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 이대 근처 까페.
지난주 수요일에 한겨레21과의 인터뷰를 위해 홍대 '한잔의 룰루랄라' 만화까페에 갔었다.

(관련포스팅 : [상실의 시대] 하루키를 '염세적 현실주의자'라는 딱지에서 구출하기.)

벌써 몇차례 언론에 소개된 바 있는 만화까페였는데, 그렇게 찾기 쉽지만은 않아서 뱅뱅 헤매다가 한번은

건물 앞을 모른 채 지나가고 말았었다. 어쩔 수 없었다. 간판이라곤, 저렇게 조그맣게 붙은 게 전부다.

애초 1시간을 예정했던 인터뷰가 자유분방하게 진행되면서 3시간이 넘도록 진행되다 보니 정작 까페 내부의

분위기는 잘 못 느꼈던 것 같다. 그래도 드문드문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있었으니 옆테이블에서 독서모임을

의욕적으로 하는 모습이나, 이처럼 만화책이 빼곡하게 꽂혀있는 책장들.

까페 내부에는 온통 만화 캐릭터나 만화 그림, 카툰 같은 것들이 가득했다. 다음에 혼자라도 와서 반나절정도

무념무상 책보거나 음악을 들었음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천장엔 구불구불 환풍용(?) 파이프들이 지나가는 게 빤히 보이고, 그 아래 벽면에는 만화 캐릭터들이 쪼르르

전시되어 있었다. 뭐, 이런 분위기다. 세련되거나 깔끔한 맛은 없지만 분방하고 편한 분위기랄까.

사실 뭐니뭐니해도 만화까페니까 만화가 얼마나 많은지, 보고 싶은 작품들이 고루 갖춰져 있는지가 관건일 거다.

아쉽게도 저 책장들을 가득 메운 만화들이 뭔지 확인을 못 해봤다는.

한켠에는 마치 대학교 도서관을 떼어온 것 같은 좌석이 딱 두개. 사이좋게 앉아서 공부..인지, 독서인지를 하는

뒷모습이 너무 좋아보였다. 저들은, 친하구나. 이런 느낌.

고양이 사진들이 가득했던 한 켠의 장식장..이랄까. 또 꺄아~* 이러면서 사진을 찍긴 했는데 빛이 부족했나보다.

계산대. 이 날 그렇게 많이 먹지는 않았는데...기자분을 당황케 만들었던 카드의 말썽, 더 당황했던 다섯 명의 인터뷰이들.





금요일은 휴가였다. 비가 오는 꾸물꾸물한 날씨인지라 차를 끌고 그동안 별렀던 고양이까페에 가기로 맘먹었다.

유리창에 볼록볼록, 빗방울이 도톰하게 올라붙었다.

왠지 가는 길에 경찰차가 계속 눈에 밟혔다. 마침 빨간불에 걸린 김에 사거리 반대편에 보이는 경찰차가 뭐하나

궁금해하다가. 자꾸 경찰차가 유난히 눈에 띈다 싶을 때 조심했어야 했다. 결국 나오는 길에 딱지를 떼고 말았으니.

서울대입구역 4번출구로 나와 신한은행을 끼고 좌회전하면 나오는 지오캣, 알고 보니 6, 7년째 고양이까페를

운영해 오신 베테랑 사장님이 버티고 계신 고양이까페계의 좌장이랄까.

이곳을 가르쳐주신 윤뽀님의 포스팅에서도 봤었던, 이미 한번 눈에 익었지만 여전히 섬뜩한 경고문구.

고양이의 생명을 위한 길이 뭔지를 잘 생각하고, 양육자로서의 책임이 뭔지도 잘 생각하고.

(궁디)팡팡 금지!! 드래곤볼에서 손오공이 찌찌와 어떻게 결혼하게 되었는지를 기억한다면 조심.

고양이나 개의 '성격' 운운하는 말은 항상 뭔가 낯설면서도 신기하다. 당연히 갸들도 나름의 성격이나 스타일이 있겠지만,

대개 한 번에 한마리씩 조우하게 되는 터라 비교하기란 쉽지 않았던 터. 한꺼번에 수십마리의 고양이를 만나면 '성격'을

구분해 낼 수 있겠지..라는 기대로 드디어 입장~*

가장 먼저 눈에 띈 새하얀 고양이. 도도하게 몸을 누인 채 방심한 듯한 눈매를 흘리고 있다.

고양이들이 세걸음마다 한마리씩 놓여있었다. 말하자면 단위면적당 고양이밀집도에 있어서는 거의 세계최고수준 아닐까.

의자위에 올라가 있던 조그마한 새끼고양이. 하얀 털실뭉치같으면서도 올망졸망 달릴 건 다 달려있어 더욱 귀여운.

아무도 없던 금요일 오후 1시의 고양이 까페에 밀고 들어선 방문객에 조금은 동요하는 녀석들.

이녀석은 사자처럼 늘어뜨린 갈기를 우아하게 펼치고는 뭔가 다 안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봐주었다. 고양이 왕인가.

주둥이와 귀, 발끄트머리가 온통 까매서 무지 세련된 느낌의 요 고양이는 슬슬 카메라를 의식하고 있었다.

고양이의 이 풍부한 표정이란..! 입매와 눈빛, 살짝 이지러진 얼굴의 각도만으로 표정과 분위기가 확 바뀐다.

못생겼단 표현은 고양이님께 죄송하지만...얜 참 독특하게 못 생겼다. 얼굴이 평면이다. 뭔가 스타워즈의 캐릭터스럽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길고양이나 친구집에 놀러가 마주한 고양이와는 다른 듯 비슷한 느낌이다. 다들 머릿속엔

나나나나나, 자신만 들어있는지 주변에 별로 괘념치 않고 있었다. 내가 카페 안을 헤집고 다니며 카메라를 들이대도

피하거나 겁먹지도 않고, 그렇다고 둔한 것도 아닌 것이 참 묘하다. 묘妙한 고양이猫들.

나와 동생은 고양이든 개든 키우고 싶어하는데, 어머니가 원체 반대하신다. 당신이 동물털들이 날리는 걸

못 보아넘기는 때문이기도 하고, 사실 아버지나 내가 살짝 알레르기 기운이 있어서 안된다는 거다. 난,

이렇게 고양이가 떼지어 모여있는 걸 보고 마냥 좋을 뿐이고.

이제 조금 차분하게 앉아서 고양이들이 노닥거리는 걸 구경할 생각이었다. 여태 까페 안을 헤집고 다녔으니 한마리한마리

눈여겨 보며 사랑해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내가 테이블에 앉자마자 내 무릎에 앉아 귀염을 떨던 고양이 녀석 하나, 갑자기

휴대폰 진동처럼 부들부들 떠는 거다. 급격히 따뜻해지는 내 아랫도리.

떨리는 목소리로 주인 아저씨를 불렀더니, 화장실 가서 깨끗이 씻고 드라이기로 말리면 된댄다. 자주 일어나는 일인갑다.

씻고 나와 그 녀석을 찾았다. 구석에 이렇게 숨어들어서는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그런 것처럼 보였다. 에구 귀여워라.




용산참사 2개월이 지났음에도 도무지 지지부진한 채 '망각'되기만을 기다릴 뿐인 듯한 상황을 보다 못한 만평

그리시는 분들이 나섰다는 기사를 어디선가 보았었다. 그래서 내 다이어리에 남았던 짧막한 메모 한 줄.

"3.27-4.9. 용산gaja전. 이대 1번출구방향 공정무역카페 '티모르'".

메모를 따라 찾아간 '티모르'는 자칫 놓치기 쉬울만큼 조그마한 입구를 따라 오르면 2층에 있는 조그마한

공간이었다. 전시회를 까페에서 어떻게 한다는 걸까 궁금했었는데, 아주 단순했다. 벽면을 따라 빼곡히 만평들을

걸어놓았고, 까페에 오르는 계단 양옆에도 크게 프린트된 만평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자리를 잡기 전 그림들을

따라 한바퀴 까페를 돌았다.

이번 만평전은 용산, 그리고 가자지구의 참사를 주제로 하고 있었다. 용산 문제는 아무래도 이명박 대통령에게

화살이 귀결되기 마련인지라, 이명박을 직접 때리는 만평이 대다수였다. 입구에서 마주쳤던 이 사진작품은,

뚜비,나나, 뽀 버전 보라돌이 이명박..정도 되려나.

올해 2월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비판과 항의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를 맹렬히 공격했을 때의 이야기를 담은 만평이다. 당시 이스라엘 집권당에서 코앞에 닥친 총선을 위해,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총풍'을 불어오기 위해 가자지구의 피바람을 일으켰다는 날카로운 지적. 역시..절묘하게

핵심을 짚은 그림은 살짝살짝 빗겨나가며 주절대는 몇백마디 말보다 강력하다.

사진 한 컷, 그림 한 장, 그리고 짧막한 촌철살인의 대사 몇 마디. 까페 안에 전시된 만평들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용산참사, 그리고 가자지구의 그칠날 없는 피바람의 이야기는 그렇게 정제되고 압축된 프레임 속에서

거의 유사한 지위의 집단으로 나타난다. 사회에서 배제된, 존재를 부정당하는, 약자. 

그 반대편에 선 것은, 탱크와 총칼과 콘테이너박스로 무장한..스스로 합법화한 폭력 집단.

단지 한 컷짜리 만평만 있는 건 아니었다. 내가 이미 한번쯤 본 기억이 있는 프레시안의, 경향의, 그리고

죄송스럽게도 이름조차 생경한 각종 지역신문의 네컷짜리, 혹은 그보다 긴 컷을 가진 만화들도 있었다.

마침 내가 갔을 때엔 까페 안에 사람들이 없어서 맘편히 돌아다니며 전부 구경할 수 있었다. 아마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차를 마시거나 공부를 하고 있었다면, 그 자리 윗켠에 붙은 만평들을 보는 건

아쉽지만 포기해야 했을 거다.

까페 '티모르'는 동티모르에서 공정무역 원칙에 입각해 재배한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이대 근처에 이런 까페가 있다니, 주말에 혼자 커피 한잔 시키고 앉아서 책 한권 늘어지게 보기 좋은

곳인 듯 하다. 만평들을 보는 것 외에 예기치 못하게 얻은 또 하나의 소득.

원래 만평가분들이 구경온 사람들의 캐리커쳐도 무료로(!) 그려준다고 읽었어서, 카운터에 물어봤더니

그 분들은 어제그제 계시다가 오늘은 안 나오셨다고 한다. 자못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으니 일단 한구석의

테이블에 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자그마한 수첩이 낙서장, 혹은 메모장의 소임을 띄고 동그마니 놓여 있었다.

요런 게 바로 만평 아닌가. 조금만 더 시의성 있는 이슈를 공간 내에 넣었다면 완벽했을 텐데,

저 근육과 주름살이 꿈틀대는 이명박의 얼굴을 보라. 둘러멘 삽자루 하며. 어느 센스높으신 분의

작품인지 모르겠지만, 혼자 메모장을 첨부터 끝까지 구경하는 내내 킬킬거렸다.

테이블 위에 낙서장과 함께 놓여있던 필통..이랄까. 엉성하게 깍인 몽당연필 세자루가

차곡차곡 메모장에 더해지고 있겠지.

내가 자리잡은 테이블 위에 내려뜨려졌던 귀여운 새모양 장식. 토실토실하게 살이 오른 빨강새가

둔탁하니 길지도 않은 날개를 활짝 핀 채 테이블 위를 날고 있었다. 이슈가 이슈이니만치 때론 살벌하고

독하다 싶은 만평들 속에서 유난히 눈에 띌 수 밖에 없던 귀엽고 앙증맞은, 속 편한 빨강새.

이런 식인 게다. 용산을 밟아버린 용역, 견찰, 검찰, 그리고 그 위의 돈다발로 사자머리인양 치장/위장한

개발사업자(x데) 개 네마리가 서로 학학대며 붙어먹고 있는 그림. 더욱 가관인 건 그 개 네마리뒤에 붙은

검은 쥐 한마리가 '사랑했읍니다'라고 말하고 있다는 것. 그들의 단백질 팽팽하게 곤두선 넓적다리 아래에는

꼬물대다가 이리저리 밟히는 '벌레'들의 꽥꽥대는 소리. 빨강새의 핀트가 나가버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정말 잔혹하달까, 그림이..그리고 세상이.

만평들로부터 눈을 돌려 창밖을 내려보니 꽉찬 3월의 햇살이 유유하다. 내 맞은편으로 아까운 줄도 모르고

떨어져내리는 햇볕이 빛과 어둠의 영역을 가르지만, 까페 안에는 온통 용산과 가자지구를 '망각'으로부터

구출해야 한다는 외침이 있을 뿐이다. 이렇게 햇살이 좋은, 여느 때와 별다를 바 없는 날에도 사람이 죽고,

기억에서 밀려 또다시 죽곤 하는 거다.

그냥, 가슴이 답답해져서 나왔다.

쉴새없이 쏟아지는 이슈들, 이제는 왠만한 건으로는 놀라거나 분노하지도 않을 만큼 굵어져버린 신경줄,

너무나도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세상이라 사람 몇 명 죽어나간 건 고작 한 달짜리 단기기억으로 족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이제는 어쩜 계속 이 문제를 잡고 시비거는 사람이 '쪼잔하고 순진해 빠진,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이라 여겨질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미안한 척이라도, 립서비스라도 해줄 생각않는 그 오만함과 막장스러움은

역시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 3. 27 ~ 4. 9 "용산 GAJA 전", @ 까페 '티모르'.



'다빈치 코드'의 배경이 되었던 교회이자, '사디즘'이란 단어를 만들어낸 마르키 드 사드, 또 보들레르가 세례를

받은 곳이 바로 이 곳, 생 쉴피스 성당이다. 파리에서 두번째로 큰 성당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파이프 오르간이

있다나. 그렇지만 그런 식의 사이즈 과시에는 별 관심도 없었고-사실 다녀온 후에야 알게 된 정보들이다-게다가

내가 갔던 작년 9월에는 한창 가림막으로 온통 둘러친 채 공사중이었다.


그래도 앞에 있는 거대한 분수 조각상이 꼭 맘에 들었었다. 묽은 초코렛이 흘러내리는 이층 케이크처럼, 보드라운

물살이 층층이 흘러내리는 그 멋진 광경, 그리고 그 소란스럽지만 유쾌한 분수대를 향해 둥그렇게 자리잡은 온갖

그림쟁이들. 그림으로 밥을 벌어먹는 사람인지, 단순한 취미로 그리는 사람인지 일군의 사람들이 그렇게 분수를

꼬나보며 살짝 인상쓰고 있는 풍경에 나도 녹아들고 싶었다. 그림을 배워보고 싶단 생각이 살풋.

생제르맹 거리에서 친구를 만나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갑작스레 비가 내렸다. 파리의 날씨란 게 워낙 햇빛도 귀한

데다가 날씨도 대개 꾸물꾸물하기 마련이어서 사람들은 갑작스런 비에도 별로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더러는

저렇게 의연하게 비를 맞으며 가던 길을 가고, 더러는 잠시 근처 까페에 앉아 비를 긋기도 하고.

비 내리는 풍경을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 김한길의 소설에서 얼핏 본 구절인 듯 한데, 비가 내리면 사람들은

조금씩 더 착해 보인다는 느낌. 수천년동안 인류는 비를 맞아왔지만 여전히도 비를 긋는 장비라곤 얄포름한

비닐 조각 하나에서 크게 진보하지 못했다.

비가 내리면, 사람들은 살짝 '어쩔 수 없다'는 체념어린 표정을 지으며 거리로 나선다. 서울에서도, 파리에서도.

부슬부슬 내린 비였는데, 친구와 맥주 한잔 하며 돌아본 거리는 어느새 흠뻑 젖어서 번들번들거릴 정도다.

생제르망 거리면 나름 한국의 대학로에 비길 수 있을까, 번화가라긴 뭣하지만 그렇다고 고즈넉한 교외라거나

외곽지역은 분명히 아닌데...쏴아 내리붓는 빗소리에 묻혀 외려 조용해진 거리.

나서기로 했다. 금방 그칠 비는 아닌 거 같아, 우리도 의연히 저 비맞고 다니는 사람들의 대오에 합류하기로 결정.

가게의 처마 끝에서 똑, 똑, 떨어져내리는 빗방울을 포착하고 싶었는데 왠 의식치 않은 아가씨의 뒷모습만

도촬해 버린 사진이 나왔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모노프리(MONOPRIX)'에서 장을 보고 숙소에 돌아가기로 했더랬다. 외국의 마트를 돌아보며

한국에서 못 본 것들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당장 쇼핑한 물건들을 담는 바구니부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바퀴달린 바구니에서 길다랗게 손잡이가 당겨져 나오는 형태, 무식하게 큰 카트를 끌 필요도

없고, 무거운 바구니에 절절 맬 필요도 없고.




강호순이라는 연쇄살인범 개인의 인권에 대한 지지 활동을 마치 스타에 대한 팬들의 그것과 같이 해보고자 했다는

'팬까페'가 급작스레 폐쇄되었습니다.

네이버를 통해서도 쪽지가 두 건 왔습니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백기를 드는 대신 바톤을 넘기겠다는 글이 올랐었는데, 아무런 전후 사정 설명도 없이

급작스럽게 까페 폐쇄를 결정한 것 같습니다.


대체 이건 무슨 의미일까요...가뜩이나 우울한 밤에 더욱 우울한 소식이라 여겨질 뿐입니다. 아마도 이분은,

더이상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소통'의 가능성을 낙관할 수 없으셨던 듯 하네요. 그리고 그렇게 시니컬하게 공지에

올리셨던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 범죄자의 '인권'이란 아예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결론 지어버리신 듯 합니다.

관련 포스팅 : I 'love' Hosun..강호순 팬까페에 가입하다., 강호순의 목청큰 갤러리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어떤 의미에서 이 까페는 우리 사회의 포용성과 성숙도를 시험에 들게 했고, 결과적으로 그 시험에서 우리는

아마도 언젠가 재수강을 해야하는 수준의 점수를 받은 것 같달까요...


우울한 밤이네요.



엊그제인가, 인터넷 포털이나 각 페이퍼 신문들에도 빠짐없이 떴던 기사가 있다.

‘연쇄살인범 강호순 인권 팬카페’ 등장...네티즌 "기절초풍",

강호순팬카페 개설? 연쇄살인보다 더 큰 충격

강호순팬카페 개설, 소식 접한 네티즌 '충격, 경악'

살인에 충격·살인 찬양에 ‘또’ 충격…강호순 팬까페

강호순팬카페 개설 소식에 "개념없다" 비난폭주

강호순 ' 카페' 등장…"할 말을 잃었다"

"강호순은 영웅" "살인자 찬양하냐"…'강호순 팬카페' 네티즌 논란 확산

강호순 신드롬?…팬카페 개설에 네티즌 북적

강호순 팬카페에 네티즌 경악

네이버에 강호순 팬카페…네티즌 "황당하고 어이없다" 비난


전부다 비슷한 식으로 제목을 달고는 "네티즌"을 동원해서 강호순 팬카페가 엽기적이고, 반사회적 신드롬이며,

세상에 어떤 또라이가 저런 짓을 했나 싶도록 생각하게 만든다. 내용도 그런 식이다. '충격과 공포'랄까.

치사하게 따옴표를 동원하거나 네티즌의 입을 빌려 선정성을 극대화하는 대부분의 언론들에 비하자면,

그나마 덜 자극적으로 객관적인 사실을 쓰려 했던 신문 두 개의 제목은 차분한 편이다.

‘인권’ vs ‘살인예찬’…강호순 팬카페 논란 (경향)

강의 팬카페 “범죄자 인권도 보호돼야” (서울)


궁금해서 가입했다. http://cafe.naver.com/ilovehosun.cafe



등업인사방에 보니까, 온갖 욕설과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있는, 그야말로 쓰레기통이었다.


글쎄, 굳이 I love Hosun이란 센세이셔널한 주소를 달았어야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건 개인의 판단이다.

마치 내가 이 포스팅의 제목을 뭘로 하던 내 마음이듯이, 그리고 최대한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고자 하는 화자의

입장을 이해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일종의 후크(hook)랄까. 그리고 카페지기는 설명한다. 그 러브란,

범죄자 강호순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이나 지지가 아니라, '자비에 기인한 사랑'을 의미한댄다. 호의적으로

생각하자면 종교적인 의미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모든 사람에 대한 사랑, 사람이어서 사랑하는 휴머니즘.

게다가 그 까페는 모방범죄를 독려한다거나 연쇄살인범에 대한 동경 내지 지지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게 아니라,

체포 후의 그를 대하는 언론과 사회의 드잡이식 행태로 인해 침해받는 인권에 대해 지지하고 싶었다고 한다.

나아가 사형제도 자체에 대한 반대까지, 조금은 깊고 진지한 이야기까지 끌어나가고 싶었던 것 같다.


아래는 까페 가입 후에야 읽어 보게 된 까페지기의 규탄 글.

 

그리고 현재, 까페지기는 '카페 향방에 대한 중대결단'을 공지한 상태. 이 사람의 편을 100% 들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촛불시위때부터 갑자기 집단지성의 화신으로 떠받들리기도 하는 소위 '네티즌'이란 정체불명의 집단이

때론(여전히) 얼마나 흉폭하고 잔인한 말들을 던지고 있는지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인터넷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일상에서 접하고 있는 이상, 네티즌이란 단어가 얼마나 무의미한 단어인지도 생각해봐야 할 거다.

사실 '네티즌'이란 단어 대신 '사람들'이란 단어를 바꿔써도 의미상 별 차이가 없는 게 대부분이다. 아직 네티즌에

특화된 의미가 부여될 맥락이야 남아있지만, 갈수록 '네티즌'이란 단어는 무의미해 지지 않을까.


어쨌든, 이 사람의 말할 권리, 생각할 권리를 싹수부터 짓밟아 버리고 욕하고 침을 뱉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사실 그다지 틀린 내용이 아닐 뿐더러, 상식을 얘기하고 있을 뿐 아닌가 싶다. 강호순과 같은 범죄자의 인권에

대해서, 그리고 그런 범죄자를 대하는 사람들의,..'이상한' 태도에 대해서 이미 포스팅을 하기도 했다.

(강호순의 목청큰 갤러리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더구나 내용도 자세히, 최소한 객관적으로라도 알릴 노력은 없이 그저 신나서 갈굴 거리, 욕할 거리만 찾아 바치는
 
언론들은 또 뭔가.(용산참사와 정부의 실책들을 가리려는 건 아닌가..라는 식의 음모론은 사양이지만, 대체 왜?)




아래는 공지글 전문.

*                                     *                                     *

백기를 들까하고 생각도 했었습니다.

카페의 향방에 대한 중대결단을 공지하는 바입니다.

  많은 분들께서 쪽지와 메일, 게시물을 통해 '인권'에 대한 고견을 피력해주셨고 또 현재까지도 계속 그러하시고 계십니다. 비록 며칠 되지 않는 기간이지만 지금껏 수많은 분들께서 인권은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며 연쇄살인범 인간이 아니고 고로 그의 인권은 부정함이 마땅하다고 말씀하신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때문에 인권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사회에서 범죄자의 '인권'을 논한다는 것.

 본 카페가 만들어 진지 약 나흘이 지났습니다. 그 짧은 기간 동안 범죄자의 인권 또한 존중 받아 마땅하다는, 그저 지극히 원론적인 주장이 이토록 많은 '돌팔매질'을 불러올 줄 몰랐습니다. 한 성인(聖人)인 말씀하셨듯이 죄가 없으시어 그리도 쏟아 부으신 돌팔매인 지는 잘 모르겠으나, 마치 그 돌이 내던져지는 이 사회의 범죄자인권의식인 것만 같이 느껴져 참으로 씁쓸하고 괴로웠습니다.

 수많은 욕설과 비난의 여론으로 인해 무척이나 혼란스럽기도 하였고, 많은 분들의 조언, 혹은 협박과 같이 차라리 이쯤에서 카페를 폐쇄를 하는 것도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적어도 그러는 편이 마치 짙게 내리깔린 안개 속을 홀로 걷는 듯 한 막막함과 답답함을 해소하는 데 십분 도움을 줄 것이 명백해 보였습니다. 때문에 대문에 중대결정 발표시안을 내걸고 몇 시간 동안 홀로 모니터 앞에 앉아 그동안 보내주신 쪽지며, 메일들을 통해 소통하고 생각을 정리하며 글을 쓰고서도 '혹여나 또 받아들이시는 면과 글의 내용에 있어 오해가 있지는 않을까'하여 몇 번이고 다시 검토를 하며 고심하였습니다.

 그렇게 결코 짧지 않은 나흘,

그리고 카페의 향방을 결정짓기 위해 가진 몇 시간을 보내면서 결국 고심 끝에 얻은 결론은,
 여러분 말대로 범죄자에 대한 '인권'은 없다는 것입니다.
고심 끝에 얻은 결론이라고는 너무도 황당한가요?

'인권'
타인의 인권을 유린한 자에게서 박탈되는 것.
고로 짐승과 같은 범죄자에게는 없어도 되는 것.

 많은 분들의 가르침을 통해서 이 사회에서의 통용되는 '인권'의 정의란 위와 같은 것이라는 것을 저는 금방 배울 수 있었습니다. 대략 1600건의 쪽지와 50여 통의 메일, 수백 개의 게시물과 수천 개의 댓글들은 여러분이 말씀하시는 '인권'의 의미를 예습, 복습하기에 충분한 양이었습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여러분이 백번 옳습니다.

  그러나, 저는 또 하나의 인권을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괴상한 따옴표 조차 지니지 않은 보편적이며 절대적이고, 자고로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영원히 가져야할 진정한 의미의 인권 말입니다. 설사 어떤 이가 짐승과 같은 일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그 사람 역시 인권을 존중 받아야할 사람임에는 변함이 없는 것입니다. 비록, 강호순씨가 7명의 부녀를 연쇄 살해하는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한 사실조차 천부된 권리를 박탈 할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강 씨를 비롯한 범죄인 및 소수자 아울러 만인의 인권은 헌법에서도 보장하고 있는 바입니다. 

 더불어 예로부터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죄가 미워 형벌로써 다스릴지언정 사람이 미워 가족사항이나 얼굴 등 개인신상정보를 유포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행태입니다. 더구나 그것이 국가권력과 적법한 절차에 의한 것이 아닌 사력(私力)에 의한 방임적인 형태의 응징을 한다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임은 너무나도 자명합니다. 가령 강 씨의 신상정보의 유포로 인한 피해로부터 그 누가 강 씨의 범죄와 전혀 관련 없는 그의 가족들과 지인들을 보호, 보상해줄 수 있겠습니까?

  옛 독재정권시절 국보법위반으로 잡혀갔다 나온 이가 그 소문이 동네에 번져 자신의 아들이 친구들로부터 빨갱이의 아들이라고 놀림 받고 "빨갱이 잡았다"며 목줄에 매어 끌려 다니는 것을 보고 무척이나 슬퍼하였다는 일화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시대가 많이 변했다지만, 강 씨의 아들이 단지 아버지가 살인자라는 이유로 형태는 달라도 어떤 부당한 대우나 사회적 차별 받게 될지 모른다면 이것은 분명 현대적인 관점에서 명백히 부조리하고 안타까운 일이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러한 상황에서 범죄인의 인권에 대한 여론이 나날이 극단화되어가고, 이에 대해 객관성과 중립성을 유지하며 바람직한 여론을 제시해야할 언론이 앞장서서 팔걷고 나서며 얼굴과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등 오히려 대중적 분위기에 영합해 마치 진화(鎭火) 커녕 부채질하고 기름을 붓고 있는 것만 같은 최근의 형상을 보이는 것도 저는 진심으로 우려스럽습니다. (물론 일부 언론 행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많은 분들께서 오해하고 계신 부분에 대해서 짚고자 합니다. 범죄자의 인권조차 존중한다는 본 카페 모토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확장하여 마치 우리가 피해자의 인권은 하등의 위함도 없이 여긴다고 오해 하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본 카페 측에 있어서 피해자에 대한 인권이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여 구태여 언급하지 않았던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이지, 결코 희생자의 인명과 인권에 대해 경(輕)하게 여기고 있지 않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그러나 애초 그러한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표하지 않아 발생한 군중과 카페 상호간의 입은 불측의 손해에 대해서는 일부 잘못을 시인하고 잔혹한 범죄의 희생양이 된 고인과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하는 바입니다.

  또한, 이미 GreatKiller라는 매니저 본인의 닉네임과 '팬 카페' 라는 명칭에 대해서 이전의 공지를 통해 해명하였음에도, 그 어감으로 인해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회원님들의 의견에 공감하여 닉네임은 즉시 다른 것으로 바꾸고 '팬 카페'를 '모임'으로 대체하려 하였으나, 네이버 정책상 6개월 동안 카페 명을 수정 할 수 없어 네이버 측에 꾸준히 별도의 문의를 하는 한편 후임 스텝에게도 이에 대한 책임을 유보할 생각입니다.

  백기 대신 바톤을 드는 이유.

 강호순씨를 비롯한 범죄인들의 인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여지를 두어 편향된 여론이 균형을 이루는 데 미약하게나마 기여하기 위해서라도 이 카페는 존치되어야 합니다. 일부는 온라인이라는 활동범위의 제약을 근거로 본 카페의 역할론을 부정하며 '소용없는 짓'으로 규정하지만, 모종의 '잔상효과'를 통해 앞으로 범죄와 관련한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그 이슈를 접하는 일반 대중에게 두고두고 범죄자의 인권이 상기되게 함이 본 카페 최대목적이며, 우리는 그 가능성을 믿어 의심치 않음을 밝힙니다.

 그리고, 본인의 자질상의 미숙으로 인해 카페개설 초기의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온라인상에서 일대 논란을 촉발하고 고의 아닌 사회적 충격을 안겨준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그에 대한 반성적 고려에 기해 후임 매니저에게 조만간 운영권을 이양하고 일선에서 물러나고자 합니다.

  장문의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사회적인 논란을 촉발한 사실 자체에 대해서 진심어린 사과를 드리며,
 더불어 다시한번,
범죄의 희생양이 된 고인과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하는 바입니다.


+ Recent posts