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3회에 걸친 독자위원회 활동을 마쳤다. 시사인의 독자층을 반영하는 듯 6명의 독자위원이 모두 20대였고 그 중

직장인은 내가 유일했다. 빠른 생일 덕에 20대에 꼈으니, 그냥 세대 다양화를 위해 30대로 치고 좀더 다양한 목소리를

들려주겠노라 다짐했는데 막상 돌이켜 보니 '직장인으로서', '30대로서', 꺼냈던 지적이나 요청은 딱히 없었던 것 같다.


아마 내가 '직장인' 혹은 '30대(준)'라는 자각이 없는 탓이다. 게다가 직장인의 정체성, 30대의 정체성을 내걸고 짚을 수
 
있는 부분이란 건...뭘까. 재테크 관련 정보를 달라고? 결혼준비를 위한 정보? 직장상사와의 관계 노하우? 진지하게라면

직장에서 제공하는 삶의 질 문제라거나 안정성, 그와 이어지는 비정규직 법안이나 노조탄압 문제..파업이나 투쟁에 대한

적대적인 언론 프레임에 대한 문제제기..근데 이미 그런 것들은 시사인이 민감하게 다루고 있는 편이니, 딱히 더

할말이 없었던 거 같기도 하다.


Dynamic Korea. 워낙 껀수가 많은 나라인 탓에, 게다가 위정자가 귀머거리인 탓에, 해결은 커녕 최소한의 봉합조차

이뤄지지 않고 시간에 쓸려가는 사건들이 부지기수다. 용산에서 피어오른 화마가 잡아먹은 사람이 6명. 언론들이

만들어놓은 '냄비근성'의 사람들은 새로운 자극과 더 강한 충격을 좇아 달리는 중이고, 이제 전대통령의 죽음조차

겪은 사람들이 대체 무엇에 충격받고 분노할 수 있게 될지 모르겠다. 


사실 끊임없이 New를 찾아 달려야 하는 언론에게 새로 밝혀야 될 것이 아니라 이제 그걸 토대로 추궁하고 책임을
 
물어야 하는 책임까지 지우는 건 과하다. 이른바 '기자정신'이 얼마나 비장하고 끈덕진지는 몰라도, 그건 'New'를

찾아내기 위한 거지, 그 뉴스로 촉발될 수 있는 후폭풍까지 끌어내기 위함은 아닐 거다. 그래서 더 답답한지도.

용산참사의 경우 합법/비법/불법을 동원해 면죄부를 쥐어주긴 했지만 '죄'가 어느 쪽에 있는지는 더이상 New가

아닐만큼 판단이 섰다고 보는데. 노 전대통령의 경우도 누가 사과를 해야하는진 더이상 New가 아니며, 사람들이

그걸 받아내지 못하는데 언론에서 계속 '사과해라사과해라'할 수도 없는 거고. 계속 뉴스를 발굴하는 건 별개지만.


* 용산참사 직후에 썼던 난쏘공 리뷰.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촌스러운' 용산참사와의 부끄러운 데자뷰

진보신당이 왜 민노당 뒤에 타고 있는지에 대한 농섞인 질문을 하게 만들었던 표지. 사실 원내 의석수나 지지율 등으로

따지면 당연한 걸 텐데..뭐 그랬다. 그리고 '초식남'에 대한 여성 패널들의 빈정거림만 가득했던 기사에 대한 불만을 잔뜩

털어놨던 자리. 초식남에 대한 빈정거림은 마초와 남성 일반으로 번져갔고, '자아'가 최대 수출품목이라는 네팔에 다녀온

남자는 우스워지고 까페에 앉아 책을 본다거나 와인을 즐기는 남자는 자뻑 나르시즘에 쩔어버린 속물로 취급당했다.

여러번 뜨끔뜨끔, 했던 탓도 있지만 그건 아니다. 더구나 '된장녀'니 '신상녀'니 여성들에 대한 그런 식의 딱지붙임이

불쾌해서 네넘들도 한번 당해봐라, 이런 맘으로 기획된 거라면 더욱 아니다.

그 이전까지는 개성공단을 살리자는 측과 죽이자는 측으로 단순했던 것 같다. 북한에서 개성공단 내 임금과 임대비용등을
 
몇 배로 올려달라, 중국을 다소 상회하는 수준으로 달라고 했더니 바로 살리자는 측이 쪼개졌다. 한국경제를 살리려고

개성공단을 이용하자는 건데 이럴거면 죽이자, 라는 것과 임금을 올려주는 것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라며 살리자는

입장으로 대별되지 않을까 싶다.


개성공단의 가격경쟁력이 천년만년 갈 것도 아니고, 언제까지 저임금만을 경쟁력으로 삼아 버틸 생각이었나. 통일되고

나서도 북한의 저임금을 발려먹을 생각이었을 거다. 기업들이 앞장선 남북간 민간교류란 게 그렇게 흘러간다.


*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속내.  '개성공단 춤사건'을 기억하시는지. - 봉동관, 그리고 입경.(4/4)

* 혹시 이 글이 시사IN 제2기 독자위원회 위원분들의 눈에 띈다면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ㅎㅎ

으레 시사인 독자위원회가 있던 날은 집안에 일이 있거나, 몸이 안 좋았다. 한 시간정도 일찍 조퇴해서 독립문역까지

오면서 한달 네차례 나온 주간지들을 하나씩 되짚어보며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을 챙겼다.

독립문. 구한말의 근대화 노력을 상징하는 건물이라지만, 파리의 개선문을 따라 지었던 만큼의 한계도 보인다.

당시의 '독립'이란 의미는 꼭 중국에 대해 굴욕적인 종속적 지위를 벗어나겠다는 비분강개의 의미만 담겨있던 건

아니었다. 서구적/근대적 독립국가간의 평등한 네트워크라는 패러다임이 사대교린, 단일중심의 위계를 상정했던

아시아의 기존 국제질서 패러다임과 부딪히는 상황에서 '독립'은 이른바 중화질서를 벗어나 서구제국들의 근대질서로
 
편입되겠다는 의지였을 거다. 바뀐 패러다임을 따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새로운 질서에 대한 설렘 혹은 희망..?


그전까지는 중화 질서 내에서 중국 다음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부심의 원천이 되기도 했겠지만, 이젠

중국의 허약함이 간파당하면서 그런 위계 자체가 비정상적이고 수치스럽게 느껴지게 된 시점이었을 거다.

평등하고 독립적인 국가들 사이의 당당한 액터가 되겠다는 순진한 믿음. 그렇지만 실제로는 '근대화'의 미명 아래

'파리', '워싱턴', '뉴욕'의 그것들을 최정점으로 하는 층층시하 위계지어진 공간에서 '성장 이데올로기' 한길로

천박하게 달려오고 있다. 결국 파리 개선문의 짝퉁이래도 별반 할 말은 없는 독립문, 그리고 그 이래의 역사.

그나마 조금은 한국적이고 독자적인 뭔가가 나타난다면, 온통 서울로만 밀집해 버린 국가기능, 그리고 비정상적으로

확대되고만 있는 비대한 아파트촌. 뒤에 곧추선 고층 아파트들이 차라리 지금 한국의 '독립'을 더 효과적으로 상징하는

건 아닐까. 삶의 질이고, 평등이고 도외시한 채 정말 '독립적'인 궤적을 밟으며 지금의 부를 일궈왔다는 점에서 말이다.

시사인 편집국이 소재한 건물로 가는 길, 맞닥뜨리는 풍경들이 왠지 때이른 향수에 젖게 만든다. 아니, 아직 내가 뭔가를

보며 향수에 젖을 나이는 아닌데, 희한하게도 어릴 적 동네에 있던 슈퍼나 문방구의 그 느낌이 그대로다.

서울이란 도시, 너무 쉽게 화장이 지워지는 거 아닌가 싶다. 조금만 도심에서 멀어져도 한적하고 '촌스러운'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했다 싶은데, 심지어는 도심 한복판에도 곳곳에 이런 남루한 가게들을 품고 있으니 말이다.

맞은 편에 있던 칠전문 페인트점. 간판이 좀 신기하다. 칠 대신 페인트. 페인트칠을 다시 해주겠다는 건가 아니면

칠하지 말고 가만있으면 페인트를 해주겠다는 건가. 갸웃갸웃대다가 가게로 들여놓으려는 수작인가.ㅋ

위풍당당한(...!) 시사인 편집국 건물. 독자위원 중 한 명은 저 커다란 '임대' 현수막이 맘에 걸린다고 했다.

경향이나 한겨레나 '88만원 세대'보다 못한 월급을 받고 있다는 흉흉한 시절인지라, 맘에 걸릴 만 하다.

그리고 아담한 건물 6층에 자리한 시사IN. 두번째 모임서부터는 경비아저씨가 알아봐주시곤 어디가냐고 묻지도

않으셨는데, 좀 익숙해지니 다시 올일이 없다는 게 아쉽다. 그치만 주간지를 꼼꼼히 읽어가며 뭘 지적해야 할까

눈빨갛게 정독하는 건 생각보다 많이 피로한 일이어서, 은근히 홀가분하기도 한 느낌.

독자위원회가 열리는 곳은 회의실이자 도서자료실같은 곳. 우리가 리뷰를 진행하던 사이에 어떤 기자분이 오셔서는

지난 시사인 표지를 유리에 이어붙이고 가셨다. A4 한장만한 사이즈를 매주 한장씩, 어느덧 넓은 유리벽 한면이 반쯤

차가고 있다.

잡지 표지를 장식했던 인형들, '끊고 살아보기'라는 기획 기사가 있는데 그간 휴대폰끊기, 밀가루끊기, 엘레베이터끊기,

담배끊기 등 많은 소재들이 있었다. 예컨대 "계단에 주저앉아 담배와 이별하다" 같은 기사들.


내가 줄기차게 요청했던 것 중 하나가 'MB사진끊기'였는데...안 된단다. 난 정말 소화불량에 홧병에 치질까지

생겨버릴 태세인데..야박한 사람들.

쪽방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사가 올랐을 때 쓰였던 작품. (관련기사 : 21세기형 쪽방에 저당잡힌 청춘)

이건 뭐더라..뭐 강만수가 보이고 돈을 돛대삼아 수수깡 뗏목을 띄운 걸로 보아 아슬아슬한 느낌 만땅이다.

편집국 한쪽 벽면을 채운 셀레브리티들의 인형들. 눈에 확 띄었던 건, 왜 하필 이명박과 이건희의 머리에 빨간 띠를

둘렀을까. 단결투쟁, 이라 적힌 새빨간 머리띠를 두른 이명박과 이건희라니. 자신들에 반대해 연대하라는 의미인가.ㅋ

표지에 이렇게 이뿌게 들어가고 난 인형은 편집국을 장식하는 장식품으로 남는 것 같다. 그대로 잘 보관해서 아크릴 상자

속에 넣는다던가 해서-작가의 사인과 '품질보증서'를 첨부하여-나중에 바자회같은 데 내놓아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 시사IN 제1기 독자위원회 활동기.

* 시사IN 2차 독자위원회 리뷰.



저번달 초에 있었던 시사인 2차 독자위원회 리뷰가 최근 시사인 홈페이지(http://www.sisain.co.kr/)에 올랐다.

마침 노무현 특집이 있었고, 촛불집회 1년 특집도 있었다. 때는 바야흐로 노무현을 겨눈 검찰의 칼날이 사정없이 

조여 들어오던 시점이었고, 꽤나 먼 일처럼 여겨지는 그 때에도 뭔가 위태함을 감지했던 듯 하다. 그래도 몇 마디
 
노무현, 혹은 '노무현의 가치'를 변호했었다.





그리고 촛불 1주년 특집 기획..에 대해서도. 무슨 타임캡슐 묻어놓듯이 사람들의 짧막한 단상들을 그러모아놓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보다 심도있는 이야기를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마냥 상찬하고 떠받들 것이 아니라, 한계와

부족한 점들을 냉정하게 짚어내고 그에 따른 정확한 기대와 전망이 가능할 거라 믿었다.


(끝장을 내달라 @ Sisain)

그 외에도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많이 하긴 했는데, 조금씩 잡지에 반영되어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게 실감난다.

어제는 1기 독자위원 마지막, 세번째 리뷰를 진행하고 술을 마셨다.



#1.

국회의원 누군가가 'XX'신문사주가 장자연 리스트에 올랐다고 실명을 거론하고 나니, 조X일보에서 강력하게

항의를 하고 나섰다고 한다. 퇴근 후 동아일보사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며 바라본 조선일보사옥의 대형TV에서는

'3대 공공 노조 민노총 탈퇴'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민노총 흔들기는 이미 수년째고, 산별 노조가 아닌 기업별

노조를 추구하는 '제3의 노총'을 향한 그들의 부추기기 혹은 과장보도는 여전하다. 시간이 남아 광화랑을 한바퀴

돌아보고 동아일보 신문박물관 앞을 얼쩡대다가 알았다. 4월 7일 신문의 날을 맞아 4.1~10 무료입장이랜다.


#2.

정확히는 어제 4월 6일, 독립문역 근처의 시사IN 편집국을 찾아 제1기 시사IN독자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2시간여 쉼없는 리뷰와 비판과 애정어린 질책이 쏟아졌고 뒤이은 술자리는 가벼운 맥주와, 그제서야 늦은 저녁을

먹는 내게 맞춤한 푸짐한 안주가 나왔다. 허름한 건물 6층에 있던 시사IN의 편집국은 과거 우연찮게 경험했던

동X일보의 그럴듯한 사옥과 대비되었고, 가벼운 맥주의 부담없는 술자리는 폭탄주가 처녀비행했던 그때의

술자리와 대비되었다. 심지어 독자위원들을 맞이했던 편집국장님의 '허름한' 머리마저 그쪽의 '번쩍이는' 머리와

각을 이뤘달까.


#3.

광화문에서 만났던 누군가는 저번주 일요일에 죽으려고 했었다. 이만한 일은 견디어야 한다, 남에게 쪽팔리게

말하고 다니지 말라, 라는 부모님의 오랜 교육 탓인지도 모른다. 나처럼 감정을 잘도 흘리고 다니며 최소한 감정을

따라 끝까지 치닫고 싶어하는 맘을 가진 사람도 가끔은 죽으려 하는데, 많이도 힘들었겠다 싶었다. ....때문이었다.

사랑 때문이었다. '중요한 일'때문에 오늘도 늦는다던 것에 대해 궁금해하던 엄마한테 '사랑' 때문이라 했더니,

웃으셨다. 난 그게 웃을 일인지 모르는 나이인 게다. 우연의 연속에 불과하다 하여도, 그걸 인연이라 이름붙이고

싶은 게 욕심인 걸까.


#4.

그와 내가 만나는 장소는 항상 조금 묘했다. 저번에는 남자 둘이 광화문 베니건스를 갔는데, 이번에는 남자 둘이

종로3가 티포투를 갔다. 아마 그 전에도 뭔가 찻집을 갔었던 듯 하다. 나는 등받이 쿠션을 품에 안고 턱을 괸 채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추임새를 넣어주었고, 그는 목에 좋다는 루이보스차를 마시며 쉼없이 이야기했다. 우리는

사이가 좋다. 그는 나의 말하고 듣는 방식을 두고 '여성적 말하기, 듣기'라 했지만, 그도 못지 않다. 정 안되면

취향을 살짝 바꿔 우리 서로 기대보자 했다. 사랑 때문에 죽을 생각을 하는 게 웃을 일인지는 모르겠는 나이이되,

틈새시장을 개척, 공략할 나이가 도래하는 건 맞는 게다.



오...내 블로그가 청와대 블로그와 코레일 블로그 사이에 랭킹되고 있는 현재 시각 PM 11시 49분.

좀더 관심을 갖고 자주 포스팅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다보면 청와대를 훌쩍 제껴버릴 날이 머지 않은 듯.


그러고 보면 오늘에야 도착한-아..아무리 생각해도 배송에 문제가 있긴 하다, 한주를 열어줘야 할 주간지가 한주가

꺽일 때쯤 도착하다니-시사주간지 "시사인" 독자란에 얼마전 올렸던 내 글이 있는 걸 보고 꽤나 기분좋은

하루였다는. 이제야 시사인 독자위원으로 뭐가 한 건 해낸건가 싶기도 하고. 그치만 아직 결혼도 안한 미혼남이

왠지 학부모의 입장을 대변하듯 말한 것처럼 미세조정(fine-tuning)된 거 같아 살짝 아쉽기도 하고.

내가 올렸던 글은 "사교육이 나쁘다는 옹알이보단, '사교육 공포에 맞서기'".

(참고삼아 시사인 홈페이지는 http://www.sisain.co.kr/
)



* 불과 20분도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청와대를 눌렀다. 크하하. 왠지 속이 후련하다는.

...그러고 보니 요새 혼자 참 잘 놀고 있다. ㅡㅡ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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