탑이란 뜻의 아랍어다. 아랍의 탑. 저 꼭대기 헬기착륙장에서던가 타이거 우즈가 멋진

티샷을 선보이던 광고를 찍었노라고 가이드가 설명했다. 돛단배를 형상화한 버즈알아랍, 호텔 수준을 구분하는

별 몇개짜리 등급으로 치면 사실 오성등급 이상으로 공인된 건 없지만 자타공인 세계에서 가장 훌륭하다는

자부심으로 무려 '세계 유일의 칠성급 호텔'이라 선전하고 있는 곳이다.

이전에는 입장료를 따로 받고 호텔 내부를 구경하는 호텔 투어도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없어졌다고 한다.

하루 방값이 최소 백오십만원 정도 된다는 이 곳에서 묵는 건 그다지 내게 있을 법 하지 않은 일인지라, 그러면

이제 어떻게 들어가서 구경해볼 수 있냐고 했더니 레스토랑을 이용하면 된단다. 한끼에 이십여만원한다는

식사를 하면 된다고 하는데, 맛은 그다지 없다고. 출장을 다녀오고 몇 군데 경험자들의 사진과 이야기를 둘러

봤지만 역시 그다지 특별한 건 없어 보였다.


칠성급 호텔이라고는 하지만, 그래서 모두가 선망하기는 하지만 막상 제돈을 다 주고 가기는 망설여지는

곳이 아닐까 생각했다. 실제로 버즈알아랍은 대체로 국제회의나 국빈들, 그니까 자기 돈으로 투숙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런저런 '비용처리'가 가능한 사람들을 위한 공간으로 많이 쓰인다고 한다. 그나마도 요샌 공실률이

많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게 10월, 이미 세계경기가 꺽이면서 두바이의 가파른 추락은 예정된 거였는지도

모르겠다. 대외개방형의 경제, 외국자본에 기댄 경제, 토목으로 부양하는 경제 특성상 당연한 귀결인지도.

약간은 가벼운 이야기로 넘어와서, 버즈 알아랍이 내려다보고 있는 바다는 그렇게 아름답지 않았다. 바닷물

색깔도 그렇고, 해안에서 내다보이는 먼바다의 풍경 역시 모래사구에 가로막혀 텁텁한 사막 느낌이 가득했다.

바닷물에 들어간 사람들도 뭐랄까, 짙고 깊은 푸른색의 동해 바다에 몸을 담근다기보다는 야트막하고 탁한

서해바다에서 찝찝한 모래가 수영복 가득 들이차는 느낌을 받고 있지 않을까 괜스런 걱정이 들었었다.

해안가 밖에 있던 휴지통.

버즈알아랍과 마주하고 해안가에 세워진 낮지만 호화로운 고급저택들을 구경하면서, 겉으로 보기에만 좋은

저런 버즈알아랍 같은 호텔보다 저런 펜션이나 호텔에서 쉬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하던 그 때.

같이 왔던 분들과 버즈 알아랍을 뒤로 한 채 기념사진을 찍기로 했다. 각자 가져온 카메라 몇 대로 각각 몇번씩

촬영을 돌아가며 하다보니 꽤나 시간이 흘렀는데, 그걸 하염없이 지켜보며 같은 곳에서 무의미한 빗자루질만

무한반복하고 있던 청소부 아저씨가 문득 눈에 띄었다. 모래를 쓸어내는 것도 아니고, 아마도 사회주의

국가에서 무의미하게 시간을 때우는 노동이라는 게 이런 걸까 싶을 정도로 아무 목적도 의지도 없어보이는

단조롭고 나른한 빗자루질.


일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다고 했다. 그냥 정부에서 고용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정해진 시간동안 일을 하도록

지시받을 뿐, 일을 잘해내거나 보다 '영리하게' 해내는 것에 대한 관심도 유인도 없기 때문에, 가뜩이나 한달

30여만원의 박봉으로 연명하는 제3세계 노동자들은 그저 시간을 채우고 있기 십상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물가가 굉장히 높은 와중에도 그들의 생존과 연명을 위한 물과 고기등 필수품들의 물가는 굉장히

낮게 유지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함께 들었었다.

버즈 알아랍이 아무리 대단해 보인다 해도, 겉에서 볼 때의 이야기다. 청계천 근처나 양수리쯤에 그럴듯하게

꾸며진 까페 같은 풍경이 밖에서 보면 그림같아 보여도, 막상 안에 들어서는 순간 별거 없어지는 것처럼 어쩌면

두바이에 대한 온갖 찬사와 신화적인 이야기들은 내부에서 보면 정작 어리둥절해질 수 있는 것들 아닐까

싶어졌다. 식물에 비기자면 '웃자라 버린' 거다. 비료를 담뿍 주고, 억지로 줄기를 잡아당겨가며 키워냈지만,

도무지 인프라나 사회시스템이나 작동원리 따위가 외양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상황이랄까.


선진국은 괜히 선진국이 아니다 싶었다. 그들의 부유함과 번영은 시간을 두고 찬찬히 쌓아올려진 사회적

기반과 문화, 내적인 저력에도 기반하고 있는 건데, 그러고 보면 왜 갑자기 우리나라가 '두바이'를 벤치마킹

하겠다고 설레발친 걸까. 강소국 모델을 원했다면 베네룩스 삼국같은 유럽의 전통있고 오랜 시간 검증된

모델도 있는데, 어디서 족보 없고 검증도 되지 않은 '강남 땅부자'같은 두바이를 들이댄 걸까.

출장길에 계속 의아했던 주제였는데, 결국 두바이 경제는 얼마나 취약한 상태였는지 이제 백일하에 드러나고

만 상황이 되어버렸다. 비록 이게 두바이 신화의 결정적인 붕괴라고까지 말하기는 힘들지 몰라도, 최소한

두바이가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해야할 모범 사례라고 말하기는 이제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돛단배를 형상화했다고. 나중에 석유자원 등이 고갈되었을 때를 대비해 관광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섬으로

세계 지도도 만들고 야자나무 형상도 그리고, 세계 최고라는 빌딩도 세우고 돛단배 모양 '칠성급' 호텔도

만들고. 흔히 두바이를 상상력의 발현과 창의적 미래 대비의 사례로 제시하는 논거들이지만, 글쎄, 솔직히

저런 것들 보러 굳이 두바이로, 중동으로 갈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실은 이런 사례들은 그들의 안간힘, 그렇지만 사회적 인프라와 문화적 기반을 무시한 외양 불리기란 건 마치

황소 흉내내려다 배때지가 터져버린 개구리처럼, 기본이 갖춰지지 않아 언제고 무너져내릴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건 아닐까. 정도를 벗어난 '한탕주의식' 발전모델에 가까운. 이런 뻘쭘하고

뜬금없는 건물들만 잔뜩 짓는다고, 건물 신축허가를 받을 때 독특하지 않으면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고 해서

그게 관광자원이 될 거라는 아이디어의 천박함과 비루함은 또 어떤가.

위에서 말한 그런 것들은 그저 짧막짧막, 그다지 논리적 정합성이나 엄밀함 없이 생각해본 단상들에 불과하다.

그저 짧은 생각의 편린일 뿐이니 아닐 수도 있겠고, 결과론적인 해석일 수도 있겠고. 어쨌거나 버즈 알 아랍

앞의 해변가에는 저런 트랙터가 시간마다 모래를 고르고 다녔다. 철저하게 보여지기 위한 공간, 으로

제공되고 있는 건가 싶었다.

뭔가 빼곡한 금지표시로 가득한 표지판. 사람도 몇 명 없는 고즈넉한 해안가에, 더구나 그다지 수영하러 뛰어들

욕망도 일지 않는 모랫빛 뿌연 바닷가에 너무 과하다 싶은 금지조항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돌아나오는 길, 어떻게 보면 절지동물이나 오동통한 사마귀같은 곤충의 배 부분을 형상화한 거 같기도 하다.

올록볼록하고 탱탱해 보이는 게 그렇다. 버즈 알 아랍, 각국의 '공용 경비'로 먹고 사는 것이 최선의 전략일

호텔인데 과연 두바이가 국제 컨퍼런스의 허브라거나 국제행사의 허브로서 유망한지는...신혼여행지로 굳이

저길 가서 '칠성급 호텔'에서의 추억으로 행복해할 만한 사람들이 많다면 모르겠지만 유지비나 제대로 뽑고

있을지 또다시 오지랖 펼친 걱정.








버즈 두바이를 바라보기 가장 좋다는 맞은편 쇼핑센터, 시간이 너무 일러 대부분 문이 닫힌 상태였지만,

높이 솟은 건물들과 함께 잘 정돈된,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분수정원이 두바이의 급격한 축재를

잘 나타내주는 듯 하다. 이 메마르고 황량한 도시에 저런 분수대라니.

대개 모든 건물들이 지은지 얼마 안된, 갓 구워진 쿠키처럼 노르스름한 황토빛이다. 그래서인지 왠지 테마파크

같다는 느낌을 지울 길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조금씩 동이 터오는 하늘, 좀더 뜨겁게 땅이 달구어지고 그림자가 두껍고 짧아지면 이 곳의 풍경이 또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당장은 너무 휑하다. 사람은 없고 풍경만 있다.
두바이가 최근의 모라토리엄 사태를 거치면서 곤욕을 치르고는 있지만, 두바이가 아랍에미레이트, 혹은 중동이

가진 핵심 전력은 아니다. 버즈 두바이니, 버즈 알 아랍이니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두바이는 이를테면 졸부의 땅. 중동의 이름난 부호국 중 하나인 아랍에미레이트의 대표주자는 역시 아부다비.

어쩔 수 없이 이 곳은 여전히 공사가 진행중인, 갑작스런 붐에 불쑥 떠오른 지역이다.

밤새 불이 환하게 켜져있었던 공사현장. 두바이는 전기나 수도 등 기본적인 생활필수시설들에 대해서 자국민에

한해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일년에 몇차례씩 국민들의 빚을 탕감해주거나 일정액을 '하사'하는 다른

중동국들의 사례도 있으니 딱히 두바이가 독특하다고 할 것은 아니지만, 우리 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외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했네 '토목으로 '일어섰네' 어쩌고 하면서 벤치마킹하자고 나섰던 건 사실 우스운 일이다.

자국민에는 무료로 제공되어 밤새 펑펑 낭비되는 전력과 수도 등은 외국인에게는 가혹하리만큼 높은

금액이 부과된다고 한다.

두바이의 일출. 저 멀리 크레인들이 코끼리 코처럼 하늘을 향해 뿌우~ 코를 울리고 있다. 일출인데, 이건 무슨

일몰의 음울하고 축축 처지는 느낌의 이미지.

황량한 땅 위로 이리저리 가로놓인 고가도로가 던져주는 길쭉한 그늘이 도왔겠지만, 그보다 사막지대에선

금과도 바꿀 수 없다는 물을 윤택하게 제공한 덕분이지 않을까. 뚜렷하게 일정 지역만 덮어씌우고 있는

초록색 잔디. 그렇지만 광화문광장을 얄포롬하게 덮었던 화단보다는 수명이 길겠구나 니들은. 겨울은 없잖아.

뭔가 두바이의 도심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확연하다. 갑자기 불쑥 높아지는 마천루, 지금은 버즈 알 아랍 가는

길이다. 어딜 봐도 공사판, 좀처럼 오랜 것은 보이질 않고 모조리 새로 지은 것들 뿐이다.

도로 위를 달리는 스쿨버스. 현지인들은 그다지 교육열이 높지 않아 생각있는 사람들은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 곳은 '교육'이란 게, 혹은 '학력'이란 게 출세나 돈벌이의 값진 지표로 작용하지 않을

만큼 온 국민이 고루 부유한 곳인 거다. 그렇지만 역시, 혹은 의외로, '상대적 박탈감'의 문제는 여기도 크다고

한다. 어차피 (물질적) 박탈감이란 건 옆사람과의 비교를 통해서 생겨나는 거니까.

여기가 두바이의 강남이랄까, 가장 핵심 비즈니스 구역이라고 한다. 쭉 뻗은 대로 양쪽으로 높이 솟은 건물들,

그치만 왠지 어색한 건, 아무것도 없던 맨땅에서 뜬금없이 솟아오른 듯 보이는, 전혀 배후지역이 보이지 않는

섬같은 건물들이란 느낌 때문일 거다. 아무런 연원이나 전통적 상권 따위 없이 생겨난 건물들, 이것들이 모두

유럽의 자금이나 아부다비의 자금을 빌어 올려진 것들이란다.

차창 밖을 내다보던 중에 문득 눈이 띄였던 건 그래피티.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에도 그래피티가 있었다니.

두바이의 모랫빛 건물들, 색깔없는 건물들 사이에서 노랑색 페인트칠된 창고건물은 꽤나 눈에 띄었던 건지

놓치지 않고 낙서를 해놓았나 보다. 더더욱 눈에 잘 띄는 약간 어설퍼보이는 그래피티.

참 단조롭도록 쉼없이 나타나는 공사현장들. 제대로 지어졌다 싶은 건물들도 공실률이 생각보다 꽤나 높댄다.

하긴 이렇게 뭔가 제대로 갖춰지려면 한참 남아있는 '신도시'에 누가 서둘러 입주하겠나 싶기도 하고. 단지

높이 솟은 건물들, 현대식의 독특한 외양을 자랑하는 건물들이 모여있다고 뭐가 되는 건 아니지 않겠지 싶다.

두바이를 배우자고 외치던 사람들은, 대체 뭘 봤던 것일까.

버즈 알 아랍이 저멀리 보이기 시작할 무렵, 조금씩 고급주택가가 나타났다. 너른 공간을 넉넉히 써가며 맘껏

녹색의 푸르름을 과시하는 고급 주택들, 왠지 야트막한 인도와 조그마한 신호등이 귀여웠다. 이제 저 너머로

시야를 돌리면 세계 최고의 칠성급 호텔이라는 버즈 알 아랍이.




얼핏 보면, 차가운 은색 파이프 십여개를 동여매둔 것 같다. 길이가 다른 파이프들을 질끈 묶어두고는 창고

한 곳에 똑바로 수직으로 세워두면 저런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정원 한 가운데 연못에 비친 버즈 두바이의 서늘하고 뾰족한 실루엣.

빌딩 옆구리춤에 매달려 있는 조그마한 파리같은 불빛은, 실은 그렇게 작지만은 않을 크레인이다.

버즈 두바이의 발치께에는 여전히 공사중인 짜잘한 건물들이 우르르 몰려있다. 그러고 보니 밑둥만 보면

버즈 두바이도 꽤나 옹골찬 건물이다. 튼실한 하체, 얄쌍한 상체.

그래서다. 더욱 주사바늘이 연상되는 건. 저걸 한 손에 쥘 만한 사이즈의 로봇이 있다면 언제든 툭,

꺽어선 무기로 쓸지도 모르겠다. 거대한 롱기누스의 창.

공사중인 아랫 건물들. 이것들도 그리 작다고 치부될 건물은 아닌데, 덜컥 하나가 뾰죽하니 솟아버리는 바람에

영 가오가 죽어 버렸다.

부분부분 떼어서 보면, 꽤나 높은 마천루다. 뉴욕이나 어디 대도시에 뒤지지 않을 만큼의 높이이기도 하고.

사실 한국만 해도 최근 지어진 고층건물들이 잔뜩 몰려있는 지역이란 드물다. 아무리 강남이나 광화문 거리라

해도 조금만 중심에서 벗어나면 그다지, 고층건물이 빼곡한 지역을 찾기는 쉽지 않은 거다.

뭔가 금속 골조와 유리 재질의 외장재가 초현실의 느낌을 던지고 있다. 메탈과 유리, 그 두가지 재료가

포스트모던을 상징하는 건축물들의 핵심 자재라는 지적이 와닿는 순간. 고층으로 오를수록 하늘의

파란빛을 머금은 버즈 두바이.

버즈 두바이를 올려다 보기 딱 좋은 이곳은 the old town island, 두바이의 전통 왕궁과 저택들이 재현된 공간.

압도적인 높이, 그렇지만 저 건물에 입주해서 일할 사람들은 좀 깝깝하겠다. 50여층만 되어도 창문 하나없이

답답한 공기가 내부에서 돌 뿐인데다가 엘레베이터 한 번 타면 귀가 윙윙거리는데, 저렇게 높아서야 원.


가까이 보나, 멀리 보나, 까마득하니 높게 뻗어 저게 진짜인가. 싶은 맘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토끼 귀때기 모냥으로 길게 터미널이 두줄 늘어진 인천공항에 외항사 전용 터미널건물이 생기면서, 대한항공

혹은 아시아나같은 국적기 대신 외국항공사 비행기를 타려면 본건물과 이어주는 셔틀을 타야 한다. 마침

맨 앞칸에 타서, 슝슝 지나가는 노랗고 파랗고 하얀 조명들을 봤다.

인천에서 두바이까지 9시간 반. 아랍에미레이트 항공은 늘 밤비행기다. 두바이를 향한 비행기는 메카를

나침반 삼아 날아가고 있었다. 왠지 한결 고즈넉한 한밤의 비행.

비행기는 무슨 뱀파이어도 아닌 게 태양과의 숨바꼭질이라도 하듯 계속 어둠으로 어둠으로.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면 계속 어둠 속에만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럼 계속 밤시간대일 테니까 시간은....또다시

헝클어지고 마는 시간 관념. 실제로 비행기 속에서 시간이 조금 빨리 흐른다던가. E=MC².ㅋㅋㅋㅋ

두바이 공항이다. 공항 앞에 늘어선 핑크빛 택시들과, 핑크빛 유니폼 히잡을 둘러쓴 여성들이 신기했다.

두바이? 두바이는 아랍에미레이트국가의 한 조각, 한 에미레이트(州)를 이른다. 사실 아랍에미레이트라는

연방국가를 구성하는 여러 주중에서 가장 강성한 것은 아부다비, 대략 3/4던가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고.

어쩌다 두바이가 아부다비보다 우리에게 더욱 크게 알려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최근의 경제위기로 '사막의

경제기적'을 만들어냈다는 두바이는 모라토리엄 위기까지 갔었다고 한다. 그 위기를 극복하도록 도운 것이

아부다비의 풍요로운 경제력이라 하고. 아부다비가 전통있는 갑부라면 두바이는 졸부랄까, 그런 이미지.

그래서 여긴, 모든 게 새것인 것 같다. 쉼없이 올라가는 건물들, 자국인에는 전기료나 수도세를 부과하지 않아

그런지 밤에도 불을 훤히 밝힌 채 골조를 그대로 드러낸 공사판 현장. 신기루처럼 어른어른 찍힌 사진.

하늘 한 귀퉁이가 쭉 째지며 조금씩 햇살이 번지는 시간, 두바이의 탑, 버즈 두바이가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로 몇번의 완공 기일을 못 지키고 여전히 작업중이라 한다. 한국의 건설자본이

수주하여 화제가 된 건물이기도 하다.

이맘때의 하늘색깔이란 참 오묘하다. 한쪽은 짙푸른 군청색이 어른어른하고, 달을 감싸고 도는 뿌연 달무리는

꼭 물 한방울 톡 떨어뜨린 느낌이고, 지평선에 가까워지면서 이곳의 누런 모랫빛이 설핏 섞여드는 것 같기도.

전통 가옥들과 야생스런 야자수 너머로 날카롭게 솟아있는 빌딩은, 무슨 주사기 같다. 하늘을 향해

가파르고 삼엄하게 들이대고 있는 주사바늘 같은 첨탑.

대체 사진 한장에 담기가 쉽지 않을 만큼 길다란 빌딩이다. 대체 언제 완공되려나. 올해 말까지 완공된다더니

그것도 연기될 거라는 풍문을 들었다. 현지 인력들의 근무 태도나 수준이 도무지 퀄리티를 맞추지 못한다던가.

이왕임 좀더 두텁게 만들었음 안정감이 느껴질 텐데, 너무 얄포름하게 만들어서 휘청휘청할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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